Chapter 276 - 유진 칼리오페의 두근두근 하렘 생활! (4)
대가문 칼리오페의 장녀이자, 3장의 보스로서 온갖 악독한 수단을 사용해 플레이어를 게임오버 시켰던 '아카조교사'의 대표 악녀.
"싫어! 싫어! 싫어! 레이카는 오라버니랑 떨어지기 싫어!!"
... 였던 레이카는 지금 바닥에 등을 댄 채 어린애처럼 떼를 쓰고 있었다.
"레이카! 지금 사람들 앞에서 창피하게 무슨 짓이니! 당장 일어나지 못해!"
"아아아! 싫다고! 못 떨어져!! 레이카도 오라버니랑 카르네아에 갈래!!"
"말이 되는 소리를 하렴! 그리고 유진이도 다음 연휴에 칼리오페로 돌아온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떼를 쓰니!"
얼핏 레이카를 위로하는 듯하지만, 약속을 확인하듯 슬쩍 나를 바라보는 가르시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곧 개강이라 지금 당장은 시간을 낼 수 없지만... 다음 연휴에는 꼭 찾아뵐게요."
확답을 주고 나서야 가르시아는 다시 레이카를 어르기 시작한다.
"자 들었지! 레이카 어서 일어나렴!"
"레이카는 그런 거 몰라!! 레이카는 연휴 때까지 못 기다려!!"
"... 우와."
떼쓰는 레이카를 질렸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비앙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면 사람이 저렇게 되는데? 약이라도 먹였어?"
"...."
농담으로 던진 말이겠지만 의외로 정곡을 찔러왔다.
옛날 일이지만 레이카에게 약을 먹인 건 사실이니까.
"뭐야? 왜 대답이 없냐? ... 너 설마 진짜로 약 먹였어?"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는 비앙카의 표정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안 먹였어요."
거짓말은 아니다.
약 때문에 생긴 의존증은 이미 치료했으니 무효고, 그 뒤로는 미약을 먹이지 않았으니까.
"... 정말로?"
"정말이에요. 생각해보세요. 비앙카..."
나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비앙카의 귓가에 속삭였다.
"제가 미약을 먹이면... 저 정도로 끝날 것 같아요?"
".. 읏..!. 그, 그건... 그렇지만..."
미약을 먹고 관계를 맺는 상상을 했는지 얼굴을 붉히는 비앙카.
"얼굴이 빨개졌어요. 혹시 미약에 관심 있어요?"
"누... 누.. 누가! 관심있데!!"
누가 봐도 관심 있는듯한 태도로 소리치는 비앙카.
'... 다음에 한 번 할까.'
미약 플레이 정도야 비앙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레이카 때랑은 다르게 위험성도 전혀 없다.
일단 나랑 비앙카가 엄청나게 성장했고, 무엇보다 '침대 위의 왕자'가 '침대 위의 황제'로 진화한 이후로는 쾌락은 쾌락대로 주면서도 미약의 의존성은 완전히 제거할 수 있으니까.
"아아!!.... 어머니!... 이거놔요!!.. 크읏..!!. 놓으라고요..!!.. 오... 오라버니..!!"
"레이카! 그만하고 이리 오렴! 유진이가 못가고 있지 않으냐!"
"흐윽... 오.. 오라버니!!... 흑.... 레이카를!!...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가르시아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질질 끌려가는 레이카가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흐느꼈다.
"...."
이상하다.
분명 미약의 의존성은 완전히 사라졌을 텐데 왜 저러는 걸까.
'내가 모르는 다른 효과가 있나?'
미약의 효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자, 비앙카가 내 옷깃을 꾹 잡아당겼다.
"... 그.. 그래도.... 나중에... 니가.. 꼭... 하고 싶으면 하던가."
비앙카의 어설픈 허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흘러나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미약 플레이가 궁금한가보다.
"그럼 나중에 하고 싶을 때 말해주세요. 준비해놓을 테니까."
"내, 내가 아니라! 니가 하고 싶으면 하라고! 이 멍청아!"
그렇게 쏘아붙인 비앙카가 마차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아~ 유진이는, 난봉꾼이래요~♪"
그때, 등 뒤에서 리아나가 달콤한 꿀 향기를 풍기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싫어요?"
"후훗, 싫다고는 안 했는데?"
그러고는 가볍게 내 다리 사이를 쓰다듬고 지나가는 리아나.
"...!"
"응? 왜 유진이는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걸까?"
갑자기 자지를 쓰다듬어 놓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방긋 웃는 모습이 요망하기 짝이 없다.
"... 리아나. 혼날래요?"
"꺄악! 유진이가 화났네. 무서워라♬"
도망치는 리아나의 뒤를 따라 마차에 오르자, 릴리스를 제외하고 여성진들이 전부 타 있었다.
'... 릴리스는 수녀님이랑 같이 오겠다고 했으니까.'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 둘이서 할 이야기가 많은 모양이다.
나는 전용석처럼 비어 있는 가운데 자리에 앉으며 루시아에게 물었다.
"루시아, 이제 바로 카르네아로 돌아가는 건가?"
파벌장으로서 사람들과 인사를 하느라 바빠서 출발 준비는 전부 루시아에게 맡겼기에 계획을 전혀 모른다.
"음... 주인님만 괜찮으시면 잠깐 이솔스에 들려서 마르잔을 데려가고 싶은데요."
"응 괜찮아. 데리고 가지."
안 그래도 마르잔이 신경 쓰였는데 잘 됐다.
양호 마망이나, 트리스티아, 엠마는 양호실과 성인용품점, 칼리오페 가문을 지켜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마르잔에게 이솔스를 맡긴 건 약간 내가 할 일을 떠넘긴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다.
그러자 루시아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주인님. 그럼 이솔스로 출발할게요."
***
"주인님... 주인님..."
귓가에 울리는 루시아의 목소리에 내가 눈을 떴다.
"... 벌써 다 왔어?"
"네, 도착했어요."
언제나 완벽한 루시아의 얼굴을 보자 어째서인지 시간을 뛰어넘은 느낌이다.
덜컥─
가볍게 기지개를 한 번 켜고 마차에서 내리자 하얀 정복을 차려입은 마르잔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응, 이번에는 제법 조용하네요. 마르잔. 소문을 들었으면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네, 루시아님. 마탑의 학장들이 환영 무대를 준비한다는 걸 제가 말렸습니다. 슬슬 공사가 막바지라 공사 쪽에 신경을 더 써야 할 것 같아서요."
"잘했네요. 그리고 내가 지시한 건?"
"완벽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음, 역시 마르잔에게 맡기길 잘했어요. 괜찮으면 앞으로도 여기서 영주 대리로 일하는 건 어때요?"
루시아의 말에 나를 슬쩍 바라보고는 곤란한 표정을 짓는 마르잔.
"그... 그건.... 가.. 감사한 말씀이지만...."
"후훗. 농담이에요. 그럼 갈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이쪽입니다."
나는 마르잔의 뒤를 따라 걸어가며 루시아에게 물었다.
"지금 무슨 이야기지?"
"아, 주인님의 방이 준비가 끝났다고 하네요."
내 방이라면 지난번에 보여준 방 전체가 엘리베이터처럼 올라간 그곳이 아닌가.
"음... 주인님께서 궁금하시다면 제가 말씀드려도 상관없지만 직접 가서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거 같아요."
"그럼, 가서 보지."
루시아가 굳이 알려주지 않은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얼마 걷지 않아 여전히 의미를 알 수 없는 호텔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와 똑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까지 올라가자.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은데?"
처음 왔을 때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방이 나타났다.
"후훗...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인님."
그렇게 말한 루시아는 방 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침대 위로 다가가 리모컨과 비슷하게 생긴 마도구를 꺼냈다.
"이걸 이렇게 하면..."
우우웅─
루시아가 버튼을 누르자 벽이 올라가며 숨겨져 있던 방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루시아... 이건?"
내게 다가온 루시아가 웃으면서 설명했다.
"후후훗, 이 마도구로 조정하는 거예요. 번호 순서대로 방이 나오게 할 수도 있고. 주인님이 원하는 번호의 방만 열리게 할 수도 있어요. 아, 랜덤을 누르면 완전히 무작위로 나올게 할 수도 있고요."
이어서 뒤로 돌아선 루시아가 손뼉을 한 번 치고는 여성진에게 말했다.
"그럼 각자 마음에 드는 방을 하나씩 고르세요. 일 번 방을 제외하고요."
"흐음~? 일 번 방은 왜 제외인데..?"
"제방이거든요. 이미 짐도 가져다 놨어요."
루시아의 자연스러운 대답에 다들 방을 고르려던 순간 비앙카가 소리쳤다.
"잠깐...! 잠깐 기다려봐!"
"갑자기 왜 그러시죠?"
"... 방이 무작위로 나오는 거 확실해?"
"당연하죠. 설마 비앙카... 절 못 믿는 건가요?"
"못 믿지 내가 어떻게 믿어!"
고개를 휙 돌린 비앙카가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비비안!"
"... 네, 언니."
"조사해!"
그 말에 비비안은 눈을 감고 방안에 마력을 퍼트렸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뜬 비비안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 일번 방이 다른 방보다 당첨될 확률이 두 배 정도 높은 거 같아요..."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게 어떻게 된 건데!"
비앙카가 작은 가슴을 들이밀며 따지고 들자 루시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 착오가 있었나 보네요."
"착오는 무슨!! 대놓고 노리고 만들었으면서!"
제법 긴 다툼이 이어지고 루시아는 어쩔 수 없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일 번 방은 사용금지로 하도록 하죠."
"당연히 그래야지!"
잠깐의 소동이 끝나고, 각자 방을 골라 들어가자 올라갔던 벽이 내려가더니 나만 혼자 남게 되었다.
'... 확실히 편하기는 하네.'
버튼 하나로 마음대로 골라 먹는다고 생각하니 무슨 왕이라도 된 느낌이었다.
솔직히 다 같이 상대하면 좋겠지만 내가 강해지는 만큼 여성진의 밤 기술도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1대 3 정도까지는 별문제가 없지만...
그 이상이 되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좀 힘들다.
'오늘은 어쩌지...'
마차를 타고 오느라 정력은 가득 차 있었지만 당장 내일 출발하는 입장에서 전부 상대하는 건 힘들다.
그렇다고 누구 한 명을 지목해서 부르면 서운해 할테니....
'역시 랜덤인가.'
애초에 루시아도 이런 상황을 생각해서 랜덤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우웅─
버튼을 누르자 작은 소리와 함께 벽이 하나 올라가고....
"비앙카."
"뭐야... 내가 나와서 불만이야?"
"그럴 리가요. 최고인데요."
"그거 내가 제일 좋다는 뜻이야? 다른 애들한테 말해도 돼?"
"다들 최고죠."
"쯧... ."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찬 비앙카는 앉아서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렇게 잠시 체온을 느끼고 있자, 비앙카가 입을 열었다.
"야."
"네, 비앙카."
"... 비비안 방도 열어줄 수 있어?"
열어주는 거야 문제가 안 되지만 혼자서 하고 싶을 줄 알았는데 역시 언니라 동생을 챙기는 걸까.
"... 들어가기 전에 약속했단 말이야. 누가 걸리든 너한테 부탁은 해보기로."
설마 그 짧은 사이에 이런 계약을 맺었을 줄이야.
이 방법을 사용하면 당첨확률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못하는 방법이니 조금 치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뭐, 자매버프라고 생각하자.
"당연히 열어드릴게요."
우웅─
"어... 언니. 진짜 부탁하셨네요?"
"그럼, 내가 거짓말이라도 할 줄 알았어?"
"그... 그건 아니지만."
비비안의 표정을 보니 무조건 부탁 안 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흥! 됐어. 그보다 가져왔지?"
"네.. 네... 여기"
비앙카의 말에 비비안이 거대한 가슴 사이에서 황금색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야... 잘 봐."
나를 향해 병을 흔든 비앙카는 병 안에 담긴 호박색 액체를 반 정도 마시고는 나머진 반을 비비안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쪼옵... 쪼옵..."
"... 쪼옥... 흡..."
"....?!"
갑작스럽게 비비안과 비앙카의 입술이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