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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256화 (256/354)

Chapter 256 - 선택은 강자의 권리 (1)

"하아... 하아... 흐아아..."

황실의 복도에서 비비안이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 어.... 언니... 흐아... 헤엑... 헤엑...."

주위에 듣는 사람이 없다는 게 다행일 정도로 야릇한 목소리.

그러나 비비안은 딱히 성적인 이유로 이런 소리를 내는 게 아니었다.

".. 흐에... 조... 조금만... 처... 천천히..."

성문에서부터 빠르게 달려가는 비앙카를 쫓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소리가 흘러나온 것.

끼이익─

비비안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비앙카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미안, 내가 너무 서둘렀...."

그리고 신의 기적을 목도한 성직자처럼 비앙카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저, 저, 저.... 저게 뭐야!!'

비앙카는 도무지 저걸 현실이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출렁- 출렁-

분명 양팔로 가슴을 감싸고 있음에도 비비안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가슴.

100cm가 넘어버린 비비안의 거유... 아니, 폭유로는 저런 식으로 붙잡지 않고서는 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흐에... 흐아... 고... 고마... 워요.. 하아... 언니."

비앙카는 자기 가슴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

뭔가 잘못되었다.

분명 같은 핏줄인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도 되는 건가.

혹시 비비안이 내 가슴까지 전부 가져간 게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마저 든다.

'.... 왜 나만.'

사실 이유는 알고 있다.

고유 능력의 부작용 때문에 신체의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라는 걸.

하지만 이제는 생리도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다시 키도! 가슴도!! 다시 성장해야 하는 게 당연한 순리여야 할 텐데! 세상은 어째서 이토록 잔혹하단 말인가!

"하아... 이 정도면 다시 움직여도 괜찮을 것 같아요."

휴식을 끝낸 비비안이 다시 몸을 일으키는 순간.

찍─

드레스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리더니.

"... 어?"

지지지찍-!

비비안의 폭유를 견디지 못한 것인지 가슴 부위가 드레스가 터져나갔다.

"...."

"... 어... 언니..!!.. 어... 어떻게하죠... 가... 가슴이... 더... 커졌나봐요."

악의가 담겨있지 않은 비비안의 말이 비앙카의 심장을 난도질했다.

"가... 가게에서 가장 가슴 부분이 큰 드레스를 가져온 건데... 여기서.. 더.. 커지면 어쩌죠..."

"내가 어떻게 알아!! 빨리 따라오기나 해!"

빽 하고 소리를 지른 비앙카가 아까보다는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 어... 언니!... 같이가요...!"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비비안의 목소리에 비앙카가 이를 갈았다.

'...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마차를 탄 이후로 마음에 드는 일이 하나도 없다.

황성에 도착한 직후, 리아나는 자연스럽게 마차에서 내려서 신분 검사 따위는 받지도 않고 황성안으로 들어갔다.

뭐, 애초에 황녀에게는 단체행동을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까 상관없지만...

설마 릴리스도 우리를 배신하고 먼저 들어갈 줄이야!

'... 이게 전부 유진 그 개새끼 때문이야!! 그 새끼만 같이 있었어도!!'

비앙카의 분노가 애꿎은 유진을 향했다.

-베아트리스? 아, 우르엘라의 기수 가문 분들군요. 확인했습니다.

-기수... 가문?

-네, 뭐가 잘못됐나요?

병사의 말에 비앙카가 주먹을 꽉 쥐었다.

루시아의 기수 가문이라니!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아니라고 말했다가는 황성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맞아요.

-네, 확인했습니다. 우르엘라의 기수 가문분들은 저쪽 별궁으로 가시면 됩니다. 루시아 우르엘라님은 최상층에 머물고 계시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그렇게 병사가 말한 별궁에 가니 별궁 하나가 전부 우르엘라와 그 아래 가문이 사용하게 되어있었다.

'... 그래서 어쩌라고!'

황실에서 별궁을 배정해줄 정도로 우르엘라의 위세가 대단하다는 건 알겠다.

'우르엘라 가문의 여자는 보지가 두 갠가?'

하지만 이건 가문 대 가문의 대결이 아닌 여자 대 여자의 대결이다.

어느덧 별궁 최상층에 있는 루시아의 방 앞에 도착한 비앙카가 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계십니니까! 루.시. 아 우.르.엘.라.님!!!"

한참 동안 문을 때려 부술 기세로 노크하자 문이 살짝 열렸다.

"... 왔네요."

피로로 초췌해진 눈과 반대로 정기를 쏙 빨아먹었는지 평상시보다 더욱 매끈해진 흰 피부와 머리카락.

"... 하."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리니 가슴 이곳저곳에 남은 키스 마크와 아직도 후들거리는 다리가 보였다.

유진이랑 얼마나 해댔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면 어쩌자고 그 꼴로 나오네?"

"... 어차피 여기에는 저희 말고 아무도 없어요."

"... 쯧."

루시아의 말에 비앙카가 짧게 혀를 찼다.

어쩐지 별궁에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더라.

루시아가 사람들을 내쫓은 이유야 뻔하다.

'... 유진이랑 붙어먹으려고!'

부글부글 끓는 분노를 어떻게 터트릴까 고민하던 사이 루시아가 작게 말했다.

"... 미안해요. 욕심부렸어요."

"무... 뭔데?"

순수하게 사과하는 루시아를 보자 오히려 경계를 하게 된다.

"... 이번이 확실해졌거든요."

"그러니까 뭐가!"

"주인님은...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된다는 걸요."

"읏...! 너... 너..."

루시아의 노골적인 표현에 얼굴이 새빨개진 비앙카가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지만.

"저기 비비안도 온 모양이네요."

때마침 헉헉거리며 뛰어온 비비안이 보였다.

"... 하아... 하아... 하아... 어... 언니... 흐에..... 루... 루시아님... 흐아..."

비비안의 옷차림을 확인한 루시아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 비비안. 옷이 왜 그렇죠?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흐아... 하... 죄.. 죄송해요... 루시아님.... 가... 가슴.. 때문에.... 찢어져서."

루시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이마를 붙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 하아. 일단 저쪽 복도 끝에 드레스룸이 있으니 가서 갈아입으세요."

".... 가... 감사... 합니다..."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슬쩍 루시아의 가슴을 쳐다보는 비비안.

루시아의 옷이라면 가슴이 맞지 않을 테니 걱정하는 것 같았다.

루시아의 가슴도 상당한 크기였지만, 비비안은 그걸 한참 초월한 수준이었으니까.

"... 당신 전용으로 맞춰놓은 옷이니까. 사이즈는 걱정하지 말고요."

"아.. 아.. 가... 감사합니다."

비비안이 고개를 숙이자 루시아는 비앙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비앙카. 당신 것도 있으니 가서 갈아입으세요."

"나는 왜?"

비앙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비안이야 옷이 찢어졌으니 그렇다 쳐도 자기는 왜 갈아입으라는 건가.

"즉위식에는 즉위식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죠. 어차피 드레스는 따로 안 가져왔을 거 아니에요? 미리 입어보고 오세요."

"나? 이거 입고 갈 건데?"

비앙카가 입고 있는 드레스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하자 루시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 설마 그런 촌스러운 옷으로 즉위식에 나올 생각이라고요? 주인님에게 폐를 끼치기 싫으면 얌전히 갈아입으세요."

"초... 초.. 촌스러워?!... 야! 이게 얼마짜리 인줄...."

말을 쏟아내려던 비앙카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빌어먹을 우르엘라...!'

지금 몸에 걸치고 있는 걸 싹 가져다 팔아도 루시아가 입고 있는 잠옷의 허리끈 반쪽도 못살 것이다.

그러자 루시아가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얼마짜리...? 계속 말씀하시죠?"

"됐어!! 그보다 유진이는 어디 있어!"

"... 주인님도 옷을 갈아입는 중이에요. 주인님이야 뭘 입던 다 잘 어울리지만, 계획대로라면 좀 다른 분위기의 옷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루시아의 대답에 비앙카가 살짝 들뜬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이도 옷을 갈아입고 있다고?"

"하암... 네, 아래층 왼쪽 복도에서 꺾어지면 사용인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저는 아직 더 자야겠으니까."

쿵, 그걸로 대화는 끝이라는 듯 루시아가 문을 닫았다.

"이... 쌍년이..."

문을 한 번 걷어차 줄까 하는 걸 간신히 참아냈다.

저벅─

루시아의 말대로 복도를 돌자마자 사람 한 명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사용인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베아트리스 가문의 비비안님과 비앙카양님 맞으시죠?"

"... 그래."

"네, 맞아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사용인이 열어주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와..."

"우와...."

베아트리스 자매가 동시에 감탄을 터트렸다.

무슨 대형 옷가게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드레스룸이었다.

물론 유진과 루시아의 옷이 드레스룸 내부 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나머지 30%에 있는 비비안과 비앙카의 옷만 해도 평생 산 옷보다 많을 것 같았다.

"루시아님이 두 분을 준비해두신 옷들입니다. 마음에 드시는 것을 고르시면 됩니다. 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응..."

"넷...!... 가.. 감사합니다."

사용인이 나가며 문이 닫히자 그때야 비앙카는 옷에 팔려있던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아! 유진 칼리오페 이 개새끼야!! 어디 있어!"

"... 유... 유진님..."

대답은 등 뒤에 있던 거울에서 들렸다.

"비비안, 비앙카?"

아무래도 거울 뒤에 따로 탈의실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래! 이 개새끼야! 나 버리고 루시아랑 둘이서 가니까 좋았냐! 왜! 그냥 걔랑 둘이 살지 그래!"

"아니.. 그런게 아니라. 자... 잠시만 기다려요. 옷 갈아입고 있으니까 곧 나갈게요."

"됐어! 꼴도 보기 싫으니까! 평생 그 안에 처박혀있어!"

비앙카가 등을 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탈의실의 문이 열린듯했다.

"어서와요.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죠? 저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말 할 틈이 없었어요."

"괘... 괜찮아요.!!.. 그... 근데... 유... 유진님... 지... 진짜...!!.. 너... 너무... 잘.. 어울려요!!"

"그런가? 좀 과하지 않나?"

"으으음!!.. 저... 절대... 아... 아니에요! 진짜... 너.. 너무... 멋있어요...!!"

비비안답지 않게 호들갑을 떠는 소리를 듣자 비앙카도 유진의 모습이 엄청나게 궁금해진다.

'... 그... 그래도 안 볼 거야!!'

지금은 화났다는 걸 표현하는 게 먼저다.

저 새끼의 얼굴을 보는 순간 화가 풀어지던 게 한두 번인가.

물론 연애에서는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진다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다.

"... 비앙카 눈 좀 떠봐요."

어느덧 비앙카의 앞으로 다가온 유진이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싫어! 안 떠! 안 봐!"

"... 제가 미안해요."

"지금은 네 얼굴 보기 싫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슬쩍 실눈을 떠 유진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쿠웅-

비앙카는 자신도 모르게 눈앞에 있던 유진을 밀쳐버리고 말았다.

"... 으윽... 비... 앙카?"

"언니...!! 유진님한테 무슨 짓이에요!"

"... 어...?"

절대 이러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화가 난건 사실이지만 절대 유진을 다치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너... 너무 잘생겼잖아!! 미친 새끼 아니야!!'

기름을 발라 넘긴 올백 머리에, 셔츠까지 검은색으로 맞춘 정장과 두꺼운 반지들.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 스타일로 옷은 입은 비앙카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했고.

그런 유진을 덮칠 뻔한 걸 겨우 억누른 결과가 지금의 밀쳐내기가 된 것이다.

"언니! 당장 사과하세요. .. 아무리 그래도 폭력이라뇨!"

잔뜩 화가 난 비비안의 모습에 비앙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미...."

이유야 어쨌든 상황만 보면 사과하는 게 맞는 상황이다.

".... 미... 미.."

풀려있는 단추 사이로 보이는 쇄골,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 보이는 힘줄, 툭 튀어나온 목젖, 눈동자와 똑같이 새까만 셔츠까지.

"미친놈아 네가 잘못했잖아!!"

그렇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잘못이 없다.

전부 유진 칼리오페 저 새끼가 나쁜 거다.

저런 음란한 몸으로 무방비하게 다가온 게 잘못이다.

"이... 이런 야한 모습으로 있으면!! 따.. 따먹어달라는 거지!!"

".. 비앙카? 지금 뭐 하는...!"

"입 닥쳐!"

쪼오옵─

비앙카가 유진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거칠게 입을 맞췄다.

"하아... 하아..."

"비... 비앙카...?"

그렇게 숨이 벅찰 때까지 유진의 입안을 탐한 비앙카가 손등으로 입술을 쓱 문질러 닦으며 말했다.

"네.. 네가... 나쁜거니까!! 네가 유혹한 거니까!!"

완전히 눈이 뒤집힌 비앙카가 유진의 바지를 끌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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