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246화 (246/354)

Chapter 246 - 더는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3)

"... 그... 그런데 유진님은 어디가세요?"

비비안은 그렇게 질문을 던지며 유진에게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왔다.

꾸욱-

동시에 비비안의 가슴 사이로 유진의 두꺼운 팔뚝을 통째로 집어삼켜졌다.

"... 혹시... 특별한... 예정이.. 없으시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진한 교태가 담긴 비비안의 목소리가 유진의 귓가에 파고든다.

"... 저랑 같이... 제 방에... 쉬러... 가실래요?"

비비안이 라일락색의 머리카락을 귓가로 쓸어넘기자 잔털 하나 없는 목덜미가 환하게 드러났다.

평상시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적극적인 비비안의 대쉬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 갑작스러운 로레오스의 등장으로 유진과의 약속이 깨져버린 그 날.

'흐윽... 흑.. 하아.... 왜... 나만... 흐읏.. 유... 유진님... 끄흑... 흑..'

비비안은 방에 혼자 틀어박혀 울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자위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유진을 독점할 수 있는 귀중한 하룻밤을 날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위는 어디까지나 자위일 뿐, 유진과의 섹스와는 비교할 수 없다.

급한 불은 껐어도 비비안의 가슴속에는 해소되지 못한 성욕이 잔뜩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섹스섹스섹스유진님이랑섹스유진님이랑섹스...'

뇌까지 애액이 가득 찬 비비안이 기대에 찬 눈으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아, 미안, 비비안 지금은 약속이 있어서."

그러나 유진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거절의 말.

그 순간 현실로 돌아온 비비안이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마구 저었다.

"... 아... 아니에요... 바... 바쁘실텐데... 괜히... 붙잡아서.. 죄.. 죄송해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는데 뭐가 죄송해. 아, 리아나가 기다리겠네. 슬슬 가봐야겠다."

"... 리아나라면.... 황녀 전하요?"

리아나의 이름을 듣는 순간 비비안 동공에서 빛이 꺼졌다.

"어, 잠깐 볼일이 있어서."

"...."

천 번 양보해서, 그날 양호실에서 정정당당한 경쟁을 약속했던 여성진을 만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 안돼요.'

그러나 리아나 루멘하르크는 안된다.

뒤늦게 끼어든 주제, 은근슬쩍 자기가 정실인 척을 하는 그 여자에게 유진을 양보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주먹을 굳게 움켜쥔 비비안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자리...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

똑똑─

내가 리아나의 방문에 노크하는 사이, 옆에서는 비비안이 깍지낀 손을 꼼지락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 하아.'

갑자기 한숨이 흘러나온다.

같이 가도 되냐는 비비안의 말에 상당히 고민했지만, 어차피 멜피사에 대해서도 모두에게 소개할 예정이었으니 미리 인사시킬 겸 데려왔다.

'... 그리고 왠지 거절하면 안 될 분위기였으니까.'

나를 빤히 바라보던 비비안의 초점 없는 눈동자를 떠올리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여성진들이 살벌해졌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문이 벌컥 열리며 리아나가 튀어나왔다.

"어세오세요~ 주인님♪"

알몸에 에이프런만 걸친 채.

"식사부터 하실래요? 목욕부터 하실래요?... 아니면..."

거기까지 말한 리아나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내 가슴에 대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속삭였다.

"... 나부터?"

조금 당황하기는 했어도, 첫 만남부터 알몸 도게자를 하던 루시아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선 일부터 할게요."

"에에, 반칙! 그건 선택지에 없잖아~"

"그럼 넣어놓지 그랬어요."

칭얼거리는 리아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 이윽고 비비안이 인사를 하며 따라 들어왔다.

"시... 실례합니다."

"헤에... 유진이가 나를 만나러 오면서 여자를 데리고 왔네?"

"... 아... 안녕하세요... 황녀 전하..."

"유진아. 이건 리아나 포인트 ?100점짜리인데?"

정확히 말하면 리아나를 만나러 온 게 아니라 리아나와 같이 있을 멜피사를 만나러 온 거지만 말해봤자 본전도 못 건질 걸 알기에 닥치고 있었다.

"...."

잠시 비비안을 흝어보던 리아나가 웃으며 말했다.

"응응! 비비안 오랜만! 여전히 대단한 가슴이네. 더 커진 거 아니야?"

"감... 감사합니다..."

"에이! 감사하기는~ 그런데 가슴이 크면 멍청하다는 말이 사실인가 봐! 남자가 다른 여자의 방에 가는데 눈치도 없이 끼어들고 말이야!"

"리아..."

방긋 웃으며 독설을 날리는 리아나의 모습에 내가 끼어들려던 찰나.

"... 화... 황녀 전하도 만만치 않은 가슴인데요. 조금만 더 크면 저랑 비슷하겠어요."

비비안의 반격이 들어왔다.

"헤에... 비비안, 지금 나보고 멍청하다고 한 거야?"

"그... 그런건 아니지만.... 지금... 옷차림을 보면... 아닌 것도 아닌 것 같기는 해요..."

"아하핫♪ 재미있네... 어디서 촌구석 가문 출신답게 황가에 대한 예의는 배우지도 못했나 봐?"

"... 죄... 죄송합니다... 그... 그런데... 그런.. 천박한... 옷차림으로... 남자를... 마주하는... 건... 황실에서... 가르친 건가요? 저희 가문에서는 배운 적이 없어서요..."

나는 신경전을 펼치는 리아나와 비비안을 보며 작은 종을 흔들었다.

딸랑ㅡ

"흐아아아아아앙─!! ♥"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리아나는 막 태어난 새끼사슴처럼 다리를 파들파들 떨며 신음을 흘렸다.

"음, 리아나. 약속 잘 지키고 계시네요."

"흐아아앗..! ♥... 하윽...!... 유... 유진앗...!!.. ♥자.. 잠깐... 흐읏...!! ♥♥"

리아나의 첫 조교한 날.

내가 리아나를 절정 지옥에서 풀어주며 제안한 조건은 '24시간 내내 슬라임을 항문에 품고 있을 것'이었다.

딸랑─

"으끄으으읏...!! ♥♥"

지금처럼 종소리에 반응해 날뛰도록 교육되어있는 슬라임을 말이다.

"그러길래 왜 비비안한테 못된 말을 해요.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야죠."

"흐아... ♥.... 아... 아라써..!!...!!.. 사... 사이조케..! ♥... 지낼... ♥!!... 끄으읏!!.. 그.. 그러니까... 머... 멈춰... 져어어!!"

이래서 기억력이 너무 뛰어난 것도 문제다.

첫 조교가 너무나도 몸에 잘 새겨졌는지, 리아나는 항문을 조금만 괴롭혀줘도 감도 70배 때 느꼈던 절정을 되새기는 듯했다.

"끄으으읏!!. 아... 안데...!! ♥.... 유.. 유진아!!.. 머... 멈쳐져.. ♥♥.. 제... 제바아알.... ♥"

리아나가 등을 바닥에 기댄 채 쾌락을 견뎌 보지만.

'...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제멋대로 허리를 들썩거리며 흐느끼는 리아나의 모습을 보며 느긋하게 물었다.

"멜피사는 어디있어요? 그림자 안에 있나요?"

"흐에.. ♥헤에... 헤... ♥아, , , 아니요, , , 저.... 저기... 방안엣..!!.. 흐아... ♥... 이... 이써여.. ♥"

스위치가 들어갔는지 어느새 리아나의 말투가 존댓말로 변했다.

"그럼, 전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하고 올게요."

"자... 잠깐만여.. ♥.. 하아... ♥., .. 이.. 이건... ♥읏...!! ♥어... 언제... 머.. 머쳐주시는.. 끄으극...!! ♥"

리아나의 말에 나는 비비안에게 종을 건네주며 말했다.

"비비안, 리아나가 충분히 반성한 거 같으면 종을 두 번 흔들어줘."

"네. 유진님. 제가 확실히 지켜보고 있을게요."

"흐아..! ♥그... 그런게..!!.. 흐윽..!! ♥어디... 이써♥! 바... 반썽해써..!! ♥"

절정 하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견디는 리아나의 모습을 보며 비비안이 입꼬리를 올렸다.

"... 황녀 전하도 벗겨놓으니 다를 것 없네요."

"끄으으으읏♥♥!!"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있는 멜피사가 보였다.

"...."

어딘가 초췌해 보이는 멜피사의 모습에 최대한 소리 없이 침대로 다가갔지만, 인기척을 눈치챘는지 멜피사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 공... 자님?"

"잘 잤어요. 멜피사?"

쓴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자 멜피사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 읏...!! 죄... 죄송합니다. 고... 공자님을 침대에서 맞이하다니! 불초 멜피사 이 죄를 어떻게... 당장 할복이라도!!"

"됐으니까 진정하세요."

호들갑을 떠는 멜피사를 진정시키고 나서야 간신히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네, 공자님께서 알려주신 정보의 대가로 태자 전하께서는 북부에 대한 지원과 황녀 전하의 처벌에 관한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셨습니다."

"잘됐네요. 제법 과격한 조건이었는데 생각보다 순순히 받아들였네요. 전부 멜피사 덕분이에요."

"....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한 가지 더... 공자님께 전할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그러니까...."

입을 다물고 말을 고르는 멜피사는 마치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인형 같아 보였다.

"... 황제폐하께서 서거하셨습니다."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정보에 내가 눈을 크게 떴다.

'... 정사보다 빠른 퇴장이다.'

일반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북부에서 마물 침공이 시작될 무렵 황제가 서거하고 황태자가 황위를 계승한다.

'내전이 사라진 만큼 병사들의 사기에도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좀 아쉽네.'

이때 황태자의 황위 계승식은 계속되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제국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도 하기에 상당히 중요한 이벤트였다.

"고생했어요. 멜피사.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진행됐네요."

"... 아닙니다. 공자님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어서 기쁠 따름입니다. 바라시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래요 멜피사? 그럼 피곤할 텐데 미안하지만 한 가지만 더 명령해도 될까요?"

"무... 물론입니다! 이 불초 멜피사 공자님의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멜피사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한테 뭘 감추고 있는지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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