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화 〉 핑발핑두핑보 서큐버스 성녀님 (2)
* * *
“지루하구나.”
그렇게 말한 소녀는 먹고있던 과자 하나를 집어 던졌다.
─투욱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과자는 정확하게 로레오스의 이마를 맞추고 떨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로레오스를 맞추다니...
학생들이 봤으면 입에 게거품을 물만 한 장면이었지만 의외로 로레오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주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고 묻고 있는 거다? 벌써 본녀가 이 지루한 곳에 온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그동안 한 것이라고는 과자를 까먹는 것뿐이고! 본녀가 과자나 먹으러 그 먼 아스란 제국에서 루멘하르크까지 온 줄 아느냐!”
“그래도 이곳의 과자가 제법 마음에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더 문제다! 어쩜 이렇게 맛있느냐! 하루종일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이러다 본녀가 살이라도 찌면 책임 질 것이냐!”
짜증서린 말투로 과자를 노려보던 소녀는 이내 한웅큼 쥐어서 입안에 밀어 넣었다.
“제가 돌아온 걸 확인했으니 곧 만나러 올 것입니다.”
“하, 잘도 그러겠구나. 스승이 왔는데 그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는단 말이냐? 쯧쯧, 이래서 젊은것들은 안된다. 나 때는 말이야 스승님이 오면 똥을 싸다가도 뛰쳐나가서 인사를 드렸는데 말이야.”
그 말에 로레오스는 찬찬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 아이의 스승이 아니라 교수일 뿐입니다. 스승이 되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하기에 베를리오즈님을 여기까지 모시고 온 거 아니겠습니다.”
베를리오즈는 남은 과자를 입안에 탈탈 털어 넣었다.
“아직 제자로 삼는다고는 안 했다. 쩌업... 그건 그렇고 다 먹었구나.”
“하나 더 드립니까?”
“되었다. 그보다...”
그 순간 로레오스를 훑는 베를리오즈의 동공이 갑작스럽게 마치 파충류의 것처럼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네놈은 육신이 늙고 쇠하긴 했어도 본녀가 본 인간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만한 재능을 지녔다. 그런 네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재능이라고?”
“그렇습니다. 유진 그 아이 재능은....”
비가 쏟아지던 그날.
로레오스는 유진의 가능성을 보았다.
“베를리오즈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마법 그 자체의 한계를 넘는.
평범한 마법사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그 가능성을.
“흥, 실망은 이미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스승을...”
“스승이 아니라 교수...”
“아! 자꾸 말꼬리 잡지 말거라! 네놈 말대로 교수! 이러면 만족하느냐!”
베를리오즈가 인상을 찌푸리자 로레오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쯧, 교수든 스승이든 자신을 위해 몇 개월이나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던 사람이 오면 얼굴이라도 비춰야 하는 거 아니냐? 아니면 루멘하르크 제국의 예의는 원래 이런 것이냐?”
베를리오즈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로레오스가 입을 열었다.
“폭동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뒤처리를 하느라 바쁜 거겠죠.”
“그걸 왜 그 아이가 하고 있느냐? 설령 네놈 말대로 재능을 타고 났어도 그 아이는 학생 아니냐? 카르네아는 한낱 학생에게 뒤처리를 시키는 모양이구나. 이런 망할 곳 같으니. 쯔쯔쯧.”
“.....”
베를리오즈의 날카로운 비판.
로레오스가 반박할 말을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그녀의 말대로 학생들의 손을 빌려야 할 단계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났기 때문이다.
“괜히 고민하지 마라. 어차피 할 말도 없지 않으냐?”
“네, 안 하겠습니다.”
“하지 말란다고 안 하느냐? 이 재미없는 놈. 그렇게 살다가는 평생 결혼도 못 하고 죽을 거다. 아니, 애초에 여자 경험이 있기는....아!”
로레오스를 신나게 까대던 베를리오즈가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손뼉을 쳤다.
“혹시 그 유진이라는 아이 뒷처리가 아니라 계집질 따위에 빠진거 아니냐? 그 나이 때 사내라면 전투 후에 계집질에 빠지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지.”
“그건 아닐 겁...”
반사적으로 대답하려던 로레오스의 머리에 유독 비비안을 챙기던 유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설마하고 생각하지만...
카르네아에 돌아오고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유독 유진이 여자와 함께 있었다는 목격담이 많았다.
“...그러지 않을 겁니다.”
“만일 그렇다면?”
로레오스의 침묵이 재미있다는 듯 악마 같은 미소를 띄운채 묻는 베를리오즈.
짧은 한숨을 내뱉은 로레오스가 입을 열었다.
“...정신상태를 다시 세워야겠죠. 특훈으로.”
***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름이 끼쳤다.
‘뭐지..?’
마치 잠자던 사자의 코털을 한 움큼 뽑아버린 듯한 기분은.
“...신도님? 괜찮으신가요?”
핑크 다이아를 그대로 박아넣어도 이것보다는 덜 아름다울 분홍빛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는 릴리스.
나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괜찮아요. 잠깐 한기가 들어서.”
“어머. 그거 큰일이네요. 혹시 모르니 안에 들어가서 가벼운 축복이라도 내려드릴게요.”
“축복보다는 릴리스가 뭐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게 도움이 될...”
“자자, 신도님. 이쪽으로 오세요.”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팔을 잡아끄는 릴리스.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릴리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자, 놀랍게도 그곳에는 작은 고해소가 있었다.
“저건..?”
“보시다시피 고해소에요. 신경 쓰이시나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릴리스를 보자, 자꾸 1회차의 릴리스와 겹쳐 보인다.
“아뇨, 별로 신경 쓰이지는...”
“그럼 축복을 받기 전에 먼저 죄를 고백하도록 하죠! 안에 들어가 계시면 고해를 들어주실 분이 오실 거에요!”
이번에도 역시 강제적으로 나를 고해소 안에 밀어 넣는 릴리스.
릴리스의 컨셉은 말을 듣지 않는 수녀님인가 싶어 고민하고 있자, 반대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매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흐,흠... 고해소에서는 어떤 죄를 털어놓더라도 괜찮습니다. 주저 없이 말해주세요.”
“....”
갑작스럽게 릴리스에게 죄를 털어놓으라고 해도 털어놓을 만한 죄가 생각나지 않는다.
침묵이 길어지자 벽 너머로 허둥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저정말 어떤 죄라도 상관 없답니다! 저..릴리...스가 아니라! 예를 들어 분홍색 머리의 귀엽고 아름다운 신도를 보고 발정했다는 죄도 사...상관없어요!”
릴리스의 말을 듣고 나자 이제 슬슬 이해가 간다.
‘...그런 컨셉이었네.’
코끝을 스치는 희미하지만 달콤한 미약의 냄새.
그리고 어째서인지 정확하게 내 고간 높이에 뚫려 있는 구멍.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성녀라 불리는 릴리스가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 여신교의 흉내를 내는 중이라고는.
‘....이걸 직접 만들었다는 거지.’
고간에 구멍 뚫린 고해소를 누군가를 시켜서 만들 리는 없으니, 릴리스가 직접 만들었다는 건데...
이 플레이를 위해서 직접 고해소를 지었을 릴리스의 모습을 상상하자 마치 아기 흉내를 내던 아이리스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음마족 아니랄까봐..’
하는 짓마저 비슷한 두 명의 핑발 듀오다.
짧게 한숨을 내쉰 내가 말했다.
“비밀 보장은 확실한거죠?”
“네! 확실합니다!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요!”
“...그럼, 고하고 싶은 죄가 있습니다.”
“조...좋아요! 말씀하세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는 릴리스.
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조금 전까지 잔뜩 섹스하고 온 터라 당장 방에 돌아가서 쉬고 싶은데도 불과하고 억지로 이곳에 왔습니다.”
“....아...그..그...렇군요.”
릴리스가 예상대로 당황했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또 있습니다. 사실 저는 분홍 머리 수녀님이 아름답거나 귀엽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거짓으로 칭찬했습니다.”
“.....”
벽 너머로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 릴리스의 얼굴을 떠올리자 멋대로 웃음이 튀어나온다.
그때...
“훌쩍....흑...”
“....?”
약간 심했나 싶었지만 설마 울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당황한 나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거짓말입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여기 들어오기 전에 본 분홍머리 신도님을 보고 성적 욕망을 품어버렸습니다. 평소에도 엄청 귀엽고 아름답다고 생각했고요.”
“훌쩍...지...진짜인가요...?”
“진짜입니다.”
“흑....고...고해소에서는...거짓말을...하면..안됩니다....즈...증거를 보여주세요.”
“증거요?”
“흐윽...네...남성분들은...성적흥분...훌쩍...했을때 발기를...한다고 들었습니다....거기 뚫린...구멍안으로...발기한...자지를...밀어 넣어주세요.”
“....”
조금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울고 있는 릴리스를 상대로 따질 수도 없는 노릇.
나는 얌전히 바지를 내려 자지를 구멍에 밀어 넣었다.
“....꼴깍.”
착각인지 자지를 본 릴리스의 침 삼키는 소리마저 들린다.
“저...정말이군요. 거짓말이 아녔습니다.”
“그럼 증거를 보여줬으니 빼도 될까요?”
“안됩니다!!”
자지를 살짝 빼자 갑작스럽게 자지를 움켜쥐며 소리치는 릴리스.
“읏..! 아픕니다. 릴리...가 아니라 익명의 누군가님.”
이내,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듯 릴리스가 작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이....막대에...사악한...기운이...가득...차있으니...정...정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평상시의 릴리스라면 막힘 없이 내뱉었을 대사도 성스러운 곳에서 수녀복을 입은 채 말하다 보니 부끄러운 것 같았다.
“그런가요?”
“그..그렇습니다. 그럼 정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자지를 구멍에 밀어 넣고만 있으니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흥분이 몸을 감싼다.
그리고 잠시 후...
“...쪼옥♥”
릴리스의 부드러운 입술이 귀두 끝에 닿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