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216화 (216/354)

〈 216화 〉 리아나 루멘하르크 (6)

* * *

트리스탄의 집에서 나온 뒤 한참을 달려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늦지 않았다.’

이 장소를 반드시 확보해야 했기에 서두른 보람이 있다.

이 길은 양옆은 벽으로 막혀있고 뒤쪽으로 돌아오기에는 거리가 상당하다.

결국, 정면에만 집중하면 되니 혼자서 다수를 상대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페드로가 이곳을 지나기를 기다리면 된다.

나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유진 칼리오페]

[직업 : 고유능력자]

[칭호 : 영웅의 자질을 가진 자]

[능력치]

근력 32 > 35 민첩 32 > 36 체력 35 > 37

지력 31 > 35 마력 33 > 38 행운 45

[고유능력]

[염동력 (Rank C+ > B)]

­상급 마법과 비슷한 정도의 위력을 내는 수준입니다.

[특성]

[침대 위의 황제 (Rank A+)]

­더 이상 당신을 침대 위에서 이길 존재는 없습니다! 서큐버스의 여왕에게 키스를 받고도 살아남은 정력입니다! 어떤 여자라고 할지라도 한 번 당신을 맛보면 포로가 되어버릴 겁니다!

­이성과의 모든 행위에서 엄청난 보정이 들어갑니다!

­모든 성행위에 초월적인 보정이 들어갑니다!

­당신과 성행위를 하는 모든 대상은 민감도가 ‘500’%까지 상승합니다.

­이성의 성감대를 본능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계수의 축복 (Rank B+)]

­세계수의 축복으로 이루어진 묘목입니다. 잘 키워낸다면 뭔가 좋은 일 있을지도?

­모든 능력치가 적당히 상승합니다.

­회복능력이 상당히 상승합니다.

­세계수의 축복을 받습니다.

­냉기저항이 극도로 상승합니다.

­냉기계열의 친화력이 상당히 상승합니다.

[기어오는 공포 (Rank B)]

­기어오는 공포의 일부를 섭취했습니다.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상태지만 세계수의 씨앗에 의해 굴복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언제 다시 송곳니를 보이질 모르니까요.

­모든 능력치가 상당히 상승합니다.

­재생능력이 극도로 상승합니다.

­신체 변형이 가능합니다.

[조교사 (Rank EX)]

­주인님의 것은 주인님의 것 육변기의 것도 주인님의 것!

­일정 수준 이상 조교 된 히로인의 스킬(마법) ‘4 > 5’개를 최대 ‘77.2 > 89.2’%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의 개수와 위력은 히로인의 조교도에 따라 변화합니다.

▶조교사로 생성된 스킬

[바람─칼날 (하급 바람 원소 마법)] ­ [‘루시아’에게서 조교사로 생성됨, 위력 89.2%]

[베어라─바람—칼날 (중급 바람 원소 마법)] ­ [‘비비안’에게서 조교사로 생성됨, 위력 89.2%]

[그림자 (파볼리에 혈족 마법)] ­ [‘멜피사’에게서 조교사로 생성됨, 위력 89.2%]

[신체 강화 (Rank A)] ­ [‘비앙카’에게서 조교사로 생성됨, 위력 89.2%] [상승치 18]

[비어있음]

‘...약하다고 징징거릴 수도 없겠네.’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루시아, 비비안 같은 최상위권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누굴 상대해도 부족함을 느낄만한 능력치가 아니다.

‘되살아난 타락’을 토벌한 이후로도 꾸준히 성장한 덕분이다.

만일 상대가 페드로 혼자였다면 지금처럼 머리를 굴리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쓰러트릴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상대해야 하는 건 페드로만이 아니다.’

페드로 녀석이 이끄는 그룹 전부와 맞서야 한다.

게임이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다.

눈먼 칼에 찔려 죽을 수 있는 만큼, 아무리 능력치가 뛰어나더라도 다수를 상대하는 건 위험 부담이 따른다.

‘이것뿐만이 아니야...’

내게 불리한 조건은 몇 개나 더 있었다.

일단 나는 페드로를 죽여서는 안 된다.

설령 페드로가 나를 죽이려고 해서도 말이다.

현재 상황이야 어찌 됐든 리아나와 더불어 나는 평민파의 얼굴이다.

그런 내가 귀족파의 대표 주자인 페드로를 죽이게 된다면 끝장이다.

분명 폭동은 카르네아에서 끝나지 않고 제국 전체로 퍼져나가겠지.

‘...그리고 또 하나.’

전력을 쏟아서는 안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힘을 대부분 보존해야 했다.

솔직히 말해서 조교사의 힘으로 마력이 바닥날 때까지 마법을 난사한다면 페드로 일행을 별다른 문제 없이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내 목적은 페드로를 쓰러트리는 게 아니라 리아나를 막아서는 거니까.

여기서 전력을 쏟아부었다가 리아나를 상대할 힘이 없으면 그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겠지.

‘...결국, 나를 죽이려는 다수의 상위권 학생들을 전력을 내지 않은 채 제압해야 한다는 건가.’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난이도다.

당연하지만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게 몇 배 이상 어렵다.

특히 페드로 일행은 각 학년의 상위권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들에게 중급 이하의 마법은 날려봤자 통하지 않을 테니 마력 낭비에 불과하다.

결국, 상급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소린데 나는 어디까지나 고유능력자다.

마법은 훔쳐 쓰는 것에 불과했다.

내가 상급 마법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교만이다.

죽여야 하는 상대라면 몰라도 제압해야 하는 상대에게는 쓸 수 없다.

‘...결국, 시간을 끌어야 하나.’

치졸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트리스탄이 결계를 해석할 시간을 번다.

그리고 더는 상대하는 게 무리라고 생각될 때쯤 트리스탄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 선수교체를 한다.

물론, 이것도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힘을 아낀다는 걸 눈치채는 순간 페드로 일행은 단숨에 치고 들어올 테니까.

‘그러니 허세를 부린다.’

페드로 일행이 내게 대적하겠다는 생각도도망치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도록 완벽한 허세를 부려야만 했다.

**

“이건 폭동이 아니야. 우리 귀족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외침이지.”

페드로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치자, 그를 따르는 귀족들이 동조했다.

“처음부터 이래야 했다고! 우리 같은 푸른 피를 평민을 똑같이 취급하는 건 인간과 짐승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어!”

페드로를 포함해서 총 8명.

하나 같이 각 학년의 상위권에 있는 실력자이며 선민의식이 강한 녀석들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평민파 세력이 가장 만나서는 안 되는 놈들.

귀족 외의 인간들은 인간으로 보지 않으니 만일 평민파 쪽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더라도 불의의 사고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일단 본보기로 팔다리 하나 정도는 자르는...”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웃고 떠들던 이들이 한순간에 입을 다물었다.

“....”

골목길 한가운데에 눈을 감고 서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

페드로가 남자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이를 갈았다.

“유진... 칼리오페...!”

귀족으로 태어났으면서도 평민의 손을 들어준 배신자.

페드로의 입장에서는 그가 평민들보다 더욱 증오스러웠다.

저런 위선자가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평민들 따위가 집결 했을 리 없을 테니 말이다.

“...”

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페드로는 마치 루시아에게 협박당했을 때처럼 심장이 죄여 드는 걸 느꼈다.

‘말도 안 돼!’

경악한 페드로가 몸을 떨지 않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루시아가 이런 위압감을 뿜는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는 2학년의 수석이며 제국의 달이니까.

하지만 유진 칼리오페는 아니다.

최근 들어 1반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후계자 경쟁에서도 탈락한 열등생.

그것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유진이었다.

‘지금까지 실력을 숨겨 놓았다고...?’

페드로의 상식으로는 이해 할 수 없었다.

이런 힘이 있다면 후계 경쟁에서도 사용하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

그때, 유진이 입을 열었다.

“...규칙을 하나 정하지.”

“규칙?”

그 말을 듣는 순간 페드로의 머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유진의 실력이 예상보다 뛰어났지만, 수로는 아직 이쪽이 압도적으로 위다.

‘마법사라면 반드시 영창이 필요하다.’

하급 마법 정도라면 영창 없이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 정도 수준의 마법은 이쪽에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결국, 유진 칼리오페가 진심으로 싸우기 위해서는 영창이 필요하다는 뜻.

‘첫 공격에 한두 명이 쓰러지더라도 그 틈에 덮치면 그걸로 끝이...’

페드로의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찢어발겨라 ─ 바람 ─ 늑대 ─ 송곳니」

─콰아앙

찰나라고 해도 좋은 시간.

유진에게 마력이 모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쏘아진 상급 마법이 패거리 중 한 명 쓰러트렸다.

이제 남은 수는 일곱.

“...영창...생략..?”

조금 늦게 반응한 페드로가 경악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페드로와 그의 일행이 굳어있자 유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얌전히 있으면 죽이진 않으마.”

**

‘...통했나?’

혼자인 나를 보고도 멈춰선 걸 보면 허세가 통한 모양이다.

페드로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나는 위압감을 뿜지 못한다.

아직 그럴 만한 격을 갖추지 못했으니까.

다만 공기 중에 퍼트린 미약한 염동력으로 상대방의 신체를 직접 압박해 위압감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한 번 배운 건 요긴하게 써먹는군.’

아직 페드로가 내 힘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이때 더 몰아붙여야 한다.

“...규칙을 하나 정하지.”

“규칙?”

페드로가 반문 한 그때.

일행 중 페드로를 제외하고는 가장 실력이 있어 보이는 한 명이 반걸음 다가오는 게 보였다.

‘단숨에 끝낸다.’

나는 순간적으로 마력을 끌어 올리며 말했다.

「찢어발겨라 ─ 바람 ─ 늑대 ─ 송곳니」

상급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내 스킬창에는 상급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영창 하는 척 마력을 뿜어내며 그 속에 염동력을 숨겨 날렸다.

콰아앙─

B 랭크로 상승한 염동력이 단숨에 녀석을 날려버렸다.

나는 동시에 굳어있는 페드로 일행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얌전히 있으면 죽이진 않으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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