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화 〉 누가 더 허접 보지인지 승부하시죠 (5)
* * *
“...오나홀?”
갑작스러운 오나홀의 등장에 내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자 루시아는 기쁜 듯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네, 주인님! 오나홀이에요! 그것도 제 보지를 본떠서 만든 물건이고요! 주인님의 자지를 본 떠 만든 딜도와 세트랍니다!”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루시아와는 달리, 나로서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루시아의 보지를 본떠서 오나홀을 만들었다고?’
루시아가 만드는 성인용품은 기본적으로 트리스티아의 외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트리스티아는 성인용품점의 주인이다.
....그렇다면 지금 트리스티아의 상점에서는 루시아의 보지 모양 오나홀이 팔리고 있단 말인가?
“....”
기분이 더러웠다.
물론 내 자지를 본떠 만든 딜도와 내가 아무런 관계없는 것처럼 오나홀과 실제 루시아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걸 알지만...
생각할수록 기분이 점점 더 나빠진다.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루시아가 부드럽게 미소짓더니 살짝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후훗.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오직 주인님을 위해서 준비한 물건이에요. 아무리 장난감이라 해도... 제가 주인님 이외의 남자가 제 몸을 알게 할 리 없잖아요?”
그 한 마디에 더러워졌던 기분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마치 꼬리 아홉 달린 여우에게 홀린 듯한 느낌에 내가 한숨을 내쉬자.
“자, 그럼 2번째 대결 방식을 설명할게요. 두 번째는 승부는 ‘감각 연결 오나홀’을 견디는 겁니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루시아는 애교 가득했던 눈초리를 지우고 ‘가장 공평한 저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감각...연결..오나홀?”
“감각연결...!”
가르시아와 비비안의 반응이 엇갈린다.
마법에 무지한 가르시아는 감각 연결이 어떤 것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고.
비비안은 예전에 경험했던 ‘감각 공유 난교’를 떠올린 듯 몸을 흠칫 떨었다.
“네, 이제 제가 곧 두 분의 보지와 이 오나홀의 감각을 연동시킬 거에요.”
루시아는 오나홀을 꾸욱 누르자 반투명한 오나홀의 내부가 달라붙는 게 보였다.
“두 분의 보지가 오나홀과 연동되면 제가 오나홀로 주인님께 봉사할 거예요. 가르시아님과 비비안은 완벽히 똑같은 감각을 느끼니 어느 쪽이 허접 보지인지는 바로 알 수 있겠죠?”
“...잠깐만 기다리거라.”
어디선가 부채를 꺼낸 가르시아가 부채 끝으로 루시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나홀은 네 보지를 본떠 만든 물건이지. 심지어 감각도 연동되고...?”
“네, 맞아요.”
“그런 물건에 자지를 넣는다면 그건 이미 섹스가 아닌가?”
극단적으로 말해서 지금 승부가 벌어진 이유는 유진과의 섹스할 수 있는 권리를 놓고 싸우는 것.
만일 가르시아의 주장을 인정해버리면 루시아는 승부의 정당성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루시아는 이런 상황도 예상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하아... 가르시아님이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꺼낼 줄은 몰랐습니다. 가르시아님께서도 주인님의 자지를 본떠 만든 딜도를 사용하면서 그걸 섹스라 생각해 본 적은 없지 않습니까?”
“그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오나홀과 보지가 감각이 동기화되어 있다고! 감각이 연동되고, 심지어 질 내부를 똑같이 구현했다면 섹스와 다를 바..!”
“그렇다면 가르시아님은 딜도와 유진님의 감각이 공유되면 그것을 섹스라고 말할 수 있으십니까?”
“읏...!”
루시아의 반격이 가르시아가 뒷걸음질 쳤다.
당연히 그건 섹스가 아니다.
감각이 공유됐다 한들 어디까지나 장난감에 불과하니까.
진짜와 비교 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다.
사실 가르시아도 알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트집을 잡은 것이다.
“만일 그걸로 납득하신다면 앞으로 가르시아님은 진짜 대신 딜도로...”
“되었다. 알았으니 설명이나 계속해라.”
결국, 가르시아가 포기하며 부채를 접었다.
방긋 웃은 루시아가 설명을 이었다.
“네, 알았습니다. 규칙은 똑같습니다. 아무것도 할 필요 없고 그저 절정을 견디시면 됩니다. 여기서 절정의 기준은 질 내부의 경련이 초당...”
규칙을 설명하는 루시아를 보고 있자 두통이 올라온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루시아의 보지를 본 떠 만든 오나홀로 루시아가 대딸을 쳐주는데, 그 오나홀은 가르시아와 비비안과 감각이 연결되어 있다고?
“....”
나는 티 나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을 정리하면서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간다.
사실 이런 상황이 바로 이해 간다고 하면 그게 더 비정상이겠지.
“자, 그럼 규칙에 관한 질문이 있으신가요?”
설명을 끝낸 루시아가 잠시 기다리지만 아무런 질문도 들어오지 않는다.
루시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질문이 없으면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빨리 시작하거라.”
“저...저도 준비 완료에요.”
가르시아와 비비안의 말을 들은 루시아가 양손을 내뻗는다.
“가르시아님, 비비안. 제 손을 잡으세요. 지금부터 오나홀과 보지를 연동합니다.”
우우웅—
루시아의 손과 도전자의 손이 맞잡자 마나의 울림이 방안에 퍼지며, 가르시아와 비비안의 보지가 오나홀에 연동되었다.
“그럼 시합을 시작할게요.”
철저하게 냉정한 얼굴로 시합을 진행하던 루시아가 뒤로 도는 순간...
“...주인님. 루시아가 자지님께 봉사해도 될까여?”
무릎을 꿇고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동전을 뒤집는 것보다 빠르게 태도가 바뀌는 루시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시아는 자지에 미끈한 젤을 듬뿍 바르고 오나홀 입구에 귀두에 문질문질거렸다.
—쯔즉 —쯔즉
귀두가 비벼질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올라왔고, 동시에 야릇한 신음이 들렸다.
“...흐읏...읏..!루...루시아님....”
낯선 감각에 비비안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자위 횟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비비안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보지로 느끼는 감각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루시아님....’
이건 루시아님의 감각이었다.
루시아님의 보지로 유진님의 자지를 느낀다.
주인으로 모시는 두 사람의 감각을 동시에 느낀다는 생각에 비비안은 지금껏 없던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한편 비비안의 옆에선 가르시아가 다리를 마구 꼬아댄다.
“하아...하아..어..어서!...넣지않고...뭘하는...것이냐...!!”
가르시아의 외침에 루시아가 눈초리를 흘겼다.
“가르시아님.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그렇게 흥분하면 안 되죠.”
“흐읏...계...계속..넣을듯말듯!....입구에서만 가지고놀고 있으니 이러는것....!!"
가르시아가 불만을 제기하는 순간.
푸욱—!
루시아는 오나홀을 밀어 넣어 자지를 전부 집어삼키게 했다.
‘...따뜻하네.’
나는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차가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나홀은 진짜 루시아의 보지처럼 따뜻하게 조여왔다.
“...제 체온과 똑같이 맞춰놨어요. 어떠세요? 주인님. 루시아의 오나홀...기분 좋으세요?”
“나쁘지 않네...”
루시아의 오나홀은 눈을 감고 있다면, 루시아의 보지에 넣고 있는지 아니면 오나홀에 넣고 있는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거의 완벽히 보지를 구현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오나홀을 만끽하고 있는 사이.
“흐으으으으으으...!!!♥”
가르시아는 단숨에 끝까지 밀어닥치는 자지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어머나, 가르시아님. 넣어달라고 하길래 넣었더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끄흑...흑...♥가..갑자기....흐윽...너..넣으면...하아..♥하..끄읏...!”
절정을 견디기 위해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 가르시아가 다리를 꼬아댔다.
‘..끄흣...!읏..♥...하아...하아..♥...지...진...짜...들어온..것..같은...읏!!♥’
가르시아는 아랫배를 문지르며 유진을 올려다보았다.
식은땀이 흐른다.
아무리 감각을 따라 한다고 진짜에 필적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지금 보지 안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도저히 가짜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아...아들님의...자지가..확실해...♥’
유진에게 처음 미약을 먹여졌을 때.
가르시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의 행복을 느꼈다.
인생의 절반을 되찾은 듯 그 황홀한 감각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아,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번 승부에서 상대를 방해하는 건 금지입니다. ...뭐 그럴 여유도 없겠지만요.”
웃으며 말하는 루시아의 엉덩이에서 꼬리가 살랑거리는 듯했다.
설명만 들어서는 성감대 직전에서 멈추는 첫 번째 승부보다는, 두 번째 승부가 더 쉬워 보이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움직이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던 첫 번째 승부와는 달리 이번에는 루시아가 직접 오나홀을 움직일 테니까.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자위와 달리, 루시아는 도전자들이 어떤 감각을 느끼는지 모른다.
...쾌락에 미치더라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가르시아의 눈에 미약한 공포가 깃든다.
“자...잠시...만...! 기다려...으흣...♥”
가르시아가 떨리는 손으로 손을 뻗지만, 루시아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오나홀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주인님... 이제 움직여도 괜찮을까요?”
“...마음대로 해라.”
나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비비안과 가르시아의 음란한 모습을 보며 가만히 있는 건 나로서도 안달이 났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봉사할께요.”
찔꺽—!
루시아의 손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