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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99화 (199/354)

〈 199화 〉 누가 더 허접 보지인지 승부하시죠 (2)

* * *

“누가 더 허접 보지인지 승부하시죠.”

루시아의 입에서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문장이 튀어나왔다.

허접보지를 가리는 승부라니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과연 누가 이런 승부를 받아들일까 싶었지만.

“좋아요! 그쪽 보지가 허접한지, 제 보지가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거에요!”

...나의 누이 레이카가 받아들였다.

“기세 하나만큼은 봐줄 만하네요. 마음 같아서는 제가 직접 밟아 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저는 참가하지 않을 겁니다.”

예상치 못한 불참 선언에 레이카가 미간을 좁혔다.

지금까지 신나게 도발하더니 이제와서 불참한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루시아의 발언에 레이카가 쏘아붙였다.

“설마 우르엘라의 차기 가주가 겁먹은 건가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저와 오라버니의 보금자리에서 꺼지는 게 어때요?”

“제가 겁먹어요?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죠. 그딴 말은 웃기지도 않아요.”

“...그렇다면 왜 참가하지 않는다는 거죠?”

“누군가는 심판을 봐야 하니까요.”

“심판은 오라버니가 보면 되잖아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요? 주인님께서 우리 중 누군가에게 패배를 선언할 때 느낄 부담감은 생각하지도 않으시는 건가요?”

루시아의 대답에 레이카가 쯧 혀를 찼다.

‘그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인정하기는 싫지만, 저쪽도 오라버니의 여자다.

오라버니가 승패를 판정하게 된다면 어느 쪽이든 오라버니는 자신의 여자를 쫓아냈다는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역시 우르엘라의 차기 가주... 쉽지 않은 상대네요.’

하지만 한 가지...

“...심판이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 어떻게 믿죠? 누가 봐도 저쪽 편을 들 것 같은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애초에 저를 믿지 못한다면 누구도 믿지 못하실 텐데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루시아.

그 모습에 레이카는 루시아를 부르는 여러 호칭 중 ‘인품’을 뜻하는 칭호를 떠올렸다.

“...가장 공평한 저울.”

루시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되면 레이카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공평한 저울조차 심판으로 서지 못한다면 누구도 심판이 되지 못할 테니까.

레이카도 납득한 듯 더는 떠들지 않자 루시아는 비비안과 비앙카를 향해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저는 공평하게 심판을 볼 겁니다. 제게 도움을 바라지 마세요.”

“흥, 그딴 거 바라지도 않았어.”

“...괘..괜찮아요. 루시아님. 열심히 할게요.”

나를 떼어놓고 이야기가 멋대로 진행되었지만...

그렇다고 허접 보지를 가리는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기에 조용히 관전하기로 했다.

“승부는 어떻게 할 예정이죠? 서로 상대의 보지를 쑤시기라도 하나요?”

“그따위 무식한 방식으로 승부를 가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레이카의 톡 쏘는 말투에 루시아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건 씻고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심판으로서 균형을 맞추는 겁니다. 조금 전까지 주인님이랑 관계를 맺었으니 아직 몸이 민감하실 거 아니에요? 씻으면서 좀 진정시키세요. 그리고 또 하나...”

잠시 말을 끊은 루시아가 레이카를 몸을 위아래로 흝었다.

“....그딴 추레한 몰골로는 주인님을 만족하게 하기는커녕 자지를 세우지도 못할 거 같거든요.”

“읏...”

살짝 비친 거울로 모습을 확인하자 머리는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졌고, 얼굴에는 눈물과 콧물 자국이 눌러 붙어있었다.

레이카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어쩔 수 없잖아요..!’

오라버니와 관계를 하면 여자로서 바닥까지 드러나게 되는 걸 어쩌라는 건가.

오히려 오라버니와 관계를 맺으며 평상시와 다름없는 얼굴로 있을 수 있는 여자가 있다면 그거야말로 비정상이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돌아올 테니.”

“기왕이면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오세요. 그게 주인님께 보여줄 마지막 모습이 될 테니까요.”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씻고 오도록 하죠.”

가르시아의 손을 잡은 레이카는 챙겨 온 가방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있어 겉보기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내용물 담고 있는 가방.

그 대부분은 유진과 관계를 맺을 때 사용할 의상이었다.

“우리도 가자.”

“...네. 언니.”

칼리오페 모녀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곧바로 베아트리스 자매가 뒤를 따라 들어갔다.

“잠깐. 당신들은 왜 들어와요? 나가세요!”

“어쩔 수 없잖아! 우리도 벗어야 하니까!”

“밖에서 벗으면 되잖아요! 아니면 다른 곳에서 하던가요!”

“다른 곳이 어디 있는 데! 화장실밖에 없어! 그리고 같은 조건이 아니면 나중에 또 딴소리할 거잖아!”

작다고는 할 수 없는 화장실이지만 네 명이 동시에 들어가기에는 부족하다.

화장실에서 네 명이 뒤섞일 걸 생각하자 벌써 머리가 아팠다.

철컥—

잠시 후, 어떻게든 화장실 문이 닫히고 방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루시아가 슬쩍 내 옆에 다가와 앉았다.

“....”

말 없이 루시아의 옆 모습을 감상하던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계획이냐.”

“주인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루시아.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감출 필요가 없다. 네가 진심으로 어머니와 누님을 쫓아내고 싶었다면 이런 장난질을 할 필요도 없었다.”

칼리오페 모녀가 한창 힘을 쓰고 있었을 때라면 몰라도, 첫째 형님이 가주가 된 이상 저 둘은 저무는 해다.

우르엘라의 차기 가주인 루시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물론, 저 둘도 내가 품은 여자인 걸 아는 이상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는 않겠지만...

사람을 고용해 길을 막거나, 마차를 고장 내서 초정제가 진행 중인 동안만 못 오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장난질을 쳐서까지 또 나를 배려한 것이냐. 내가 이미 찾아온 둘을 쫓아내지 못할 걸 알고서?”

루시아가 내게 의도적으로 도발을 해 뺨을 맞았던 그때를 떠올렸다.

언제나 루시아에게는 악역만을 맡기는 것 같았다.

그러자 루시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주인님. 주인님께 말씀드리지 않은 건 단순히 창피해서예요.”

“창피하다고? 무엇이?”

“...어리광이요.”

거기까지 말한 루시아가 내 손위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주인님과의 마지막 휴식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어리광. 그걸 들키는 게 창피했어요.”

“....”

루시아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초청제가 지나면 나는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는 걸.

...그리고 어느 쪽을 선택하는 많은 사람의 생명이 사라진다는 걸.

“주인님께서 허락하신다면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말해보아라.”

“....만약 저희가 이기게 된다면 하루만큼은”

루시아의 대답에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저에게 온전히 집중해주셨으면 해요. 다른 누구도 아닌, 저 루시아 우르엘라에게.”

루시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처럼 루시아가 내게 정면으로 이런 어리광을 부린 적은 없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한 번 있기는 하네. ’

산키샌 마을에서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던 루시아를 떠올린 내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심판을 맡은거냐? 직접 어리광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더 커요.”

“다른 이유?”

내가 의문에 찬 목소리로 묻자, 루시아는 몸을 기대오며 귓가에 속삭였다.

“...저는 주인님 앞에 서면 누구보다 허접 보지가 되버리니까요. 사실은 지금도 거의...”

철컥─

루시아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화장실 문이 열리고 터질 것 같이 붉어진 얼굴을 한 비앙카가 걸어 나왔다.

“...흐...흥...!!”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마이크로 비키니를 반으로 잘라서 속옷을 만들면 저럴까.

위아래에 있는 천의 면적을 다 합친다 할지라도 내 손바닥조차 덮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속옷은 속옷.

원래 같았으면 젖꼭지만큼은 가릴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비앙카의 비유 탓에 브레지어가 붕 떠서 젖꼭지가 하나도 가려지지 않았다.

이어서 나온 건 레이카였다.

“어때요. 오라버니? 잘 어울려요?”

비앙카와는 달리 오히려 당당하게 걸어오는 레이카였지만 입고 있는 속옷도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천의 면적으로만 따지면 레이카 쪽이 훨씬 더 넓다.

하지만 비앙카의 속옷이 그나마 작은 면적으로 가리는 척을 했다면...

레이카의 속옷은 의도적으로 유두와 보지 부위가 뚫려있었다.

비앙카와 레이카.

어느 쪽이든 살짝 가리는 게 알몸보다 야하다는 꼴림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속옷이었다.

뒤따라 비비안과 가르시아도 나왔지만,아쉽게도둘은 평범한 옷차림이었다.

아마도 자신의 순서가 되면 준비한 걸 보여줄 생각 같았다.

“그럼 다들 준비가 된 것 같으니 승부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루시아의 입술이 여인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스읍하고 숨을 짧게 들이쉰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승부는... ‘보지에 딜도를 박아 넣은 채 주인님의 자지 냄새를 맡으면서 먼저 가버리는 쪽이 지는 것’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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