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80화 (180/354)

〈 180화 〉 핑크&핑크&핑크&핑크(5)

* * *

“....?”

지금 도대체 뭐라고 한 거지?

“어...엄마...? 가...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행스럽게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아이리스는 대놓고 묻기 시작했고, 릴리스는 농담이라 생각하는지 그냥 눈을 껌벅거리고 있었다.

‘하긴....’

릴리스나 아이리스가 알고 있었다면 진작 내게 말했을 것이다.

“어머, 아직도 모르고 있었니? 우리는 음마족이란다. 뭐, 혼혈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쪽에서 묻고 싶네. 음마의 피가 개화했길래 그걸 물으러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니?”

“음...음마족이라니...노...농담이죠? 사라진 지가 언제인 종족인데...”

“릴리스도 참, 이런 거로 농담할 리가 없잖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증거를 보여주는 편이 믿기 쉽겠지?”

그 순간, 클라리스와 엘라리스의 분위기가 급변하며 바닥에서부터 분홍빛 안개가 차오른다.

탓—

수상함을 느낌과 동시에 내 곁으로 달라붙는 아이리스와 릴리스.

그 모습을 본 클라리스와 엘라리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딸 자식 열심히 키워봤자 아무 소용 없다더니. 십수 년을 함께한 우리보다 남자 쪽에 붙는구나.”

“저 노려보는 것 좀 봐... 아이리스. 눈에 힘 풀렴. 설마 우리가 유진씨를 잡아먹겠니?”

“...어..엄마. 그...그런게 아니라...”

아이리스도 일단 몸이 먼저 반응했는지 당황하며 변명했다.

“됐다. 변명하지 말렴. 하아... 아이리스. 이 엄마는 참 서운하네.”

“...릴리스 너도 마찬가지란다. 아이리스야 우리 품에서 제법 시간이 흘렀으니 그렇다 쳐도... 릴리스 너는 얼마나 됐다고...”

“...저...저...릴리스는 아직 선생님께 배워야 할 게 있어서.”

“그게 음마족의 능력인가요?”

나는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물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긴장을 풀기에는 나는 아직 저 둘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후후훗. 아뇨, 유진씨. 이건 그냥 우리가 각자 키운 능력이에요. 하지만 이 안개에 최음효과 담겨 있으니 음마스러운 능력이긴 하죠.”

“사실 음마족이라 해봤자, 정기를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평범한 인간과 다른 것도 없으니까요.”

야릇한 미소를 지은 클라리스가 손가락으로 붉은 입술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굳이 더 추가하자면 뛰어난 외모와 몸매. 그리고 잘 늙지 않는 점 정도일까요?”

“아, 물론 음마라는 이름처럼 아주.... 잘한답니다. 아래쪽이든...위쪽이든.”

그 말을 증명하듯 입을 벌려 손가락을 빨아대는 클라리스.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보통 혀 놀림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

‘...최소한 릴리스와 동급이나 그 이상.’

“쪼옵...쪼옥..쫍...쪼옥..”

클라리스의 음탕한 소리를 듣고 있자, 입안이 바싹 마르며 당장이라도 그녀를 아래에 깔아뭉개고 싶다는 질척한 욕구가 끓어오른다.

“어때요? 유진 씨만 괜찮다면...”

“우리 둘이 정말 음마족인지 한 번 시험해볼래요?”

쌍둥이 음마의 달콤한 속삭임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

“...그...그만해요! 엄마들 지금 제 남자한테 뭐 하는 거예요! 당장 이 이상한 안개도 없애요!”

아이리스의 외침에 이성이 되돌아왔다.

‘위험했다...’

분명 경계한다고 경계하고 있었는데, 아이리스의 외침이 아니었다면 확실히 유혹에 넘어갔다.

‘이게 듀얼 핑발의 효과...’

제대로 마음만 먹으면 남자 하나 구워삶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았다.

“...후후훗. 아가. 미안하네. 오랜만에 이 정도 수준의 남자를 만나니까 엄마도 자제가 안 되네.”

“유진씨한테도 사과할게요. 경계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냥 이렇게 보여주는데 확실하게 믿을 거 같아서요.”

스르륵—

엘라리스의 사과와 동시에 안개가 흩어졌다.

뭔가, 다행이면서도 아쉬운 느낌에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훗, 유진씨는 너그러우시네요. 이미 눈치챘겠지만 여긴 평범한 고아원이 아니에요.”

“음마족 전용 양육소라고 할까요? 아, 그렇다고 아이들이 전부 음마족은 아니에요. 분홍빛 머리에 뒤에 ‘리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만이 위대한 어머니 리리스의 피를 이었죠.”

“저 릴리스의 피를요?”

릴리스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끼어들었지만...

“아가. 릴리스가 아니라 리리스란다.”

“자, 릴리스 어른들이 이야기하는데 끼어들지 말고 과자나 먹고 있으렴.”

“네...”

1초 만에 제압당해서 과자를 주워 먹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음마족이 아닌 나머지 아이들은...”

“당연히 평범한 인간이죠. 사실 우리라고 해도 태어날 때부터 음마는 아니랍니다.”

“음마로서 활동하기 위해선 아까 말했다시피 ‘개화’가 필요해요.”

찌지직—

거기까지 말한 클라리스는 갑작스레 원피스를 목 끝에서 가슴 중앙까지 찢으며 말했다.

“....!”

그 순간 나는 클라리스가 왜 저렇게까지 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살결이 조금 드러났을 뿐인데 클라리스에게서 풍기는 색기가 수십 배는 증폭된 것 처럼 느껴졌다.

“아! 엄마!!”

“어머, 아이리스 그렇게 소리치지 말라고 했잖니.”

“어...엄마가! 계속 유진군을 유혹하잖아요!”

“이건 유혹하는 게 아니라 실수란다.”

“세상에 그런 실수가 어디 있어요!”

아이리스와 클라리스가 말싸움을 하기 시작하자 엘라리스가 설명을 이었다.

“...보통 음마의 피가 개화하는 건 십 대 초중반 정도. 그전까지는 음마족이라 해도 평범한 인간 아이들과 똑같답니다.”

“피가 개화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내 질문에 재미있다는 듯 엘라리스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후후훗. 그때부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지식을 가르치죠. 그렇게 잘 키워낸 아이들은 음마의 재능을 마음껏 뿜어낼 수 있는 곳으로 간답니다. 물론, 싸구려 집창촌이 아닌 권력자나 부자들만 이용하는 최고급 접대시설이죠.”

엘라리스의 이야기를 들은 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최고급 접대시설이라고 해도 결국 음마족의 아이들을 길러서 창녀로 만든다는 뜻 아닌가.

그러자 엘라리스는 기분이 상했다는 듯 눈초리를 흘렸다.

“어머, 유진씨 제멋대로 판단하는 건 나쁜 버릇이에요. 우리는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어요. 전부 직접 그길을 선택한 거라고요.”

뒷말은 아이리스와의 말싸움을 끝낸 클라리스가 이었다.

“표정을 보니 유진씨는 여전히 음마족이 불행하다고 생각 하나 본데 착각이에요. 우리는 음마의 피를 이은 걸 축복이라고 여겨요. 늙지도 않고, 미색도 뛰어나고, 섹스도 좋아하고 잘하는데 이걸로 돈까지 쓸어 담을 수 있데요. 이게 축복이 아니면 뭔가요?”

클라리스가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 고아원이 이런 고급 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사회에 나간 아이들의 기부가 있기에 가능한 거랍니다.”

“유진씨, 인간의 관점에서 우리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지나친 오만이에요.”

둘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즉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확실히 오만이었다.

저들의 입장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음마족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재단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다만 한 가지 이해가 안가는 점이 있습니다.”

“후후훗, 뭘까요?”

“물어보세요.”

둘의 허락에 나는 품고 있던 의문을 풀어 놓았다.

“왜 아이리스와 릴리스는 이 사실을 몰랐던 겁니까?”

제압당해 사이좋게 과자를 먹고 있던 아이리스와 릴리스도 이 이야기는 신경 쓰이는지 귀를 기울였다.

“후후훗, 아이리스와 릴리스는... 좀 특별한 경우죠.”

“보통 음마는 정기를 섭취하지 않으면 몸이 점점 약해지고 어느 순간 본능적으로 정기를 갈구하게 되죠. 그게 바로 ‘개화’의 시기에요.”

거기까지 말한 클라리스는 릴리스와 아이리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이리스와 릴리스는 고유 능력 덕에 몸이 약해진다 싶으면 알아서 회복하다 보니 정기를 갈구할 필요가 없게 된 거죠.”

“사실, 이 아이들은 평생 음마의 피가 개화 할 일 없었어요. 특히 릴리스 같이 엄청난 회복능력을 가진 아이는 더욱요.”

그 순간 나는 1회차의 릴리스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1회차에서 아이리스는 만난 적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적어도 1회차의 릴리스는 지금과는 달리 순진한 처녀의 모습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럼 어째서 피가 개화한 거죠?”

클라리스와 엘라리스가 동시에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치며 말했다.

“유진씨 당신 때문이에요.”

“...저요?”

내가 헛웃음을 흘렸다.

억울했다.

모함도 이런 모함이 없었다.

정말 내가 릴리스를 개화시켰다면 1회차 때의 릴리스도 지금처럼 음란해야 정상이 아닌가.

사실 조교의 강도만 따지면 1회차의 릴리스가 지금보다 훨씬 심하게 당했다.

그런데 그때는 괜찮았던 게 지금 와서 내 탓이라니...

‘심지어 나를 만나기 전부터 음란했던 거 같은데.’

첫 만남부터 자지를 빨아대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어지는 둘의 말에 나는 납득 할 수 밖에 없었다.

“네, 음마의 피가 멋대로 각성할 정도로 강대한 정력을 가진 남자를 만났으니까요. 아마 유진씨 탓에 이번 세대의 아이들은 개화시기가 빨라질 것 같네요.”

“간단히 말해서 유진씨의 수컷 냄새가 릴리스도, 아이리스도... 그리고 우리까지도 강제로 발정시킨거죠.”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누르며 다리 사이를 노려보았다.

‘침대 위의 왕자...’

내 특성... 아니, 내 자지가 만악의 근원이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