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화 〉 핑크&핑크&핑크&핑크(1)
* * *
다음날, 사정을 들은 루시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서...”
“....뭐....”
팔짱을 낀 채 어이가 없다는 듯 비앙카를 위아래로 훑는 루시아.
“결국, 그 난리를 친 게 고작 생리 때문이었다고요?”
“그...그래서 어쩌라고! 내...내가 피해 끼친 거 있어?”
“피해요? 그럼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 내가 무슨 피해를 끼쳤다고!”
“주인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주인님께 쓸데없는 걱정을 끼친 점, 무엇보다 제가 주인님과 같이 있을 수 있는 하룻밤을 날리게 한 거요.”
“...읏...그...그건...”
울컥한 비앙카가 뭔가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
잘못한 건 아는지 평상시랑 다르게 말싸움을 이어가지 못하고 그저 루시아를 노려보기만 한다.
“애당초 뭘 잘했다고 눈을 똑바로 뜨는지 모르겠네요. 저 같으면 창피해서 고개도 못 들었을 텐데.”
“새...생리가 죄야! 사...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생리가 죄는 아니죠. 하지만 생리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민폐를 끼친 건 죄죠. 이 생리녀.”
“새...생리녀?”
루시아가 지은 충격적인 별명에 비앙카가 입을 쩍 벌린다.
“새...생리녀라니! 너 그게 선배한테 할 말이야!”
“선배가 선배다워야 선배 취급을 하죠. 생리녀가 싫으면 그냥 생리라고 불러드릴게요. 생.리.”
“으으으으....”
루시아의 연속 공격에 비앙카가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어댄다.
“흐아아앙. 유진아 루시아가 나 괴롭혀.”
그리고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울면서 내 품 안으로 쏙 들어오는 비앙카.
웬만큼 격의 차이가 나지 않으면 일단 들이박는 게 비앙카라지만 루시아는 웬만큼이 아니었다.
‘상대가 안 되긴 하지...’
루시아는 사대 가문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우르엘라가의 차기 가주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루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베아트리스가 정도는 순식간에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위치란 말이다.
“비앙카. 뭘, 이런 거로 울고 그래요.”
“우...울긴 누가 울어! 그냥 짜증 낸 거라고!”
“짜증도 내지 마요. 비앙카는 괴롭힘당할 때 제일 귀여우니까.”
“...그래도...쟤가 자꾸 짜증나게 하잖아...야, 근데 그거 칭찬 맞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비앙카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주인님...”
그러자 오랜만에 루시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주인님이 요즘 비앙카에게만 너무 잘해주는 거 같아요. 약간 차별대우를 느낄 정도로요.”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루시아가 저렇게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전에는 어떤 관계였던 내 여자가 된 이상 최대한 공평하게 대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여러 여자를 품는 남자가 지켜야 할 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짐승도 자기 목숨 구해준 사람은 알아본다는데, 인간이 되어서 그 구명(??)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비앙카에게 조금 더 신경 썼나 보다.
“흥, 내가 너보다 더 좋은가 보지.”
고개를 휙 돌린 비앙카가 혓바닥을 내밀며 루시아를 도발한다.
나는 그런 비앙카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아야! 뭐야 갑자기!”
“비앙카. 이제, 그만 싸워요.”
“싸운 게 아니라 루시아가 오자마자 시비를...”
“첫사랑이었...”
“까아아아아아악!”
한 소절을 읊는 것만으로도 비앙카가 비명을 지르며 이불을 뻥뻥 차댄다.
“...뭐, 그렇다고 제가 주인님께 불만이 있거나 서운한 건 절대 아니에요. 저 같은 한낱 성노예 따위가 어떻게 주인님께 불만을 품겠어요...”
서운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말투로 서운하지 않다고 말하는 루시아.
“저는 전혀 상관없지만, 주인님께서 비앙카만 귀여워하기로 했다면 저는 상관없어요. 하지만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예요. 물론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지 않지...”
“루시아.”
탁탁─
내가 오른팔로 침대를 두드리며 루시아를 불렀다.
“이리와.”
“따...딱히 그런 걸 바라고 한 말은 아닌데...”
조금 전까지 쏘아붙였던 게 거짓말같이 우물쭈물하는 루시아.
“어서.”
그 모습에 내가 다시 한번 재촉하자.
“...주...주인님!”
다이빙하듯 침대에 뛰어든 루시아는 영역표시를 하듯 내 가슴에 얼굴을 마구 비벼댄다.
“....쓰읍..하아...헤헤...주인님...”
나는 그런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비안을 슬쩍 바라보았다.
원래라면 오늘은 비앙카가 아닌 비비안이 내 옆에서 자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
시선이 마주치자 정말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드는 비비안.
아무리 비비안이 루시아나 비앙카와 비교하면 성격이 부드럽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비비안이 얌전한 건...
‘초청제 때문에 그런 거겠지.’
미리 선수를 쳤다는 약간의 미안함.
그리고 그걸 나와 둘만의 비밀로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월감을 만끽하는 것이다.
‘...역시 현직 음침녀.’
음습함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그 음습함이 비비안만의 매력이 아닌가.
오늘 못 해준 만큼 초청제에서 잘해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저 릴리스는 여기 할래요.”
그때, 내 다리 사이로 릴리스가 꼬물꼬물 기어왔다.
비비안이 은밀하게 보충한다면 릴리스는 대놓고 찾아 먹는 스타일이었다.
투욱─
“헤헿...커다래요.”
릴리스는 발기한 자지를 당겼다가 놓았다는 반복하며, 쉽게 말해 자지로 싸대기를 때리고 있었다.
“흐아...흐에...후아... 정액 냄새”
평범한 여자였다면 상당히 불쾌할 행위.
하지만 내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자기가 좋아서 그런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렇게 귀여운 얼굴이 쿠퍼액으로 범벅되고 나서야 릴리스는 만족했다는 듯 가볍게 자지 기둥을 물었다.
‘...읏..’
분명 장난치듯 빨아대지만, 쾌락의 수준은 장난이 아니었다.
릴리스의 혀끝이 귀두에 닿을 때마다 몸이 움찔거린다.
‘...천국인가?’
오른손으로는 루시아의 거유를, 왼손으로는 비앙카의 빈유를 만끽하며 릴리스에게 자지를 빨리는 기분은 가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주인님 기분 좋으세요?”
내가 움찔대는 걸 본 루시아가 침을 듬뿍 묻힌 새하얀 손가락으로 내 젖꼭지를 빙글빙글 쓰다듬는다.
그 모습을 본 비앙카도 질 수 없다는 듯 왼쪽 젖꼭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쪽쪽 빨아대었다.
“...지금 뭐 하는 건가요?”
“쪼옵... 보면 몰라? 유진이 젖꼭지 빨잖아.”
“그러니까 그걸 왜 제가 하고 있는 데 따라 하냐고요.”
“따라 하기는 뭘 따라 해. 너는 손가락이고 나는 입이잖아.”
“...손가락으로 발기시킨 다음에 입으로 빨려고 했어요. 평소에는 주인님 젖꼭지를 빨지도 않았으면서 왜 하필 지금 빠는 건가요?”
“네가 몰라서 그렇지 나도 유진이 젖꼭지 존나 빨았거든?”
둘이 기 싸움하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즐기던 중간에 멈추니 열이 받는다.
“제가 더 많이 빨았어요.”
“응, 아니야. 내가 더 많이 빨았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읍...!”
나는 둘의 뒷통수를 붙잡고 가슴팍에 입술이 닿도록 눌렀다.
“쪽...쪼옥...쪽.."”
“...읏!..쪼옵...쫍...”
젖꼭지가 입에 닿는 즉시 빨아대는 루시아와 달리 비앙카는 잠깐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루시아와 마찬가지로 같이 빨아댄다.
“...읏...”
양쪽 젖꼭지와 자지를 같이 빨리는 감각에 신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나는 세 명의 여인들의 입을 사용해야지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을 마음껏 만끽했다.
“케흑...!쪼옥..!.쫍...흐읍...으으음웁!”
그렇게 한참 후, 사정이 가까워진 걸 알아챈 릴리스가 목구멍 깊숙이 자지를 넣은 채 입술을 오므린다.
“쪼옵...켁.....쪽...쪼옥..읍..!!”
등골이 오싹해지는 쾌락을 느끼며 나는 릴리스의 입안이 아닌 위장 안으로 정액을 바로 쏟아냈다.
울컥─ 울컥─
“쪼옵...쫍...쪼오옵....”
입술을 오므려 요도에 남은 정액까지 전부 빨아낸 릴리스가 천박한 표정을 지으며 입가에 묻은 잔여물까지 입안에 밀어 넣는다.
“후아....잘...먹었습니다.”
내가 눈을 감고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을 때.
“주인님.”
“유진아.”
동시에 말을 내뱉은 루시아와 비앙카가 눈을 마주치더니 불꽃을 튀겼다.
“황금연휴 때 뭘 하실 건가요?”
“연휴 때 뭐 할 거야?”
‘...딱히 생각 없는데.’
나야 별생각 없었지만, 여자들은 벌써 각자의 계획을 세운 모양이다.
황금 연휴.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탄생일 기념 휴일이다.
이것도 이벤트로 취급하면 이벤트가 될지 모르겠지만 방학처럼 몇 달 단위도 아니라 고작해야 일주일짜리 휴일이라 좀 긴 주말처럼 사용할 생각이었다.
“... 저...릴리스는 고향에 다녀와요... 선생님 혹시 다른 약속이 없으면 저랑....”
“잘 다녀와.”
“히잉...너무해요.”
내 즉답에 릴리스가 서운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지만, 놀더라도 근처에서 여유롭게 놀았지 굳이 멀리 나갈 생각은 없었다.
‘잠깐만... 고향...?’
고향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자, 뭔가 마음에 걸렸다.
굉장히 중요한... 잊어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잊은 느낌이 말이다.
‘모르겠다... 뭐, 중요한 거면 기억나겠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미래의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
“흐흐응~”
거울 앞에 선 아이리스가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옷을 고르고 있었다.
‘이건 너무 화려할까요...?’
지난 겨울 방학 내내 카르네아에서 젖을 짠 대신 했던 약속.
마침내 유진군이랑 같이 고향을 가기로 했던 그 날이 다가왔다.
‘유진군... 설마 잊은 건 아니겠죠?’
잠깐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아이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유진군도 설마 사람인데 설마 이번에도 또 약속을 잊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만약에... 이번에도 잊었다면....후후후후후후.’
거울에 비친 아이리스의 분홍색 눈동자가 어째서인지 한없이 검게 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