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불치병은 불치병인데... (4)
* * *
스으윽—
내가 품속에서 편지를 꺼내는 순간, 터질 듯이 붉었던 비앙카의 얼굴이 한순간에 창백하게 변했다.
“..너...너...”
비앙카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떨린다.
“...그...그거 당장 내려놔...”
“그게 뭔데요?”
“네...네가 손에 들고 있는 그거!”
“아, 이거요?”
찌직—
나는 방긋 웃으며 편지 봉투를 조금 뜯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폭발적인 반응.
“이! 개새끼야! 아...안 열어 볼 거라며!! 그..근데!!..왜! 뜯는데?”
“제가 그랬던가요? 기억이 안 나네요.”
“그, 그랬어! 꺄아아아아악! 뜨..뜯지 말라고! 미친 새끼야! 너...너 그거 열면 지...진짜 죽여버릴거야. 그러니까 빨리 내려놔! 당장!”
비앙카에게 고백받은 이후, 오랜만에 들어보는 욕설.
하지만 단순히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닌지 피부가 따끔할 정도의 살기가 느껴진다.
“죽는 건 비앙카 아니었나요? 분명 내장을 칼로 난도질하는 고통과 함께 피를 쏟는 불치병에 걸렸다고 하던데... 성녀님이 대단하긴 해요. 화장실에 들어간 잠깐 사이에 완치시키고.”
“아...아가리...닥쳐!! 씨발! 그리고 내놔!”
비앙카가 반쯤 눈이 돌아가서 비명을 지르자,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하아... 비앙카에게 욕을 먹으니까 마음이 찢어질 것 같네요.”
“읏...! 그...그건...너... 너가 지랄을 하니까...! 그러니까 왜 욕먹을 짓을...”
“...마음 말고 다른 것도 찢어버릴 거 같고요.”
“이 씨발놈이! 진짜!”
찌직─
“어어? 비앙카 지금 욕한 거 아니죠?”
“...아하하...당연하지...유...유진아...내..내가...언제 욕을 했다고 그래?”
내 노골적인 협박에 태도를 바꾸는 비앙카.
비앙카가 선빵만 때리지 않았어도 이쯤하고 편지를 돌려줬겠지만...
나는 아직도 연인에게 배신당했다는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오빠.”
“...응?”
“갑자기 오빠라는 말이 듣고 싶네요.”
혼잣말에 비앙카가 차마 욕은 못하고 있지만 ‘뭐라는 거야 저 병신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지금까지 내가 비앙카에게 몇 번 정도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한 적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불러준 적 없었다.
‘미쳤냐?’
‘변태새끼.’
‘뒤져, 그냥.’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이런 신랄한 반응 뿐.
하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히 불러줄 것 같았다.
"저..저..절대 안해..내가..그런 말을 할 거..."
찌지직—
내가 방긋 웃으며 편지 봉투가 반쯤 뜯자.
“...오빠!”
이를 으득 간 비앙카가 소리쳤다.
“...해..했으니까 됐지? 이제 돌려줘.”
“저는 오빠라고 듣고 싶다고 했지, 한다고 돌려준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그리고 무엇보다 비앙카의 오빠에는 마음이 안 담겨 있어요.”
“담았어! 잔뜩 담았다고! 애초에 네가 담았는지 안 담았는지 어떻게 알아!!”
‘잘 알지.’
사실 이 분야에서 나를 따라올 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칼리오페 가문에 있을 때 매일 같이 나이 많은 여동생(누나)에게 오라버니라고 들었으니까.
내가 손가락 세 개를 쫙 펴곤 말했다.
“비앙카. 3초 드릴게요. 마음을 담아서 오빠라고 불러보세요.”
“지, 지랄하지 마! 저.. 절대 안 해!”
“2.”
“절대 안 한다고 했어! 이 개새끼야!”
“1.”
손가락이 모두 접히고 내가 표정을 굳히자.
비앙카가 검지를 뺨에 대고는 혀짧은 소리를 내었다.
“오...오빠야. 비앙카는 그꼬 안 뜨뎠으면 조켔어.”
물론, 비앙카의 이마에 핏줄이 솟고 주먹이 부들거렸지만, 마침내 오빠라는 말을 듣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성능 확실하네.’
나는 잠시 편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대비앙카 전용 최종병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이제 됐지 오빠야? 도..돌려줘...편지..”
비앙카의 물음에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구구, 우리 비앙카는 오빠가 편지 돌려주면 좋겠어요?”
“...웅, 비..비앙카는... 유..유진 오빠가 편지 돌려줬으면 좋겠어.”
비앙카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편지를 돌려받는 순간 나를 죽여버리겠다고.
물론 안 돌려줘도 죽을 것이다.
이 정도로 놀렸는데 비앙카가 가만히 있을 리 없을 테니까.
돌려줘도 죽고 안 돌려줘도 죽는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궁금증이라도 해소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아, 근데 어쩌죠?”
“..왜에? 왜 구래 유진 오빠야.”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났네요.”
나는 상쾌하게 웃으며 봉투를 뜯고 안에서 편지를 꺼냈다.
“까아아아악! 야!!! 이 개새끼야!!..주...죽여버릴거야...!”
더는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비앙카.
하지만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뜯은 건 아니다.
「구속해라—바람—채찍」
완벽한 타이밍에 펼쳐진 비비안의 구속 마법.
비앙카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비비안을 바라보았다.
“....비...비비안?”
“미...미안해요...언니. 하지만 유진님을 죽게 놔둘 순 없잖아요..”
“죽여야 해! 저 악마 같은 새끼는 죽어야 해!!”
“...악마라니 서운하네요. 그럼 어디 한 번 읽어 볼까요.”
“...유..유진아...내가 말이..심했어...무...뭐든지 할테니까...그..그것만은...그만둬...!!!”
오크에게 사로잡힌 여기사 같은 말을 내뱉는 비앙카.
“싫어요.”
“그만둬어어어어!!”
나는 비앙카의 비명을 bgm 삼아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비앙카...’
잠시 후, 편지를 전부 읽은 나는 이곳저곳에 남은 눈물 자국을 쓸었다.
비앙카의 편지는 참으로 비앙카다운 내용이었다.
읽는 내내 나도 울컥하는 상황이 몇 번이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전부 생리통 때문에 이랬다는 걸 생각하니 도저히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잘 쓴 편지네요. 출판해도 되겠어요.”
“죽어어어어어어!!”
허공에 묶인 비앙카가 소리치며 발버둥 치지만 안타깝게도 비비안의 마법은 그리 쉽게 풀릴 만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비앙카가 저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아주 잘 느껴졌어요.”
“주, 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
비앙카의 사랑의 속삭임에 답하기 위해 나도 눈을 감고 목을 가다듬고서 입을 열었다.
“...넌 내 첫사랑이었어.”
“까아아아아아아악!”
정신 공격이라도 받은 듯 몸을 마구 떨어대는 비앙카.
“비록 우리의 첫 만남이 좋지는 않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유진, 너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이 행복했어.”
“...그만...!...그만해!! 제발...!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먼저 공격한 건 비앙카였잖아요.”
그때야 내가 왜 이렇게 짓궂게 괴롭히는지 깨달은듯했다.
“그...그치만...! 그건..”
“흠....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라니... 아직 벌이 부족하네요. 흠... 다만 한 가지 더 이상 네가 자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건 조금 슬프기는...”
“...까아아아아아악! 잘못했어! 그만하라고!!”
발버둥 치는 비앙카를 보며 내가 낭독을 이어갔다.
“유진아 사실 나는 매일 자기 전에 널 생각하며 자위했어.”
“거...거짓말 하지마!! 그...그딴 말 안 적었었어!”
“저 릴리스도 선생님을 생각하며 매일 자위해요!”
“넌 끼어들지마!! 이 변태년아아아!”
갑작스러운 릴리스의 난입에 정신을 못 차리는 비앙카.
솔직히 비앙카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낭독회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진짜 중요한 내용은 혼자 독점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기에 이쯤에서 그만하기로 했다.
“어때요 비앙카. 잘못했어요?”
“...자...잘못했어요.”
“정말요? 그래놓고 구속 푸는 순간 달려드는 거 아니죠?”
“...아니야...내가 잘못했어...내가 착각해놓고 너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건데...”
고개를 푹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비앙카.
“이 정도면 반성한 거 같네요. 풀어주세요. 비비안.”
“네, 유진님...”
구속에서 풀려난 비앙카가 손목과 발목을 잠깐 풀더니.
“...죽어어어어어!!!”
“그럴 줄 알았어요.”
꼬집—
나는 편지를 빼앗기 위해 달려드는 비앙카의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3.5배의 감도로.
“응끄으으읏!♥”
오랜만에 사용한 ‘침대 위의 왕자’의 감도 증폭에 비앙카가 제자리에서 풀썩 주저 앉는다.
그러자 릴리스가 옆에 와서 한 마디를 더했다.
“...서...선생님! 저...릴리스에게도 부디 저거랑 똑같은 끄이이으잇!♥♥”
릴리스에게도 칭찬의 의미로 가슴을 살짝 쓰다듬어주었다.
“...흐에...흐에..”
“비앙카...”
“...오...오지마...”
나는 바닥에 쓰러진 비앙카를 공주님 안기로 안은 채 속삭였다.
“벌.... 받아야겠죠?”
***
“흐엣...!!으헤헥♥♥”
“더 해야 한다는 건 비앙카였잖아요.”
“야냐...!야냐야..!.끄만해♥...끄마아안!♥”
저항하는 비앙카의 양손을 꼭 잡으며 부드럽게 키스하자 다시 녹아내린다.
“흐에..!하..지마..♥이거...하디먀...♥”
“그럼 이건 어때요?”
자지를 끝까지 밀어 넣은 상태에서 허리를 빙글 돌려 자궁 입구를 자극하며 동시에 왼손으로 봉긋 튀어나온 아랫배를 꾸욱 눌러 준다.
“흐끄으으으으윽!♥♥”
비앙카의 꽉 깨문 입술 사이로 침이 질질 새어 나왔다.
“비앙카. 저도 이제 쌀게요.”
“흐아..흐에..♥아..안에..!아네는...안대..♥.”
“왜 안되는데요?”
“끄으읏! 이...임신..♥.할..수이짜냐...”
“비앙카는 제 아이를 배는 게 싫어요?”
내 질문에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피하는 비앙카.
“하아...그...그건...조..♥.좋은데...♥아찌은...안대...”
“정말 안돼요?”
꾸욱─
“으끄...!!♥끄으으읏!..흐아..♥흐아..♥이...이거..비..비겁..♥”
“대답 안 하면...안에다 쌀거에요...”
“흐에..끄읏..♥...끄에..!!그...그래도오...♥.”
그때, 불알에서 느껴지던 기분 좋은 감각이 사라졌다.
“흐에...♥흐에..♥....선...선생님..그..그럼...♥저...리...릴리스의....보지에.”
눈이 완전히 풀린 채 말하는 릴리스.
내가 비앙카와 관계를 맺는 내내 릴리스는 내 불알을 핥으며 자위하고 있었다.
...명예를 위해 확실히 말해두자면 내가 명령한 게 아니라 릴리스가 달려든 것이다.
그러자 비앙카가 내 몸을 꽉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흐으....싸줘...”
“...어디에요?”
“내...내...자..자궁안에...싸줘...끄으으으읏!!♥”
울컥—울컥—
질투하는 비앙카의 모습을 보며 자궁 깊숙한 곳에 정액을 쏟아 부었다.
“...끄흐에...♥흐에...♥조...조아해...유진아..♥”
쾌락에 빠진 비앙카가 하는 솔직한 고백에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저도요. 비앙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