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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59화 (159/354)

〈 159화 〉 백기사는 불륜순애를 꿈꾸는가 (2)

* * *

“아이리스는 원래 음란했으니까요.”

말을 들은 아이리스가 황당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모,모함이에요! 제가 언제 으...음란했어요! 저는 순수했다고요!”

“...순수요?”

“그래요! 순수했던 저를 유진군이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

아이리스의 말에 콧웃음이 저절로 쳐진다.

“왜,왜 웃어요! 저는 유진군을 만나기 전까지 남자 손도 제대로 한 번 잡아 본 적 없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아이리스가 더 음란하다는 겁니다.”

나는 짧게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보통 사람은... 특히 처녀는 갑자기 남자의 배를 만져주겠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그건... 유진군이 해달라고 한 거잖아요!”

“물론, 모유를 먹이지도 않고요.”

“그것도 유진군이 제멋대로 먹은 거잖아요!! 저는 먹으라고 한 적 없어요!”

아니, 홍차를 가져다줬는데 책상 위에 우유가 있으면 당연히 먹으라고 놓아둔 건 아닌가.

‘...순순히 자기가 음란하다는 걸 인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까지 하긴 싫었지만 양호 마망이 인정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더 강한 공격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음란하지 않은 사람은 첫키스를 자지에 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양호 마망이 펄쩍 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그러고보니 그랬어요!! 유진 군! 제 첫 키스 어쩔거에요!!...첫키스가....정액 맛이라니...너..너무하잖아요!...제 첫키스 돌려내요!!”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내가 살짝 잘못한 거 같아, 빠르게 넘어가기로 했다.

“...학교에서 젖소 흉내를 내며 모유를 짜지도 않고요.”

“말 돌리지 마요! ...그리고! 저...젖소 흉내를 낸 것도 유진군이 모유가 필요하다 해서 그런 거잖아요!!”

이것도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졸데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시킨 건 사실이니까.

‘....어?’

분명 아이리스가 음란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따지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정말...내가 아이리스를 음란하게 만들었나?’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 아이리스는 처음부터 음란했단 말이다!

“...마지막으로 딜도를 저렇게 많이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건 잊으라고 했잖아요! 그...그리고 전부 제 것은 아니라고요! 절반만 제 꺼라고요!”

양호실에 있는 딜도가 자기 것이 아니라는 변명을 하는 양호 마망.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리고 설령 변명대로 딜도의 절반만 아이리스의 것이라 해도 충분할 정도로 많았다.

“그럼 말해봐요. 나머지 절반은 누구 건데요.”

“...리...릴리양...꺼요.”

“...아...”

아이리스의 입에서 릴리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납득했다.

여기서 성녀(??)님의 이름을 꺼내면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짧게 한숨을 내쉰 나는 입을 얼었다.

“...하아, 선생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릴리에 대해서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릴리 양에 대해서요? ....그러고보니 아까 노크도 그렇고 유진군이 릴리 양을 어떻게 알아요?”

“....”

내가 입을 다물자 아이리스가 눈을 샐쭉하게 뜨며 말했다.

“...유진군, 설마 그 애한테 손을 댄 건 아니죠?”

그걸 손을 댔다고 말 해야 하나.

‘손을 대기 전부터 자지부터 빨던데...’

물론 ‘되살아난 타락’의 공략을 위해서는 반드시 성녀의 조교가 필요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번만큼은 내가 먼저 손댄 게 아니란 말이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해요! 엄청 중요하다고요!”

“아뇨, 중요한 건 선생님이 릴리에게 뭘 가르쳤냐입니다.”

“읏...!”

지금까지 막힘 없이 반박을 해오던 아이리스의 입이 처음으로 막혔다.

“...선생님. 릴리에게 뭘 가르쳤나요?”

내가 추궁을 하며 다가가자 아이리스가 시선을 피하며 뒷걸음질 친다.

“그...그냥...평범한....성...교육을...조금..했을 뿐인데.”

“평범한 성교육을 하는데 자지를 그렇게 빤다고요?”

“그건...제가 가르친 게 아니라 릴리 양의 재능이....아니! 자..잠시만요! 유진군이 릴리 양의 자지 빠는 걸 어떻게 알아요!!”

“아...”

실수했다.

체크메이트까지 코 앞이었는데, 흥분한 나머지 아이리스에게 역공의 기회를 주고 말았다.

“여, 역시 유진군! 릴리 양에게 손을 댄거죠!”

“...억울합니다. 저는 덮쳐졌을 뿐입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뭘 어떻게 해야 그 작은 애한테 덮쳐지는 건데요! 저는 거의 반년 가까이 방치해 둔 주제! 릴리양은 입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따먹다니요..!! 여..역시 유진군도 젊은 애가 좋은 거죠!!”

갑자기 흥분해서 나이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말은 안해도 나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있었나 보다.

“...아이리스, 오해입니다. 저는 릴리를 안따먹었습니다.”

“그런데 유진은 어떻게 릴리양이 자...자지를 잘 빠는지 아는데요!”

“...딱 거기까지만 했습니다.... 맹세코 섹스는 안 했어요.”

내가 양팔을 들어 올리며 항복 자세를 취하자 날뛰던 아이리스가 순식간에 진정한다.

“..아...안했다고요?...그럼...뭐...아슬아슬하게...”

펠라는 되지만 섹스는 안된다는 건가?

정상인이라면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기준이지만 양호 마망과 릴리스의머리 색깔을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어쨌거나 아이리스..”

“...또 말 돌리는 거 봐.”

내가 말을 돌리려 하자 아이리스가 입술을 내밀며 툴툴거렸다.

“어쨌거나... 오늘 아이리스를 찾아온 이유은...”

“...말해봐요. 뭔데요.”

양호 마망이 노려보자 내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거리고 말했다.

“...그 전에 홍차 한 잔만 주실래요? 목이 말라서.”

“흥! 진짜..! 잠시만! 기다려요!”

화를 내면서도 자연스럽게 차를 준비해주는 모습이 역시 양호 마망이었다.

잠시 후, 아이리스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홍차를 앞에 내려놓았다.

“여기요! 그래서 왜 왔는데요!”

“...아이리스가 타주는 밀크티를 먹으려고요.”

“읏...!”

그 순간 아이리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내가 말하는 밀크티가 뭔지 아이리스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아, 알았어요...우..우유를...가져올...”

나는 미리 짜놓은 모유를 가져오려던 아이리스의 손목을 붙잡았다.

“왜..왜..왜...왜...요..”

이미 다 알고 있는 주제 모르는 척하는 아이리스.

“아이리스, 다리 아프게 굳이 갈 필요 없잖아요.”

“괘..괜찮아요. 오..오늘 하루 종일 앉아있어서 좀 걷고 싶...”

“저는 짜놓은 우유 말고 신선한 우유가 마시고 싶네요.”

거기까지 말한 내가 방긋 웃으며 무릎을 탁탁 두드렸다.

“앉아요. 제가 오랜만에 젖 짜드릴게요.”

***

“보지 사용법이요. 마르잔.”

릴리스의 말을 들은 마르잔의 사고가 멈췄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또박또박한 발음.

“그...그러니까. 성녀님이...유진님께...보....지....사용법을...”

“네! 유진님께 보지 사용법을 배웠어요. 정말 굉장했어요!”

...엄청난 사건에 연관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들어 여신교의 교리가 많이 느슨해졌다고는 하나, 과연 ‘성녀’가 순결을 잃는 게 허락되는 걸까?

‘그럴 리가 없죠!’

스캔들이다.

그것도 스캔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하는 스캔들이라 할 수 있었다.

‘...이거...더...들으면...안되는데.’

그러나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한창 사춘기가 진행 중인 마르잔은 도저히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호..혹시....사...사용법을...어디서...배..배웠나요?”

“유진님의 방이요!”

“....!!”

마르잔의 입이 쩍 벌어졌다.

‘대...대담...하시네요..’

유진님의 방이라면 루시아님과 비비안님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장소다.

유진님은 그런 장소에서 성녀님과 관계를 나눴다는 건가.

‘...마...만일 들켰다면...’

루시아님이 유진님께 품은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에 뒷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졌다.

“...다행입니다.”

“으음? 뭐가요?”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아서요.”

루시아의 이름을 꺼낼 수 없는 마르잔이 에둘러서 말하자, 릴리스는 턱 끝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네?”

“저까지 네 명이었어요!”

“....”

이젠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첫 경험을 쓰리썸, 아니 포썸으로 진행했다는 말인가.

‘유진님!! 이건 너무하잖아요!!’

유진님의 정력이 대단하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여인에게 있어서 첫 경험이란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이라는데...

‘저...저랑 할 때는... 혼자...했으면...’

짜악─

문뜩 떠오른 불경한 생각에 오랜만에 스스로 뺨을 후려친 마르잔.

“...마...마르잔 괜찮아요? 갑자기 뺨을...”

“괜찮습니다. 벌레가 있어서.”

“...저, 릴리 화이트플랑이 보고 있었는데 벌레는 없었는데요?”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성녀님이 따지고 들자 마르잔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팍 찌푸리고 말았다.

“...힉! 새..생각해보니 있던거 같네요.”

“...그것보다 릴리 계속 말해주세요.”

“뭐, 뭐를요?”

“그....고...관계를 맺는거요...”

마르잔이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뺨을 긁적거렸다.

빈민가에서 살던 어린 시절 주정뱅이들의 음담패설을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때는 당장이라도 입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역겨웠을 뿐인데...

지금은 화자가 릴리스여서일까? 아니면, 상대가 유진님이여서 일까?

어째서인지 흥미를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 말한 게 전부인데요.”

“다...다른게 있을거 아니에요...! 처음은 아프다던가...피...피가 나온다던가...”

마르잔의 말에 릴리스가 손바닥을 짝 마주쳤다.

“아! 저는 보지 사용법을 배우기만 했고 직접 하지는 않았어요.”

“....?”

이상하다.

분명 성녀님은 공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텐데 어째서인지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릴리는 유진님이 다른 사람이랑 관...관계를 맺는 걸 아무것도 안한 채 옆에서 보고만 있었다는 건가요?”

“네! 맞아요! 아!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니고! 정조대를 차기는 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릴리스.

“...정...조대요?”

“네! 물론 제가 선택하기는 했지만...그래도 정조대는 힘드네요...”

릴리스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도저히 반박하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었다.

“...그...정조대라면...제가...아는...그...정조대요?”

“음... 마르잔이 아는 정조대는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그렇죠! 보여주면 되겠네요.”

그 순간, 릴리스가 말릴 틈도 없이 치마를 뒤집더니...

“자, 이거에요!”

반짝거리는 정조대가 마르잔의 눈앞에 나타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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