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아기씨 주입 연습 (6)
* * *
촤아악─
따듯한 물이 머리부터 쏟아지자, 몸에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다... 씻었습니다. 공자님.”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숙인 채 말하는 멜피사.
그렇게 잔뜩 관계를 맺어놓고 아직도 나체를 보이는 게 부끄러운 걸까.
목욕 천을 든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멜피사. 이젠 제가 씻겨줄게요.”
“아...아닙니다! 저...저... 혼자서 씻을 수 있습니다!”
“저도 혼자서 씻을 수 있는데 멜피사가 씻겨줬잖아요.”
“그...그건...공자님이니까. 방계 따위를 위해서 공자님을 귀찮게 할 수는 없습니다...”
멜피사가 계속 자신을 비하하는 걸 보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하나도 안 귀찮고 제가 씻겨주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빨리 앉아요.”
“...저...정말 괜찮습니다. 저 따위가... 어떻게 감히...읏!”
손을 마구 휘젓는 멜피사의 허리를 붙잡아 강제로 앞에 앉혔다.
“...고...공자님! 이...이건...저...정말 안됩니다. 본가의 직계가 방계를 씻겨주다니...있어서는 안되는..!”
“멜피사. 조용히 하세요.”
내가 인상을 찌푸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멜피사가 몸을 떨며 대답했다.
“죄...죄송합니다...거..건방지게...”
“저는 지금 방계가 아니라 파볼리에의 예비 가주를 씻겨드리는 거니까.”
“....네?”
잠깐 내 말뜻을 되새긴 멜피사가 큰 비명을 질렀다.
“그...그..그게 무슨!! 제..제가...! 파볼리에의 가...가주라니! 마...말도 안됩니다..!”
멜피사가 놀라는 사이 나는 비누를 목욕 천에 문질러 거품을 잔뜩 냈다.
“뭘 그렇게 놀라요. 당연한 건데.”
“노...놀랄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같은 방계 따위가...”
─스윽 ─스윽
거품을 잔뜩 덜어서 멜피사의 머리를 문질렀다.
손가락 사이로 멜피사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릴 때마다 마치 고급 비단을 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실망인데요. 멜피사 말로만 제 아기씨를 달라고 하더니. 사실은 제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었군요.”
“...고...공자님....갑자기..왜...그런...소리를...하시는겁니까.... 저...저는 정말 공자님의 아이를 낳고싶습니다...”
어깨를 떨군 멜피사가 서운함을 살짝 드러낸다.
나는 손으로 멜피사의 머리를 빗겨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대답해봐요. 저와 멜피사의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 아이는 언젠가 파볼리에의 가주가 되겠죠?”
“...그렇습니다. 저와 달리 그 아이는 파볼리에의 적통을 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적통이라 해도 태어날 때부터 가주를 할 순 없으니, 아이가 클 때까지는 누군가 가주를 맡아야 하죠?”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멜피사가 차기 파볼리에의 가주라는 겁니다.”
그 순간 멜피사가 휙 몸을 돌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멜피사 눈 뜨고 있으면 거품이 들어갈걸요?”
“...고...공자님...지...진심이십니까?”
“네, 아까 저도 눈에 들어가서 좀 아프더라고요.”
“...그...그거 말고!...파..파볼리에의 가주 말입니다!”
“그것도 진심인데요.”
“고...공자님!!가주는 당연히 공자님이 맡으셔야지 저따위가 어떻게 감히...”
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멜피사의 뺨을 붙잡고 양쪽으로 쭈욱 늘렸다.
“진정해요. 멜피사.
“...굥쟈님..?”
이상한 얼굴을 한 멜피사가 이상한 소리를 내자 피식 웃음이 삐져나온다.
뺨을 놓아준 내가 말을 이었다.
“파볼리에의 가주가 되기에는 저에겐 칼리오페의 성이 있는 걸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본가의 피를 가졌었을 뿐 멜피사만큼 파볼리에 가문에 대한 애정도 없어요.”
사실이었다.
나에게 있어 파볼리에라는 이름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가문이란 감상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파볼리에 가문을 되살리겠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멜피사가 바랬기에 도와주는 것이지, 내게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파볼리에 멜피사. 파볼리에의 성을 이을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그...그래도...저...따위가.”
“이제 따위라는 말도 그만둬요. 제게 있어서 멜피사는 따위가 아니니까요.”
“공자님....”
멜피사를 마주 본 채 두피 구석구석까지 꼼꼼히 비누칠했다.
“...그래도 가주의 지위가 너무 부담된다면 우리의 아이가 클 때까지만 맡고 있어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
비누칠을 마친 내가 따듯한 물을 한 바가지가 퍼서 멜피사의 머리에 뿌렸다.
“공자님과...제...아이가...파볼리에를...”
그때야 현실감이 느껴지는지 내가 했던 말을 다시 중얼거리는 멜피사.
그런 멜피사의 앞머리를 타고 물방울이 똑똑 흘러내렸다.
“...이건 다른 질문인데. 멜피사는 아이를 몇 명이나 낳고 싶어요?”
다시 손에 거품을 잔뜩 묻힌 내가 멜피사의 손가락 사이부터 닦기 시작했다.
잠시 간지럽다는 듯 손가락을 꼼질 거리던 멜피사가 대답했다.
“읏...적어도...다섯...가능하다면...열 명정도를 낳고 싶습니다...”
“....”
대답을 듣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많아봤자 셋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열 명이라니...
‘쉽지 않네.’
1년에 1명씩 낳는다 해도 10년이 아닌가.
운이 좋아 전부 쌍둥이를 낳는다고 해도 5년이다.
“좀... 많네요.”
“...파볼리에를 다시 일으키려면 최대한 많이 낳아야 하니까요... 아..! 다...단순히 아이들로 가문을 부흥시키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럼요?“
”...그...그냥...한 명의 여인으로서...공자님의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양손 끝을 서로 마주치며 힐끔거리는 멜피사의 모습에 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열 명이라. 많이 노력해야겠네요.”
“노...노력하겠습니다!”
과연 노력으로 될 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저렇게 원한다면 해봐야지.
팔과 어깨에 거품 칠을 끝낸 나는 멜피사의 가슴을 문질렀다.
“흐읏...고..공자님....♥거...거긴..제가..직접...닦을..”
“가만히 있어요. 언젠가 제 아이들이 먹을 모유가 나올 곳인데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죠. 그럼, 일단 맛부터 볼까요?”
멜피사의 젖꼭지에 입을 가져다 댄 내가 쪽쪽 빨았다.
젖꼭지를 핥을 때마다 딱딱한 피어싱의 감촉이 혀끝을 맴돌았다.
“쪼옵...쪼옵... 하아, 멜피사 제대로 관리한 거 맞아요? 아무 맛도 안 느껴지는데요?”
“...고...공자님...아직은...이...임신하지 않아서...아..안나옵니다..”
“안 되면 되게 해야죠! 파볼리에의 예비 가주가 이렇게 약한 소리를 해서야 되겠어요?”
“....죄...죄송...흐읏...!♥공자..니임...그마안...”
멜피사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빨아대자, 멜피사 답지 않게 앙탈을 부리기까지 한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지금은 그만할게요.”
“...하아...하아....감사합니다.”
나는 살짝 삐진 듯이 입술을 내밀며 말하는 멜피사를 품에 껴안으며 속삭였다.
“멜피사. 지금은 그만뒀지만 언젠가 제가 해야 하는 일을 모두 마치고, 멜피사가 제 아이를 임신해 모유가 나오게 되면...”
내가 말을 살짝 끌자 멜피사가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는 그만두라 해도 절대로 안 그만둘 거에요.”
그러자 멜피사가 우물쭈물하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그래도... 아...아이들꺼는...남겨놔주시면...아..안되겠습니까?”
“하하하, 알았어요. 애들 것은 남겨놓을게요.”
촤악—
“그러면, 멜피사.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죠?”
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따듯한 물을 퍼서 멜피사의 몸에 묻은 거품을 씻었다.
“자, 이걸로 끝이에요.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공자님. 몸을 닦을 수건을 가져오겠습니다.”
고개를 깊게 숙인 멜피사가 양손에 수건을 들고 달려와 내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스윽— 스윽—
“....”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던 멜피사가 나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갑작스럽게 발뒤꿈치를 들어서 입을 맞췄다.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습니다. 공자님.”
멜피사가 이런 적은 처음이라 조금 놀란 내가 눈을 깜빡거리고 있자, 멜피사가 시선을 똑바로 마주쳐오며 말했다.
“공자님께서 이루고자 하는 바를 모두 이루는 그날까지...”
거기까지 말한 내 앞에서 멜피사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파볼리에 멜피사가 공자님의 곁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누군가의 강요나 자기비하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충성을 맹세하는 멜피사.
“...고마워요. 멜피사.”
나 역시 진심을 담은 말과 함께 멜피사를 일으켜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렇게 멜피사의 머리카락을 닦고 있자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던 멜피사가 눈을 살짝 치켜뜨며 말했다.
“...그...그...공자님?”
“네, 멜피사.”
“...그...당장...임신시켜주시지는....않아도...괜찮습니다...하...하지만...가...가끔은...저랑...아기씨를...주입..하는...연습을..해주셨으면...하는...바람이..없잖아...있기는...합니다...”
“가끔요?”
내가 슬쩍 말을 던지자 이번엔 목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자...자주면...더....좋을 것 같습니다.”
멜피사의 대답에 내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말했다.
“알았어요. 최대한 여유가 있을 때마다 만나러 올게요.”
“가...감사합니다. 공자님!”
기뻐하는 멜피사를 보며 내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 지금은 어때요?”
“하...한동안은 연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화들짝 놀라 기겁하는 멜피사를 보며 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