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53화 (153/354)

〈 153화 〉 아기씨 주입 연습 (2)

* * *

“....”

섹스를 아기씨 주입 연습이라 부르는 멜피사의 충격적인 어휘에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을 이었다.

“...흐음, 제가 분명 언젠가 멜피사에게 피를 잇게 해준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아기씨 주입 연습을 하자는 건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죄...죄송합니다. 공자님. 제가 주제넘은 말을 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터억

멜피사가 또다시 머리를 박으려 했지만, 이번엔 예상하고 있었기에 붙잡을 수 있었다.

“...멜피사... 머리 박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할까요? 진짜 제가 머리를 박아야 그만할래요?”

“...죄, 죄송합니다! ...그, 그럼 때리시겠습니까...언젠가...공자님의...후...후계를 낳아야하니...자...자궁이 있는 곳만 아니라면...어디던지...괜찮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미묘하게 다른 대사를 하는 멜피사의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멜피사.”

“넵! 공자님! 맨손으로 부족하시다면 채찍을 쓰시겠습니까? 공자님 취향에 어울리는 채찍을 준비했습니다!”

“...”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길래 멜피사는 가시 달린 채찍을 준비해서 다니는 걸까.

“...아뇨, 필요 없어요. 그냥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요.”

“...네? 어떤 기회를 말씀이십니까?”

“멜피사가 저를 유혹할 기회를 준다고요.”

“아...”

고개를 살짝 든 멜피사가 나와 시선을 마주치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저...고...공자님만...괜찮으시다면....공자님과...관계...를...맺고 싶습니다.”

너무나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말.

하지만 상대가 멜피사여서 그런 것일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조금 더 멜피사가 적극적이 되면 좋겠다.

“흐음... 그게 전부에요? 좀 더 준비한 거 없어요?”

“...아....그....오늘은...고...공자님이 봐줬으면 해서...치마를 입고 왔습니다...”

눈을 질끈 감은 멜피사가 치마 끝을 잡고 들어 올린다.

검은 치마가 살랑거리며 시선을 끌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돌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걸로도 부족한데요.”

“...읏....그...그럼...이...옷안에...공자님께서 달아주신....피어스..가 있습니다...제가...제대로...달았는지...확인해주...실...수 있겠습니까...”

떨리는 목소리와는 달리 무표정한 얼굴로 검은 자켓을 풀어헤치며 말하는 멜피사.

표정과 목소리의 어긋남이 상당히 음란하게 느껴졌다.

“음... 유혹에 넘어갈 것 같네요.”

“...저..정말입니까?!”

“네, 조금만 더 하면요.”

“...여...여기서...더 말입니까?”

이제는 정말 한계에 도달했는지 멜피사의 손끝을 떨어댄다.

“죄..죄송합니다! 더...더는 생각나는게... 없습니다...”

“아... 그럼 어쩔 수 없죠. 거의 다 넘어가기는 했어도 여기에서 그만해야겠죠?”

“...매..매일...!!”

그만한다는 말에 멜피사가 반사적으로 소리치며 소매 끝을 붙잡았다.

“...힉! 죄...죄송합니다! 감히 공자님의 몸에 손을 대서..”

“아뇨 괜찮아요. 그보다 매일 뭐죠?”

내 질문에 멜피사가 침을 꼴깍 삼키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매일...공자님의 씨앗을...받는...생각을하며...자위를...했습니다...”

순간 심장이 확 뛸 정도로 야한 목소리로 말하는 멜피사를 보자 하체에 피가 몰리는 게 느껴진다.

“오늘도요?”

“...네. 했습니다...”

“언제요?”

“고...공자님을 만나기 오기 직전에 했습니다...”

멜피사의 무감정한 얼굴이 수치심으로 무너지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멜피사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 오른쪽 검지를 쭉 피고는 멜피사의 젖꼭지 주위를 빙글 돌렸다.

“...흐읏♥”

옷 위로 만졌음에도 젖꼭지에 달린 피어스의 존재는 확실히 손끝에 느껴졌다.

“멜피사. 매일 자위할 정도로 저와의 관계가 좋았어요?”

“...흐읏...네...공자님...아무리...읏!...차...참으려...해도 그날의 기억이...잊혀지지 않아서...읏..”

“흐음, 제 허락도 없이 제 생각을 하며 자위했다는 거죠...”

“...하아..읏...죄...죄송...합..니....다..♥...요..용서를...”

쾌락에 빠져 점점 작아지는 멜피사의 목소리를 듣자 나도 이제 한계였다.

“이렇게까지 유혹하면 저도 못 참겠네요. 그럼, 할까요?”

티잉─

내가 검지를 살짝 튕겨 멜피사의 피어스를 쳤다.

“...하으긋..♥ 네에...공자님...가...감사합니다.”

멜피사가 환하게 웃....지는 않았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여전히 무표정한 멜피사의 얼굴.

하지만 어째서인지 기뻐하는 감정만큼은 훤히 읽히는 느낌이었다.

‘...그럼 어디에서 하지?’

기숙사에서 하자니 루시아나 비비안이 들이닥칠 것 같고, 그렇다고 구 교사에 데려가자니 조교가 아닌 관계를 맺는 거니까 좀 더 좋은 장소에서 하고 싶었다.

그때, 멜피사가 내 생각을 읽을 듯 말을 걸었다.

“..저...공자님...?”

“네, 멜피사. 무슨 일이에요?”

“...괘...괜찮으시면...제 그림자에 들어오시지 않겠습니까?...과...관계를...맺을..준비는...다...해놨습니다.”

멜피사의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림자 속에서 관계를 맺는다니 상상조차 못 한 방법.

그도 그럴 것이 ‘그림자’는 ‘파볼리에’의 혈족 마법이다.

따라서 오직 파볼리에의 피를 이은 자들만이 그림자에 들어갈 수 있다.

‘...전에 루시아와 함께 잠깐 시험해 봤을때도...’

서로 딱 붙어 있는 상황에서조차, 거름망에 걸린 것처럼 루시아는 튕겨 나가고 나만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나랑 멜피사는 파볼리에의 혈통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둘 다 그림자에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림자 속에서 근친섹스라니... 그림자 마법을 만든 조상님이 무덤에서 통곡하시겠군...’

내가 잠시 조상님께 묵념하려고 했지만 바로 취소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근친상간이라고 하기에는 나와 멜피사는 정식으로 혼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촌수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뭐, 촌수가 가깝다고 해도 그런 걸 신경 쓰기엔 너무 늦었지.’

의붓어머니인 가르시아야 피 한 방울 안 섞였으니 그렇다 쳐도 이복 누나인 레이카는 명백히 유죄였다.

─오라버니~♥

레이카를 떠올리자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고...공자님...제가...또...주제넘은...말을...”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말이 없어지자 불안해졌는지 또 쭈그러드는 멜피사.

나는 방긋 웃으며 멜피사를 진정시켰다.

“아니요. 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멜피사의 그림자로 들어갈게요.”

“..네..넵! 공자님께서 들어가시면 저도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멜피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멜피사의 그림자 위에 올라섰다.

「삼켜라 ­ 그림자」

영창을 외는 순간 바닥이 꺼지며 다리부터 소리 없이 그림자 속으로 빠져들었다.

스으윽—

“...와.”

멜피사의 그림자 속을 둘러본 내가 감탄사를 흘렸다.

‘그때랑은 완전 딴판이네...’

황실에서 그림자를 배울 때 잠시 보았던 멜피사의 그림자는 ‘직계’의 기술을 사용한다는 죄책감 때문이지 그림자 내부 삭막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호텔 방 하나를 통째로 옮겨 놓은 것처럼 화려했다.

‘욕조에... 옷장에... 과일도 가져다 놨고... 그리고 저건...’

특히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침대는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넣은 거지?’

내가 양팔을 쫙 뻗고 누워도 다섯 명은 들어갈 크기의 침대.

아무리 그림자를 쭉 늘린다 하더라도 집어넣을 수 없을 정도였다.

“...고..공자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자, 뒤따라 들어온 멜피사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멜피사.”

“네...넵 벗을까요?”

“아뇨, 제가 벗길 거에요. 아, 갈아입을 옷은 있죠?”

“네, 미리 준비해놨습니다.”

“그럼, 안 벗기고 찢어버려도 되죠? 최근에 해보니 조금 끌리더라고요.”

“...아...네...알겠습니다.”

그림자 속이라 경계가 느슨해진 걸까 멜피사의 얼굴이 붉어지는게 느껴졌다.

바깥에 있을 때보다 훨씬 표정에 생기가 도는 게 보기 좋았다.

“그럼, 하기 전에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네, 공자님. 말씀하시죠.”

내가 손가락으로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어떻게 넣었어요? 그림자로 삼킬만한 크기는 아닌데.”

“아....”

내 질문에 멜피사가 뺨을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재료를...사서...조립했습니다.”

“저 큰 침대를요?”

“...네...이 안에 있는 가구들은 전부 제가 조립했습니다.”

멜피사의 대답에 내가 헛숨을 들이켰다.

“...멜피사 원래 자기 그림자에서 지내요?”

“아...아닙니다...보통은 리아나님의 그림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나도 알고 물어 본 거다.

어찌됐던 명목상 멜피사의 지위는 황녀의 호위니 대부분의 시간을 황녀의 그림자에서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꾸민거에요?"

내가 순수한 의문을 담아 질문을 던지자 멜피사가 양 손가락 끝을 서로 마주친 채 얼굴을 붉혔다.

“...오...오늘...고...공자님이랑...할...수있을까봐...준비했습니다...”

“....”

그러니까 확정도 아닌...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이 많은 걸 조립했다는 건가?

‘아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역시 멜피사도 정상은 아니네...’

지금까지 꽤 많은 사람을 만나본 것 같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세계에서 정상적인 성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 말고 본적이 없는 것 같았다.

“...부...부담스러...셨다면...죄송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멜피사를 상처입히지 않기 위해서 내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멜피사. 그럼 ‘아기씨 주입 연습’을 시작할까요.”

내가 굳이 멜피사의 어휘를 사용하자 부끄럽다는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멜피사가 대답했다.

“...네에...공자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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