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44화 (144/354)

〈 144화 〉 성녀(??)님 말고 성녀(??)님 (2) (루시아 콘티 공개!)

* * *

“...!”

한밤중 느닷없이 루시아님이 벌떡 일어난 탓에 같이 깨버리고 말았다.

“...루...루시아님? 무슨 일이세요...”

“...하아...하아... 비비안.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요... 생각지도 않았던 암고양이가 주인님에게 꼬리를 치는 듯한...”

“...?”

유진님께 여자가 생긴 게 어디 놀랄 일인가.

해가 지면 달이 뜨는 것처럼 유진님의 곁에 여자가 꼬이는 건 당연한 법칙이 아니었던가.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루시아님이 갑자기 이러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루...루시아님...워...원래...유진님에겐...여자가...많지...않나요?”

“...비비안. 제가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이라도 쓸 거 같아요?”

“...죄...죄송해요..”

“하, 됐어요. 주인님이 마지막에 저를 택해준다면, 수백 수천의 여자를 안아도 아무 상관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엄지손톱을 잘근 씹으며 창문 밖을 노려보는 루시아님.

“...누군가 제 자리를 노리는 것 같아요. 그것도 여러명이...”

잘 자다가 일어난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루시아님의 심기를 거스를 용기는 없었다.

“용서 못 해요... 저한테서 주인님을 뺏어가려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지... 절대로...”

소름 끼칠 정도의 냉기를 풍기는 루시아님의 눈빛에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은근슬쩍 가리며 말했다.

“괘...괜찮을거에요...루시아님...”

“...그렇죠? 비비안? 주인님이 저를 버릴 리가 없죠?”

“...네..넷...물론이에요...”

그 순간 어째서인지 비앙카 언니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쳤지만...

‘...아니겠죠? 유진님께 복종하긴 했지만... 그런 모습이 없었으니까...’

비비안이 애써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

“어쩌죠! 저! 릴리스...! 너무 늦어버렸어요...!”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릴리스가 카르네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승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 시간이 돼서야 간신히 양호실을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뛰어다니던 릴리스의 걸음이 느려지더니 이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도대체 언제쯤 보지로 사정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는 거죠...”

보지 사용법을 배워도 되지 않냐는 물음에 대답은 언제나 ‘아니요’였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손과 입, 가슴까지는 거의 다 배운 거 같은데요...’

특히, 입으로 하는 대결에서는 거의 팔 할에 가까운 승률을 얻어내고 있었다.

“안 되겠어요! 다음번에는 떼를 써서라도 꼭 배워야겠어요...!”

릴리스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터질듯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떼쓰기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파르테논에서 카르네아로 올 수 있던 것도 전부 떼를 잘 써서 온 거 아닌가!

“...그런데 여긴 어디죠?”

문뜩 주변을 둘러본 릴리스가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늘 다니던 정문이 닫혀 있던 터라 어쩔 수 없이 뒷문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어두워 길을 잘못 들었는지 처음 보는 건물이 있었다.

“...흐음...? 이상하네요... 처음 보는 데도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이 장소에 온건 처음이지만 이상하게 건물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으으으...어디서 봤죠?”

양 손가락을 하나씩 펴고는 관자놀이를 빙글빙글 돌리는 릴리스.

—짝

그리고 무언가 떠오른 듯 손뼉을 짝 친다.

“...여...여긴...설마...”

가슴골 사이에서 보라색 표지의 책을 꺼낸 릴리스가 침을 꼴깍 삼켰다.

“역시 똑같아요! 이...이건 대발견이에요!”

다시 한번 확인해보니 책에 적힌 묘사와 눈앞에 있는 건물은 너무 흡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릴리스가 들고 있는 ‘나의 일기’는 작가 B.B.

즉, 비비안 베아트리스가 적어놓은 유진과의 조교 일지였으니까.

—여...여기에...숨기면...아무도...모를거에요..

도서관에 책을 숨겨 놓은 건 들키지 않기를 바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은....

노출증이 있는 비비안 나름대로 영역 표시였다.

설마 비비안도 ‘고블린도 따라 할 수 있는 대학원생이 되는 101가지 방법’을 누가 꺼내 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릴리스가 책 표지를 뒤집기 전까지 도서관 사서를 포함해 누구도 꺼내지 않았다.

“...이럴수가...! 저... 릴리스...생각치도 못했어요...! 설마 이 책의 배경은 카르네아였던 건가요?”

성적 흥분과 모험심으로 심장이 쿵쿵거린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릴리스가 침을 꼴깍 삼켰다.

“...자..잠까만...들어..가...볼까요..”

아무리 릴리스라 해도 평소 같았으면 이런 늦은 시간에 낯선 공간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리스의 잘못된 ‘보지 금지령’으로 인해 성녀님은 지금 성욕에 눈이 멀어버린 상태.

아이리스로서는 그게 무슨 잘못이냐며 억울하겠지만, 아이리스가 간과한 것이 세 개나 있었다.

첫 번째는 릴리스가 너무 순진했다는 거다.

아이리스가 내린 ‘보지 금지령’는 어디까지나 딜도를 사용하지 말라는 거지 자위까지 금지한 건 아니다.

하지만 릴리스가 알고 있는 자위라곤 고작해야 허벅지끼리 비비적거리는 것.

이것만으로는 릴리스의 성욕을 채워주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켰다.

두 번째는 릴리스가 너무 정직했다는 거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이 정도로 몸이 달아오르면 한 번쯤은 몰래 손을 대볼 만도 하지만 평생을 성녀로서 정직하고 신실하게 살아온 릴리스는 아이리스의 말을 어기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릴리스가 너무 야했다는 거다.

보지 금지 상태에서 펼쳐진 아이리스와의 대결로 성적인 지식과 자극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릴리스의 성욕을 묘사하자면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과도 같았다.

지금의 릴리스는 ‘진짜 자위’를 알게 되는 순간 온종일 자위만 할 정도로 발정 난 상태란 말이다.

‘...여기에요...여기를 열면...!’

어느새 구 교사 3층 구석에 있는 교실 앞까지 도착한 릴리스.

지금까지는 의심이었지만 릴리스의 몸 안에 흐르는 ‘무언가의 피’가 이곳이라 확신하게 했다.

‘...저 릴리스! 들어갑니다!’

눈을 질끈 감은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 풍겨오는 엄청난 정액 냄새.

“...후아...”

정액의 냄새가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드는 듯했다.

책에서 적혀있는 표현대로라면 이게 자궁이 떨린다는 걸까.

‘...이거...위...위험해요...너무...위험한.....’

냄새를 맡은 것만으로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고, 젖꼭지가 봉긋 솟아오르며, 다리 사이에서 애액이 마구 흘러나온다.

‘...위험한...데...더...는...’

─뚝

그 순간 릴리스의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모든 감각이 유진 칼리오페의 자지에 고정되었다.

***

“...후아...”

열띤 숨을 내쉬는 성녀를 보며 내가 눈을 깜빡거렸다.

‘...성녀가 여기서 왜 나와?’

‘아카조교사’를 통해 외모를 알고 있던 나조차 순간적으로 아이리스의 여동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카락 색만 제외한다면 상당히 닮은 외모.

사실 성녀의 본래 머리카락 색도 양호 마망처럼 분홍색이니 그냥 닮은 게 확실했다.

‘아니, 이렇게 분석할 때가 아니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등장이라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일단 급한 대로 손으로 성기를 가리는 순간, 뇌 대신 자지를 탐하는 좀비처럼 돼버린 릴리스가 다가온다.

“....자지..!”

“읏...!”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에 뒤로 물러나자 순식간에 따라붙는 릴리스.

“...후아...자지...자지...주세요...”

릴리스에 몸에서는 페로몬이라도 풍기는 걸까.

우유향이 섞인 듯한 달콤한 숨결을 맡는 순간 머리가 어질거리더니 자지가 있는 힘껏 단단해진다.

‘...뭔데? 도대체 뭔 상황인데?’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래 정석적인 릴리스의 공략법이라면 성에 대해 무지한 릴리스에게 수면약을 먹여서 잠든 사이 신체부터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릴리스는 누가 봐도 무지하기는커녕 성에 미쳐있는 성녀(??)였다.

─쪼옥

내가 구석에 몰리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지를 뿌리 끝까지 집어삼키는 릴리스.

말도 안 되는 혀 놀림에 신음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크으읏...”

지금까지 관계를 맺은 여자들이 왜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줄 알겠다.

압도적인 쾌락에 신음 외에 다른 말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큿!”

앉아 있는 상황에도 허리의 힘이 풀린다.

밀쳐 내고 싶지만, 움직이는 순간 릴리스가 풍기는 페로몬에 홀려 덮쳐버릴 것 같다.

‘...도대체 뭔데...!’

상태창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침대 위의 왕자’에서는 분명 서큐버스라도 지려버릴 정도의 정력이라 했다.

하지만 지금의 릴리스는 ‘침대 위의 왕자’를 압도하고 있었다.

‘...안..돼...’

마치 개별적인 의지를 가진 생명체처럼 자지를 쥐어짜오는 릴리스의 혀에 견디는 것도 한계였다.

서서히 꼬리뼈부터 사정감이 차오르고 이성이 마비되려는 순간.

콰앙—!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뺨을 스치며 지나며 침몰하던 이성이 급격히 떠오른다.

“...야 이 개씨발새끼야!”

큰 소리에 놀란 릴리스의 혀 놀림이 잠깐 약해진 사이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비앙카!!”

“이름 부르지 마! 이 씨발놈아! 개새끼! 내 처녀 따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저런 저...저...젖탱이 큰 년을... 그렇게 가슴이 좋냐! 앞으로 닷새는 나랑만 한다면서! 닷새는커녕 다섯 시간도 안 지났어 발정난 개새끼야!”

쏘아붙이는 비앙카를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나 같아도 눈이 돌아가는 상황이란 건 이해한다.

비앙카의 입장에서는 첫 관계가 끝난 뒤에 잠깐 나갔다가 오니 낯선 여자가 자지를 빨고 있는 거 아닌가.

“선배, 심정은 알겠지만 전부 오해입니다!”

“오해는 무슨 오예겠지! 씨발놈아!”

—콰앙!

다시 한번 비앙카가 내게 옷을 집어 던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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