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빡대가리 성녀님은 발정기 (4)
* * *
“저! 릴리 화이트플랑 궁금한 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꺄아아아악!”
아이리스의 찢어지는 비명이 양호실을 가득 채웠다.
“어..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부...분명히 문은 잠갔을 텐데요!”
당황하면서도 재빨리 책상 앞으로 뛰쳐나가 몸으로 딜도를 가리는 아이리스.
“잘 모르겠어요! 그보다 선생님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요!”
그리고 질문 따위는 가볍게 넘기며 다가오는 릴리스.
‘...이..일단 딜도부터 치워야..’
등 뒤로 손을 뻗은 아이리스가 책상을 더듬거리며 딜도를 잡아보려 했지만...
항상 그렇듯 이럴 땐 하늘도 도와주지도 않는다.
—툭
딜도가 손끝을 빠져나가는 순간 아이리스는 인생의 끝을 직감했다.
“아....”
온갖 감정이 뒤섞인 짧은 단말마.
—데굴데굴
책상에서 떨어진 딜도는 바닥을 굴러 릴리스의 발아래에 멈춰선다.
“흐음?”
무표정한 얼굴로 딜도를 줍는 릴리스와 대비되어 더욱 절망적으로 보이는 아이리스의 얼굴.
‘끝장이에요...! 전 끝이라고요!’
이 사건이 징계위원회에 회부 되는 순간 최소한 해고는 확정이었다.
‘...해, 해고만큼은 어떻게든...’
사실 해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치유사야 항상 부족하니 카르네아에서 쫓겨나더라도 금방 새로운 직장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유진군과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야 간신히 누군가의 곁에 있음으로써 얻는 행복을 깨달았는데...
그 행복을 이렇게 어이없는 이유로 잃을 순 없었다.
“...이건...자지네요?”
딜도를 주워든 릴리스가 귀여운 얼굴로 티 하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으아아아아!... 어...어...어쩌죠!’
아이리스의 눈이 뱅글뱅글 돌아간다.
어떻게든 변명을 해야 했지만,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변명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죠? 자지 맞죠?”
“...그건...자...자지가 아니라 딜도에요!”
쾅!
말을 마친 순간 아이리스가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자지가 아니라 딜도라니!...이 바보!! 그게 도대체 무슨 변명이에요!!’
아카데미 내에서 딜도를 가지고 다니는 양호 교사.
이래선 음란 교사라고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딜도?...딜도가 뭐죠? 아무리 봐도 자지인데?”
릴리스는 딜도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굵고, 길고, 핏줄이 솟았으며, 검붉은 색까지.
책에 적혀 있던 묘사와 똑같이 흉악하게 생긴 물건.
굳이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남성의 다리 사이에 달린 게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뿐이다.
릴리스는 순수한 의문을 담아 물었다.
“딜도랑 자지랑은 뭐가 다른 거죠?”
“그...그게...자..자지를...교육용...으로...만든게 딜도에요..”
아이리스가 말하면 말할수록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세상 어느 곳에서 이런 흉악한 딜도로 교육을 한단 말인가.
‘아니... 고급 유녀??들을 기르는 학교에서는 딜도를 가지고 성교육을 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지만...’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는 카르네아다.
유녀가 아닌 제국의 미래와 꿈을 기르는 장소란 말이다!
“흐음...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자지라는 거죠?”
“..그..그게...”
“그렇죠?”
“....네.”
반짝이는 릴리스의 눈을 보자 더는 변명 할 수 없었다.
결국, 아이리스가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유진군. 저는 여기까지인가 봐요..’
아이리스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카르네아에서 쫓겨나면 지금처럼 자주 만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산키샌 마을에서 치유사로 활동하면 최대한 옆에 붙어 있을 수 있을 거다.
아이리스가 해고 후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을 때, 릴리스가 귀엽게 폴짝 뛰면서 웃었다.
“후후훗! 양호실에 오자마자 자지를 손에 넣다니! 저 릴리스...가 아닌 릴리 화이트 플랑! 운도 따라주는군요! 마침 잘됐어요!”
자지를 손에 넣은 게 운이 좋다니...
도대체 저 아이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자, 선생님 그럼 이 자지...아니, 딜도를 사용해서 저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사...사랑이요?”
아이리스가 눈을 깜빡거렸다.
이야기 전개가 너무 뜬금없어서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네! 요즘 너무 사랑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요! 분명 책에서는 사랑을 하면 몸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라 하던데... 저는 사랑을 하면 할수록 몸이 애달파졌어요!”
“....?”
말뜻은 전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아이... 머리가 이상해요!’
카르네아의 제복을 입은 걸 보면 학생은 맞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입학한 건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강의실에서 양호실까지 오는 동안 부족한 게 뭔지 계속 생각해봤어요!”
...상대방의 정신 상태가 어쨌거나 지금 약점을 잡힌 건 아이리스였다.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은 채 구슬려야 했다.
“...그...그래서..부족한게 뭔가요?"
“사정이요! 사정이 없기에 사랑이 없는 거였어요!”
“...네?”
“책에서는 자지가 보지 속에서 사정하는 순간에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했어요!”
“...”
유진을 만나기 전 같았으면, 이쯤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소리쳤을 것이다.
하지만...
‘...화...확실히...그건 그래요.’
직접 경험해본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유진군의 정액이 자궁을 가득 채울 때 느낀 만족감은 그야말로 사랑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니 어떻게 사정시키는지 제게 알려주세요!”
“...제가...요?”
“네! 선생님을 보는 순간 굉장히 잘 사정시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칭찬?
과연 이걸 칭찬으로 들어도 되는 걸까?
아이리스가 고민하는 사이 릴리스는 이미 양호실 안에 들어와 자리까지 잡았다.
“자! 선생님! 어서요!”
눈을 반짝인 릴리스가 고개를 마구 끄덕이며 말했다.
‘...여..여기는 하는 수 밖에 없겠군요.’
아이리스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의자에 앉았다.
“아...알았어요...제가 사정시키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후훗!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다만 먼저 손으로 하는 방법을 알려줄 거에요.”
아이리스의 말에 릴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보지가 아니라 손인가요? 책에서는 보지를 사용해서..”
“사..사랑도 단계가 있다고요! 먼저 손! 다음은 입! 가슴! 보지! 이 순서를 꼭 지켜야 한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학생 앞에서 딜도로 자위를 할 수 없기에 한 말이었지만, 깨닫고 보니 유진에게 해줬던 순서를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새로운 걸 배웠어요! 역시 책만으로 배우는 건 한계가 있어요! 선생님께 묻기를 잘한 거 같아요!”
성스럽기까지 하다고 느껴지는 미소를 짓는 릴리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리스가 눈물을 삼켰다.
‘...왜 이렇게 된 거죠?’
그냥 평범하게 자위하고 싶었을 뿐인데...
갑자기 학생에게 대딸법을 가르치는 상황이 되다니.
세상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한 것 같았다.
“자! 선생님! 릴리는 준비 완료에요!”
진지하게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는 릴리스를 보니 이젠 물러날 수도 없었다.
“...자...잘보세요.”
슥슥—
딜도를 잡은 아이리스가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최대한 빨리 끝내겠어요...’
아이리스는 릴리스에게 정말 가볍고 기초적인 대딸법만을 알려 줄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남성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유곽이 아니라 카르네아란 말이다!
“아하! 이렇게 말이죠!”
...릴리스의 재능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
경지에 오른 검사는 상대가 검을 잡는 방법만 보아도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아이리스도 그러했다.
아이리스 실력이라면 딜도를 잡는 그 손길만 보아도 상대방이 어느 정도의 대딸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말도 안 돼요...!’
아이리스가 대딸의 천재였다면 릴리스는 대딸의 악마였다.
부드럽고 상냥하게 자지를 감싸 절정에 이르게 하는 아이리스의 대딸과 달리, 릴리스는 대딸은 그야말로 전설 속 음마족과 같이 오직 정액을 짜내기 위한 손놀림이었다.
“어떤가요! 선생님 저 릴리 화이트플랑! 잘 하고 있나요?”
“...읏!...자..잘하고 있어요.”
잘하고 있는 정도가 엄청난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이리스를 더욱 두렵게 하는 건 릴리스는 이게 처음 하는 것이라는 거다.
‘아직은 약간 미숙하지만... 대딸의 재능은 나와 대등하거나...그 이상?’
어째서인지 가슴이 꽉 죄어오는 감각을 느끼며 아이리스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안대요...질 수 없어요!’
유진에게 대딸의 천재라고 불렸던 기억이 떠오르며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의 강도를 따르게 한다.
‘엄지, 중지, 소지에는 힘을 강하게! 검지와 약지에는 힘을 약하게!’
손가락의 절묘한 힘 조절로 마치 보지에 넣은 듯한 쾌락을 주는 대딸.
유진군 마저 신음을 흘리게 하는 아이리스 최고의 기술이었다.
‘...어때요! 이건 따라 할 수 없겠죠!’
약간의 우월감을 가진 아이리스가 릴리스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으음...어렵네요...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 그..그건..!”
릴리스의 손놀림을 본 아이리스가 경악했다.
‘착각하고 있었어요...!’
아이리스가 대딸로 보지와 같은 쾌감을 줄 수 있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흉내다.
결국, 진짜 보지를 사용하는 게 더 기분 좋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릴리스가 하고 움직임은 오직 대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이걸 바로 깨닫다니...괴물...아니...악마의 재능이군요...’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듯한 음란 마귀의 등장에 음란 천재가 침을 꼴깍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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