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화 〉 베아트리스가의 일상 (3)
* * *
이불을 푹 둘러쓴 비앙카는 침대가 원수라도 된 것처럼 내려쳤다.
‘자위하는 걸 들키다니..!!’
창피해서 죽고 싶어졌다.
비비안이 자신을 찾아와주건 정말 너무 고맙고, 기쁘지만 왜 하필이면 지금이었을까.
“어...언니...괜찮아요?”
간신히 마음을 다스린 비앙카가 이불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네가 여기는 무슨 일이야?”
그날 이후 비비안이 찾아온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그게 루시아님이 곧 오신다고 연락을 주셔서. 언니한테 알려드려야 할 거 같아서...”
비비안의 말에 비앙카가 인상을 찌푸렸다.
“루시아? 설마 루시아 우르엘라 말이야?”
“...네.”
“걔가 여길 왜 와?”
우르엘라의 차기 가주님께서 이런 몰락한 가문에는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 앞으로 유진님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랑 어..언니가 후유증은 없이 지내는지...”
비비안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 비앙카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만... 루시아가 그 일을 어떻게 알아?”
“....힉! 그..그...그게...”
정곡을 찌르는 비앙카의 말에 비비안의 이마에서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비앙카가 더욱 파고들었다.
“....설마 그 흰 가면녀가 루시아였어?”
“이...이건...마...말하면 안되는거였는데...어...언니...모..못들은 걸로 해주시면 안 되나요?”
언제가 손 봐주려고 했던 가면녀가 루시아라는 건 마음에 안들었지만...
‘...하아...어차피 지난 일이니까.’
어차피 루시아는 비앙카가 손을 댈만한 위치가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사건뿐만이 아니라 베아트리스 가문 정도로 통째로 지워버릴 수 있는 게 루시아니까.
...그리고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감사하는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과정이야 최악이었지만 어쨌든 조교를 당했기에 이렇게나마 비비안과 다시 대화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쯧...”
비앙카는 혀를 한 번 차는 것으로 찜찜한 기분을 털어냈다.
“...신경 쓰지 마. 루시아가 이곳에 온다는 건 어차피 정체를 밝힐 생각일 테니까.”
“...저..정말이요?”
비앙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체를 밝힐 생각이 아니고서야 카르네아가 개학하고 따로 비비안을 불러 만나면 되는 걸 굳이 찾아올 필요가 없었다.
“...그보다 어머니한테 온다고 말해줘.”
“어...어머니한테도 말해야 하나요?”
“당연하지. 갑자기 눈앞에 우르엘라 가문의 차기 가주가 나타나시면 기절하실걸.”
“...그..그럼...왜 온다고 말해야...할까요?...이유는..말 못하는데.”
“조교에 관한 거야 당연히 비밀로 해야 하고... 뭐, 루시아가 개인적인 친분으로 널 보러 온다고 정도만 말해도 충분할 거야.”
이걸 들은 어머니가 비비안의 친분을 핑계로 루시아를 구슬릴 수도 있겠지만.
‘...루시아 우르엘라가 어머니에게 넘어갈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이번 기회로 비비안을 베아트리스가의 속박에서 풀어줄 수도 있을지 몰랐다.
“네... 어..언니...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래.”
“....”
“....”
그 말을 끝으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비비안과 이렇게 대화를 나눈 게 얼마 만이던가.
이 정도라도 대화를 이어간게 기적이었다.
‘..무...무슨 말을하지?...점심은 먹었니? 아니, 아까 같이 먹었잖아!’
어떻게든 할 말을 찾으려던 비앙카의 머리가 과부하로 터지기 직전.
비비안이 먼저 떠듬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그...그런데...어..언니도...자위를...하는거군요.”
침묵을 깨려는 비비안의 의도는 잘 알겠다.
...하지만 주제 선택을 한참 잘못했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진 비앙카가 소리쳤다.
“...아..아니야! 원래는 안 했어! 저..전부 그 변태 새끼 때문에!”
“...변태 새끼? ...설마 유진님이요...?”
“그래! 변태 새끼가 그 자식 말고 누가 있..”
“...언니.”
그 순간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비비안의 싸늘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유진님 욕하지 마세요.”
—오싹
여기서 말실수라도 하는 순간 험한 꼴을 당하고 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알았어 안하면 되잖아.”
“..아앗...그...죄..죄송해요. 언니....”
뒤로 돌아선 비앙카가 비비안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진. 그 새끼가 비비안을...”
“...언니?”
“히끅...”
저도 모르게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어...어떻게 들은 거야?’
사람 한두 명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묻어버릴 것 같은 비비안의 텅 빈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
“....언니가 자꾸 유진님을 욕하시면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알았어...!알았으니까! 다...다시는...욕 안한테니까! 지..진정해.”
“아...! 죄...죄송해요...저...저도 모르게...그..그럼...이만 가볼께요.”
허리를 깊게 숙인 비비안이 문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심장이 꾸욱 죄여온다.
‘...이렇게 간다고?’
싫다.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야 간신히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어떻게서든 비비안을 붙잡고 싶었다.
“...잠깐만 기다려.”
“...네?”
“비비안...너 유진한테 여러 가지 배웠지?”
“...네. 유진님께서는 정말 많을 걸 배웠어요.”
유진을 떠올리는 비비안은 지금껏 본 적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조...조금만 도와줘..”
“어..어떤 거를요?”
“...자...자위.”
“....네?”
주제 선택 최악인 건 비앙카도 마찬가지였다.
‘...여동생에게 자위를 도와달라 하는 언니라니.’
스스로 말해놓고도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 비비안과 자신을 연결해주는 가장 강한 것은 조교라고 생각했다.
“...이젠 구속되지 않으면 못가겠어.... ...혼자서는 구속할 수 없으니까...싫..싫으면...”
“네, 언니! 도와드릴게요.”
“응..?”
정말 오랜만에 눈을 반짝이는 비비안을 보았다.
조교를 하는 비비안이 즐거워 보인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언니가 조교를 바랄 줄은 몰랐어요....자..잘됐어요! 마침..루시아님이 편지와 함께 보내주신 물건 중에 좋은 게 있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순식간에 방을 나섰다 돌아온 비비안은 두 뼘 정도 되는 상자를 가지고 들고 왔다.
비비안이 상자의 내용물을 꺼내며 말했다.
“봉의 수갑 개량형이랑... 이건 유진님의 자지님을 본따서 만든 딜도에요!”
“....”
말문이 막혔다.
내가 알던 루시아 우르엘라의 인상이 박살 나는 느낌이었다.
‘...루시아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걸 보낸 것일까.’
깊게 생각할수록 머리가 어질거린다.
“자, 이건 마력 반응식이라 기절할 필요도 없어요. 대신 언니가 수갑에 마력을 불어넣고 직접 차주세요.”
하지만 어린 시절처럼 즐거워하는 비비안을 보니 아무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찰칵—
수갑을 차는 순간 온몸에 퍼져있는 마력 통로가 막힌 기분이 들었다.
‘...이...이거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절망감.
벌써 등골이 오싹하고 아랫배가 쿵쿵 떨려온다.
“..아...묶을 밧줄을 깜빡했네요.. 제가 구해...”
꾸욱—
비앙카는 방을 나서려던 비비안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말했다.
“...밧줄...저...저기...침대 밑에...있어.”
***
“...흐읏...”
비앙카는 보지가 훤하게 보이도록 무릎을 굽힌 채 양쪽으로 다리를 벌릴 상태에서 의자에 구속되었다.
“...어때요...잘 묶인 거 같아요? 안 풀리나요?”
“...끄읏..”
비앙카가 발버둥을 쳐보지만, 봉의 수갑 때문에 고유능력은 사용하지 못하고, 본연의 힘만으로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안 풀려.”
“...다...다행이에요...그..그럼 시작할게요.”
“아..알았....케흑..”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비비안의 손가락이 비앙카의 입안을 휘저었다.
“케흑...하으..켁...하아..지금...뭐하는...흐엣...”
그리고 비앙카의 침이 묻은 손가락을 이미 잔뜩 젖어있는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흐앗..,!...하읏...읏..거긴...하아..하아..끄으읏..!”
“...역시 언니도 여기가 약하네요. 저도 유진님이 여기를 만지면 금방 가버려요.”
비비안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 마다가 보지에서 애액이 뚝뚝 떨어진다.
“어때요? 언니? 유진님 만큼은 아니더라도 기분 좋죠?”
“...흐윽...하...히윽...흣.!....”
“...대답하지 않으면 멈출 거에요?”
“조...좋아..흐으...읏..!...조...좋으니까...멈...추지..으힛..!”
“잘했어요. 그럼 좀 더 괴롭혀드릴게요.”
비비안의 도움을 받는 자위는 혼자서 하는 것과 비교 할 수 없이 만족스러웠다.
“기..기분..져아..흐으읏!”
...하지만.
“흐앗...!끄윽...흐잇..읏..!”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하아..하아...흐익...!흑..끄으읏..!”
갈 수 없었다.
‘...왜?..왜..못가는거야?’
몸을 구속한 밧줄과 수갑, 내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비비안의 움직임.
분명 완벽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터인데 어째서 갈 수 없는지 모르겠다.
“언니. 언니가 왜 갈 수 없는지 알아요?”
“...흐윽....끄읏...하아...모..몰라...”
“언니의 몸과 마음은 이미 유진님을 주인으로 인정했는데 언니가 거부하고 있어서 그래요.”
“그..그게...무슨..소리...흐끄...!”
비비안의 손가락이 또다시 비앙카의 약점을 자극한다.
“끄으읏! 거...거기아..안대..안댓..윽!”
고작 몇 시간 사이에 비앙카의 약점은 모두 밝혀진 뒤였다.
“하아...하아...끄읏...마..말하고...있..잖아..하아...”
“...봐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갈 수 없잖아요. 그러니 저를 믿고 유진님을 언니의 주인이라고 인정해보세요.”
말도 안 되는 말이다.
고작 누군가를 주인으로 인정한다는 것만으로 갈 수 있다니 말이 안 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러나 절정 직전에서 계속 멈춰 있는 지금의 상황은 견딜 수 없게 괴로웠다.
“...자. 어서요.”
결국, 비비안의 재촉에 비앙카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님.”
“다시요... 마음속 깊이 유진님을 섬기며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유...진...님!”
─두근
비앙카가 유진을 자신의 주인으로 인정한 순간.
육체와 정신이 일치하며 자궁 깊숙한 곳에서부터 엄청난 만족감이 퍼져나간다.
‘...흐읏...뭐..뭐야 이게...!’
온몸으로 퍼진 만족감은 이가 제멋대로 부디 정도의 쾌락으로 변해 비앙카를 순식간에 절정으로 이끌었다.
“흐아아아아아앗!♥”
푸슈슉—
의자에 구속된 비앙카의 몸이 마구 덜컹거리며 조수를 뿜어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