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칼리오페가의 가정사정 (2)
* * *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린 케일이 씩씩거리며 복도를 지났다.
그 모습을 본 고용인들은 혹여나 시비가 걸릴까 봐 시선을 피하며 멀찍이 물러났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케일이 화를 참지 못하고 바닥을 내리찍고 있을 때, 누군가 등 뒤에서 말을 걸었다.
“...케일 도련님?”
“뭐냐! 어떤 놈이 감히...!”
죽일 듯이 소리치던 케일은 자신을 부른 게 엠마인 것을 확인하고는 튀어나오던 욕설을 집어삼켰다.
“...뭐, 뭐냐?”
평소에는 쳐다보기만 해도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짓던 엠마가 먼저 다가왔다는 사실에 얼굴이 멋대로 풀리려고 했지만, 애써 표정과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했다.
“케일 도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혹시 방해였나요?”
“..누, 누가 방해라고 말했느냐!”
평상시와 확연히 다른 엠마의 말투와 행동에 당황했는지 혀가 굳었다.
“다행이에요! 혹시 방해일까 봐 걱정했어요...”
엠마가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근
사소한 몸동작 하나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낀 케일이 애써 큰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래서 왜 부른 것이냐!”
“그게 오늘 밤 아무도 모르게 유진님의 방에 와주실 수 있나요? 오늘 유진님이 자리를 비운다고 했거든요...”
촉촉하게 젖은 눈빛으로 엠마가 속삭였다.
케일의 다리가 덜덜 떨린다.
밤에 엠마가 자신을 몰래 초대한다는 사실에 침조차 잘 넘어가지 않았다.
“내, 내가 유진의 방에 왜 간단 말이냐!”
“...그곳에서 제가 케일 도련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갑작스럽게 케일의 손을 붙잡은 엠마가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손을 붙잡힌 순간 이미 케일의 마음은 유진의 방에 도착했지만, 마지막 한 조각 남은 이성이 그걸 막아섰다.
“...하필 유진의 방이라...다, 다른 곳도 많지...”
“그곳이라면 확실히 제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역시 안될까요?”
그렇게 말하는 엠마가 슬쩍 몸을 뒤틀자, 평소보다 짧은 치마 사이로 다리가 아슬아슬 한 곳까지 나타났다.
쿠웅─
심장이 떨어진다는 말은 질릴 정도 들어왔지만 정말 이런 느낌이 든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케일이 서서히 발기하는 자지를 숨기기 위해 다리를 꼬며 말했다.
“...아, 알았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로 나를...”
“...저와 케일 도련님의 ‘관계’가 완전히 달라질 일이에요.”
엠마가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며 강하게 말하자 케일의 고개가 멋대로 끄덕였다.
“그, 그래. 그럼 오, 오늘 밤 보자꾸나.”
“네, 케일 도련님.”
엠마가 환하게 웃었고 얼굴을 붉힌 케일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케일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엠마는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며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았다.
“...기분 나빠.”
**
“도련님 다녀왔..!”
엠마가 환하게 웃으며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지,지 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
들어오자마자 소리치는 엠마.
나에게 딱 붙어있는 레이카 때문이었다.
“사,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오늘 제 생일인 거 몰라요?”
“몰라. 내가 고용인 생일까지 알아야 하니?”
엠마가 펄쩍 뛰었지만 레이카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며 대답했다.
“비켜요! 오늘 도련님은 저랑 지낼 거라고요!”
“싫어. 내가 왜 오라버니랑 떨어져야지?”
“정신 차려요! 레이카님의 오라버니는 케일님이에요!"
“...케일? ...그게 오라버니? 나한테는 유진 오라버니뿐인데? 그쵸~. 오라버니?”
장난스럽게 웃은 레이카가 내게 입술을 맞췄다.
“레이카님... 지금 제정신이에요?”
“아무렴 제정신이지? 너도 한 번 유진 오라버니의 자지를 맛보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을걸?”
엠마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지만 레이카는 색기 넘치는 목소리로 속삭일 뿐이었다.
“...하, 알려줘서. 정말 고맙네요. 그럼 이제부터 저도 맛볼 테니까 좀 비켜주실래요?”
“후훗. 뭘, 나야말로 고맙지. 그날 네가 나를 막았더라면... 이렇게 기분 좋은 건 절대로 경험하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야. 아! 그리고 대답은 안 돼. 안 비켜줄 거야~.”
엠마가 아무리 쏘아붙여도 레이카는 여유롭게 웃으며 받아친다.
“히잉...도련님...”
자신이 자리를 비운 탓에 라이벌이 늘었다고 생각했는지 엠마가 울상이 되었다.
‘어차피 결과는 같았을 텐데...’
엠마가 방심한 탓에 예상보다 급격하게 진행하기는 했지만 결국 레이카도 조교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래도 지금보다는 시간이 더 있었으려나?’
최소한 레이카를 조교 하는 동안은 엠마와 놀 시간이 늘어났을 테니까 말이다.
“....도련님...”
“슬슬 비켜라. 레이카.”
엠마가 진짜 눈물을 흘리려고 하자 내가 한숨을 쉬며 레이카를 밀어냈다.
그러자 레이카는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싫어! 아직 오라버니가 보지에 안 박아줬잖아! 아까부터 내가 얼마나 발정 난 줄 알아요?”
“됐으니까 비켜요! 도련님이 비키라고 하잖아요! 빨리 비키라고요! 이제 제 차례니까!”
“싫다고!! 안 비킬...으헷!”
레이카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자 엠마가 번쩍 들어서 옮긴다.
내게 매달리며 레이카는 필사적으로 저항해보지만 애초에 근력을 단련하지 않은 레이카와 아인족과 혼혈인 엠마와 힘 싸움이 될 리가 없다.
순식간에 내동댕이쳐진 레이카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야! 지금 해보자는 거야!”
“하, 기습하고도 당해놓고 또 덤비시려고요?”
엠마가 비웃자 레이카는 코웃음을 치며 머리를 쓸어 올리며 대답했다.
“네가 잊었나 본데. 나는 칼리오페의 장녀야. 내 손에는 무력보다 더욱 위대한 권력이 있단다?”
레이카가 가슴을 뽐내듯이 내밀었다.
“....”
둘 사이에 낀 내가 레이카와 엠마를 번갈아 보았다.
레이카의 가슴이 자랑할 정도로 큰 것은 아니다.
고작해야 평균보다 약간 큰 정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엠마의 가슴은 평균보다 아래였다.
“...저, 저는 도련님의 직속 고용인이에요!”
“그게 뭐 어쩌라고? 혹시 오라버니랑 네가 더 친밀하다는 소리야? 설마 아니겠지~ 나는 오라버니와 피가 섞였는데? 네가 백날 노력해봐야 혈육은 될 수 없지.”
“혀, 혈육인 게 자랑인가요! 혈육이면 그런 짓을 하지 말아야죠!”
“응, 자랑이야. 나는 오라버니를 위해서라면 혈육의 벽을 넘을 수도 있다는 소리거든. 아아, 고용인 따위가 이 깊은 마음을 알지 모르겠네~.”
레이카가 엠마의 몸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하자 엠마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댄다.
“오, 오라버니는 무슨! 레이카님은 유진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던 엠마가 회심의 역전 펀치를 날렸다.
“...그래, 진짜 해보자는 거지?”
지금까지 여유롭게 받아치던 레이카의 이마에 혈관이 툭 튀어나왔다.
“그만해라. 레이카, 네게 시킬 게 있다.”
“네. 오라버니~. 말만 하세요.”
순식간에 태도를 바꾼 레이카는 오라버니라는 말을 유난히 강조하며 대답했다.
“지금부터 엠마와 관계를 맺을 테니, 옷장에 들어가서 훔쳐보고 있어라.”
“...훔쳐보라고요?...오라버니가 내 보지도, 엄마 보지도 아닌... 다른 애 보지를 사용하는걸?”
엄마 보지를 사용하는 게 몇 배는 더 문제일 것 같았지만 이미 엠마의 머릿속에 가르시아는 빨리 공략해야 하는 존재에 불과한 것 같았다.
“...그래.”
내가 끄덕이자 잠시 고민하던 레이카의 얼굴이 붉게 상기된다.
“...흐읏... 나쁘지 않을지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케일도 그렇고 레이카도 그렇고 피는 속일 수 없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됐으니까. 옷장 안으로 들어가라.”
“네에....와, 오라버니. 여기 완전히 훔쳐보기 전용 옷장인데? 내부도 엄청 넓고 구멍도 딱 침대가 눈에 들어오는데?”
“...”
옷장 안에서 레이카의 떠들어대자 엠마가 시선을 돌리며 입을 다물었다.
엠마가 숨어서 나를 지켜보던 장소가 옷장이라고는 눈치채고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넓은 옷장과 그림이 그려져 있는 각도를 조합해보면 숨을 장소는 옷장 안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그 일은 묻기로 한 일.
괜히 티를 내서 좋을 것이 없었다.
“레이카, 조용히 해라. 내게 들킬 정도로 소리를 내면 삼 일간 자지는 없다.”
“....”
자지가 없다는 소리에 바로 연기에 들어갔는지 레이카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엠마에게 사과했다.
“미안하구나. 첫 경험이 이런 식이라.”
엠마에게는 가능하면 잘 대해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타이밍이 지금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자 엠마가 도리질 치며 대답했다.
“괘, 괜찮아요! 저는 언제라도 좋아요. 어디라도 좋아요. 상대가 도련님이라면...”
내가 흐뭇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자 엠마가 폭 품에 안겨 오며 말했다.
“흐읏...도련님...제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그럼...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겠구나.”
나는 주저없이 엠마의 치마 아래에 손을 집어넣었다.
“도...도련님의 손가락이..흐읏..”
“이미 내 손가락은 경험하지 않았느냐?”
내가 되묻자 엠마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다...달라여...도련님이...직접해주시는건...흐읏...!”
“...몸이 떨려오는데. 설마 벌써 느끼는 것이냐?”
“...하으...죄..죄송해요...음란..해서...죄송해요.”
그러자 엠마가 나를 잡아당기며 침대 위로 쓰러진다.
“...도련님...엠마의...몸을....도련님 전용으로 만들어주세요.”
엠마가 젖은 눈동자로 애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