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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59화 (59/354)

〈 59화 〉 베아트리스가의 장녀는 후장노예 (3)

* * *

“...”

며칠간 행방불명이던 트리스탄 교수가 다시 등교했다.

팔과 머리에 붕대를 둘둘 감은 상태로 말이다.

본인의 말로는 술 취한 마부가 몰던 마차에 치여서 저렇게 됐다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어리숙한 1학년이면 몰라도 2학년쯤만 되어도 반응할 테니까.

하물며 교수가 마차에 치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

사실대로 고백하면 ‘아카조교사’에서 트리스탄이 저렇게 다쳤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던 내 플레이 방식에서는 트리스탄은 어차피 죽는 캐릭터라 생각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트리스탄의 가치를 저울에 올려놓고 생각해야 한다.

트리스탄의 생존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당연히 트리스탄 그 자체.

한 명 한 명이 제국에서 손꼽히는 정예 병력인 카르네아 교수가 한 명 더 살아남는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해피엔딩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성장형 아이템 '오염된 촉수'의 성장 한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2장의 보스 '촉수'

정식명칭으로는 '기어오는 공포'의 토벌 시간에 따라 '오염된 촉수'의 성장 한계가 달라진다.

당연히 토벌이 빠르면 빠를수록 오염된 촉수의 성장 한계가 높아진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나는 항상 트리스탄이 자폭공격을 날리고 나서야 촉수 토벌을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폭 공격을 당하기 전의 촉수는 너무 강력했으니까 게임 속에서는 도저히 잡아 낼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게임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트리스탄이 자폭을 하기 전에 촉수를 잡아낸다면 '오염된 촉수'의 한계 등급이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

“.................”

“하아....”

계속해서 느껴지는 시선에 더는 견디지 못하고 한숨을 흘렸다.

어지간하면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는데 한 번 더 무시하면 무슨 짓을 할지 두려웠다.

“...황녀전하를 뵙습니다.”

“어머나!”

내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리아나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와! 유진이 드디어 나를 발견했네. 이렇게까지 바라보는데 꿋꿋이 걸어가는 걸 보고 일부로 무시하고 지나가는 줄 알았다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다. 잠시 생각하는 것이 있어 미처 황녀전하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흐음. 유진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런데 언제까지 황녀전하라고 부를 거야? 리아나라고 부르라니까.”

쾌활하게 웃는 리아나의 모습에선 알 수 없는 꽃향기가 느껴졌다.

“황실의 법도가 지엄한데 어찌 황녀전하의 호칭을 함부로 부르겠습니다.”

“여긴 카르네아잖아. 여기서라도 편하게 지내야지. 신분과 관계없이 배움의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지는 장소니까.”

“배움의 장에서도 감출 수 없는 존귀함은 존재하는 법이죠. 제겐 황녀전하가 그러합니다.”

“...흐음, 듣기 나쁜 소리는 아니지만... 그래서 정말 안 부를 거야?”

“예, 그럴 것 같습니다.”

“황녀의 명이라고 해도?”

“송구하지만, 황녀전하. 여긴 카르네아입니다. 성스러운 배움 장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지는 법이죠.”

대놓고 내로남불 하는 내 모습에 리아나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나는 뭐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마주 보았다.

"...."

물론, 여기가 사람 없는 장소였다면 당장 무릎 꿇고 싹싹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리 황녀라고 해도 날 죽이지는....

‘....안 죽이겠지?’

다시 생각해보니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니라 리아나 루멘하르크다.

갑자기 기분 나빠졌다고 마법을 난사하지 않을 거라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황녀전하 어쩐 일이신지요.”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지만 리아나는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쩐 일이라는 게 무슨 소리지? 나는 그냥 우연히 지나간 건데?”

“....아, 그렇습니까. 실례했습니다. 제가 부끄러운 착각을 했군요. 그럼 잠시나마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내가 재빨리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기자 리아나가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아아! 유진! 잠깐만!”

황녀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차암, 도대체 유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나야말로 이 황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이렇게 아이 같이 쉽게 토라지는 순수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이 뒤에 숨어있는 황녀의 본성을 아는 나로서는 두려울 따름이었다.

“사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

"...무엇인지요?"

"유진아, 방학 중에 황성에 놀러 와라. 응?”

이상하다... 데쟈뷰인가?

분명히 이 장면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송구하오나. 그 초대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왜?”

“전에도 말씀드린 것 같지만 저는 방학이 시작되면 한동안 아카데미에서 공부할 예정이고 그것이 끝나면 바로 칼리오페 가문에 돌아갈 예정입니다."

"....아카데미가 나보다 중요해?"

당연히 아카데미가 몇 배는 중요하다.

하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

괜히 황실 모독이니 뭐니 말꼬리 잡히기는 싫었으니까.

그렇게 내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자 인상을 찌푸린 리아나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됐어! 유진이 카르네아에 남겠다면 나도 남아있을래!"

"....?"

이건 또 뭔 신박한 개소리인가.

왜 황녀가 남아있겠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황녀전하, 전하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황실에 영향을 끼칠 터인데 이처럼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리..."

“응! 생각해보니 그러는 게 낫겠어. 어차피 황실에 가도 심심할 뿐인걸? 여기 있는 유진이랑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리아나는 전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

진짜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모르겠다.

황녀와는 정말 최소한의 접점만을 가졌을 텐데 왜 이렇게 내게 집착하는가.

“그러니까, 유진아. 그렇게 알아둬?”

리아나가 허리를 살짝 숙이며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본성을 알고 있는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나는 짧은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대답했다.

"....황녀전하의 뜻대로 하십시오."

***

황녀와의 만남이 끝난 뒤, 정신적으로는 꽤 피곤한 상태였지만 애써 기운찬 모습을 연기했다.

...아무리 그래도 조교 대상에게는 여유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니까.

ㅡ덜컹"...읏."

문이 열리는 순간 비앙카가 움찔거린다.

...비앙카의 온몸에는 얻어맞은 흔적이 가득했다.

루시아가 한 짓이었다.

물론 혼자 결정해서 저지른 일은 아니고 내 명령을 받고 한 일이다.

채찍과 당근

이제는 진부해서 설명하기도 귀찮은 방식이지만 이처럼 오랜 기간 먹히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루시아와 비비안이 채찍질하면 내가 당근을 건네준다.

이번 조교를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랬다.

"저녁입니다."

내가 덮여있던 천을 들어 올리자 아래에는 잘 익은 스테이크 한 덩어리와 케이크 한 조각이 들어있었다.

—꼴깍

비앙카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비앙카에게는 매 10시간 간격으로 나와 루시아가 번갈아 식사를 챙겨주었다.

루시아가 주는 식사는 정말 최소한의 양과 싸구려였지만 내것은 제법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아카조교사'에서 비앙카를 조교 할 때는 삼순구식을 시켰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천국과 같은 대우가 아닌가.

—스스슥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자 비앙카의 시선이 뜨겁게 느껴져 진다.

"먹고 싶죠?"

나는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잘 익은 미디엄 웰던이었다.

“당연한거 아니야! 아침에 고작 코딱지만한 빵 한 덩어리만 주고 어떻게 견뎌!”

당당하게 밥을 요구하는 비앙카.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다시 한번 스테이크를 썰었다.

"먹고 싶으면 '먹여주세요.'라고 해보세요."

"...너 미쳤어?"

"싫으면 말고요."

나는 잘린 스테이크를 또 한 입 입에 넣었다.

"어차피 못 볼 꼴도 다 본 사이인데 자존심 부려봤자 아무것도 안 남는 거 알죠?"

내가 그렇게 한 입 또 한 입 삼켰다.

"...."

점점 양이 줄어 들어가는 스테이크를 보며 초조해진 비앙카가 말했다.

“...먹..줘..”

"뭐라고요?"

"....먹여....주...세요."

"하하, 거봐요. 어차피 할거잖아요. 잘했어요."

"이익! 머리에 손 대지마!"

비앙카에게 스테이크를 먹여주며 머리를 슥슥 쓰다듬자 비앙카가 고개를 마구 저었지만 쓸모없는 저항에 불과했다.

"그럼, 밥도 다 먹었겠다. 슬슬 시작할까요?"

"자, 잠깐만... 그건...어제 했잖아...!"

유리병 안에서 붉은 슬라임이 꿈틀거리자 비앙카가 조금 식겁하며 말했다.

"인간의 몸에서는 매일 노폐물이 발생하는 데 당연히 매일 사용해야죠. 아니면 선배님은 뭐가 특별합니까?"

그 말을 하면서 나는 비앙카의 겨드랑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비앙카의 겨드랑이는 아래쪽과 마찬가지로 딱히 관리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털 하나 없이 깨끗했다.

킁킁─

"이, 이 미친 새끼가! 어, 어딜 냄새 맡는 거야! 맡지 마! 맡지 말라고!"

"...봐요. 냄새나잖아요."

화아악!

내 말을 듣는 순간 비앙카의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물든다.

그리고 몸을 마구 흔들면서 소리쳤다.

"개새끼! 죽어! 쓰레기 새끼!!"

"네네, 그럼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자신의 허벅지를 타고 오르는 붉은 슬라임을 보자 비앙카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꼭 필요한 일인걸.

"...끄읏...으으으읏!"

붉은 슬라임이 항문을 파고들자 비앙카는 약간 신음을 흘렸지만, 어제처럼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익숙해진 것도 있을 것이고 어젠 몇 시간이나 출구가 막혀있었기에 발작해서 그런 거지 사실 그렇게 눈을 까뒤집을 정도로 고통스럽진 않다.

“으윽...읏..하아..흐으...”

잠시 후 청소를 끝내고 슬라임이 항문으로 다시 기어 나왔다.

이것만으로도 비앙카는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그렇게 말한 내가 의자 아래에 몸을 쏙 집어넣었다.

의자의 아랫부분은 변기처럼 훤하게 뚫려 있어 비앙카의 잘 익은 복숭앗빛 항문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지, 지금 얼굴을 어디에 넣는! 흐잇!”

새끼손가락 끝으로 항문을 살짝 건드리자 작게 벌려있던 구멍조차 꾸욱 하고 닫혀 온다.

"힘빼세요. 안 그럼 아파요."

"그게 말 처럼 쉬운! 흐아아앙!"

이제부터 본격적인 조교의 시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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