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메스가키 + 조교 = M's가키 (5)
* * *
“...흐읏...읏”
가슴을 움켜쥐는 순간 비비안이 야릿한 신음을 흘렸다.
“...읏...유진...님...언니가...보고...흣”
“입 다물고 내게 집중해라.”
“...흐읏...네에...읏..하읏..”
손놀림이 빨라지는 만큼 비비안의 숨결도 거칠어진다.
"...읏...흣..."
비비안은 아직 힐끗힐끗 비앙카를 곁눈질하고 있지만, 이제 조금만 있으면 신경쓰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 뭐 하는...”
비앙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와 비비안을 번갈아 보았다.
나와 비비안의 관계에도 놀랍겠지만, 가족인 자신 앞에서 이런 음탕한 짓을 하는 건 더욱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스윽─
내 손이 비비안의 옷 아래로 파고들자 손바닥 가득 비비안의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진다.
“..읏..유진...님...하읏..”
나는 손을 깊게 집어넣어 딱딱하게 굳은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흐읏....읏...흐앗..!”
“그만둬!!”
더는 지켜볼 수 없는지 비앙카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그런 비앙카를 향해 어깨를 으쓱거리며 되물었다.
“그만두라고요?”
그러고는 비비안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귓가에 속삭였다.
“비비안... 그만뒀으면 좋겠니?”
“하읏..하...아...읏..아..니요...읏..유..진님의 마음대로..계..계속.해..주세요..”
“그럼 말해 보렴 너는 누구의 것이지.”
“...읏...저는...유진님...의 것입니다..흐윽..”
“그래, 잘했다. 비비안.”
“...가..감사..합니..다.”
비비안이 신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있자 비앙카가 분노로 몸을 떨어댔다.
“...하하..비비안...네가 아주 미쳤구나?”
비앙카가 이를 드러내며 위협하지만 이미 비비안의 내가 주는 쾌락에 빠져 있는 상황.
저 정도 경고가 들릴 리 없다.
쪼옵 쪼옵
내가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비비안의 입안에 혀를 집어넣었다.
“쪼옵...하아...유..진님...”
그렇게 잔뜩 흥분한 비비안이 열띤 숨을 내쉬며 내 바지춤 안으로 손을 넣으려고 하는 순간..
─쿠우우우
일순 비앙카의 몸에서 폭발하듯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히익...!”
쾌락에 빠져있던 비비안도 정신을 차릴 정도의 날카로운 기운.
“...그래...아주...알았어.”
하지만 그 기운은 한순간에 다시 비앙카의 몸속으로 갈무리 되었다.
“...바라는 대로 해줄게.”
살기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냉정하게 가라앉은 비앙카의 말투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만약, 이번에 지면 지난번처럼 몇 대 맞는 거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비비안 잠깐 옆에 물러나 있어라.”
“...네에...”
이제 비비안이라는 보호막도 벗겨지고 맨몸이 되었지만 나는 그저 눈을 감은 채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1...2...3'
그리고 마음 속으로 숫자를 3까지 세는 순간.
펑! 퍼벙버버버벙!
개전의 신호가 울렸다.
***
─으득
비앙카가 이를 갈았다.
심장이 불타오르고 눈이 뒤집힐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도대체 지금까지 자신이 어떤 희생을 치르면서 비비안을 지켜왔는데 저런 빌어먹을 자식이 몸을 마음대로 주무른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터질 것 같이 솟아나던 분노도 일순간 가라앉았다.
“....그래 알았어.”
한계를 넘게 분노하면 오히려 진정된다고 하던데 지금이 딱 그 상황이었다.
저런 모습을 본 이상, 아무리 칼리오페 가문의 일원이라 해도 그냥은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얼굴을...’
동생을 꾀어낸 저 얼굴을 주먹으로 박살 낼 것이다.
유진이 망가진 얼굴로 추하게 바닥을 기는 모습을 보고 나면 비비안도 정신을 차릴 것이다.
물론, 비비안의 교육도 다시 해야 한다.
가문에 있었을 때처럼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는 법을 알려주고 저런 개자식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게 교육할 거다.
“...바라는 대로 해줄게.”
비앙카가 발끝에 힘을 집중시켰다.
한순간에 땅을 움켜쥐듯 뛰쳐나가 유진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 꽃을 생각이었다.
그때 눈을 감고 있는 유진이 손가락을 뻗어 천장을 가리켰다.
“....?”
유진의 예기치 못한 행동 탓에 아주 잠깐 비앙카의 시선이 천장을 향했다.
그 순간..
펑! 퍼벙버버버벙!
천장에 박혀있던 발광석들이 모두 터져나가며 순간적으로 단련장을 강한 빛으로 가득 채우더니 이내 어둠이 내려앉았다.
“...읏!”
눈에 강한 빛을 쐬고 난 직후라, 이런 어둠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비앙카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제야 모든 퍼즐 조각이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지금처럼 늦은 시간에 눈앞에 나타난 것, 이상하게 자신을 도발한 것, 눈을 감고 있던 것, 모두 어둠이라는 전장의 이점을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달라.’
비앙카의 감각이 유진이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앙카가 상대한 적들은 주어진 전장에서 유리함을 찾는 데 있었지 전장 자체를 자신에게 맞춘 상대는 없었다.
‘...그래도 내가 유리해.’
한 번이라도 접근을 허용하는 순간 결판이 날 정도로 유진과 비앙카의 전력 차이는 확고하다.
...그러니 분명 뭔가를 준비해온 것은 확실했다.
지금 유진이 비앙카의 시야를 빼앗으므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하나였다.
‘...시간.’
기사 마법사와의 싸움에서 '거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준비할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법사가 사용할 수 있는 수가 늘었다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아직 어설퍼. 눈은 보이지 않아도. 기척은 느껴지거든...’
만일 이곳이 장애물이 넘쳐나는 장소였다면 시간을 벌려던 유진의 작전이 먹혀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유진과 비앙카의 사이에는 텅 공간뿐.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유진의 기척을 쫓아 정면으로 달려나가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파앙!
비앙카는 즉시 몸을 앞으로 굽히며 달려들었다.
「바람─칼날」 「바람─칼날」
설마 시야가 없는 상태에서 달려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유진이 쏘아낸 것은 그때와 같은 하급 마법이었다.
‘겨우 저걸로...읏?!’
달려오던 비앙카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정면에서 날아왔어야 하는 하급 마법 중 하나가 자기 왼쪽에서 생성된 것이다.
“...!”
잠깐 당황했지만, 비앙카는 재빨리 판단을 내렸다.
‘여기서 가속을 멈추지 않고 피해내면 이제 영창 할 시간이 남지 않아...!’
한 번만 피해내면 승리가 확실하다.
그리고 만일 완전히 피해낼 수 없다 할지라도 하급 마법 한 대쯤이야 몸으로 견뎌 낼 수 있다.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의 전략.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앙카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몸의 균형을 왼쪽으로 이동시켜 피해내려고 했다.
...그때였다.
쿠웅!
비앙카의 턱 끝에서부터 엄청난 충격이 타고 올라와 뇌를 마구 뒤흔든다.
‘...이게..무슨...’
비앙카는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균형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조금 늦게 찾아온 고통과 함께 의식이 사라졌다.
***
쿠웅!
염동력으로 만들어낸 주먹에 턱을 부딪친 비앙카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다 이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후우...’
내가 머리 위로 팔을 쭉 펴며 굳은 몸을 풀었다.
‘이거지...’
고블린이라던가, 황녀라던가, 강화 된 늑대라던가...
그렇게 갑툭튀 하는 녀석들 말고 이처럼 예정대로의 나타나는 적은 이토록 상대하기 편한 것이었다.
“....하으.하으...윽...”
내가 승리의 기쁨은 만끽하는 사이 비비안은 얼굴을 부여잡은 채 목놓아 울고 있었다.
진심으로 달려드는 비앙카를 보고 트라우마가 터졌는지 계속 이 상태였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이겼으니까.”
내가 비비안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흐윽..끅..흐끅....유..유진님...?”
“봐라, 저기 네 언니가 쓰러져 있지?”
내가 벌벌 떠는 비비안을 이끌고 비앙카의 옆에까지 다가갔다.
바닥에 널브러진 비앙카의 모습을 보자 비비안이 입을 턱 막으면서 다시 울기 시작했다.
“흐윽..어...언니가...주..죽었..어...흐끄윽...”
“...안 죽었다.”
“훌쩍..아, 안죽었나요? 으윽...흐끅..”
“.....”
죽었다고 해도 울고 안 죽었다고 해도 우니까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됐으니까 불이 나 피워라.”
“...흑..네에..”
비비안이 작은 불꽃을 소환해 시야를 밝혀주었다.
‘음...’
빛 아래에서 보니 비앙카의 턱부위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사실 비앙카를 쓰러트린 건 내 힘이 아니라 비앙카 자신의 힘이다.
내가 한 것은 그저 응축시킨 염동력을 비앙카의 턱 위치에 소환해놓은 것뿐.
거기에 와서 들이박은 건 비앙카다.
생각해봐라.
그냥 벽에 가볍게 머리만 박아도 아픈데 전력으로 달려오다가 브레이크도 없이 턱을 부딪친 셈이다.
...턱이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안 부러진 거 맞지?’
혹시 몰라 비앙카의 턱을 살짝 만져보자 고통스러운 듯 비앙카가 신음을 흘렸다.
“....으윽...”
“...히익...!”
비앙카의 목소리에 비비안이 화들짝 놀랐다.
‘음...’
...완전히 기절한 줄 알았는데 아직 고통을 느낄 정도의 의식은 남아 있나 보다.
'...어쩔 수 없지.'
퍼억
나는 다시 한번 비앙카의 턱에 염동력으로 만든 주먹을 날렸다.
“...”
이번에는 턱을 만져도 조용한 걸 보니 완전히 기절한 모양이었다.
“훌륭하네.”
너무 깔끔한 염동력의 운용에 나도 모르게 감탄하며 준비해온 물건을 꺼냈다.
봉(?)의 수갑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이 수갑을 차게 되면 수갑이 풀릴 때까지 중급 이하의 마법과 고유 능력이 봉인된다.
지난번 트리스티아에게 피임약과 여러 조교 물품을 사들일 때 같이 사 온 아이템이었다.
만약 근거리에서 비앙카가 날뛰면 연약한 나로서는 최소 중상은 확정이니 이런 보험은 필수였다.
찰칵─
기절한 비앙카의 양손에 수갑을 채우자 이제 정말 전투가 끝난 게 느껴진다.
‘...그럼.’
내가 기절한 비앙카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부터는 즐거운 납치, 감금, 조교 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