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메스가키를 조련하는 법 (7)
* * *
“감각이 중요해요.”
루시아가 진지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그에 맞춰 나도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려고 했으나...
‘집중이 안 되네...’
루시아가 입고 있는 옷이 문제였다.
원래 대놓고 야한 옷 보다는 은근히 야한 옷이 더 꼴리는 법.
지금 루시아의 복장이 딱 그랬다.
크롭탑에 가까운 상의는 팔을 들 때마다 앙증맞은 배꼽이 슬쩍슬쩍 보였고, 허벅지를 간신히 덮는 숏스커트에는 옆트임이 존재해 가만히 있어도 가터벨트가 드러났다.
‘...가터벨트라.’
이 세계의 신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문화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민트초코 닭꼬치라는 악마의 음식이 존재하는 반면 저런 예술적인 복장이 대중화되어있기도 했다.
‘이런 게 바로 선과 악의 균형인가?’
“...주인님?”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자 루시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피곤하시면 그만할까요?”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망상을 떨쳐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군. 미안하다.”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면서 강의를 해주는데 집중하지 않는 건 실례다.
하지만 내 행동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루시아가 방긋 웃어다.
“헤헤, 괜찮아요. 주인님이랑 둘만의 시간이 늘어나는 걸요.”
루시아의 미소에서 은방울꽃 향기가 풍겼다.
“그래, 이제 집중할 테니 다시 설명해다오.”
“어디까지 기억나시나요?”
“...사실 하나도 듣지 못했다.”
“후훗, 알겠어요. 다시 처음부터 말하자면 감각이 중요해요. 으음.. 사실 중요하다. 정도가 아니라 감각이 전부인 수준이죠. 애초에 하급 마법에는 좌표를 지정하는 영창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부분을 감각적으로...”
잠시 루시아의 설명이 이어졌다.
...무언가 이해가 될 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턱 끝에 손을 대고 고민하고 있자 루시아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그럼 우선 해보죠!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실전이 제일이니까요. 저기 저 나무 옆에 마력의 덩어리가 생기는 느낌으로 사용해보세요!”
「바람─칼날」
루시아의 설명대로 따라 했지만 바람 칼날은 손끝에서 날아갈 뿐이었다.
“...모르겠군.”
날개가 없는 사람에게 아무리 날개를 움직이는 감각을 설명해도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다.
나도 그랬다.
애초에 몸 밖에서 따로 떼어내 마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그 감각을 들어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음... 주인님의 고유능력으로는 가능하신가요?”
“그건 가능하다.”
[염동력 (Rank D)]
염동력은 사용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구현되었다.
이번에 만든 것은 직사각형 모양의 블록.
염동력 자체는 순수한 힘의 집합이라 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내게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루시아, 네 머리 옆에 구현시켰다.”
내 말에 루시아가 옆을 바라보더니 눈을 찡그렸다.
“...음 역시 주인님의 고유능력에서는 마력은 거의 느껴지지 않네요. 바로 옆에 있는 데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겨우 감지할 수 있는 느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염동력에 사용되는 마력은 감지 마법에도 쉽게 걸리지 않을 정도로 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그럼, 주인님 이런 방식으로 마법을 사용해보시겠어요?”
「바람─칼날」
다시 한 번 바람 칼날을 사용해보지만, 이번에도 손끝에서 발사될 뿐이었다.
“으음... 안되네요... 주인님이 중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시면 좋을 텐데.”
루시아의 말을 듣자 문뜩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조교사 (Rank EX)
주인님의 것은 주인님의 것 육변기의 것도 주인님의 것!
일정 수준 이상 조교된 히로인의 스킬(마법) ‘2’개를 최대 ‘60’%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비안을 조교 한 이후 마법의 개수가 1개에서 2개로 늘었다.
‘아직 한 칸이 남았으니까...’
[스킬]
[염동력 (Rank D)]
[바람─칼날 (하급 바람 원소 마법)] [‘루시아’에게서 조교사로 생성됨, 위력 62.3%]
[베어라─바람—칼날 (중급 바람 원소 마법)] [‘비비안’에게서 조교사로 생성됨, 위력 48%]
익숙한 루시아의 바람 칼날은 그대로 놔두고, 새로운 마법 칸에서 비비안의 중급 마법을 가져왔다.
「베어라─바람─칼날」
영창과 동시에 나무 옆에서 생성된 마법이 나무기둥을 반쯤 파고들었다.
“...음.”
오랜만에 중급 마법을 사용해보니 하급 마법과 중급 마법의 차이를 확실히 알겠다.
‘베어라’라는 영창에 좌표를 설정하는 단계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겠네.’
영창 속에서 좌표를 지정하는 법은 알았지만, 하급 마법의 영창에는 좌표 지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움직인다는 말인가.
“으음... 이것도 안 되면... 주인님, 손을 내밀어 주시겠어요?”
어떻게 도와준다는 건지 몰라도 일단 손을 내밀자.
─꼬옥
루시아가 깍지를 끼었다.
“...?”
“...아!...이건...그런게 아니라..아니...그런게..없지는 않지만..그래도 지금은 그게 아니에요...”
열심히 변명하는 루시아를 보자 웃음을 피식 나온다.
“그래, 알겠다.”
내가 마주 깍지를 끼자 루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헤헤...주인님...흠, 흠, 그럼...지금부터 마력을 넣을 텐데 이물감이 들어도 밀쳐내지 말아 주세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몸 안에 루시아의 마력이 흘러들어온다.
우웅─
나야 루시아를 신뢰하기에 하고 있지만, 보통 다른 사람의 마력을 몸 안에 받아들이는 행위는 권장하지 않는다.
마치 혈액형이 다른 피를 수혈 받는 느낌이랄까.
심할 때는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하지만….
‘전혀 없네..?’
루사아는 굉장히 익숙한 느낌으로 선을 넘지 않고 마력을 흘려보냈다.
“후우... 주인님... 감각은 제가 조정 할 테니 주인님께서는 마법을 사용하셔보세요.”
내가 왼손을 뻗어 멀리 있는 나무를 조준하고 마법을 영창 한다.
「바람─칼날」
그 순간 1인칭과 3인칭의 시야가 혼재하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며 마법이 나무 옆에 소환된다.
“오..!”
“와! 역시 주인님이에요! 지금 감각을 잊지 않도록 계속 사용해보세요.”
“그래, 알겠다.”
루시아의 말대로 마법을 난사한다.
「바람─칼날」 「바람─칼날」 「바람─칼날」....
영창도 없이 좌표를 지정하는 기묘한 감각에 신이나 나도 모르게 계속 바람 칼날을 날렸다.
‘아...’
그러자 어느 순간 내 마력이 바닥이 나며, 텅 빈 공간 사이로 루시아의 마력이 흘러들어온다.
─주■님다■에는■드시■안해요암■양이■랑해요■지않을■요.
마력과 함께 섞여서 흘러들어오는 감정들에 순간 정신이 아찔해진다.
“읏...”
내가 감정에 취해 비틀거리는 순간 루시아가 손을 놓고 마력의 공급을 끊었다.
“주인님!”
하지만 이미 내 것이 아닌 감정이 들어온 탓일까 더 강한 감정으로 이것들을 몰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성욕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욕이 치솟은 내가 루시아를 어깨를 잡고 나무 아래로 밀어붙였다.
“...아, 안돼요..주인님...이런 곳에서 하면 누가..”
진심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기대와 갈망이 담긴 루시아의 눈빛.
알고 있다.
지금 루시아가 하는 말이 연기라는 건..
하지만 연기인 걸 알고 있다고 해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닥쳐라...”
“저..정말...하시려고요?...주..주인님 제발...”
“...닥치고 뒤로 돌아라.”
“...아, 안돼여..주인님...이런 곳에서...읏...!”
저항하는 루시아를 옷을 찢기듯이 벗기자 마치 강간하는 느낌을 주었다.
치마 아래에 손을 넣어 탐스러운 허벅지를 조이고 있는 가터벨트를 뜯어내고는 단숨에 자지를 밀어 넣자, 기다렸다는 듯 보지가 꾸욱 조여왔다.
“흐읍...읍....으읏...아..파여..주..인님..”
퍼억 퍼억
신음을 흘리는 루시아의 말을 무시하며 그저 허리를 흔든다.
"흐읏...주...인님...읏...용..서해주..세요...으읏..!"
온몸의 감각이 자지에 몰린 듯했다.
이 쾌락을 조금이라도 더 맛보기 위해 가장 깊숙이 자지를 처박은 채 위로 올렸다.
"끄늣...하으...주인님...저...오늘은...안에다 싸시면..안..안대요."
까치발을 든 루시아 열기를 가득 담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위..험한..날이니까..으읏...주..주인님..하읏..안..에만..아니면..읏...어디든지..싸도 되니까.”
“...!”
루시아의 말을 듣는 순간 임신시키고 싶다는 욕망이 폭발한다.
“닥쳐라! 그건 내가 정하는 것이다.”
“..읏...안..대여..흐읏..안에는..절대...읏..주인님께..피해를...!”
루시아가 저항하면 저항할 수록 반드시 안에 싸고 말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하아..하아...루시아 안에다 싸겠다..”
“끄읏...아..안대여..으읏..주...주인님..오늘..은..정말...안됀다니...까..하으읏..흐읏..!”
콰드득!
정액을 쏟아내는 순간, 내가 루시아의 몸을 힘껏 껴안았고 루시아의 허리가 크게 젖혀졌다.
꾸륵! 꾸륵!
몇 번이고 자지가 움찔대며 루시아의 질 안에 정액을 모두 쏟아낸다.
“...후우.”
정액 속에 감정도 같이 쓸려나갔는지 머리가 냉정해진다.
그러자 나무를 붙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루시아가 말했다.
“..하아..하아...하으읏..안에는..안된다고 했는데...잔뜩...싸셨네요...”
“...미안하다.”
“오늘은 정말...위험한 날인데...주인님..저..임신하면...어쩌죠?”
루시아가 잠시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 말을 듣자, 등골이 오싹해진다.
임신 사실을 들키면 아무리 루시아라도 아카데미의 퇴학은 기정사실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내가 루시아를 버리는 일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루시아가 메인스토리에서 벗어난다.’
내가 이 상황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자 루시아가 슬픈 표정을 풀며 말했다.
“...헤헤... 농담이에요. 저도 주인님 바라시는 만큼 임신하고 싶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그리고 가슴주머니에서 피임약을 꺼내 삼켰다.
조교 용품을 사들일 때 같이 구매한 특제 피임약이었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저도 참을게요...”
아쉬운 미소를 지으며 배를 쓰다듬는 루시아가 굉장히 애틋하게 느껴진다.
“...그래.”
내가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자 루시아 내 목에 팔을 걸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런데...주인님...이제 약도 먹었으니까...”
그리고 선홍빛 보지를 살짝 벌리며 안에 든 정액을 과시하듯 보여준다.
“...흘러나온 만큼...다시 채워주실래요?”
**
유진이 루시아와 숲에서 한창 뒹굴고 있을 무렵 불이 꺼진 양호실에서 누군가 남아있었다.
“...흠냐...”
아이리스였다.
그녀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책상에 엎드려서 잠들어있었다.
─내일 또 보러 와 줄 거지?
─네
그 약속을 믿고 딱히 유진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쇼핑을 나가 화려한 속옷을 새로 사고, 남자들에게 평가가 좋다는 향료도 듬뿍 바른 다음, 화장도 평상시보다 많이 공들였지만...
유진은 오지 않았다.
언제 오려나? 금방 오겠지? 정말 오겠지? 왜 안 오지? 내가 찾아갈까? 그러다 귀찮게 생각하면 어쩌지?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이런 마음으로 아카데미가 끝나도록 기다리다 아이리스는 책상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으음...유진군 안돼요..나는...선생이고...너는 학생이잖아요...흐헤헤.”
어두운 밤, 홀로 남은 양호실에서 아이리스의 행복한 잠꼬대가 울려 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