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메스가키를 조련하는 법 (3)
* * *
‘...지각이다.’
나름 제때 나온다고 나왔는데 결국 늦고 말았다.
양호실에서 망설이지만 않아도 늦지 않았을 텐데...
─내일 또 보러 와 줄 거지?
다시 떠오르는 마망의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버근가..?’
아무리 생각해도 양호 마망의 매력은 엑스트라 급이 아니었다.
강의실 문을 살짝 열어 확인하니 로레오스가 칠판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탁 타닥
그사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딱
“유진 칼리오페.”
로레오스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내 이름을 불렀다.
“...네, 교수님.”
“늦었군.”
“죄송합니다.”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장에서 시간 엄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시작이었다.
오해가 없기를 바라며 말해두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로레오스 교수를 존중한다.
“때로는 단 한 시간, 아니 고작 십 분의 차이로 전쟁의 승패가 바뀌기도 하지 이건 내가 아직 군부에 몸을 담았을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저 이야기만 50번쯤 넘게 들었으면 이런 불충한 생각을 하는 것도 내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최악이었다. 무기도 식량도 바닥을 드러낸 상황. 모든 병사가 죽음을 각오하고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하품이 흘리고 있자 그걸 또 어떻게 봤는지 로레오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호오. 내 이야기가 지겨운가 보군. 좋다. 오늘 강의가 끝나고 남도록. 오랜만에 정신교육을 다시 해주지.”
“...네.”
로레오스의 말에 내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빌어먹을.
이러면 계획이 틀어진다.
평상시라면 특훈을 해도 그냥 체력단련이라 생각하며 넘어갔겠지만, 오늘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하지만 호락호락 도망치게 놔둘 로레오스가 아니다.
무언가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후우...’
한숨을 삼키며 자리에 앉자 눈이 마주친 비비안이 고개를 푹 숙였다.
흐트러진 비비안의 머리카락 사이로 목에 두르고 있는 붕대가 눈에 띄었다.
상처 때문에 붕대를 두른 건 아니었다.
‘.. 아니, 상처가 맞나?’
목에 남겨진 손자국을 감추기 위한 붕대를 보며 어제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있자.
로레오스가 교탁을 두드리며 말했다.
“다들 얼마 뒤에 있을 학년 대전은 준비를 잘 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
마치 반 전체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그럴 만도 했다.
1반이면 몰라도 5반에서 2학년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학년 대전」
1학기의 기말고사로 치르는 대전 형식의 시험.
1학년은 2학년과 붙고 2학년은 3학년과 맞붙는 형식이다.
그럼 2학년은 왜 2번이나 붙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원래 중간에 있는 놈이 제일 고생하는 거다.
학년 대전은 승패로 점수가 정해 지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봐도 아카데미에서 1년을 더 배운 선배들이 강한 건 당연하니까.
애초에 학년 대전의 존재 이유도 자기보다 아래 학년들에 ‘벽’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아카데미의 교육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과시하는 것에 있었다.
그러니 보통 후배들은 이기는 것은 처음부터 포기한 채 그동안 배운 것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3명이다.”
로레오스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우리는 3명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실패한다면... 그날부터 일주일간 정신력 강화 훈련에 들어가겠다.”
강의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곧 방학이라 놀 계획을 세우기도 바쁠 텐데 특별 훈련이라고 하니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때 로레오스가 교탁을 내리치며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내게는 반드시 이기는 방법이 있으니.”
그 말에 다들 솔깃한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로레오스의 강함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로레오스가 팔짱을 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바로 특훈이다.”
...아무래도 저 새끼는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했다.
***
할짝 할짝
구 교사의 창고에서 보라색과 은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들이 내 자지를 핥고 있었다.
“하아...쪼옵.”
“헤읍...합..”
비비안이 기둥을 입술로 빠는 사이, 루시아는 귀두를 삼킨 채 혀끝으로 튕기며 자극한다.
“...흐옵...하아...”
기둥을 핥으며 내려온 비비안은 혀로 불알 아래부터 닦아내듯 움직였다.
끈적하고 짜내듯이 달라오는 루시아와 조금 서툴지만,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비비안.
양쪽 모두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비비안, 네가 해줘야 할 게 있다.”
“..네에... 유진님.”
아직 말도 안꺼냈는데 비비안이 체육복을 벗었다.
분명 점심시간 직전까지 훈련하고 온 터라 땀을 흘렸을 텐데 불쾌한 냄새는커녕 흥분만을 불러일으켰다.
“...젖가슴으로 봉사하겠습니다….”
비비안이 얼굴을 붉히며 내 자지를 젖 사이에 파묻었다.
푸욱
루시아도 충분히 큰 가슴이었지만 비비안의 가슴은 정말 웅장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헤에...”
비비안이 파이즈리를 하는 사이 루시아가 가슴골 사이로 타액을 흘려 매끈거리게 했다.
찔꺽 찔꺽
포근하게 그러면서도 압박감을 주는 가슴은 허리가 저절로 움직일 정도로 기분이 좋았지만 내가 지금 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비비안.”
“...하아...네에...유진님...뭐든지..명령해주세요...”
“...그럼, 오늘 방과 후에 로레오스에게 가서 특훈을 시켜달라고 해라.”
“...흐읏...네에...넷?”
비비안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루시아가 비비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비비안, 언제부터 당신이 주인님의 말에 반문했죠?”
“아...죄,죄송합니다...유진님..”
루시아의 경고에 비비안이 머리를 팍 숙이며 사죄했다.
“괜찮다. 아직 배워가는 중 아니냐.”
나는 비비안에게 미안함을 담아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라도 당황스러울 것이다.
열심히 봉사하는 와중에 갑자기 특훈을 받으라고 하니.
하지만 오늘 오후에는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러니 비비안을 로레오스에게 던져주고 그사이에 도망칠 생각이었다.
“....네에...감사합니다...”
차마 내 명령을 거부하지는 못하지만, 울상이 된 채 파이즈리를 다시 시작하는 비비안.
나는 애써 비비안의 시선을 모른 체하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흐응..읏...”
비비안의 부드러운 가슴을 만끽하며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그래도 죽지는 않을테니까... 비비안 힘내라!’
***
방과 후, 비비안을 제물로 삼아 로레오스를 피해 도착한 곳은 2학년들이 사용하는 단련실이었다.
끼익
2학년의 단련실이라고 해도 학칙으로 출입이 금지된 것은 아니었지만 학생들끼리의 암묵적인 규칙으로 자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설령 학칙으로 금지되었어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여기면 되겠지.’
나는 관전석 구석에 앉아 눈만 빼꼼 내밀었다.
원래도 눈에 띄지 않는 자리다.
거기에 의자가 아니라 바닥에 앉아있으니 웬만해서는 내가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열심히 하네.’
슬쩍 내려다보자 오늘의 관찰대상이 몸을 풀고 있었다.
훅, 훅, 훅.
허공을 가르는 주먹 소리가 매섭다.
이것만 보더라도 단련을 허투루 한 것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
비앙카 베아트리스였다.
누가 봐도 비비안과 자매라고 느낄 얼굴.
다만 머리카락 색은 좀 더 옅은 보랏빛이었고, 비비안과 비교하면 안쓰럽다 못해 괴로울 정도의 작은 키와 신체는 비앙카를 동생으로 보이게 하는데 충분했다.
쿵!
그때 정문을 박차며 3명의 남자가 동시에 들어왔다.
그중 리더로 보이는 근육질의 남자가 앞으로 나와 소리쳤다.
“비앙카 베아트리스!”
“하아...”
비앙카가 한숨을 내쉬더니 지겹다는 듯 말을 이었다.
“진짜 왔네. 그렇게 처맞고 아직 정신을 못 차렸어?”
“...개 같은 년 비겁한 수를 써서 이겨 놓고선 잘도 지껄이네.”
“비겁? 하, 주먹으로 패서 쓰러트리는 것만큼 정정당당한 게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까득─
할 말이 없는지 얼굴을 붉힌 남자가 결투장 계단을 밟으며 말했다.
“쌍년, 오늘 그 아가리를 찢어주마.”
“해봐 병신아.”
쿵! 쿵! 쿵!
남자는 거친 발걸음으로 달려왔고 반대로 비앙카는 날렵하게 쏘아졌다.
“그때랑은 다를 거다!”
남자가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허공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근력 수치라도 신체가 크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전투에서 긴 사정거리는 엄청난 메리트니까.
하지만 비앙카는 작은 신체의 불리함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는 것으로 커버하면 최단거리로 남자의 앞에 도착했다.
‘일단 전투 방식은 여전하고.’
저것이 내가 아는 비앙카였다.
최단, 최속으로 상대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어 일방적으로 자신이 유리한 전장에서 싸우는 것.
이게 비앙카의 전투 방식이다.
남자는 황급히 거리를 벌리기 위해 팔꿈치를 휘두르지만, 이미 그는 비앙카의 영역 안이었다.
뻐억─!
작은 몸에서 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먹에 배를 얻어맞은 남자가 허리를 숙이자 비앙카 빙글 돌며 얻은 원심력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같은 자리를 걷어찼다.
“역시, 별거 없네.”
그걸로 끝이었다.
“커흑...구에에엑."
“으엑~ 더러워! 냄새나! 이해할 수가 없네. 이렇게 약해빠진 주제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대련을 신청한 거야?”
“...이런...쌍년이...죽여버린..”
퍼억─
비앙카의 발끝이 욕설을 내뱉던 남자의 턱을 후려쳤다.
남자는 잠시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허접~ 쓰레기~ 자기보다 한참 작은 여자애한테 얻어맞는 등신~”
비앙카가 쓰러진 남자를 보고 키득대더니 이내 남자의 일행에게 정색하며 말했다.
“뭐해? 안 치우고. 아니면 너네도 처맞을래?”
“...비앙카,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는 언젠가 후회할거다.”
“그래, 그래. 후회하겠지 니네 다 뒤진 다음에 말이야. 병신들 시간을 내서 받아줬더니 고마워하진 못할망정. 꺼져.”
“...가자.”
일행들이 기절한 남자를 끌고 완전히 문밖으로 나서야 비앙카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그래서? 거기 너 뭐 하는 거야?”
내가 숨어 있는 곳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