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39화 (39/354)

〈 39화 〉 음란 마망의 밀크티 (1)

* * *

“흐음...”

32살의 양호교사, 아이리스는 전신거울에 포즈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몸을 비춰보고 있었다.

하지만 펑퍼짐한 옷 탓에 아무리 포즈를 바꿔봐도 원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등 뒤로 옷을 잡아당기고 나서야 그녀가 생각하는 몸매가 나타났다.

“음!”

들어갈 곳은 확실히 들어갔고 나올 곳은 엄청나게 나왔다.

“이 정도면 괜찮지.”

만족스럽게 거울을 바라보던 아이리스는 문득 가슴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에 고개를 숙였다.

“...아, 또 젖었네.”

가슴을 내려다보며 아이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모유가 흘러넘쳐 젖꼭지가 있는 부분이 젖어있었다.

임신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

임신은커녕 임신을 위한 행위조차 아직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모유가 흘러나오는 체질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가슴이 급속도로 커지더니 모유가 흘러나왔다.

그래도 한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짜내면 잠잠하더니 요즘 들어 다시 하루에도 몇 번씩 짜내야 할 정도로 말썽을 부렸다.

정확히는 ‘유진 칼리오페’를 만난 이후로 말이다.

“아아아아! 내가 왜 그랬지!”

또 흑역사를 떠올린 아이리스가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동동 굴렀다.

지금까지 아이리스가 행동했던 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관을 가지고 있었다.

약자를 수호하고, 병자를 치유하며, 학생들을 보살피는 이상적인 양호교사의 사고관 말이다.

하지만 유진을 만나면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행동했다.

배를 만져주겠다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번에는 무릎베개를 배고 잠든 유진에게 몰래 입을 맞출 뻔했다.

‘미쳤어. 미쳤어.’

쿵! 쿵!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떠올리자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중간에 유진이 눈을 떠서 미수로 끝났지만, 만일 키스까지 해버렸다면...

쿠웅­!

아이리스가 또 머리를 박았다.

상상만 하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았다.

‘...도대체 왜?’

아이리스가 책상에 엎드린 채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봐도 어째서 이렇게까지 유진에게 끌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외모?

물론 유진이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잘생기기는 했다.

사실 유진뿐만이 아니라 칼리오페 가문 자체가 외모로 유명했다.

사교계에 조금만 관심 있다면 칼리오페 가문의 삼 형제가 모두 감탄이 흘러나오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을 정도로.

...실제로도 그랬고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외모만으로 사람이 이렇게 될 수 있는단 말인가.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자신에게 들이댄 남자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중에서는 잘생긴 귀족 도련님들도 잔뜩 있었다.

그러나 거절하면 거절했지 단 한 번도 이렇게 끌렸던 적이 없었다.

“...후우...한동안은 피해 다니자.”

아이리스가 양 주먹을 꽉 쥐며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는 유진을 피해 다니기로 결심했다.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어느 순간 선을 넘을지도 모른다.

머리한 구석에서는 그런 관계도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좀 더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안돼, 안돼, 안돼! 정신 차려!”

유진은 학생이고 나는 교사다.

졸업 후라면 몰라도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을 때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됐다.

“...졸업 후? 헤헿...”

잠시 망상의 나래를 펼치던 아이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젖이나 짜자.”

막상 유진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 지금 혼자서 뭐 하는 건지.

뒤늦은 자괴감이 밀려왔다.

“응차!”

익숙하게 상의를 벗은 아이리스가 모유를 담을 병을 꺼내고 가슴을 책상 위에 올렸다.

“읏...차가..”

그리고 흘러나온 모유를 살짝 손끝에 발라 젖꼭지 주위를 빙글 돌리면서 양손으로 마사지한다.

“하으...읏..”

가슴을 주무를수록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젖을 짜기 위한 마사지다.

“마사지..마사지...하읏..아..하아...읏...”

스스로 세뇌하듯 말을 반복해보지만, 유두 주변을 스칠 때마다 쾌감에 몸이 마구 움찔거렸다.

“하아..하아..이..정도면...”

그렇게 뭉쳐있던 가슴이 풀리자 유두 주변을 반달 모양으로 잡고 손가락이 벌어지지 않도록 가슴 쪽으로 꾸욱 눌러주었다.

쉬이이­

“흐으읏...”

모유가 뿜어져 나오며 살짝 짜릿하면서도 시원한 해방감이 몰려온다.

쪼르르­

기세 좋게 쏟아지던 모유 줄기도 유리병을 거의 다 채울 정도로 담기자 서서히 힘을 잃었다.

“으으읏...하응..”

아이리스가 젖꼭지를 잡아당기며 마지막까지 모유를 유리병에 짜냈다.

“...정말..흐읏...벌써 이러면 진짜 임신하면 얼마나 나오는 거야...”

병 속에서 찰랑거리는 모유를 바라보며 아이리스가 중얼거렸다.

딱히 모유에 애착이 있어서 이렇게 모아 두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마시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아이리스도 임신도 안 했는데 모유가 나오는 게 너무 창피해서 바로 버렸었다.

그러다 어느 날, 호기심 때문에 버리기 전에 한 모금 마신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피로가 회복되었다.

이런 쪽에 정통한 빨간 머리 친구에게 살짝 이유를 물어보니 고유능력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만 말했다.

갈아입을 옷을 꺼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니 거울에 가슴이 훤히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흐으..야해.”

모유로 젖어 반짝거리는 가슴을 보고 있자 다리 사이가 간질거렸다.

“...조금만 할까.”

오늘은 실전 훈련이 없는 날이다.

그렇다는 건 다쳐서 올 학생도 없을 테니 조금 만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다.

본래 아이리스의 성격이라면 양호실에서 이런 짓을 절대 하지 않겠지만, 모유를 짜내 신체가 민감해진 것과 최근 몇 주 동안이나 자위를 하지 않았다는 상황이 겹치자 검은 욕망이 스멀스멀 일어났다.

그렇게 아이리스의 손이 서서히 다리 사이로 내려가자...

똑똑­

누군가 양호실 문이 두드렸다.

“...히이익!”

“선생님.”

이 시간에 누군가 양호실에 나타난 것도 놀라기 충분했는데 심지어 문을 두드리던 사람이 유진이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자, 잠시만!”

아이리스가 순식간에 옷을 입으며 대답했다.

***

“하아...하아... 드, 들어와요. 유진 군...”

아이리스의 상태를 본 나는 조금 놀라 인상을 찌푸렸다.

양호실 안에서 마물이라도 나타났는지 머리랑 옷의 상태가 엉망이었다.

“...제가 바쁘실 때 찾아온 건가요?”

“아, 아뇨. 괜찮아요. 거기 앉아요.”

사실 대답을 알고 물어본 것이다.

양호실이 비어있는 시간을 알고 있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자면 아이리스가 양호실에 있는 시간도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 그래서 유, 유진 군? 호, 홍차 마실래요?”

“네, 감사합니다.”

아이리스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이 세계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차의 향기가 엄청나게 풍부하다는 것이다.

원래도 술보다는 차를 즐기던 편이라 이건 감사 할 따름이었다.

“여, 여기요.”

“....?”

홍차를 건네주는 아이리스의 손이 수전증마냥 벌벌 떨린다.

“감사합니다.”

홍차를 받아든 나는 인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놓인 우유를 홍차에 부었다.

스트레이트티도 좋지만, 지금은 부드러운 밀크티를 마시고 싶었다.

“....어...어버...그거...”

그러자 아이리스가 손가락으로 병을 가리기더니 입을 마구 뻐끔거린다.

그 모습에 혹시 우유가 상한 건가 싶어 확인해봤지만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킁킁­

심지어 냄새를 맡아봐도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런 유제품은 상하면 바로 티가 나니 괜찮을 것이다.

“괜찮은 것 같은데요? 먹으면 안 되는 우유였나요?”

“그,그,그,그런건 아닌데...”

다시 앞을 보자 아이리스의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붉어졌다.

...아무래도 오늘 아이리스의 상태가 이상했다.

‘그래도 호감도를 쌓기 위해서 온 거니까.’

나는 친절하게도 그 점을 지적하지 않은 채 차를 한 입 홀짝였다.

꼴깍

“....!”

아무런 생각 없이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눈이 번쩍 띄었다.

놀라웠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 줄이야.

이건 마스터피스였다.

이 한잔만으로도 오늘 양호실에 온 이유는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훌륭하군요!”

“네네네니네넷!”

내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러자 아이리스의 눈동자와 찻잔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마구 떨렸다.

왜 이렇게 긴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훌륭한 밀크티를 맛본 지금의 나는 웬만한 건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너그러웠다.

“완벽한 맛이에요. 빈말이 아니라 찻집을 여셔도 굉장히 잘 되겠는데요. 태어나서 이것보다 맛있는 밀크티는 먹어 본 적이 없어요.”

마치 눈앞에서 짜낸듯한 신선한 우유와 잘 우려낸 홍차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밀크티.

맛이 없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한 잔을 다 비워낸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선생님, 괜찮으시면 차 한잔 더 받을 수 있을까요?"

“그,그,그 그게....아아아아아! 유, 유진군. 제가 오늘까지 작성해야 하는 논문이 있던걸 까, 깜빡했네요. 죄송하지만 이만 나가주실래요?”

“...양호교사도 논문을 작성하나요?”

“네네넵! 다, 다음에는 꼭 배를 쓰다듬어 줄텐까! 다음에 봐요!!?”

쾅­!

마감이 얼마나 급했는지 내가 밖으로 나가자 문이 거칠게 닫히며 잠기는 소리가 났다.

“쩝...”

문밖에서 내가 밀크티의 맛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아쉽네..”

아이리스와 호감도를 쌓지 못해서 아쉽다는 건지 아니면 밀크티를 더 마시지 못해서 아쉽다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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