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그녀가 무너지기까지 앞으로 000 (3)
* * *
철컥
비비안에게 보낼 편지를 적고 있자 방문이 열리고 루시아가 들어왔다.
방에 들어 온 루시아는 아카데미에서 만났을 때랑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몽롱하게 풀린 눈에는 깊은 애정만이 느껴졌다.
단숨에 내 앞까지 다가온 루시아는 주저 없이 무릎을 꿇더니 고개를 들고 입을 벌려 보여주었다.
“하음...하아...”
정액이 담긴 혀를 길게 내민 루시아.
명령한 대로 정액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는지, 루시아의 입안은 온통 타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삼켜라.”
허가가 떨어지자 마치 고급 디저트라도 되는 마냥 정액을 음미하면서 삼킨다.
“음...으음..하아..”
나만이 볼 수 있는 루시아의 음란한 모습이라는 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컨셉 플레이를 하기 위해 연기를 시킨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나는 1회차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루시아에게 아카데미에서는 1회차의 모습을 연기하라 명령했다.
하지만 그동안 루시아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와의 최대한 접점을 가지지 않으면서 '1회차 루시아'의 연기를 피했다.
그러나 관계를 맺은 이후.
루시아는 마치 한꺼풀 벗은 것처럼 달라졌다.
일단, 정서가 불안한 듯한 말투가 사라졌다.
그동안은 뭔가 미묘하게 정상적이지 않은 말투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이 없어졌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내가 루시아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가 없다면 루시아가 어떻게 변할 줄 모른다는 점에서 약간의 주의가 필요했다.
다음으로는 내게 버림받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는지 연기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쓰레기...
─당신이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언젠가, 반드시 당신을...
진심으로 들리는 욕설이나 경멸, 협박 등.
솔직히 명령한 나도 좀 쫄았을 정도였다.
‘침대 위의 왕자’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변할 수 있는가.
어쨌든 루시아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 상태창에도 변화가 생겼다.
[스킬]
[염동력 (Rank D)]
[바람─칼날 (하급 바람 원소 마법)] [‘루시아’에게서 조교사로 생성됨, 위력 61.43%]
눈치챘는가?
조교사 (Rank EX)
주인님의 것은 주인님의 것 육변기의 것도 주인님의 것!
일정 수준 이상 조교된 히로인의 스킬(마법) ‘1’개를 최대 ‘61.43’%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의 개수와 위력은 히로인의 조교도에 따라 변화합니다.
조교사로 뺏어 온 마법의 위력이 올랐다.
오늘 아침만 해도 최대 위력이 61.39%였는데 00.04%가 추가로 올랐다.
루시아의 조교도는 처음부터 한계치까지 채워져 있었기에 당연히 60%가 최대 위력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루시아와 내가 연기 할수록 최대 위력이 조금씩 올랐다.
‘...어쩌면 100%까지 가능할지도.’
뺏어온 스킬이나 마법의 위력이 100% 찍은 걸 상상하자 입가에 미소가 실실 걸린다.
너프 되지도 않은 마법은 마법대로 고유능력은 고유능력대로 마음껏 싸댈 수 있는 거다.
‘...역시 EX급 특성.’
이러니저러니 해도 등급이 최고였다.
“하아...다 먹었어요. 주인님.”
잠시 상태창을 살펴보는 사이에 정액을 전부 삼킨 루시아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숨을 짧게 들이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루시아라 해도 온종일 정액을 머금고 있었다.
그 상태로 말하며 다가오자 루시아에게서 비릿한 정액 냄새가 풍긴 것이다.
“...정액 냄새난다.”
반사적으로 툭 던진 말.
“에...”
그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루시아가 비틀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사파이어를 박아넣은 듯한 푸른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글썽하게 맺힌다.
“...히잉..너무해요... 얼마나 힘들었는데..”
루시아가 풀썩 주저앉으며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
단 10분, 아니 5분만 침을 삼키지 않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다.
하물며 정액을 입에 머금고 있는 상태에서 몇 시간이나 참았다면 그 난이도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주인으로서는 루시아에게 멋대로 처울지 말라 명령해야겠지만.
“미안하다.”
나는 솔직하게 사과했다.
앞서 루시아가 달라졌다고 말했지만, 사실 달라진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을 정도로는 말이다.
그전까지는 1회차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루시아가 나를 떠날 거라는 강박증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길을 조금 벗어날지라도 루시아는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럼, 키스해주세요.”
나를 촉촉이 젖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루시아.
과연 이것까지 허락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자 루시아가 고개를 푹 숙인다.
“...역시... 안 되나요?”
가련하기 짝이 없는 루시아의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마구 쑤셔온다.
‘모르겠다.’
딱, 여기까지만 하자.
그렇게 결심하고는 루시아의 턱을 들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
루시아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더니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린다.
“헤헤.. 주인님! 감사해요.”
다시 다가오면서 키스를 하려고 하는 루시아.
하지만 이번에는 허락하지 않았다.
“쯧, 제멋대로 행동하지 마라.”
“하읏! 죄성해요... 너무 행복해서.”
혀를 차며 말하자 키스는 포기한 듯 물러나더니, 다시 팔을 벌려 품에 안겨 들어온다.
“헤헿...주인님에게 안겼다.”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띠운 루시아.
...아무래도 큰일이 난 거 같다.
루시아의 이런 사소한 말 하나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지니 말이다.
“그런데…. 주인님. 제멋대로 주인님을 껴안은 멍청한 육변기에게는 ‘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난 루시아가 치마를 걷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나도 키스를 할 때부터 조금 흥분하고 있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음란한 암캐 년. 그렇게 벌이 받고 싶은 거냐?”
“네... 루시아는 음란한 암캐에요... 그러니까 주인님이 원하시는 대로 루시아에게 벌을...”
그때였다.
똑,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진 칼리오페님 계십니까?”
이어서 가느다란 여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
싸늘한 냉기를 풍기며 루시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문을 노려 보았다.
나는 그런 루시아를 애써 무시하며 문에 다가가 열었다.
“유진 칼리오페다.”
내가 나오자 기숙사의 관리 메이드가고개를 꾸벅 숙였다.
“유진 칼리오페님 앞으로 온 물건입니다.”
메이드는 제법 큰 나무 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에는「유진 칼리오페 이외에는 절대 개봉금지!」라고 적혀있었다.
"그럼, 편히 쉬십시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상자를 건네받은 내가 다시 방안으로 들어왔다.
루시아는 의심과 흥미가 반쯤 섞인 눈으로 상자에 다가왔다.
“흐음...”
딸각
봉인된 상자를 열자 여러 물품이 풀려나왔다.
상자 안에는 알약과 수갑, 펜과 진동석, 그리고 중요 부위가 훤하게 뚫려있는 옷이 들어있었다.
전부 트리스티아에게서 구매한 물건들이었다.
설명서도 들어있었지만,어차피 다 알고 있으니까일단 옆으로 던져놓았다.
내용물을 순서대로 설명하자면 우선알약은 피임제다.
조교를 하더라도 일단 피임은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이 세계의 피임약은 전의 세계보다 많이 뛰어나다.
관계를 맺기 전이나 후나 한 번만 먹으면 되니까 말이다.
봉(?)의 수갑.일명 털 달린 수갑.
이건 좀 놀라운 물건인데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이 수갑을 차게 되면 수갑이 풀릴 때까지 마법과 고유능력이 봉인된다.
사기적인 아이템으로 보이지만 그래 봤자 전투에서는 실용성이 없다.
일단 의식을 잃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고, 설령 의식을 잃게 하더라도 상급 이상의 능력을 지닌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꼭 사용해야만 하는 곳이 있어 주문했다.
중요 부위가 훤하게 뚫려있는 옷. 일명 역바니.
...이건 그냥 내 취향이 섞인 조교 물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중요하고 직접 트리스티아에게 제작을 의뢰한 물건.
펜과 진동석.
이 둘은 한 쌍으로 이루어진 물품이다.
원격 바이브레이터겸 소형 도청기라고 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진동석을 질 안에 넣고 있으면 펜을 통해 어떤 그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지 다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마력을 불어넣지 않고 펜을 딸각거리는 것만으로도.
웅웅. 웅웅!, 우우웅!
이렇게 진동석의 강도를 조절한다.
그만큼 진동석을 사용하는 대상의 마력을 사용하지만, 애초에 진동석의 마력 사용량은 미미해서 큰 차이는 없다.
물건을 전부 확인한 내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루시아가 나를 불렀다.
“주인님...”
루시아의 혓바닥 위에 올려진 피임제 하나.
꼴깍
내가 말릴 틈도 없이 루시아가 알약을 삼켰다.
“하아... 주인님... 혹시 모르니 약의 효과를 시험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서서히 옷을 벗으며 루시아가 고양이처럼 웃었다.
***
“미안해요... 미안해요...”
손톱을 씹어대며 비비안이 울며 사죄를 했다.
이미 손톱은 끝까지 파고들어 피가 흐르지만, 비비안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멈추지 않았다.
...다친 것은 나였어야 했다.
유진 같이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런 가치 없는 내가 다쳤어야 했다.
설령 내 목숨을 백 번 더한다 할지라도 유진이 손끝에 입은 상처 하나의 가치조차 없다.
그런데….
...이런 나를 위해 유진이 다쳤다.
그것이 너무나 괴롭고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어떻게 이 감정을 감춰야 할지 알 수 없다.
욱씬
이 음란한 몸은 유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며 아랫도리가 젖어온다.
한 번 그 쾌락을 알아버린 이상, 이젠 방 안에서 자위해봤자 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었다.
“으읏...하아...유진님...죄..송해요...저..같은게...당신을...떠올려서...죄송해요..”
이걸로 몇 번째 자위일까.
매일 아카데미가 끝나면 비비안은 그저 자학과 자위행위를 반복했다.
찔꺽, 찔꺽, 찔꺽.
“흐읏..죄..송해여..죄송해여..하아..하아..유..진님...죽..여주..세요..하으...”
유진에 대한 사죄를 멈추지 않으며 비비안은 절정에 닿을 수 없는 자위를 이어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