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그녀가 무너지기까지 앞으로 000 (2)
* * *
카르네아 아카데미 구 교사 3층에 구석에 있는 교실.
구 교사 자체가 낡고 사용이 금지된 탓에 이젠 가끔 학생들이 밤에 담력시험을 할 때 말고는 누구도 오지 않는 장소가 되었다.
끼익
먼지 위에 찍힌 발자국을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가자, 경멸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루시아가 보였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내가 말했다.
“그래도 여기로 와있는 걸 보니 정확하게 횟수를 센 모양이군.”
“크읏... 당신이 진동석이 3번 울리면 이 장소로 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왜 오라고 한 거죠?”
“이유야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텐데. ...조금 널 사용하고 싶어서 말이야.”
“...하아. 당신이 발정 난 개새끼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전 아직 점심도 못 먹었으니 부디 나중에 해주시죠.”
성큼성큼 걸어온 루시아가 나를 스쳐지나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멈춰라.”
내 명령과 함께 루시아는 마치 돌이라도 된 것처럼 멈춰섰다.
굳어있는 루시아를 향해 내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루시아. 아직도 우리 관계를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루시아가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이곳에서 너는 우르엘라 가문의 차기 가주도 제국의 달도 아니다.”
루시아의 앞에서 멈춰선 내가 속삭였다.
“그저 한 마리의 암컷이지.”
콰악!
“그러니 네 분수의 맞게 행동해라.”
단숨에 손을 뻗어 루시아의 목을 잡고는 아래로 힘을 주자 루시아의 무릎이 서서히 굽혀진다.
“....”
마침내 무릎을 꿇고 입술을 깨물고 있는 루시아의 눈앞에 내가 자지를 꺼냈다.
“만져라.”
“제, 제정신이 아니에요! 아무리 발정이 났다고 해도 어떻게 아카데미에서 이런 짓을...!”
“손으로 하기 싫다면 아래쪽으로 해도 나는 상관없다만.”
루시아의 비난에도 내가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며 치마로 손을 뻗자, 루시아가 내 손을 붙잡고 말한다.
“손...! 손으로 하면 되잖아요...”
얼굴을 붉히면서도 내가 가르친 대로 손바닥을 혀로 핥아 적시더니 자지를 향해 손을 가져왔다.
슥 스윽
"...크읏...내가...왜...이런 짓을..."
매끄러운 손의 감촉을 음미하고 있자, 귀두 끝에서 흘러나온 쿠퍼액과 침이 뒤섞여 루시아의 손가락 사이에서 끈적하게 늘어진다.
스윽 스윽
쿠퍼액으로 손가락이 젖어가는 모습을 견디기 힘든 것처럼 루시아가 시선을 돌리려고 하지만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
“눈을 돌리지 말고 똑바로 보아라.”
“읏...”
슥윽 스윽 스윽
루시아가 손을 흔드는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이윽고 사정감이 치솟았다.
“슬슬 쌀 거 같군.”
“자, 잠깐 지금 싸면 옷이랑 얼굴에 전부 묻잖아요!”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손을 멈추지 마라!”
“...읏...! 머리카락에도 묻는다고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이제 슬슬 갈 거 같군.”
“아..읏...정말...! 하흡!”
명령대로 손은 계속 움직이면서도 어찌할 줄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루시아가 이윽고 결심한 듯 입을 벌려 귀두를 문다.
“싸겠다.”
루시아의 따듯한 입안에 참았던 정액을 쏟아낸다.
“..윽..!...켁..흐읍...케..케흑...”
그리고는 루시아의 뒷머리를 잡고 자지의 뿌리 끝까지 쑤셔 넣었다.
울컥! 울컥!
루시아의 목구멍을 넘어 위장으로 바로 쏟아져 내리는 정액들.
“으엑..윽...에윽..읍..!”
그 상태에서 나는 마치 루시아의 목구멍을 오나홀이라도 이용하는 것처럼 어떠한 배려도 없이 그저 좀 더 강한 쾌락을 위해 움직였다.
“읏...! 읍읍..! 자..깐만....주...주...거..엇..!!...지..짜...!”
어느 순간 발버둥 치던 루시아의 몸이 일순 크게 뛰어오르더니 축 늘어지고는 희미하게 떨린다.
쯔으읍! 뽁!
루시아가 완전히 정신을 잃기 전, 기도를 압박하던 자지를 뽑아내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루시아가 거친 기침을 토하며 숨을 들이마신다.
“...켁..헤에...하아...하아...”
루시아의 호흡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내가 다시 명령했다.
“멍청한 것. 아직 제대로 싸지 못했다. 귀두 안에 있는 것도 전부 빨아내라.”
“...하아..조..금만 휴식을...”
“또다시 억지로 처박히고 싶은가 보군.”
조금 전 질식의 공포가 떠올랐는지 루시아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건...싫어.”
“그럼 어서 빨아라.”
“아..알았으니까...하...하읍..”
쪼옵 쪽 쭈옵
아직 자지가 사정으로 민감한 상태다. 루시아가 얼마 핥지 않아 남아 있는 정액을 그녀의 입안에 토해냈다.
“으읏...!”
경고도 없이 입안에 정액을 받아낸 루시아.
루시아가 눈물이 잔뜩 고인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정액을 뱉어내려고 했지만 내가 손으로 턱을 눌러 입을 다물게 했다.
“누가 뱉어도 된다고 했지?”
“....”
루시아가 잠시 째려보았지만, 이내 포기한 듯 눈을 꼭 감고 삼키려 한다.
“기다려라.”
“....”
“정액을 삼키는 것도 금지한다. 그 상태로 오늘 모든 강의가 끝날 때까지 있어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루시아가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루시아의 턱 끝을 붙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아직 교육이 더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지.”
“...”
“이따 방안에서 확인할 테니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찾아오도록.”
할 말이 있다는 눈을 치켜뜨는 루시아를 무시한 채 내가 교실을 떠났다.
***
다른 귀족들과 비교해도 유난히 고급스러운 물품으로 가득 채워진 기숙사.
그곳에는 목욕을 마친 황녀, 리아나 루멘하르크가 몸에 수건을 두른 채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그리고 리아나의 유일한 사용인인 파볼리에 멜피사가 향료를 바른 빗으로 리아나의 머리를 빗겨주었다.
“흐흠음♬ 아! 멜피사 묻고 싶은데 있는데.”
콧노래를 부르던 리아나가 갑작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 전하. 말씀하시지요.”
“내 가슴 이쁘지 않아? 객관적으로 봐도 색도, 크기도 나보다 이쁜 가슴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리아나가 수건을 살짝 풀고는 가슴을 양손으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제국의 황녀가 했다고 하기에는 정말 황당한 행동과 질문이었지만, 멜피사는 홀로 황녀를 모셔온 지 십수 년이다.
이 정도로는 멜피사를 당황시키기 부족했다.
“예, 전하의 말대로 아름다운 가슴입니다.”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 가슴을 만지게 해준다고 했는데도 거절하는 남자가 있네?”
하지만 이번에 리아나에게서 튀어나온 말은 그런 멜피사조차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전하?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 설마 황녀 전하께서 사내에게 가슴을 만지게 해주시겠다고 말씀하신 건 아니겠지요?”
“제대로 들었네. 아! 정확히는 가슴을 만지게 해줄 테니까 부탁을 들어주겠냐고 물어본 거야.”
멜피사가 두통으로 지끈거리는 이마를 꾹 눌렀다.
“....송구하지만, 전하. 혹시 정신이 나가셨습니까?”
“뭐? 멜피사 황녀에게 말투가 너무해!”
리아나가 흥 고개를 돌리며 볼을 부풀렸다.
하지만 멜피사로서는 당장 욕설을 뱉지 않은 것만으로도 황가에 대한 예의는 충분히 지켰다고 생각했다.
“하아...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들은 상대는 누구입니까? 일단 입단속부터 시키겠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적어도 다른 사람의 눈앞에서는 상식의 선에서 행동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그렇게 하신 겁니까?”
“음... 그러고 싶었으니까?”
“그러니까 왜 갑자기 그러고 싶으셨는지 묻는 겁니다.”
멜피사가 소리쳤고 리아나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상대가 유진 칼리오페라서.”
“....”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머리를 빗겨주던 멜피사의 손이 멈췄다.
리아나는 돌아앉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멜피사는 얼굴에 표정이 너~어무 잘 드러나서 문제야. 왜? 내가 설마 멜피사의 마지막 남은 가족을 건들까 봐 그래?”
“...그 아이는 파볼리에 가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칼리오페 가문의 사람입니다.”
“유진의 엄마가 파볼리에의 적통인데도?”
“파볼리에 키아라가 칼리오페 가문의 첩으로 들어갈 때, 가문의 이름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버리고 갔으니 더는 파볼리에가 아닙니다. 그러니 파볼리에 가문은 저로서 마침표를 찍을 겁니다.”
“흐음... 그래. 멜피사가 그러면 그런 거로 하자.”
리아나가 싱긋 웃으며 대화를 끝냈다.
갑작스레 아물지 않을 상처를 후벼 파더니, 또 너무나 가볍게 물러난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이 리아나 루멘하르크였다.
짧게 한숨을 내쉰 멜피사가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전하 어째서 그런 짓을 하신 겁니까?”
단순히 이런 장난으로 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리아나가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남들의 눈앞에서는 최소한 어느 정도 선을 지켰다.
“유진이 본성을 감추는 이유가 궁금했거든. 음... 멜피사는 사람이 왜 본성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해?”
“...필요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치이~? 필요가 있으니까 감춘단 말이야.”
나처럼 말이야. 멜피사는 리아나의 숨겨진 뒷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유진이 본성을 감춘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네?”
리아나가 희고 기다란 손가락을 펴며 말했다.
“일단 칼리오페 가문을 차지하기 위해서 몸을 숙이고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해봤지. 일단 유진은 삼남이잖아. 그래서 나와 정식으로 연줄을 맺을 기회도, 그것도 아니면 추문을 만들 기회도 줬어.”
칼리오페 가문은 우르엘라 가문과 달리 차기 가주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유진이 황녀와의 직접적인 연줄을 가지게 된다면, 가주 자리를 놓은 경쟁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거절했지, 그래서 다음으로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유진의 어머니를 언급해봤어.”
처음 예상했던 대로 유진이 황녀에 대한 두려움에 본성을 숨기고 있었다면, 그의 어머니를 언급한 순간 그때와 같은 슬픔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약간, 정말 아주 약간 안타까운 표정을 드러내더니 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더라? 이젠 감추지 않겠다는 듯 말이야. 그렇다면 어째서 유진은 지금 와서 본 모습을 보여준 걸까?”
긴 추리 끝에 리아나는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멜피사 이제부터는 내가 너에게 던지는 질문이야. 그 긴 시간을 본성을 숨겨왔던 ‘유진 칼리오페’가 나에게 적의를 드러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나는 아직 그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1번 권력, 2번 공포, 3번 복수. 자 골라봐.”
리아나의 눈동자를 보며 멜피사는 떨리는 손끝을 최대한 억눌렀다.
리아나에게 목숨이 거둬진 이후, 그녀에 대한 충성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리아나는 멜피사에게 두렵고도 잔인한 존재였다.
“복수가... 아니겠습니까.”
본가와 분가의 내전으로 인해 멸망하고만 파볼리에 가문.
본가의 적통을 이은 유진 칼리오페를 떠올리며, 파볼리에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유진의 어머니를 살해한 파볼리에 메츠의 딸.
...파볼리에 멜피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헤에 그런가? 멜피사. 부디 나는 네게 아무 일도 없게 바랄게!”
리아나 루멘하르크는 즐거움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