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루시아는 웃고 있다 (8)
* * *
자각몽이라고 알고 있는가?
꿈을 꾸는 도중에 스스로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꾸는 꿈을 자각몽이라 한다.
...뜬금없이 이걸 왜 설명하냐면, 지금 내가 자각몽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을 홀로 둥둥 떠다니고 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평상시라면 소름 끼치다고 생각 할 장소지만 본능적으로 여긴 위험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오히려 편안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떠다니며 이곳저곳을 탐험했지만, 도대체 얼마나 넓은지 아무리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건 공간뿐이 아니라 내 몸도 마찬가지였다.
일종의 영혼 상태라 해야 하나, 내려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심하네.’
몸이라도 있으면 뺨이라도 당겨볼 텐데 영혼이라 그러지도 못한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떠다니는 것뿐이다.
‘....!’
시간이라도 때우게 뭐 읽을 거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할 무렵, 문득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떠올랐다.
‘상태창’
[이름 : 유진 칼리오페]
[직업 : 고유능력자]
[칭호 : 영웅의 자질을 가진 자(NEW)]
[능력치]
근력 13 민첩 13 체력 14
지력 11 마력 11 행운 25
[스킬]
[염동력 (Rank E ▶ D)]
[조교사 (Rank EX)]
[세계수의 축복 (Rank C)]
...혹시나 해서 불러봤는데 꿈속에서도 나타나다니.
상태창의 기술력에 감탄했다.
새로 생긴 칭호를 보고 있자 스스로 말하기 뭐하지만, 이번에는 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도 좀 쩔었지.’
자화자찬이 아니라 상태창도 칭호까지 주며 인정했다.
1장 보스를 나를 제외하곤 누구도 죽지도 다치지도 않게 클리어했다.
물론, 루시아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그것도 다 내가 시킨 것 아닌가.
병사의 공이 지휘관의 공이 되듯 루시아의 공은 주인인 내 공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염동력도 등급이 올랐고.’
D등급의 고유 능력을 마법으로 따지자면 중급 마법 정도다.
이 정도면 나도 이제 당당히 카르네아의 1학년생이라 떠들어 댈만한 급은 된 것이다.
상태창을 확인하며 웃고 있자 저 멀리서 ‘어두운 빛’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빛이라니, 모순적이기 짝이 없지만 저건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에 내가 어두운 빛을 향해 다가가려고 하자, 그 순간 서서히 몸이 아래로 끌려가며 꿈에서 깨어난다는 감각을 느꼈다.
저 어두운 빛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이제 슬슬 꿈속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저항하지 않았다.
‘깨어나면 칭찬 좀 받겠네.’
교수한테 표창장이라도 받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며 흐름에 몸을 맡겼다.
***
“끄으으...”
힘세고 상쾌한 아침이다.
익숙한 기숙사 천장이 아니라 낯선 천장인 걸 보니, 아무래도 로레오스 교수가 나를 학교 내부의 있는 병원에 옮긴 것 같았다.
늑대에게 물린 팔뚝을 살펴보니 흉터도 안 지고 사라졌다.
역시 ‘세계수의 축복’도 고생해서 얻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좋네.’
창밖에서는 햇볕도 따스하게 내리고 몸 상태도 완벽했다.
“끄으으윽...”
일어날 때부터 누가 계속 내는 신음만 아니었다면 더욱 완벽했을 것이다.
‘그럼, 퇴원할까.’
기지개를 가볍게 켜고는 커튼을 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문 앞까지 계속 걸어갔어야 했다.
조금 열려있는 옆자리의 커튼 틈 사이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끄으윽...”
계속되는 신음이 시끄러워 살짝 훔쳐본 학생에겐 왼팔이 없었다.
‘....어?’
팔이 사라진 자리에 감겨 있는 붕대에서는 피가 축축이 배어 나와 본래의 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게...뭐야.”
목소리가 갈라진다.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잘 해낸 거 아니었던가.
누구도 다치지 않고, 죽지도 않는 완벽한 계획을 만들어 실행했다.
그걸 위해서 늑대랑 목숨을 건 1대1 상황까지 펼쳐낸 것 아닌가.
‘...그런데 왜?’
현기증이 올라왔다.
쓰러질 뻔한 몸을 간신히 침대 끝을 붙잡고 지탱하자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왔다.
“선생님! 학생이 깨어나려고 합니다!”
“진통제랑 수면제를 더 사용하세요! 아직 파르테논에서 지원이 오지 않았어요! 깨어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사용 된 수면제가 한계 용량입니다!”
“그렇다고 깨어나게 냅둘 순 없잖아요! 빨리 더 투입해요!”
붕대를 갈면서 입안에 약을 밀어 넣는 광경이 보였다.
누런 지방, 흰 뼈, 붉은 근육.
토할 것만 같았다.
“아, 유진 학생 깨어났네요. 로레오스 교수님께 이야기는 들었어요. 정말 수고했어요. 사실 유진 학생의 부상도 가볍지는 않았는데 회복력이….”
“....”
방안에 따라 들어온 누군가 말했다.
내겐 들리지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이 자리에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어, 유진 학생! 아직 나가시면 안 돼요. 몸 상태를 검사하….”
나를 붙잡는 손을 뿌리치며 달렸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
누구도 다친 사람 없는 최고의 마무리 아니었던가.
...모르겠다.
전혀 모르겠다.
일단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기숙사에서 쉬고 싶었다.
‘조금만…. 쉬고 생각하자.’
쉬고 나면은 머리가 좀 정리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내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기숙사를 향해 달려가는 중 흰색 천에 감싸진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보지마.
스스로가 경고했다.
저걸 보는 순간 돌이킬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봐야 했다.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자…. 잠시만요.”
내가 그것에게 다가가자 '그것'의 주위를 통제하는 직원들이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물러서세요. 학생이 봐서 좋은 게 아닙니다.”
“...잠깐... 정말 잠깐이면 됩니다. 제발.”
“글쎄, 안된다니까요!”
나를 직원이 말리는 사이 다른 사람들의 손에 실려 간 그것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학생도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요.”
...염동력이라도 사용해서 떨쳐낼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염동력을 사용하려고 할 때.
“그만두어라.”
로레오스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내 목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나를 살펴본 로레오스 교수는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유진, 네가 볼 필요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꼭 봐야 하겠나.”
로레오스의 마력이 담긴 말에 피부가 저릿했다.
그래도 물러설 순 없었다.
“...저만은 봐야만 합니다.”
적어도 나만은 눈을 돌릴 수 없었다.
“하아…. 그래, 알았다. 나를 따라와라.”
“...교수님 이건 학생에게 보여줘서는 안 됩니다.”
“내 제자네. 모든 내가 책임을 지겠네. 자네는 이만 가보게.”
“...네.”
고개를 숙인 직원을 뒤로 한 채 로레오스 교수를 따라 발을 옮겼다.
***
카르네아의 강당 한편에 마련된 창고.
쿵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있는 창고 안에는 지금 새로 들어온 것을 포함해 총 세 개의 ‘무언가’가 흰 천에 감싸져 있었다.
“...중상자 4명, 사망자 3명, 실종자 1명. 이번 시험에서 벌어진 참사다.”
무언가….
도망치는 말이었다.
저건 시체였다.
내가 멍하니 시체를 감싼 흰 천을 바라보고 있자 로레오스가 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미안하다.”
“....”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교수진의 대표로서 네게 사과하마.”
어째서 그가 사과하는가.
이 모든 건 전부….
“....”
내가 떨리는 손으로 가장 앞에 있는 천을 걷었다.
【4반 에머리 실베스터】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게임 속이라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을 엑스트라.
....하지만 이들은 데이터가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에머리의 시체에는 하체가 없었다.
“...미리 말해두겠다. 무엇하나 네 잘못일 리 없다.”
─내 잘못이었다. 나는 막을 수 있었다.
“이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불행한 사고였다.”
─나만은 알고 있던 예정된 사건이었다.
에머리의 시체에 다시 천을 씌우고 두 번째 시체를 들췄다.
“네가 있었기에 다른 수많은 학생을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기에 저들은 죽은 것이다.
【4반 윈프레드】
윈프레드의 얼굴은 고통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그의 시체는 배가 뻥 뚫려 내장이 뜯겨 먹인 상태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네 잘못이 아니다.”
─그 무엇하나 나의 죄가 아닌 게 없었다.
마지막 시체를 향해 손을 뻗을 때 로레오스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이것만 보아도 충분하지 않으냐…. 굳이 더 봐야 하겠느냐?”
“...보...아야만 합니다.”
사실 보고 싶지 않았다.
허나, 나로 인해 발생한 일이었다.
나만은 이 일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됐다.
스윽
마지막 천을 들쳤다.
...천 아래에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망가진 마네킹 조각처럼 남아있는 팔과 다리뿐이었다.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는 처참한 상태.
나는 그곳에 걸려있는 이름을 보았다.
【5반 엘로이즈】
‘공부? 거짓말하지 마.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144위야.’
‘피곤해? 안마라도 해줘? 나 우리집 메이드한테 좀 배웠는데.’
엘로이즈
...나와 함께 웃던 아이의 이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