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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1화 (11/354)

〈 11화 〉 000일 후에 조교 당하는 음침녀 (4)

* * *

[이름 : 유진 칼리오페]

[직업 : 고유능력자]

[칭호 : 없음]

[능력치]

근력 10 ▶ 11 민첩 10 체력 10

지력 10 마력 10 행운 20

“...진짜 더럽게 안 오르네.”

그래도 한 달 동안 뼈 빠지게 구른게 아예 의미가 없지는 않은지 근력은 1 올랐다.

기왕이면 체력도 좀 같이 올려주면 좋으련만, 이 좆망겜은 그렇게 쉽게 가게 해주지 않을 모양이다.

그동안 로레오스는 슬슬 내가 재능을 숨기는 게 아니라 정말 없다는 걸 눈치챘는지 약간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진짜 재능이 없는 걸.

또 하나 상태창에서 달라진 것은 스킬이었다.

「바람­칼날」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떠올리고

마력을 불어넣은 다음

언어를 통해 구현한다.

샤아악!

내가 염동력으로 만들던 얇은 칼날과 비슷한 것이 텅 빈 복도로 쏘아진다.

하급 마법인지라 복도 중간쯤에서 흩어졌지만, 그래도 근거리라면 머리통 하나는 자르고도 남을 위력이었다.

[스킬]

[염동력 (Rank E)]

[바람─칼날 (하급 바람 원소 마법)] ­ [‘루시아’에게서 조교사로 생성됨, 위력 60%]

이번에는 염동력으로도 칼날을 만들어 둘이 부딪혀 본다.

사악!

염동력으로 만든 칼날이 바람의 칼날을 부드럽게 반으로 가른다.

훗,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아직 중급 마법은 못 뚫어도 하급 마법 정도는 그냥 찢는다 이 말이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

갑자기 허무해졌다.

5반에서나 중급 마법을 쓰는 놈이 드물지 1반에서는 오히려 못 쓰는 놈이 찾기 힘들다.

나도 처음에는 욕심을 부려 중급 원소 마법 [찢어발기는─바람─칼날]을 택했지만, 고작 3번 사용하는 것으로 마나가 전부 바닥나서 포기했다.

참고로 스킬을 다시 고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쿨타임 없이 계속 바꿀 수 있다면 이것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꼼수만큼은 잘 막아놓는다.

상태창을 닫고 문 앞에 섰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 강의실.

조용히 강의실 문을 열고 안을 살펴보자 집중해서 편지를 쓰고 있는 비비안이 보였다.

내가 언제쯤 오나 오매불망 기다리던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모습.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았다.

내가 의도한 것이니까.

채찍과 당근.

지난 한 달간 나는 루시아에게 명령해 의도적으로 비비안을 고립시켰다.

아직 직접적인 폭력까지는 없지만, 가방에 쓰레기가 들어있거나, 어깨를 치고 가는 정도는 경험한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비비안은 유일한 친구인 내게 더욱 의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비비안이 집착한다 싶으면 거리를 벌렸고 그때마다 편지로 다정하게 비비안을 위로하며 신용을 쌓았다.

그리고 비비안 편지에 집착하기 시작하자 갑자기 답장을 멈춰 안달 나게 했다.

오늘은 그런 식으로 며칠을 무시하다가 비비안이 등교할 무렵 갑자기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읽는 것과 나를 만나는 것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게 말이다.

고민했을 거다.

방안에서 편지를 읽을 것인지, 아니면 일찍 등교하여 나를 만날 것이지.

둘 다 포기할 수 없었던 비비안은 편지를 들고 강의실에 온 것이다.

‘몰래 읽는 건 그렇다 쳐도 답장을 쓰는 건 너무 무방비하지 않나.’

다른 사람한테 편지 내용을 들키면 어쩌려고.

진심으로.

정말 이러기 싫지만.

계획이 망가지게 둘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조금 겁을 줘야겠다.

발소리를 내지 않고 살금살금 걸어가 비비안의 등 뒤에 선다.

그리고 몰입하고 있는 비비안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갑작스럽게 말을 걸었다.

“뭐 하고 있어?”

“...앗!”

우당탕 소리를 내며 황급히 편지를 숨기는 비비안.

내가 그런 비비안을 보며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아, 연애편지 쓰고 있었어?”

“아니야!”

강한 부정과 함께 비비안이 소리쳤다.

아마 지금까지 냈던 목소리 중 가장 크지 않았을까.

“미…. 미안….”

비비안 역시 자기가 소리치고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가렸다.

“소…. 소리쳐서 미안해. 다, 당황해서… 화내지 말아줘.”

“....”

앞으로 너랑 얼마나 함께해야 하는데 고작 이런 거 가지고 내가 화를 왜 내냐.

사실 화가 나기는커녕 이걸 이용할 생각에 즐겁기까지 하다.

“정말 미안해….”

그러나 속마음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무표정을 유지하자고 있자 비비안이 울상이 되어 어쩔 줄 모른다.

“부탁이야…. 미워하지 말아줘….”

더 가지고 놀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말 울어버릴 것 같았기에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비비안 너니까 용서할게.”

“고, 고마워….”

“...하지만 다음부터는 소리 지르는 건 참아줬으면 하는데...”

“응, 응! 조심할게. 정말 미안해….”

용서받았다고 생각하는지 비비안의 얼굴이 밝게 펴진다.

사실 비비안이 용서받거나 잘못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편지는 누구한테 보내는 건데?”

“아...”

비비안은 도박하면 분명 패가망신할 거다.

편지에 관한 건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지 질문을 듣는 순간 당혹스러운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좀 보여줄래?”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는 듯 손을 내밀어 편지를 요구한다.

비비안의 눈동자가 마구 떨린다.

편지의 내용을 들키는 것과 나에게 미움받는 것 어느 하나 비비안에게는 상상하기도 싫은 것이겠지.

그래도 내게 미움받는 게 더 무서운 모양이다.

마음속에서 저울질을 끝낸 비비안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내 손위에 편지를 올려놓는다.

“여..여기..”

반으로 접혀있는 편지.

그것을 천천히 열어보자 손을 떨고 입술을 깨무는 비비안이 보인다.

“농담이야.”

“...어?”

편지를 보지 않고 그대로 비비안에게 돌려주었다.

“내가 너가 쓰는 편지를 함부로 볼 리 없잖아.”

“...고마워.”

고개를 푹 숙인 비비안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래도 조심해. 다른 애들은 볼지도 모르니까.”

손이 닿는 순간 비비안이 움찔거렸다.

“응… 조심할게.”

그러나 밀쳐내기는커녕 은근슬쩍 기대오기까지 한다. 나는 비비안의 어깨를 가볍게 주무르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비비안, 어깨가 굳었네.”

“그, 그래?”

“응, 스트레스가 좀 쌓인 거 아니야? 넌 조금 고지식한 면이 있으니까. 가벼운 일탈을 해보는 건 어때. 분명 스트레스 해결이 될 거야.”

“...알았어. 항상 신경 쓰고 도와줘서 고마워.”

비비안이 물기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빙긋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고맙긴.

앞으로 내가 더 고마울 예정이다.

***

편지를 쓰는 게 즐거워졌다.

처음에는 어떤 사람일까 두려워 딱 한 번만 답장을 보내고 말려 했지만, 편지를 받아 볼수록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이 사람은 진심으로 나를 위로하고 배려해준다.

「초반에 자위를 깨닫고 방안에 틀어박혀 자위를 반복하는 장면은 정말 묘사가 잘 되어있는데 뒤로 갈수록 묘사가 어색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아, 그렇다고 책이 별로였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오랜만에 받은 편지는 조금 가슴이 아팠다.

다시 책을 낼 생각은 없지만, 내가 만든 책이 어색하다는 말을 들으니 이 사람에게 만큼은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묘사가 어색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책에 나온 것 중에 직접 해본 건 방안에서 하는 자위뿐 밖에서 해본 적은 없으니까.

「괜한 참견이라면 무시해도 좋으신 것 같지만 이 책의 모델분에게는 ‘일탈’ 경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뭐든 상상하는 것과 경험해 보는 것은 많이 다르니까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일탈이 필요할 수도 있어.'

편지에 적혀있는 일탈이라는 단어.

그것을 보는 순간 유진의 얼굴이 겹쳐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일탈이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많았다.

그렇지만 일탈을 지금까지 해본 적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교육받아 왔으니까.

‘...안돼.’

나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 번 길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거다.

침대에 누워있자 딱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지 않아도 언니랑은 다르게 쓸데없이 커다란 가슴이 보였다.

커다랗고 음란한 가슴.

언니에게도 젖소 같다고 몇 번이나 들었었지.

옷 아래에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움켜쥐어보지만 다 잡히지 않는다.

“으음...”

어째서 이렇게 민감한 걸까.

살짝 만졌을 뿐인데 유륜이 부풀어 오르며 이내 젖꼭지도 봉긋 솟는다.

‘조... 조금만..’

그동안 꾹 참고 있었던 쾌락.

“하아..하아...”

일 년 가까이 자위를 하지 않았던 터라 안 그래도 민감했던 몸이 더욱 달아오른다.

“유...진...”

태어나서 처음으로 명확한 상대를 떠올리며 하는 자위.

어깨에 닿았던 손의 감촉을 떠올리며 가슴을 만진다.

“하앗..더..해줘..”

만약 유진이 이런 나를 보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

─걸레 같은 년.

편지를 들키고 차가운 눈빛으로 욕을 하는 유진을 떠올리자 몸이 오싹오싹해진다.

그렇지만 손을 멈출 순 없다.

“흐읏...흐음...흣..하아..유진아...”

얼굴을 파묻은 베개 속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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