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알몸 도게자부터 시작하는 첫 만남 (2)
* * *
이세계에 떨어진지 하루.
히로인과 만나고 한 시간.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읏..주인님...”
...놀랍게도 주인님을 울부짖으며 애액으로 흠뻑 젖은 검은 팬티를 보여주는 루시아를 보고 있었다.
“아..암캐 보지 더..봐주세여어..으읏!”
정정한다. 팬티가 아니라 보지였다.
이해가 안 된다면 정상이다.
나 역시 엄청난 급전개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니까.
‘씨발...’
우선 심호흡을 하며 진정하자.
상황에 휩쓸리면 끝장이다. 몇 번 길게 숨을 가다듬고 나서야 멈춰있던 두뇌가 다시 일하기 시작한다.
“..주이니임...하으응..”
...상태를 보아하니 루시아는 1회차 때 받았던 조교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1회차 때 루시아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당장 배때기에 칼을 맞아도 할 말이 없는데, 도대체 얼마나 조교를 잘해놨으면 지금도 나를 주인님으로 모신단 말인가.
역시 나.
야겜의 신. TTQ123 다웠다.
‘...라고 할 줄 알았냐 감독 씨발년아!’
감독년을 떠올리자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온다. 그년은 도대체 제대로 하는게 뭔지 모르겠다.
2회차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1회차 히로인이 기억을 하고 있는가!
진짜 내 직감대로 뒤질 뻔한 게 맞았다.
만일 내가 조교를 조금만 덜 했어도 루시아는 나를 주인님으로 모시는게 아니라 당장 소멸시켜버려야 할 버러지로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
‘어찌 됐든 일단은….’
우웅…. 우우웅….
이 와중에 바이브레이터는 분위기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울리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떨리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러니까 저렇게 움직이는 걸 입학식 때부터 지금까지 넣고 있었단 말 아닌가.
‘...!’
그 순간 머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가지고 있던 의문들이 단숨에 풀렸다.
Q1 : 단상에서 루시아의 목소리가 왜 떨렸는가?
정답 : 보지에 바이브레이터를 넣고 있었으니까.
Q2 : 어째서 루시아는 식은땀을 흘리고 발걸음이 불안정했는가?
정답 : 보지에 바이브레이터를 넣고 있었으니까.
정말 놀랍게도 ‘보지에 바이브레이터를 넣었으니까’ 라는 미친 문장이 2연속 정답이었다.
이제 실소마저 흘러나왔다.
그래, 인정한다.
게임 속에서는 루시아에게 이것보다 심한 짓도 잔뜩 했다.
하지만 그건 게임이지 않은가!
모쏠아다가 히토미에서나 보던 바이브레이터를 넣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미소녀를 눈앞에서 만나버리니 사고가 따라가지 못한다.
“주.. 주인니이임....”
열심히 허벅지를 비비며 꼼지락거리던 루시아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입고 있던 옷의 단추를 풀어낸다.
단추가 하나 풀릴 때마다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는 아가맘마통에 제멋대로 시선이 갔지만, 이 이상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잠까..”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려는 순간 목에 가시라도 걸린 것처럼 말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이걸 말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불길함 때문이었다.
▶
그리고 때마침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올라간 행운 때문일까. 이 메시지를 지금 당장 읽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TIP) 일정 수준 이상의 조교가 진행된 히로인의 상태창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한 줄짜리 팁이 적혀있는 메시지였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상당히 중요했다.
‘루시아 상태창’
나는 시스템이 말한 대로 루시아를 바라보며 속으로 그녀의 상태창을 불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눈앞에 나타나는 상태창.
[이름 : 루시아 우르엘라]
[직업 : 마법사]
[칭호 : 없음]
[조교도 : ???%]
[현재 상태 : 극도로 흥분 중]
[능력치]
근력 15 민첩 14 체력 11
지력 22 마력 34 행운 9
[마법]
하급 물 원소 마법
하급 바람 원소 마법
중급 바람 원소 마법
...
[특성]
♥♡♥ (Rank ?)
민감한 신체 (Rank C)
...
이제 막 입학했는데 화려한 상태창이다.
일단 행운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나보다 높았다.
심지어 지력은 2배, 마력은 3배가 넘게 차이가 났다.
능력치의 앞자리가 바뀔 때마다 실제로 적용되는 효과가 훨씬 크기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은 5배가 넘게 차이 날 것이다.
‘후우...’
잠시 딴생각을 하며 현실도피를 했지만, 이제는 확인해야 했다.
루시아의 상태창에는 딱 봐도 수상한 것이 3개나 보였다.
♥♡♥ (Rank ?)
♡♥♡♥ ♡♥으로 인해 ♡♥된 특♡♥니다. 조♡♥세요. ♡♥레의 ♡♥은 누♡♥ 향♡♥ 모르♡♥요.
이건 뭐라고 하는지 해석이 전혀 불가능하고.
[조교도 ???%]
당신을 향한 히로인의 사랑이 말 그대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감히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이렇게까지 조교 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이건 이제 인간이라기보다는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생체 오나홀에 가깝습니다.
이건 그냥 정신이 나간 거 같고.
[현재 상태 : 극도로 흥분 중]
‘발정’으로 인해 극도로 흥분한 상태입니다.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합니다.
주의하세요!! 놀라울 정도의 충성심으로 당신을 덮치는 걸 억누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주인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된다면 충성심이 낮아질 수도…?
....이건 좆될뻔했다.
만일 내가 ‘잠깐 기다려주세요.’ 라고 말했다면 주인답지 않은 행동으로 판단해 루시아의 충성심이 내려갔을 수도 있었단 말 아닌가.
지금 당장이야 충성심이 좀 낮아져도 덮쳐지고 끝이지만 충성심이 더 낮아져 1회차 때 내가 한 짓에 의문을 가진다면…?
...죽음뿐이었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줄줄 흐르는 게 느껴졌다.
“...주..주인님...”
나를 부르는 루시아의 반쯤 풀린 셔츠 사이로 풍만한 가슴을 감싸는 속옷이 보인다. 아래쪽과 마찬가지로 젖꼭지는 전혀 가려지지 않는 검은 레이스 속옷이었다.
“...음란한 암캐에게..벌을..주세여..”
루시아가 입술을 매혹적으로 핥으며 다가온다.
분명 아름답고 매력적인 모습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사신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1회차 때 나라면 지금 어떻게 했을까?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루시아가 내뻗은 손이 내게 닿기 직전.
“...멈춰라.”
긴장되는 상황에서 튀어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고도 차가운 목소리. 내가 말해놓고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아!”
그러자 루시아가 갑자기 기도하듯 양손을 모으고 환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이 고인다.
“아아..주, 주인님주인님..루시아의..주인님...하아..하아..!”
루시아의 동공이 커지고 숨이 거칠어지는게 정상이 아닌 것 같다. 본능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지만 내 입은 살아남기 위한 다음 말을 내뱉고 있었다.
“내 허락 없이 제멋대로 발정하지마라. 멍청한 년.”
만약 이게 잘못된 선택이면 어쩌지라는 걱정 속에서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 가는 것과 별개로 내 몸은 쓰레기를 쳐다보는 눈으로 루시아를 내려다보며 비난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흐읏...죄..송합니다.”
“내가 분명 애원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을 텐데. 가르쳐준 것을 잊어버렸나?”
“아, 아니에요. 기억하고 있어여.”
“그럼, 어디 해봐라. 너같이 멍청한 년이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다.”
“하아...네엣...”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루시아가 얼마 남지 않은 옷을 다시 벗기 시작한다.
치마와 셔츠, 그리고 속옷마저 모조리 벗어서 차곡차곡 개어놓고는 그 옆에 무릎을 꿇고 그 상태로 내게 머리를 조아린다.
“..주..주인님..이..미천한..암캐에게 부디 자비를 내려주세여.”
카르네아 아카데미의 1학년 수석 입학생이며, 위대한 우르엘라 가문의 차기 가주로 예정되어있으며, 자존심 높기로 소문난 그 루시아 우르엘라가 나를 향해 알몸도게자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차 수컷의 정복감이 가득 채워지는 감탄스러운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감탄하는 것은 잠시였고 이젠 생존의 문제였다.
“하, 어떻게 기억은 하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내가 말하지 않으면 이것도 스스로 못하는거냐?”
“.. 죄..송합니다. 애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멍청한 암캐에게 벌을 ..내려주세여..”
이제 칭찬하고 끝내려고 했더니 여기서 또 벌을 내려달라고?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린다.
상태창만 봐도 알겠지만, 압도적인 능력치 차이다. 지금 루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날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루시아의 기분이 상하지 않으면서도 주인의 자격을 의심받지 않는 적당한 벌이 필요했다.
그럼 도대체 어떤 벌을 내려야 할지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고 있자.
“..주인님..?”
“누가 고개를 들어도 된다고 했지?”
“히끅!죄..죄송합니다.”
...너무 시간을 오래 끈 것 같다.
이 이상 고민하다가는 루시아의 충성심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일단 시키고 봐야 한다.
“...벌을 내려주지. 양말을 벗겨라.”
“아읏.. 네에..으읏..음..”
루시아가 작게 입을 벌리고 양말을 문다.
당연히 손으로 벗길 줄 알았더니 입으로 벗긴다.
발목에 스치는 부드러운 감촉에 당황하고 있자 어느새 양쪽 발의 양말이 모두 벗겨져 있었다.
“..전부..했습니다..주인님..하아..”
그냥 양말을 벗겼을 뿐인데 루시아가 다시 발정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내가 하나하나 전부 알려줘야 하나? 발에 입을 맞추며 네년이 쓰레기 같은 존재인걸 다시 상기해라.”
“네..네엣...”
가볍게 몸을 떨며 다가오는 루시아. 그녀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내 발등에 내려앉음과 동시에 루시아가 황홀한 듯 몸을 부르르 떤다.
그리고.
쪼르륵...
투명한 액체가 루시아의 허벅지를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더니 옆으로 픽 쓰러진다.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있자 루시아의 상태창에 변화가 생겼다.
[현재 상태 : 기절 중]
지나친 ‘행복'에 기절한 상태입니다.
“하아...”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