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변대훤(6)
텅 빈 아파트에서 밤새 홀로 뒤척이다 얕은 잠에 들었다.
핸드폰이 울었다. 어둠 속에서 동물처럼 눈떴다.
발신자 번호가 낯설었다. 즉시 전화를 받았다.
―대훤, 힉. 대훠, 대훤아. 변대훤? 흐으욱…….
“……지수야? 지수야!”
―나 좀 살려줘. 나 장기 다 털릴뻔했어. 빨리 와, 안 오면 나 진짜 죽어.
“어디야?”
―여기…….
온몸에 뜨거운 피가 돌고 머리와 눈앞이 시원하게 밝았다. 견딜 수 없이 두려운 동시에 참을 수 없이 신이 났다.
너한텐 결국 나뿐이구나. 그렇지?
지수 스스로 날 찾을 만큼 위급한 상황이라면 마땅히 내가 직접 나서서 구해야 했다. 아까 그렇게 달아난 지수가 나한테 전화할 정도라면 무시무시한 처지에 놓인 게 틀림없었다.
난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났구나. 가련한 널 멋지게 구하고 네 가장 초라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감싸주려고 태어났구나.
네가 나한테 저지른 잘못마저 일체 용서하고 품어주기 위해서, 네 8만 8천 가지 모습 전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러고도 네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다만 널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았구나.
너와 내 마지막 자존심까지 모조리 가루로 만들기 위한 시간이었구나.
“지수야, 조금만 기다려. 다 잘될 거야. 경찰에 신고만 하고 출발할…….”
“안 돼! 나 진짜 죽어……. 대훤아, 그냥 빨리 와. 어? 나 좀 데려가…….”
김지수가 내게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다니. 여긴 내 꿈속인 걸까?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란 언제나 쉽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특히 더 그랬다.
핸드폰을 꽉 잡았다.
“데려갈게.”
널 안전하게 구해내면, 그땐 너와 제대로 헤어질 수 있을까? 네게 갚을 길 없이 큰 빚을 지우고 나면 너한테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나쁜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다. 애써 무시하고 집을 나섰다.
심장이 멎을 듯 빠르게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