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변대훤(3) (26/41)

3. 변대훤(3)

“형!”

“늣, 네?”

“오줌 안 마려워? 응? 응?”

“네. 헹헷, 신경 써주셔서 감…….”

“똥은? 똥은 안 마려워? 아앙, 아이잉.”

“아직이요. 헤헹♡ 죄송합니다…….”

“안 죄송해도 되는데. 으헤헤! 형은 무슨 음식 좋아해?”

“옛? 젖, 저요?”

“응. 양식? 일식? 중식? 한식은 형이 잘하니까 맨날 먹잖아.”

“전……. 다 좋습니다♡”

“그럼 스테이크도 좋아하겠네?”

“아…….”

“압구정에 스테이크 맛있는 데 아는데 이따 먹으러 가자.”

“이따요?”

“응. 저녁에.”

“아? 저, 그게……. 오늘은 좀…….”

“그럼 내일 가자. 잘됐네. 내일 나랑 밥 먹고 같이 백화점 좀 가주라. 나 형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새 옷 사러 갈 거거든. 형이 골라줘.”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탑기는 커다란 눈을 빤히 뜬 채 내가 거절할 새 없이 몰아쳤다.

탑기 말고 지수랑 맛있는 거 먹고 쇼핑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 애가 나타나기 전엔 그래도 종종 그랬는데.

“형 집에만 있잖아. 기분 전환하게 내가 드라이브시켜줄게.”

“드라이브요?”

인제 갓 스무 살인 탑기가 내게 드라이브를 시켜주겠다니. 설마 내 차를 몰 속셈인 건…….

“응. 엄마가 나 차 바꿔줬어. 옆자리에 아직 아무도 안 태웠어. 일부러 형 젤 먼저 태우고 슝슝 드라이브 가려고 아껴뒀지.”

“…….”

“왜 말이 없어? 설마 걱정돼? 내가 운전하는 차 타기 싫어서 그러지!”

“그런 게 아니…….”

“아! 형이 어린애 취급할 때마다 상처받아……. 근데 걱정 안 해도 되는데. 외국 살 땐 맨날 내 차 끌고 다녔어.”

“앗.”

“아니면 형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우리 엄마네 호텔 수영장 갈까?”

탑기가 자꾸 말을 붙였다. 지수는 우리 두 사람이 못마땅하다는 듯 담배를 뻑뻑 빨면서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근데 형은 생일 언제야? 아니다. 내가 맞혀볼게. 자, 나 안 볼 테니까 여기다 형 태어난 연도 네 자리 쳐봐.”

탑기가 핸드폰 계산기 앱을 켜서 내밀었다. 생년을 입력하려니 괜히 울적했다.

“했어요…….”

“걷다 250 곱해봐.”

“예.”

“80 또 곱해봐.”

“예.”

“거기다 형 태어난 월일 네 자리 더해봐.”

“……더했어요.”

“방금 더한 네 자리 한 번만 더 더해봐.”

“네.”

“줘봐.”

탑기가 핸드폰을 가져갔다. 그리고 금세 활짝 웃었다.

“형 생일 한겨울이네! 이거 맞지?”

탑기가 핸드폰 화면을 보였다. 내 생년월일 여덟 자가 맞았다.

“어, 어떻게…….”

“큭큭. 캡처해야지. 얼마 안 남았네?”

신기했다. 근데 그냥 물어봐도 알려줄 텐데.

그래도 기분이 싫지 않았다. 누가 내 생일을 궁금해하는 것만 해도 흔치 않은 일인데 그걸 그렇게 애써서 알아내다니.

내게서 단지 여덟 숫자를 얻으려고 방금같이 깜찍한 노력을 해줄 사람이 탑기 말고 또 있을까. 아마 앞으로도 평생 못 겪어볼 경험이었다.

탑기가 그러니까 마치……. 내가 소중한 사람이나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지수는 기억조차 못 하는 내 생일 또한 특별한 날짜로 변한 것 같았다.

“형, 물 좀 자주 마셔.”

“예?”

“꽃 안 시들게.”

“……?”

“형 혈액형은 뭐야?”

“아, AB형이요.”

“진짜?”

“……네!”

“난 또 내 이상형, 호감형, 미인형, 인형인 줄 알았잖아.”

“……!”

탑기가 실없는 장난까지 걸었다. 지수가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꽁초를 재떨이에 던지고 말했다.

“민탑기.”

“응.”

“너 내 앞에서 뭐 하냐?”

“노는데?”

“민탑기 너…….”

“뭐. 말을 해.”

“나보다 변대훤이 더 좋아?”

“풉! 뭐라고?”

“난 따먹을 만큼 실컷 다 따먹었으니까 인제 그 새끼도 한 번 따먹겠다 이거야?”

“난 자기 흥분하게 하려고 일부러 형이랑 친하게 지내는 건데.”

“……나?”

“응. 우리 섹시하지 않아?”

“…….”

“자기 애인인 1번 미소년과 자기 수캐인 2번 미소년 둘이서 이렇게 하는 것도, 어때. 보기 나쁘지 않지?”

탑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날 방바닥에 넘어뜨리고 위를 덮쳤다.

지수가 안 보는 데선 날 갖고 무슨 짓이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지수가 보는 앞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불같이 화를 낼 텐데.

탑기는 안절부절못하는 날 밑에 깔아놓은 채 지수를 향해 푸짐한 궁둥이 살코기와 쫄깃한 둔근을 흔들고 쥐어짰다. 지수가 우물쭈물하다 생각난 듯 말했다.

“넌 그렇다 치고 변대훤은 근데 미소년이 아니라 인제 아저씨 아니냐?”

“아잉, 자기 눈에 우리 둘은 어쨌든 박음직스러운 강아지 두 마리잖아. 아! 언제는 우리보고 친하게 지내라며?”

“그니까 대충 사이좋게 지내란 뜻이었지 그렇게까지 친하게 지내란 말은…….”

“하아앙? 자기야, 우리 이뻐?”

탑기가 내 옷과 자기 옷을 들추고 가슴을 맞댄 채 문질문질 비비고 돌렸다.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분홍 젖꼭지와 노예처럼 쇠고리를 꿴 흑젖퉁이 두 쌍을 마찰시켜 빳빳이 세웠다.

탑기가 오랜만에 하사하는 도발에 지수가 채 몇 분도 잠자코 지켜보지 못하고 급하게 바지를 벗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탑기가 긴 다리로 지수를 도로 밀어 앉혔다.

“안 돼. 오늘은 우리 둘 감상하면서 자기는 불쌍하게 혼자 딸딸이 치기―♡”

“나보고 너희 하는 거 보면서 딸이나 치라고?”

“딸 치기 싫어? 평생 딸 못 치게 해줘?”

“넌 왜 형한테 또 협박을 하고 그러냐.”

“협박이 아니라 우리 자기 재밌게 해주려고 그러지. 맨날 똑같이 넣고 흔들다 싸면 재미없잖아. 원래 못 할 때 제일 꼴리는 거야. 큭! 못 해본 적 없지?”

탑기가 나한테 가까이 붙었다. 뺨에 닿는 탑기의 숨결만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읏, 흣…….”

“우리 대훤이 형 오늘따라 더 귀엽네.”

“저……. 지수야?”

“형, 쉿. 자기야, 나 대훤이 형 잠깐 빌릴게. 내가 자기 장난감 좀 만지고 빨아도 상관없지?”

김지수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뭐, 잠깐이면 안 될 건 없지.”

김지수.

지수를 원망하는 눈으로 노려보았다. 김지수는 쿨한 체하는 얼굴을 하고 성기를 붙잡고 있었다.

저 바보. 사돈 남 말 할 처치가 아니긴 하지만, 김지수는 색에 눈이 먼 바보 멍청이였다.

“아흣……!”

“형, 나 지수한테 허락받았으니까 형 기분 좋게 해줘도 되지? 하릇, 핫.”

“흥으웃, 잠……. 앙!”

“아하하. 지금 형 무지 섹시한 거 알아? 나 형 땜에 이만큼 커졌어.”

“헛? 그, 응? 핫!”

아까부터 허벅지에 닿는 기둥이 탑기의 다리인 줄 알았는데. 한두 번째 다리가 아니라 세 번째 다리인 모양이었다.

떡심 짱짱한 구릿빛 몸이 내 오체를 토굴처럼 가로막았다. 사방 어딜 봐도 근육과 힘줄뿐이었다.

이게……. ‘남자’?

“응앗, 흣. 타, 탑기 주인님? 힉! 학? 아아앙……!”

소리를 내도 하필이면 몹시 천박한 소릴 내버리고 말았다.

지수가 보고 있는데. 자꾸 느끼면 안 되는데.

“주인님 아니라니까. 탑기라고 해줘. 응? 소리 자꾸 그렇게 이쁘게 내는 건 언제 배웠어. 난 형 원래처럼 헐떡거릴 때가 더 귀엽던데.”

“긋. 그우으훅. 좆꺼버허억……!”

탑기의 취향에 맞추려고 일부러 괴성을 낸 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괴물 소리가 나오고 만 것뿐이었다.

탑기가 내 살갗을 손등으로 쓸어내리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탑기의 다섯 손가락 끝이 어깨와 팔을 타고 미끄러질 땐 눈에 눈물을 찔끔 맺을뻔했다.

“어디에다가 뽀뽀해주는 게 좋아?”

“아무 데도, 다 안 되는……. 흑!”

“그럼 싫은 델 얘기해. 전부 다 해줄 테니까. 흐음, 쪽. 촉!”

“앙, 응앙……!”

“입술은 어때? 자기야, 나 형이랑 진한 우애의 키스 한 번 해도 되지?”

탑기가 지수에게 물었다. 입술 옆면을 내 입술에 살며시 붙이고 눈웃음을 지었다.

연하고 보들보들한 입술이 내 입술에 살짝살짝 닿는 느낌을 견디기 힘들었다. 입술로 입술을 비빌 때마다 허접한 문신을 새긴 허벅다리가 저릿저릿했다.

지수는 한 번도 해준 적 없는, 상냥하고 치밀한 입술 애무였다. 처음 맛보는 감각에 낯설고 불안했다.

“흐흐흥…….”

입술 끝이 간지러워 참을 수 없었다. 애원하는 숨을 코로 터뜨리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자 탑기가 기다렸다는 듯 내 입술을 찾아 입을 맞췄다.

“흠, 읍……!”

“호웁, 호오웁. 흐음. 촉! 형 입술 맛있어. 너무 달콤해♡ 쪽? 하릇.”

“흥! 음, 허법♡ 어븝♡”

“얏, 냐릇♡ 후르릅♡”

지수 앞에서 지수의 구멍 둘이 염병을 떠는 꼴이라니. 민망하고 낯 뜨겁기 이를 데 없었다.

8년 만난 전 애인 김지수와의 모든 입맞춤을 다 더한 것보다 더 야하고 농밀한 입맞춤을 스무 살 남자아이에게 당하는 중이었다. 지수의 심기가 불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탑기의 입 안은 미로 속 같았다. 탑기와 입술을 맞붙이자마자 길을 잃고 말았다.

지수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는 현실 따위 까마득히 잊고 헤맸다. 탑기가 입술을 떨어뜨려 날 꺼내주고 나서야 헤어날 수 있었다.

“하아, 하…….”

“쪽. 쪽!”

탑기가 내 입술 위와 턱과 눈과 이마와 몸뚱어리 곳곳에 짧은 입맞춤을 연신 퍼부었다. 지수도 내게 해준 적 없는, 다정다감한 뽀뽀 세례였다.

봄비처럼 뺨을 두드리고 목과 빗장뼈를 적셨다. 심지어 잘생긴 얼굴을 내 겨드랑이에 묻고 첩첩 빨아 먹었다.

어떻게 나같이 한심하고 추한 자식의 더럽고 냄새나는 림프샘에 입을 댈 수 있을까. 나라면 아름다운 얼굴을 그렇게 함부로 쓰지 않을 텐데.

탑기는 외모만 화려할 뿐 어딘가 심각한 하자를 가진 게 틀림없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별 볼 일 없는 앤지도 몰랐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문득 지수가 원망스러웠다. 겨우 나 따위가 좋다고 사귀는 애인 몰래 헤픈 고백이나 남발하는 어린애 때문에 8년 만난 날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다니.

“냄새 좋아. 형 왜 이렇게 달콤해? 흠, 흐응…….”

“하앗, 저……. 거긴, 흥! 간지러워요. 호아앙……!”

탑기가 내 한쪽 귓바퀴를 입술로 살짝 물었다. 아프지 않게 찌근찌근 씹었다. 파렴치한 소리가 입술 밖으로 속절없이 새어 나갔다.

참아야 하는데. 지수가 듣는데. 지수가 보고 있는데.

이상한 표정을 짓고 뚱뚱한 볼깃살을 모으고 허벅다리를 우습게 덜덜 떨면 안 되는데.

“그만, 제발……. 아!”

탑기의 혀가 귓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탑기의 근육질 몸을 훅 부여잡았다.

지수야, 오해하지 마. 밀어내려던 거야. 가까이 안기려던 게 아니야.

쩌덕쩌덕. 찔꺼덕찔꺼덕. 꿀찌럭꿀찌럭.

물기를 흠뻑 머금은 소리가 귓속을 쩌렁쩌렁 울리고 뇌 속을 천둥처럼 뒤흔들었다. 어리고 잘생긴 남자의, 타액을 잔뜩 뿜어 묻힌 살덩이가 못나고 지저분한 내 귓구멍에 스며들어 질퍽질퍽 쑤시고 안벽을 꿀럭꿀럭 뜨겁게 닦아냈다.

혀의 오돌토돌한 돌기가 예민한 귀 안의 솜털 한 올 한 올을 빗고 쓸었다. 집요하게 문지르고 비비댔다.

델 듯이 뜨끈한 콧숨을 불어넣었다. 강하게 펄떡이는 혀끝의 힘으로 먹성 좋게 빨아 삼켰다.

“항! 앙! 흥헹, 아힝흥헹…….”

지수야, 미안해……. 느끼기 싫은데, 네 앞에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너무, 너무…….

좋아♡

“쁘헹엑……♡”

탑기가 내 너덜너덜 못생긴 젖퉁이 한쪽을 쓰다듬었다. 인기 많은 남자의 손가락이 볼품없는 젖꼭지를 띠용띠용 스쳤다.

피어스를 살 밖으로 뜯어낼 양 모질게 잡아당겼다. 좆탱이가 티용티용 튀었다.

“풋, 자지 봐. 귀여워. 형은 나보다 형인데 왜 이렇게 사랑스럽지?”

탑기가 내 다리 사이를 거대한 허벅지로 문지르며 물샐틈없이 밀착했다. 피부에 닿는 몸의 육질이 생경할 만큼 질기고 튼실했다.

젊고 울퉁불퉁한 몸이 허약하고 물커덕한 몸뚱이를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듯 꼭 달라붙었다. 메마르고 거칠거칠한 피부에 고급스러운 연구릿빛 촉촉 피부를 거리낌 없이 마찰했다.

문신으로 부르기도 뭐할 만큼 민망한 낙서가 가득한 기생충 성병 돼지고기에 접촉하다가 감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탑기 같은 애가 나 같은 걸 진짜로 좋아할 리 없어. 지수 때문에 좋아하는 척하는 거겠지.

만약 날 진짜로 좋아한다면 탑기는 내 착각과 달리 실상 인기 없고 취향이 고약한 괴짜 왕따거나 잠시 잠깐 눈이나 정신을 다쳐서 판단력은 잃은 상태겠지.

거대한 코끼리 코가 꽈리고추를 자꾸만 건드렸다. 지수가 있는 데서 성기 크기를 여실히 비교당하는 듯한 상황이 탐탁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탑기는 계속해서 몸 곳곳에 입을 맞추고 젖꼭지를 잡아 비틀고 자신의 대왕 코끼리를 내 허벅다리 위에 누여서 디굴디굴 굴렸다.

탑기가 날 능욕하려는 게 아닐까.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그때 탑기가 내 젖퉁이 피어스를 오도독 깨물었다. 소스라쳐서 지수를 찾았다.

“하악! 흣? 짓, 지수……!”

“하항. 아팠어? 응웅……. 냥. 질겅질겅.”

“네. 아! 아파요, 진짜 아파요. 제발, 훙엑……?”

“흥, 흐읍. 형, 이렇게 해도, 아파? 찔깃찔깃, 짤깃짤깃. 불걱불걱. 우쩍우쩍. 꺼귀꺼귀…….”

“아아앙♡”

아니♡ 좋아♡

뭐야♡ 왜 이렇게 좋아♡

지수야 미안♡ 탑기가 젖꼭지 좀 씹어주고 좆자지 좀 만져주는 거 가지고 바로 좆물 찍찍 눠대는 개자지 똥수컷이라서 Sorry♡

네가 네 좆으로 후장 쑤셔줄 때보다♡ 탑기가 만지고 빨아주는 게 백배 천배 꼴려♡

네가 보는 앞에서 추잡하게 발가락 활짝 펼치고 개구리처럼 쫙 벌린 다리 덜덜 떨어대서 미안♡

근데 사실 네가 보고 있어서 더 꼴려♡ 네가 그렇게 사랑한다는 민탑기가 너 몰래 나한테 고백했지롱♡

김지수 바보♡ 멍청이♡ 네 애인이 날 만지게 두면 안 돼♡ 눈치코치 없는 미련 곰퉁이♡

두 구멍 다 가지려다♡ 두 구멍 다 잃게 생겼네♡

불쌍한 녀석♡ 죽어♡

헉?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설마 그런 극악무도한 생각을 했을 리 없어.

나한텐 지수뿐이야.

“흥힝항헹……♡”

지수만큼 잘생긴, 어쩌면 지수보다 잘생긴 대한건아 미청년 탑기의 향기로운 손가락이 내 가장 지저분한 곳을 뚫었다. 장벽 피어스를 살살 쓰다듬었다.

지수의 둔탁한 주먹을 복부 깊숙이 처박고 거칠게 쑤셔 패야 겨우 감각을 얻는 기관이 탑기의 손가락 두어 개만으로 기쁨에 젖어 떨며 황금빛 눈물을 질퍽질퍽 뿌렸다.

탑기의 손가락이 곧창자 안에서 꾸물꾸물 헤엄칠 때마다 내벽에 한가득 꿴 피어스를 무수히 치고 건드렸다.

고개는 분명 전 애인을 향해있건만, 내 눈은 무엇도 보지 못했다. 김지수는 지금 민탑기와 날 보며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세상이 무너진 듯 절망한 눈일까. 흥분을 못 감추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상기했을까.

아무래도 상관없어. 날 만져주는 손과 입술만이 이 순간 제일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내 애인.

“후웨에엥♡”

내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얼굴을 우그리자 탑기가 내게 감응한 듯 가까이 들이민 얼굴을 따라 찌그렸다. 내장 안을 긁고 찌르는 손가락이 미쁘고 강인했다.

또 영리했다. 어딜 누르고 흔들어야 내 혼을 멀리멀리 날려버릴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창자벽에 설치된 피어스를 뜯고 쥐어짜고 잡아당겼다.

터질 듯 옹골찬 대왕 코끼리 코가 내 허벅다리 살가죽에 대가리를 비비며 금방이라도 엉덩이 안으로 쑥 미끄러져 들어와서 날 마구 공격할 듯 위협했다.

스무 살 동생의 거대 흉기를 피해 달아나서 지수 품에 안기고 싶은 한편, 탑기의 육중한 연구릿빛 근육 아래 무참히 깔린 채 떡이 되어 퍼질 때까지 철퍽철퍽 잔인하게 강간당하고 싶었다.

“항, 앙! 강! 잉?”

비실비실한 꽈리고추가 언제나처럼 정액과 오줌을 한꺼번에 뿜었다. 묽은 스칼릿 컬러의 혈뇨가 탑기의 연구릿빛 복근 피부색과 깔 맞춤을 한 듯 잘 어울렸다.

그때였다. 탑기가 젊고 아름다운 얼굴을 어째선지 아래로 옮겼다.

“벳헹엑……♡”

믿을 수 없었다.

“흠♡ 쭙♡ 쭈압♡ 쫘압♡ 쭤어업……♡”

거긴 자진데. 자지라서 지진데.

친구는 이런 더러운 거 먹으면 못 쓰는데. 정말 큰일 나는데.

친구처럼 나이 어리고 죽여주는 남자가, 나같이 못생기고 나이 든 아저씨의 꽈리고추를 입에 넣고 그렇게 마구마구 빨아젖히면…….

“그헤엑♡ 웨에에헥♡ 어그거걱?”

지수가 본 적 없는 괴물 같은 모습이 나와버린단 말이야♡ 지수가 깜짝 놀라자빠질 텐데♡

지수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추하게 짖을 수 있는지 몰라♡ 우리 지수는 순수하게 지켜줘야지♡

지수 앞에선 이렇게 사단 마귀처럼 운 적 없어♡ 당연하지♡ 이만큼 좋았던 적이 없으니까♡

“구게겍. 버헤이그긱? 꿰에헥―♡”

꽃미남의 힘이 넘치는 구강 점막이 지저분하고 볼품없는 꽈리고추를 쪽쪽 빨아들였다. 탄력 있고 쫄깃쫄깃한 목구멍이 짧은 음경 끝을 꼴딱꼴딱 삼켰다.

폐급 좆물과 맹탕 오줌이 킹카남의 식도로 쪼르륵쪼르륵 빨려 들어갔다. 따듯한 입 속살과 말캉말캉한 혀가 고추를 온통 포근히 감쌌다.

쇠고리가 꿰뚫은 곳마다 헐어서 고약한 고름을 흘리는 귀두를 혀로 깨끗이 닦았다. 피어스 볼 하나하나 구슬 아이스크림 먹듯 입천장과 이로 건들고 굴려가며 맛나게 빨아 먹었다.

수컷 실격 해면체를 몰랑몰랑 주물렀다. 야문 혀로 날름날름 문지르고 맑은 타액으로 헹궈서 양념 국물 마시듯 후루룩후루룩 넘겼다.

진지한 고개를 열심히 흔들어 꽈리고추 기둥을 흠뻑흠뻑 물고 당겼다. 창자벽 쇠고랑에 다섯 손가락을 걸어서 너클 끼듯 꽉꽉 꼈다. 밑구멍을 빠뜨릴 양 잡아끌었다.

젖퉁이에 매단 피어스가 어느새 탑기에 의해 한 바퀴 반이 넘게 돌았다. 요도마저 음경 밖으로 잡아 빼서 뒤집으려는 것처럼 도톰한 입술로 들입다 흡입했다.

“크헤어아각♡ 쩌끄버어억……!”

아랫배를 사를 듯 지지고 익히는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콱 씹었다. 무겁게 피 몰린 얼굴로 눈을 회까닥 뒤집었다.

“그으응♡”

좀비 같은 표정을 짓고 양쪽 콧구멍을 벌렁 열었다. 양 주먹을 꼭 쥐고 한 마리 짐승처럼 뜨거운 콧김을 씩씩 내뿜었다.

똥 누듯 항문과 아랫배를 끙 밀어냈다. 배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어지러워 정신을 놓칠 것 같았다.

하복부에 테이저건을 맞은 듯 거센 통증이 밀어닥쳤다. 소리조차 못 내고 혓바닥만 잔뜩 빼문 채 목을 꼴까닥 꺾어 넘겼다.

“겍♡”

푸드덕!

뱃가죽 안 무언가 어마어마한 이것저것이 다리 사이로 왕창 빠져나간 듯했다. 그러나 두루뭉술한 감각 탓에 정확히 내 아랫도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우와♡”

탑기가 요정같이 감탄사를 질렀다.

허리를 끊은 듯 아픈데 어딘가 시원섭섭한 기분이 알쏭달쏭했다. 뻣뻣한 고개를 가까스로 들어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았다.

“허헉……!”

기껏해야 흉측하게 만개한 똥구멍 장미꽃 한 송이가 아니었다. 그것을 초월한 무언가였다.

공기를 마시고 내쉴 때마다 울룩불룩 부풀고 쪼그라들며 나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분홍빛 세포 무더기가 마룻바닥에 한 냄비 펼쳐져 있었다. 나한테서 태어난 진짜 괴물이 거기 누워 날 노려보았다.

더욱 믿을 수 없는 건 내 창자 무더기에 얼굴을 푹 파묻고 뺨을 비비고 입을 맞추고 쏙쏙 빨아 먹는 탑기의 기행이었다. 눈을 반쯤 감은 채 행위에 온전히 빠져들어 맛을 느끼는 젊은 남자의 열정에 가슴이 미친 듯 두근거렸다.

내 대장 안벽에 따개비처럼 따닥따닥 붙은 공과 고리 하나하나 소중하다는 듯 입 맞췄다. 스키틀즈 깨물어 먹듯 입에 넣고 혀로 굴렸다.

꿀꺽.

어쩌면, 날 좋아해 주는 사람이랑 만나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탑기가 날 놀리거나 골리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아니겠지만, 만에 하나 진심이라면…….

“앗흥♡”

“하아, 하……. 형, 형 이거 느낌 개좋아.”

“흐힉? 안, 헥! 그깃힝……!”

거긴……!

탑기가 급기야 자신의 물건을 붙잡아 내 장 무더기에 대고 찌덕찌덕 비비고 문질렀다. 큰 국자로 냄비 푸듯 분홍빛 조직에 용대가리를 담그고 휘저었다.

좆과 강철을 토핑으로 얹은 내장 비빔국수를 요리했다.

스무 살의 미청년 요리사가 울음을 터뜨릴 듯 굳어버린 인상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탑기는 도저히 거부할 길 없이 예쁘고 가여웠다.

그런데 잠깐.

“……?”

탑기의 수북한 좆털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저렇게 된 거지?

“…….”

김지수의 취향이 바뀐 까닭을 인제야 좀 알 것 같았다.

“형♡ 하앙……♡ 대훤이 형♡ 나 형 안에 들어가도 돼? 들어가고 싶어♡”

탑기가 혼란에 빠진 날 붙잡고 물었다.

“안, 응! 안 돼요……!”

“싫은데♡ 나 형 안에 못 들어가면 죽을 거 같은데♡ 들어갈래♡”

“제발……. 흐흣…….”

“안 돼? 되잖아♡ 되는 거 다 알아♡ 큭♡”

“우붓……. 하우붓♡”

“형이 허락 안 해주면, 형 그냥 강간한다♡ 형이 나한테 상처 주면 나도 형 아프게 할 거야♡ 아기처럼 엉엉 울릴 거야♡”

“흐아앙♡ 후아앙♡”

“나 나쁜 애 아니란 말이야……♡ 하아, 흣? 아앙♡”

탑기의 흉포한 좆자지에 울룩불룩 돋은 쇠공이 창자 무더기를 둔중이 내리누르고 우두둑우두둑 밀었다. 내장에 달아맨 금속구와 쇠고랑을 줴뜯고 밀쳤다.

난 배 밖에서 복통을 느끼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니까 빨리 된다고 말해♡”

“흐그악!”

내가 쏟아놓은 내장을 탑기가 콱 거머잡았다. 우악스러운 손길에도 내 좆불알은 신나서 짤랑짤랑 떨며 좆즙을 휘뚜루마뚜루 흩뿌렸다.

주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안 싫잖아♡ 다 알아♡ 내가 이렇게 형한테 잘해주고♡ 관심 가져주고♡ 형 갖고 싶어 해주니까 들뜨잖아♡ 하루하루 재밌고 설레잖아♡”

“브겍♡ 브갸악♡”

“나한테 고맙다고 해♡ 앞으로도 내 관심♡ 내 이쁨♡ 많이 많이 받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해♡ 응♡ 그렇게 말해줘……♡”

“겡븟.”

“형이 나한테 그렇게 말해주면, 그럼 내가 형한테 진짜 그렇게 해줄게♡”

그 순간 작게 흘러나온 지수의 목소리를 내 귀는 정확히 잡아냈다.

“그만해.”

……?

♡―!

분노가 서린 음성을 듣자마자 몸뚱어리가 저절로 반응했다. 양쪽 오금을 단단히 붙잡고 전 애인의 애인을 향해 벌러덩 치켜들었다.

탑기를 환영하듯 궁둥살을 쩍 쪼개 벌렸다. 탑기는 정말이지 너무나 영특한 애였다.

0.1초 만에 내 제스처를 포착해 읽어내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탑기와 나야말로 백년해로할 천생연분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지수의 말을 못 들은 척 탑기를 향해 팔을 열었다. 내게 달려든 근육질의 거구를 극성맞게 끌어안고 고쳐 끌어안았다.

애절하게 부둥켜안았다. 너른 품에 파고들어 폭 안겼다. 스무 살 동생을 상대로 나비처럼 실컷 아양을 떨었다.

아직 어린 나이답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양인지, 어느새 처음 본 그날보다 더욱더 크게 자라난 탑기의 귀두가 징투성이 창자 무더기를 꾹 밀었다.

“아앙♡ 낭♡ 앙♡ 그에엣……♡”

“형♡ 흐웃♡ 좋아♡ 예뻐♡”

“앙♡ 이잉♡ 느항……♡ 으응읏♡ 동생님♡ 예뻐해 주세횻♡”

“허걱♡ 허극♡ 대훤이 형♡ 하아앙……♡ 다 해줄게♡”

서로 빈틈없이 얼싸안고 가슴과 배를 붙였다. 코와 이마를 마주 댄 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 내가 이렇게 사악하다니♡

김지수 네가 이 앨 여기 데려오지 않았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그러게 왜 날 망가트리고 쓰레기로 만들어♡

“겟♡”

우르륵.

흐르는 창자를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자지좆의 도무지 알 수 없는 탑기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혹 이 모든 건 운명이 아닐까. 난 지수만을 바라보며 애태우는 지고지순 해바라기가 아니라 실은 구제 불가한 걸레 중의 똥걸레일까?

“형? 앗, 흥! 나아앙♡ 형아♡ 응아앙―♡”

“게엑♡ 븡엣♡ 헤게겍―♡”

탑기의 좆이 내장 줄기를 항문에 도로 다 찔러넣었다. 탑기가 마침내 실리콘 보형물과 스테인리스강 구슬로 무장한 좆대가리를 내 안에 욱여넣으려는 순간이었다.

“그만하라고!”

탑기와 난 동작을 뚝 멈췄다. 탑기가 심드렁한 얼굴로 지수를 돌아보고 물었다.

“왜?”

“그만하라면 그만해.”

지수가 당장 달려들어 칠 듯 서서 파들파들 떨었다. 탑기의 냉랭한 시선이 지수를 꽁꽁 묶었다.

사달이 날 것 같았다. 탑기의 품에서 잽싸게 빠져나와 철푸덕 엎었다.

“그, 그만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헤헤……♡”

“웃어?”

지수의 목소리가 사뭇 낮았다.

“네? 아, 웃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지수의 발이 내 대가리를 콱 지르밟았다. 내 머릿고기를 갖고 편육을 만들 양 방바닥에 짓이겼다. 이마가 빠개질 것 같았다.

“이그국.”

“대훤아.”

“넷!”

“너 내가 웃겨?”

퍽!

“에헉……♡”

사랑하는 발이 날 짓밟고 차서 데굴데굴 굴렸다. 웃는 게 습관이 돼서 지수 화를 돋운 내 잘못이었다.

몸을 감싸려는 손과 움츠러들려는 몸을 죽을 둥 살 둥 막았다. 높디높은 지수를 올려다보고 문신한 배때기를 뒤집어 깠다.

“아닙니다! 웃긴 건 접니다!”

“그래. 넌 맞을 때 웃어야지. 내가 야마리 돌 때가 아니라.”

한때 애인이었던 남자를 향해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파리처럼 싹싹 빌었다.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 헉?”

지수가 한 발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감정을 실어 내 명치 한가운데 내리찍었다.

“거억! 어흡, 푸훅! 케헉? 쿨럭!”

결딴난 목구멍이 기침을 마구 토했다. 구타를 피하면 안 되기에 제자리에 누워 활어처럼 몸통을 팔딱팔딱 튕길 뿐이었다.

온몸에 종기처럼 매단 피어스가 잘그락잘그락 고함쳤다. 나 대신 원성을 높였다.

기침이 빨리 멎어야 하는데. 지수는 내가 기침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데.

“김지수.”

싸늘한 목소리에 지수가 동작을 그치고 개처럼 탑기를 돌아보았다. 그사이에 천장만 쳐다보며 눈물로 소리를 삼켰다.

“민탑기. 그만해라. 너 나한테 왜 이러냐? 너 원래 안 이랬잖아. 원래처럼 해.”

“원래처럼?”

“그동안 내 말 잘 듣고! 귀염도 곧장 떨고, 잘할 사람 못할 사람 구분도 딱딱 하고, 내 신경 안 건들고. 근데 너 왜 이렇게 됐어. 왜 이렇게 망가졌어.”

“…….”

“내 맘 식은 거 같아서 일부러 그래? 변대훤 얜 어차피 인제 내 애인도 뭣도 아니야. 그냥 장난감인데 뭘 신경 써. 내가 사랑하는 건 민탑기 너 하나야. 피차 피곤하게 질투 유발 같은 거 할 필요 없다니까?”

“…….”

“그런 거 안 해도 나 아직 너 충분히 좋아하거든? 아직은 너한테 안 질렸어. 근데 뭣 땜에 삐딱선이야? 너 좋은 애잖아.”

“내가 좋은 애다?”

“원래는 하루도 빠짐없이 빨아주고 내 위에 올라타서 떡 신나게 찧고 빻고 다 했잖아! 한두 번으론 놔주지도 않더니 갑자기 왜 안 꼴리는 척하는데? 전처럼 솔직하게 발정 나서 그냥 안겨. 억지로 참지 마. 그래봤자 너한테 정떨어지고 질리는 속도만 빨라지니까.”

“…….”

“내가 말하지 않았냐? 변대훤 7년이나 데리고 있었던 이유가 뭔데. 난 순종적인 애가 좋다고 분명히 말했지.”

“난 좋은 애였던 적 없어. 앞으로도 좋은 애 같은 거 할 생각 없어.”

“그러면 네가 뭐 나쁜 애야? 나쁜 애이고 싶어? 그건 아닐 거 아니야?”

“난 그냥 나야.”

“다 필요 없고, 지금부턴 내가 너한테 뭐라고 하든 그냥 무조건 그런 줄 알아. 말이 많아. 네가 뭐건 간에 내 앞에선 좋은 새끼 해야 돼. 그니까 하란 대로 해.”

“재미없다. 나오지 마.”

탑기가 옷을 추스르고 일어섰다. 그러고 보니 탑기한테 따로 챙겨야 할 짐 같은 건 없었다.

혼란한 상황 속 내 멍청한 머리가 사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민탑기 너 거기 안 서?”

지수는 느려터진 나와 다르게 번개같이 탑기를 쫓아 현관으로 튀어 나갔다. 두 사람을 따라 엉금엉금 기었다.

“서라고. 야! 내 말 안 들려? 이게 보자 보자 하니……. 흐악!”

두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숨을 ‘흡’ 들이마셨다. 탑기한테 붙잡힌 채 쩔쩔매며 신음을 흘리는 지수의 낯빛이 너무 검붉었다.

얼마나 아프면 저런 표정을 지을까. 팔이 부러질지도 몰라.

가만있을 수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저, 그러니까…….”

내가 할 줄 아는 것. 내가 제일 잘하는 것. 그건…….

“후―장!”

그새 털이 돋아 시퍼레진 겨드랑이를 활짝 열었다. 따끔따끔하고 악취 나는 사타구니도 훨쩍 펼쳤다.

최대한 꼴사납고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복도 옆에서 옆까지 게처럼 빠르게 왕복했다. 두 사람의 관심을 끌고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깜짝 서커스였다.

“항문 아코디언 솔로! 훙, 휴웅. 훙훙, 히우웅, 히융―!”

날 보는 지수의 표정이 이상야릇했다. 탑기는 변함없이 서슬 퍼런 무표정이었다.

펄쩍 점프해서 뒤돌아섰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잘 보이게 엉덩이가 찢어져라 똥구멍을 잡아 벌렸다.

엉덩이 안쪽을 우다닥 열어젖혔다. 장기 자랑을 했다. 내장 안벽의 강철 따개비가 우르르 쏟아져나오며 짤깍짤깍 지저귀었다.

“후장이 벌렁거려횻! 후장이 벌렁벌렁♡ 변비 설사 똥 구린내 공격! 가라, 후장몬―!”

“…….”

“드림메타 아파트 906호에 개고기 성병 똥구멍이 있다? 아이구! 형, 나 죽어―!”

“…….”

“클럽 댄스 댄스♡ 내장 헐렁헐렁♡ 거기 높으신 두 분, 이것 보세요! 신사 신사 여러분, 여기 똥걸레 후장 좀 보세요!”

“…….”

“하앙, 수토끼 똥구멍 과녁에 욕하고 침 뱉어주세혀……♡ 전립선 펀치 날려주세혀♡ 피어스 똑똑 따먹어주세혓! 똥구멍 쑤시게 발 좀 빌려주세혀♡ 헤헷? 드헤헷?”

“…….”

“남자 좋하앙♡ 자지 최고홋♡ 우흥? 오호혹!”

“…….”

“변대훤 후장은 튼튼해요♩ 질기고도 튼튼해요♪ 정윤정 난자로 만들었어요♬ 이천 년 밟아도 까딱없어요♪ 변대훤 후장은 더러워요♩ 냄새나요♪ 더러워요♬ 변경호 정자로 만들었어요♪ 이천 년 동안이나 안 빨았어요♬”

수그려서 양 발목을 잡고 궁둥이를 들썩들썩 흔들었다. 주렁주렁 단 피어스를 가랑가랑 내둘렀다. 족발 두 쪽을 옮겨 뛰어다녔다.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엉덩이 괴물 자세를 그만두고 흑똥꼬 드라군 자세로 변신했다.

“흑구멍 드라군 변신! 좆불알 난사 준비! 네, 네, 선장님! 똥돼지 좆가축 변대훤! 푹 썩은 황천의 자지 불알 쏠 준비 됐습니다!”

“…….”

“셋, 둘, 하나, 발사!”

“…….”

“흐아아아앙♡ 우다다다다다―♡”

좆불알을 사방팔방 마구마구 튕겼다. 스테인리스 고리와 구슬이 치어리더의 폼폼인 양 짤락짤락 휘둘러서 응원했다. 감전된 벌레처럼 흰자위를 부릅뜨고 턱을 어리벙벙 벌렸다.

내가 원하는 건 날 향한 비웃음과 그로 인한 두 사람의 평화였다.

콰득! 콱! 컥!

그런데 끔찍한 굉음이 울렸다. 화들짝 놀란 흑궁둥이를 털썩 떨어뜨렸다.

“흐익……!”

탑기가 아랑곳하지 않고 지수를 벽에 패대기쳤다.

“극, 흣! 제발 그만하세요! 힝, 히힝……♡ 부탁드려요, 이렇게 빌게요. 제발 그만, 흐하악!”

그러나 탑기는 내 개그콘서트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수를 구타하는 데 혈안이었다. 도리어 더 열심이었다.

내가 보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전신을 축 늘어뜨린 지수와 그런 지수를 계속 가격해서 벽에 뭉개는 탑기, 상앗빛 벽지에 튄 핏방울까지.

악몽같이 아찔했다. 지수 전에 내가 넋을 놓칠 판이었다.

퍽. 콰학! 턱.

“허헝엉, 흐헝엉엉!”

애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어차피 난 인간 대접도 못 받는 처지니까 분수에 맞게 행동해야 했다.

어리석게 굴면 어리석게 굴수록 관용 받았다. 그러니 가장 바보 같은 방법으로 지수를 구해야 했다.

내 전 애인이 현 애인과 싸우지 않게 말리고, 둘을 다시 사이좋은 연인 사이로 돌려놓아야 했다.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거라면, 인제 애인도 뭣도 아닌 내가 그렇게 도울 수 있다면, 지수를 위해 뭐든 해야 했다.

“부탁드려혀……♡ 탑기 님, 제발 지수 주인님 때리지 마세혀♡”

“…….”

“싸우지 마세혀, 파파♡ 파파랑 파파가 부부 싸움 하시면 대훤이 똥개는 슬퍼혀♡ 눈물이 나혀엇♡”

“형 봐서 참는 줄 알아.”

탑기가 지수의 멱살을 팽개쳤다. 지수가 핏빛 벽에서 주르르 미끄러져 바닥에 붙었다.

지수야, 괜찮아? 묻고 싶었다. 대신 살금살금 다가가서 조심스레 핥았다.

그런데 지수가 날 헌신짝 내치듯 거칠게 밀쳤다. 그리고 피 때문에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눈을 대충 훔치고 벼락같이 탑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꼴사납게 나동그라진 채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이 마치 애절한 멜로드라마 속 두 주인공 같았다.

탑기가 자신의 바짓부리를 더럽히는 지수의 빨간 손을 내려다보고 인상을 팍 썼다.

“손.”

“가지 마. 어? 하, 씨! 어딜 또 가! 넌 내 허락 없이 이 집에서 단 한 발짝도 못 나가. 내가 말했냐, 안 했냐. 넌 내가 너한테 질려서 내팽개치기 전까진 내……. 우욱!”

“손.”

“으허흑……. 흐욱. 야, 민탑기! 내가 진짜 솔직하게 얘기해? 어? 이 씨―팔 다 너 때문이잖아!”

“…….”

“너 나 좋아하긴 했냐? 야한 얘기밖에 안 하고, 내가 뭔 말만 하면 무시하고, 하루 온종일 냅다 떡이나 치고, 못 세우면 두들겨 패고!”

“…….”

“가만 보면 넌, 넌…….”

“…….”

“내 몸만 좋아하는 거 같단 말이야!”

“…….”

탑기가 지수를 말없이 응시하다가 지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지수는 또 한 대 맞을까 존 듯 안절부절못하고 몸을 파닥대고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면서도 탑기가 자신을 가까이서 바라봐주는 게 좋은 것 같았다. 붉힌 얼굴로 탑기를 힐끔힐끔 훔쳐보다 마치 입 맞춰달라는 양 입술을 움찔움찔 내밀었다.

“내가 김지수 네 몸을 좋아하는 거 같아?”

“너 나한테 진심 아니지? 나 다 알거든! 알면서 모른 척한 거거든.”

“착각이 심하네.”

“그, 그러면 뭐. 뭘 또 좋아하는데.”

“김지수 넌 얼굴 빼면 볼 거 한 개도 없어.”

“뭐……?”

벙찐 지수를 내버려 두고, 탑기가 커다란 몸을 일으켰다. 지수가 뒤늦게 탑기에게 다시 매달렸다.

“그게 뭔 소린데? 그러면 내 몸도 별로란 소리야? 어? 잠지는?”

뻥! 커덕.

흐기힉……!

무시무시한 광경에 심장이 멎을뻔했다. 탑기가 지수의 잘생긴 얼굴 한가운데를 발로 차 날려버렸다.

“흣, 흐흑…….”

참혹한 광경을 보고 숨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 얼굴 뼈가 다 박살 나고도 남을 한 방이었다.

죽으면 어쩌지. 죽으면 안 되는데.

지수야.

머릿속이 새빨갰다. 날 깨운 건 탑기의 목소리였다.

“형은 그 짓 하는 게 그렇게 좋아?”

……?

갑자기 그게 뭔 말이야. 난 너희가 하래서 한 건데?

왜 이제껏 저희한테 배운 대로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기색이지? 그렇다면 관두라고 내게 ‘명령’해줘야 할 거 아니야?

애초에 날 협박해서 반강제로 따르게 해놓고 지금 와서 마치 내가 스스로 원한 것처럼 몰아가면 나보고 어쩌라고. 꼭 칼 겨누고 협박해야 강제인가?

난 벌써 이 짓에 익숙해졌는데. 그만둘 수 없게 돼버렸는데.

그러니까 그때처럼 날 겁박하고 을러서 내가 해야 할 말과 행동과 생각과 감정을 정해줘야지! 난 그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없는 존재란 말이야!

당연하지! 난 스스로 있는 자가 아니니까! 그런 용기와 솔직함을 인간이 어떻게 가질 수 있겠어!

나만 이런 게 아니잖아? 누구나 마찬가지잖아?

어딘가에서 얻은 누군가의 말을 내 말처럼 하고, 눈치껏 주변 사람을 따라 행동하고, 해도 되는 생각만 하고, 사회화를 효과적으로 마친 이 시대의 문명인답게 부적절한 감정은 깡그리 무시하고!

다 그렇게 살잖아! 그렇게 살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산 게 잘못이야? 다른 길 같은 게 어딨어!

내가 신이야? 신도 아닌데 스스로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감정은 죄다 느끼고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면서 건방을 떨 순 없잖아?

너나 나나 바닷속 바륨이나 구름 속 알루미늄처럼 정처 없이 휩쓸릴 뿐이잖아! 나처럼 형편없는 자식이랑 동급인 인간종 주제에 스스로 우뚝 선 인간이 있을 리 없다고!

있다면 누구한테든 끔찍하게 미움받고 공격당하는 왕따겠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은 삶을 불행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겠지.

어?

근데 난 왜 불행하지?

왜 숨을 쉴 수 없지? 왜 심장이 조이지? 뱃속을 찢는 것 같지?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거지?

“재미없어.”

그게 탑기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탑기는 지수와 나, 둘 중 누구에게도 눈곱만한 미련조차 없는 것처럼 스무 살다운 태도로 우리 집을 나섰다.

언제 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했느냐는 듯 나 같은 건 한 번 뒤돌아보지도 않고 현관 너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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