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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지수(14)
“나 형한테 반했어.”
“무슨, 흥웁……!”
강인한 팔이 내 허리를 감았다. 매끄러운 입술이 내 입을 다정하게 막았다.
말랑말랑하고 향기로운 입술이었다. 거침없지만 거칠지 않았다. 인사를 건네듯 상냥히 어루만졌다.
“읍, 븟! 하지, 흠!”
느닷없는 키스는 예상보다 짧았다. 낯설 만큼 따듯한 체온이 내게서 달아나버렸다.
보석같이 새까만 두 눈이 촉촉하게 젖은 듯한 건 내 착각인가. 탑기가 달뜬 입술 사이로 떨리는 한숨을 뱉었다.
그리고 찬란한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서 날 내려다보았다. 꿈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왜?
탑기가 자신의 아랫입술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그리고 내 눈치를 슬쩍 살폈다.
“하지 마?”
“네! 당연히 하면 안 되죠. 흣, 흐윽…….”
“왜?”
“젖, 전 지수 주인님 거니까요.”
“지수 말고 내 거 해. 그럼 해도 되지?”
“아니요.”
“왜 그렇게 딱 잘라서 말하는데. 미리 보기, 맛보기, 체험판 다 경험해본 다음에 천천히 골라도 되잖아.”
“예?”
“그러고 나서 내 거 하자. 난 형한테 얼마든지 대줄 수 있어.”
“…….”
“나 되게 좁아. 잘 조일게. 내 자지 사이즈도 형 구멍에 딱이잖아. 형이랑 나, 우린 제법 잘 어울려.”
“…….”
“지수 말고 나 해. 나로 바꿔봐.”
“다신 키, 키……. 하지 마세요.”
“마음대로 키스해서 미안. 형 얼굴 보니까 순간 참을 수가 없었어.”
“…….”
“싫었어?”
“안 돼요, 지수가 알면……!”
“인제 허락 없이 안 할게. 결혼하고 나서 하면 돼?”
“예?”
“우리 뉴질랜드 가서 결혼하자.”
탑기가 반짝반짝 웃었다. 난데없이 웬 결혼?
당연히 농담이겠지만, 지수가 탑기처럼 내게 프러포즈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그보다…….
“근데……. 근데 왜 갑자기 반말해요?”
탑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 돼?”
“네. 아, 안 돼요.”
“싫어. 반말할래.”
그간 어떤 상황에서도 말을 완전히 낮춘 적 없던 탑기였다.
“……왜요.”
“난 맘에 드는 사람한테 존댓말 같은 거 안 해.”
“허.”
“비웃었어?”
“좋아하는 감정이 뭐, 어, 언지 알긴 해요?”
“형 나 너무 무시하네.”
“…….”
“내가 어리니까 이해는 하는데, 나 그렇게까지 바보 아니야.”
“…….”
“괜찮아. 내가 형 얼마나 좋아하는지 앞으로 보여줄게. 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