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민탑기(9) (17/41)

2. 민탑기(9)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학교 안을 아무리 돌아도 교직원 화장실은 물론 학생용 화장실도 찾을 수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퇴근하는 길에 들른 그 어느 건물에도, 심지어 돌아온 집에도 화장실은 없었다.

그럼 난 죽을 때까지 오줌을 못 누는 건가?

그때였다.

“읍, 허아압……!”

펄펄 끓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눈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이 멀어버리면 안 되는데. 왜 온통 검은색뿐일까.

검은 비닐봉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언제 잠든 걸까.

배 아파.

오줌이 마렵고 똥이 폭발할 것 같았다. 비닐봉지 아래로 훔쳐본 집 안은 어두컴컴했다.

의자에서 일어나서 사방을 더듬더듬 짚어가며 침실로 향했다. 두 다리를 번갈아 디딜 때마다 청테이프 양쪽 볼기로 튀어나와 덜렁덜렁 늘어진 무언가 때문에 걸리적거렸다.

침실 문을 열고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용기를 냈다.

“엄. 업. 험!”

“으응……. 왜요.”

탑기의 목소리였다. 탑기가 내 머리에서 비닐봉지를 벗기고 입에서 속옷을 꺼내주었다.

“말해요.”

“오주, 오줌, 오줌 싸게 해주시면 안 돼요? 오줌, 흑. 마려워요.”

“아이, 씨발!”

“흐악?”

찰싹!

탑기가 신경질이 난 듯 내 뺨을 때렸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침대에서 일어나서 내 양 볼에 번갈아 따귀를 날렸다.

“악, 허아악!”

얼굴뿐 아니라 젖과 좆, 양쪽 볼깃살에도 골고루 손뼉 곤장을 퍼부었다. 탑기가 내 볼기를 퍽 걷어차자 청테이프 기저귀 안에 묵직하게 들어찬 무엇이 투르르 떨었다.

“내가, 오줌은, 아침저녁 딱 한 번씩만 싸는 거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형은 심심하면 그냥 똥오줌이 마려워요? 그렇게 자주 마려워서 가정생활 어떡할 건데요. 예? 왜 이렇게 손이 자주 가요. 물 그거 좀 마셨다고 자는 사람 깨워서 벌써 오줌 싸게 해달라는 거예요?”

“죄송해요. 근데 똥도 마려워요. 끄흥, 배 아파요……. 똥 나올 거 같아요. 바닥에 쌀 거 같아요. 제발 싸게 해주세요.”

김지수가 늦게야 깨어 눈을 찌푸렸다.

“뭐, 걔 또 오줌 싼대?”

“응. 어쩔 거야. 빨리 끝내고 자자.”

김지수가 짜증 난다는 듯 험한 욕지거리를 씹어뱉고 말했다.

“오줌 10 똥 20. 도합 30.”

어……?

원래 5만 원 10만 원이었는데. 왜 갑자기 두 배로 오른 거지?

지수는 더는 우리가 애인 사이였던 시절처럼 내게 용돈을 조르거나 기발한 핑곗거리를 대서 타가지 않았다. 그러나 ‘돈 귀신’답게 벌금 명목으로 걷어가고 상납 명목으로 갈취했다.

그 때문에 받은 월급 대부분을 현금으로 뽑아 와야 했다. 그러면 몇 장은 스리슬쩍 없어지고, 나머지는 반드시 금액과 내 개인정보를 적고 사인한 종이와 함께 봉투에 집어넣고 겉에 ‘벌금’이나 ‘상납’이라고 똑바르게 표기해서 바닥에 납작 엎드려 바쳐야 했다.

벌금이 얼마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 똥오줌을 당장 싸젖히고 싶었다.

벌금을 내면 싸게 해주는 게 어딘가. 화다닥 짐을 찾아 뒤졌다.

돈과 봉투를 준비하고 펜으로 글씨를 쓰고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고 사인하고 도장에 지장까지 찍는 동안 똥오줌에 절고 찌든 손과 온몸이 버들버들 떨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똥오줌을 시원하게 갈길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틴 끝에 두 사람 앞에 봉투를 내밀고 방바닥에 이마를 콱 붙였다.

“여기 있습니다! 주무시는데 성가시게 굴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늙은 놈 똥구멍 오줌 구멍 헐렁헐렁하게 벌어져 버려서 죄송합니다. 헤헤, 이번에도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 욱!”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발이 대가리를 짓밟았다. 내 머릿고기를 휘휘 돌리고 방바닥에 내리눌렀다.

“익. 우극…….”

“갑시다.”

두 남자가 바닥에 붙은 날 축구공처럼 차서 화장실 안에 넣었다.

됐다! 됐어!

쌀 수 있다. 오줌을 콸콸 쏟고 똥을 뿌직뿌직 눌 수 있다.

웬만하면 주말에 대변이 마려운 일은 드문데. 탑기가 내 배변 활동마저 통제하기 시작한 이래 갖게 된 만성 변비 때문이었다.

아, 자기 전에 대야로 퍼마신 물 때문이구나. 안 그래도 나쁜 머리가 갈수록 더 나빠지는 듯했다.

“오줌부터 쌀래요, 똥부터 쌀래요.”

탑기가 날 변기에 앉혀놓고 물었다. 둘 중 무엇부터 싸려고 하든 둘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똥부터 싸죠?”

탑기가 내 우유부단한 마음을 읽은 듯 독단하고 ‘똥구멍 깔때기’를 내 얼굴에 팽개쳤다. 똥구멍 깔때기란 탑기의 여러 선물 중 또 다른 하나였다.

난 탑기가 준 똥구멍 깔때기 덕분에 두 동생이 오줌 싸는 소리만 들어도 똥 내보낼 준비를 하듯 장이 꾸르륵대고 항문이 벌름거리는 몸뚱어리로 거듭났다.

몸을 낮춰 차가운 화장실 바닥 타일 위에 엎드렸다. 답답하고 근지러운 항문을 만지자 청테이프 같은 것이 붙은 채였다.

“으읏…….”

탑기가 천천히 쭈그려 앉아 어리바리한 내게서 똥구멍 깔때기를 빼앗았다. 그리고 똥구멍 깔때기 끝으로 청테이프 붙은 항문을 쿡쿡 찔렀다. 청테이프를 떼려는 내 손가락까지 콱콱 찍었다.

“아! 아파요. 아파요…….”

탑기가 내 코앞에 똥구멍 깔때기 끝을 들이밀었다. 사선으로 삐죽한 대롱이 눈을 찌를 것 같았다.

“힉……!”

“이런 거 형 콧구멍 깊숙이 찔러서 한 번씩 저을 때마다 형 아이큐 얼마씩 떨어지는지 알아요?”

“흐훗. 흑.”

“모르죠.”

“트후흣…….”

“해볼래요?”

왜 시간을 끄는 거야. 못 참고 빽 소리를 질렀다.

“똥 마려워요! 또옹……!”

쩍!

“흐하각……!”

탑기가 나 대신 청테이프를 훅 뜯었다. 구멍이 타는 듯했다.

“학! 핫, 감사합니다…….”

탑기에게 건네받은 똥구멍 깔때기 끝으로 엉덩이 이곳저곳을 쿡쿡 찔러보았다.

어쩐지 크고 푹신푹신해진 조직 가운데서 틈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똥구멍 깔때기를 주춤주춤 꽂아 넣었다.

“읏.”

플라스틱이 안쪽 점막을 긁는 느낌이 상쾌하고 시원스러웠다. 동시에 미칠 듯 가려웠다.

똥구멍 깔때기를 깊숙이 밀어 깔때기 끝을 장 속에 파묻었다. 날카롭고 긴 대롱이 인제 저항 따위 없는 괄약근을 너무나 쉽게 비집었다.

“각도 딱 맞춰.”

지수가 귀찮다는 듯 툭 뱉었다.

“네……!”

연하의 전 애인을 우러러 말을 높이고 깔때기 주둥아리를 두 동생 쪽으로 기울였다. 내 거대한 후장만큼 널찍한 크기의 깔때기였다.

쪼르륵. 투두둑!

경쾌하지만 무게감 있는 소리가 화장실을 울렸다. 뒷골이 뜨끈뜨끈 달아올랐다.

두 남자는 오줌을 허투루 흘려서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똥구멍에 끼운 깔때기 안으로 야무지게 골인시켰다. 한 방울도 남김없이 내 대장 안에 뜨뜻이 채워 담았다.

쏴아, 후드드득!

정확한 에임과 끊임없는 오줌 줄기를 만들어내는 남자의 힘. 수컷의 자신감이란 바로 그런 데서 오는 거였다.

과연 내 오랜 애인이었던 남자다웠다. 또 내 애인과 바람난 상대다웠다.

두 남자가 쏘는 오줌 방울이 깔때기를 투둑투둑 때릴 때마다 똥구멍이 전율했다. 두 미남이 갓 분출해 뜨끈뜨끈한 노폐물이 궁극을 찾아가듯 장 속으로 꿀럭꿀럭 흘러들었다. 내 몸 안 가장 낮은 곳으로 임했다.

“아흣…….”

벌레처럼 바닥에 붙어 열 발가락을 오므렸다. 오줌을 흘리지 않으려면 엉덩이는 하늘 높이 쳐들고 얼굴은 화장실 바닥 타일에 밀착시켜야 했다. 아랫배 안쪽이 우루룩우루룩 야단법석을 떨었다.

찰칵. 띵.

탑기는 언제나처럼 고요하고 엄숙한 태도로 똥구멍 깔때기 속 소변이 내 엉덩이 구멍에 차차 빨려드는 장면을 찍어 남겼다. 그러고 나면 단체 채팅방에 사진과 동영상을 빠짐없이 올렸다.

노랗다 못해 메이플시럽 빛깔처럼 진국인, 두 성인 남성의 배설물 국물이 널찍하게 바라진 깔때기 가운데 난 검고 어두운 구멍으로 떨어져서 몸뚱어리 생고기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당사자인 내가 봐도 신기했다.

“아, 아? 쌀 거 같아요, 똥 나올 거 같아요! 아……!”

연하의 두 남자가 신선한 소변을 좁은 오줌 구멍에서 폭포수처럼 내뿜는 소리를 들은 순간부터 이미 내 큰창자는 배 속에 대지진을 내며 흙탕물을 똥구멍 바깥으로 흩뿌리게 해달라고 안달복달했다.

이럴 때면 오직 대변을 보기 위해 내 전 재산을 바쳐야 한다거나 탑기가 지금껏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내 가족과 지인 등 날 아는 사람 전원에게 보낸다고 해도 무조건 OK 할 듯 애타는 기분이 날 마구 휘둘렀다.

두 동생 쪽으로 엉금엉금 돌아앉았다. 똥구멍 깔때기가 헐렁한 항문에서 속절없이 추락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화장실 바닥 타일 위를 굴렀다.

“똥 싸게 해주세요, 제발? 학! 부탁드릴게요. 살려주세요, 주인님. 주인? 익……!”

배 속 가득 오줌을 출렁출렁 담고 애걸복걸할 때면 ‘주인님’ 소리가 절로 났다. 스무 살 탑기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구차하게 매달려서 빌었다.

오직 똥구멍 밖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똥을 푸지게 쏟기 위해서였다.

“대훤이 형. 형 씨발 그렇게 똥 마려워요?”

“넷. 네에! 헤에엥!”

“그럼 싸요. 큭큭!”

변태답게 좋아 죽을 것 같았다. 까불락까불락 웨이브 춤을 췄다.

“감사합니다……!”

변기 님 앞에 납작 엎드렸다. 화장실 타일을 이마로 꽝 때렸다. 인사를 오지게 박았다.

“안녕하십니까, 변기 님. 도자기 변기 님 이하인 육고기 좆변기 새끼 변대훤입니다. 저보다 한참 높으신 변기 형님께 인사 오지게 박습니다. 고기 새끼 누린내 나는 똥오줌 좀 형님께 개같이 갈겨도 되겠습니까. 좆돼지 병신 광대 새끼가 감히 변기 님을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개고기 보신탕 새끼라 느슨한 똥구멍 항시 벌어져 있어서 죄송합니다. 똥오줌 다 갈기고 나면 수퇘지 주둥아리 항문 수세미로 할짝할짝 키스해서 깨끗이 목욕시켜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아앙, 잘생긴 변기 형아♡ 나 이뻐? 섹시해? 그럼 대줫―! 대훤이 똥 마렵단 말이야♡ 에붓에붓……. 넣을게♡”

사죄와 감사 인사를 마치고 손을 공손히 모아 일어났다. 변기 님을 끌어안으려고 팔을 뻗었다.

그런데 뜨거운 손이 어깨를 낚아챘다.

“읏?”

“아니다. 그냥 오줌부터 싸죠.”

“크흐욱!”

뜨거운 손이 날 변기로 험하게 밀었다. 하마터면 변깃물 속으로 다이빙할 뻔했다.

간발의 차로 물탱크를 잡고 섰다. 금방이라도 똥오줌을 쏟아낼 듯 위태위태한 항문에 무언가 맨들맨들한 것이 닿았다.

“하오억……!”

굵고 긴 좆이 아무 어려움 없이 느슨한 근육 가운데를 뚫었다. 내 항문이 결코 잊을 리 없는, 전 애인의 좆맛이었다.

“아. 아아.”

못생긴 얼굴이 8만 8천 줄의 주름을 잡았다. 턱을 떡 빠뜨렸다.

골이 녹을 듯 뜨거웠다. 뇌 속 깊은 곳 솔방울샘을 으지직으지직 깨뜨리듯 위험천만한 즐거움이었다.

똥오줌을 쌀 때만 아주 잠깐 허락되는 지수의 좆. 부하고 귀한 좆.

지수가 둔중한 자짓고기를 내장 깊숙이 밀어 넣을 때마다 내 몸 안에서 갈 곳을 잃은 오줌이 뇌 안까지 들어차서 넘실거리듯 멀미가 일었다.

속눈썹을 축이는 눈물과 등골이 맺은 땀마저 지린내를 풍기는 것 같았다. 내 똥오줌에 더해 전 애인과 그의 새 연인분 오줌까지 배 터지게 먹은 이 몸뚱어린 대체 뭘까.

난 정화조일까?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나한텐 세상을 바꿀 힘이 없었다.

난 나 자신을 뺀 모두의 것. 내 삶의 주권은 탑기와 지수 차지였다.

싸라면 싸고 참으라니 참을 뿐, 복종하거나 자살당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다른 길은 없었다.

다른 길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했다. 그딴 건 없어야만 했다.

있어서는 안 됐다.

“형. 개처럼 오줌 갈길 준비 됐어요?”

거울 속 탑기가 물었다. 바보처럼 열어젖힌 턱 끝에서 침을 줄줄 떨어뜨리고 고개를 미친 듯 끄덕였다.

탑기가 내 전 애인을 뒤에서 끌어안고 지수의 양쪽 젖꼭지를 괴롭히면서 날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천사처럼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에 비해 내 얼굴은 멍든 듯 검었다. 시체나 좀비 같은 상판이었다.

살색이 언제 이렇게 된 걸까. 십 년은 폭삭 늙은 듯 억울하게 축축 처진 얼굴 가죽 탓인지 탱탱한 탑기와 별개의 인간종으로 보였다.

왜 저 앤 축복받고, 나만 저주받았지? 왜 저 애만 사랑받고 난 미움받아야 하지?

왜 저 앤 멀쩡하고, 내 몸만 병들고 결딴나서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거지?

얄밉고 괘씸한 탑기를 향해 모자란 표정을 지었다. 내 인생에서 제일 증오스러운 연하의 남자에게 자비를 구하며 빌었다.

“옥, 호옷? 오줌 갈기게 해주세요! 지린내 소변 좆구멍으로 개처럼 갈기겠습니다! 흐악? 끼헥……!”

탑기가 내 민둥 고추에 붙은 청테이프를 홱 잡아 뜯었다. 곪고 터진 자짓껍질까지 통째로 뜯겨나간 것 같았다.

염증이 뜨겁게 끓는 오줌길이 고름에 딱 달라붙은 듯 소변 내보낼 생각을 안 했다.

요도가 막히다니? 오줌 쌀 때 빼고 쓸 데도 없는 고춘데 이렇게 돼버리면 오줌까지 못 싸잖아……?

“학, 악……!”

숨을 어떻게 쉬는 거더라. 동공이 전두엽을 칩떠보았다.

대장 안벽을 부스러뜨리고 전립샘을 콱콱 으깨는 지수의 좆. 붕괴 직전의 댐처럼 똥과 오줌을 그득 품어 무겁고 뚱뚱한 배때기.

통째로 아물어버린 듯 꽉 막힌 오줌길. 지긋지긋한 옆구리 통증.

“헉? 컥!”

그때였다. 탑기가 날 유심히 지켜보다 내 아랫배에 어퍼컷을 꽂았다.

푹!

“흐아각……!”

좆구멍이 쩍, 쩌저적 떨어졌다. 타는 듯한 아픔과 함께 좆끝이 오줌을 분수처럼 내뿜었다.

기쁜 마음에 배운 대로 크게 외쳤다.

“쉿, 쉬잇? 쉬이, 쉬……! 푸쉬힛……!”

“큭큭.”

“쉬, 헝? 흐허엉! 헛? 컷허엉……!”

“형 오줌 쌀 때 내는 소리 존나 귀엽네요.”

지수가 망가진 오줌보를 두툼한 자지좆 고깃덩어리로 철퍽철퍽 구타할 때마다 작은 고추가 사방팔방에 소변을 흩뿌렸다.

직장에서는 아무리 누려고 애를 써도 찔찔댈 뿐 절대 시원하게 나오지 않던 오줌이, 탑기 주먹에 배를 후려 맞고 지수 용대가리에 방광을 때려 맞자마자 철럭철럭 범람해 오줌 방울을 찰팍찰팍 튀겼다.

“흐엉! 기허아앙……!”

좁아터진 오줌길에서 솟구치는 것은 오줌만이 아니었다. 사정의 기쁨이 내 고추 속을 무자비하게 파내고 난자했다.

염소처럼 푸들푸들 경련했다. 전신에 전기충격을 가한 듯 찌릿찌릿했다.

“에부븟……. 겍붓.”

원래라면 발기와 배설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못해야 마땅한 신체가 고장 난 기계처럼 난장판을 벌였다. 환장하게 아픈 만큼 환장하게 신났다.

사람 미치고 폴짝 뛰게 간지러운 요도를 뜨겁게 훑고 내려가는 소변의 온도가 가히 극락이었다.

“잘되고 있는 거 맞아? 헐렁헐렁해서 뭔 느낌이 나야지.”

“하암. 자기가 느껴야 되는 게 아니라 형이 오줌 싸야 되는 거거든. 아, 주먹으로 좀 쑤셔주든가. 졸려…….”

좆자지가 배 속에서 쑥 빠져나가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턴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주먹 전차가 똥구멍 터널을 통과했다.

“겍……!”

소리조차 못 내고 고개를 팩 치켜들었다. 거울이 쇼크록 밴드 멤버 같은 내 얼굴을 비췄다.

나와 내 구멍을 내려다보고 낄낄 비웃는 두 명의 미남도 함께였다.

지수의 강인한 팔뚝이 장기를 헤집고 장벽 너머 오줌통에 강펀치를 날렸다. 부실한 오금을 바들바들 떨고 변기통을 끌어안았다.

똥오줌이 가득 차서 개구리처럼 불룩한 배때기일지언정 주먹의 형태를 살 껍질에 그대로 드러냈다. 배꼽이 불뚝불뚝 솟았다.

지수는 내 골반뼈를 부수고 척추뼈를 바스러뜨리고 싶은 걸까.

멈추지 않는 주먹의 닦달에 방광이 소변을 억지로 쥐어짰다. 생식기 끝에서 발사되어 변기 안을 검게 물들이는 혈뇨를 망연자실하게 응시했다.

그때였다.

“굿. 극, 거어허억……!”

감전당한 사람처럼 몸뚱이를 뻣뻣이 세웠다. 그리고 휴대폰처럼 마구마구 진동했다.

지수가 내 몸통 안에 든 팔꿈치에 아래쪽 괄약근을 딱 걸고서 밖으로 확 잡아뺀 탓이었다.

“응뿌헤에겍―!”

뒷구멍에 감각이 거의 없었다. 힘 푼 다리로 변기에 주저앉아 몸뚱어리를 털렁털렁 늘어뜨렸다.

푸지직, 뿌웅! 부부북. 부드득부드득. 뽀옹―? 삑! 피스슷…….

어디에선가 브레멘 음악대의 연주가 들려왔다. 아니면 천국의 나팔 소리인가?

그렇구나, 내가 구원받아 천국에 도착한 거로구나……! 가문의 영광이었다.

어? 그런데 잠깐.

내가 구원을 원한 적이 있나?

“뿌, 뿡. 뿌직뿌직…….”

뒤늦게 입으로 똥 싸는 소리를 만들었다.

“아학, 아하하! 방귀 뀌는 거 개웃기네. 존나 많이도 싼다.”

“아이, 씨팔! 팔에 또 똥 묻었어. 더러워 죽겠네. 잠 잘 자다 이게 뭐냐? 어? 귀찮아 죽겠는데 이 짓거리를 씨팔 이렇게 밥 먹듯이 해야 돼?”

“그럼. 사람 아니면 똥오줌도 맘대로 못 싸는 거 몰라? 자유는 사람한테만 있는 거야.”

“난 사람인데 지금 봐. 자유 없잖아. 네가 잠도 못 자게 하는 난 그럼 뭐냐?”

“꼬우면 그냥 좆까고 처자지 그랬어.”

“그러면 네가 또 나랑 헤어진다고 개지랄할 거 아니야. 아니야?”

“그니까 네가 나랑 헤어지기 싫어서 네 좆대로 일어나서 여기 따라와 갖고 형 후장에다 좆 박고 팔뚝 쑤신 거잖아. 말이 많아.”

“너? 야, 민탑기.”

“…….”

“됐다. 그만하자.”

지수가 다 쓴 샤워기를 함부로 내던지는 굉음이 고막을 꽝꽝 때렸다. 이어서 한 사람이 화장실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소리가 났다.

광야처럼 드넓게 펼친 항문에서 숙변을 알알이 떨구며 차츰 정신을 잃었다. 나와 함께 남은 사람이 화장실에 오뉴월 서리처럼 찬 바람을 불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