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민탑기(8)
또 주말이었다.
“흐웃……!”
퇴근 전 화장실에 들러서 방광을 억지로 쥐어짜는 일은 필수 일과 중 하나였다. 금요일에는 특히 더 중요했다.
주말 내내 둘한테 시달리며 생리현상을 참아야 하는 까닭이었다. 언젠가부터 대소변을 불문하고 볼일 일체를 화장실 칸 안에서 해결하는 것은 정조대 단 내게 당연했다.
온몸이 식은땀을 송골송골 맺었다. 혼자서 스스로 대소변을 보는 행위가 내게는 가장 큰 연일의 도전 과제가 되었다.
“아흐윽!”
소변 줄기가 겨우 찔찔 새 나올 때면 생식기와 아랫도리가 얻어맞은 듯 욱신욱신하고 불로 지지듯 쓰라렸다. 요즘은 통증이 옆구리까지 번져서 올라왔다.
눈앞이 아찔한 아픔이었다. 화장실 공포증이 생길 지경이었다.
정조대 틈으로 슬쩍슬쩍 엿본 성기는 변함없이 발갛게 부르튼 상태였다. 이상한 냄새도 났다. 그야말로 악독한 악취였다.
양변기 안이 붉었다. 화장실 칸 안에서 내리 40분 가까이 방광과 씨름을 하고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에흣, 에흑! 쿨럭쿨럭.”
운전하는 와중에도 마른기침이 계속 났다. 목구멍이 헐거워진 탓인지 요새는 기침하거나 사레들리기가 다반사였다.
그때 전화벨이 신경을 긁었다. ‘작은 주인님♡’이었다.
“여보세요?”
―대훤이 형! 어디?
“아, 예! 지금 가고 있습니다. 여기가…….”
―나 우리 자기랑 떡 한 판 치면서 신나게 놀고 싶은데 형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잖아요.
“죄송합니다, 금방 도착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알았어요. 형 목소리 들으면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큭큭!
【흣, 허윽! 하아, 핫. 윽! 좋아요……!】
양 볼이 순식간에 달았다. 차창을 빈틈없이 올렸다.
정조대를 차고 생활한 지 얼마나 됐을까. 탑기는 귀신같이 내 성욕이 최고조에 이를 때면 한 번씩 딸딸이를 허락했다.
대략 일주일에 한 번쯤이었다. 성욕이 최고점을 때리고 나서 차차 안정되어 자제심이 생겨나지 못하게 반드시 그 전에 몹시 허무한 딸딸이로 정액을 허비하게 했다.
그러고 나면 분명 딸딸이를 열나게 쳤는데도 아무 욕구도 해소되지 않은 듯 애타고 허기진 기분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덕분에 길가의 전봇대나 맨홀 뚜껑만 봐도 괴수같이 거친 충동이 일었다. 급작스러운 클랙슨 소리를 듣거나 누군가의 웃는 얼굴만 봐도 항문이 조이고 허벅다리가 벌떡거려 참을 수 없었다.
난 하루 온종일 음란한 생각에 빠져 지내는 변태 자식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내가 음침한 자식이란 걸 본능으로 알아차린 양 전과 달리 슬금슬금 피하기 일쑤였다.
―들려요?
“예, 잘 들립니다.”
―형 신음 소리 형이 들어도 웃기죠? 아학학!
“예.”
―조만간 형 신음 소리도 이쁘고 야하게 바꿔줄게요.
“……감사합니다.”
탑기가 좋아하는 청국장과 삼겹살을 사서 얼른 귀가했다. 탑기가 언제나처럼 현관에서 날 반겼다.
지수도 내게 해준 적 없는 매일 저녁의 퇴근 마중이었다.
“형, 나 종강이다! 형네 학교는 언제부터 방학이에요? 형 방학하면 우리 셋이서 진짜 진짜 재밌게 놀 텐데. 그렇죠?”
방학이라니. 그땐 정말 대소변을 한 달 내내 참아야 하나.
단추나 후닥닥 끄르고 바지를 쑥 내렸다. 출근할 때를 비롯해서 외출 시에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었다.
탑기와 지수, 두 동생이 귀찮은 표정을 짓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마치 나 혼자 검사받고 싶어서 두 동생에게 구차하게 매달리는 듯 비참한 분위기에 쿠퍼액이 질질 흘렀다.
탑기가 빨가벗은 내게 핸드폰을 들이대고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냄새나는 양쪽 겨드랑이를 활짝 연 채 제자리에서 느릿느릿 돌았다.
탑기와 지수가 어젯밤 내 앞판과 등짝, 볼기, 겨드랑이, 발바닥과 발톱 등 몸 곳곳에 적어넣은 ‘수퇘지’, ‘수캐’, ‘개고기’, ‘돼지고기’, ‘고기 변기’, ‘생고기’, ‘고기 놈’, ‘육고기’, ‘고기 새끼’, ‘고기 비데’, ‘고깃구멍’, ‘좆밥’ 등이 잘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서였다.
“형.”
“네.”
“형 나 몰래 밖에서 똥오줌 싸고 들어오죠.”
“…….”
“응?”
“죄송합니다!”
“앞으로 기저귀 차고 출근해요.”
“예.”
“텀블러도 하나 들고 다녀요. 똥은 기저귀에 싸서 그대로 차고 오고, 오줌은 텀블러에 받아놨다가 지금처럼 검사 맡고 나면 바로 마셔요.”
“예.”
“그때그때 찍어서 인증하는 거 알죠?”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휴.
이 정도면 괜찮게 넘어가는 편이었다. 그런데 탑기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탑기가 돌아와서 내 앞에 내려놓은 것은 욕실 대야였다.
대야 안에 수돗물이 가득 차서 철렁거렸다. 대야가 지저분한지 이상한 이물질도 둥둥 떠다녔다.
“마셔요.”
이 물을 다 마시고 주말 내내 소변을 보지 말라는 뜻인가.
마시라면 마셔야지. 몸이 꾸벅 기울었다.
“읏, 읍걱. 읏겁…….”
탑기의 명령을 열정 넘치게 받드는 척 물을 입가로 질질 쏟았다. 찬물이 바닥과 알몸에 후두둑 떨어졌다.
한층 촉촉하고 야해진 기분이었다.
“파하! 감사합니다!”
“…….”
“이어서 보고드려도 되겠습니까?”
탑기가 그러라는 듯 눈짓했다. 익숙한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고 최대한 또박또박 말했다.
“오늘도 수업 내내 장난감 개자지 자짓고기 걸상에 몰래 비비고 문질렀습니다. 두 분께서 보고 계신다고 상상하니까 좆꼴려서 변기 후장에 힘 풀고 똥구멍 바깥으로 딜도를 약간 꺼냈습니다. 바지에 딜도 윤곽선 드러나게 해놓고 발바리인 양 걸어 다녔습니다. 벽 쪽으로 고개 돌리고 병신 찐따 고기 놈 같은 표정도 지었습니다. 아무도 안 볼 때 젖꼭지도 계속 꼬집고, 밥 먹을 땐 일부러 숟가락으로 목구멍 쑤시다가 구역질해서 자지 청소 시니어 국가대표 꿈나무인 걸 들킬뻔했습니다.”
“그러다 걸려서 형 조만간 잘리겠는데요?”
“장난감 육고기 새끼인 거 들키지 않게 조심하겠습니다.”
“잘리면 어때요. 딴 데 취직하면 되죠. 내가 꽂아줄게요. 이참에 개걸레 포트폴리오 하나 만들까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좆 빠는 실력 늘었는지나 한번 봅시다.”
“예.”
탑기 동생이 말을 끝내자마자 베란다 유리창에 달아놓은 딜도 앞에 가서 쿵 무릎 꿇었다. 길고 무겁게 추욱 늘어진 실리콘 덩어리 끝을 입술로 물었다.
그리고 목구멍까지 푹 꽂아 식도 안으로 죽 밀어 넣었다.
“왁. 각. 걱.”
베란다 너머로 반대편 세대가 보였다. 저쪽에서 망원경 같은 걸 가지고 이쪽을 자세히 본다면 낯짝 혈색이 검붉게 막히고 목이 부풀어 오른 수컷 두꺼비 머릿고기가 여실히 보일 터였다.
스무 살짜리 남자애와 나보다 한 살 연하의 전 애인은 내가 아랫도리에 정조대를 달고 뒷구멍은 대형 딜도로 막은 채 가짜 남성 성기로 목을 쑤시는 모습을 지루하다는 듯 내립떠보는 중이었다.
오늘은 딸딸이를 치게 해줬으면.
방광이 벌써 찌릿했다. 배까지 꾸르륵거렸다. 조급증이 일었다.
“하―암.”
탑기가 하품했다. 그렇게 재미없나.
두 동생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하마처럼 엉엉 우짖고 좆불알을 딸랑딸랑 흔들었다. 장난감 머금은 입술을 뻐끔거렸다.
장난감이 장난감을 문 꼴 아닌가. 웃겼다.
모가지 항문이 나름 확장된 걸까. 부착형 딜도를 끝까지 삼켜서 유리창과 입 맞추는 일이 전처럼 고되지 않았다.
난 탑기의 뜻대로 머릿속에 온통 딸딸이 칠 생각뿐인 변태 자식이 된 지 오래였다. 두 동생의 비역질에 감히 낄 생각은 못 하고 꼴려서 외로이 안달만 내는 장난감에 불과한 처지였다.
“어걱……. 컵!”
사람은 왜 숨을 안 쉬면 죽을까? 기어이 구역질이 나려 했다.
어제도 퇴근하고 내내 탑기가 티브이 화면에 틀어놓은 영상을 보며 이 자리에서 목까시 연습을 했다. 동영상에 나오는 남자들처럼 오래 버티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숨 참는 훈련을 따로 해야 하나.
“커헙, 프훗! 쿨럭쿨럭…….”
실리콘 자지를 목 밖으로 꺼냈다. 흡사 늘어난 항문 똥 지리듯 헐거운 목구멍이 기침을 헤프게 뿜었다.
혼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아득했다. 개새끼가 꼬리를 마는 것처럼 항문에 돋은 딜도 끄트머리를 두 발바닥으로 찔꼼찔꼼 밀어 넣어 감췄다.
“형.”
“예?”
“그게 아니죠. 다시 물어봐요.”
“예! 하오옵……. 컥? 케헉!”
거인의 발이 터벅터벅 걸어와서 내 뒤통수를 콱 지르밟았다. 멍청한 머리통에 대고 퍽퍽 발길질했다.
플라스틱 짝퉁 좆머리가 정의의 검 끝인 양 내 가슴 깊은 곳 어느 기관을 푹푹 무찔렀다. 퇴치당하는 괴생명체가 된 듯 얼굴이 줄줄 흘러내렸다.
“제대로 안 하면 아가리에 쑤셔 넣고 청테이프 발라버리는 수가 있어요. 큭큭큭!”
“으극. 으국. 걱펍……!”
탑기는 구릿빛 롱다리를 학처럼 길게 펼친 채 내 뒤통수를 한참 걷어찼다. 이마가 창에 꿍꽝꿍꽝 부딪힐 때마다 유리가 팍 깨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내 멍청한 골통은 이미 빠개진 지 오래인 것 같으니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패도 괜찮았다. 흐흐.
“잘 좀 해봐요. 그래갖고 되겠어요? 아이, 안 되겠다.”
발길질이 뚝 그쳤다. 아랫도리에서 쩔럭대는 소리가 나는 듯했다.
“그만하고 일로 와봐요. 내가 연습시켜줄게요.”
“큽, 흣. 네.”
서둘러 입가를 훔치고 욕지기를 갈무리했다. 아랫도리가 시원해서 내려다보니 자유로운 고추가 보였다. 탑기가 정조대 잠금을 열쇠로 풀어준 모양이었다.
탑기가 소파에 앉은 지수의 무릎에 올라 사지를 편안히 늘어뜨렸다. 내 전 애인의 무릎을 차지한 모습이 부러웠다.
무릎걸음을 탑기의 발밑까지 옮겼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탑기가 바지 지퍼를 내렸다. 종합 패키지가 드러났다.
메타세쿼이아 같은 좆. 그리고 마치 트리 장식물처럼 좆자지를 화려하게 꾸민 해바라기 링과 수많은 쇠구슬이 드러났다.
성기 본연의 압도하는 크기 자체는 지수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갖은 보형물이 웅장한 부피감을 더했다. 비견할 좆이 없을 듯 살벌했다.
젊고 싱그러운 스무 살의 성기에 몸 파는 걸레 제비 같은 성기 성형이 이질감을 불러일으켰다.
“빨아봐요.”
“예. 저, 근데……. 제 거 마, 만져도 돼요?”
“그래요.”
탑기가 왕자처럼 눈웃음 짓고 덧붙였다.
“근데 형 더러운 좆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그날로 불알 한 짝은 없어지는 줄 알아요.”
“흐, 흘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얼마 만의 딸딸이인가. 싸지 못한대도 좋았다.
내 작은 살덩이야말로 주적이었다. 매일매일 정조대 안에서 탑기나 지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날 옥죄고 괴롭혀온 원흉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배우고 연습한 모든 걸 선보일 기회였다. 내가 두 사람의 편의를 증진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걸, 나름 쓸만한 도구라는 걸 증명해내야 했다.
그러지 못하면 가족도, 직장도, 친구도, 다른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이제는 ‘전 애인’이 된 지수까지도 다 잃게 될 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난 자살하겠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탑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형편없는 애가 아니었다. 탑기 말을 잘 들어서 좋아진 부분도 분명 있었다.
지수는 더는 날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틈만 나면 날 갖고 놀고 싶어 했다.
또 난 지수를 더 만족시켜줄 수 있게 되었다. 건강이 좀 나빠지긴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자살하든 병으로 죽든 매한가지 아닌가.
어차피 내게 선택권 따위 없었다. 선택권은 처음부터 누구한테도 주어진 적 없는 환상인지도 몰랐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면 된다. 내가 즐기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떨리는 손으로 고추를 잡았다.
“허우읏……!”
오염된 고추에 돋은 갖가지 모양의 종기와 물집, 헌데 덕분에 손이 닿는 것만으로 황홀한 쾌감이 일었다. 건강한 고추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삿된 쾌락이었다.
딸딸이. 딸딸이잇! 딸딸딸.
입을 헤벌떡 벌렸다. 딸딸이를 열나게 치며 코앞에 차려진 탑기를 크게 한입 물었다. 왕.
독한 허기를 채우고 싶었다.
“읍, 법. 뿜뻡, 뿜뻑……!”
탑기의 좆에서는 부드럽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야성적인 지수의 좆맛과 사뭇 달랐다.
섬뜩하고 음란한 실리콘 보형물이 좆껍질 안에서 매끄당매끄당 밀려났다. 딱딱한 쇠공이 입 안을 구르고 아프게 찔렀다.
자짓살 육질이 단단하고 탱글탱글했다. 고소한 감칠맛을 냈다. 혀에 찌덕찌덕 들러붙었다.
털 한 올 없이 매끈하고 잘생긴 20살의 음경을 망가진 식도괄약근에 불쑥불쑥 끼웠다. 창피를 모르는 억척 아저씨처럼 나이 어린 친구의 아랫도리에 찰싹 엉겨 붙어 한껏 아양을 떨었다.
좆을 입술로 덥석 붙잡고 추접한 식탐을 부리며 게걸스레 먹어 치웠다. 식도에 꾸역꾸역 욱여넣어 위장 가까이 담아서 숨겼다.
“형 애인 뺏은 새끼 자지가 그렇게 맛있어요?”
“억법, 법븍. 네. 헙! 하엄…….”
“그러면 남기지 말고 다 먹어요.”
“카학……!”
어린 남자가 내 머리통 양옆을 단단히 붙잡고 자신의 사타구니에 처박았다. 유연한 살굿빛 허리를 숙여서 내 이마에 키스했다.
차가운 좆 모양 플라스틱 덩어리가 아닌, 젊은 남자의 따듯하고 싱싱한 좆몽둥이가 비좁은 식도를 활짝 열어젖히고 내 가슴 안으로 미끄러졌다.
까뒤집은 눈의 눈꺼풀만 파르르 떨었다. 설렌 심장이 고장 난 듯 발딱발딱 뛰었다.
탑기의 묵직한 좆끝이 좁은 가슴을 쿵쿵 두들겼다. 내 마음 문에 좆으로 노크하며 열어달라고 보채는 중이었다.
“너희들 둘이 지금 내 좆 빠는 거 연습하는 거 맞냐?”
지수의 목소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탑기가 내 얼굴에서 좆을 쑥 뽑았다.
“억픗……! 긋, 흐웃.”
탑기의 크고 든든한 손바닥에 고개를 기댄 채 몸을 축 늘어뜨렸다. 질식사당할 뻔한 여운에서 금방 헤어날 수 없었다.
“자기는 그럼 우리가 지금 뭐 하는 거 같은데?”
“아니 그냥. 너희들 내 좆 빠는 연습 하려고 지금 그러고 있는 거잖아.”
“풋. 그럼 형이 내 거 빨고 싶어서 이러고 있겠어? 형이 그래도 한때는 자기랑 7년이나 만난 애인이었는데? 만약 그렇다고 하면 사람 아니지. 형, 정신 좀 차려봐요.”
“흣……. 네.”
볼을 어루만지는 탑기의 손길에 겨우 정신을 되찾았다. 슬쩍 본 지수의 표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형. 형이 말해봐요. 형은 형이랑 7년 만난 애인 뺏은 새끼 좆이 빨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요. 형 지금 우리 자기 좆 잘 빨려고 나한테 연습하는 중이잖아요.”
“네.”
탑기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지수를 향해 말했다.
“왜? 질투 나?”
“아니.”
“질투 나면 자기도 내 거 빨아. 그럼 되잖아.”
“나?”
“응. 아, 이참에 누가 더 잘하나 보자. 자신 없는 거 아니지?”
“왜 자신이 없어. 내가 네 애인인데.”
지수의 옆얼굴이 순식간에 날 밀치고 눈앞의 좆을 빼앗아 물었다.
“읍, 음……. 흠츗.”
“그러고 빨면 안 불편해? 형처럼 바닥으로 내려가.”
지수가 소파에서 엉거주춤 내려와서 궁둥이로 끼어들었다.
분명 지수를 위해서 좆 빨기 개인교습을 받는 중이었는데. 왜 갑자기 지수랑 좆 빨기 시합을 하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수가 죽여주는 턱선을 드러낸 채 정신 못 차리고 물고 빠는 좆머리를 감히 가로챌 마음은 들지 않았다. 좆뿌리에 조용히 찌그러져서 기둥만 날름날름 핥았다.
그래도 맛있었다.
“……흠.”
탑기가 탐탁잖다는 듯 짧게 탄식했다. 그리고 지수의 얼굴을 확 밀었다. 너무한 손짓이었다.
“혼자 욕심부려도 된다고 언제 그랬어. 친구랑 나눠 먹어야지.”
장난감 고기 변기 신세인 내가 지수랑 친구라니. 장난으로 한 말이겠지만, 지수가 그런 말을 들어도 괜찮은 걸까.
아무튼 좆을 얼른 넘겨받아야 혼나지 않을 것 같았다. 지수의 타액이 잔뜩 묻어 번뜩거리는 글레이즈드 도넛을 덥석 머금었다.
“헙! 허법, 어버법…….”
탑기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하앗, 읏? 큭……!”
지수는 나처럼 탑기의 좆기둥이나 자짓뿌리에 덤벼들지 않았다. 왠지 날 노려보는 듯한데 기분 탓이겠지.
난 죄가 없었다. 빨래서 빤 것뿐이었다.
탑기가 젠틀한 손길로 날 멈추게 했다. 그리고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형 좀 하네요?”
“감사, 흣. 합니다…….”
“연습하니까 늘긴 느네요. 자기 분발해야겠다?”
탑기가 지수 쪽에 눈치를 슬쩍 주고 내게 말했다.
“형 근데 인제 위내시경 껌이겠다. 푸풉! 그렇죠? 해보고 싶죠?”
“……네!”
“형 가랑이 상태 요새 더 안 좋아진 거 같던데 병원 안 가고 싶어요? 솔직히 말해봐요.”
“보내주신다면 감사히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면 형 병원 가서 후장 진찰받으면서 신음 소리 내는 거 핸드폰에 녹음해올 수 있어요?”
“……예.”
농담이겠지? 탑기는 장난기가 많았다.
“큭큭. 우리 자기한테도 연습한 거 보여줘요.”
“아, 옛!”
그래도 될까.
목구멍을 잘 못 쓰는 데 대한 벌로 한동안 지수 좆은 냄새도 못 맡았는데. 내 실력이 늘긴 늘었나.
그간 식사 시간마다 목항문에 숟가락을 꽂고 퇴근 후에 줄곧 베란다 앞에 꿇어앉아 벽에 붙은 딜도를 물고 수련한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았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애인이 아니라 주인이 돼버렸지만, 여전히 처음처럼 지수만을 사랑했다.
말로는 전할 수 없어도 목항문으로나마 변치 않는 사랑의 불길을 지수 마음에 옮겨붙이고 싶었다.
탑기는 지수의 물건을 손수 옷 밖으로 꺼내주기까지 했다. 고작 나 같은 거한테 자기 애인의 중요 부위를 기꺼이 내어주고 지수를 기쁘게 할 기회를 선물했다.
연하의 남자 둘 모두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수한테 냅다 달려들었다.
“윽! 이 새끼 왜 이래? 앗, 하아앗……!”
“흡, 펍? 껍, 겁. 뻐업, 뻠뻑!”
나? 이 순간을 위하여 태어나다. 난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고추 흡입기. 전 머신 펠라티오인. 이것이 유일한 내 용도이다.
정수리에서 김이 나고 입술과 혀에 화상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열나게 빨고 또 빨았다. 피와 정액에 환장하는 음경 흡충처럼 전 애인의 페니스에 달라붙었다.
“읏, 하아? 뭐야? 왜 이렇게 잘 빨아. 변대훤, 너 뭔데? 긋! 아앙……. 진공청소기 됐냐?”
지수가 내게 묻자, 탑기가 말했다.
“자기야. 내가 형 연습시킨 거잖아. 내가, 응? 자기를 위해서, 형이 자기 좆빨이 노릇 잘할 수 있게 만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근데 자기는 말도 안 되게 질투나 하고.”
“잘못, 아! 네가 오해한 거야. 질투 안 했어. 그냥, 너희 좋아 보여서……. 핫!”
“좋은 거 앞으로 우리 둘이 더 많이 하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얼른 입술 줘. 우.”
“우웁, 츄릇! 헙, 허법.”
“읍, 흐응. 흣! 냐하알…….”
두 남자가 부둥켜안고 가슴을 붙인 채 서로의 입술을 빨아 먹었다. 자연히 두 남자의 뚱뚱한 좆머리 두 개를 한꺼번에 입에 문 꼴이 되었다.
두 남자가 내 구강 안에서 매끌매끌한 좆끝을 비비고 부딪쳤다. 물러터진 내 주둥이는 우람히 솟은 두 남성 성기가 편히 쉬고 신나게 노니는 휴게소나 놀이터와 다를 바 없었다.
혓바닥을 바삐 휘둘렀다. 턱과 입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입술 양옆이 부르틀 듯 아팠다. 난 조커처럼 활짝 웃고 있을까.
“하아, 그만.”
탑기의 단호한 한마디가 지수와 날 꼼짝없이 그치게 했다. 탑기가 내게 말했다.
“후장은 어떻게 돼가는지 좀 볼까요.”
“읍읏, 틋. 네.”
줄줄 흐르는 침을 정리할 새 없이 돌아앉아 바닥을 짚고 무릎을 세웠다. 그리고 두 동생에 비하면 한참 짧은 숏다리를 넓게 디뎠다.
어린 두 주인이 생고기 장난감의 배출기관을 잘 살필 수 있게 뒷구멍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몇 가지 ‘검사 자세’ 중 하나였다.
“어우.”
“어휴…….”
두 남자가 내 엉덩이를 보자마자 일제히 탄식했다. 미끈한 미남 두 명에게 창피를 당하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넓고 흉측해지는 똥구멍을 검사 맡는 시간은 언제나 죽을 만큼 수치스러웠다. 죄 많은 고개를 거실 바닥에 한없이 떨어뜨렸다.
“봅시다. 힘 빼요.”
“흣, 훗! 후욱, 후읏……!”
미치게 가쁜 숨을 필사적으로 가다듬었다. 오금이 저렸다.
두 다리가 덜덜 떨었다. 이 시간엔 도무지 긴장을 떨칠 수 없었다.
“하나.”
“헉, 허억!.”
“둘.”
“흐읍……. 흑.”
“셋.”
“흐하악! 하아억……!”
무릎을 쾅 찧고 바닥에 무너졌다. 내 다리 길이만 하고 탑기의 팔길이만 한 딜도를 몸에서 단숨에 잡아 빼는 느낌은 어김없이 날 한 방에 쓰러뜨렸다.
데굴데굴 구르며 짐승처럼 울고 추접하게 짖게 했다.
“엉덩이 들어요.”
콱!
“하윽! 네!”
탑기의 금빛 발이 내 볼품없이 창백한 돈둔살을 찍어눌렀다. 허둥지둥 뒷다리를 세우고 자세를 잡아 밑구멍을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자기야, 어때?”
“…….”
“아직 모자라? 더 넓혀야겠지? 형한텐 아무래도 이거보단 좀 더 넓은 구멍이 어울리긴 해.”
“그래도 많이 커졌네. 탑기 네가 고생했다.”
“이제 좀만 더 빼면 꽃도 필 거 같은데? 자기 그거 갖고 싶어 했잖아.”
“……그런가?”
“내 똥구멍은 너무 짱짱해가지고 우리 자기야한테 꽃 못 보여줘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알아? 형 똥구멍은 내가 장미 이쁘게 피워서 자기한테 한 송이 선물할게. 큭!”
“탑기 넌……. 어떻게 마음씨까지 천사 같냐. 너 같은 애인이 세상천지에 어딨어. 사랑한다, 민탑기. 넌 나한테 다시 없을 진짜 좋은 애다.”
“나 그거 싫어.”
“뭐?”
“좋은 애라며. 싫어. 취소해.”
“아, 알았어. 취소. 넌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 새끼야. 됐냐?”
“응! 진작 그렇게 칭찬할 것이지.”
뜨거운 손뼉이 내 뒷구멍을 슬슬 문지르다 손바닥만 꾹 밀어 그대로 항문 안에 담갔다. 아찔한 감각에 온 얼굴을 짜그라뜨렸다.
“자기 주먹도 받겠는데? 자기 그것도 갖고 싶어 했잖아.”
“……그래?”
“우리 자기가 원하는 구멍은 내가 다 만들어줄 수 있지. 스트레스 해소용 허벌창 구멍 가진 놈 따로 찾는 것보다 자기 전 애인 재활용하는 게 낫다니까. 내가 말했지? 봐, 형 구멍 원래 헐렁헐렁해서 금방금방 개발되는 거. 어떻게 한 번을 안 찢어지지.”
“그러게.”
“이 형 구멍은 첨부터 좆 받는 용이 아니라 주먹이나 발 넣으라고 있는 덴가 봐. 아니면 형한테 성병 옮긴 그 새끼가 벌써 형 후장에다 손목 발목 대갈통에 프라이팬 냄비까지 안 넣어본 살림살이가 없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일반인 후장이 이렇게 쉽게 개발이 돼?”
“허허.”
“형 후장 거실 쓰레기통으로 써도 되겠어요. 천직 찾았네. 대훤이 형, 형 똥구멍 주름 아코디언처럼 완전 잘 늘어나거든요? 그런 김에 아코디언 소리 한번 내봐요.”
아코디언 소리? 입으로? 어떻게?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었다. 찰나라도 망설이는 모습을 들킨다면…….
“안 들려요?”
“핫, 네! 뿌, 뿌웅! 뿌, 뿌, 뿌, 뿡! 아니, 흉, 휴웅. 삑? 크훅……!”
뒤늦게 소리를 내봤지만 소용없었다. 너무 어설펐다.
퍽!
“어흑, 어헉…….”
난 스무 살 동생 탑기의 발에 뻥 걷어차이고 거실 바닥에 나부라졌다.
“형. 아저씨. 똥개야. 좋은 말 할 때 똑바로 서요. 좆불알 잘 보이게.”
“흣, 넷!”
몸뚱어리를 헐레벌떡 일으켰다. 그리고 어린 주인 둘 앞에 차렷했다.
“자기야, 장난감이 말을 안 들어. 자기가 혼내줘. 나 사랑하는 만큼 세게 때려줄 거지?”
“알았어.”
퍼헉―!
지수의 주먹이 내 빠르게 들썩이는 배 한가운델 강타했다.
뚝. 암전이었다.
“아학학, 깔깔깔!”
탑기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긴 잠에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주 짧은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극심한 통증이 양 옆구리를 찢어발겨서 날 눈뜨지 않곤 못 배기게 했다.
“아하윽……! 그악!”
숨 한 줌조차 들이켜지 못하고 꺽꺽거렸다. 양팔로 옆구리를 감싼 채 침을 뿜었다.
하늘이 노랬다. 양 옆구리 안쪽 장기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날 아프게 할까.
“형. 쇼할래요? 우리 자기가 형 배에다 꽂았는데 왜 거길 잡고 쓰러져요. 땡! 완전히 연기 빵점이야. 탈락!”
그래도 이렇게 맞고 넘어갈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씨발, 뭐야? 형 또 오줌 지렸어요?”
아.
“아, 씨. 오줌 색깔 왜 이래. 썩었나 봐. 큭큭큭!”
거품이 잔뜩 뜬 빨간약 빛깔 웅덩이가 보였다.
“누가 형 맘대로 오줌싸도 된다고 했어요. 밖에 나가서 외간 건물에 꼴리는 대로 똥오줌 다 갈기고 돌아다녀 놓고 인제 집 안에서도 그러려고요?”
“잘못, 잘,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형 어머니 아버지가 형 그렇게 가르쳤어요?”
“아니요…….”
“그럼 아무 데나 오줌 지리는 나쁜 버릇 누구한테 배웠어요? 친형?”
탑기가 가족까지 모욕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지금 같은 순간이면 베란다로 뛰쳐나가서 난간 아래로 뛰어내려 주차장 바닥에 머리통을 박살 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아닙니다. 아무한테도 안 배웠습니다.”
“그러면 형은 집구석에서 똥오줌 가리는 것도 못 배워먹어서 그 모양 그 꼴이라는 거예요?”
“아, 아닙니다. 다 배웠는데, 제가 멍청해서 까먹었습니다. 제 탓입니다.”
“앞으론 똥오줌 잘 가릴 거죠? 약속?”
“예.”
대답하는 순간에도 똥오줌을 싸고 싶었다. 순대 속을 꽉 채워주던 딜도가 사라지자 뻥 뚫린 창자에 지진이 났다.
“알았어요. 형 믿을게요. 그런 의미에서 영상 편지 하나 찍을까요?”
“…….”
영상 편지가 제일 싫었다. 한숨조차 마음대로 못 쉬고 탑기가 동영상 녹화를 시작하는 소리에 맞춰 로봇처럼 입을 움직였다.
“어머니, 아버지. 대훤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다름이 아니라 두 분께 사죄의 말씀 올리려고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아들이 실은 보신탕용 똥개라서 죄송합니다. 어릴 때 배변 훈련도 다 시켜주셨는데 아직도 이렇게 제대로 못 가리는 추잡하고 한심한 변태 새끼로 자란 점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저도 제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이 아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보이는 데만 사람이지 다리 사이에 괴물 한 마리 숨기고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인간 대접도 받을 자격 없는 전 앞으로 주인님의 장난감으로서 열심히 주인님을 섬기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좆빨이로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아들! 변대훤은! 콱 나가 뒈졌다 생각하고 그냥 잊어주세―요! 꿀꿀? 컥. 컥!”
띵.
어린 주인이 내 목에 올무 하나를 더 거는 소리였다. 전 세계에 EMP가 터졌으면 했다.
“형이 형네 가족한텐 이미 둘도 없는 호래자식 새끼가 돼버렸지만요, 나랑 우리 자기한텐 아직 이쁜 똥강아지거든요. 근데 형은 태어나긴 사람으로 태어났잖아요. 그니까 똥오줌은 좀 가려요. 안 그럼 진짜 된장 발라버리는 수가 있어요.”
된장이라니. 아무리 비유라지만 너무 심했다.
“알아들었으면 우리 인제 사랑 나눠야 되니까 우리 자기 좆 세우고 내 후장 빨아서 예열이나 해요.”
“예, 알겠습니다!”
“잘하면 상 줄게요.”
상……? 상……!
“헥헥!”
똥개답게 혀를 빼고 알랑댔다. 안 그래도 잘생긴 탑기가 초절정 미남 같아 보였다.
정조대를 벗은 고추가 기대감에 땡땡 부푼 채 대가리를 정신없이 까딱였다. 상이라니.
좀 전까지의 서운함일랑 싹 씻어주는 단어였다. 드디어 오늘은 좆물을 눌 수 있는 걸까나?
지수의 성기도 내 것처럼 휘황하게 솟은 채 가라앉을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지수 좆을 쭉쭉 빨며 잠깐 세우는 척하다 탑기한테 할래발딱 달려들었다.
“흣, 후릅…….”
군침을 줄줄 흘리면서 탑기의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았다. 미친개처럼 고개를 콱 처박았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침을 사방팔방에 튀겨가며 스무 살 동생의 똥구멍을 조잡스럽게 핥았다. 서비스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추릅, 처럿, 처럽. 터러럽…….”
탑기와 지수가 사이좋은 연인으로서 당연한 권리인 ‘사랑 나누기’를 하기 전, 혀로 탑기의 항문을 연하게 풀고 목으로 지수의 음경을 데우는 일은 내 몫이었다.
전 애인이 나로부터 환승해서 도착한, 핑크빛 사랑의 종착지나 다름없는 스무 살 남자애의 대변 배출구 안에 혀를 쏙쏙 집어넣어 깨끗이 닦고 주름을 입술로 오물오물 마사지하면서 기분을 맞췄다.
완벽한 항문이었다. 탑기의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와 성격처럼 작은 별 같은 구멍이었다. 거기에 수박씨인 양 앙증맞은 좆물점은 차밍 포인트였다.
점점 더 해괴망측해져 가는 내 거기와 급이 달랐다. 내가 지수라도 날 헌신짝 내버리듯 팽개치고 달려갈 만한 가치가 있는 육체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뿌우웅?
“읍……!”
나도 모르게 코를 틀어막고 물러났다. 탑기가 항문을 벌렁벌렁 벌리고 독가스를 내보낸 탓이었다.
도대체 뭘 먹은 거야!
지독한 악취였다. 탑기 같은 애 몸에서 이런 썩은 내가 날 줄이야.
탑기가 깔깔거리고 웃었다. 조금도 창피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형! 빨리 안 빨고 뭐 해요? 형 지금 코 막았어요……?”
“아니, 아닙니다. 빨겠습니다.”
“방귀 냄새 맡으면 몸에 좋거든요? 그런 것도 몰라요?”
“그렇습니까…….”
“아니면 말고요. 푸풉! 뭐 해요, 계속 빨아요.”
“옛! 핫, 하악……. 타릇, 타릅.”
뽕. 삑!
탑기가 대장 안에 잔류한 가스를 쥐어짜듯 구릿빛 복근을 눌러 방귀를 쌀 때마다 못나게 헤벌떡 벌린 내 주둥이 안 너덜너덜한 목구멍 너머로 쌕쌕 들어찼다. 갖가지 알과 해충이 그득할 유독가스와 냄새 분자를 똥줄에서 내 허파로 이식했다.
뽀직. 뽁. 뿟.
탑기의 어두운 구멍이 뿌르륵, 뿌르륵? 벌어질 때마다 혀끝이 안으로 쫄딱쫄딱 자빠졌다. 내가 구멍을 타액에 처덕처덕 눅여놓은 탓인지 방귀 소리에 물기가 흠뻑 어렸다.
슬그머니 물러났다. 지수의 음경을 다시 물었다.
“음, 웃. 하읍, 하옵. 쪽! 날랄랄…….”
내가 전 애인의 음경을 입과 목으로 덥힐 때면, 지수는 내 입 따위가 아니라 어서 탑기 안에 들어가고 싶어서 미치겠다는 듯 나 아닌 탑기를 뜨겁게 만지고 애타게 바라보았다.
한때 8년이나 만났지만 지금은 신상을 쥐고 협박해 인간 이하 고기 장난감으로 전락시켜버린 내게 시선 한 번을 건네주지 않았다. 내가 지수를 얼마나 열렬히 애무하든 마찬가지였다.
“으윽, 못 참겠어. 일로 와.”
지수가 내 이마를 팍 젖혀버리고 짐승처럼 탑기에게 달려들었다. 탑기가 괜히 지수를 밀어내듯 앙탈을 부렸다.
“아힛! 자기야, 천천히. 형은 뭘 그렇게 쳐다봐요? 부러워요?”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지수 좆 인제 형 거 아니에요. 내 거예요.”
“그렇습니다.”
“근데 내 거 탐난다는 듯이 쳐다보면 눈깔 파버리고 싶잖아요.”
“예. 아니, 죄, 죄송…….”
“어차피 형 구멍은 인제 콩고 족장 거시기를 구해 와도 못 막아요. 근데 아직도 보통 사람인 양 다른 사람 하는 거 다 하고 사는 데 미련 있어요? 내가 전에 말했죠? 형 구멍은 무슨 구멍이라고요?”
“일반 사람처럼 자지 받을 자격 있는 구멍이 아니라……. 그냥 갖고 노는 육고기 장난감 후장이요.”
“빙고. 장난감 후장 안에 어울리는 건 정액이 아니라 뭐다?”
“침이나, 꽁초나……. 똥오줌이요.”
“알면 병신 걸레인 양 좆 박힐 기대나 하고 있지 말고 우리 둘이 즐길 동안 내 후장이나 빨아요.”
“예.”
“자기야? 응, 아앙……!”
격렬히 부딪는 쌍둔육 사이에 낯짝을 들이밀고 좆 드나드는 항문을 핥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두 동생의 볼깃살에 양쪽으로 얻어맞아 이목구비가 이리 찌그러지고 저리 짜그라지기 일쑤였다.
“읍. 읏……!”
전 애인이자 현 주인인 지수의 늠름한 자줏빛 고기 몽둥이가 쫄깃쫄깃 탱글탱글한 스무 살 똥구멍을 푹푹 쑤셔가며 개간했다. 싯누런 분비물이 자짓기둥에 엉겨 붙어 항문 주변에 건더기로 쌓였다.
목을 길게 빼서 탑기의 어수선한 항문 주변을 혀로 쓸고 걸레질했다. 아름다운 연인이 사랑을 나누는 동안 힘들거나 귀찮거나 지저분한 일을 둘 대신 도맡아 처리하는 게 장난감 고기 놈인 내 하나뿐인 일거리였다.
“허읏, 허욱……!”
지수가 자세를 바꿔서 탑기의 싱싱한 몸을 개처럼 따먹었다. 주춤주춤 망설이다 뒤치기하는 지수의 엉덩이 가까이 기었다.
“하앙, 아앙! 자기야, 좋아……!”
지수의 돌덩이 같은 하반신이 스무 살 탑기의 똥구멍을 강하게 찌르고 볼깃살을 퍽퍽 폭행했다. 지수의 청동빛 엉덩이가 탄력 넘치는 둔근 틈을 아주 약간 열기 무섭게 다시 홱홱 조이기를 되풀이했다.
지수의 은밀한 곳을 향해 엉거주춤 숙였다. 그리고 내 주둥이 항문을 쭉 내밀었다.
퍽.
“아.”
코가 찡했다. 지수가 엉덩이를 갑작스레 뒤로 뺀 탓이었다.
“후읍.”
굴하지 않고 지수의 항문을 한입 앙 물었다. 지수가 애끓는 듯 거센 신음을 토했다.
“어흑……!”
탑기는 내게 관계 중에 자신의 항문뿐 아니라 지수의 항문 또한 성심성의껏 애무하고 음낭을 마사지하게 했다. 쉴 새 없이 철떡철떡 떡을 치는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혀를 깊숙이 집어넣기란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러나 둘의 사랑 나누기를 돕는 동안에는 고추를 꼬집으면서 자위를 해도 좋다고 허락받았다. 그 때문인지 어느새 두 사람의 항문 냄새만 맡아도 전립선을 보르르 떠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내가 지수의 항문을 맛있게 핥으면 지수는 어김없이 매콤한 교성을 터뜨렸다. 이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 해줄걸.
그 어떤 연애 팁이나 권태기 팁 채널도 ‘당신의 남자 항문을 쪽쪽 빨고 혀를 깊숙이 집어넣어서 쑤시세요!’ 하고 가르쳐주지 않았다. 진작 이렇게 해줬다면 우리 권태기도 없었을지 모르고, 지수는 탑기랑 바람을 피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탑기 덕에 지수를 기쁘게 하는 법을 알게 돼서 다행인 걸까?
“읍, 웃.”
지수는 샤워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지수의 항문에 붙어있던 휴지 찌꺼기 몇 톨이 내 혓바닥 위아래서 굴렀다.
머릿고기를 바지런히 앞뒤로 흔들어 지수의 골반을 밀었다. 전 애인이 새 애인 안에 수월히 박고 쌀 수 있게 물심양면 거들었다.
“하앙, 자기야?”
“허? 어! 탑기야.”
“자기 나 사랑해?”
“하, 씨! 어. 사랑해서 미치겠어. 헉, 헛. 네가 그러니까……. 쌀 거 같잖아. 하욱!”
“흐응, 한 번 더 말해줘.”
“사랑해, 민탑기…….”
“앙……! 자기야, 깊이 싸줘……!”
“윽, 흐국? 억. 하아아앙……!”
강인한 한 마리 흑마처럼 찰파닥찰파닥 달리던 지수가 격렬한 달리기를 끽 그쳤다. 그리고 마둔살을 탑기의 가랑이에 철퍼덕 묻었다.
엉덩이 살코기를 푸르르 떨었다. 영역을 확실히 나눈 지수의 두 둔근이 에베레스트처럼 높았다.
나도 한때는 이 멋진 몸에 안겨서 악기처럼 소리 내고 땀과 눈물을 양껏 흘렸는데. 그런 꿈같은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바람난 전 애인이 된 몸이 남의 엉덩이에 삽입한 채 절정을 느끼는 순간에 전 애인 후장 핥기에 막판 스퍼트를 내며 혓바닥을 휘뚜루마뚜루 돌려대는 신세라니.
나도 정액을 싸고 싶었다. 그보다 오줌이 마려웠다. 묵은 똥이 꽉 차서 풀풀 썩는 배때기를 비우고 싶었다.
뭐라도 좋으니 비루한 몸뚱어리 안에 쌓여서 내 신경을 들뜨게 하고 날 한시도 쉬지 못하게 하는 무엇이든 깡그리 쏟아내고 나서 쓰러지고 싶었다. 깊은 잠에 빠져서 깨어나지 못하고 싶었다.
“아니다. 그냥 형한테 싸. 처리하기 귀찮아.”
“읏, 아! 하앙? 아직 나오, 앙! 나오는데……! 극, 변대훤 일로 와!”
지수가 얼굴을 자글자글 구긴 채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몸을 얼른 일으켜서 대답했다.
“옛! 앗……!”
지수가 내 팔뚝을 거칠게 잡아채서 탑기 위에 풀썩 넘어뜨리고 올라탔다. 전 애인의 살덩이가 둔한 항문살을 비집고 푹 들어왔다.
이게 웬 떡?
무딘 장기로나마 지수의 좆을 느끼면서 황홀감에 젖으려는 찰나, 지수가 내 고개를 팍 꺾어서 치워버렸다. 내 못생긴 얼굴 말고 탑기의 잘생긴 얼굴을 보면서 싸기 위해서였다.
“허아아……. 윽, 욱.”
지수가 좆머리를 단숨에 내 가슴 아래까지 밀어놓고 남은 정액을 짜듯 인상을 썼다. 지수를 곁눈질로 훔쳐보다가 구부러진 목에서 말소리를 끌어냈다.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에 싸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처리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주인님. 제가 응원하겠습니다. 파, 악! 읏. 파이팅……!”
“흣. 야, 너 안 닥쳐?”
“…….”
“탑기야, 나 봐. 형 봐야지. 헛, 허어엉! 이 씨팔, 네가 그따위 표정 짓고 야려도 꼴려.”
지수가 다 쓴 날 대충 치워버리고 탑기의 품에 안겼다.
“너무 좋아…….”
“아, 씨. 안에 남았잖아.”
탑기가 축 처진 지수를 밀어내고 좆 빠진 구멍을 스스로 쓰다듬었다. 난 지수가 쓰고 버린 휴지처럼 한쪽 구석에 찌그러진 채였다.
“형,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까요?”
탑기가 넘치는 탄력 때문에 절로 비좁게 꽉 닫힌 구멍을 벌름벌름 움직이며 선명한 감귤초콜릿 복근을 꿀럭였다.
뽀득. 뽀드득.
뿌르륵. 뽀글뽀글. 쪼륵.
탑기의 앙증맞지만 강력한 구멍이 바깥으로 영차영차 밀어낸 것은, 정체 모를 무언가에 물든 듯 부분부분 얼룩덜룩한 정액 덩어리였다. 좆물 건더기와 즙이 질질 흘러 탑기의 깊고 비밀한 엉덩살 골짜기를 적셨다.
“형.”
“네?”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몸을 화들짝 퉁겼다. 탑기가 예쁜 얼굴로 나른한 표정을 짓고 물었다.
“맛있겠죠.”
답은 정해져 있었다.
“네.”
“먹고 싶죠.”
“네.”
“그럼 핥아요.”
탑기가 유연한 연주황빛 양다리를 펼쳤다. 노을빛 지평선처럼 눈부신 절경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서러운 기분을 꾹 누르고 거사 직후의 구저분한 배출구를 향해 기었다.
정액이 왜 이런 색일까. 뭐가 섞인 설까.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다. 억지로 입을 가져다 대고 쭉 빨았다.
“후르릅.”
물컹한 식감과 씁쓸하고 느끼한 맛에 토악질이 날 것 같았다. 차라리 매일 아침같이 깨끗한 오줌과 정액을 햇반에 비벼 먹는 게 나았다.
“깨끗하게 다 먹어요. 어차피 언제든지 형이 다시 물고 빨아야 되는 구멍인 거 알죠?”
“후룩, 후루룩. 쩝, 쩝. 쪼옥, 쪽!”
“맛있어요?”
“읍, 흣. 네. 감사합니다.”
“형 존나 역겹네요.”
“……감사합니다.”
지수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챘다.
“악!”
“내 것도.”
“흡. 웁. 업. 법븍.”
지수가 내 입 안에 물렁한 좆을 담았다. 고약한 냄새가 났다.
탑기의 장과 내 장, 둘 모두를 드나든 좆이었다.
“우법. 우벱. 쫍! 쪼오옥? 쩝.”
됐나.
하던 대로 박기 전에 세워주고, 받기 전에 풀어주고, 박고 나서 닦아주고, 받고 난 구멍을 빨아서 처리까지 해줬으니 내 일은 끝난 거겠지?
상은 뭘까. 1초 동안 좆물 싸기? 3초 동안 오줌 싸기?
기대에 찬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두 동생을 번갈아 우러렀다.
“아아. 상?”
탑기가 눈치챈 듯 말했다. 최대한 불쌍한 얼굴을 한 채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자기야, 그동안 형 후장 확장도 그럭저럭 잘 됐고, 형 착하게 말도 잘 들었으니까, 우리 자기가 형 인제 애인에서 장난감 된 기념으로 후장 좀 갖고 놀아주는 거 어때?”
“그래? 그럼 그러지, 뭐.”
심장이 두방망이질했다. 후장을 갖고 놀아준다니.
어떻게? 지수는 방금 사정했는데.
나도 지수의 애인이었던 시절처럼 지수 좆을 좀 나눠주려는 걸까? 그래도 한때 서로 형 동생 하던 사이라서 내 맘을 이해하나.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었다.
“저기 가서 엎어요.”
탑기가 턱짓해서 가리킨 곳은 식탁이었다. 왜……?
의아했다. 하지만 내게 의문할 권리는 없었다.
식탁은 매일 아침 먹을 것으로 고문당하고 출근 전에 대형 딜도를 내장 굽이굽이 채우는 무서운 장소였다. 지수한테 뻥 차인 난 점점 더 많은 장소를 두려워하면서 살게 되었다.
엎으라니 엎어야지. 차가운 식탁에 가슴과 배를 붙이고 엎드렸다.
뜨거운 손이 오른쪽 다리를 낚아챘다. 그리고 식탁 다리와 함께 테이프 같은 것으로 칭칭 감았다.
“읏?”
“풉! 너무 오랜만이라 형 좋아서 발작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형 안 다치게 고정해주려고요.”
“구흣……!”
뜨거운 손가락이 내 고추를 거머쥐고 요도를 납작하게 눌러 닫았다. 너무 좋아서 하마터면 정액을 찍 쌀뻔했다.
답답한 이물감이 귀두에 찐득찐득 들러붙었다.
“예? 예……?”
‘뭐예요?’ 묻고 싶었는데. 입 밖으로 낸 말은 그게 다였다.
하지만 탑기는 둔하고 미련한 나와 달리 섬세하고 눈치가 빠른 애였다. 탑기가 무언가로 내 기둥마저 싸매고 말했다.
“형 또 기절해서 바닥 더러워지게 오줌 질질 싸면 안 되잖아요. 자꾸 그거 습관 되면 건강에 안 좋아요. 형 안전을 위해서예요. 내가 한 방울도 안 새어 나오게 단속해줄게요.”
내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무조건 따라야 옳았다.
“감사, 합니다……. 흐웃…….”
두 다리에 성기까지 속박당하자 식탁 위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통돼지 바비큐가 된 기분이었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죽는시늉이나 난리 안 피우고 지수 좆을 얌전히 받아낼 자신 있는데…….
“그힉?”
그런데 뒷구멍을 미는 것은 자지가 아니었다. 결단코 자지좆일 수 없는, 자지좆이어선 안 되는 크기였다.
대형 딜도보다 훨씬 컸다. 우둘투둘 뼈마디 같은 돌기까지 나있었다.
“힉? 키히익!”
거대하고 울퉁불퉁한 큐브가 엉덩뼈를 으스러뜨리려는 것처럼 밀쳐댔다. 골반뼈 가운데 터널을 무너뜨려서 길을 아예 막아버릴 양 무대포로 들이닥쳤다. 아랫도리 뼛골을 다 터뜨려서 줄줄 흐르게 할 듯 몰아쳤다.
“어억, 어어억!”
1초에 두 번씩 가랑이에 뺑소니를 당했다. 두 팔을 되는대로 휘저었다.
“살, 살려주……. 하억! 왜?”
“형.”
“아파요! 카하악……!”
“형 너무 시끄럽다. 요새 층간소음 땜에 사람도 죽어요. 형 살해당하면 안 되니까 내가 조용하게 만들어줄게요. 이것도 형 안전을 위해서예요. 알죠?”
외롭고 겁나는 마음에 ‘안전’이란 단어는 마법사의 달콤한 독약 같았다.
“하어? 악! 으붑.”
“내 팬틴데 맛 어때요? 영광이죠? 입으로 잘 빨아서 돌려줘요.”
탑기가 내 입에 자기 드로어즈를 꽉꽉 밀어 넣고 내 양 뺨을 한 번씩 올려붙였다. 도대체 둘은 내 항문을 가지고 뭘 하는 거지?
“야, 변대훤 얼굴 좀 가려봐. 사람 같아서 집중 안 되잖아.”
내 전 남자친구의 목소리였다. 아무리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있어도 난 아직 사람이었다.
사람이니까 사람 같은 게 당연하잖아. 그 순간 검은 비닐봉지가 눈앞을 덮쳤다.
“어븝, 허법!”
싫어.
무슨 짓을 해도 좋으니까 얼굴만 안 가리면 안 되나.
입을 막은 속옷에 얼굴을 감싼 비닐까지 이중으로 호흡을 방해했다. 패닉한 시선이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미쳐 날뛰었다.
“형, 오늘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되겠다. 까딱하면 그 안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숨 막혀 뒈지겠는데요?”
바스락거리는 비닐 너머에서 탑기의 웃음이 울렸다. 숨을 겨우겨우 들이켤 때마다 어김없이 비닐이 콧구멍 양쪽에 달라붙었다.
“아! 자꾸 움직여, 씨발 짜증 나게.”
탑기가 날카로운 음성을 질렀다. 어딘가에서 뭐가 우당탕했다.
겁먹은 두 눈이 똥구멍처럼 헤픈 동공을 한껏 벌려젖혔다. 사나운 손길이 내 몸뚱이를 식탁에서 들어 올렸다.
“이렇게 다 싸버려야지. 그럼 못 움직이겠지?”
가슴과 어깨를 감싸는 감촉은 랩이었다. 뜨거운 손이 내 몸뚱어리를 친친 동여매서 식탁에 쿵 떨어뜨렸다.
마지막엔 식탁까지 같이 감아버린 것 같았다. 완전히 꼼짝할 수 없고 보거나 말할 수도 없었다.
탑기 말이 맞았다. 조용히 죽는대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게 상인가? 이게 왜 상이지?
“자기야, 잘돼가? 보자. 빼봐. 어휴……. 그사이에 더 시커메진 거 같냐.”
“확실히 주먹을 넣으니까 확 커지네.”
“역시 우리 자기는 못 하는 게 없다니까. 쪽! 좀만 더 하면 평소에도 길게 열려서 아예 안 닫히겠는데? 근데 어떻게 한 번을 안 찢어지고 넓히면 넓히는 대로 다 늘어나지. 형 후장 타고난 개걸레 4차원 주머니 후장인가 봐. 자기 이런 후장 갖고 싶어 했잖아. 일자 후장.”
“……내가?”
“우리 자기 욕심쟁이라니까. 나 같은 ‘좁후’가 좋달 땐 언제고 나랑 만나니까 인제 또 괴물 아가리 후장이 당겨?”
“아니야, 그냥……. 난 네가 좋으면 다 좋아.”
“뺄 때 더 확 빼봐.”
“헛, 헉! 이렇게?”
허읍. 허윽.
살려주세요. 무서워요. 이러다 죽으면 어떡해요? 엄마 아빠, 이런 아들이라서 죄송해요. 근데 아버진 제 맘 이해하시죠? 에헤헤!
“그렇지! 뺄 때 아예 주먹을 펴버려. 손가락 다섯 개 다 쫙 펼치고 잡아당기듯이 확 빼봐.”
“빠세이!”
법. 버어업!
‘부르륵.’
배 속 무언가가 항문 밖으로 와르르 쏟아졌다. 끌어 올릴 길 없게 아주 미끄러져서 아래로 축 처졌다.
“우와, 됐다! 자기야, 됐어! 아학학!”
“……이게 되네?”
찰칵. 찰칵찰칵. 띵.
“자기야, 지금 동영상 찍고 있거든? 도로 집어넣었다가 다시 아까처럼 빼봐.”
“어? 어.”
욱. 우북.
“내가 이거 만들려고 그동안 개고생한 거 생각하면 말도 안 나와. 자기야, 나랑 자기를 위한 우리 사랑의 장미야. 어때? 맘에 들어?”
“뭐, 그런대로.”
“그런대로?”
“존나 맘에 들어.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야.”
“로즈 데이 언제지? 헐. 나 올해 스무 살인데 성년 선물이네? 로맨틱해…….”
“축하해, 민탑기.”
“대창같이 생기지 않았어? 그렇지?”
“야. 하지 마. 나 대창 좋아.”
“나도 좋아. 앞으로 대창 먹을 때마다 형 생각나겠다. 사람들한테 설 존나 풀어야지. 큭큭큭!”
“우욱.”
“형, 뒤진 거 아니죠? 형 지금 대박 섹시해요. 내가 본 후장 중에 형이 일등이에요. 큭큭! 빈말이 아니고요, 진짜 형 후장이 제일 징그럽고 토 나와요. 이거 인제 후장이라고 할 수도 없겠는데요. 완전히 무슨 괴생명체 에일리언 프레데터예요. 형 따먹으려다가도 후장 까보고 충격받아서 다 도망가겠는데요? 좆물 빼러 왔다가♪ 발로 까고 가지요♬”
무언가가 엉덩이골에 척 붙었다. 이번에도 청테이프인 것 같았다.
인제 끝이겠지. 배 속을 더는 주먹에 두들겨 맞지 않아도 되겠지.
“그나저나 형 똥마개 새 걸로 바꿔줘야 되겠다. 그전까진 어떻게, 야구 배트라도 밑구멍에 처박고 있을래요?”
어린 남자가 식칼이나 과도 같은 걸로 식탁을 삑삑 긁어서 랩을 부부북 잡아 뜯었다. 그리고 날 품에 안았다.
“수고했어요, 우리 이쁜 똥강아지. 자지 좀 만져줄 테니까 인제 저기 가서 앉아있어요.”
“헙, 흐음…….”
동생의 커다란 손이 내 작은 고추를 청테이프 위로 쓰다듬고 주물렀다. 신음이 자동으로 코를 치고 튀어나왔다.
“자, 가요.”
탑기가 내 둔육을 철썩 올려붙였다. 검은 비닐봉지 아래 틈을 보고 절뚝절뚝 걸어서 거실 티브이 옆 ‘생각 안 하기 의자’에 앉았다.
‘생각 안 하기 의자’란 탑기가 준 선물 중 하나로, 변기처럼 생긴 노인ㆍ환자용 의자였다. 평소 탑기가 퇴근한 내 엉덩이에서 거대 딜도를 한 번에 잡아 빼주고 나면, 난 곧장 변기 모양 의자에 앉아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항문이 저절로 우글우글 튀어나오게 도와주는 물건이었다.
처음 앉을 적에는 항문에 힘을 꽉 주고 조금이라도 장이 빠져나오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다 썼다. 지금은 그저 중력에 몸을 맡긴 채 순간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되었다.
생각 안 하기 의자에 앉아서 생각을 안 하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잠잘 때를 빼면 제일 편안했다.
“심심하면 의자 옮겨서 장난감 갖고 놀든가요.”
탑기가 뻐스럭뻐스럭 소리가 나게 비닐봉지 위로 내 머리를 쓰다듬고 덧붙였다.
“근데 형 봉지 씌워 놓으니까 되게 잘생겼어요. 큭큭.”
엉거주춤 일어나서 의자와 함께 뒤뚱뒤뚱 걸었다. 그리고 베란다 유리창 가까이 붙었다.
플라스틱 좆끝을 입에 물었다. 변의를 조금 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