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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민탑기(6) (14/41)

2. 민탑기(6)

어린 남자는 내게 숟가락 하나를 쩔꺼덩 던져주었다. 아침밥 대신 어젯밤 내장 고문을 당하면서 쏟은 토사물과 지린 소변을 먹어서 처리할 것을 명령했다.

겁박하듯 거실 티브이에 내가 지수한테 안기며 음란 괴물 같은 얼굴로 좋아서 신음하는 장면을 틀어놓은 상황이었다.

바닥의 오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 안에 넣자마자 구역질하고 도로 뱉기를 반복했다. 어린 남자는 커다란 밥숟갈을 내 목구멍에 꽂아 벅벅 긁으면서 이제부터 똥개처럼 허락 없이 오줌을 지리거나 구토하면 황홀한 표정을 짓고 진공청소기처럼 입으로 전부 후루룩 빨아 당겨서 청소해야 한다고 을렀다.

소변을 누지 못하는 몸 상태가 된 것이 어쩌면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언제 구토한 걸까. 어젯밤 애인 손에 사지를 붙잡힌 채 애인의 바람 상대가 내 안에 집어넣는 플라스틱 괴물 음경을 견디던 이후의 기억이 없었다.

성기와 항문과 배가 두루 아팠다. 그러나 정조대를 차고 배 속에 음란한 물건을 품은 채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두 사람은 날 출근만큼은 꼬박꼬박 시켰다.

차에 타기 전에 단지 내 상가 화장실로 달려가서 소변을 보려고 한 번 더 시도했지만 몇 방울 찔끔찔끔 나오다가 그쳤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고 싶은 동시에 알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다.

출근해서 핸드폰을 확인하자 홈 배경 화면부터 메시지 앱 내 배경 화면까지 전부 변경되어 있었다. 우리 세 사람의 단체 채팅방, ‘다정한 가족♡’은 물론이고 내 진짜 가족의 단체 채팅방, 심지어 직장 내 채팅방이나 행사 관련 대화를 포함해서 깡그리 내 파렴치한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도배해놓은 상태였다.

기계 만지는 데 젬병인 난 당황한 정신에 원래대로 돌려놓지도 못한 채 채팅방 참여자 전원에게 내 사진이 보이는 줄 알고 내내 안절부절못했다. 출근하고 나서야 그 꼬락서니를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절망하다가 나중에야 바뀐 배경 사진은 나만 볼 수 있다는 걸 눈치채고 한시름 놓았다.

‘다정한 가족♡’ 단체 채팅방 속 내 프로필마저 괴상한 표정을 지은 내 얼굴 캡처 컷으로 설정된 채였다. 어린 남자는 채팅방에 지수나 자신의 성기 사진, 잘 나온 셀카, 지수와 둘이서 멋있게 찍은 사진 등을 주야장천 올려댔다.

덕분에 핸드폰에 손도 못 대고 한나절을 보내야 했다. 정조대 때문일까. 어린 남자가 전송해대는 노골적인 사진뿐 아니라 평범한 사진조차 내 정신을 어지러이 흐트러뜨렸다.

성인용 스테인리스 장난감은 인간의 이성을 지우고 짐승의 욕망만 남겼다. 게다가 난 이미 내 의지든 아니든 성기에 정조대를 차고 항문에 가짜 수컷 괴물 성기를 끼운 채 직장에 출근한 변태 자식이었다.

평소라면 태연하게 넘길 자극에도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두방망이질했다. 누가 내 정조대 윤곽이나 빵빵하게 부푼 배를 알아챌까 두려웠다. 진짜 변태 자식이 된 것처럼 허벅지와 종아리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장 내벽을 늘이는 플라스틱 탓에 속이 메슥거렸다. 밥도 먹지 못했다.

면도날로 갈가리 긁어놓은 아랫도리와 밑구멍은 감염된 듯 따갑고 화끈거렸다. 밤사이 자란 털이 상처를 찌르는 고통과 가려움은 덤이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수업 중간에 화장실로 내달았다. 손을 씻을 새 없이 칸 안에 들이닥쳐서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환부를 벅벅 긁었다.

“흐아어아…….”

알싸하게 퍼지는 손톱 맛에 눈을 절로 까뒤집었다. 폭력 같은 쾌감이 사방에서 두들겨 팼다. 얼큰했다.

좋아, 응. 기뻐, 응. 난 행복해. 헤으응……♡

아주 그냥 시원―하다! 아―싸!

앗싸라비아 콜롬비아♪ 닭 다리 잡고 뜯어 뜯어♬

“구욱.”

급기야 양손을 바지 속에 집어넣고 괴상한 포즈로 서서 박박 갉고 북북 할퀴었다. 고추와 알과 똥꼬를 마구 꼬집고 들입다 쥐어뜯었다.

눈물이 찔끔 났다. 기괴한 표정이 히죽히죽 나타날 만큼 개운했다.

아랫도리를 마음껏 긁을 수만 있다면 직장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쾌거였다.

“흐윽. 하악……!”

그러나 쾌락 뒤의 고통은 피할 길 없었다. 하반신을 불로 지지는 듯했다.

도대체 아래가 어떻게 된 걸까.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아랫도리 가까이 스스로 들이댔다. 망설임 없이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어째서 이렇게 괴로운 것인지 알고 싶었다.

“…….”

사진 속, 검은 딜도 꽁무니를 삼킨 항문 주변에 수포가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그제야 스테인리스 정조대 살 사이사이로 플래시를 비추어 성기를 살폈다.

매한가지였다. 소름 끼칠 만큼 징그럽고 지저분한 노란색 물집이 귀두와 기둥에 다다귀다다귀 돋은 채였다.

난 내 사랑하는 애인을 평생 굳게 믿고 따른 죄밖에 없는데. 하라니 한 것뿐인데.

냄새나는 화장실보다 더 냄새나는 난 좁고 어두운 칸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우두커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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