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민탑기(5)
눈꺼풀이 딱 달라붙어서 뜨기 힘들었다.
지금 몇 시지. 출근해야 되는데. 시계가…….
“윽!”
허리를 일으키려다가 고꾸라져 식탁에 이마를 박았다. 발밑이 흥건했다.
시계를 확인하려고 상반신을 조금 비트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이른 새벽이었다.
그나저나 내 그곳은 안녕한가. 뭘 어쨌길래 아직도 이렇게 이물감이 남은 거지.
손을 뻗었다. 엉덩이 배출구를 더듬더듬 만져보았다.
“…….”
손끝에 닿는 것은 분명 장난감의 감촉이었다. 어제 본 대형 딜도의 형태를 돌이켰다.
끄트머리 중앙부만을 항문 살코기 틈으로 겨우 노출한 채 내 배 안에 꽉꽉 들어찬 물건은, 다름 아닌 그 검은 딜도가 틀림없었다.
어떻게 빼지? 이 상태로 출근할 순 없잖아.
막무가내로 잡아 빼다 내장까지 다 흘러나와버리면 어떡하지?
긴장감 때문일까. 배통이 싸르르 아팠다.
그리고 소변이 마려웠다. 사람 미치게 하는 요의는 어느새 내 단짝이나 다름없었다.
찰박찰박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정신을 잃은 사이에 실금을 몇 번이나 해버린 걸까. 아니면 두 사람이 뿌린 오줌일까?
화장실에 가야 했다. 김지수, 아니, 어린 남자가 일어나기 전에 용변이란 용변은 모조리 다 해결해야만 했다.
어린 남자가 잠에서 깨면 눈을 시퍼렇게 뜨고 내가 볼일조차 못 보게 감시하겠지.
두 사람은 침실에 있는 듯했다. 배 속에 플라스틱 한 무더기를 담은 채 어기적어기적 화장실에 들어 문을 잠갔다.
쩔걱. 문 잠그는 소리가 너무 컸다.
“허아, 트훗……!”
아랫도리가 온통 따갑고 쓰렸다. 딜도 문 엉덩짝을 조심스레 잡아 벌려 화장실 거울에 비춰보았다.
어깨너머로 봐선 알 수 없었다. 딜도를 먼저 꺼내야 할 것 같았다.
그 전에 소변부터 보자. 배 속으로 사라진 대형 딜도보다 더 무서운 건 소변 참기였다.
“흣…….”
그런데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괴이한 일이었다.
분명 오줌이 마려워 죽겠는데 왜 눌 수 없는 걸까.
쾅쾅쾅!
문 두들기는 소리가 우레처럼 화장실을 뒤흔들었다.
“하암. 2번 형, 안에 있어요?”
“…….”
“설마 허락도 없이 몰래 오줌 싸는 거 아니죠? 문 열어봐요.”
사지가 고드름처럼 뾰족이 얼었다. 쾅쾅쾅 소리를 한 번 더 들었을 땐 나도 모르게 숨죽여 흐느끼며 딜도 바닥을 긁다가 손가락을 항문 살코기 안에 꾸물꾸물 찔러넣고 딜도 끝을 찔끔찔끔 잡아당기는 중이었다.
“흐웃…….”
그러나 단순히 직장에 끼워놓은 게 아니라 구불구불한 창자 속속들이 차곡차곡 틀어박은 대형 딜도는 스스로 잡아당긴다고 쉽사리 꺼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망치질을 해놓은 것처럼 꼼짝도 안 했다.
이대로 배 속에 박혀 빠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서 빼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창피는 꿈에서도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였다.
“항시 골리면 대주리 69-892번지? 여기가 형네 본가 주소?”
어떻게……. 김지수가 말했나?
그럴 리 없다. 김지수는 애초에 나나 내 본가에 지나친 관심을 갖지 않는 만큼 주소를 일부러 일러줘도 기억 못 할 위인이었다.
“형 안 나오면 여기로 전화할게요.”
해. 해! 하면 네가 어쩔 건데!
어린 남자는 협박을 밥 먹듯 서슴없이 해댔다.
“아니다. 그냥 형 사진을 보내야겠다. 이쁜 거 많은데. 어제 형 맛 가있는 동안 새로 찍었거든요. 내가 형 인생샷 여러 장 건졌어요.”
“…….”
“형한테 생각보다 검은색이 잘 어울리더라고요. 진짜 나 같은 동생이 어딨어요. 아, 아니면 전에 찍은 동영상을 보낼까요?”
“…….”
“맞아, 나 형 SNS 계정 만들었어요. 여기다 형 사진이랑 동영상 몇 개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 좋아요. 사람들 취향 희한하죠? 세상에 이상한 거 보고 꼴리는 사람 은근 많나 봐요.”
“…….”
“구독자 벌써 만 명 넘었어요. 형 같은 거 올려도 푼돈은 벌리더라고요? 나 요즘 형으로 좆테크 중이잖아요. 아, 똥테크인가?”
“…….”
“형 같은 허벌 막창 좆고기 새끼가 다 있냐고 돌림방하러 오고 싶대요. 다 형 신상 궁금해하는데 얼마에 풀까요? 형네 부모님 보여드리면 자랑스러워하시지 않을까요? 특히 이거요.”
【허읏, 헉! 아헉, 아흑……. 짓, 지수야. 힉! 난 어때? 내 거기도……. 박을만해? 사랑해. 사랑, 흐엑……?】
소변 하나 제대로 못 내보내는 몸뚱어리를 스르르 돌이켰다. 그리고 화장실 문고리를 잡았다.
문을 열었다.
“좋은 아침.”
어린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날 껴안았다. 내 등을 두드리고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새날 아침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