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민탑기(3)
얼마나 맞았는지 알 수 없었다. 온몸이 빠짐없이 욱신거렸다.
좁은 시야에 창밖이 밝았다. 동이 트는 모양이었다.
“셋 셀 때까지 안 일어나면 내가 형님이에요.”
“…….”
“셋.”
“…….”
“둘.”
“흐웃…….”
“우와, 형 진짜 끈질기네요. 같은 남자로서 인정.”
세 배는 족히 불어난 얼굴을 가까스로 들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바닥을 딛고 몸을 일으켰다.
지수는 내 애인이야. 내가 지수의 첫 번째야.
이렇게 포기할 수는…….
“푸헉!”
꽝. 어김없이 마룻바닥과 키스했다.
머릿속에서 타임벨 소리가 딩딩딩 울리는 듯했다.
“다시 셀게요. 셋.”
“끄응…….”
“둘.”
“…….”
“하나.”
“…….”
미안해, 지수야…….
“땡! 큭큭큭큭큭!”
난 그렇게 내 집에 사는 내 남자의 세컨드가 되었다.
“하윽!”
어린 남자가 내 고개를 억지로 들었다.
“잘 부탁해, 대훤 동생. 푸하학!”
어린 남자가 한참 웃고 물었다.
“계속 존대할까요? 뭐가 좋아요?”
“흐욱…….”
“그래요, 그럼. 어쨌거나 나보다 나이는 훨―씬 많으니까 존대는 계속해줄게요. 그래도 형은 두 번째예요.”
“흑! 힉…….”
무엇보다 비참한 건, 어린 남자한테 더는 맞고 싶지 않아 대들 엄두조차 못 내는 나 자신이었다.
“일어나요, 대훤이 형. 출근해서 돈 벌어와야죠. 그래야 나랑 우리 자기한테 맛있는 거 사줄 거 아니에요.”
“흐훅, 허어……!”
“너무 속상해하지 마요. 우리 자기한테 잘 보이면 다시 형 ‘첫 번째’ 시켜줄지 어떻게 알아요. 뭐 언젠가는 그런 날이 또 오지 않겠어요?”
“하아읏, 허욱.”
서러움을 꺽꺽 토하는 날 내버려 두고, 두 사람이 소파 위에서 하나가 되었다. 서로 팔을 엮고 다리를 얽은 채 다정히 볼을 비벼댔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맞짱’에서 진 나한텐 8년 만난 애인에게 내 권리를 주장할 자격조차 없었다. 원망스러운 애인을 노려보았다.
“…….”
김지수가 아무 감정도 담지 않은 눈으로 날 마주 노려보았다. ‘누가 지래?’ 하고 묻는 듯한 표정과 눈빛이었다.
슬픈 건 슬픈 거고, 출근은 해야 했다. 천근만근 같은 몸을 끌고 화장실을 향해 기었다.
어린 남자가 소리쳤다.
“형, 어디 가요? 뭐 하게요?”
화장실에 다다라서 문고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다가오는 발소리에 문고리를 화들짝 놓는 바람에 도로 바닥에 척 들러붙었다.
“히익?”
어린 남자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본능대로 두 팔을 올려 얼굴을 감싸고 허리를 둥글렸다.
맞고 싶지 않았다. 너무 아팠다. ‘첫 번째’를 잠시 포기해버릴 만큼 싫었다.
“흣, 흣? 흑! 웃…….”
“지금 뭐 하냐고 묻잖아요. 대훤이 형?”
“익. 큿.”
“화장실에서 뭐 하려고요. 오줌 싸려고요? 설마 똥?”
뭘 하든 뭔 상관이야. 온몸이 달달 떨었다.
“대답 안 하죠. 또 혼날래요? 나 형한테 세 번째 물어요. 안에 들어가서 뭐 할 거예요?”
“추, 우, 출근, 준비, 해야 돼요. 흑? 헉.”
“오줌은 안 돼요. 출근 준비만 하고 오줌은 싸지 마요.”
“……?”
두려움마저 잊고 어린 남자를 칩떠보았다. 안 되긴 뭐가 안 돼.
“왜 그렇게 쳐다봐요? 안 되겠다. 내가 형 따라 들어가서 감시해야겠다.”
어린 남자가 날 번쩍 들어 바닥에서 일으켰다.
“읏차.”
어린 남자가 직접 문을 열고 나와 함께 화장실에 들었다. 어린 남자는 날 뒤에서 감싼 채 내 손에 칫솔을 쥐이고 치약까지 짰다.
“자, 우리 대훤이 형 양치합시다. 아.”
“아니, 저…….”
“응?”
“양치 말고 샤워할 건데요.”
나름 쌀쌀맞고 단호한 투로 말했다. 샤워는 아까 했지만, 어린 남자를 내보내기 위한 말이었다.
내 집에서 내 몸을 내 맘대로 할 자유마저 어린 남자한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어린 남자는 내 애인의 관심을 뺏고, 진심을 뺏고, 이곳도 뺏은 다음 인제 ‘첫 번째 애인’ 자리까지 빼앗았다. 더는 무엇도 뺏기고 싶지 않았다.
“샤워를 하겠다고요?”
“네.”
“안 돼요. 누구 맘대로 샤워를 해요. 이 닦고 세수만 해요. 아.”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야. 어린 남자가 덧붙였다.
“인제 대훤이 형이 두 번째니까 앞으로 내 말 잘 들어야죠.”
어이가 가출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는 자기는 두 번째일 때 내 말 잘 들었나.
그렇다면…….
“그러면, 그러면 볼일 보게 나가요.”
“무슨 볼일 볼 건데요?”
오줌을 싸겠다고 말하면 안 나갈 것 같았다. 짧은 고민 끝에 말했다.
“큰 거요. 급하니까 빨리 나가요.”
“큭. 큭큭큭. 또요? 많이 급해요? 큭큭!”
어린 남자가 커다란 손을 들어서 내 울퉁불퉁 맞아 부은 얼굴을 잡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세면대 거울이 비추는 어린 남자와 내 외모 차이에 입술을 앙다물었다. 우리 둘은 마치 다른 종 같았다.
“똥싸개.”
“……!”
단춧구멍만 해진 눈을 뻔뜩 떴다. 등 뒤를 빈틈없이 가둔 어린 남자의 튼튼한 품 안에서 초라한 어깨를 잘게 흔들었다.
“대훤이 형 같은 똥싸개는 싸고 싶다고 막 싸면 안 돼요. 형 짐승이에요? 가축이에요? 아니잖아요. 사람이잖아요. 그렇죠? 우리 집 개새끼도 똥오줌은 가려요. 대훤이 형은 명색이 우리 자기 두 번째 애인인데 똥오줌도 못 가리면 되겠어요? 근데 형, 걱정하지 마요. 내가 도와줄게요.”
거울 속 어린 남자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비릿하게 웃었다.
“앞으로 우리 똥싸개 변대훤 형이 똥오줌 잘 가리게 오늘부터 배변 훈련 들어갑시다. ‘두 번째’는 원래 똥오줌도 첫 번째 허락 맡아야 쌀 수 있는 거예요. 그니까 앞으로는 오줌이건 똥이건 내가 싸라고 할 때만 싸면 돼요. 안 어렵죠?”
화장실에 발을 들인 때부터 아랫배를 꾹 졸라온 요의가 한층 강렬해졌다.
네가, 뭔데, 참으라 마라야.
“내가 왜……. 읍?”
입술을 뗀 순간 어린 남자의 손이 내 입을 꽉 틀어막았다.
“형은 인제 혼자 화장실 못 들어올 줄 알아요. 무조건 나랑 같이 와요.”
“…….”
“우리 두 번째. 첫 번째인 내가 모자란 형 잘 챙겨야지 어쩌겠어요. 너무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요. 형이 아니라 우리 자기야를 위해서니까.”
“…….”
“큭큭. 큭큭큭!”
어린 남자는 내 이를 직접 닦이고 얼굴까지 씻긴 후 화장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아침밥 먹을 것을 강요했다.
그렇다고 어린 남자가 차려다 바친 건 아니었다. 내가 아침상을 스스로 차릴 때까지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날 내려다보았다. 그뿐이었다.
“깨작거려요. 뒤질래요?”
“…….”
네가 맞은편에 앉아서 나만 쳐다보는데 밥이 넘어가겠니. 배고파서 나더러 아침상을 차리게 한 줄 알았건만, 어린 남자는 내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팍팍 좀 떠서 넣어요. 도와줘요?”
“윽, 욱!”
어린 남자가 숟가락을 잡고 내 입 안으로 밀었다. 숟가락이 목구멍을 쿡쿡 찔렀다.
“크흑, 쿡! 쿨럭, 쿨럭…….”
“후흥, 뭘 이 정도로 그렇게 힘들어해요. 그래갖고 좆이나 빨겠어요? 아! 잘됐네. 이참에 밥 먹을 때마다 딥스로트 연습이나 하면 되겠네요.”
되긴 뭐가 돼. 어린 남자 혼자서만 재밌었다.
“앞으로 형 밥 먹을 때마다 내가 목에 좆 받는 연습 시켜줄게요. 좋죠.”
“아니요.”
“아앙, 형! 거짓말하지 마요. 사실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는 거 다 알아요. 혹시 알아요? 대훤이 형이 목까시 기깔나게 잘하게 되면 우리 자기가 형 노력에 감명받아서 다시 첫 번째 시켜줄지? 푸힉!”
어린 남자가 뭐라고 떠들든 난 내가 지수의 변함없는 첫 번째라고 믿었다. 김지수가 나한테 어떻게 하라고 했건, 내가 구타를 이기지 못해 두 번째가 되는 데 동의했건 말건, 그런 건 아무 관계 없었다.
나만이 지수의 첫 번째였다. 나 혼자만의 음모론이 아니었다. 숨길 수 없는 진실이었다. 난 미친 정신병자가 아니었다.
“빨리 좀 먹어요, 지각하겠어요. 형이 나랑 우리 자기 둘 다 먹여 살려야 되는데 잘리면 안 되잖아요. 자, 아.”
어린 남자가 숟가락을 내 입술 사이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 편도를 콱콱 찌르고 목구멍 안으로 쑥쑥 미끄러뜨렸다.
“걱. 커헙! 픕, 쿨럭! 그웨엑.”
“아, 더러워 죽겠네. 우욱. 나까지 토 쏠려요. 형! 똑바로 좀 해요. 밥 하나 제대로 못 먹어요?”
어린 남자가 시끄럽게 지껄여봐야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입을 틀어막고 역류하는 음식물을 겨우 내리눌렀다.
오줌이 마려웠다. 빨리 집을 벗어나서 소변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내 집에서 볼일도 못 보고 밥 한술 맘 편하게 못 뜨다니. 이건 사람 사는 게 아니었다.
새벽엔 두들겨 맞고 실수한 것 처리하느라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사랑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일단 살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축사의 가축도 밥 먹고 볼일 보는 건 맘 편히 하지 않나?
“대훤이 형, 아가리 벌려야죠. 쌍코피 달고 출근할래요?”
그건 싫었다. 입을 ‘아’ 열었다.
“옳지. 우리 넘버투 말도 잘 듣고 예뻐.”
“욱. 우웨엑!”
“지금 내가 준 거 뱉었어요?”
“흐흣…….”
토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고개를 숙이고 축축한 눈가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조금 올라온 음식물을 밥그릇에 그대로 게워내고 말았다. 그나마도 제대로 씹어 넘기지 못해 형태가 거의 남은 모양새였다.
어쩌면 잘된 일이었다. 더는 억지로 먹기 싫었다.
“힝. 자기야, 일로 와봐.”
어린 남자가 난데없이 김지수를 불러세웠다.
“어? 왜, 우리 아기.”
“나 진짜 대훤이 형 땜에 속상해.”
“왜. 뭔 일인데. 변대훤이가 너 또 괴롭혀?”
허. ‘변대훤이가’, ‘괴롭혀’?
8년을 만난 사이란 어쩌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아닐까. 내 애인이 감정에 서툰 줄은 알지만 가슴 저미는 말이었다.
“내가 우리 대훤이 형 넘버투 돼서 속상할까 봐 일부러 신경 좀 쓰려고 아침밥도 챙겨 먹이는데 이거 봐. 다 토한 거 봐.”
“민탑기 너도 살살 좀 해라. 그래도 네가 인마, 굴러온 돌인데 박힌 돌 기분이 어떨지 생각은 해봤어? 네가 챙겨준다고 얘 밥이 넘어가겠냐? 그렇지, 변대훤?”
김지수가 고개를 꺾어 날 들여다보았다. 일부러 지수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내가 어린 남자한테 북어포처럼 두들겨 맞을 동안 구경만 하던 모습을 아직은 덮어둘 수 없었다. 애인을 용서하는 데도 최소한의 시간은 필요했다.
“그러면 어떡해야 형 밥이 넘어가지? 아! 자기가 도와주면 되겠다.”
“나?”
“응. 굴러온 돌이 먹여주는 밥은 먹기 싫어도 자기가 먹여주는 밥은 받아먹겠지. 형이 나 말고 자기는 좋아하잖아.”
“변대훤이 나 엄청 좋아하지. 허허.”
“자기야, 바지 벗어봐. 푸흡!”
“갑자기?”
“뭘 새삼. 우리 셋 다 인제 가족인데 갑자기는 무슨 갑자기야. 고추 까라면 군말 없이 까야지. 그게 신혼생활의 맛 아니야? 어허, 앙탈은 이혼 사유인 거 몰라? 여보 자기?”
“알았어. 너한테는 뭘 물어보지를 못하겠냐.”
“못 해! 사랑엔 말이 필요 없는 거야. 고추만 필요 있는 거야. 헤헷!”
“그게 문제야. 네 그 애교가 문제야. 안 되겠다. 질 수 없지. 나도 한다. 아아앙!”
김지수가 괴상한 소리로 짖고 바지를 훌러덩 내렸다. 기다란 살덩이가 디룽디룽 흔들리며 청동빛 허벅지를 턱턱 때렸다.
“아핫? 잠지다! 우리 자기 잠지 나왔다!”
“야. 너 그거 하지 말랬지. 왜 자꾸 내 거 보고 잠지라 하는데.”
“내 맘. 하앙, 맛있겠다.”
어린 남자가 깜찍 발칙한 얼굴로 지수의 눈과 고추를 번갈아 보았다. 김지수가 어린 남자의 행동에 금세 껄껄 웃었다. 어린 남자가 고추를 빨아줄 것 같으니까 마냥 좋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지수는 아주 단순한 생물이 아닐까. 내 생각보다 훨씬 별것 없는 인간인가.
내가 만약 종일 일하고 퇴근해서도 잠들기 직전까지 김지수의 고추를 입에 물고 빨아대면서 절대 놔주지 않았다면, 지수가 바람을 안 피웠을 수도 있으려나.
지수가 셀 수 없이 많은 바람을 피우는 동안 그토록 원했던 건 사랑도, 재미도, 새로움도, 호기심도, 짜릿함도 아닌, 단지 고추가 심심할 새 없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괴롭혀줄 ‘고추 닥터피시’였던 건 아닐까.
설마.
내가 그토록 오래 온 맘을 다 바쳐 사랑해온 남자가 그런 유아일 리 없다. 게다가 만일 내가 지수만의 고추 닥터피시가 돼줬다고 해도, 지수는 고추 따위 절대 먹어줄 것 같지 않은 도도한 상대를 찾아 나섰을 것이다.
“형. 뭐 해요. 밥그릇에 남은 밥 남기지 말고 싹싹 다 긁어먹어요. 내가 검사할 거예요. 밥공기 안 비우면 오늘 출근도 못 할 줄 알아요.”
뭔 소리야. 밥에다가 토했는데 어떻게 먹어.
아연실색하고 밥그릇 속을 내려다보았다. 처음 개미 눈물만큼 적게 푼 밥 덕에 밥그릇은 바닥을 보였다.
그러나 쌀밥 두어 숟갈이 내가 토한 음식물을 숄처럼 걸친 채였다. 그걸 다시 입에 넣는 상상을 하자 속이 메슥거렸다.
어린 남자가 발랄한 목소리를 높였다.
“어때요, 대훤이 형? 우리 자기 고추 보니까 갑자기 막 입맛 쩍쩍 돌죠? 헐! 이게 그 자린고빈가……? 자린고추? 아, 몰라. 아무튼 밥 먹어요. 자기야, 우리 셋이 다 같이 사니까 아침부터 너무 재밌지 않아?”
“어? 어.”
“아아, 이게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는 이유인가 봐. 나 너무 행복해. 하으응…….”
“나도 행복, 허억? 핫! 흐웃, 흐우……. 흥겟.”
“우븝, 우붑. 읍츗, 틋, 하앙. 모닝 바게트 보나페티. 푸힛!”
김지수가 어린애처럼 티셔츠 자락을 두 손으로 훅 치켜든 채 눈을 뻐덕뻐덕 뒤집었다. 어린 남자가 내 맞은편에서 지수의 고추를 열심히 따먹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식탁에 앉아 누가 고추 빠는 장면을 본다면 멀쩡한 밥도 안 넘어갈 것 같은데. 이 상태에서 내가 토한 걸 어떻게 다시 먹으란 말일까.
김지수는 불과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어린 남자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염소처럼 두 다리를 발발 떨어댔다.
“싸, 앙! 탓, 탑기야. 나 쌀 거 같아. 후응……!”
“읍, 프흣. 자, 여기다 싸.”
어린 남자가 지수의 흥건한 좆을 붙잡아 내 밥그릇에 갖다 대고 주물럭주물럭 쥐어짰다.
“진, 힉! 진짜? 오늘 왜 이렇게 빨리 싸라 해? 나 진짜 싸도 되는 거 맞아? 나중에, 뭇, 응! 뭐라 하는 거 아니지? 어?”
“싸랄 때 안 싸면 개 같은 좆구멍 확 막아버린다.”
“아, 항! 쌀래, 좆물 질질 쌀, 으극! 그그극…….”
“쭉쭉 싸! 잘한다! 아직. 좀 더. 아이, 씨발! 더 싸야지!”
“흐으긍, 탑기야. 허엉, 나 다 쌌어……!”
“내가 싸고 나서 맘대로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 안 된다고 했어?”
“안, 앙! 안 움직였어. 가만있는데 몸이……. 하웃! 하앙?”
“좆물 다 싸고 나면 그다음엔 뭐 싸야 된다고?”
“허응, 허어엉? 오줌, 오……. 흐기익? 흥악!”
“그렇지? 오줌까지 지려야 다 싼 거라고 했지?”
“안, 앙? 앗, 탑……. 으하앙! 앙! 앙, 아앙! 가앙!”
내 애인이 밥그릇에 찍, 찍! 쏘아대는 뜨듯하고 투명한 액체를 망연자실하게 내려다보았다. 김지수가 조금 전 연유처럼 잔뜩 뿌려놓은 정액 뭉텅이가 오줌 물총을 맞아 젖은 휴지처럼 사그라들었다.
“우리 자기 수고했어요. 싸느라 힘들었지? 응?”
어린 남자가 김지수의 엉덩이를 팡팡 두들겼다. 그때마다 김지수의 좆끝에 남은 오줌 방울이 내 밥그릇 안으로 통통 다이빙했다.
“어. 힘들었어.”
“배꼽 내놔. 뽀뽀 쪽!”
“허허.”
김지수가 철부지처럼 티셔츠를 홱 뒤집어 깠다. 어린 남자가 지수의 배꼽에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되는 걸까. 8년째 바보인 내가 사돈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었다.
“형, 뭐 해요? 먹어요.”
어린 남자가 뻔뻔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밥그릇에서 형용하기 어려운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와 코를 찔렀다.
“먹여줘요?”
어린 남자가 말하고 실실 웃었다. 눈 돌려 시계를 쳐다보았다.
집을 나서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싫어요.”
어린 남자가 즉각 되물었다.
“왜 싫어요? 형이 죽고 못 사는 우리 자기야가 형 맛있게 먹으라고 양념까지 쳐줬잖아요. 지금 우리 여보야 성의 무시해요?”
‘우리 여보야’. 그 말에 얼굴 근육이 씰룩였다.
어린 남자가 내 표정 변화쯤 손쉽게 캐치하고 푸스스 웃었다. 김지수가 좆물을 빼고 제정신이 좀 든 건지 싱거운 얼굴로 말을 얹었다.
“허허. 야, 이건 좀 오버지. 이거 봐봐. 우웩. 이걸 어떻게 먹냐? 너 같으면 먹냐?”
김지수가 내 밥그릇을 들어 어린 남자에게 기울여 보였다.
“알았어요. 그럼 오늘 첫날이니까 한 입만 먹어요.”
어린 남자가 꿋꿋하게 내게 먹을 것을 강요했다. ‘그 김지수’조차 말도 안 된다는 듯 헛웃음을 턱턱 뱉었다.
“민탑기. 얘 어쨌거나 너보다 나이 많아, 인마. 시킬만한 걸 시켜. 사람이 이걸 어떻게 먹어. 돌았냐? 하여튼 미친 또라이 새끼.”
어린 남자가 지루하다는 듯한 시선을 내게서 옮겨 김지수를 째려보았다. 김지수가 돌연 침묵했다.
어린 남자가 목에서 뚜둑 소리를 냈다. 손마디를 꺾기도 했다.
김지수가 자기 관자놀이를 검지로 긁었다. 그리고 기어드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냥 빨리 한입 먹고 치워. 얘 이러면 답도 없어. 어차피 네 몸 내 몸에서 나온 건데 그렇게 더러운 건 아니잖아?”
그럼 네가 먹어.
김지수. 넌 끝까지 내 편은 못 되는구나.
나한테도 한계점이 있었다. 김지수 널 사랑하는 마음 하나 때문에 몇 번이나 뒤로 물려온 최후의 보루가 있었다.
아무리 사랑해도, 사랑에 미쳐서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판별할 이성마저 개박살 나도 안 되는 게 있었다.
“변대훤 파이팅!”
지수가 말하고 화장실로 달아났다. 이윽고 화장실에서 쏴아아 오줌 갈기는 소리가 났다.
“입에 넣고 씹어서 삼키라고요.”
어린 남자가 말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싫어요. 윽……!”
어린 남자는 전광석화같이 빨랐다. 어느새 따라 일어서서 날 손쉽게 구겨 식탁 의자에 도로 앉혔다.
“한입. 먹기 전엔 못 일어나요.”
“흐웃, 흐으…….”
“해보자 이거죠? 좋아요. 형 오늘 출근하지 마요.”
출근도 못 하게 하고 어쩔 작정인데. 또 때리려고? 더한 걸 먹이려고? 그전까지 화장실도 못 가게 할 건가?
출근할 시간만 줄곧 기다렸다. 딱 한 입만 먹으면 정말 날 놔주는 걸까?
그냥 처음부터 시키는 대로 곧잘 했으면 이런 짓까지 안 해도 됐을까? 아니면 어차피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나?
어린 남자가 숟가락에 밥그릇 속 내용물과 지수가 뿌린 연유 양념을 퍼담아 노란 국물까지 잘 적셨다. 그리고 내 입술 앞에 들이밀었다.
“아.”
지독한 냄새였다.
“웩!”
입을 두 손으로 꽉 틀어막았다. 또 구토했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먹어요.”
어린 남자가 숟가락을 끈질기게 들이밀었다. 무의식이 내 팔을 움직여 숟가락을 밀치게 했다.
땡그렁! 숟가락이 요란한 소음을 내면서 바닥을 누볐다.
“하, 허아…….”
엄마 아빠도 나한테 억지로 뭘 먹이지 않았다. 이건 고문이었다.
어린 남자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숟가락을 주웠다.
“하윽……!”
그리고 내 뒤통수 머리털을 한 움큼 잡아챘다. 내 얼굴을 어지러운 식탁에 꽝! 처박았다.
눈앞에 별이 쏟아졌다.
“하우응…….”
“넘버투가 말을 안 듣네.”
“우붑.”
입 안에 무언가가 침범했다. 그러자마자 몸뚱어리가 절로 지랄발광을 떨었다.
“욱. 그욱……? 걱. 컥!”
어린 남자가 내 고개를 뒤로 홱 꺾어버린 탓에 내용물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오장육부가 요동쳤다.
위장과 식도가 꿀럭꿀럭 테크토닉을 추며 이물질을 내보내려고 발악했다.
“구욱. 궤엑!”
겨우 끌어 올린 토사물이 중력에 의해 도로 식도로 미끄러졌다. 비릿한 지린내와 시큼한 토사물 악취에 어찔어찔했다.
어린 남자에게 붙잡힌 고개를 좌우로 미친 듯 흔들었다. 그러자 입가로 조금 흘려낼 수 있었다.
그래, 이렇게 하면……!
“겍.”
차디찬 금속이 목구멍을 비집었다. 흐릿한 시야에 어린 남자가 숟가락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내 목 안으로 가차 없이 꽂아 넣는 모습이 보였다.
“그엑. 게엑.”
날카로운 금속이 목구멍을 찢고 식도를 갈랐다. 숨은 못 쉬게 된 지 오래였다.
목구멍에 숟가락을 꽂은 채 질식당해 죽고 마는 걸까. 머리끝까지 물에 잠근 듯 온 감각이 희미했다.
“읍윽.”
몸이 뒤로 기울었다. 식탁 의자와 함께 우당탕 넘어갔다.
개수대에 머리를 콱 처박았다. 목을 꺾고 고꾸라졌다.
끔찍한 모습으로 죽겠군. 아무래도 좋았다.
삶의 모든 순간이 스쳤다. 태어나서 처음 만난 가족의 얼굴. 따듯하고 행복했던 유년 시절. 그보다 더 행복했던 지수와의 추억까지 낱낱이 볼 수 있었다.
마지막엔 너와 내가 서먹해졌지만, 그래도 우리한텐 좋은 추억이 많구나. 어쨌거나 이런 추억을 안고 갈 수 있는 난 행복한 사람이구나.
김지수와 어린 남자를 포함해 내 삶 속에서 누군가에게 품었던 미움이 눈 녹듯 녹아 사랑으로 스몄다. 무거운 육신을 벗고 비로소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더는 목구멍 안을 휘젓는 숟가락 때문에 괴롭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다. 살면서 겪은 크고 작은 슬픔을 다 이해하고 용서할 만큼 순수하고 충만한 기쁨이었다.
모든 고통스러운 삶이 곧 사랑스러운 삶이었다.
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차례일까. 난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을까?
내가 목에 숟가락을 꽂고 시퍼런 얼굴로 죽음을 맞는 모습, 어린 남자가 날 심술궂게 내려다보며 숟가락을 더욱더 깊숙이 밀어 넣는 모습, 김지수가 화장실 변기에 앉아 큰일을 보는 모습까지 전부 내려다보았다. 우리 셋의 감정을 모조리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과 난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나 다름없고 내가 두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 또한 언젠가 나와 합할 물의 일부……. 커헉!
아픔이 목구멍을 찢어발겼다. 어린 남자가 내 얼굴을 움켜잡고 무식하게 힘을 쓴 끝에 숟가락을 목구멍에서 훅 뽑아버린 것이다.
“허어억……?”
순식간에 몸 안으로 끌려와서 갇힌 듯 생생한 고통이 사방에서 덮쳤다. 내 영혼이 ‘편히 죽게 놔두지 왜 더 살아야 하느냐’는 듯 억울함을 못 견디고 안에서 울부짖었다.
이런 아픔과 무거움과 죄책감을 또다시 입어야 한다니. 희망이 없었다.
어린아이같이 바닥을 쾅쾅 때렸다. 날 몸 밖으로 나가게 해줘.
이건 꿈이야. 이게 진짜일 리 없어.
이런 줄도 모르고 여태 죽음을 두려워했다니……!
삶은 죽고 나야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걸까. 계속 살아야 하는 사람에겐 다시 추하기 그지없어지는가.
“대훤이 형.”
“커억. 거억.”
“앞으론 한입으로 안 끝날 줄 알아요.”
“븟…….”
“형이 어지른 거 다 치우고 출근해요.”
저승 문턱을 밟고 돌아온 나한테 출근이라니.
시계를 보자 정말 채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습관처럼 오물을 닦고 식탁을 치웠다.
설거지까지 할 겨를은 없었다. 지긋지긋한 두 인간한테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침실에 들어 장롱을 열고 바지를 발에 뀄다.
벌컥! 어린 남자가 방문을 열고 귀신처럼 들여다보았다.
“읏.”
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이러다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으흥, 뭘 그렇게 놀라요? 볼꼴 못 볼 꼴 서로 다 본 사이에. 준비 다 했어요?”
“흠, 어흠! 네. 거의……. 큼.”
자꾸 헛기침이 났다. 어린 남자가 목구멍을 숟가락으로 쑤셔서 작살내놓고부터 숨을 쉴 때마다 목이 아프고 간질거렸다. 누가 보면 지독한 감기에 걸린 줄 알 판이었다.
김지수가 어린 남자를 따라 침실에 들었다. 어린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물었다.
“뭐예요. 팬티는 왜 입어요?”
“예? 큽, 컥…….”
“형이 뭔데 팬티를 입어요. 큭큭! 자기야, 뭐 해. 대훤이 형 팬티 벗겨.”
웬 수작일까. 출근이고 뭐고 오늘 이 집 밖으로 나갈 순 있는 걸까.
“흣……!”
김지수의 거친 손길이 바지를 홱홱 벗겼다. 트렁크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버텼다.
김지수가 아랑곳하지 않고 팬티마저 훌러덩 끌어 내렸다.
창피한 물건이 딸랑 튀어나왔다. 잽싸게 손으로 가리고 장롱에 딱 달라붙어 몸을 웅크렸다.
“대훤이 형, 볼 것도 없구먼 뭘 그렇게 열심히 가려요. 그게 더 웃겨요. 큭큭큭! 형 못생긴 빤쓰 내가 다 불태워버려야겠다. 얼굴이 못났으면 빤쓰라도 이쁜 거 사 입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진짜 형 트렁크 볼 때마다 멀미 나요.”
저 앤 트렁크랑 원수라도 진 걸까. 버젓이 입으라고 파는 트렁크에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게 아니고서야 왜 사사건건 남의 속옷 갖고 시비인가.
“앞으로 트렁크 금지. 오케이? 노팬티로 갔다 와요. 자기야, 형 바지 입기 전에 엉덩이에다 도장이라도 한 방 찍어줘. 집에 안 들어오고 딴 길로 샐지 알 게 뭐야?”
“딴 길로 제발 좀 샜으면 좋겠다. 한 번을 안 새더라.”
“이거 인주인가? 역시 노친네네.”
어린 남자가 테이블 위 인주를 김지수한테 넘겼다.
“이거 뭐 어쩌라고?”
“음……. 큭큭!”
어린 남자가 짓궂은 표정을 짓고 김지수의 바지를 끌렀다. 그리고 지수의 좆불알에 새빨간 인주를 골고루 묻혔다.
“응아흣……!”
김지수가 그 와중에도 좋아 죽겠다는 듯 야릇한 신음을 흘려젖혔다.
“대훤이 형, 뭐 해요. 도장 찍게 뻗쳐봐요.”
도장 찍는 것 정도라면…….
그게 다겠지? 그러고 나면 출근하게 해주겠지?
새벽부터 지금까지 내 바람은 오직 하나였다. 이곳을 탈출하는 거였다.
천천히 뒤돌았다.
“아이, 예쁘다. 우리 대훤이 형 이렇게 말 잘 들으니까 얼마나 이쁘고 보기 좋아요? 넘버투 다 됐네. 우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요렇게만 지냅시다. 응?”
“흐흣…….”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엉덩이 들고 똥꼬 활짝 벌려요. 뭐가 뭔지 하나도 안 보이잖아요. 응? 아악! 씨―발 진짜 후장 존나 더―럽게도 생겨먹었네. 개 토 나온다……. 왜 이렇게 시꺼메? 털은 또 왜 이렇게 많아. 뭔 후장에 머리카락이 나있어. 형, 후장에 화분 키워요? 우욱. 자기야, 나 이렇게 이상한 후장 태어나서 처음 봐. 토 쏠려. 자기는 어떻게 이딴 구멍에다가 7년 동안이나 좆을 처박을 수가 있어? 자기 사람 맞아? 야만인! 이걸 보고 여기다 좆 박고 싶은 생각이 들어? 자지가 서? 짐승도 여기에다가는 안 박겠다. 자기한테 실망이야. 나라면 줘도 안 먹어. 우웩.”
누가 준대?
이런 치욕은 난생처음이었다. 김지수가 속을 많이 썩이긴 했지만, 내 은밀한 부위에 대고 입에 못 담을 비난을 퍼부은 적은 없었다.
기분 나빠서 오줌을 싸버릴 지경이었다.
눈을 감았다. 난 귀머거리다. 장님이고 벙어리다.
“얻다 찍지? 그냥 여기 가운데 찍어봐. 잠깐만.”
항문에 누군가의 숨결이 닿는 듯 시원 뜨끈했다.
“킁킁. 우웨엑! 냄새 여전히 지독하네요.”
지독하면 맡지 마. 사람 질리게 하는 애였다.
김지수가 어벙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항문에 무엇이 닿았다. 순간 눈을 뜨고 숨을 흡 들이마셨다.
“여기도. 꾹.”
“이렇게?”
한쪽 볼깃살에도 지수의 따듯한 좆과 불알 무더기가 쩍 달라붙었다.
“아학학! 됐다. 잘 찍었네. 역시 우리 자기 여보야는 도장도 잘 찍는다니까. 형 훨씬 이뻐졌지? 그렇지?”
“어, 뭐.”
“기다려, 사진 한 방 찍자. 푸힛!”
뭐? 어린 남자를 돌아보았다.
찰칵!
아뿔싸. 하필이면 어린 남자가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얼굴을 보일 건 뭔가.
어린 남자를 소처럼 억울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어린 남자는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보고 깔깔 웃느라 바빴다.
“도장 찍으니까 덜 시꺼메 보이네. 근데 의자 중심봉 폭발해서 후장 터진 거 같다. 그렇지? 칵칵칵!”
“허허.”
“인제 대훤이 형이 우리 여보 건 거 세상 사람이 다 알겠다. 봐, 내가 이렇게 자기를 챙긴다. 나 같은 남자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너 같은 애 없긴 하지. 또 있으면 큰일 나지.”
“근데 좀 허전하다. 앗? 있어봐.”
뒤에서 뭘 하는 걸까. 어린 남자가 조용했다.
처얼―떡!
“아아악!”
오른쪽 엉덩이가 통째로 떨어져 나갈 듯한 고통이 내리쳤다. 나도 모르게 떠나갈 듯 비명을 질렀다.
엉덩이 살가죽이 지글지글 전기 구이가 된 느낌이었다. 불로 지진 듯 홧홧했다.
어린 남자가 방바닥을 구르면서 배를 잡고 웃어젖혔다. 어린 남자의 빨간 손바닥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손에 인주를 묻히고 내 엉덩이를 있는 힘껏 올려붙인 모양이었다. 김지수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와, 허허! 대박. 뭐냐, 민탑기? 자국 졸라 진하게 남았어.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되지?”
“자기 이렇게 하라고 내가 시범 보여준 거야. 반대쪽에 빨리 도장 찍고 보내. 형 늦겠다.”
“어.”
흐읏, 흐우우……!
장롱에 이마를 처박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이러려고 그 오랜 시간 나랑 만난 걸까. 이렇게 대하려고 날 사랑했어?
방금 느낀 아픔을 다시 겪을 생각을 하니 얼굴이 절로 울상을 지었다. 서러운 쇳소리가 망가진 목 밖으로 질질 샜다.
찰싸닥!
“하악! 그이악……!”
살갗 가까운 핏줄을 죄 터뜨리고 시퍼런 멍을 입히기에 충분한 엉덩이 싸대기였다. 아귀를 쩍 벌린 채 소리 없이 울먹였다.
엉덩이 속 골반뼈까지 다 으스러뜨릴 듯 묵직했다. 장롱을 타고 주르륵 미끄러졌다.
모서리에 얼굴을 박고 한껏 쳐든 둔육만 부르르 떨었다. 괄약근이 헤벌떡 풀릴 것 같았다.
뽀오옹.
어……?
무슨 소리지? 항문을 약간 열어버린 기분인데. 뒷구멍을 포르르 진동시키면서 빠져나온 그게 설마…….
“아아아악! 형 방귀 뀌었어요? 대박! 동영상 찍기 잘했다.”
“대훤아. 왜 그러냐. 너 갈 데까지 가는구나?”
그런가. 나 갈 데까지 가버린 건가.
“푸흡! 형 진짜 가지가지 하네요. 좀 귀엽기도 하고?”
어린 남자는 사람을 괴롭게 하는 재주를 타고난 것 같았다. 익숙한 김지수의 독설보다 어린 남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날 더 부끄럽고 비참하게 했다.
“으흑……. 컥. 쿨럭.”
“빤쓰 그거 좀 벗고 있었다고 그새 감기 들었어요? 아, 기침 소리 좆같이 짜증 나는데. 빨리 나가요!”
“클, 콜록. 극…….”
바라던 바다. 두 사람은 내가 옷을 마저 입고 마스크를 쓸 때까지 침대에 누워 빈둥대며 날 감시했다.
“뭐 해요? 마스크는 왜 써요? 범죄자 코스튬플레이 해요?”
네가 내 목구멍을 다 망가뜨려 놨잖아. 맞아서 퉁퉁 불어 터진 얼굴에 말도 한마디 제대로 못 하게 생겼는데 면피할 핑곗거리라도 필요했다.
“됐어요. 말하지 마요. 안 궁금해요.”
뭐 하자는 시추에이션이지. 그냥 발걸음을 뗐다.
“스톱.”
어린 남자가 날 불러세웠다. 심장이 뛰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인제 진짜 출근 시간 다 됐는데 아직도 괴롭힐 게 남았나?
발걸음을 멈춘 채 가만히 서있었다. 빨리 나가서 오줌을 갈기고 싶었다.
“집에선 별 음침한 짓 다 해놓고 그거 감추려고 마스크 쓰고 나가는 꼬락서니가 너무 꼴 보기 싫은데요.”
때마침 타이밍 좋게 격한 기침이 튀어나왔다.
“에흑, 흣, 에헉! 쿨럭쿨럭! 컥!”
“대훤이 형. 지랄 떨지 말고 마스크 갖고 와봐요.”
한 번 참고 두 번 참고 이번은 진짜 마지막이겠지, 세 번 네 번 계속 참아도 어린 남자는 자꾸 더 많은 걸 요구했다.
차라리 날 괴롭히는 사람이 지수였다면 어땠을까. 날 가만 안 놔둘 만큼의 관심을 지수가 내게 가졌더라면 지치고 피곤할지언정 기쁘게 받아들였겠지.
“얼른.”
어린 남자가 연구릿빛 손을 내밀었다. 하는 수 없이 마스크를 벗어 어린 남자에게 넘겼다.
어린 남자가 마스크를 안쪽이 보이게 뒤집었다. 그리고 지수를 향해 말했다.
“자기 여보?”
“어?”
“불쌍한 우리 대훤이 형 감기도 안 걸렸으면서 마스크 쓰고 출근한대.”
“근데.”
“여기다 싸봐.”
“뭘 싸. 걷다 오줌 싸라고?”
“아이, 오줌 말고. 좆물 싸보라고.”
“방금 아까 쌌는데 또 싸라고?”
“응.”
“어떻게 바로 또 싸.”
“왜 못 싸? 자기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돼? 아니잖아. 나랑은 하루에도 일고여덟 번씩 하면서. 빨리. 형 출근해야 된대.”
“하……. 그럼 네 후장 대줘.”
어린 남자가 군말 없이 팬티를 내리고 ‘우리 침대’에 엎드려서 지수를 돌아보았다.
“꿀꺽.”
지수가 금방 동한 듯 자기 물건을 조물조물 만지다가 야만인처럼 어린 남자의 등을 덮쳤다.
“까악! 아학학…….”
난 내 애인과 애인의 첫 번째가 된 남자가 아침부터 내 침대 위에서 개 같은 자세로 죄를 지으며 헐떡거리는 모습을 바보처럼 서서 바라보았다. 두 사람한테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이고 싶었다.
“하앙, 앙! 십 초 안에 자지 안 꺼내면……. 흣! 끊어버린다.”
“뭐? 십 초? 헛, 허억! 어떻게 그렇게 빨리 싸?”
“크큭! 십. 구. 팔.”
“야, 탑기야. 흣, 흐어억!”
“칠. 육. 오. 아응? 아응!”
“뒈졌어. 허윽, 커훅! 컥, 텃, 흐허윽!”
“앙, 깍! 사, 삼. 이……. 후응!”
“흐응? 허엉억? 싸, 나 싼다. 좆물 나……. 극! 푸헹윽?”
“하앙, 하아. 나한테 말고, 대훤이 형 마스크 안에다가 싸줘야지.”
“여기? 후읏, 후으응……!”
“큭큭. 하앗, 하아.”
“아, 좋아. 후! 아침부터 너무 좋았어, 탑기야. 사랑해……. 뽀뽀. 어? 뽀뽀해줘.”
“아! 대훤이 형 출근시켜야 되잖아. 좀 이따.”
“하웃……!”
어린 남자가 지수의 오줌 구멍 끄트머리에 남은 정액 찌꺼기 한 방울까지 손가락으로 싹싹 훑어서 내 마스크 안쪽에 야무지게 담았다. 누리끼리한 좆물 덩어리가 새하얀 마스크 안에서 몽글몽글 굴렀다.
“대훤이 형! 어때요? 형 출근 잘하라고 이 넘버원이 큰맘 먹고 해주는 선물이에요.”
“…….”
“인제 얼른 쓰고 출근해요.”
어린 남자가 마스크를 내밀었다.
집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마스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흐웃……?”
그런데 어린 남자가 팔을 잡고 확 끌어당겼다. 몸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기울었다.
아, 안 돼……!
점점 가까워지는 건 탱글탱글한 연구릿빛 함지박 양쪽과 그 가운데 사악하게 주름진 연분홍 항문, 그리고 똥물점이었다.
쿵!
양 무릎이 바닥을 때렸다.
“푸흐법!”
코가 어린 남자의 통통한 회음부를 내리찍었다. 한껏 앙다문 내 입술 위, 기다랗게 늘어난 인중이 어린 남자의 똥구멍 주름에 주르륵 미끄러졌다.
“으븝! 흡? 프흡……!”
김지수의 좆즙 냄새와 어린 남자 고유의 악취가 합해 콧속으로 마구 침범했다. 억지로 오물 밥을 먹는 일보다 어린 남자의 가장 지저분한 부위에 인중을 비비는 일이 훨씬 역겨웠다.
“아학! 아하하!”
어린 남자가 웃겨 죽겠다는 듯 깔깔거렸다. 내 머리통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이리 움직이고 저리 문질러서 인중 애널 비빔을 만들었다.
“……븝. 픕.”
난 어느 순간 체념하게 되었다. 어린 남자가 항문 주름 사이사이 지려놓은 장액과 분비물을 내 인중과 입술에 묻혀 절이고, 고약한 똥구멍 구린내를 맡게 해도 그냥 가만있었다.
어린 남자가 만족한 듯 날 떨어뜨렸다.
어린 남자의 탱탱한 궁둥잇살과 우람한 좆불알 위로 잘생긴 얼굴이 빼꼼 보였다. 흐뭇한 양 샤방샤방한 눈웃음을 지은 채였다.
어린 남자가 거대한 상체를 일으켜서 날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다녀와요. 돈 많―이 벌어와요. 알았죠?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어린 남자가 긴 팔을 뻗어서 침대에 늘어진 지수의 궁둥잇살을 힘센 손가락으로 쩍 오픈했다.
뭘 하는……?
“아악! 아파, 인마.”
어린 남자가 지수의 항문 털을 홱 뽑았다. 김지수의 익숙하다는 듯한 태도에 나만 황당했다.
“큭큭. 자요.”
어린 남자가 지수의 똥구멍 털을 내 윗입술에 척 붙였다.
“이렇게 하면 대훤이 형이 어젯밤에 우리 자기 후장 맛있어 죽겠다고 미친 듯이 빨아젖혔던 거 동네방네 자랑하는 기분 나고 좋지 않아요?”
너나 좋겠지.
“인제 이거 쓰면 대훤이 형이 후장 빨기 대결하면서 좆꼴리는 똥걸레 고기 새낀 거 아무도 모를 거예요.”
어젯밤 일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서로를 다정히 바라보면서 믿음을 기반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연인 간의 성애를 그딴 식으로 타락시키다니.
짐승보다 못한 행위로 놀아난 우리 셋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았다.
솔직히 실감 나지 않았다. 내가 제정신이었다면 그런 짓을 했을 리 없으니까.
김지수가 날 그토록 오래 외롭게 두지 않았으면, 내가 어젯밤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겠어?
“형 출근 안 해도 돼요? 우리랑 계속 놀래요?”
어린 남자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어느새 내 잘못된 행동에 지수를 탓하고 있었다.
비참한 데 더해서 비열해지기까지 할 참인가. 언젠가 내 애인의 사랑을 듬뿍 받을 적에는 분명 나 자신이 좋고 사랑스러웠는데. 난 날 싫어하게 되어버렸나.
“…….”
어린 남자가 내민 마스크를 묵묵히 받아 들었다.
“써요.”
어린 남자가 내게 명령어를 입력했다. 네가 확인 사살하듯 말 안 해도 그렇게 할 거야.
난 어린 남자가 하라는 대로 했다. 하라니 했다.
“잘했어요, 대훤이 형.”
어린 남자가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안심하듯 긴장을 푸는 몸뚱어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린 남자가 가까이 붙었다. 그리고 지수가 못 듣게 내 귓가에 속삭였다.
“형이 강아지처럼 내 말 잘 들어서 이쁘니까, 내가요, 상으로…….”
“…….”
“형 진짜 개만도 못한 새끼로 만들어줄게요.”
“……!”
“좋은 날 다 갔다고 생각해요.”
“…….”
“큭큭. 큭큭큭!”
어린 남자가 버릇없는 손길로 내 머리통을 훌쩍 밀었다. 난 방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미친 듯 달아나고 싶었다. 어린 남자가 김지수를 콱콱 때려 일으켰다.
“자기야. 일어나. 형 출근한대. 우리가 배웅해주자.”
“귀찮게 뭘 배웅까지 해. 우리 원래 그런 거 안 해. 아! 아파!”
도망치듯 방을 나서서 현관으로 향했다. 어린 남자가 김지수를 끌고 잽싸게 따라붙었다.
괴물과 숨바꼭질을 벌이는 심정이었다.
“대훤이 형아. 안녕. 집에 안 오고 딴 길로 새면 죽을 줄 알아요. 아, 그리고 올 때 맛있는 거. 자기야, 자기도 인사해.”
“변대훤, 다녀와라.”
어린 남자 덕에 김지수한테 아침 배웅을 받아보다니.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생겼다.
“대훤이 형 오기 전까지 우리 자기랑 우리 자기 넘버원인 나랑은 뜨겁게 사랑 나누고 있을게요. 풉! 자기야, 간만에 욕조나 같이 들어갈까? 대훤이 형도 끼고 싶으면 끝나고 바로 와요. 안 그러면 우리 자기 내가 확 잡아먹어 버릴 거예요. 앙!”
최대한 태연한 척 벗어나려고 마음에 없는 인사말을 하고자 입을 연 순간이었다.
“갔다 올……. 읍, 쿨럭! 콜록.”
정액 건더기가 입술 사이로 흘러들었다. 물컹하고 약간 짭짜름한 맛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형, 바이 바이.”
쿵. 현관문을 닫았다.
“크흠, 콜록. 콜록콜록.”
마스크를 내려서 입술에 붙은 똥구멍 털을 떼어냈다. 그리고 복도 바닥에 휙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