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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민탑기(1)
푸드덕!
무슨 소리지?
“하아? 그욱. 그후웨엑!”
“자기야, 왜 그래.”
“네가 와서 한번 봐봐.”
설마. 아니겠지.
말도 안 되잖아. 내가, 지수랑 관계 중에, 다른 사람도 있는 데서…….
“아악! 형님 미쳤어요? 형님이 무슨 짐승이에요? 나이가 몇 갠데 똥오줌도 못 가려요? 우와, 진짜 사람 아니네. 크! 냄새.”
“……변대훤.”
내 애인이 날 호명했다. 하지만 대답할 정신 따위 없었다.
몸을 돌처럼 굳힌 채 가만있었다. 관계하다 똥을 지린 주제에 내가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이대로 맞아 죽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지수야 내가 사랑하고 의지하는 한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어린 남자가 이 모든 상황을 다 지켜봤을 뿐 아니라 내가 실례한 내용물까지 직접 확인했다는 사실이 날 자근자근 밟아 무너뜨렸다.
“변. 대. 훤.”
“…….”
“대답 안 하지.”
안 해. 그니까 날 그냥 기절할 때까지 두들겨 패줘.
굳은 결심과 달리 몸뚱어리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뒤떨었다.
콱!
“허어억……! 커흑?”
“이래도 대답 안 하지.”
사랑하는 애인의 주먹이 내 한쪽 궁둥이를 강타했다. 지방층 한참 아래 골반뼈를 으스러뜨릴 양 감정을 실어 내리꽂았다.
쿠당탕탕!
“하앗, 하아악……! 걱. 허욱.”
매콤한 한 방이 날 단숨에 자빠뜨렸다. 거울에 머리통을 꽁 부닥치고 벌레처럼 몸을 말았다.
내 애인의 손찌검 맛을 잊고 있었다. 이번엔 눈앞에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흐익?”
잽싸게 가드를 올렸다.
뻑꿍! 지수의 오른발이 굴하지 않고 내 머리통에 사커킥을 후려 깠다.
“읍, 으부우…….”
두개골에 금이 간 건 아닐까. 내 뇌가 아직 멀쩡한가.
흥건하게 흐르는 건 피? 코피? 설마 뇌척수액은 아니겠지.
하나도 안 억울했다. 맞아도 쌌다.
나도 내가 창피해 죽겠는데 지수는 오죽할까.
실눈 사이로 지수 눈치를 찔끔찔끔 살폈다. 가슴이 제멋대로 날뛰는 통에 호흡이 가빴다.
“네가 한 짓을 봐.”
“극!”
지수가 내 정수리 머리털을 홱홱 휘어잡았다. 그리고 내 얼굴에 좆끝을 들이밀었다.
“우윽.”
냄새가 고약했다. 최대한 물러난 채 애써 외면했다.
지수가 내 볼살을 초콜릿 바나나로 푹푹 찔렀다.
“안 보지? 주둥아리로 청소하게 해줘?”
“흡, 흐읍……!”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만 거세게 저었다. 지수가 급기야 내 얼굴을 거시기로 툭툭 때렸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건더기가 이목구비에 튈 것 같았다.
“그러면 처보라고.”
“흐읏, 트흣.”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을 천천히 옮겼다. 수치스러운 실수의 흔적과 마주했다.
“보여?”
“읏, 쿳.”
머리만 끄덕였다. 지수가 날 다그치듯 세차게 흔들었다.
“말로 해.”
“보여! 보여…….”
“네 눈에는 이게 뭔 거 같냐?”
지수가 날 갓파로 만들 셈인 양 정수리 털을 왁왁 비틀고 쥐어뜯었다. 척추부터 발바닥까지 따끈따끈하게 데우는 통증이었다.
“하으욱? 또, 똥! 똥…….”
마른 울음이 씩씩 새어 나갔다. 지수의 검붉고 잘생긴 고추에 묵은 된장처럼 덕지덕지 묻은 내 검정고동색 배설물을 믿고 싶지 않았다.
복숭아 궁둥이처럼 예쁘게 쪼개진 좆머리 가운데 구멍 안을 된장 찌꺼기가 빽빽이 채운 채였다. 심지어 남은 대변이 요도구 겉으로 튀어나와 잘못하면 툭 떨어질 듯 달랑거렸다.
그조차 내 얼굴에 덜고 남은 양이었다. 이 꼴을 어린 남자까지 다 본 걸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수치심을 알지 못하는 로봇이 될 방법은 없을까.
“허윽!”
지수가 내 머리털을 잡아끌어 개처럼 기게 했다. 기어코 내가 실수한 자리로 데려다 놓았다.
“그럼 이건 뭔 거 같냐.”
“흐흐흐흣, 하…….”
방바닥을 두 팔로 짚고 버텼다. 시꺼멓게 떨어뜨려 놓은 배설물이 얼굴 아래서 날 노려보았다.
“대훤아, 대답 안 할 거지?”
“또, 또, 또, 또, 똥! 내 똥 같아. 똥 덩어리……. 어허윽?”
무자비한 발이 등을 꾹 지르밟았다.
“으붑. 프븝, 픕틋……!”
싫어. 냄새나. 더러워.
“우욱. 그후윽.”
욕이 나올 것 같았다. 얼굴을 처박는 순간 눈을 감지 않았다면 눈 안까지 다 들어갈 뻔했다.
나 자신의 배설물이 눈꺼풀에 잔뜩 묻었다. 검정고동색 건더기가 속눈썹 끝에 매달려서 딸랑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콧구멍도 사정은 같았다. 지수의 요도 끝을 메운 찌꺼기처럼 내 양쪽 콧구멍 안에 똥을 채워 마치 본을 뜨듯 그대로 찍어냈다.
팔뚝에 입술이나마 마구 비벼 닦았다. 양쪽 팔뚝이 흑갈색 얼룩을 입었다.
“허우극.”
욕지기가 쉴 새 없이 치밀었다. 먹은 게 없어서 다행히 구토는 하지 않았다.
“읍. 쿨럭! 쿨럭.”
대신 떠들썩하게 기침했다. 잇몸이 아렸다.
아랫입술에서 누런 위액이 주르륵 흘렀다. 내가 싼 똥 위에 위액을 시럽처럼 뿌리고 나서 우두커니 내려다보았다.
“더러워?”
지수가 물었다.
“……어.”
“네 몸에서 나온 거잖아. 네가 싼 건데 더러워?”
“어.”
“그럼.”
퍽.
“난.”
퍽.
“어떻겠어.”
콱!
눈앞이 번쩍번쩍했다.
쿵, 찰팍!
얼굴을 어딘가 뜨뜻하고 질퍼덕한 곳에 처박은 듯했다. 감각이 죽어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찰칵.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하, 이 씨―팔 오늘 좋았는데! 변대훤 땜에 기분 개좆같이 다 잡쳤네.”
“자기 괜찮아? 힝. 자기 아직 못 쌌잖아.”
“못 싸는 건 요새 너 땜에 맨날 못 싸잖아. 그리고 너 같으면 자지 이 모양 이 꼴 났는데 싸겠냐?”
“응. 난 그래도 잘 싸는데?”
“야. 일어나.”
익숙한 발이 옆구리를 툭툭 찼다. 지수가 내 갈비뼈를 분지르기 전에 정신 차려야 했다.
“윽……. 익.”
“너 이거 다 어쩔 거야.”
“내가 다, 칙, 웃, 치울게.”
“너 일어나서 따라와.”
“어. 큿…….”
미련한 엉덩이를 허둥지둥 일으켰다. 지수를 따라 몸뚱이를 화장실에 후다닥 밀어 넣었다.
시선이 세면대 거울에 스친 순간, 얼굴에 칠갑한 피와 대변 아래 이목구비가 엉망진창 쥐여 터졌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괴물 같은 낯짝 꼬락서니를 보자 충분히 벌 받은 것 같아서 마음이 좀 놓였다.
지수는 내게 자신의 오염된 좆부터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차가운 바닥 타일에 무릎 꿇고 지수 좆에 묻은 오물을 씻어냈다. 미안한 마음에 생식기 겉에 비누칠을 몇 번씩이나 해서 광이 날 만큼 뽀득뽀득 깨끗이 닦았다.
문제는 지수의 요도 안을 채운 똥 찌꺼기였다. 어떻게 파내야 하나 고민에 빠진 순간, 지수가 내 이마를 붙잡았다.
쏴아.
그리고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코앞의 좆이 샤워기처럼 소변을 뿜었다.
몸을 타고 흐르는 오줌 줄기가 살갗을 뜨끈뜨끈히 데웠다. 지수는 오줌길을 막은 대변 건더기를 내보내는 느낌이 불쾌한 양 얼굴을 찌푸리고 앓는 소리를 냈다.
“으읏, 씨…….”
“미……. 압. 미안. 으픕.”
눈알을 굴려 화장실 바닥 타일을 내려다보았다. 누런 오줌에 떠다니는 검은 점이 하나. 둘. 셋…….
꽤 많은 걸 보아 대충 다 나온 듯했다. 시선을 슬쩍 들고 선단의 수압을 확인했다.
이 정도 오줌발이면 안에 낀 걸 모두 떠내려 보내고 남을 것 같았다. 내 애인의 오줌발이 세서 다행이었다.
“진짜……. 미안.”
무조건 할 말 없었다.
내가 지수의 오줌 묻은 좆을 다시 한번 헹구고 나서도 지수는 마무리 겸 성기를 내 입에 넣고 빨게 하거나 못다 싼 정액을 해결하지 않았다. 날 배려해서가 아니라 내 얼굴이 너무 지저분해서 싫다는 이유였다.
지수는 대신 욕실 벽을 한 팔로 짚은 채 소리 죽여 자위하고 정액을 내 머리에 뿌렸다. 어린 남자 몰래 처리하려는 속셈 같았다.
지수가 욕실을 나가버리고, 난 피와 오물과 정액을 뒤집어써서 엉망진창이 된 얼굴을 박박 씻고 샤워한 다음 화장실을 청소했다. 욕실을 나오자 두 사람은 거실에서 드르렁드르렁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침실 바닥에 만든 수치의 흔적부터 치웠다. 냄새가 쉽게 빠지지 않았다.
“으읏, 후…….”
눈퉁이 밤퉁이 된 얼굴은 어떡하지. 찢어진 덴 없으니까 아침이면 좀 가라앉겠지?
미리 얼음찜질이라도 할까. 아니다. 내가 뭘 잘했다고 얼음찜질까지 할까.
실수한 자리에 세제를 뿌렸다. 조금만 기다렸다가 한 번 더 닦아야겠다. 창문도 좀 열어놓고, 그러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