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민탑기(1)
지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물건을 모아둔 박스를 보고 혀를 찼다. 어린 남자는 박스에서 지수의 옷을 꺼내서 그걸로 먼저 갈아입었다.
평소 나한텐 자기 옷에 손도 못 대게 하는 지수였다. 내 나쁜 애인은 어린 남자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어린 남자가 자기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배고프다고!”
어린 남자가 고래고래 괴성을 질러댔다. 갓 성체가 된 괴물 같았다.
김지수가 쩔쩔매다 어린 남자에게 작은 목소리로 따졌다.
“그니까 내가 아까 저녁 언제 먹냐 그랬냐, 안 그랬냐.”
“자기 애인 온대서 못 먹었잖아. 기억 안 나? 응? 밥 먹으면. 배. 나오잖아.”
“네 배 나오는 게 쟤랑 무슨 상관인데?”
“몰라! 나 굶는 거 존나 싫다고 했지.”
“내가 어떡할까. 밖에 나가서 뭐라도 사와?”
“나 바깥 음식 안 먹는다고.”
“배고프다며.”
“그래! 배고프다고 몇 번 말해. 아, 힘없어서 말도 안 나와.”
“씨팔 배고프대서 뭐 사 온대도 싫다, 그럼 나보고 뭐 어쩌라고?”
“자기 애인 요리 잘하잖아.”
두 사람이 동시에 날 쳐다보았다. 나야말로 뭐 어쩌라고.
“변대훤, 너 빨리 밥 좀 해라. 지금 하면 얼마나 걸리냐?”
“…….”
“그동안 내가 나가서 간식이라도 좀 사 올 테니까 넌 일단 밥 해. 알았지.”
김지수가 번개같이 겉옷을 걸쳤다. 그러자마자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어린 남자가 이곳이 제집인 양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리고 생글대며 날 응시했다.
“뭐 해줄 거예요?”
“내가 밥까지 해줘야 돼요?”
“당연하죠. 나 영혼이 담긴 집밥 아니면 힘 못 써요.”
“내가 그쪽 힘쓰는 거까지 왜 신경 써요?”
“‘그쪽’이요?”
“그쪽이지 그럼 뭐예요.”
“동생으로 부르기로 했잖아요.”
“내가 언제요.”
“동생으로 인정했잖아요. 그럼 동생으로 불러야죠. 같은 좆 나눠 빨고 번갈아 가면서 꽂는 사인데요.”
“…….”
“응? 그렇게 따지면 우리 벌써 간접 키스랑 간접 똥까시에 구멍 안쪽까지 서로 붙이고 비벼본 거나 다름없네요?”
더러워, 이 씨발롬.
헉? 아무리 마음의 소리라지만 너무 심한 욕 같았다.
아니야. 뭐 어때.
어린 남자가 닦달하듯 말했다.
“형님, 나한테 동생이라고 해줘요. 옛날부터 가족 갖고 싶었단 말이에요.”
역시 어버이 없는 아이인가. 조금 불쌍해지려고 했다.
“가족이 있긴 있는데요, 너무 정상적인 가정이라서. 좋긴 한데 별로 재미는 없거든요. 이런 콩가루 집안 하나 갖고 싶었어요.”
취소다. 하나도 불쌍하지 않았다.
“동생이라고 안 해줄 거예요? 응? 아앙, 형님. 형. 형아.”
어린 남자가 꽈배기처럼 몸을 꼬고 고개를 이리저리 누였다. 그 모습을 보자 입술이 저절로 달싹였다.
“그렇게 부르기 싫어요.”
“그럼 ‘탑기’라고 할래요?”
“아니요.”
“그럼 뭘로 부를 건데요?”
“저기요.”
“자기요?”
“아니요. 저기요.”
“형님 나랑 살기 싫어요?”
너 같으면 살고 싶겠어? 목까지 올라온 말을 침이랑 넘겼다.
어린 남자가 말했다.
“나 지수 봐서 여기까지 온 건데 형님이 자꾸 그런 식이면 불청객 된 느낌 들잖아요.”
불청객 맞아.
“형님이 지수랑 같이 살고 싶어서 지수 억지로 끌고 오는 대신에 나도 같이 손님 대접하면서 셋이 지내기로 한 거 아니에요?”
“그쪽은 그냥 지수 혹처럼 붙어서 따라온 거지 손님은 무슨 손님이에요.”
“선택했잖아요.”
“…….”
“아니에요?”
“맞는데…….”
“태어나서 누가 나보고 혹이라고 한 거 처음이에요. 혹부리 영감 할 때 그 혹 말하는 거예요?”
“네.”
“징그러워. 사람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나 형 땜에 기분 잡쳐서 여기서 뛰쳐나가면 지수도 따라 나올 텐데, 그런 걱정은 안 해요? 괜찮겠어요?”
“아니요.”
“그럼 빨리 가서 밥이나 차려요. 배고파 뒤지겠으니까.”
“시, 싫.”
“싫어요?”
“……아니요.”
좋게 생각하자. 한 끼 보시하는 셈 치자. 불쌍한 아이다.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내가 더 불쌍해.
어차피 지수나 나도 저녁은 먹어야 했다. 하는 수 없이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대충 차릴밖에. 아무런 준비도 돼있지 않았다.
어린 남자가 미루적대는 내 옆에 와서 껄떡거렸다.
“우리 자기한테 맨날 이렇게 해줘요?”
“네.”
해준다, 인마. 어쩔래.
어린 네가 뭘 알겠냐. 이런 마음을 알겠냐.
“근데 그렇게 찬밥 신세예요? 형님도 참……. 인생이 불쌍하네요. 7년 만났다면서요?”
“8년 만났어요.”
“풉! 예. 좋겠네요. 지수가 7년이라던데…….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
“우리 자기가 근데 형님한텐 좀 너무하지 않아요? 그런 취급 받고 뭐 하러 만나요? 그래도 좋아요?”
너한테도 곧 너무해질 거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그렇게 될 테니 실컷 즐겨둬라.
넌 8년은 고사하고 8개월도 못 갈 텐데. 까불어라 그래.
“네. 그래도 좋아요.”
“형님 변태구나!”
어린 남자를 외면하고 공연히 뚝배기 안을 휘저었다. 어린 남자가 “형 변대훤이 아니라 변태훤이죠!” 하고 혼자 까르륵까르륵 자지러지게 웃었다.
안 웃겨. 그러는 넌 ‘민 Top 끼’냐.
흐흐. 이건 좀 웃기다.
“우리 자기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우리 자기가 아니라 내 자기거든. 나서서 정정할 기운조차 나지 않았다.
“전부 다요.”
“큭큭! 그냥 거시기 커서 좋아하는 거잖아요. 다 알아요.”
“아닌데요.”
“나도 나만큼 큰 사람 처음 보긴 했어요. 근데 영 어설프던데. 형한텐 더 못할 거 아니에요. 둘이 하긴 해요? 안 하죠?”
그런 것까지 왜 물어보는 거야. 지수한테 다 일러버릴까 보다.
그리고 너 오기 바로 전날에도 했거든. 오랜만의 관계긴 했지만.
어린 남자가 계속해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정수리까지 뜨끈뜨끈할 만큼 노골적인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났다.
“탑기야, 이거 먼저 먹고 있어. 변대훤, 밥 다 됐냐?”
지수가 부랴사랴 들자마자 물었다. 미워서 대꾸하지 않았다.
“둘이 무슨 얘기 했어. 야한 얘기 했지. 내 욕 했냐? 허허! 변대훤, 나 없는 동안 동생한테 쓸만한 거 뭐 좀 배웠어, 어쨌어.”
지수가 날 돌아보고 물었다. 역시 대꾸하지 않았다.
어린 남자가 지수의 성의를 무시하고 씹어뱉듯 말했다.
“안 먹어.”
“왜 안 먹어. 먹어. 족발 사 왔는데. 우리 동네 족발집 여기 옛날부터 유명해.”
“싫어.”
“이 집은 막국수가 끝내줘. 한 입만 먹어봐. 같이 싸줄까?”
김지수가 옷도 벗지 않은 채 포장해온 음식을 어린 남자 앞에 늘어놓는 꼬락서니가 가관이었다. 한숨을 내쉬고 도마 위 채소를 뚝배기 안에 털었다.
“배고프다며. 이것도 먹고, 지금 쟤가 밥하고 있으니까 다 되면 밥도 먹으면 되지.”
“싫다고 했다.”
“네가 배고프다고 개지랄 염병 떨어서 내가 밖에 나가서 너 먹일 거라고 이거 삼만 오천 원 주고 사 왔지. 이마에 땀 나는 거 안 보이냐?”
“내가 언제 이딴 거 사 오라고 했는데.”
“처먹어. 좋은 말로 할 때.”
서느런 분위기에 두 사람을 힐끔 곁눈질했다. 어린 남자의 무표정에 김지수는 완전히 깨갱이었다.
어린 남자 힘이 세긴 센 모양이었다. 김지수가 더듬더듬 덧붙였다.
“아니……. 오늘은 쟤 땜에 이렇게 된 거잖아. 그냥 좀 넘어가는 날도 있어야지.”
“나 누가 차려준 밥 아니면 안 먹는 거 몰라? 내 남자가 날 굶겨? 밥 먹이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아니야? 기본이 안 돼있어. 배고파서 당장 굶어 죽을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어디서 큰소리쳐? 확 그냥 주둥아리 고추로 막아버리는 수가 있어.”
“아니, 내가 널 언제 굶겼냐? 쟤한테 밥하라 그러고 뛰어나가서 족발 사 왔잖아. 그리고 네가 아까 쟤 온다고 밥 안 먹는다며! 네가 그랬잖아! 네가!”
“그래서 형이 밥 차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잖아! 왜 씨발 좆같은 걸 나한테 자꾸 처먹으래? 돼지 발 냄새 너나 처먹어!”
“좆같아? 내가 너 조금이라도 덜 배고프라고 온 동네 사방팔방 다 뒤져서 사 온 이게 너한텐 그냥 돼지 발 냄새야? 어? 돼지 발 냄새냐고. 맡아봐. 맡아보라고.”
“치워.”
“이건 돼지 발 냄새가 아니야. 너한테 바친 내 사랑이지. 먹어. 네가 내 애인이면.”
“씨발 치우라고!”
“씨팔 먹어! 안 먹어?”
“에잇……!”
쿠당탕! 불길한 소리에 후들짝 돌아보았다.
거실 테이블 위 푸짐한 족발 무덤이 온데간데없었다.
“너 미쳤어?”
김지수가 격앙한 목소리를 내질렀다.
“아직 안 미쳤어. 한번 미쳐봐? 보여줘?”
“아니. 하지 마라. 하지……. 야!”
어린 남자가 막국수 쟁반을 번쩍 들어 내동댕이쳤다. 철퍼덕.
떼구루루. 그제야 시뻘겋게 변한 월패드와 그 아래 족발 무덤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지수의 흰옷은 막국수 양념 탓에 빨간 점박이 무늬로 변해있었다.
왜 먹는 거 가지고 난리야. 저거 근데 누가 치워.
헉? 내가 다 치워야 되잖아! 흐훅, 그만해. 너희가 치울 것도 아니면서……!
최악은 아직이었다. 상추와 마늘이 허공을 날고 쌈장이 티브이 화면에 척 달라붙었다.
지수와 어린 남자가 제4차 세계대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김지수는 형이 돼갖고 왜 쓸데없이 어린 남자애 상대로 바락바락 열을 올릴까. 힘으로 이기지도 못하면서.
아니나 다를까, 지수가 밀리며 소리를 꽥꽥 냈다.
“악, 놔. 으악! 안 놔?”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어린 남자한테 무참히 당하는 지수 앞을 막아섰다.
“그만해요. 김지수 너도 그만……. 흐악?”
둘을 말리려다 나까지 말려들고 말았다. 차디찬 동치미 국물을 뒤집어쓴 순간 닭처럼 푸드덕대지 않을 수 없었다.
“읏, 흣……!”
시큼한 빙초산 냄새가 났다. 어린 남자가 내 뒤의 지수를 향해 족발 몇 점을 연달아 집어 던졌다.
“지수 때리지 마요. 하지 말라고요! 악!”
어린 남자가 식은 죽 먹듯 간단히 날 소파로 밀쳤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지수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두 사람을 응시했다. 어린 남자의 엄청난 힘을 몸소 체험한 순간 더 말리는 건 무의미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꼬장이야. 민탑기 네가 떨군 거 네가 다 처먹어.”
“너나 처먹으라고 했지!”
“너? 너? 아악!”
어린 남자가 막국수를 한 움큼 집어 김지수의 얼굴에 패대기쳤다. 그 장면을 본 순간 입을 떡 벌렸다.
어떻게 사람한테, 그것도 김지수처럼 생긴 녀석 얼굴에 막국수를 집어 던진단 말인가.
무엇보다 어린 남자는 별로 화가 난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성질내는 척만 할 뿐 입꼬리는 슬쩍 올라간 상태였다.
김지수가 눈에 들어간 막국수 양념 때문에 따갑다는 듯 얼굴을 감싸고 울부짖었다. 어린 남자가 그때야 참았던 폭소를 터뜨렸다.
“아하, 아학학!”
저 앤 진짜 악마가 아닐까. 급한 대로 부엌에서 행주를 가져다가 지수한테 내밀었다.
“이걸로 닦아.”
김지수가 행주를 홱 낚아챘다. 김지수의 턱 밑으로 흘러 긴 목을 붉게 적신 양념이 꼭 핏물 같아서 보기 불편했다.
“에이, 씨! 걸레 냄새 나잖아!”
김지수가 행주를 내 발밑에 신경질적으로 내던졌다.
“아, 미안. 근데 걸레 아니고 행주야.”
이상하다. 냄새날 리 없는데.
행주를 주워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났다.
그때였다. 어린 남자가 테이블 아래 굴러떨어진 족발 뼈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킹콩처럼 김지수를 뼈 몽둥이로 가차 없이 두들겨 팼다.
“아잇, 야! 그만 좀 해. 네 생각 해서 사 온 걸로 그럼 되냐? 네가 사람이야?”
“자기가 제때제때 나 밥 차려 먹였어야지. 그니까 누가 나 굶기래?”
그러게. 김지수가 요리를 아예 못 하는 것도 아니고, 하면 곧잘 하면서 절대 안 하는 점이 좀 얄밉긴 하지.
난 맘 아파서 못 때리는 지수를 대신 패주니 살짝 속 시원하기도 하…….
이러면 안 되지. 그래도 내 애인인데.
양팔을 뻗고 한 걸음 나섰다.
“그만하고 말로 하……. 흐악?”
뼈 몽둥이가 날아드는 걸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비켜섰다. 지수가 정수리에 족발 뼈 직격타를 떵 맞고 거실 바닥의 깻잎까지 밟은 다음 벌러덩 나자빠졌다.
“훅읍.”
순간 어린 남자처럼 웃음을 터뜨릴뻔했다.
입을 틀어막고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러나 어린 남자한테 딱 걸리고 말았다.
“형님.”
“흐욱. 네?”
“웃어요?”
“아니요.”
“웃음이 나와요? 뭐 좋다고 빠개요.”
“한, 하나도 안 좋아요.”
“근데 왜 빠개요?”
“예? 아…….”
우물쭈물하는데 지수가 내게 손을 뻗었다.
“나 좀…….”
일으켜달란 뜻이었다. 서둘러 지수한테 다가가서 자세를 낮췄다.
“히힉! 시끄러워!”
그때 어린 남자가 다시 뼈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 바람에 지수랑 거실 바닥을 한 바퀴 구르고 말았다.
“아학학! 형님은 왜 자빠져요. 영화 찍어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예요?”
“흐읏…….”
그거야 네가 돼지 뼈를 막 휘두르니까. 맞으면 아프잖아.
“일부러 우리 자기한테 들러붙어서 고추 비비려고 그런 거죠! 다 알아요.”
어린 남자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니까 김지수랑 어울리겠지만.
지수가 폭발한 듯 몸을 일으켰다. 차갑고 민첩한 동작이 오히려 지수가 화가 많이 났다는 걸 알리고 있었다.
“일로 와. 너 오늘 뒈졌어.”
“진짜? 빨리 나 죽여줘! 자기야, 나 너무 신나!”
“상놈이……!”
“더 심한 욕 해! 나한테 멍청한 왕고추 새끼라고 해줘!”
“싫어, 개새끼야.”
“그럼 처맞아. 에잇!”
“윽. 야! 하지 말라고 했지!”
“하지 말라고 했지. 하지 말라고. 큭큭큭!”
지수가 어린 남자에게 코뿔소같이 달려들었다. 문제는 지수의 오른팔이 내 목을 걸었다는 점이었다.
“컥!”
실수겠지만, 지수는 나까지 어린 남자에게 내던져버리고 말았다.
세 명이 비빔 막국수가 되었다. 토마토 축제 못지않은 막국수 축제를 우리 집 거실에서 벌였다.
두 사람에게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나 지수 것인지 어린 남자 것인지 알 수 없는 손이 자꾸만 날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체념하게 되었다. 고래 사이 새우처럼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질 뿐이었다.
“입 벌려. 돼지 발 냄새 네 입에 다 넣어줄게.”
“읍, 읏! 너나 입 벌려. 풀떼기 좀 처먹어라. 변비 걸린다, 새끼야.”
두 사람은 서로의 입에 족발과 쌈 야채를 쑤셔 넣었다. 막국수 면발까지 꾸역꾸역 집어넣다 목에 걸려 켁켁 구역질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야릇한 신음을 흘리고 상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언제 싸웠느냐는 듯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볐다.
화해를 넘어 사랑했다. 두 사람은 날 몸싸움에만 시달리게 했을 뿐, 그런 애정 행각에는 또 끼워주지 않았다.
치사했다. 끼워만 준다면 나도 이 애처럼 미친 짓을 하면서도 즐거워할 수 있는 쿨하고 유쾌한 사람이란 걸 보여줄 텐데.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밥을 잘 저어주세요.】
우리 셋을 한순간에 잠재운 기계음이었다.
“우와! 다 됐다! 형님, 빨리 밥 줘요. 배고파요.”
어린 남자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엉망진창인 꼴 그대로 식탁에 앉았다.
“…….”
식탁이랑 의자도 다 닦아야 되겠네. 김지수가 어린 남자의 그림자처럼 쪼르르 따라 앉았다.
별수 없이 부엌으로 향했다. 두 사람 앞에 밥을 떠서 놓아주고 찌개를 올렸다.
거실 정리 좀 하고, 두 사람이 다 먹고 나면 한술 떠야겠다. 어차피 어린 남자와 겸상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두 사람은 지저분한 행색을 한 채 밥을 지범지범 잘도 넘겼다. 어린 남자는 더 달라고 밥공기를 세 번이나 내밀었다.
쉴 새 없이 밥과 반찬 리필을 외치는 어린 남자 탓에 거실 정리하랴 식사 시중 들랴 왔다 갔다 바빴다. 어린 남자는 드디어 밥을 먹어서 날아갈 듯한지 연신 맛있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칭찬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내 밥을 평생 먹어온 김지수도 어린 남자처럼 쉬지 않고 극찬을 퍼부은 적은 없었다.
“진짜 진짜 대박 맛있어. 차린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맛있어요? 형님 요리 잘하는 거 같아요. 아닌가. 그냥 내가 배고팠던 건가. 형님 요식업 할 생각 없어요? 음식 솜씨 아까운데.”
아까운 건 내 음식 솜씨가 아니라 월패드 아래 족발 무덤이었다. 그릇 하나를 가져다가 바닥에 떨어진 족발을 열심히 주워 담았다.
물에 씻어서 양념에 넣고 졸여 먹어도 먹을 텐데. 그것도 지수가 직접 가서 돈 주고 사 온 걸. 내가 다 먹어야지. 아까워…….
“꺼억―!”
두 사람은 내가 풍비박산된 거실을 대충 정리했을 즈음 식사를 마쳤다. 식탁 위 역시 조금 전 거실 꼬락서니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린 남자가 배를 쓰다듬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밥 한 끼 먹은 게 그렇게나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거대한 덩치에 밥까지 밝히는 모습이 산짐승이나 옛날 백정 같았다.
“아, 배불러. 샤워해야지.”
어린 남자가 별안간 웃통을 훌떡 깠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시선을 거두고 휙 돌아섰다.
그러나 어린 남자의 도톰한 가슴, 어깨 근육과 연구릿빛 복근은 짧은 동영상처럼 뇌리에서 거듭 재생되는 중이었다.
“형님, 우리 가족이잖아요. 웬 내외예요. 맘껏 봐요. 근데 원래는 이거보다 복근 훨씬 선명해요. 지금 밥 먹어서 좀 연해진 거예요.”
그걸 왜 설명하는데. 김지수가 옆에서 툴툴거렸다.
“야. 넌 아까 쟤 온다고 배 나오면 안 된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밥도 안 먹고 내 진 빼더니 지금은 왜 밥 처먹고 훌렁훌렁 벗냐? 하나만 해라, 하나만.”
“한 번 사는 인생 재미없게 왜 하나만 하고 살아야 돼? 난 둘 다 할 거야. 둘 중에 하나도 놓치기 싫어.”
“뭔 소리야.”
“근데 자기 뭐 해? 왜 안 벗고 가만있어?”
“어?”
“나 샤워할 거라니까?”
“또? 아까 거기서 샤워했잖아.”
“또 할래.”
“씨팔 진짜…….”
김지수가 어린 남자를 따라 티셔츠를 끌어 올렸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으로 미루어 어린 남자가 샤워할 때마다 김지수 저 화상이 손수 씻겨주기까지 하는 모양이었다.
하루에 두 번씩 샤워 시중을 시키는 남자와 하루에 두 번씩 샤워 시중을 드는 김지수라니. 그것참 환상의 한 쌍이었다.
“형님 앞에서 팬티까지 벗으려니까 좀 민망하다.”
그럼 벗지 마. 아무도 너한테 벗으라고 안 했어.
어린 남자가 키득키득하고 지수에게 말했다.
“나 부끄러우니까 자기가 대신 벗겨줘.”
아니, 그걸 왜 지수한테 시켜? 부끄러우면 벗지 말라니까?
욱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돌아보았다. 그리고 할 말을 잊었다.
“……!”
지수가 늘씬한 청동빛 알몸을 홀랑 깐 채 검은 불알을 덜렁대며 어린 남자의 팬티를 내리고 있었다. 어린 남자의 반짝이는 감귤빛 피부와 달리 깐 달걀처럼 뽀얀 사타구니 속살과 분홍 성기가 드러났다.
김지수의 그것만 한, 어쩌면 더 큰 음경이 음모 한 올 없이 매끈한 자태를 드러냈다. 그런데 고추 모양이 좀 이상했다.
남자의 잘생긴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괴물 생식기나 기계 고추처럼 부자연스러웠다. 유전자 변형 GMO 고추 같았다.
어린 남자가 나이에 걸맞게 호기심과 장난기를 가득 담은 눈으로 날 보고 물었다.
“어때요? 이뻐요?”
“네. 네? 아니요!”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고개를 황급히 돌리려는데, 어린 남자가 덧붙였다.
“일부터 자국 만들려고 무지 야한 빤쓰 입고 태웠어요. 근데 형님, 이거 봐요. 갑자기 서네요.”
안 궁금해. 바보 멍청이 같은 김지수가 제 딴에 거들듯 말했다.
“변대훤, 우리 아기가 보라잖아. 네가 이런 애 물건 어디 가서 구경이나 할 수 있는 줄 아냐?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둬라.”
나쁜 자식. 김지수를 오징어처럼 구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수가 시키는데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수의 말을 따르는 건 오랜 시간 익어 단단하게 굳은 습관이었다.
지수가 내 DNA에 새로 새긴 본능이었다. 절대 내가 보고 싶어서 보는 게 아니었다.
입력당한 대로 어린 남자의 사타구니를 힐끔거리고 말았다.
“위로 좀 휘었죠?”
“…….”
“난 그래서 박을 때 얼굴 보고 하는 거 좋아해요. 형님은요?”
“…….”
“근데 우리 자기는 형님이랑 할 때 뒤로만 한다면서요?”
“…….”
“우리 자기가 형님한텐 사람 말고 짐승한테 하듯이 하는 거 좋아하나 봐요. 형이 똥개같이 귀여워서 그런가.”
“…….”
“아니면 그냥 앞으로 하면 형님 얼굴 땜에 자지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런대요?”
내가 어떻게 알아. 네 옆에 있는 김지수한테 직접 물어보든가.
“우리 자기가 나한테 이유까진 안 말해줬거든요. 형님 뭐 짐작 가는 거 있어요?”
“…….”
“몰라요? 왜 말이 없어요? 생각 안 해봤어요? 형님 그런 거 궁금해해 본 적도 없죠?”
“……네.”
“그러니까 형님이 안 되는 거예요.”
어린 남자가 도발하듯 비웃음을 내리꽂고 선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연주황빛 엉덩짝 두 근을 스스로 주무르고 꼬집고 철떡 소리가 나게 올려붙였다.
김지수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헤벌떡 벌린 채 어린 남자에게 다가섰다. 어린 남자가 지수 품에 안겨 깔깔거리다 던지듯 말했다.
“우리 씻을게요. 형님 인제 밥 먹어야죠.”
“…….”
“형님, 근데 밥 좀만 먹어요.”
왜. 네가 뭔데.
내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어린 남자가 덧붙였다.
“살 빼야 되잖아요.”
넌 돼지같이 처먹어놓고 누구더러 이래라저래라야.
“난 아무리 먹어도 살 안 쪄요.”
귀신인가. 아니면 독심술가?
이모저모 기분 나쁜 애였다.
두 남자가 불알 네 알퉁이를 디룽디룽 흔들며 화장실로 들어가고 나서, 난 음식의 흔적만 지저분한 식탁에 앉았다. 어차피 입맛도 없었다. 설거지하듯 대충 욱여넣고 때울 작정이었다.
젓가락으로 밥을 떠서 잔반 접시에 묻은 양념 찌꺼기를 닦아냈다. 그리고 입에 막 넣으려던 바로 그때였다.
뿌우웅? 뿌드득.
“…….”
푸지직푸지직. 풍덩!
입 가까이 가져간 밥 뭉텅이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화장실 안에서 어린 남자가 소리쳤다.
“아, 씨발! 더러워.”
지수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똥 마려운데 그러면 어쩌라고. 네가 받아먹을래? 같이 살려면 인제 이런 것도 익숙해져야지.”
“씨발놈아, 죽여버린다? 빨리 문 열어. 김지수!”
“왜.”
“똥 냄새 존나 나!”
“씨펄 졸라게 까다롭게 구네.”
“뭐?”
“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끼릭. 김지수가 화장실 문을 열었다.
기다란 몸으로 변기에 앉은 지수와 눈이 마주쳤다. 김지수가 약 올리듯 씩 웃고 평소처럼 정색했다.
그리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김지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야단스러운 소리가 화장실 리버브를 입었다.
“끄흐응……!”
우다닥. 푸다다다! 뽀옹?
밥 먹긴 그른 것 같았다. 어린 남자가 미끈미끈 빛나는 몸에 물을 연거푸 끼얹고 말했다.
“자기야. 작작 처싸. 나 언제 씻겨줄 건데. 빨리 끊고 머리부터 감겨줘. 자기 근데 두피 마사지 시원하게 잘하더라.”
“그렇지? 알았어. 내가 샴푸하고 몸에 비누칠도 해줄게. 네 고추랑 알이랑 후장 속까지 거품 내서 싹싹 닦아줄게. 허허.”
“빨리 와, 자기야. 나 자기만 기다리잖아. 난 자기 없으면 아무 데도 못 씻는 아기란 말이야. 아아앙. 아, 빨리.”
“어어, 우리 아기 좀만 기다……. 윽! 허윽. 끙, 욱.”
뿌드득. 푸드드득. 뿡, 피시식. 찔꺽, 퐁당!
어린 남자는 좀처럼 가만 기다릴 줄을 모르는 듯했다. ‘빨리’란 말을 몇 번이나 하는지 셀 수 없었다.
어린 남자가 틀어놓은 샤워기 수전 덕분에 뜨끈한 김이 식탁까지 후끈후끈 끼쳤다. 구수한 대변 냄새를 실어 날랐다.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식탁을 정리했다.
바람이 나도 하필이면 왜 저렇게 감당 안 되는 애랑 바람이 났을까. 좀 정상적인 상대였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진 않았을 텐데.
변깃물 내리는 우렁찬 소리가 온 아파트를 뒤흔들었다.
“아흥, 싫어. 하핫! 똥 냄새 나. 절로 가. 아하응……!”
“네가 씻겨달라며.”
“자긴 더러운 똥싸개니까 자기부터 씻어. 아니다. 서로 씻겨주자. 헤힛!”
“일로 와.”
“응하응……!”
두 사람의 거품 놀이가 시작되었다. 수전은 물론 잠그지 않은 채였다.
부둥켜안고 상대의 몸에 거품을 발라 미끄러뜨렸다. 몽둥이끼리 비비고 주머니를 간질이고 불줄기를 쓰다듬었다.
길고 건장한 팔을 서로의 엉덩이 밑으로 쑥 집어넣어 막대기를 꽉 움켜잡았다. 굵고 딱딱한 팔뚝으로 불줄기와 회음을 마찰하고 달달 흔들었다.
거품 묻은 손가락을 똥구멍에 푹 찔러 안벽을 문지르고 쑥 뽑아 바깥과 주변 살코기를 매만졌다. 항문 안팎으로 수차례 들락날락했다.
어린 남자의 엉덩이를 활짝 벌리고 그 가운데 입을 묻었다. 입가에 거품을 묻혀가며 주름을 정성껏 핥고 혀를 주름 사이에 쏙쏙 꽂았다. 입술로 크게 덮어 후루룩 빨아 먹었다.
지수와 내 러브 하우스가 퇴폐 향락적인 싸구려 숙박업소가 된 마당이었다.
“응아앙, 나항? 응하앙…….”
“헙. 법. 후르릇, 트릇.”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보려고 하지 않아도 자꾸만 시야 가장자리로 얼핏얼핏 침범했다.
설거지나 하려고 돌아섰다. 싱크대 수전을 틀자마자 어린 남자가 빽 소리를 질렀다.
“끄악? 개씨발! 차가워. 흐아앙…….”
놀라서 물을 잠갔다. 나 때문인 줄 알려나. 몰라야 하는데. 가슴이 뛰었다.
풉! 근데 좀 웃기다. 흐흐.
김지수가 눈치 없이 말했다.
“아, 그거 딴 데서 물 틀면 그래.”
“그럼 형님이 그랬단 소리야?”
그걸 왜 말해……. 귀신처럼 스르르 움직였다.
화장실에서 볼 수 없게 몸뚱이를 거실로 옮겼다. 어린 남자가 소름 끼치게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씨……. 패 죽일까.”
설마 날?
쥐구멍을 찾았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돼.
그리고 김지수는 왜 어린 남자에게 한마디 하기는커녕 외려 고소하다는 듯 실실 웃는데.
다 죽어.
월패드 붙은 벽에 몸을 숨긴 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두 사람이 장장 두 시간 가까이 ‘샤워 놀이’를 하는 내내 그 소리를 들으며 그저 공기처럼 배경처럼 마냥 대기했다.
“아앙, 시원해.”
둘은 샤워를 하고 나서가 더 꼴값이었다. 김지수는 자기 몸에 묻은 물기를 닦기도 전에 어린 남자의 머리카락을 타월 드라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불알 끝에서 물방울을 떨어뜨려 바닥을 어지럽히면서도 어린 남자의 겨드랑이와 몸 구석구석, 성기와 음낭 등 사타구니, 엉덩이 골짜기, 심지어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세심하게 닦았다. 자신의 몸뚱이는 같은 수건으로 닦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러고 나서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수건을 내가 두 손가락으로 집어서 빨래통에 넣었다. 맘 같아선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었다.
근데 그냥 참았다. 수건이 아까웠다.
다 지수랑 날 위한 살림살이였다. 어린 남자 하나 때문에 버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김지수는 어린 남자의 머리칼에 바람까지 손수 쐬어주는 모양이었다.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요란했다.
두 사람 동선을 쫓아 정리 정돈을 대강 마쳤을 때였다. 어린 남자가 지수의 트레이닝복 바지 하나만 골반에 낮게 걸친 채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내 목을 축였다.
“형님도 한잔해요. 식구 된 첫날인데 기념은 해야죠.”
어린 남자가 집주인 행세로 지껄였다.
“됐어요.”
“형님. 이 집엔 근데 왜 비데도 없어요?”
내가 대답하지 않자 어린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 눕히고 말했다.
“어휴. 형이 그러니까 사랑을 못 받죠.”
“…….”
두 사람은 인제 또 딱 달라붙어서 내 속을 들입다 뒤집어놓겠지. 그 전에 침실로 피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침실만은 사수하고 싶었다. 지수랑 내 침대 위에서 두 번은 안 된다.
“지수야, 나 일찍 잘게.”
어린 남자를 철저히 무시한 채 지수한테만 말했다. 김지수는 어린 남자의 금송아지 같은 자태를 정신없이 눈으로 좇을 뿐 대답해주지 않았다.
“너도 잘자.”
기다릴게. 기다리는 건 익숙하니까 이번에도 잘할 수 있어.
마음속으로 말하고 돌아섰다.
터덜터덜 침실에 들었다. 등 뒤로 문을 닫자마자 꼴사납게 침대에 털써덕 엎어졌다.
이마가 지끈거리고 눈두덩이가 뜨거웠다. 가슴과 배가 아프게 죄었다.
난 지금 뭘 하는 걸까.
그때였다. 벌컥!
“흐윽?”
소스라쳐서 방문을 돌아보았다.
시꺼멓고 집채만 한 성인 남자 두 명이 침실 문을 박차고 들이닥쳤다.
본능을 따라 침대 헤드까지 엉금엉금 기어서 물러났다. 표정 없는 짐승 같은 김지수보다 더 두려운 건, 순수한 악의가 가득한 눈을 휘고 장난스럽게 킬킬거리는 ‘어린 짐승’이었다.
“왜요?”
두 남자는 어쩔 요량인지 벽처럼 거대한 몸으로 침대를 둘러싸고 서서 날 내려다보았다. 어린 남자가 겁주는 공기를 즐기듯 한참 침묵하고 되물었다.
“뭐가요?”
“뭐……. 필요해요?”
“아니요.”
“근데 왜…….”
“큭큭.”
시선을 김지수한테로 겨우 옮기고 물었다.
“왜? 뭐야?”
“몰라.”
뭐 하자는 거야. 어안이 벙벙했다.
“풉!”
어린 남자가 온 얼굴 근육을 다 써서 한바탕 상쾌하게 웃고 말했다.
“오늘 그래도 같이 사는 첫날인데 형님이 나랑 맥주 한 잔도 안 마셔주니까 속상해서 형 자는 옆에서 나 혼자서라도 마시려고요.”
젠장. 아! 그냥 같이 마시는 척 좀 맞춰주다 들어올걸.
아니지. 내가 왜 이런 걸 고민하고 쟤한테 맞추려고 해야 돼.
다신교의 파괴신 같은 깜장 눈동자가 내 바보 얼굴을 담은 채 반뜩반뜩 빛났다.
“근데 진짜 한 모금도 안 마셔줄 거예요?”
어린 남자가 버릇처럼 몰아붙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어린 남자를 우리 침실에서 내쫓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는데 어린 남자가 마시던 맥주 캔을 쓱 내밀었다.
“한 모금만 해요.”
맥주 캔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시원한 맥주 캔이 별 가루처럼 반짝이는 이슬 옷을 입은 채였다.
“딱 한 모금.”
어린 남자가 재차 권했다. 딱 한 모금?
에라, 모르겠다. 어린 남자의 맥주 캔을 빼앗아 들이켰다.
꿀꺽꿀꺽. 꿀꺽. 꿀꺽…….
내 집 내 냉장고에서 꺼낸 내 맥주를 내가 왜 딱 한 모금만 마셔야 되는데. 네 녀석이 못 마시게 내가 다 마셔서 없애버릴 거야.
술도 못하는 주제에 객기만 치밀었다.
차가운 맥주를 목구멍 너머로 넘길 때마다 뇌 속 구석구석까지 시원했다. 안 그래도 밥 못 먹어 배고프고 열받아 쓰린 속에 맥주나마 들이부으니 스트레스가 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꼴딱꼴딱.
왜 이렇게 술술 들어가지. 달콤하고 톡 쏘는 보리술이 편도를 때리고 식도를 긁는 청량감이 좋았다
어린 남자가 피식 웃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었다.
정신병자를 상대하려면 나도 제정신이어선 안 되는 거였다.
“흣, 후우…….”
“형님! 다 마셔버리면 어떡해요. 한 모금만 하라니까요. 이게 한 모금이에요?”
“아.”
진짜 다 마셨네. 평소엔 한 캔도 다 못 마시는 일이 허다했다.
“하하하!”
어린 남자가 만족한 듯 배를 잡고 웃었다. 그리고 지수에게 넌지시 말했다.
“가서 맥주 내 거랑 형 거 새로 갖고 와.”
지수가 당연한 얼굴로 날 빤히 내려다보고 말했다.
“뭐 해, 변대훤.”
“아. 어.”
방바닥을 밟았다.
잘됐다. 맥주를 가져다주고 난 거실에서 자야겠다.
이렇게 또 침실은 빼앗기고 마는구나. 그래도 맥주 심부름을 핑계로 두 사람한테서 벗어날 수 있는 점은 좋았다.
그런데 어린 남자가 내 어깨를 붙잡아 앉혔다.
“자기가 갔다 와. 나 자기한테 부탁한 건데?”
그게 부탁이었나. 누가 들어도 명령이었는데.
김지수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래?”
김지수가 그제야 어기적어기적 방 밖으로 사라졌다.
“…….”
아직도 어깨를 잡고 있는 손이 너무 뜨거웠다. 슬그머니 뒤로 빠져서 어린 남자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어린 남자가 침대 위로 올라와 앉았다. 여긴 지수랑 내 침댄데 왜 마음대로…….
“형님.”
“예?”
“왜 트림 안 해요?”
“뭐가요.”
“방금 맥주 원샷했잖아요.”
“…….”
“안에 가스 꽉 찼을 거 아니에요.”
어린 남자 말이 사실이긴 했다. 명치에 탄산가스가 꽉꽉 뭉쳐있었다. 그렇다고 트림이 웬 말인가.
8년을 만난 김지수 앞에서도 대놓고 트림하지 않는데. 낯선 데다 너무너무 싫은 남자 앞에서 더럽고 추접하게 트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린 남자가 뜨겁고 습한 손을 내 명치로 옮겼다.
“읏? 읍……. 왜!”
“아학학! 형님 배때기 존나 귀엽네요.”
“누르지 마요.”
“싫은데요.”
“하지 마요!”
“싫어요.”
“지수야.”
때마침 방에 들어온 지수를 간절히 불렀다. 지수가 퉁명스러운 얼굴로 우리 둘을 내려다보았다.
“뭐 하냐.”
어린 남자가 슈퍼 천진난만한 태도로 지수를 향해 말했다.
“형님이 맥주 원샷 때리고 트림을 안 하잖아. 부끄러워서 일부러 참는 거 같아가지고 내가 트림시켜주려고. 히힛!”
“미친 또라이 새끼.”
지수는 익숙하다는 듯 혀를 찰 뿐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넌 왜 아무한테나 다 친한 척이야. 걸레 아니랄까 봐 어디든지 그냥 비비고 싶어서 씨팔 아주 근질근질하냐?”
내가 ‘아무’냐. 내가 ‘어디’냐. 그보다 날 살피는 게 아니라 왜 어린 남자를 단속하는 건데.
인제 그 정도론 속상하지도 않았다. 어린 남자가 좀 상기한 얼굴로 지수를 돌아보았다.
“자기야……. 너무 날카롭잖아……. 나 찔려서 피 나. 호 해줘.”
“꺼져, 걸레야.”
지수는 틀린 말 하나 안 했다. 어린 남자는 야살스럽고 여우 같은 짓을 습관처럼 해대는 부류인 듯했다.
또래한텐 그게 통할는지 몰라도 우리 정도 나이가 돼서 보기엔 너무 뻔하고 또 빤했다. 지수는 무딘 척 멀뚱멀뚱 지내다가도 한 번씩 방금처럼 뼈 있는 말을 던져서 모두를 놀라게 하곤 했다.
여우짓이라. 그런 깜찍한 짓도 저 나이니까 해볼 수 있는 거지.
잠깐, 근데 난 저 나이에 그래본 적 있긴 한가?
“아앙, 나 걸레 짓 하는 게 아니고 진짜 형 트림시켜주려고 그러는 거야. 인제 우리 가족이잖아.”
“지랄한다.”
지수의 가차 없는 한마디 한마디가 내 속을 뻥! 뚫었다. 어린 남자가 지수의 말에 기분 나빠할 줄 알았는데, 기대와는 반대로 까르르 넘어가며 좋아 죽으려고 했다.
역시 제정신은 아니었다.
“형님, 형님이 말해봐요. 트림하고 싶잖아요. 그렇죠.”
“안 하고 싶어요.”
“왜요? 왜 안 하고 싶어요?”
하기 싫은 데 이유가 어딨어. 대답을 생각하기 전에 말이 튀어 나갔다.
“우리가 왜 가족이에요. 가족 아니에요.”
“같이 살면 가족이지 왜 가족이 아니에요?”
“윽……!”
어린 남자가 별안간 날 확 끌어안았다. 어린 남자는 힘을 쓴 게 아닌데도 강했다.
“우리 아기, 꺽 하자.”
어린 남자가 뜨겁고 습한 손바닥으로 내 등을 토닥토닥 다독였다. 어린 자식이 건방지게 날 놀리는 줄 알면서도 뜨뜻한 품의 온기가 틈 없이 가두고 꼼짝 못 하게 하는 통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수와 포옹한 게 언제더라. 입 맞춘 날보다 더 오래됐다는 거 하난 확실했다.
“우리 아가 얼른 트림해야지. 트림해야 눕지.”
어딜 누워. 내가 왜 누워.
멍한 뇌리에 그런 의문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븍. 꺼어어어억! 끅?”
나도 모르게 힘을 풀고 만 모양이었다. 어린 남자가 얼음처럼 동작을 뚝 멈췄다.
정적이 침실 안을 메웠다. 높고 너른 품 안에서 눈알만 굴렸다.
눈두덩이 덥고 어지러웠다. 맥주를 괜히 마셨나. 마시지 말 걸 그랬나.
“으햑햑햑!”
어린 남자가 찢어지는 소리를 빽 지르고 몸을 홱 떨어뜨렸다. 침대를 데굴데굴 구르고 격렬하게 웃어젖혔다.
“악, 아! 핫핫, 존나 웃겨. 자기야. 소리 들었어? 씨―발 아파트 무너지는 줄 알았어. 나 백두산 폭발한 줄 알았다니까? 형님! 시원해요? 어떻게 참았어요!”
맨정신이었다면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웠겠지만, 맥주 덕분인지 그럭저럭 참을만했다. 나도 어린 남자의 반만큼이라도 뻔뻔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걔 그만 놀리고 인제 일로 와.”
김지수가 침대 끝에 걸터앉아 어린 남자를 향해 팔을 벌렸다. 어린 남자가 김지수는 본체만체하고 새 맥주 캔을 따서 내게 내밀었다.
“아, 너무 귀여워서 웃은 거예요. 형님 기분 나쁜 거 아니죠?”
“극. 흠. 그쪽이 웃든지 울든지 상관없이 그쪽만 보면 그냥 기분 나빠요.”
취했나. 너무 솔직한 심정을 말해버린 것 같았다.
“헐……. 나 상처받았어요.”
어린 남자가 내 맥주 캔에 자기 맥주를 멋대로 부딪치고 나서 말을 이었다.
“근데, 형님. 나 땜에 기분 좆같은 건 이해하는데요, ‘그쪽’ 아니라니까요. 동생으로 부르기로 합의 봤잖아요. 뒤질래요?”
“……아니요.”
“한 번만 더 그러면 후장 찢어버릴 줄 알아요.”
“예?”
술김에도 정신이 번뜩 들었다.
“후장 십자로 찢어버린다고요.”
“…….”
“알았어요?”
“…….”
“알았냐고, 개 존나게 못생긴 찐따새끼야. 대답 안 해?”
“내, 내가…….”
왜.
하려고 했는데. 하지 못했다.
어린 남자가 언제 날 따듯하게 달랬느냐는 듯 차갑기 그지없는 눈으로 노려보았다. 경멸하는 눈빛이었다.
“뭐라는 거야, 씨.”
어린 남자가 바람 소리로 비웃고 지수의 무릎을 찾아 앉았다. 두 사람이 뜨겁게 혀를 섞었다.
“…….”
손에 쥔 새 맥주 캔이 뻐스럭 소리로 약간 찌그러졌다. 허공을 헤매는 시선을 끌어 내려 맥주 캔만 응시했다.
마시지 않으면 넘칠 것 같았다. 스스로 합리화하고 캔을 들어 맥주를 입 안에 버렸다.
목구멍을 갉는 맥주만이 유일한 위로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두 사람이 입 맞추는 소리가 귓구멍을 파고들어 고막을 할퀴었다.
“음, 흡. 하앙, 하알……. 자기야.”
어린 남자가 공연히 콧소리를 높이고 지수의 긴 목에 팔을 감았다. 지수의 아름다운 손이 어린 남자의 탱탱한 엉덩이를 움켜잡는 모습이 시야 가장자리로 쳐들어왔다.
꾸깃.
언제 다 마신 걸까. 또 말끔히 비워버린 맥주 캔을 손안에서 구겼다. 어린 남자가 내 맥주 캔 소리를 슬쩍 의식하는 기운을 공기로 느낄 수 있었다.
“자기야, 내가 입으로 해줄까?”
“진짜? 어, 해줘.”
이를 깨물었다. 어린 남자가 마치 나 들으라는 듯 말해놓고 키득키득 웃었다.
“내가 자기 거 빠는 동안 형님 손이라도 좀 잡아줘.”
“변대훤 손? 왜?”
“불쌍하잖아.”
눈을 감았다.
불쌍해? 내가?
진짜 불쌍해지는 게 누군지는 마지막까지 가봐야 아는 거 아닌가.
턱. 그때였다. 차가운 손이 내 손등을 덮었다.
눈을 뜨고 지수를 쳐다보았다. 지수는 그러나 어린 남자를 눈에 넣었다.
어린 남자가 지수의 사타구니를 향해 키를 낮추고 요술을 부리듯 뱀처럼 춤췄다.
“우리 자기 내가 어떻게 해줄까. 어떻게 잡아먹어야 잘 잡아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추 빨아. 고추 쪽쪽 빨아서 물 나오면 맛있게 꼴딱꼴딱 삼켜. 다 삼키고 아가리 벌려서 보여줘.”
“지수 고추 빨아줘? 왜? 지수 고추 더러워?”
“어. 내 고추 존나 더럽고 냄새나. 병 걸려서 기생충 버글버글한 전염병 좆자지 불알이야.”
“그럼 내가 기생충 쪽쪽 빨아서 다 먹어버려야겠네.”
“제발요, 선생님. 치료해주세요. 아파요.”
“김지수 환자, 팬티부터 홀딱 벗으세요.”
“예.”
김지수가 잡은 내 손을 놓지 않은 채 후닥닥 아랫도리를 벗어서 내팽개치고 말했다.
“벗었어요.”
“잘했어요. 자, 이제 내가 환자분 고추를 확 물어뜯어서 치료할 수 있게 다리 벌리세요. 똥구멍이랑 불알 훤히 다 보이게 잡고 있으세요.”
“예?”
“김지수 환자. 한시가 급해요. 빨리 나아서 기분 좋아지고 싶지 않아요? 그러려면 치료받아야죠?”
“예, 받을래요.”
“그럼 협조하세요!”
“예!”
“추하게 똥구멍 활짝 벌리고 고추를 내미세요!”
“잇!”
“힉힉힉! 잘했어요. 흐루룹? 후움, 츕쭉!”
“흐아앗, 하으욱? 좋아요, 선생님.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핫? 도와주세요, 선생님. 헝? 좋아, 좆, 흐억? 거기……!”
지수를 보는 두 눈에 얕은 물이 괴어 올랑거렸다. 얼룩지는 시야에 김지수가 꼴답잖게 두 다리를 쫙 펼친 채 어린 남자의 머리통을 붙잡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보였다. 김지수의 두 발이 허공에서 달랑이며 오들오들 하찮게 진동했다.
어린 남자는 지수를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커다란 몸을 수그려서 지수의 몽둥이를 얼굴 구멍으로 뻑뻑 빨아들였다. 지수가 달랑대는 발목을 뚝 분지를 듯 붙잡고 숨도 못 쉬게 몰아붙였다.
지수의 젖을 꼬집고 목을 졸랐다. 어린 남자가 황소처럼 콧김을 뿜으며 지수를 노려보는 얼굴을 본 순간 내 항문이 절로 오므라들 정도였다.
어린 남자의 반대편 어깨가 일정한 박자로 불끈거렸다. 김지수의 묵직한 왕불알 밑 숫총각 항문에 손가락을 찔러넣고 저급하게 쑤셔대는 중인 것 같았다.
그곳은 8년 만난 나도 감히 침범해본 일 없는 지수의 51구역이었다.
“안 돼.”
맥주에 젖은 입술이 스스로 말했다. 홀린 듯 지수의 손을 당겼다.
“지수야. 하지 마.”
지난번엔 움직이지 못해서 말리지도 못했다. 맥주나마 마셔서 용기백배한 지금은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김지수. 싫어. 걔한테 하게 해주지 마.”
“하억, 흐엉? 허하, 허하앙……! 고추 좋아, 귀두 좋아, 좆물 나올, 으앙!”
그러나 김지수는 날 붙잡은 손에 움찔움찔 힘을 더하고 모가지를 닭처럼 이리저리 꺾어댈 뿐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해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린 남자에게 다가갔다.
잡은 지수 손을 놓지 않은 채 어린 남자의 머리를 다른 손으로 훅 밀었다.
“절로 가요.”
어린 남자가 지수의 물건을 입에서 뿍 뱉었다. 그리고 날 올려다보았다.
“왜요, 형님?”
어린 남자가 요사스럽게 물었다. 화를 버럭 낼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되레 새 장난감을 찾은 아이처럼 신이 난 눈빛이었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마요. 내 거예요.”
“알아요.”
어린 남자는 여전히 화내지 않았다. 대신 예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자긴 형님 애인이고, 나도 우리 자기 새 애인이고. 내가 우리 자기랑 만난 지 얼마 안 되긴 했는데요, 나도 형님이랑 똑같이 우리 자기 애인이에요.”
“…….”
“형님도 그거 인정하고 무릎 꿇었잖아요. 형님 혼자서만 지수 애인인 줄 알아요?”
“…….”
“우리 자기가 입으로 해달라잖아요. 사랑하는 애인 사이에 지수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당연히 하게 놔둬야 되는 거 아니에요? 왜 말려요? 형님이 뭔데요?”
사랑은 무슨 사랑. 네가 사랑을 알아?
“형님은 지수한테 이런 거 해줘요?”
어린 남자가 지수에게 다시 물었다.
“자기야. 이 형 자기한테 이런 거 해줘, 안 해줘?”
“쟤랑은 그냥 아래위로 구멍에 쑤시기만 했어. 쟨 아무것도 몰라.”
“헐……. 그게 더 변태 아니야?”
“야, 변대훤. 그니까 얘한테 모르는 건 물어봐서 좀 배우라니까. 내가 말했잖아. 아까 나 없을 때 뭐 했어.”
하긴 뭘 해. 쀼루퉁한 얼굴로 답했다.
“밥했지.”
“그니까 그럴 때 틈틈이 배우고 하면서 친해지면 좋잖아. 가르쳐달라고는 해봤어?”
할 말이 없었다.
“형님, 형님이 말해봐요.”
어린 남자가 날 붙잡고 물었다.
“우리 자기가 진짜 형님 후장에 냅다 그냥 좆만 좆나 처박았어요?”
“…….”
“준비 땅! 하면 우리 자기가 막 형님 후장에 퍽퍽 푹푹 박고 싸면 끝이에요?”
“…….”
“푸하학!”
우리 자기, 우리 자기. 아까부터 되게 거슬리네.
“그쪽 자기 아니에요.”
“네?”
“내 자지……. 아니, 내 자기예요.”
“내가 한 말 다 밑구멍에 갖다 처박았어요? 아니면 형 취했어요? 그쪽 그쪽 하지 말라니까요. 후장 찢어지고 싶구나?”
갑자기 오싹했다. 다행히 어린 남자는 딴 데 더 꽂힌 듯했다.
“아니, 그니까 형님 자지든 내 자지든 간에 김지수가 형 똥구멍에다 자지 넣었다 뺐다만 했냐고요.”
“지수가, 댁 친구예요? 댁보다 한참 형이잖아요.”
“대답 안 하는 거 보니까 진짠가 보네. 근데 도망 안 가고 7년이나 사귀어요?”
“내가 왜 도망가요. 지수가 내 애인인데 애인 버리고 어딜 도망가요.”
“형. 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그러면 좋긴 해요?”
“…….”
“아, 말도 안 돼! 못 믿겠어. 7년 만났으면 온갖 페티시 코스튬에 BDSM은 기본이고 스리섬 스와핑 떼씹까지 다 떼고 나서 순정으로 돌아갔다가 심심할 때마다 다시 한 바퀴씩 돌아야 되는 거 아니야?”
8년이나 만났는데 이렇다고? 저렇다고? 8년을 만났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지긋지긋한 소리였다. 8년을 만나면 어째야 되는 게 정해져 있나.
8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한바탕 봄꿈 같은 인생의 찰나였다.
행복이는 아이처럼 목소리가 크다. 불행이가 마음속으로 행복이의 무지와 교만을 손가락질하는 줄은 꿈에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사실 행복이는 자기 자신이 무지하고 교만하다는 뼈아픈 진실을 깨달아야 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다면 누가 승자일까.
사랑에 한해서는 불행이가 된 기분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랑밖에 난 몰랐다.
“아무튼 우리 자기가 형님은 이런 거 안 해준다잖아요. 두 번째 애인인 나라도 해줘야지 별수 있어요?”
“안 해주긴 왜 안 해줘요. 나도 지수 기분 좋게 해줄 줄 알아요. 우리도, 우리도 다 해요.”
“에이, 거짓말.”
“거짓말 아니에요.”
“못 믿겠는데요. 그냥 나랑 우리 자기랑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모습이 질투 나서 초 치려는 거죠? 에이, 씨. 확! 그냥……. 허풍 떠는 거 다 알거든요?”
“허풍 아니에요. 지수랑 8년 만난 내가 지수를 더 잘 알지 동생이 더 잘 알겠어요?”
“오?”
어린 남자가 눈웃음 꽃을 활짝 피웠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동생’이요? 형님 나한테 동생이라고 했어요?”
아뿔싸.
“……그렇게 부르라면서요.”
“아, 이쁘다. 잘했어요. 나 형님 땜에 기분 완전 좋아졌어요. 형님밖에 없어요. 형님 최고!”
어린 남자가 큰 덩치로 달려들어 날 품에 안았다. 알다가도 모를 애였다.
스무 살짜리가 나한테 ‘예쁘다, 잘했다’라니. 이 앤 그런 말을 하면 내가 제 또래의 백치 같은 애들처럼 헤벌쭉할 줄 아나. 어림없었다.
쪽.
입술에 무언가 말캉한 게 붙었다가 떨어졌다. 어린 남자의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확인하자마자 내 입술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어떻게 조금 전까지 지수의 음경을 빨아 먹던 입으로 뽀뽀를 할 수 있지. 그보다, 이 앤 같은 남자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하는 입장에 내 입에 뽀뽀를 하고 싶나.
비위 좋은 줄이야 익히 알았지만, 일부러 날 약 올리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다.
진짜 진짜 나쁜 자식이었다. 김지수보다 더했다.
“아무튼 형님, 이건 이거고, 그래서 형님 말은 형님이 지수를 만족시킬 자신이 있다 이거예요?”
그건, 그러니까…….
언제 얘기가 이리로 튄 거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쨌거나 스무 살짜리가 몸뚱어리를 어디서 얼마나 굴려댔든지 간에 8년 차 커플의 연륜이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그거 하난 확실히 해야 했다.
어린 남자가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세계가 있다는 뼈아픈 진실을 한번 깨닫게 해줄 필요는 있었다.
“지수는 내가 제일 잘 알아요.”
“아, 답답해. 말이 처길어요. 그니까 자신 있다는 소리냐고요.”
“네.”
“그럼 대결해요.”
“예?”
“자신 있다면서요.”
그걸 어떻게 대결하는데. 그보다 대결까지 할 만큼 자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실수한 걸까. 저 앤 왜 항상 신나있는 걸까.
“누가 더 우리 자기를 만족시키는지 대결해요.”
“…….”
“아니다. 내기해요.”
“내기요?”
“이긴 사람이 우리 자기 하루 동안 독차지하기. 어때요?”
요즘 지수를 매일 독차지하는 건 본인이면서.
어? 그럼 나한테 이득이잖아?
어린 남자가 지수를 채근했다.
“자기도 알았지? 이긴 사람이랑 하루 동안 러브 뿡뿡 데이트 하는 거야.”
“뭔데, 그게. 그거 하면 빨아줄 거야?”
“아이, 당연하지.”
“그럼 하지.”
“형님, 들었죠? 준비됐어요?”
내기엔 자신 없었다. 내가 뭘로든 저 앨 이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는 건데요……?”
“흐히힉!”
어린 남자가 느닷없이 웃고 긴 혀를 날름거리며 지수의 성기 근처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날 반달눈으로 쏘아보았다.
“더 많이 싸게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술이 확 깨는 듯했다. ‘내기’라는 게 세 명이 분별없이 섞여서 음란 행위를 벌이잔 뜻이었나.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성관계란 두 당사자 사이에서 비밀스럽게 이루어져야 마땅한 것 아닌가. 신성하고 아름다워야 하는 행위잖아.
저 앤 나한테 보여주지 못해서 안달하는 것으로 모자라 인제는 아예 시장 바닥에서 김밥 눌러 말고 국수 말아 먹듯 셋이서 다 같이 말아 눌러 먹자는 얘긴가.
그건 아니잖아. 인간으로 태어나서 왜 짐승 짓을 한단 말인가.
어린 남자한테 지수를 빌려주게 된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뭐? 그 꼴을 보는 것도 모자라서 거기 참여하라고?
너희가 사람 맞냐. 너희가 사람이 아니라도 난 사람이다. 난 아직 사람이란 말이다.
“자신 있다면서요.”
어린 남자가 파충류처럼 길고 뾰족한 혓바닥 끝으로 지수의 좆구멍을 슬쩍슬쩍 후비고 기둥을 싹싹 핥아 올렸다. 지수가 침대 시트를 그러잡고 안달 난다는 듯 신음을 흘려댔다.
“아흑, 하읏……. 하앙, 탑기야.”
“나 부르지 말고 형님을 불러. 내기를 해야 자기도 좆물 쌀 거 아니야.”
“아까는……. 흥! 그런 말 없었잖아.”
“뭐가?”
“처음에 네가 그냥 빨아주겠다고 한 거잖아.”
“쓸데없이 기억력은 좋아가지고. 맘 변했어.”
“흐읏! 흐응……. 존나 제 마음대로야.”
“맞아, 내 마음대로야. 그니까 싸고 싶으면 형님한테 싹싹 빌어.”
“야, 변대훤. 빨리 둘이 합의 봐. 나 좆물 못 싸면 병신 되는 거 알아, 몰라? 너 내 눈깔 홱 도는 거 보기 싫으면 알아서 해라. 얘 앞이라고 봐주고 그런 거 없다.”
김지수의 그런 말엔 인제 한숨도 안 나왔다. 단호하게 말했다.
“난 그런 내기 하기 싫어요.”
“픽. 싫으면 말든가요.”
어쩐 일인지 어린 남자는 지수한테 하듯 억지를 부리며 내게 강요하거나 협박하지 않았다.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져서 결국 미친 짓거리를 하게 만들지 않았다.
근데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지. 마치, 어린 남자가 강압해주길 내심 바란 사람처럼…….
“그럼 이건 나 혼자 다 먹어도 되죠? 하릅. 음웁. 틋! 타핫, 아앙. 맛있다. 하앙업…….”
어린 남자가 주먹만 하게 큰 지수의 귀두를 한입 가득 삼켰다. 질척한 타액 소리를 내고 요란스럽게 빨아 먹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입 안에 흥건히 고인 침을 꿀꺽 넘겼다.
어린 남자가 원숭이처럼 인중을 늘여 좆뿌리까지 물고 목구멍 안에 푹푹 꽂자 지수가 날카로운 비명을 터뜨렸다. 날 째려보는 어린 남자의 눈에 검은자위가 거의 없었다.
“하지 마요. 그런 게 어딨어요. 내기를 안 한다고 했지 지수 거길…….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언제 그랬어요.”
“극. 틋! 하을츳……. 하앙, 그럼 어쩌라고요. 우리 자기가 좆물 빼고 싶다는데 옆에서 왜 자꾸 깝죽거려요. 애인 좆물 하나 제때제때 못 빼주는 주제에 형님이 뭔 할 말이 있어요. 좀 그냥 처찌그러져 있어요.”
“…….”
“형님은 애인 실격이에요. 내기할 자신도 없으면서 형님이 진짜 애인 맞아요? 관둬요. 자기 애인 하나 꼴리게 못 하는 저딴 게 남자라고……. 큭!”
“뭐라고요?”
어린 남자의 마지막 말이 심장에 구멍을 펑 뚫었다. 바람이 숭숭 통하는 듯했다.
나도 남자였다. 어리바리하고, 겁쟁이에, 박력 없고 별 매력도 없는 나라도 자존심이란 건 있는 남자였다.
“뭐요.”
어린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시비조로 대꾸하는 동시에 지수의 양물을 터뜨릴 듯 움켜잡았다. 지수가 찢어지는 괴성을 지르고 어린 남자를 간절한 눈으로 우러렀다.
어린 남자는 가련한 지수의 반응 따위 개의치 않았다. 튼튼한 가운뎃손가락을 지수의 연약한 항문 안으로 거침없이 밀어 넣었다.
“하악? 하아아! 앙……!”
머릿속 이성의 끈을 뚝 끊었다. 아찔한 취기에 굴하지 않고 어린 남자에게 덤볐다. 지수를 갖고 노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내 애인한테서 떨어져.
“흣, 헉?”
그때였다. 어린 남자가 형사 가제트 팔을 쑥 뻗어 내 정수리를 무자비하게 낚아챘다.
“하악? 놔!”
뚜껑째로 뽑힐 것 같았다. 아파서 아무것도 눈에 뵈지 않는 와중에 매끈한 무언가가 입술에 꾹 닿았다.
“……!”
시큼한 듯 지리고 고리고리한 이 냄샌……?
“흠붑.”
우악스러운 손길이 봐주지 않고 뒤통수를 내리눌렀다. 보드랍고 둥글둥글한 살덩이가 입술 사이로 파고들었다.
“훔. 웁! 븝. 법……. 커걱!”
뒤통수를 가둔 손바닥이 놓아주지 않았다. 익숙한 맛의 귀두가 편도를 꾸욱, 꾹 누르며 가운데 구멍으로 짭짤한 액을 찔끔찔끔 흘려 목구멍에 진득진득 들붙게 했다.
“카학! 컵! 극훕, 겍읍……. 흐붑.”
싫었다. 사랑하는 애인의 소중한 부위를 제삼자에 의해 이런 식으로 보듬고 싶지 않았다.
“흐움! 흐웁? 험, 헙. 펍. 허음읍…….”
그런데 너무 맛있었다. 맥주를 마셔서 알딸딸해진 감각 탓인지 평상시와는 무언가 달랐다.
나도 모르게 입속 귀두가 아프지 않게 신경 써서 물고 매끌매끌한 살 껍질에 혓바닥을 문질러 닦았다. 좆끝이 뱉은 체액을 질펀한 침과 섞어 혀로 울걱울걱 휘젓고 목으로 후루룩후루룩 마셨다.
“버헙……!”
어린 남자가 내 머리채를 훅 치들었다. 허기진 입 안을 가득 메워주던 지수의 좆머리가 팽 빠졌다.
허전한 입 안에서 갈 곳 잃은 혀만 움직였다. 어린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큭.”
어린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비릿하게 비웃고 날 험하게 내팽개쳤다.
“읏!”
힘이 어마어마했다. 자칫하다간 사람을 골로 보낼 수준이었다.
“형님은 구경이나 해요.”
어린 남자가 내게서 뺏은 김지수의 물건을 잡고 현란한 펠라티오를 선보였다. 그 장면을 보고 눈꺼풀을 크게 열었다.
어린 남자의 밤 기술을 바로 눈앞에서 관람하니 곁눈질로 훔쳐볼 때와는 또 딴판이었다. 어린 남자는 단순히 입과 고개가 아니라 상반신 전부를 써서 헤엄치듯 인어처럼 펠라티오 했다.
들숨 한 번 날숨 한 번조차 지수의 사정을 목표로 계산 하에 쉬는 것 같을 지경이었다. 반면 어린 남자의 하반신은 흔들림 없이 온몸을 안정감 있게 지탱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었다.
‘인간 펠라티오 머신’이었다. 초인공지능처럼 실시간으로 대상: 김지수의 반응을 학습하고 그에 따른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중간중간 애태우거나 심하게 볶아치기까지 했다.
저런 펠라티오를 받으면 무슨 기분일까. 김지수는 지지리 복도 많은 놈이었다.
어린 남자 손에 맞아 죽고 싶었다.
맞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내 애인 하나 못 지키고 눈앞에서 잡아먹히는 꼴을 그냥 지켜보느니 바락바락 맞서다가 그 거센 주먹에 비참하게 죽임당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뭣보다 지수한테 창피하고 추한 자세를 시켜놓고 항문을 후벼대는 게 최악이었다. 그건 정말이지 참을 수 없었다.
지수의 항문은 금지구역이다. 누구도 침범해선 안 돼.
지수 좆도 내 거다. 나만 빨 거다.
어린 남자를 이 집에 다시 들인 것으로 양보는 충분했다. 더는 양보할 수 없다.
“비켜.”
“춥, 츄웁. 휴웁!”
“내 거야, 나와.”
“음픗……. 형도 먹고 싶죠?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사이좋게 나눠 빨아요. 뭐가 그렇게 어려워요?”
“나만 빨 거야. 허업……!”
어린 남자를 밀치고 지수가 활짝 벌린 다리 가운데 무릎 꿇었다. 입을 크게 벌리자마자 입 안에 고여 출렁거리던 타액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대로 거대 성기 위에 주르륵 흘리고 용대가리를 덥석 머금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환희의 콧소리를 낼 만큼 맛 좋았다.
“음. 흠! 흐읍.”
“아앙, 나도 빨래요.”
어린 남자의 얼굴이 내 왼쪽 얼굴을 밀치듯 밀착했다. 김지수의 좆이 내 입에서 디룽 튀어나와 어린 남자와 내 사이에 우뚝 섰다.
“하아, 하…….”
침 범벅 한 자짓기둥에 콧구멍을 마구 비볐다. 혀를 쭉 빼서 날름날름 핥았다.
“항, 냐할……. 할앗, 나낭.”
어린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좆 빠는 데 끼어들어 언제나처럼 열성적인 태도로 방해했다. 아니, 돕는 건가?
내가 핥는 쪽 반대편 자짓기둥을 혀끝으로 누르고 빠르게 훑어 올렸다. 나와 같이 지수 좆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과 성을 쏟았다.
어린 남자는, 비록 나이는 어려도, 좆을 빨 때만은 최후의 펠라티오를 하듯 전심을 다했다. 누구나 배워야 할 점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 열정이 어디서 솟을까. 설마 지수를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나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어린 남자보다 소심하고 솔직하지 못할 뿐, 지수를 더 깊이 사랑하는 쪽은 나니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 이기고 싶었다. 어린 남자를 때려눕히고 싶었다. ‘남자’로 인정받고 싶었다.
“헉, 헛. 알, 핫! 하릇…….”
더는 부끄럽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펠라티오를 할 때면 민망해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지수와 눈을 마주치려고 시선을 들었다.
눈 근육에 힘을 주고 눈을 크게 떴다. 지수의 눈길을 애타게 구하며 속으로 외쳤다.
지수야, 나 좀 봐. 나도 널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이렇게 할 수 있어.
……나 이뻐? 얘처럼?
간절한 마음이 통한 걸까. 지수가 황홀하다는 듯 홱 꺾어놓은 고개를 차차 돌이켜 우리 둘을 내려다보았다.
지수의 표정이 하루아침에 극락세계의 정복자가 된 남자처럼 얼떨떨하고 득의양양했다. 지수가 청동빛 손을 뻗어 어린 남자와 내 머리통을 번갈아 쓰다듬었다.
“강아지 두 마리 데려다 키우는 것도 아니고 하는 짓이 둘 다 이렇게 귀엽냐. 너희 땜에 행복해 죽겠다.”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내 애인이 나 때문에 행복해 죽겠다고?
어린 남자와 난 누가 먼저랄 새 없이 쩝쩝 좆 빠는 소리와 흥흥 콧소리를 높였다. 지수의 칭찬에 응답하는 우리 나름의 감사 인사였다.
지수가 계속 말했다.
“변대훤 네가 그래도 인마, 형인데 동생한테 샘내지 말고, 좋은 건 좀 배우고, 서로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알지? 믿는다. 내가 너랑 7년을 만났지만 지금처럼 네가 섹시해 보이기는 또 처음이다.”
8년이라니까. 근데 잠깐, 세……. 섹시?
내가 섹시하다고?
지수가 나한테 ‘섹시하다’고 말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랑하는 애인이 커다란 손으로 내 이마를 상냥히 쓸어 넘기고 덧붙였다.
“변대훤, 너 지금 작살나게 쿨하고 멋있어.”
“흡음, 픕풋.”
내가 섹시한 데다 쿨하고 멋있기까지 하다고?
지수의 칭찬에 정신이 혼미했다. 내 귀에 캔디였다.
“봐, 이러니까 얼마나 매력 있냐? 촌빨 날리고 구질구질하게 맨날 쓸데없는 거에 목매면서 사람 피곤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보기 좋아.”
“함음. 븝, 헤릇.”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사람이 즐길 땐 화끈하고 솔직해야 귀엽고, 인간적이고, 눈길이라도 한 번 더 가는 거지, 맨 떽떽거리기나 하고 점잖은 척 내숭 빼는 거 남자 눈에 하나도 매력 없다. 너도 같은 남자니까 알 거 아니야.”
“테릇, 테룻…….”
“네가 이렇게 나오니까 나도 행복하고 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하고 내 고추도 행복하잖아. 누가 다 상한 애인한테 이런 거 가르쳐주고 끼워주냐.”
“훕, 훕읍. 후봅, 툿.”
“변대훤, 내 새끼. 네가 진작에 이러고 나왔으면 초저녁부터 벌써 너 이뻐해 주고 만져주고 다 했을 거 아니야.”
“테헷, 테흣…….”
“잘하자. 내가 얘한테 질려서 다시 널 더 이뻐할지 누가 아냐? 그래도 연차가 있는데 변대훤 네가 맘만 먹으면 얘보다 훨씬 섹시하게 잘할 수도 있어. 그렇지, 혓바닥 더 빨리. 아, 눈깔 뒤집어지네……. 야, 너 변대훤 맞냐? 내가 아는 그 변대훤 맞아?”
“핫, 탓, 앗냘……. 트틋, 툿.”
주문 같은 칭찬이 내 혀에 8기통 엔진을 달았다. 이게 진짜 현실이라고?
어떻게 지수에 나에 어린 남자까지 셋 중 누구도 불행하지 않고 셋 다 행복과 만족을 동시에 느끼는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지수가 날 처음 보는 남자 대하듯 살살 꼬드기고 설탕 바른 칭찬을 내미는 일은 내 생에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 애인은 언젠가부터 내게 원하는 것이라곤 없었는데.
지수가 내 비위를 맞추고 날 다루려고 애쓰는 상황이 눈물 나게 짜릿짜릿했다. 오랜 애인에게 수작 당하는 기쁨이 온 이성을 마비시켰다.
“할핫! 탈핫……!”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메타버스: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에 접속한 듯 마음이 일렁였다.
솔직히 좀 신나기도 했다. 난생처음 맞닥뜨리는 경험이 날 혹하게 하고 들뜨게 했다.
좋아. 뭐 어때?
더는 어려운 상황에 압도당해 혼자 스트레스에 회까닥 나가자빠지고 싶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잖아.
두 사람한테 또다시 짓밟히고 비참하게 버려지느니 동등하게 함께하며 기회를 엿보는 편이 낫지 않나.
내가 요염하다는 듯 놀라움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봐주는 지수의 관심이 너무 달콤했다. 갈급한 심장에 떨어지는 젖과 꿀 같았다.
마약성 진통제처럼 끊고 싶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에 맛본, 이미 아는 사랑의 맛인데도 외면할 수 없었다.
김지수는 심지어 어린 남자는 인제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츄르르르릅!”
지수의 열렬한 반응에 답하듯 좆기둥 옆면을 입술로 물었다. 크게 소리 내 후루룩 빨아 먹었다. 혀를 프로펠러처럼 휘둘렀다.
주둥이가 펠라티오 엘리베이터인 양 좆머리와 좆뿌리를 오르내렸다. 지수가 탄성을 내뱉고 내 머리에 손바닥을 얹었다.
지수의 손이 정수리를 덥혔다. 지수가 전하는 정이 날 응원하는 것 같았다.
익숙한 음경 피부가 혀끝에 짝짝 붙었다. 애인의 맛이 그 어느 때보다 입에 당겼다.
“투르르릇. 탈랄랄랄.”
어린 남자가 내 달라진 태도에 자극받은 듯 펠라티오에 전력투구했다. 내 옆 어린 남자의 독기와 오라가 그대로 전해졌다.
어린 남자와 나, 두 고깃구멍이 열기와 습기를 뿜었다. 침실 안이 마치 육수 비 내리는 정글처럼 눅눅하고 후덥지근했다.
“흥허업!”
어린 남자가 치사하게 지수의 좆머리를 입술로 낚아챘다. 절호의 기회를 포착한 사냥꾼처럼 날쌔고 망설임 없는 캐치였다.
“훔업. 훔버업. 험법.”
어린 남자가 눈을 까뒤집고 무아지경에 돌입했다. 어린 남자 때문에 자짓기둥에마저 혀를 못 붙이고 밀려났다.
어떻게 하면 어린 남자를 제치고 좆을 다시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때 지수의 손이 날 내리눌렀다.
“……흣, 듭. 어븝. 날랄랄.”
불알이나 빨라는 뜻이었다. 하긴, 애인 간수도 못 하는 패배자 자식한테 과분한 자리인지도 몰랐다.
불알이나마 빨게 해준 데 고마워해야 하나. 내가 언제부터 이런 일을 고마워하게 됐을까.
“츄릇, 추릇…….”
그래도 지수 불알은 맛있었다. 쭈글쭈글 부들부들한 유부 주머니 껍질을 혀로 꾹꾹 누르고 헤집어 안의 메추리알 두 알퉁이를 찾고 굴려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린 남자가 게걸스럽게 좆을 빨며 흘려댄 침이 자짓살을 타고 줄줄 흘러 불알을 눅인다는 점이 애로 사항이었다. 흡사 다코야키에 소스 끼얹듯 했다.
지수의 불알을 핥으면 어쩔 수 없이 어린 남자의 침을 받아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지수를 기쁘게 하는 행위를 포기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좀 서럽긴 했다. 어린 남자는 위에서 지수의 매끈하고 탱글탱글한 좆을 먹고, 난 아래서 가쓰오부시 뿌린 다코야키처럼 부숭부숭한 털불알을 먹고.
아무리 내가 뒷방 늙은이 신세라지만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데.
지수 불알이 싫은 건 아니었다. 다만 나도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집짐승이 아닌, 들짐승같이 야성적인 어린 남자처럼 지수 좆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방금처럼 딴사람이 된 기분에 흠뻑 취하고 싶었다.
“아! 앙, 좋아! 쌀 거 같아. 탑기야, 최고야. 사랑햇? 좆물 나왓―!”
부러웠다. 나도 지수한테 최고라는 찬사를 듣고 지수의 정수를 입에 받는 쾌거를 이룩하고 싶었다. 안 해본 것도 아닌데 어린 남자 때문인지 괜히 더 절실했다.
그렇지만 당장은 내 소임에 충실해야겠지. 지수가 문제없이 행복하게 사정할 수 있게 불알을 간질이는 혓바닥에 집중해 속도를 높였다.
“헉? 컥! 내 물, 나 물! 탑기야, 갈 거 같아, 좆물 뿌……. 억!”
어린 남자가 지수의 좆을 입에서 풍 뽑았다.
싼 걸까? 그렇다면, 이때다!
지수의 만족스러운 후희를 위해 혀를 선풍기처럼 휘돌려 불알을 와다닥와다닥 때렸다. 혀에 쥐가 나고 턱 근육이 뻐근해도 멈추지 않았다.
어린 남자로 인해 사정한 찰나보다 더 짜릿하고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겨주고 싶었다. 이 순간 어린 남자가 아닌 날 각인시키고 싶었다.
“하아, 하……. 형님.”
그런데 어린 남자가 축축하게 푼 눈으로 날 보고 얼굴 가까이 붙었다.
뭐지? 설마 나한테 키, 키스하려는 건……. 헉?
어린 남자의 뜨겁고 말캉한 입술이 입꼬리에 꾹 닿았다. 어린 남자가 지수 자지는 얻다 내팽개치고 내가 차지한 불알 무덤에 아름다운 입술을 파묻었다.
젊고 팔팔한 육체가 뿜는 체온이 내 뺨을 따끈하게 데웠다. 어린 남자의 튼튼한 울대뼈가 오르락내리락 힘있게 움직였다.
어린 남자가 왕자처럼 예쁜 두 눈을 꼭 감은 채 지수의 불알에 하염없이 키스하기 시작했다.
“흐응, 흥웁……. 컥, 읍. 읏.”
어린 남자의 주홍으로 달뜬 뺨, 젖은 눈썹과 이목구비, 한층 더 길게 늘어난 흑갈색 속눈썹을 보니 새삼 예쁘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그림 속 천사 같은 얼굴과 몸으로 흥분해서 쌕쌕거리는 모습은 홀린 듯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장경이었다.
내 평생 김지수 말고 저렇게 황홀한 외모를 갖고 태어난 애가 꼴려서 게슴츠레해진 꼴을 보는 일이 또 있을까.
지수의 불알에서 잠자코 고개를 들었다. 어린 남자한테 불알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인제 어떡하지. 지수 또한 엄마 잃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직 안 쌌나? 어린 남자가 지수 좆을 내팽개치길래 당연히 사정한 줄 알았는데, 지수의 표정을 보니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내가 지수 자지를 빨아주면 되겠다. 얼른 자세를 높였다.
혼란스러운 얼굴의 김지수를 다독이듯 눈을 맞췄다. 이러면 좀 안심하겠지?
지수야, 나만 믿어. 내가 해줄게.
“하업.”
“아읏! 변, 대훤……?”
“움쪽, 허법……. 쩝픗, 쩝펏.”
지수의 두꺼운 좆뿌리를 단단히 움켜쥐고 딱딱한 좆끝을 입술로 덮었다. 혓바닥으로 빠르게 문지르고 힘주어 눌렀다.
손안의 좆몽둥이가 점점 더 강도를 높이며 부푸는 만큼 지수의 신음도 거칠어졌다. 지수가 빨갛게 익은 얼굴로 행복하다는 듯 엉엉 울었다.
내가 이전에 쭉 펠라티오를 해줬을 때는 물론이고 어린 남자 혼자 펠라티오를 해줄 때도 지수가 이 정도로 흥분하진 않았다. 두 사람이 도와주면 두 배로 좋을 수밖에 없는 걸까?
지수의 표정이 부러울 만큼 야했다. 미쳐 좋아 죽었다.
그 모습에 자연히 내 좆도 한껏 꼴린 채 트렁크를 뚫고 나올 듯 꼿꼿이 키를 세웠다. 내 좆은 항상 지수가 꼴리는 만큼, 딱 그만큼 따라 흥분하는 ‘김지수 전용 흥분도 측정기’나 다름없었다.
발가락을 오므렸다. 항문을 쪼였다.
그래도 진정되지 않았다. 내 애인이 도대체 얼마나 흥분한 걸까.
“앙, 아앙! 하엉, 변대훤. 나 죽……. 그아핫!”
김지수가 양쪽 허벅다리를 벌벌 떨며 경기를 일으켰다. 침대와 침실까지 죄 진동했다.
아래에서는 어린 남자가 불알주머니에 코를 깊게 묻은 채 지수의 불털을 혀로 빗고 이로 씹었다. 지수의 똥구멍에 꽂은 손가락을 덜덜 흔들어서 안쪽을 자극했다. 연구릿빛 손목을 비틀어 자극이 상하좌우 빼놓지 않고 안벽 전체에 잘 전달되게 다양한 각도에서 전립선을 괴롭혔다.
어린 남자가 어쩐지 든든했다. 남은 손을 조심스럽게 밑으로 뻗었다. 어린 남자를 뒷배로 둔 듯 용기가 솟았다.
손을 지수의 은밀한 구멍 가까이 가져갔다. 여린 살 구멍이 어린 남자의 건장한 손가락을 빠듯이 물고 있을까.
어린 남자의 두툼한 손바닥이 내뿜는 맹렬한 기운을 느꼈다. 그 주위를 둘러싼 지수의 연약한 살결 주름을 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만져보았다.
“하앗, 하억……! 안 돼!”
김지수가 한 손을 힘없이 들어 올린 채 소리쳤다. 왜인지 지수 말을 고분고분하게 듣고 싶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난 지수한테 감히 반항해본 적 없었다.
어린 남자의 손에 의지한 채 손톱 끝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좆 붙잡고 빠는 일 또한 게을리하지 않으려 애쓰며 사랑스러운 애인의 반응을 살폈다.
“흐그겍……. 그겍, 그륵.”
사랑하는 김지수가 눈을 무시무시하게 뒤집었다. 쾌감에 무참히 패배한 벌로 숨 넘길 듯 헐떡거리고 굴욕의 몸부림을 쳤다.
이렇게 벅찬 기분은 난생처음이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지수보다 내가 더 기쁘고 흐뭇했다.
눈물이 다 날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좆을 빨고 짜젖히는 입과 혀도 고되지 않았다.
손가락 끝을 오물오물 삼키는 지수의 항문 주름이 따듯하고 친절했다. 지수의 무뚝뚝하고 까칠한 성격과 달리 지수의 은밀한 곳이 선물하는 감각은 너무도 수줍고 상냥했다.
여리고 연약한 진분홍 항문 주름은 거절을 못 하는 순한 성정 탓에 어린 남자의 손가락을 꽉 차게 물고도 내 손가락 끄트머리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
내 애인한테 이렇게 귀엽고 깜찍한 데가 있었구나. 난 지수가 숨겨놓은 모습을 알게 해준 새 동생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지수가 기뻐하는 모습에 자신감을 얻어 손가락을 항문 깊숙이 밀어 넣었다. 손가락을 살짝씩 구부릴 때마다 손가락 끝이 꾸욱, 꾹 누르는 지수의 직장 내벽이 따끈하고 폭신폭신했다. 닭 근위처럼 쫄깃쫄깃 탱탱했다.
“크학, 항……!”
지수가 괴성을 질렀다. 자신의 항문 안에서 제각기 득시글거리는 성인 남자 두 사람의 손가락을 제정신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촉촉한 혀를 빼물고 눈동자를 치켜떠 자기 자신의 뇌를 쳐다보는 모습을 보아 싫지만은 않은 듯했다. 어린 남자와 내 손가락을 괄약근으로 쫄딱쫄딱 조르고 청동빛 복근과 허벅지에 잔뜩 힘주는 몸짓을 봐도 그랬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아니라 야하고 엉큼한 소리를 내고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지수는 우리 두 사람이 손발을 맞춰 선사하는 합동 서비스를 무척이나 즐기는 게 틀림없었다.
“우붑, 우븟. 응, 앙. 하앙.”
어린 남자의 머리통이 내 아래서 지수의 불알을 한입 가득 빨아 먹고 회음부를 이로 깨무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형용할 길 없이 복잡한 마음에 어떤 동지애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어린 남자가 제멋대로 굴던 모습을 떠올리면 좆은 나한테 넘기고 밑에서 불알이나 빠는 자세가 탐탁잖을 법도 하고, 또 마음만 먹으면 나 같은 놈은 아무것도 못 하게 막고 지수 좆이건 알이건 혼자 독차지해도 할 텐데.
근데도 나한테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자신은 뒤로 빠질 수 있는 까닭은 그만큼 지수의 안위와 만족을 우선하기 때문인가? 난 이 애보다 형이 돼서 그동안 시기 질투만 일삼고 진정 지수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던 게 아닐까?
지수한테 사랑과 자유를 주기는커녕 구속하고 내 뜻대로 통제하려고 들었던 건 아닐까? 이 앤 정녕 내가 보고 배울 점으로 가득한, 하늘에서 내게 내려준 ‘귀인’인 걸까?
뭔지 몰라도 지금은 어린 남자의 노력에 발맞춰서 지수의 행복을 위한 봉사에 정신을 쏟아야 할 때였다.
빵빵한 왕귀두를 후루룩 쩝쩝 혀로 휘감아 돌렸다. 손가락을 항문 속 더욱 깊숙한 곳으로 푹 찔러넣었다. 손가락 끝을 콱 세워 말캉한 장 내벽을 북북, 긁었다.
“커헛, 터헉……!”
나 또한 사랑하는 애인 지수를 따라 눈알을 홱 뒤집어 깠다. 미간 위에서 인디고 컬러로 빛나는 세 번째 눈이 보였다.
이렇게 추잡한 표정은 지어본 일 없었다. 이런 표정이 나올 것 같은 낌새만 맡아도 화들짝 놀라서 자제하고 또 자제해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지수 말이 다 맞았다. 행복하려면 솔직해야 했다.
지수는 언제나 날 새로 깨우치게 했다.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게 했다. 8만 8천 명의 또 다른 나와 만나게 했다.
난 지수 덕분에 매일매일 환생하듯 새 사람으로 새 인생을 살며 삶을 진실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난 수치심이나 쓸데없는 체면의 굴레를 스스로 강제해온 어제의 변대훤과 다른 사람이었다.
내 사랑하는 애인 말마따나 ‘쿨’하고 화끈하게 즐길 줄 아는, 거추장스럽고 고리타분한 감정 따위 외면하고 스스로 속일 줄 아는, 도시 사람답게 능숙하고 세련된, 재밌고 매력 있는 남자 변대훤이었다.
본능에 몸을 맡길 뿐, 괜한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등신처럼 겁부터 집어먹지 않았다.
실로 위험하고 야수 같은 남자였다. 내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처음 만난 나였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재밌고, 쿨하고, 섹시한 대훤아.
이 순간의 난 나 자신의 쾌락과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사내였다. 찬물 같은 이성으로 머리를 식히고 제정신을 붙잡는 따분한 짓 대신 마그마 같은 충동에 날 기꺼이 내던지고 몸과 마음을 공기에 살랐다. 또 다른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허락하고 내버려 둘 줄 아는 여유가 있는 남자였다.
전립샘을 달구는 열기가 정수리까지 치솟았다. 그 바람에 뇌가 녹아 줄줄 흐르는 게 틀림없었다. 아니면 이렇게까지 파렴치해질 수 없을 테니까.
“후르룹!”
“응거하아억……!”
걱.
사랑스러운 애인 앞에 절하듯 고개를 푹 숙였다. 애인의 좆끝이 곡괭이처럼 목구멍을 물컹 찍었다. 돌 같은 좆머리가 숨을 콱 막았다.
“업. 걱.”
“트부흐훗……. 겍.”
“헙컥!”
괜찮아. 끄떡없다.
난 이 정도 능력은 있는 남자니까.
“그게엑, 으게헥?”
지수가 신내림 받는 박수무당처럼 사지로 춤추고 몸뚱어리를 뒤흔들었다. 미친놈 지랄 발광을 떨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냉동인간처럼 뚝 그쳤다.
마치 지수를 둘러싼 시간이 멈춘 듯했다.
지수가 있는 곳은 ‘무한’이었다. 지수는 부자유하고 유한한 현실 세계 속 우리 아파트가 아닌 무진장하고 머나먼 태허 우주 어딘가를 하염없이 헤엄치며 여행하는 중이었다.
내가 지수가 된 듯 뿌듯한 만족감이 펄펄 끓는 온천물처럼 하단전을 메우고 넘쳐흘렀다.
“억. 벅. 걱. 컥! 븍, 북. 긋…….”
눈을 질끈 감고 실성한 놈처럼 대가리를 흔들었다. 지수의 음경에 목구멍을 대고 스스로 질퍽질퍽 강간했다. 위장이 구역질하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쳐댔다.
지금은 안 돼. 농염하고 능수능란한 대훤아. 조금만 참아. 그래야 우리 지수가…….
“기헤에에헥!”
“음. 큭? 프븝……!”
코에서 무엇인가가 뻥 폭파했다. 가쁜 숨을 들이고 낼 때마다 콧구멍에 붙어 달랑거렸다.
사랑해, 김지수. 비록 내 좆은 살 붙일 데 없는 외로움에 진절머리내며 혼자서 투명한 눈물을 흘릴 뿐이지만, 네가 만족스럽게 절정을 맞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어? 흐웃?
커다랗고 뜨거운 손이 내 바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지금 어딜 만지는, 하어억……!
남자다운 손이 성난 꽈리고추를 똑 딸 양 낚아챘다. 어린 남자는 내가 아까부터 찔끔찔끔 지려놓은 물을 단숨에 손가락으로 훑어 귀두와 기둥에 골고루 묻혔다. 그리고 위아래로 거침없이 주물러 비볐다.
“흡걱. 커겍……!”
어린 남자의 손바닥 안에 폭 안기자마자 허리가 퉁퉁 튀었다. 분신이 저절로 좆물을 풋풋 발사했다.
어린 남자 때문에 지수뿐 아니라 나까지 다른 세계로 연행되고 말았다.
내 물건을 가둔 손이 어린 남자 게 아니라 지수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왜냐면, 딴 남자 손인데도, 너무, 너무…….
“픕, 하어악!”
좋아.
나도 모르게 지수 좆을 퉤 뱉고 하늘을 우러러 목 놓아 우짖었다.
이렇게 좋았던 게 얼마 만이지. 설마 처음은 아니겠지?
눈을 뜨고도 앞을 볼 수 없고 귀를 열고도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코를 뚫고도 숨을 쉴 수 없고 입을 벌리고도 언어를 말할 수 없었다.
목구멍 안쪽에 붙어 끈질기게 매달리는 김지수의 정액. 손안을 든든히 채우고 버티는 김지수의 성기. 손가락을 야무지게 품어 안은 김지수의 항문. 성기를 뜨겁게 속박한 어린 남자의 손.
온몸의 세포가 환희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뒷골에서부터 기쁨의 폭포수가 솟아 정수리를 타 넘고 눈썹을 차게 적셨다. 목 아래로 줄줄 흘러 차오르며 전신을 잠갔다.
미쳤다.
기운이 들끓고 식으며 순환했다. 기껏 모은 생명력을 내 사랑하는 애인 지수가 아니라 생판 남의 손에 버려버리는 맛. 배덕하고 농후한 풍미.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막 나가는 거지. 정말 내 멋대로 다 해도 괜찮은 걸까.
“아악, 하악……!”
어린 남자는 내 성기를 못살게 구는 행위를 그치지 않았다. 더 뿜을 것도 없이 혹사당한 음경이 아직도 누리끼리한 좆물을 쩍쩍 뱉었다.
어린 남자는 내가 흘린 자짓물을 거두어 내 귀두에 문질러 발랐다. 좆끝이 온통 미끈거렸다.
“흐윽…….”
그때였다. 어린 남자가 손을 둥글게 말아 내 온 귀두를 손뼉 돔 안쪽 벽면 사방팔방 마찰시켰다.
“듯! 그하악? 아, 안 돼요. 그만! 크히익……?”
뜨거운 방둥이를 갈팡질팡 우왕좌왕 흔들었다. 벌레처럼 구부렁구부렁 춤췄다.
어린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가 뱉어버린 지수 좆을 혀로 건들며 날 도발했다.
“빨리 덤벼봐요, 형님. 아직 안 끝났어요.”
뭘, 흑? 덤비란, 허아악? 어떻게 덤비란 거야. 으, 푸후! 뭔 소리야. 제발 그냥 좀…….
“늣, 놔줘요. 거기 놔주……. 으갸학!”
“기권할 거면 지수 좆물 도로 내놔요. 뱉어요.”
어린 남자가 재촉하지 않아도 내 아가리는 조금 전 머금은 지수의 정액을 새로 생긴 거품과 함께 줄줄 떨구는 중이었다.
어린 남자가 약수로 목 축이듯 내 밑에서 혀를 길게 뺐다. 내가 하수구처럼 뻥 뚫어둔 입이 흘리는 폐수를 받아먹으며 강아지처럼 헥헥거렸다.
“학, 핫! 할아하앙……. 큭.”
얄미운 낯이 날 올려다보고 방긋방긋 웃었다. 어린 남자의 자태에 혼을 뺏기기도 잠시, 이 앤 혀가 왜 이렇게 깨끗한, 허억?
어린 남자가 내 좆끝을 감싼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어지럽게 섞갈리는 시야에 어린 남자가 선홍빛 혀 위에 올린 내 타액과 지수의 좆물 건더기를 꿀꺽 삼키고 나서 다시 입을 벌려 내게 확인시키는 모습이 어른거렸다.
내가 몸뚱어리를 흠칫흠칫 떠는 꼴을 비웃듯 어린 남자가 이를 보인 채 시원하게 미소 지었다. 델 듯한 선단의 온도를 참을 수 없어 얼굴을 찡그리자 어린 남자가 따라 저릿한 듯 자기 혀를 한쪽 어금니로 살며시 깨물고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리 형님 진짜 말 안 듣네. 안 되겠다.”
“아흑, 하어헉……!”
“우리 자기 좆 따먹으면서 우리 자기 원래 애인 좆도 손으로 따먹어야겠다.”
어린 남자가 편안하게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무심한 듯 짓궂은 말투였다.
안 되는데……. 근데 이때까지 계속 가만있어 놓고 인제 와서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어린 남자의 주저 없고 믿음직한 손놀림 때문에 더 거부하기 어려웠다.
어린 남자는 그러면서도 허겁지겁 소리 내가며 하이에나처럼 지수의 좆대가리를 해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린 남자를 향해 가까스로 말했다.
“나도, 흣! 나도 먹을래요.”
한 입만…….
어린 남자가 순순한 눈빛으로 날 살피고 지수 좆을 입에서 천천히 꺼냈다. 오동통한 입술 끝이 좆을 느리게 훑어 올렸다.
아랫입술이 물렁물렁 접히는 모습이 넋을 사로잡았다. 선명한 분홍빛 입술이 여러 가지 물을 먹어 반짝거렸다.
“와요, 그럼. 같이 나눠 먹어요. 빨리 형님 먼저 한입 해요.”
어린 남자가 지수의 셋째 다리를 뺨으로 밀어서 내 쪽으로 기울였다. 지수가 얼빠진 흙빛 얼굴로 좀비 소리를 내고 흐느꼈다.
난 어린 남자가 어미 새처럼 챙겨다 준 지수의 오벨리스크를 닁큼 물었다. 그리고 아기 새처럼 냠냠 쩝쩝 맛있게 받아먹었다.
어쩌면 어린 남자는 천사가 아닐까. 이렇게 잘생기고 몸 좋은 애가 너그럽게 양보할 줄도 안다니. 요즘 젊은 애답지 않게 사내다운 사내애였다.
“음냠, 흠냠. 음흣, 쩝쩝.”
“할응, 하릇. 흣, 냣. 냐흘, 흐웅…….”
내가 성심껏 빠는 좆에 어린 남자도 달라붙었다. 내가 지수의 좆뚜껑을 공략하면 어린 남자는 지수의 좆뿌리를 담당했다.
내가 강하게 하면 따라 강하게 하고 부드럽게 하면 귀신같이 거기에 맞췄다. 더하거나 덜하지 않고 그림자처럼 적절히 움직였다.
그러나 내가 페이스를 놓치면 서포트하듯 단숨에 리드했다. 내가 페이스를 되찾으면 다시 보좌했다.
타고난 애였다. 어린 남자가 내 고추 앞코를 비벼대면 비벼댈수록 혀에 닿는 지수의 자짓살이 더욱 다디달고 감칠맛 났다.
“아븝, 하븝……. 후르릅!”
“넬롤롤롤. 헬렐렐렐.”
추하게 콧구멍 두 짝을 활짝 오픈하고 눈깔을 뒤집어 깐 모습을 어린 남자한테 보이려니 좀 창피했다. 아마 어린 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건 색깔만 달라질 뿐 여전히 예쁘고 귀엽기 때문인 것 같았다.
똑같은 표정을 지어도 난 어린 남자 발끝에도 못 미치겠지. 똑같은 표정을 지은 것조차 못 알아챌 만큼 다른 얼굴이겠지. 깜짝 놀라 자빠질 만큼 흉하겠지.
그렇다고 이 짓을 그만두고 싶은 건 아니었다.
“흐움, 흐옴츗…….”
한 남자를 사랑하는 두 똥구멍이 겸손한 마음으로 자세를 낮추어 그 남자 앞에 나란히 무릎 꿇고 하나의 좆을 번갈아 가며 나눠 빠는 이상 어린 남자나 나나 동등한 입장인 거니까 참을만했다.
바깥에선 눈도 못 마주칠 만큼 빛나는 남자애가 날 ‘형님’으로 높여 부르고, 내게 좆을 양보하고, 저는 불알이나 빨러 내려가서 지수의 항문 근처에 면상을 처박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지수였다.
내가 사랑하는 애인이 그만큼 대단한 남자기 때문이었다.
지수가 판다처럼 시꺼메진 눈을 겨우 반쯤 뜬 채 끙끙대고 상체를 일으켰다. 어린 남자와 난 서로의 짐승 같은 표정을 감상하다 말고 약속이나 한 듯 같은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한 남자를 우러러보았다.
“하아, 항. 얘들아. 나 죽어. 너희들 둘이 짜고 나 보내려고 작정했냐? 황제 서비스 받는 기분이라 좋긴 한데, 더 하면 나 내일까지 못 일어나. 지금도 벌써 수명 10년은 줄어든 거 같아.”
지수의 약한 모습에 오히려 의욕이 불타올랐다. 내게는 낯선 감정이었다.
어린 남자에게는 익숙한 감정일 터였다. 지수의 말에 어린 남자와 나, 우리 둘 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지수 괴롭히기에 박차를 가했다.
“아흣, 하앙! 야! 그만……!”
지수가 우리 둘을 향해 손을 뻗고 애원했다. 꼬장꼬장한 표정만 짓던 얼굴로 예쁘고 안타깝게 울먹였다.
지수가 앙탈을 부리면 부릴수록 어린 남자와 내 봉사는 더욱더 격해질 뿐이었다. 우리 둘은 심지어 지수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자극해 결투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아양 배틀’을 펼치기에 이르렀다.
“자기야, 형님이 핥아주는 쪽이 더 느낌 좋아, 내가 핥아주는 쪽이 더 느낌 좋아? 내가 해주는 게 더 좋지? 내 혀가 더 촉촉하고 말캉말캉하지? 나 자기를 위해서 내 잘생긴 얼굴 이렇게 망가트려 가면서 자기 좆불알에 봉사하고 있는 거 보여, 안 보여? 아잉, 나 봐줘!”
“지, 지수야, 난? 괜찮아? 나도 너 꼴리게 해주고 싶어……. 내가 어떻게 해주는 게 더 기분 좋아? 하읏, 타흣, 읍. 이렇게? 아니면, 흐앗, 하랄랄. 후릅. 이렇게 할까?”
“탑기냥은 고양이다냥! 왕 짱 귀여운 민탑기 야옹이의 혓바닥 날름날름을 받아라냥. 냐옹, 냐냥. 냐릇, 냐를, 항냐옹.”
“멍. 멍! 지수야, 그럼 난 강아지 할게. 대훤이는 지수 주인님의 강아지예요. 지수 넌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 좋아하잖아. 그렇지? 냠. 얌. 지수 주인님 고추는 변대훤 멍멍이의 맛있는 간식. 함냐함냐. 단단해……. 대단해! 뼈다귀보다 지수 주인님 게 훨씬 크고 맛있어요. 멍멍!”
“오늘은 특별히 형아라고 불러주겠다냥! 지수 형아는 당장 탑기냥에게 좆물을 내놓아라냥. 안 그러면 가만두지 않겠다냥! 못생긴 시츄 면상 말고 잘생긴 탑기냥의 얼굴에다 사정해라냥. 도도한 탑기냥은 지수 형아처럼 늠름한 인간 수컷의 좆물을 뒤집어쓰면 해롱해롱해서 형아의 노예가 돼버린다냥……. 냐냥.”
“머, 멍멍이한테 싸주세요! 멍! 멍멍이도 지수 주인님 정액 받고 싶어요. 이뻐해 주세요. 주인님한테 사랑받을래요…….”
“시골 똥개가 하는 말은 무시해라냥. 섹시 다이너마이트인 나 탑기냥의 마력에 빠져라냥! 형아가 탑기냥 쪽으로 좆물을 쏴줄 때까지 형아를 놓아주지 않겠다냥. 구석구석 맛보겠다냥! 에를, 헤으릇. 흐아앙, 냐냥! 지수 형아의 냄새 때문에 흥분된다냥……. 발정 난 야옹이가 돼버린다냥! 하앙, 하아앗? 지수 형아의 좆불똥 냄새만 맡아도 탑기냥은 혼자서 가버린다냥……?”
“멍멍개는 지수 주인님 바라보기만 해도 흥분돼요. 멍멍개가 지수 주인님을 제일 사랑해요. 멍멍개한테도 관심 가져주세요. 멍, 멍멍! 하읏, 하아. 헥헥헥. 주인님 말씀에 절대복종하는 강아지예요. 귀여워해 주세요.”
“아, 씨! 비켜요, 늙은 똥개 씨.”
“동생이나 절로 가요. 이 뚜, 뚱뚱한 왕궁둥이가…….”
“냐옹, 냥! 츳, 춧! 네렐네렐……. 흥아앙, 흥나항. 앙, 앙!”
“쪽, 쫍. 촙. 춥. 우븟후븟. 멍멍! 왈왈. 끼잉, 낑낑…….”
“형아의 진심 수컷 페로몬에 탑기냥은 벌써 홀려버렸다냥……. 형아의 좆물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야옹이가 돼버렸다냥. 빨리 좆물을 내놔라냥! 안 그러면 말라죽을 때까지 괴롭힐거다냥―! 하압, 응츗. 흥츳!”
“헥헥. 멍멍이가 더, 더 흥분했어요. 멍멍이가 주인님을 더 사랑해요. 멍멍이 고추 아파요. 주인님을 너무 사랑해서 몸이 이상해요. 멍멍개한테 정액 뿌려주시면 안 돼요? 좋아해요, 사랑해요, 허아, 하악!”
어린 남자와 난 지수의 귀두를 사이에 두고 서로 혀를 날름날름 들락날락했다. 어린 남자는 지수의 시선이 자기한테 닿는다 싶으면 어김없이 진한 콧소리를 내뿜고 교태를 부렸다.
이러다간 지수의 관심을 다 빼앗기고 말 것 같았다. 나도 용기 내어 최대한 애교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얼굴로 알랑대고 굽신거렸다.
마음속으로만 해온 말, 오랜 애인인 지수 네 사랑을 목마르게 갈구한다는 진심, 네가 날 한 번만 사랑스럽고 예뻐 죽겠다는 눈으로 봐주길 바란다는 솔직한 심정을 듬뿍 담아 눈을 크게 뜨고 부러 깜빡였다.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차마 못 떨어본 아부를 실컷 떨었다. 안달복달 애걸복걸했다.
더, 조금 더 솔직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행위를 처음 해봐서 그런지 생각처럼 술술 나오지 않았다. 나도 어린 남자같이 세상 가장 우습고 천박한 남자인 양 지수한테 아첨해서 귀염받고 싶었다.
어린 남자가 내 좆을 씩씩하게 주물러서 날 푸들푸들 경련하게 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 애교마저도 부릴 엄두를 못 냈겠지.
안타깝고 모자란 몸뚱이로 할 수 있는 한 가장 야한 몸짓을 선보이려고 애썼다. 허리를 탈탈 튕기고 똥구멍을 벌룽거렸다. 애완 곤충처럼 비위를 맞췄다.
이미 내 애인인 남자한테 선택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맹한 척 아양을 부렸다.
“흐윽! 앗, 하아. 애인 두 놈 거느리는 것도 쉽지 않구먼. 깃, 긍허악……!”
김지수가 이를 콱 씹고 고개를 젖혀 울대뼈를 드러냈다. 그리고 두 손을 위험하게 뻗었다.
“응냐흥?”
“퍼헙……!”
어린 남자와 난 거의 동시에 신음을 터뜨렸다. 거친 손길이 정수리를 낚아챘다.
지수가 두 남자 똥구멍의 머리통을 각각 붙잡고 자신의 좆에 마구 문질렀다. 어린 남자와 난 밟으면 꿈틀하는 지렁이같이 더욱 거세고 빠르게 지수 좆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투를 벌이듯 혓바닥 봉사에 매진했다.
지수가 정수리 털을 깡그리 뽑을 양 꽉 움켜쥐었다. 청동빛 팔에 짙은 핏줄과 근육이 울룩불룩 솟았다.
“너희들 둘 다 내 거야. 너희들 중에 한 놈이라도 도망가봐. 나머지 한 놈부터 내 손에 죽는 거야. 연대책임이란 말이야. 알겠어?”
“자기야, 항! 근데 아직도 내가 동생이야? 내가 더 잘 빠니까 내가 형님 해야 되는 거 아니야? 하으응?”
“지수야? 그래도 내가 네 원래 애인이잖아. 그건 아니지…….”
“아앙, 자기야. 나 민탑기잖아. 알지? 내 얼굴이랑 몸을 봐. 내가 더 꼴리는 새끼니까 내가 형님 해야지.”
“동생이 아무리 잘생기고 몸이 좋아도 세컨드예요. 지수랑 8년 만난 내 앞에서 뻐겨요? 동생이 밖에서 얼마나 잘나갔는지 몰라도 이 집에선 그냥 두 번째예요.”
“꼴에 선생질한다고 좆같은 소리만 처하네요. 7년 만났건 오늘 만났건 어차피 지수 좆집인 처지에 그게 뭐가 중요해요? 지수 좆을 얼마나 꼴리게 하는지, 지수 좆물을 얼마나 잘 빼는지가 더 중요한 거 아니에요? 그럼 당연히 힘 좋고 잘하는 내가 형님이죠.”
“몸에 난 구멍 몇 개 잘 쓴다고 형님이면 지수가 뭐가 돼요? 지수가 무슨 구멍만 아는 변태에 발정 난 짐승인 줄 알아요? 지수 무시해요?”
김지수가 기어드는 목소리로 “맞는데…….” 하고 중얼거렸다. 귀먹은 척하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도, 아, 안 못해요. 잘해요. 봤잖아요.”
“큭. 잘하는 거 맞아요?”
“예?”
“고추도 이렇게 부실한데 잘하긴 뭘 잘하겠어요.”
내 고추가 왜 부실해. 지수나 어린 남자만큼 크지 않을 뿐이지 재깍재깍 잘 일어나고 별문제 없는데.
그보다, 지수한테 잘하는 데 고추는 필요 없잖아? 필요한가……?
“자기야, 내 후장이 형님 후장보다 이쁘다며. 자기가 그랬잖아. 내 좆도 형님 좆보다 훨씬 크고 불알도 내 게 더 튼실하지? 내 몸이 더 맛있지? 아앙, 말해봐. 내 똥구멍이 더 맛있어, 형님 똥구멍이 더 맛있어? 내 똥구멍이 더 쫄깃쫄깃해, 형님 똥구멍이 더 쫄깃쫄깃해? 형님 건 헐렁헐렁해서 털 난 하수구에 좆질하는 느낌 들지 않아?”
털 난 하수구라니. 해도 해도 너무했다. 나도 듣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니지, 지수야?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있잖아. 어린애보다 몸 맛은 내가 낫지? 그리고 동생은 어려서 너무 제멋대로잖아. 내가 너한테 더 잘 맞춰주지 않아? 난 너 피곤하게 안 해. 그리고 내 똥구멍 아직 그렇게 안 헐렁헐렁해……. 한참은 더 쓸 수 있어.”
“풉. 형님 구멍 색깔도 토 나오고 털도 많고 개더럽게 생겨서 보고 있으면 차마 못 박겠다고 입맛 개떨어진다고 우리 자기가 그러던데요? 시커메가지고 안에서 갑자기 똥 퐁퐁 떨어질 거 같대요.”
웬 오버야. 욱하는 마음에 반박이 치고 나왔다.
“깨끗하게 씻고 털은 관리하면 되잖아요. 그렇지, 지수야? 나 그래도 네가 8년 동안 잘 써온 구멍이잖아. 그동안 너한테 열심히 벌렸잖아. 흐흑.”
지수한테 그래도 내가 1순위라는 말 한마디, 그게 안 된다면 적어도 어린 남자랑 날 둘 다 똑같이 예뻐한다는 말 한마디를 간절히 듣고 싶었다.
지수는 쉬이 대답해주지 않고 말을 아꼈다. 어린 남자와 내가 흡사 똥에 모인 구더기처럼 지수의 좆 하나를 두고 달라붙어 몸뚱이를 이리 꼬고 저리 꼬고 관심과 애정을 애타게 구하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무척이나 즐기는 듯했다.
“자기야, 나 잘 빨지? 추릇. 츱, 하를웃……. 어때? 내 아가리 후장 성능이 더 좋아, 형님 아가리 후장 성능이 더 좋아? 내 혀가 더 빠르지? 내 입에 침이 더 많지?”
“지수야, 나도 봐줘. 나도 열심히 하고 있어. 흣, 읍. 네가 원하면 앞으로 맨날 이렇게 할게. 앗……. 하아앗! 이런 소리도 맨날 낼게. 내 손가락도 여기 같이 들어있어. 여기도 네 거 빨 때마다 꼭 넣어서 만져줄게. 지수야, 너 기분 좋게 하는 거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나도 배우면 잘해. 네가 많이 가르쳐주면 되잖아.”
“형님 미쳤어요? 우리 자기가 왜요? 그런 건 형님이 알아서 미리미리 신경 써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정보화 사회에 가르쳐달란 게 웬 말이에요? 7년이나 만나놓고 아직도 속궁합 하나 딱딱 못 맞춰요? 형님이 그러니까 안 된다는 거예요.”
“…….”
“자기야, 난 그런 걸로 우리 존경하는 자기 절대 귀찮게 안 하는데. 알지? 하, 자기가 연대책임이라 했으니깐 어리바리한 형님도 내가 잘 가르쳐야지 뭐 어쩌겠어.”
누가 누굴 가르쳐? 어이가 없었다.
어린 남자가 계속 지껄였다.
“형님네 조상 줄줄이 ‘네 이놈!’ 하고 무덤에서 벌떡벌떡 일어날 만한 쌍놈으로 만들어놓을게. 방금처럼 맥 팍팍 빼놓는 소리 말고, 요 요 입똥구멍에선 꼴리는 소리만 자판기처럼 줄줄 나오게 내가 책임지고 교육할게. 어때? 흥, 응븝. 냣, 냐흣.”
네가 뭔데.
그러나 지수는 어린 남자의 말이 듣기에 나쁘지 않은 듯했다.
“괜찮네.”
“그렇지? 잇힝! 나 형님 시켜주면 내가 이 형 궁둥이 맴매해서라도 꼰대 같은 자아 개박살 내서 완벽한 우리 자기 전용 애널홀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 수 있어. 푸힛! 그니까 우리 이참에 서열 정리 확실하게 한번 하자. 응? 자기야. 아잉, 아아앙.”
“뭘 박살 내? 얠 박살을 왜 내. 뭐라는 거야. 쉽게 쉽게 말해.”
“내가 형님 할래! 내가 할래, 내가!”
“아아. 변대훤, 네가 동생 한번 해볼래? 얘 밑에서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배워보는 것도 너한텐 좋은 기회잖아. 그것도 공짠데. 얘, 읏! 존나게 걸레거든. 후…….”
“뭐? 걸레?”
어린 남자가 지수를 향해 눈을 희번덕 부라렸다. 그러나 금방 “맞아, 나 개걸레야.” 덧붙이고 키득키득 웃었다.
나더러 동생을 하라고? 불나게 빨던 지수의 성기를 툭 뱉었다. 고추건 알이건 다 내팽개치고 말했다.
“아니. 싫어. 필요 없어. 너한테 가르쳐달라고 한 건 미안한데, 그거 그냥 네 관심 받고 싶어서 한 말이야. 네가 신경 안 쓰게 알아서 잘할게. 할 수 있어. 그동안……. 내가 민망해서 못 한 거지 사실 나도 네 앞에서 야한, 변태처럼, 할 짓 못 할 짓 온갖 별짓 다 하고 싶었어. 봐, 지금도 네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네 안에 손가락 집어넣고 움직이고 있잖아.”
어린 남자가 끼어들었다.
“큭! 그게 뭐 별거라고. 난 우리 자기 후장도 부라보콘 꽁다리처럼 빨아 먹어 줄 수 있는데. 그렇지, 자기야?”
지수가 짐짓 모르는 척하는 얼굴색을 입었다.
“그래?”
“우리 자기 또 깜찍하게 구네. 확 그냥 골반 으스러지게 고추 따먹어서 내일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허허.”
“그렇게 기억 안 나는 척 안 해도 돼, 자기야. 우리 그런 사이 아니잖아. 자기 원해? 자기가 원하면 그냥 ‘빨아’ 한마디만 하면 상황 끝나는 거야. 난 자기가 내 환상의 똥까시를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자기 궁둥이에 코 박고 후장 혀로 존나 강간해줄 수 있어.”
“그럼 빨아. 말이 많아.”
“알았어, 자기야. 하앙……!”
어린 남자가 날 까칠한 시선으로 빠르게 한 번 훑고 몸을 숙였다. 그리고 지수가 쩍 벌려놓은 똥궁둥이 사이에 망설임 없이 낯짝을 처박았다.
어린 남자가 저급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수의 엉덩이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흣……!”
어린 남자의 혀가 싱싱한 활어처럼 펄떡펄떡 활개 쳐서 내 손가락까지 누르고 비비적댔다. 뜨뜻한 침을 잔뜩 뿜어 흠뻑 묻혔다. 쓱싹쓱싹 문질러 닦는 힘이 장난 아니었다.
“응알, 하릇. 틋! 읏냣냣……. 맛있어. 흐앙? 자기 똥꼬 너무 맛있어서 숨넘어갈 거 같아. 쫍, 쪼옥, 쪽! 후루룹. 아을아흥. 나 이것만 먹어도 살 수 있을 거 같아. 자기야, 자기 똥구멍 핥게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킁, 흐응. 흐움와. 자기 좆알똥 냄새 맡으니까 꼴려서 내 슈퍼히어로 자지 발딱발딱 서. 후장까지 막 벌렁거려. 어떡해? 책임져. 하아, 씨발 너무 좋아……. 환장하겠네. 자기 똥구멍에 혀 박고 콱 죽을래. 읍, 흐으음! 음븝. 으븝.”
어린 남자는 상상을 초월했다. 수치스러워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지수의 비위를 맞추는 말을 고속 연사포처럼 쉴 틈 없이 쏘아댔다. 그러면서도 혓바닥을 지수의 항문 안으로 뽁뽁 집어넣었다.
지수의 항문 주름 사이사이를 빗자루질하듯 혀로 쓸었다. 혀를 성인용 장난감 사용하듯 써서 지수의 항문 속 점막을 말캉말캉 쑤셨다. 내 손가락에도 어린 남자의 타액이 함빡 배었다.
낯 뜨거웠다.
“아읏, 하응! 아아, 탑기야. 네가 에이스다.”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었다.
“지수야. 나는?”
“너는 뭐. 좆이나 빨아.”
“나도……. 네 밑에 빨아줄 수 있어.”
“네가? 너 그런 거 할 줄 모르잖아.”
“오늘부터 할 줄 알면 되지.”
“하읏……!”
지수의 밑구멍에서 손가락을 쑥 뽑자 지수가 해괴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지었다면 차마 보기 힘들 만큼 딱하고 못생겼을 법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애인이 무슨 엽기 표정을 짓든 내 눈엔 그저 예쁘고 귀여울 따름이었다. 김지수는 내게 평생 앓을 지독한 정신병이었다.
이런 마음을 넌 모르겠지. 그냥 네 곁에 있기만을 바라는 날 모르겠지.
정떨어지고 기겁해서 달아날까 봐 그저 얌전히 기다리다가 네가 요구하면 그때야 따르려고 준비하는 데 익숙해졌을 뿐인데. 그러다 보니 적극적이고 섹시한 카리스마로 널 색다르게 이끌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건데.
그렇지만 인제 와서 네가 그간의 내 태도에 불만이 있었고 정반대로 고치라고 해도 그럴 수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상관을 모시듯 충성스럽게 8년을 보냈다. 그에 조금도 불만 따위 없었다.
모든 시간이 나한텐 행복이었다. 네 질 나쁜 행동에 가슴 찢던 순간마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난 지금 네 가장 지저분한 부위를 향해 내려가.
“…….”
꼴깍.
난 오직 네 기쁨을 위해 똥구멍을 핥으려는 걸까. 아니면 네 똥구멍을 핥는 순간이 오기만을 내심 기다려온 걸까.
어린 남자가 지수의 궁둥짝을 차지하고 배출용 통로를 아름다운 면상으로 꽉 틀어막은 상태였다. 어린 남자의 얼굴 옆에 얼굴을 슬그머니 갖다 붙이고 말했다.
“나도 먹을래요. 왜 동생만 먹어요.”
“읍븟, 푸. 끼고 싶으면 형님도 끼면 되잖아요.”
“그래도, 내가, 형님인데 먼저 권해야 예의 아니에요? 그래서 사회생활 하겠어요?”
“푸풉. 큭큭! 뭐라고요?”
“사회생활…….”
“형님, 우리 자기 똥꼬 진공청소기처럼 쫙쫙 빨아서 바깥으로 확 다 튀어나오게 해야 되니까 얼른 형님 먼저 잡수세요.”
“짓, 지수 걸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하면 안 되죠!”
“아이, 씨.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래도 안 돼요.”
“후, 알았어요. 그럼 우리 자기 똥구멍 절대 바깥으로 안 튀어나오게 조심조심 빨아 당길게요. 인제 됐어요?”
어린 남자의 말투와 목소리가 부쩍 부드럽고 자상했다. 내게 묻는 얼굴이 어쩐지 아이처럼 어질고 천진했다.
어린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답했다.
“네.”
“큭큭.”
어린 남자가 구박하는 표정을 순식간에 풀고 환히 웃었다. 그리고 한 손을 뻗어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
제가 뭔데 내 머리에 손을 대. 일부러 더 뚱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어린 남자의 손이 닿은 부분을 털어냈다.
내 머리는 지수 거였다. 내 어디든 지수만 함부로 건들고 만질 수 있었다.
어린 남자가 약 올리듯 미소 짓고 내 고추를 주물럭거렸다. 어쨌든 지수의 항문을 애무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우선 과제였다.
어린 남자가 물러나자 지수의 골짜기가 드러났다. 골짜기 틈에서 계곡물이 철철 흘러 두 동산 사이를 적셨다.
이만큼 가까이서는 처음 자세히 보는 지수의 항문과 먼저 마음속으로 인사를 나눴다. 안녕.
그동안 내가 너한텐 신경 못 써줘서 미안. 앞으론 잘할게.
최대한 젠틀하게 대하려고 노력할 테니까 잘 느껴서 지수를 기쁘게 해주라. 안 그럼 내가 스무 살짜리 남자애한테 밀려서 지수한테 버림받아 쫓겨나게 생겼거든.
지수의 비밀스러운 곳은 한눈에 보기에도 비좁고 탄력 넘쳤다. 지수의 어둑어둑한 청동빛 피부와 달리 이슬을 머금은 듯 윤기 나는 진분홍빛 주름살 묶음이 흡사 작은 별 같았다.
이렇게 앙증맞은 통로가 어떻게 어린 남자의 훤칠한 손가락에 내 손가락까지 두 개나 물고 버틸 수 있었을까. 그것도 평소처럼 나오는 방향이 아니라 반대로 들어가는 방향인데 말이다.
지수는 큰일을 볼 때면 여기를 크게 열고 대변을 밀어 내보내는 걸까. 말도 안 돼.
지수의 항문이 새삼 애처롭고 기특했다. 물론 내 항문은 지수의 거대한 성기를 줄곧 삼켜왔지만, 얼마나 고된지 아니까 더 대견했다. 대견해서라도 몰캉몰캉 촉촉하게 혀로 핥아서 달래주는 게 인지상정이자 애인의 의무였다.
이런 당연한 걸 왜 인제 알았을까.
지수의 항문 가까이 다가가자 미지근한 온기와 함께 녹녹하고 이상야릇한 냄새가 풍겼다. 어린 남자가 게게 묻혀놓아 시큼털털한 침 냄새일까?
아니면 손가락으로 쏙쏙 후비는 동안 바깥으로 묻어나온 장액이나 잔변 냄새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린 남자는 그걸 다 알고도 이곳을 물고 혀까지 메롱메롱 집어넣어서 쭉쭉 빨아 삼킨 걸까?
그렇다면 나도 못 할 건 없었다. 어린 남자보다 내가 더 지수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애인 몸인데 더럽거나 싫은 곳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냥 익숙하지 않은 부위일 뿐이었다.
조금만 연습하면 어린 남자는 물론이고 지수가 아는 어떤 친구보다 정성스럽고 열정 가득한 항문 키스를 선물해서 지수에게 감동을 안길 자신 있었다.
알아서는 잘 못해도, 하라는 건 잘하니까. 네가 뭘 원하는지 조금은 감 잡았으니 배운 만큼은 모범생답게 해낼 수 있다.
그러니까, 어린 남자처럼 머릿속에 섹스밖에 없고 인간으로서 느껴 마땅한 양심이나 수치심은 모르는 짐승처럼 행동하면 되잖아. 과하고 역겨운 애교를 아무렇지 않게 부려대고 야한 몸짓을 맘껏 뽐내면서 오늘만 사는 인생 막장 수컷처럼 쉼 없이 붙어먹으려고 발악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다 맘대로 안 되면 지수를 강간해주면 되는 거잖아. 그러려면 체력을 좀 더 길러야겠지.
어린 남자가 나이도 젊고 힘도 무지막지하게 세지만, 나도 기본적인 체력은 어디 가서 뒤지지 않았다.
사랑은 단거리 경주보다 마라톤이 아닌가. 어린 남자는 어쩌면 지수와 내 권태기를 타파하고 우리 사이를 끝내 더욱 돈독하게 한 다음 금방 퇴장할 우리 관계의 양념, 들러리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더라도 그렇게 만들어야 했다.
코가 닿을 듯 말 듯 디밀자 냄새가 한층 진하고 구수했다. 이 자체가 지수의 페로몬 아닐까?
“씨발 뭔 고사 지내요?”
어린 남자가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이어서 엄청난 힘이 내 뒤통수를 확 밀었다.
“읍……!”
“큭큭. 큭큭큭.”
지수의 항문이 싫은 게 아니라 숨이 막혔다. 똥구멍이 더러워서 몸부림치는 건 절대 아니었다. 어린 남자 때문이었다. 진짜였다.
“븝. 픕!”
“아학학!”
어린 남자가 웃어젖히는 소리가 먼 데서 들려오듯 희미했다. 거센 손길이 내 코를 지수의 항문에 뭉갰다.
매부리같이 팍 누른 코와 까끌까끌해지기 시작한 인중을 비빔면 비비듯 열습한 배변 구멍에 오른쪽 왼쪽 비틀어가며 비벼댔다. 눈가와 입술까지 고린내가 잔뜩 밴 것 같았다.
“빨리 빨아요, 형님. 혓바닥 꺼내면 놔줄게요.”
“읍. 픕. 읏, 엣, 헷! 텟!”
혀를 찔끔찔끔 내밀자 어린 남자가 내 머리채를 살짝 띄웠다가 다시 엉덩이 사이에 처박기를 반복했다. 난 혀를 빼물고 얼굴을 찡그린 못생긴 꼴로 애인 궁둥이에 면상을 퉁실퉁실 두들겨 맞아야 했다.
머리가 핑핑 돌았다.
“응? 혀 나왔네. 인제 빨아봐요.”
“흣, 흐욱……. 넷, 냐릇.”
혀 뺀 건 진작 알았으면서. 여우 같은 자식. 대놓고 심술부릴 건 뭔가.
부들부들 떨었다. 지수의 똥 가루 냄새 때문에 화가 난 건 아니었다.
항문 표면에 혀를 몇 차례 붙여보니 생각보단 할만했다. 별거 아니었다. 이 정도는 나도 충분히 하고 남았다.
“읏……. 하릇, 할웃. 투릇, 듯. 쯥.”
지수가 어린 남자한테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어린 남자의 그곳이 구리구리하고 좀 시큼하댔나.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어린 남자가 짧지 않은 시간 혀로 열심히 닦고 심지어 주름 모인 구멍 안쪽까지 혀를 박아서 깨끗하게 다 청소한 다음 넘겨준 항문인데. 그런데도 큰일을 보고 나서 한나절은 엉덩이골을 꼭 닫은 채로 땀도 흘리고 실컷 마찰하며 잘 묵혀 숙성한 듯 구린내가 났다.
담근 지 오래된 효소처럼 시콤시콤하고 어딘가 기름진 듯 니글니글하고 불건강하게 들큼하고 약간 씁쓸했다.
절로 보르르 떠는 혀를 항문 주름에 서서히 미끄러뜨렸다. 폭신폭신한 오코노미야키 위 가쓰오부시처럼 가슬가슬한 똥털을 한 올 한 올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
지수는 내가 이렇게 해주길 기대했구나. 내색을 전혀 안 해서 이런 걸 좋아하는 줄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사실 상상조차 못 했다.
어린 남자는 지수가 이런 걸 원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대놓고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여길 잡아먹었다가 지수가 화를 내기라도 하면 나 같은 경우엔 한 대 맞을지도 모르는데.
“형님, 어때요. 맛있어요?”
“읍……. 엄!”
콧소리를 크게 내서 대답했다. 어린 남자 말고 우리 지수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지수야, 내 맘을 좀 알겠니. 난 뭐든 싫었던 적 없다.
부끄럽고 용기가 안 나서 참고 기다렸을 뿐이야. 그렇지만 인제 그러지 않을게.
네가 원한다면 네 앞에서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난잡하고 천박하게 색만 밝히는 네 전용 공짜 남창이 될게. 아니면 네 사랑 없이는 꽥 죽어버리는 성관계용 수컷 애완 인간이 될게.
네가 나한테 이성과 지성, 감정과 감수성이 두루 있고 생각이나 신념을 가진 보통의 사람다운 모습을 바라지 않는다면, 네가 요구하기 전까지는 절대 내 자연스러운 모습을 네 앞에서 드러내지 않을게.
인형이나 강아지, 네가 원할 땐 때때로 고양이인 양 살게. 부하직원이나 죄수, 동네 바보나 갓난아기, 아니면 성관계 시뮬레이션 속에서 플레이어만 그리며 대기하다 매뉴얼대로 반응하는 NPC처럼 말하고 행동할게. 진짜 인간을 대신해 일하는 트랜스 휴먼처럼 널 기쁘게 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존재면 되잖아.
난 좋아. 그렇게 거듭날 수 있다면 혼자 하는 매일의 가슴앓이와도 이별하게 되겠지.
속상해할 시간에 네 항문을 더 잘 핥으려고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내 항문을 아름답게 관리하는 일에 온 힘과 시간을 쏟을 수 있겠지. 사람다운 마음과 태도를 버리면 네가 누구와 뒹굴고 외박하든 슬프지 않겠지.
인간이 아니라 네 소지품으로서 그저 구비되어 있다가 네가 내키는 때 사용당하는 대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완전히 깨우친 상태일 테니 행복해질 수 있겠지.
그러니 내 간절한 기분을 항문으로 흠씬 느껴줘. 부디 날 뭘로든 너와 함께하게 해줘.
확신의 뿌리 한 줄기를 내 맘속에 심어줘. 튼튼한 동아줄 하나만 드리워줘.
난 매 순간 네가 홀연히 사라져서 오래 나타나지 않을까 봐 불안하고 무서워서 제정신으로 살기가 힘들어. 날 안심시켜줘.
나한테 다시 또 비수를 꽂더라도 그전까지는 걱정 없는 채로 살게 해줘. 나도 네 어떤 괴기하고 비상식적인 성적 욕구든 하나 안 가리고 전부 받아낼 수 있다는 확신을 줄게.
그동안 이런 쪽으로 널 답답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연상의 애인으로서 면목이 없어.
내가 이런 부분까지 더 신경 써야 했는데. 우리 사이 모든 문제는 결국 이것 때문이었는지도 몰라.
짤깃짤깃 땡글땡글한 항문살 맛이 꼭 닭똥집 먹는 것 같았다. 회음까지 모조리 머금으려고 입술을 활짝 벌렸다.
지수의 온 궁둥짝을 잡아먹듯 입에 넣고 침샘에서 줄줄 내보낸 타액으로 헹구어 후루룩후루룩 마셨다. 꼭 맞물린 구멍을 변기 뚫듯 혀로 뚫었다.
혀를 납작하게 펼쳐 비데용 물티슈처럼 똥구멍 표면을 싹싹 닦았다. 작은 항문에 뽀뽀를 하듯 입술을 잘 맞추고 요구르트 빨아 먹듯 쪽 빨았다.
그런가 하면 이것도 저것도 다 팽개치고 지수의 둥글고 푸짐한 볼깃살을 두 팔 가득 끌어안은 채 엉망진창 입 맞췄다. 지수의 입술에도 한번 해본 적 없는, 누가 보면 엽기 행각으로 부를만한 엉덩이 키스였다.
너무 심해서 지수가 겁먹고 도망가도 할 말 없는 주둥아리 강간이었다.
어린 남자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굶었어요? 형 그렇게 안 봤는데 좀 무시무시한데.”
못 한다고 비웃을 줄 알았는데. 어린 남자의 반응을 보아 내가 그렇게까지 형편없진 않은 모양이었다.
김지수가 한술 더 떴다.
“너 나 몰래 밖에 나가서 누구 변기통을 그렇게 빨아젖혔길래 빨란다고 빠냐? 언놈이야. 수상한데.”
“그러게. 형님 혹시 똥걸레 아니야? 자기 앞에서만 순진한 척했나 봐.”
오해는 풀고 마저 빨아도 빨아야 했다. 잠시 입을 떼고 말했다.
“흣, 웁. 아니야. 나 이거 처음 해봐. 진짜야.”
“응? 똥구멍 비었다. 헤흣, 흡! 내 차지!”
어린 남자가 내 자리로 파고들었다.
“뭐 해요. 내가 빨고 있었잖아요. 내 거예요.”
“그딴 게 어딨어요. 먼저 입에 넣는 사람이 임자지.”
긴급상황이었다. 입술을 츄, 내밀고 로켓처럼 쐈다.
어린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아가리 유도탄을 날리며 날 보고 눈에 불을 켰다.
두 남자가 지수를 사이에 놓고 경쟁심으로 발사한 애무 미사일이었다. 지수의 똥구멍을 불바다로 만들 사랑의 폭탄이었다.
두 남자가 입술 주름을 한껏 오므려서 주둥이 항문으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하나의 목적지를 향하여 허공을 갈랐다.
바로바로 지수의 엉덩이 항문이었다.
“움쪽!”
“쵸, 쪽!”
두 남자의 항문 모양 입술이 거의 동시에 지수의 항문 근처를 맞추는 데 성공했다. 어린 남자와 난 빨간 옆얼굴을 딱 붙인 채 서로를 곁눈질로 꼬나보며 지수 후장 빨기 경기에 뛰어들었다.
두 선수가 지수의 항문 포인트를 가운데 놓고 상대를 밀치다 보니 혀뿌리를 뽑을 듯 길게 뻗어야 주름에 겨우 닿을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어린 남자는 자꾸만 내 성기를 휘주물렀다.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김지수 항문 공략이 먼저였다.
“후웁, 훕. 쩝. 쪽.”
“할앙, 하알, 하릇. 흥냐알…….”
문제는 같은 구멍을 핥다 보니 혀가 맞붙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어린 남자와 내 혀가 침을 뚝뚝 흘리며 서로 얽히고설켰다.
어린 남자 혀의 돌기가 내 혀의 돌기를 껴안았다. 볼트와 너트처럼 요철을 맞추고 떨어지며 강력한 마찰을 일으켰다.
어린 남자의 혓바닥 힘과 따듯한 정도, 미세한 구강 냄새까지 전부 전달되었다. 마치 어린 남자와 키스하는 기분이었다.
혀끝을 문지르는 어린 남자의 혀와 좆끝을 문지르는 어린 남자의 손 때문에 멀미가 일 것 같았다.
“흐음…….”
아랫도리를 도무지 가만둘 수 없어서 궁둥이를 들썩거렸다. 그런데 익숙한 무언가가 내 허리를 지르밟고 볼깃살을 통통 두드렸다.
이건 분명, 지수의 발바닥?
지수가 어린 남자 아닌 나한테……? 아니면 어린 남자의 볼깃살도 발로 두드려주고 있는 걸까?
두근대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눈을 감았다. 내가 맡은 지수의 왼쪽 항문살만은 야무지게 잘 퍼먹어서 모자람 없이 만족스러운 쾌감을 선사해야 했다. 내 잠재한 폭발력을 깡그리 끌어 올려야 할 때였다.
“변대훤, 그렇게 좋아? 빨리 똥구멍에 좆 박히고 싶어서 벌렁벌렁하냐? 왜 이렇게 가만 못 있어. 그렇게 후장이 빨고 싶어서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 너 세탁기 돌릴 때마다 나 몰래 내 빤쓰 똥 묻은 부분에다가 코 박고 막 핥아보고 빨아먹고 그러는 거 아니지? 상상하니까 좆나 꼴리네. 변대훤 너 갑자기 왜 이렇게 귀엽냐. 적응 안 되게.”
날 수치스럽게 하는 말은 괘념치 않았다. 귀엽다고? 내가?
“읍픗! 흣, 얏, 냐를, 흣냣냣냐앗……!”
기쁨의 아우성이 성대를 때리고 마구마구 튀어나왔다. 지수가 나한테 관심을 가져주는 순간이니까 당연했다. 나한테만 말을 건네고 귀엽다고 해줬다.
아아아. 행복해. 김지수, 넌 내 삶의 이유. 내 기쁨의 분수.
네가 무심코 던진 칭찬의 말 한마디는 내 앞에 먹음직스러운 뼈다귀가 되어 바닥을 구르고, 난 꼬리를 흔들며 충실한 개답게 뼈다귀를 가루가 될 때까지 맛있게 깨문다.
뼈다귀 하나면 세상의 수많은 개 중에 가장 행복한 멍멍이가 되어 네 발밑에서 배를 까고 뒹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아응, 음츗! 흐으응음.”
어린 남자가 불만이라는 양 짜증 섞은 콧소리를 내질렀다. 그뿐만 아니라 날 따라 하듯 궁둥짝을 좌우로 흔들어대는 모양이었다.
왼쪽 골반에 어린 남자의 탱탱하고 촉촉한 둔육 겉가죽이 통실통실 닿았다. 저는 이때까지 계속 지수의 관심과 애정을 차고 넘치게 받아놓고, 지수가 나한테 귀엽다고 한마디 한 거 가지고 난리 블루스였다.
세컨드 주제에 이렇게 욕심 많을 일인가. 징글징글한 애였다.
“바지 내려.”
지수가 말했다.
“흡읏, 응! 자기!”
어린 남자가 지수의 긴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은 채 물 흐르듯 능숙하게 자신의 아랫도리와 팬티를 훌러덩훌러덩 벗었다.
바지를 내리랬는데. 팬티까지 벗어야 하나?
언뜻 본 남자의 드로어즈 색상은 형광 보라였다. 바지를 붙잡고 주춤주춤 내리는데 지수가 내게 말했다.
“빤쓰도 벗어.”
“어? 어.”
“캬! 뷰 죽인다, 죽여.”
침대 옆은 전신거울이었다. 그 순간 지수의 점착력 있는 발바닥이 내 볼깃살을 잡아당겨 궁둥이 골을 훨쩍 열었다.
“흣, 하아……?”
하, 못생긴 항문이 훤히 드러날 텐데.
“응하앙?”
어린 남자가 야릇한 신음을 끓였다. 지수가 어린 남자의 볼깃살도 발로 젖혀 엉덩이골을 시원하게 벌려버린 모양이었다.
지수가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내 둔육을 족타면 반죽하듯 발가락으로 붙잡고 조몰락거렸다. 그러다 둥글게 휘저었다.
“크흣, 훗? 흐어악.”
지수는 침실 거울을 통해 우리 두 사람을 보고 있을까. 왕자처럼 반짝이는 연구릿빛의 어린 남자와 환자처럼 허여멀건 나, 둘 모두를 발아래 무릎 꿇린 기분은 어떨까.
두 명의 성인 남자가 꿀 빠는 벌레처럼 자신의 항문에 꾸역꾸역 달라붙어 똥구멍 냄새를 맡고 이목구비에 장액 칠갑을 해가며 주름에 혀 한 번 더 대고 맛 한 번 더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침대에 편히 늘어진 채 내려다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바지를 내리란 요구와 엉덩살에 끈덕지게 달라붙는 발바닥으로 미루어 지수는 거울이 비추는 어린 남자와 내 항문을 관람하는 중인 듯한데. 그렇게 어여쁘고 보기 좋다는 어린 남자의 항문이랑 너무 비교되는 건 아닐까.
지레 걱정이 앞섰다.
어린 남자는 내 물건을 자유자재로 주물러댔다. 타고난 멀티플레이어였다.
지수의 똥구멍을 간질이는 내 혀 놀림은 어느새 반자동이 된 지 오래였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모든 상념을 단숨에 잠재우는 소리가 울렸다.
찰칵. 찰칵! 찰칵찰칵!
누군가 가짜 셔터 소리를 터뜨릴 때마다 긴장한 척추가 움찔거리고 부끄러운 뒷구멍이 옴찍거렸다. 서, 설마 이런 내 모습을 찍은 건가?
에이, 아니겠지. 근데 그럼 뭘 찍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엔 우리 세 명의 파렴치한 꼬락서니 말고는 찍을만한 게 없는데. 어린 남자는 내 옆에서 열심히 같이 후장에 혀를 담그는 중이니까, 지수가 찍었나?
뒤늦게 고개를 슬쩍 들었다. 지수가 손에 든 핸드폰을 내려다보다 내게 시선을 옮기고 물었다.
“뭘 봐. 놀지 말고 열심히 해. 빠져가지고. 옆에 네 동생 봐라. 좀 본받아.”
멋없게 물었다.
“사진 찍었어?”
“어. 왜.”
“……나 찍었어?”
“너 말고 나랑 너희 후장 찍었어. 왜 물어보는데?”
“어? 아니…….”
“야, 민탑기. 네가 말해봐.”
어린 남자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흥읏, 뭘.”
지수가 어린 남자에게 물었다.
“내가 여기서 너희 둘이 내 후장 빠는 거 거울로 찍었거든?”
“응.”
“어. 문제 있냐?”
“무슨 문제?”
“얘가 사진 찍었는지 나한테 물어보는데?”
“응?”
어린 남자가 옆에서 내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형님, 어디 한번 해명해봐요. 우리 자기가 사진 찍은 게 왜요?”
“네?”
“형님이 씨―발 우리 자기야한테 뭐라고 했다면서요.”
“뭐라고 한 건 아니고 그냥 물어봤어요.”
“뭘 물어봐요.”
“아니 그냥, 사진 찍었냐고…….”
“형님 우리 자기 애인 아니에요?”
어린 남자가 내 말을 쑹덩 썰고 목소리를 높였다. 머릿속이 뿔뿔이 흩어졌다.
“예? 맞는데…….”
“7년 사귀었다면서요. 근데 우리 자기가 사진 좀 찍으면 안 돼요? 형님 지금 우리 자기야 단속해요?”
어린 남자가 몰아친 끝에 빽 소리쳤다. 그러자마자 표정부터 몸짓, 목소리까지 180˚ 바꾸고 지수를 향해 앵앵거렸다.
“자기야? 하아응, 형님은 자기가 사진 찍어주는 거 싫은가 봐. 난 자기가 내 사진 찍어주는 거 짱 좋은데. 트히힛!”
어린 남자가 지수의 가랑이에 입을 대고 바람을 불어 뿌부붕 소리를 냈다. 그리고 고개를 옮겨 동물이 애교 부리듯 지수의 좆과 불알 무더기에 볼때기를 이리저리 비벼댔다.
“자기야, 내가 형님 해야겠지? 그렇지?”
“그러네. 아! 변대훤 안 되겠네.”
“하아앙? 그럼 지금부턴 형 밖으로 내쫓아버리고 우리 둘이서 해 뜰 때까지 신나게 놀까?”
“자신 있어?”
“아응, 자기야! 당연히 자신 있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자신 있는 게 그거야. 알아, 몰라? 자기야. 나 민탑기야.”
“그래? 오늘 우리 탑기 한번 죽여봐?”
“끄악! 좋아. 걷지도 못하게 조져줘. 하앙, 아흐응? 자기야, 나 너무 기대돼.”
안 돼.
나도 모르게 울상을 지었다. 별것도 아닌 일로 괜히 분위기만 이상하게 만들었나.
어차피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리고 어린 남자 말마따나 지수는 내 애인이 아닌가.
애인이 사진 좀 찍었기로서니 이렇게까지 놀랄 이유가 없잖은가. 사진엔 본인도 나왔을 테고, 지수가 푹 빠져서 좋아하는 어린 남자도 나왔을 테니까 누구한테 보여줄 일도 없겠지.
만에 하나 어쩌다 누가 사진을 본다고 해도 거기엔 내 지저분한 궁둥짝뿐이니까 그게 나인지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합리화에 시간을 들이는데 어린 남자가 날 확 밀치고 지수의 아랫도리를 혼자 차지했다.
“형님? 좀 나가줄래요? 지금부터 나랑 우리 자기랑 형님 침대 위에서 사랑 나눌 거거든요. 푸힛!”
“싫어요. 내 방인데 내가 왜 나가요.”
“자기야, 이 형 빨리 나가라고 해. 응? 이 형 너무 재미없어서 나 자꾸 졸리단 말이야. 자기가 형한테 거실로 꺼져버리라고 말해주면 안 돼?”
안 된다니까. 지수 다리에 매달렸다.
“지수야, 나 안 나갈래. 사진 찍은 거 갖다 뭐라 한 거 아니야. 그냥 물어본 거야. 나도 네 애인이잖아. 그렇지? 여기 우리 방인데 내가 왜 나가. 나도 너랑 같이 있을래.”
어린 남자가 코웃음 치고 말했다.
“여기가 꼭 우리 자기랑 형님 둘만의 침실인 거처럼 얘기하네요.”
맞잖아.
“맞는데요.”
“하아? 이때까진 그랬을지 몰라도 이젠 아니죠. 우리 세 명 모두의 침실이죠.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셋 중에 왕은 지수예요. 지수가 나가라고 하면 군말 없이 나가야 되는 거 몰라요? 떽!”
“그니까요, 지수가 나한테 나가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동생이 왜요?”
“하아아아앙? 자기야, 형님이 무섭게 자꾸 나한테 뭐라고 해.”
허. 누가 봐도 무서운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지수가 어린 남자를 보고 물었다.
“뭐. 변대훤 내보내라고?”
“계속 깨는 소리 하잖아. 우리 분위기 좋은데.”
“근데.”
“우리 둘이 놀아.”
“야, 민탑기.”
“응?”
“얠 왜 내보내. 네가 뭔데. 얘 내 첫 번째 애인이야. 그것도 7년 만났어. 두 번째면 두 번째답게 해. 아름답게. 안 그럼 개판 나는 거야. 세 번째 나타나면 넌 얘 꼴 안 날 거 같냐?”
지수야…….
가슴이 뭉클했다. 지난 8년이 헛되지 않았다.
우린 이미 개판이고, 세 번째는 절대 나타나선 안 되지만, 그래도 크게 한 방 먹고 감동한 마음이 먹먹했다.
혼돈에도 장점은 있었다. 지수의 색다르고 멋진 모습을 제삼자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거였다.
지수와 나 둘뿐이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서로를 양파 까듯 계속 까서 알아가는 경험만은 분명 값졌다.
“지수야. 사랑해. 고마워…….”
“잘해.”
“어? 어! 다시 할까? 아니면 딴 데 할까? 아까 거기 빨까?”
셔터 소리는 신경 너머 저편으로 멀리 떠나간 지 오래였다. 어린 남자가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날 쏘아보는 중이겠지?
눈빛 레이저빔이 뒤통수에 구멍을 뚫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린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알았어, 자기야. 개판 나면 안 되지. 내가 형님 똑바로 모실게. 형님, 죄송해요. 한 번만 봐주세요. 아잉.”
지수가 낄낄거리고 말을 얹었다.
“똑바로 해라, 탑기야. 네 형님 아직 표정 안 풀었다.”
“아아잉, 형님아. 화 풀어요. 내가 좀 까불잖아요. 귀엽게 봐주면 안 돼요? 응? 으응?”
왜 이러는, 흣?
“하아흣……!”
그러고 보니 어린 남자는 내 팬티 속 물건을 손에서 여태 놓지 않은 채였다. 어린 남자가 내 것을 움찍움찍 죄자 몸이 절로 반응했다.
지수가 그때야 발견한 듯 물었다.
“근데 민탑기 너 지금 뭐 하냐? 손이 어디로 가있냐.”
“응, 내가 형님 기분 풀어주려고 그러는 건데 왜? 안 돼?”
당연히 안, 흐학?
어린 남자가 내게 가까이 달려들어 물었다.
“형님, 내가 어떻게 하면 표정 풀고 웃을래요? 예? 입으로 빨아줄까요?”
“네? 아, 아니요! 하우웃……!”
“표정 풀 거예요, 말 거예요?”
“풀었어요.”
“웃어봐요.”
“흐윽…….”
“빨아줘요?”
“하아, 아니, 아니요. 헤.”
어쩔 수 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바로 내리고 말했다.
“됐어요? 웃었잖아요.”
“큭큭!”
지수가 혀를 쯧쯧 차고 어린 남자를 향해 말했다.
“미친 정신병자 새끼.”
지수는 어린 남자가 내 그곳에 손댄 일 따위 별것도 아니라는 듯 우리 두 사람에게 덧붙였다.
“사이좋네. 허허.”
정리하는 말이었다. 지루한 입씨름은 그만두고 재밌는 거나 하고 놀자는 뜻이었다.
“오늘 너희 둘 중에 더 섹시한 놈한테 박아준다.”
뭐?
지수의 폭탄선언 덕에 상황은 확실히 정리된 듯했다.
진심인가? 지수가 아까 나한테 섹시하다고 말해줬으니까 오늘만큼은 나한테 좀 승산이 있는 거 아닐까?
어린 남자가 후다닥 무릎을 꿇고 두 주먹을 앞으로 내민 애교 고양이 자세로 야옹야옹 울었다. 그리고 허리와 왕방둥이를 몇 번 흔들었다.
“자기야, 나 준비됐어! 더 섹시하기만 하면 돼?”
“입만 써라.”
“응! 준비 땅?”
입만 써서 더 섹시한 사람이 지수 좆을 받는다? 그럼 어린 남자한테 지면 내 구멍은 그냥 노는 건가?
새삼 억울해할 필요 없었다. 내 구멍은 이전에도 한참 놀았으니까.
오늘은 어차피 좆을 받을 준비도 돼있지 않았다. 그래도 내기에 져서 지수 좆을 어린 남자한테 빼앗기고 침실 밖으로 쫓겨나긴 싫었다.
지수가 어느 누구 앞에서도 세워준 적 없는 내 기를, 요즘 홀딱 빠진 어린 남자 앞에서 계속 살려주고 있지 않나. 오늘은 왠지 느낌이 좋았다. 하는 데까진 해봐야 했다.
지수가 면박 주듯 말했다.
“그러면 하루 온종일 똥구멍만 빨고 있으려 그랬냐? 땅.”
이때다. 어린 남자보다 먼저 선수 칠 시간만 노렸다.
어린 남자같이 유연한 포즈는 어렵지만, 대신 젖꼭지를 한껏 내밀고 지수의 가슴에 달라붙었다.
“아, 아니, 지수야. 난 네 항문 빠는 거 말고도 이런 거 저런 거 다 하고 싶었어. 에헤헤.”
“이런 거 저런 거 뭐가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지수가 한쪽 입꼬리를 당긴 채 물었다. 기대하는 표정 같기도 하고 귀여워하는 표정 같기도 했다.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눈빛이었다. 지수를 실망하게 할 바에 죽는 게 나았다.
“헙.”
지수의 왼쪽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다 닳아 없어져라 핥고 빨고 누르고 이로 당겼다. 평소엔 할 생각도 못 했던 ‘이런저런’ 방법으로 지수의 관심을 한 번 더 끌고자 애썼다.
맞아, 내가 뭐 마려운 것처럼 엉덩이를 들썩대자 반응했으니까 다시 한번 그래볼까.
“흣, 츄룻, 날날낫.”
아니나 다를까 엉덩이를 좌우로 왔다 갔다 흔들자 지수가 아까처럼 엉덩살을 발로 쓰다듬어줬다! 귀염받으려는 내 노력이 가상하거나 적어도 싫지 않다는 뜻이겠지?
내친김에 허리를 맷돌처럼 돌렸다. 전신거울이 시꺼멓고 지저분한 똥구멍을 적나라하게 비추겠지만 참을만했다.
어쩌면 진짜 중요한 건 빛나는 외견이 아니라 모든 걸 내려놓고 지수를 위하는 마음가짐 아닐까.
너로 채우려고 8년 동안 나 자신을 많이 비워낸 줄 알았는데. 난 아직도 배울 게 많구나.
“엇! 와, 변대훤. 웬일이냐? 너 오늘 선방한다? 동생한테 본 제대로 보여주네. 너 마음 단단히 먹고 나보고 들어오라 그랬구나? 허허! 인제야 네가 마인드가 됐네. 진작 이랬으면 처음부터 셋이 재밌었을 거 아니야. 시간이 금인데 며칠을 그냥 버렸잖아.”
너 어차피 백수라서 시간 많잖아. 남는 게 시간이면서…….
뭐,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지수가 나한테 꿀 먹인 말을 퍼준다는 게 중요했다.
날 자기 뜻대로 조종하고 지배하기 위해서건, 어린 남자를 자극하기 위해서건, 그 목적 같은 건 하등 상관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지수와 눈빛을 얽고 말을 주고받는 순간을 미친 듯 원해왔다.
“너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 허허, 나 오늘 생일 같다. 변대훤, 네가 밤마다 이렇게만 해주면 나 쟤도 필요 없어. 지금 너 뒈지게 섹시해. 알아? 나도 어린애보단 내 또래가 편하지. 그니까 이렇게만 하자. 우리 쭉 가야지.”
“흡, 움쪽. 투릇나릇……. 헤을, 헤엣.”
“네가 딱 지금처럼만 하면 나 집 안 나가. 내가 왜 나가. 이렇게 섹시한 애인이 밤마다 침대 위에서 기다리는데.”
“하헉? 츠츳……!”
지수가 해주는 듣기 좋은 말 때문에 눈이 저절로 회까닥 돌았다. 엉덩이를 흔드는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지수의 유두를 때리고 잡아당기는 주둥아리도 매한가지였다. 생각 같은 걸 하기도 전에 내 온몸은 자기 할 일을 알고 신나서 스스로 일했다.
지수는 내 표정을 가까이서 처음 발견하고 놀란 듯 한참 말이 없었다. 어느 순간 탄성 같은 헛웃음을 터뜨리고 외쳤다.
“허, 허허? 뭐야. 야, 대훤아! 너 이런 표정은 어디서 배웠어. 나 없는 동안 이상한 거 보면서 혼자 딸딸이나 치다가 외로워서 드디어 미쳤어?”
지수가 없는 동안 이상한 걸 그렇게 많이 보진 않았는데……. 그렇지만 외로워서 미친 건 맞는 것 같았다.
표정은 사실 어린 남자를 보고 배운 거였다. 내가 쓰러졌을 때 어린 남자가 지수와 진탕 교미하며 짓던 바로 그 표정이었다.
당시엔 어린 남자의 표정이 불쾌하고 괴기스럽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감상에 큰 변화는 없지만, 내가 얼마나 야하고 저급해질 수 있는지 드러내서 지수가 기뻐한다면 그깟 표정 얼마든지 지을 수 있었다.
예전엔 일부러 참았다. 인제는 참을 필요 없었다.
“이, 이상해, 지수야? 핫, 타흣. 츳.”
“아니. 존나 이쁘고 존나 귀여워.”
이쁘다고……? 정말?
그런 말은 어린 남자한테만 해주는 줄 알았는데. 얼굴이 숨길 길 없이 붉게 타올랐다.
8년을 만났지만 단 한 번도 예쁘다거나 잘생겼다거나 하는 외모 칭찬은 해준 적 없는 지수였다. 지수의 젖꼭지를 혀로 빨면서 두 눈을 까뒤집으면 분명 추하고 못생겼을 텐데.
그런데도 예쁘고 귀엽다고 말해준다는 건 그만큼 날 생각해준단 거잖아.
“고마워. 흣, 고마워, 지수야. 사랑해. 네 젖, 꼭지, 너무 맛, 있어. 핫……. 이렇게 맛있는 거 동생이랑 같이……. 나한테도 먹게 해줘서 너무 고맙고, 흥분돼 미칠 거 같아. 네 맘에 들게 내가 앞으로 더 거, 걸레같이 되려고 노력할게. 지켜봐 줘. 읍낫, 흡낫. 츳!”
이만큼 저속한 말을 입에 올려보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어린 남자는 어떻게 이보다 더한 말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줄줄 쏟아내는 걸까.
여하튼 어린 남자가 도움이 된 부분도 있었다. 어린 남자는 괴팍한 성격만 빼면 내가 그대로 보고 따라 하면 되는 지수 이상형 본보기가 되어주었다.
“지수야, 근데……. 진짜 나 이뻐?”
헉.
지수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 애인이 어린 남자 보는 데서 건네는 스킨십에 심장이 번지점프 했다.
“어. 나 너한테 사랑한다 할뻔했잖아. 키킥!”
‘사랑한다 할뻔’했다는 건 무슨 뜻일까.
아니다. 아무튼 지수 입에서 사랑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벅찬 마음에 그만 입에 문 젖꼭지를 콱 깨물고 말았다. 지수가 입술을 질끈 씹고 잘생긴 고개를 홱 꺾었다.
그 모습이 너무 섹시해서 한 번 더 깨물뻔했다. 지수가 날 나무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 놓고 눈을 뒤집었다.
어린 남자가 슬슬 질투에 미쳐서 깽판 난리판을 칠 때가 됐는데. 역시나 징징대는 목소리가 말했다.
“아, 뭐야. 둘이 왜 갑자기 불붙었어. 질투 나.”
어린 남자 때문에 페이스를 놓치고 말았다.
지수 젖을 다다닥 때리던 혀가 버벅댔다. 엉덩이 흔드는 박자가 어긋났다.
대놓고 질투 난다니. 저 앤 솔직한 걸까, 아니면 그냥 지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걸까?
“아아아아앙! 어젠 내가 제일 이쁘고 나만 사랑한다며. 어떻게 된 거야. 응? 자기야! 하아앙?”
어린 남자의 음성이 중간에 강하게 요동친 것으로 미루어 흉통을 마구마구 흔드는 교태를 부려댄 듯했다. 어린 남자의 추태를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구나.
지수는 왜 저런 걸 좋아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난 다 알면서 외면해온 건지도 몰랐다. 그냥 인정하기 싫었던 거다.
내가 그저 자연스럽고 진실한 사랑을 원하는 만큼, 지수는 부자연스럽고 거짓된 사랑을 원한다는 걸.
“자기야, 내가 더 이쁘지? 섹시하고 완전히 죽여주지? 봐. 내가 형님보다 더 야하지?”
“모르겠으니까 더 해봐.”
“이렇게? 아니면 이렇게? 어젠 저 형은 생각도 안 나고 내가 최고라며. 잘 봐. 다시 봐.”
“어젠 어제고. 한 시간 전 일도 기억 안 나는데 무슨……. 오늘은 오늘의 좆이 선다. 당장 잘 빨아주고 잘 벌려주는 놈이 미스터코리아라 이 말이야.”
“내가 형보다 훨씬 잘 빨고 잘 벌리거든?”
그렇게 잘 빨면 닥치고 빨기나 할 것이지. 말이 많았다.
“그래? 누가 누가 잘하나 오늘 한번 보자.”
내 밑으로 다 조용히 해. 일부러 젖꼭지 빠는 소리를 높였다.
“흣, 나흣! 헙……. 츄르릇!”
무언의 선전포고였다. 자동차경주 전 위협의 배기음이나 다름없었다.
“좋아. 형님 죽―었어. 선수 입장한다.”
뭐? 저 자식이. 선수는 무슨. 싹수없는 말로 사람 신경 긁는 데 선수겠지.
매트리스를 누르는 압력을 느꼈다. 어린 남자가 침대로 뛰어든 모양이었다.
연구릿빛 팔이 침대 위를 기어 지수 가까이 달라붙었다. 지수가 어린 남자의 허리를 감싸 안는 모습을 포착했다.
어린 남자가 웃옷을 시원하게 벗어 던지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머리칼을 마구 흩뜨리는 것도 같았다.
“내가 자기한테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줄게.”
진심 같은 소리 하네. 어린 남자가 허세 넘치는 태도로 말하고 용처럼 구물구물 움직였다.
언제 저 애가 저런 말까지 할 만큼 지수랑 친해진 거지. 어린 남자가 입맛을 쩍쩍 다시고 지수의 허리에 입술을 맞추기 시작했다.
어린 남자는 지수의 배꼽과 옆구리, 가슴살, 심지어 겨드랑이로 입술을 옮겨 맛보면서도 잠시도 말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자기야. 앙, 하알, 내가 빨아주는 게 더 꼴리지? 형 거보다 내 자지가 더 빨고 싶지? 내 건 형 거랑 다르게 자기 입에 꽉 차잖아. 형 구멍보다 내 구멍에 더 박고 싶지? 내 몸 안에 자지 넣고 흔들고 싸고 싶지 않아? 흐릇, 트훗!”
주둥이를 좀 가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걸까. 지수는 왜 하필 저렇게 피곤한 스타일을 좋아해서.
내 애인이지만 취향 참 독특했다. 저 애가 저렇게 설치는데 나도 얌전히 계속 젖꼭지만 빨고 앉아있을 순 없었다.
“지수야, 그래도 내가 형님인데 내가 좀 더 좋지? 나 이쁘다며. 하학, 헤엣……. 이 표정 지으니까 이쁘다고 했잖아.”
“킥. 킥킥! 푸하하하학! 어, 대훤아. 푸풉! 넌 그 표정이 제일 이뻐. 나 볼 때마다 얼굴 그따위로 하고 쳐다봐라. 맨날 박아준다.”
칭찬일까? 놀리는 건가?
어린 남자가 거미처럼 앞뒤를 뒤집어서 지수의 아랫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쩝쩝 소리 내 빨아 먹었다.
자연스레 어린 남자가 활짝 깐 엉덩이를 지수의 얼굴에 들이민 자세가 되었다. 큼지막한 맥반석 달걀 두 알이 지수의 코앞에서 살랑살랑 춤추며 유혹했다.
아니, 엉덩이 댄스는 내 건데. 왜 자꾸 따라 해?
지수가 흡족한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잘 구운 계란 한 쪽을 손바닥으로 찹찹 때렸다. 그러다 느닷없이 그 사이에 입을 묻었다.
“……?”
정지한 혀를 입 밖에 뺀 채 그 모습을 멍청히 올려다보았다. 김지수가 아예 어린 남자의 푸짐한 엉덩이 양쪽을 딱 붙잡고 발라당 되바라졌을 출구를 입술로 물샐틈없이 틀어막았다.
그리고 몸에 좋은 보약 마시듯 후루룩후루룩 마셨다. 어린 남자가 소스라치게 기기괴괴한 비명을 쏟아냈다.
“응히악? 그항아아앗!”
누가 들어도 에로물보단 공포물 효과음에 더 걸맞을법한 괴성이었다. 누가 항문을 좀 빤다고 해서 익룡 같은 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진 않은데.
지수를 기분 나게 해주려고 저런 육갑까지 떠는 걸까.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섰던 좆도 죽을 것 같은데. 내가 지수라면 벌써 무서워서 도망가고 없었다.
항문을 지수 입이 아니라 유황불에 담근 듯 끔찍한 지옥의 아우성이었다. 기겁한 내 목덜미가 식은땀을 맺었다.
“그하앗! 자기야, 똥? 구멍! 흐흑, 나 너무 느껴♡ 하앙! 후르릇, 후르릇, 어푸어푸. 자기 좆불똥 꼬카인 해롱해롱……. 죽인다, 죽여. 크항, 그항!”
“픗, 크하! 으허어, 읏, 쩝. 똥통 한번 존나게 크고 탐스럽네. 민탑기 네가 챔피언이다. 소리 질러.”
“끼하아악! 진짜? 나 목 졸라 죽여줘. 응? 아흑, 아흥……!”
“누구 맘대로 뒈지려고. 내가 언제 너한테 뒈져도 된다 그랬냐. 뒈지려면 내 좆 마저 빨아서 코 풀어놓고 뒈져.”
“알았어, 자기야! 나 일회용 후장인 양 자기 좆물 뽑자마자 콱 뒈지러 갈게!”
두 사람은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뭐가 문제일까.
아니다. 분석하려고 할 필요 없었다.
정 이해가 안 가면 직접 해보면 알 일 아닌가. 그럼 왜 저러는지 몸소 깨달을 테다.
난 며칠째 지수 덕에 수많은 새 감정을 배우고 못 해볼 경험을 하고 어쩔 도리 없이 수용하고 피할 수 없는 건 끝내 즐기게 되었다.
“네 이, 푸짐한 변기통만 보면, 확 돌아버릴 거 같아.”
지수가 목소리를 덜덜 떨어가며 말했다. 그만큼 진심이란 거겠지.
부러웠다. 나도 어린 남자처럼 지수 얼굴에 똥통을 들이대고 똥 냄새를 풍기면서도 귀염받고 싶었다.
내 엉덩이는 덜 탐스러운가. 나도 한번 갖다 대 볼까. 고민할 때였다.
“끼헤엥엑!”
어린 남자가 께름칙한 목소리를 갈기갈기 갈랐다. 지수가 초집중한 얼굴을 하고 어린 남자의 똥구멍 안에 긴 손가락을 집어넣어 쑤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망설임은 내려놓았다. 이대로라면 겨우 조금 되돌려놓은 지수의 관심을 어린 남자한테 죄다 되빼앗길 터였다.
자세를 엉금엉금 바꿨다. 깐 달걀처럼 창백하고 볼품없는 엉덩짝을 지수 가까이 조금씩 들이밀었다.
그리고 엉덩이가 고추 탈수기라도 되는 것처럼 털럭털럭 탈탈탈 점점 빠르게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헉, 헉…….”
어린 남자한테서 지수의 주의를 끌어오고자 이를 악물고 옆구리에 쥐가 나게 미친 듯 흔들어재꼈다.
“이건 또 뭐야.”
성공이다!
“하앗, 하아악……!”
기쁨의 탄성과 가쁜 숨을 입 밖으로 와르르 쏟았다. 해냈다!
나도 하면 되는구나. 자신감이 몸을 불렸다. 그렇다면……!
“지수야, 내 변……. 변기통은 안 야해? 이 변기통 안에도 꽤 많이 들어갈 건데. 내 거에도 손가락 집어넣어 줘…….”
어린 남자가 째려보는 눈빛이 내 옆얼굴을 뚫어버리려는 참이었다.
“네 똥통에도 손가락 담가줘?”
지수가 물었다. 어린 남자가 끼어들었다.
“안 돼, 자기야. 자기 손 썩어. 푸흣!”
썩는 건 네 엉덩이에 집어넣은 손가락이 썩겠지. 지수 손이 썩으면 안 되지만…….
어린 남자한테 지고 싶지 않아서 지수에게 큰 소리로 대답했다.
“어! 내 똥통도 손가락 좆으로 푹푹 쑤셔줘.”
“그런 말은 귀엽게 해야지. 애교 부리면서.”
애교라니. 올 것이 왔다.
잘 해내면 나도 꽤 쓸만한 남자란 걸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수고스럽고 번거롭게 밖에서 바람피우는 고생 안 해도 집에서 충분히 만족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위기는 곧 기회고 질투는 내 힘이었다. 두 사람 걸 베끼면 되잖아?
어렵지 않았다. 스스로 다독이고 입술을 뗐다.
“지수야,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요♡ 아이잉♡ 지수 나빴어, 나빴어! 대훤이는 지수 없이 못 사는데……. 사랑하는 애인 바람 안 피우게 내가 더 잘할게요. 우리 애인 고추 딱딱해져서 좆물 핑, 핑! 쏘게 뭐든지 다 할게요. 사랑해요, 김지수! 우윳빛……. 아니, 커피 우유 빛깔 김지수! 대훤이는 지수밖에 모르는 바보 멍청이 똥개♡ 꽤 많이 들어가는 야한 변기통♡ 탐스러운 왕변기통♡”
똥구멍에 전기가 통했다.
“크흐어헉……?”
지수의 손톱이 기생충의 이빨처럼 항문 끝을 뚫고 파고들었다. 마주한 전신 거울이 내 백치 같은 표정을 여실히 비췄다.
침대에 팔자 좋게 드러누운 지수와 양옆에 엎드린 어린 남자와 내 모습이 보였다. 어린 남자는 내가 옆에 오든가 말든가 지수 좆을 물고 빠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도 지수 불알께에 꿈틀꿈틀 자리 잡고 혀를 빼꼼빼꼼 담갔다. 묵직한 불알을 혀로 들썩들썩 들추고 살이 접혀 땀 찬 구석에 혓바닥을 잘 끼웠다.
그곳을 혀로 적당히 덥히고 회음을 향해 찔끔찔끔 이동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지수를 위한 음악을 코로 연주했다. 그건 어린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두 항문 수컷의 신음 이중창이었다.
“좋아, 자기야! 츳, 냐항?”
“나도 좋아, 지수야. 더 해줘……. 흣!”
“자기, 나 후장 다 찢어져도 되니까 더 세게, 앙? 자기 멋져……!”
지수가 정신 사납다는 듯 말했다.
“가만 좀 있어.”
찰싹!
지수가 어린 남자의 궁둥짝을 가볍게 올려붙이는 소리였다.
“아, 힝, 흥, 헹……♡”
어린 남자가 괴상한 소리로 울며 몸뚱어리를 이리 뒤틀고 저리 뒤틀었다. 그러다 지수를 돌아보고 말했다.
“하앙, 여보? 나 얌전히 있을게. 또 해줘, 응? 자기 여보. 하아앙♡”
‘여보’라니. 나도 한번 못 해본 말을……!
언제나 그렇게 불러보고 싶었지만 결혼하지 못하니 감히 입에 올려본 적 없는 호칭인데. 두 번째 주제에 나한테서 그걸 가로채다니.
내가 첫 번째야. 지수의 가랑이 사이에서 얼굴을 들었다.
할 수 있는 한 제일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린 남자처럼 지수를 돌아보았다.
날 봐, 김지수. 당장.
좋았어. 눈이 마주쳤다.
지수는 처음 보는 내 표정이 신기한 듯했다. 지수를 눈으로 잡아먹을 듯 으르며 말했다.
“여보, 여보는 내 여보지?”
“……꼴칵.”
지수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날 보고 긴장한 듯 침을 꿀떡 먹는 상황이 실감 나지 않았다. 더 과감해져도 될 것 같았다.
“여보가 내 여보 맞으면, 동생처럼 나도 방둥이 찰싹찰싹 때려주면 안 돼? 여보……♡”
처얼―썩!
“흐갸악!”
눈물을 허공에 툭 튀길 정도로 아팠다. 지수한테 보여주려고 애써 일발 장전한 도도 샤넬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시뻘겋게 상기한 채 아픔에 찌그려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턱을 떠억 떨어뜨려 우습고 하찮은 밑천만 금세 뽀록나고 말았다. 내 표정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만큼 거센 엉덩이 싸대기였다.
“흐우읏…….”
그래도 내 엉덩이를 이렇게나 세게 때려준다는 건……. 지수가 내 여보야란 뜻이잖아.
철썩, 철썩철썩. 철떡! 주물떡주물떡.
“흐학? 칵! 으헉, 어허억!”
엉덩이에 불이 붙은 듯했다. 지수가 어린 남자는 제쳐두고 내 궁둥이만 들입다 두들겨 팼다.
속 좀 쓰리겠는데―? 아파 죽을 것 같은 와중에도 입꼬리에 미소가 달랑달랑 매달렸다.
지수는 엉덩이 싸대기를 한 대 한 대 성심성의껏 날리고도 모자라서 새빨갛게 익었을 궁둥이 살코기를 살갗 안에서 우두둑우두둑 소리가 나게 꼬집고 주물렀다.
천장을 눈물 젖은 눈으로 쏘아보았다. 입술을 물고 고통을 참았다.
모두 지수의 관심과 사랑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어린 남자가 질투에 미친 비명을 뒤질렀다.
“아앙, 하아앙! 자기야, 자긴 내 여보도 되지? 맞지? 내 엉덩이도 형님 엉덩이처럼 세게 때려줘! 왜 나만 살살……. 흥아앙!”
싫어, 잠깐의 관심도 양보 못 해. 서둘러 입을 열었다.
“하헉? 지수야, 좋아. 너무 좋아! 고마워. 흐헉? 윽!”
“아앙, 자기야? 내가 더 좋아. 내가 더 고마워. 인제 나 자기한테서 못 벗어나. 난 자기 거야. 앙!”
“지수야, 사랑해! 사랑해줘. 이뻐해 줘. 진짜 나 너 없이 못 살아. 난 8년 전부터 네 거였어. 내가 더 잘할게? 하억……!”
지수가 한참 웃다 말했다.
“시끄럽고 빨아, 씨발새끼들아! 킥킥!”
“응! 추릅, 추르릅.”
“하악! 핫? 어, 지수야. 허브븝, 어븝. 펍.”
어린 남자와 나, 두 수컷 똥변기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지수의 가랑이에 세숫대야를 푹 처박았다. 며칠 굶은 거지인 양 입술에 잡히는 대로 입 안에 넣고 아귀아귀 흡입했다.
두 주둥아리 후멍이 내는 물기 흥건한 소리와 지수가 엉덩이 두 쌍 네 쪽을 손바닥으로 경쾌하게 후려 패는 소리가 침실 안을 빠듯이 채웠다. 이곳에서 마치 애무 공장이나 돌리는 양 파이팅이 넘쳤다.
지수는 내 똥구멍에 손가락을 푹 찔러 이리저리 돌리고 후비다가 예고 없이 홱 뽑아서 볼깃살에 대충 쓱쓱 문질러 닦고 엉덩살을 두드려 패기를 반복했다. 어린 남자한테도 똑같이 하는 듯했다.
그때 어린 남자가 검지를 또 지수의 항문 안에 푹 담갔다. 질 수 없었다.
지수의 항문에 검지 끝을 찔꼼찔꼼 찔렀다. 양쪽에서 검지를 걸어 잡아당기는 어린 남자와 나 때문에 지수의 가련한 꽃분홍 항문은 구멍을 가로로 헤벌떡 열고 말았다.
내가 그 구멍에 혀를 살짝살짝 붙이면 어린 남자는 지수의 좆을 움푹움푹 빨았다. 내가 지수의 불알을 한입 가득 머금고 알을 혀로 굴리면 어린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지수의 후장 속에 입술을 통째로 밀어 넣고 내장 안벽에다 뽀뽀를 퍼부었다.
내가 지수의 귀두를 사탕 먹듯 쪽쪽 먹으면 어린 남자는 좆뿌리와 기둥을 책임지고 쓸고 닦았다. 내 혀 아래서 어린 남자의 혀가 좆을 함께 만지고 비비면서 보조를 맞췄다.
어린 남자와 난 사랑의 이륜차였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이 순간만큼은 어린 남자가 나고 내가 어린 남자나 다름없었다. 형과 아우가 어울려 하나 된 형제일체의 경지였다.
“변대훤, 윽! 네가, 허아? 원래 이렇게 잘했나? 너희 둘이 막상막하네. 누구한테 박아줄까.”
“나!”
“나! 아앙, 나!”
내가 빨랐다.
“지수야, 나. 내가 빨랐어. 나한테 박아주면 안 돼……?”
“자기야, 아아앙, 내 똥꼬! 내 구멍이 자기 고추 보고 싶대. 벌써 잊어먹을 거 같대. 내 구멍이가 자기야 고추 얼마나 좋아하는데.”
“지수야? 내 구멍도 네 고추 좋아해. 내 것도 박아달래. 보이지? 벌름거려?”
“아! 자기야! 나한테 박아. 안 그럼 죽어.”
“지수야, 날 선택해줘…….”
어린 남자와 난 침대에서 무릎을 떼고 궁둥이를 번쩍 든 채 뒷걸음질 쳐서 지수 얼굴에 최대한 가깝게 붙였다. 거꾸러뜨린 빨간 얼굴로 넣어달라고 제각기 아우성을 쳤다.
지수가 느긋하게 침대 머리맡의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둘 다 섹시해서 하나 못 고르겠는데.”
살얼음판 같은 침묵이 흘렀다. 지수가 느지막이 연기를 내뿜고 말했다.
“둘 다 엎어.”
“어, 지수야.”
“응, 자기야. 엎었어. 힝!”
지수가 담배를 태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기다렸다. 긴장감이 등 근육을 짝 잡아당겼다.
어린 남자는 내 옆에서 지수를 돌아보고 혀를 날름거렸다. 그러다 내 시선을 느끼고 날 한 번 재수 없게 칩떠본 다음 다시 지수를 향해 생글생글 웃었다.
나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지수에게 가능한 한 가장 착하고 정숙한 미소를 보냈다.
광대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얼굴이 부들부들 떨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일부러 웃어본 건 처음이었다.
삽입해준다면 절대 빠뜨리지 않고 괄약근으로 조몰락조몰락 졸라댈 것처럼, 척추가 다 나갈 때까지 바지런히 허리를 흔들 각오가 선 것처럼, 좆물을 싸주면 감사히 받아서 한 방울도 남김없이 장으로 마실 것처럼 참하고 지고지순한 표정을 상상하고 얼굴 근육에 힘줬다.
지수 첫째 애인의 체면이 있는데 첫 좆을 어린 남자한테 넘겨줄 수는 없었다.
“자기야, 누구 구멍에 먼저 넣어줄 건데? 응?”
“기다릴게, 지수야.”
지수가 급하지 않게 담배를 끄고 맥주 캔에 꽁초를 버리는 모습이 전립선 요동치게 멋있었다.
“오늘 너희 둘이 사이좋게 잘 지냈으니까 한 명씩 다 담가 보자. 더 맛있는 구멍에 쌀 거니까 정액 먹고 싶으면 꽉꽉 쬐라. 알았냐.”
“하앙? 응, 자기야.”
“고마워, 지수야!”
다행이다. 적어도 지수의 좆 끄트머리 한번 못 품어보고 쫓겨나는 신세는 면했구나. 영락없이 독수공방할 줄 알았는데.
지수가 물었다.
“형님 먼저?”
형님 먼저? 그럼 나?
꿈인가 생시인가. 멀뚱멀뚱 곱씹는데 어린 남자가 체념한 듯 말했다.
“하어엉, 알았어.”
의외로 포기가 빠르구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강인한 손이 내 엉덩이 양쪽을 훅 틀어잡았다. 지수 손이 아니었다.
왜? 온몸이 낯선 손길에 겁을 집어먹고 버들버들 떨었다.
“큭큭! 자기야, 내가 도와줄게―!”
크고 우악스러운 손이 내 볼깃살을 좌우로 쩍 잡아당겼다.
“아악……!”
항문에 세로로 금이 갈 듯 따가웠다. 기겁해서 떨어내려니까 어린 남자가 아예 내 허리에 풀썩 올라타 앉았다.
“큭큭큭! 자기야, 내가 자기 고추 잘 들어가라고 형님 똥구멍 활짝 벌려놨어. 잘했지?”
“잘했네. 서로서로 잘 챙겨. 얼마나 보기 좋아.”
“뽀뽀!”
거울 속에 울상 지은 내 얼굴과 내 위에 올라앉은 남자의 성난 등 근육이 보였다. 그 뒤의 김지수는 변함없이 어린 남자한테 단단히 홀려서 못 헤어나는 표정이었다.
두 사람이 부둥켜안고 혀를 섞었다.
“하응, 츳…….”
“허업, 허법.”
지수의 거시기가 내 아랫도리에 툭툭 닿았다. 늠름한 성기 끝이 음낭과 항문 주변을 쿡쿡 찔렀다.
그런데도 왠지 분한 마음이 들었다. 왜일까.
난 너무 욕심 많은 사람이었다. 나도 지수와 입 맞추고 싶었다.
“하아, 하! 맛있다. 큭.”
“네가 더 맛있어. 탑기야, 아기야, 좀만 더 줘. 어……?”
“안 돼. 형님 똥구멍 불나게 쑤셔줘야지. 형, 형 박힐 때 신음 소리 존나 이상하다면서요. 푸풉!”
내 신음이 왜. 둘이서 그런 얘기까지 한 걸까.
느닷없이 찬물을 때려 맞은 듯 시무룩했다. 어린 남자가 계속 까불거렸다.
“자기야, 형님 구멍 시원찮으면 바로 선수교체 알지? 형님! 잘하란 말이에요. 알았어요?”
잘할 거다. 지수는 내 애인이니까.
어린 남자를 산뜻이 무시하고 지수에게 말했다.
“지수야, 잘할게. 고마워.”
“우와, 자기야. 근데 형님 후장 진짜 존나 징그럽게 생겼다. 나 이런 구멍 처음 봐.”
뜨거운 손가락이 항문 표면을 꾹 눌렀다.
“킁킁. 우웩! 어흑. 흐잉, 자기야. 나 토할뻔했어.”
어린 남자는 내 항문 냄새가 구리다고 욕을 해가며 몇 번씩 손가락을 찍어서 냄새 맡기를 반복했다. 구리면 안 맡으면 되지 왜 꾸역꾸역 맡으면서 염병을 떠는지 이해를 하려야 할 수 없는 애였다.
“냄새 진짜 좆구려.”
저 자식이. 그리고 제가 뭔데 나한테 올라타서 함부로 만지고 냄새까지 맡는 거야. 거긴 지수 거란 말이야.
“이힛, 흐힛!”
어린 남자가 무거운 방둥이로 방방 뛰었다. 억 소리가 절로 났다.
“억. 흑. 윽. 긋.”
“재밌다. 되게 웃기다. 큭큭.”
거울 속 지수가 휘황하게 솟은 좆을 붙들고 어린 남자의 이마 위 머리칼을 휘어잡았다.
“야.”
“응, 자기야?”
“침 좀 묻혀봐.”
“응!”
어린 남자가 발랄하게 대답하고 몸을 수그리며 하체를 뒤로 쭉 밀었다. 어린 남자의 궁둥이가 내 뒤통수에 턱 부딪쳤다.
“후움, 움쩝. 맛있어. 하항, 쩝, 펍…….”
어린 남자가 내 남자의 나무막대를 신나게 빨아재끼는 소리를 들으며 인간 테이블이나 인간 의자처럼 우두커니 대기했다. 투미한 시선을 거울에 고정한 채 지수가 원하는 때 내 둔육 안에 성기를 꽂기까지 그저 기다렸다.
두통이 찾아왔다. 몸이 언제 식은 걸까. 이 순간을 후회하기 시작한 듯 불길한 예감이 밀려들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거지? 지수를 잡아두려고 어린 남자와의 동거를 하룻밤 잠시 잠깐 허락한 것뿐인데.
왜 우리 셋이 다 벗고 침대에서 살을 붙이고 있지?
“흠법, 험법, 흡픗!”
“작작 빨아. 껍질 다 벗겨져.”
“하앙, 하. 자기 고추가 너무 맛있는 걸 어떡하라고.”
지금이라도 그만두겠다고 말해야 할까.
“저기……. 힉! 흣?”
그때 어린 남자의 손가락이 내 똥구멍을 푹 찔렀다. 그리고 찢어져라 양옆으로 잡아 벌렸다.
항문 위아래가 금방이라도 투두둑 뜯어질 것 같았다.
“흣, 하어! 잠깐……!”
“큭큭. 캬하악, 투.”
끈끈한 무언가가 애널 겉에 척 달라붙었다. 어린 남자의 가래침 같았다.
“비켜, 잠깐 내려와 봐요. 지수야, 나…….”
“자기야! 내가 잘 들어가라고 천연 러브젤도 발라놨어.”
난 무슨 생각이었을까. 조급함과 시기심만 앞섰을 뿐, 지수를 받아낼 준비는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다.
“잘했어.”
“응, 큭큭. 자기 인제 내 얼굴 보면서 넣으면 돼. 못생긴 형 말고 잘생긴 내 얼굴 보면서 해야지, 안 그러면 부정 타서 발기부전 올지도 몰라.”
어디 사기꾼 박수무당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소리였다. 그나저나 진짜 이대로 하는 걸까.
긴장감이 온몸을 굳혔다. 오줌이 마려웠다.
배도 아픈 것 같았다. 차가운 맥주 탓일까.
“저, 지수야. 나 화장실……. 흣?”
찰싹!
“형님. 시끄러워요. 우린 지수가 대달라면 언제든 군말 없이 대줘야 되는 입장인 거 몰라요?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우리 자기 사랑한다면서요.”
“흣……. 흑.”
물론 사랑했다. 지수를 너무너무 사랑했다.
“우리 자기 진짜 사랑하는 거 맞아요? 누가 보면 싫다는 사람 억지로 데려다 놓고 하는 줄 알겠어요. 도대체 형님은 뭐가 문제예요? 아주 배때기가 불렀네요?”
살갗에 식은땀이 배었다. 나더러 뭘 어쩌라는 거야.
“자기야, 형님 말고 그냥 나랑 하자. 봐, 형님은 자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니까? 내가 말했지? 그냥 내 구멍에 넣어. 내가 잘해줄게. 응? 흐힛.”
내가 지수를 왜 안 좋아해. 누구보다 지수를 좋아하는 건 난데.
“지, 지수야! 빨리 넣어줘.”
“형님, 갑자기 왜 이래요?”
“지수야, 나 너한테 빨리 넣어달라고 말하려 한 거야.”
“형님은 아가리에 좆물도 안 바르고 구라가 술술 나오나 봐요.”
어쩌라고. 어린 남자를 개무시하고 항문을 있는 힘껏 조였다. 그리고 헤벌떡 풀었다. 지수가 내 괄약근이 추는 춤을 발견할 때까지 케겔 운동을 했다.
그러나 어린 남자의 동체 시력이 역시나 더 팔팔했다. 내 구멍의 구애 댄스를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은 지수가 아니라 어린 남자였다.
“자기야, 형님 똥구멍 좀 봐봐. 풉! 꼴에 자기한테 박히고 싶긴 한가 봐.”
“그렇지. 변대훤이 그래도 첫 번짼데 먼저 박아줘야지.”
“하. 알았어, 자기야. 하앙, 자기 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잘생겼어? 자기 지금 유부남 같고 대박 멋있어. 흐아앙.”
“너같이 생긴 애한테 잘생겼단 소리 들으니까 기분 이상해. 하지 마. 허허.”
“똥구멍은 형님 거 먼저 쑤셔주더라도 자기가 더 사랑하는 건 나 맞지? 형님한테는 그냥 의리로 박아주는 거잖아. 그니까 나랑 키스하면서 박아. 응? 자, 구멍 내가 벌려줄게. 하는 김에 자지 각도까지 딱 맞춰줄게. 어휴, 내가 이런 거까지 다 챙겨줘야 돼? 우리 자기 아직 아기라니까. 어딜 봐. 자긴 나만 봐. 아, 해. 혀 줘. 그렇지. 하응하알……. 츄릇! 냐하알, 읏.”
지수의 매끈한 귀두가 항문 표면에 닿는 느낌이 생생했다. 지수와 내가 하나 되는 순간에 왜 어린 남자가 끼어들어 돕겠다고 설치는지, 복장이 터졌다.
아무리 사랑하는 지수 좆인들 어린 남자가 붙잡고 넣어주는 건 싫었다. 지수가 내 구멍만 의무적으로 사용할 뿐 정작 눈 맞추고 입 맞추고 교감하는 상대는 어린 남자인 것도 싫었다.
전부 다 마음에 안 들었다.
“하윽, 하아윽……!”
그러거나 말거나 뭉텅이진 좆대가리가 괄약근을 비집었다. 주름진 통로를 점점 벌리고 배 속에 들어찼다.
손가락으로 충분히 들쑤셔놓아 알맞게 화끈거리는 피부를 쓸고 밀었다.
“하억, 흐우읏. 흑.”
어린 남자는 지수의 성기와 함께 안으로 딸려 들어가는 내 항문 주변 살가죽을 끊임없이 잡아당기고 펼쳤다. 내 그곳을 지수가 좆을 쑤실 한낱 육고기 구멍쯤으로 대했다.
어린 남자는 심지어 내가 긴장해서 하반신에 힘을 줄 때마다 협박하듯 볼깃살 속 둔근을 꾹꾹 눌러 압박했다. 항문괄약근을 헬렐레 풀고 지수를 저항 없이 받아들이라고 몰아세우는 것 같았다.
지수뿐 아니라 어린 남자 자신한테도 순순히 항복하라는 손짓이었다.
“하흣, 으흐흑……. 억!”
어린 남자가 별안간 지수와의 입맞춤을 그치고 웃음을 터뜨렸다.
“큭, 푸하핫! 아, 형 신음 소리 진짜 존나 웃기네. 자기가 따라 했던 거랑 똑같다.”
“어? 하아……. 그렇지?”
“자기야, 형한테 좀 닥치고 있으라고 해줘.”
“후. 야, 변대훤. 닥치고 있어.”
지수는 그 언젠가부터 관계 중에 소리 내지 말 것을 내게 종종 요구하곤 했다. 그런 날이면 지수는 날 잠시도 봐주지 않고 눈을 꼭 감은 채 내 안에 무식하게 욱여넣고 몇 번 흔들다가 싸자마자 불쾌한 얼굴로 변해서 날 멀리 치워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소리 내지 않고 참는 덴 익숙했다. 어쩌면 내 신음이 우스꽝스럽게 변한 것도 그 때문은 아닐까.
내 신음이 지수를 언짢게 한다거나, 지수가 나와 관계할 때 다른 사람을 상상해야만 발기나 사정이 가능하대도 괜찮았다. 지수 혼자만의 감정이고 생각이니까 존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소리 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어린 남자를 위한 어린 남자의 의지라면 해도 해도 너무했다. 날 첫 번째로 인정해주고 먼저 안아주는 것만도 감지덕지해야 할까.
난 욕심이 너무 많은 사람인가.
“흡. 웁. 읏…….”
소리가 새 나오는 입을 한쪽 어깨에 묻었다. 교성은 정작 날 찍소리 못하게 한 장본인이 다 질러대고 있었다.
“하앙, 하아앙? 잘한다, 우리 자기! 고추 안쪽으로 더 깊숙이 한번 넣어볼까? 그렇지. 아이, 잘했어요. 뽀뽀 쪽! 춧, 흥아앙……! 상으로 탑기가 젖꼭지 빨아줘야겠다.”
“어? 어. 헉! 빨아줘, 탑기야. 허컥……!”
“츳, 츠릇. 알냘냘……. 후르룻, 쯧. 쩝!”
“으하악, 하엉, 좋아. 더 빨아줘, 더. 멈추지 마…….”
흡. 큽. 하읍.
어린 남자가 지수의 젖꼭지를 애무해서일까. 지수가 허리를 쳐올리는 빠르기와 세기가 부쩍 강해지고 있었다.
열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두 다리도 궁상맞게 움츠러들었다.
사전 준비도 못 한 항문에 콘돔도 없이 너무 깊게 삽입하면 안 될 텐데. 어린 남자도 있는 데서 실수라도 해버리면 어쩌지.
건조한 항문은 어린 남자가 툭 뱉어서 철썩 붙여놓은 가래침의 물기로 버티는 중이었다. 그마저 없었다면 더 고통스러웠겠지. 어린 남자에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낯선 상황 때문일까. 모든 게 다 불안했다.
아니면 어린 남자를 사랑하는 지수를 보며 느끼는 슬픔 때문일까. 도무지 긴장을 풀고 지수를 기꺼이 맞아들일 수 없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흣. 끅…….”
지수와 어린 남자는 나 같은 건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듯 없는 사람 취급하고 둘만의 세상에 들어가서 빗장을 걸어 잠갔다.
야구 배트를 꽂아 넣고 발로 때려 밟듯 배려 없이 몰아쳐서 항문 주위 살갗을 엉망으로 밀어젖히는 김지수의 거시기. 소나 말 타는 양 내 등허리에 올라앉아 폴짝대는 어린 남자의 근육질 몸.
그 두 가지를 견디면서 고통에 찬 신음 한 번 제대로 못 내는 처지를 가엾게 여겨줄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바로 거울 속 나 자신이었다.
당장 까무러쳐도 이상하지 않을 듯 검붉은 내 얼굴과 마주 보았다. 어린 남자의 연구릿빛 허벅지와 종아리가 내 양옆으로 거미처럼 길게 뻗어 나온 채 굴곡진 근육을 벌떡댔다.
허윽! 허읏, 하아! 하아읏…….
지수의 거시기가 깊은 델 예고 없이 쿡쿡 찔러댈 때마다 배 속 깊은 곳이 잘못될 것 같은 불안감을 거둘 수 없었다. 어린 남자와 시시덕거리느라 내가 통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마저 잊어버린 양 불쑥불쑥 무신경하게 집어넣었다.
좆끝이 굽은 창자벽에 구멍을 낼 듯 내장 안을 거침없이 누비고 더 안쪽으로 꿀쩍꿀쩍 넘어오기가 예사였다. 망가뜨려도 상관없다는 듯 내 배 속에 흉기를 휘둘렀다.
지수가 지수의 홍두깨를 함부로 뻑뻑 들이밀 때마다 복강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뱃가죽이 불뚝불뚝 튀어 올랐다. 현기증이 났다.
아흑, 아헉……!
아팠다. 나만 아프고 두 사람은 알콩달콩 좋아 죽었다.
이렇게 해서 내 사랑하는 지수를 되찾을 수 있는 걸까? 정말?
“하앙, 자기야.”
“허, 어? 왜. 컹! 컥……!”
“자기 나 사랑해?”
“사랑해.”
“그렇지? 나랑 자기는 서로 사랑하지?”
“어. 하악……!”
“쪽! 쩝. 냣나할…….”
윽. 억. 허윽!
항문을 불사르는 아픔은 어느새 느낄 수 없었다. 좆이 복벽을 찢고 배꼽 밖으로 대가리를 투두둑 내밀 듯했다.
지수가 막대기를 쑥 집어넣고 휙휙 휘젓는 배 안이 차갑고 싸르르했다.
거울 속 내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끔뻑거렸다. 양쪽 입꼬리를 축 내려서 볼썽사나운 얼굴을 지수가 본다면 재수 없다고 욕지거리할 게 뻔했다.
하윽! 하웃. 허읏, 흐우우…….
어깨 살을 꽉 씹었다. 허벅다리가 후들후들 떨었다.
항문괄약근을 꽉 졸라서 지수 좆을 잘 받아주려고 했는데. 지수한테 내 거기도 어린 남자 못지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항문괄약근을 조르기는커녕 가만히 버티는 것만으로도 혼이 나갈 마당이었다. 두 사람은 내 상태 따위에 아무 관심도 두지 않고 달콤한 목소리로 정다운 대화를 나누느라 바빴다.
“자기야? 하아, 형님 똥구멍 맛 좋아?”
“어? 허, 하윽! 너보다 안 좋아.”
“왜?”
“좀, 허아. 헐거워. 흣. 걸리는 데가 없어.”
“그래? 별로 느낌 안 와?”
“근데, 네 얼굴 보면 느낌 와. 학, 하아…….”
“형님 안쪽 부드러워? 따뜻해? 푹신푹신해?”
“아니, 그냥.”
“그냥 어떤데. 응? 하아앙.”
“그냥 모래사장에다 꽂고 쑤시는 거 같아.”
“푸핫!”
모래사장……? 내 몸 안이 모래사장 같다고?
사람 몸이 그럴 수 있나? 지수는 어린 남자를 위한 거짓말을 하는 걸까?
“형님!”
“헛? 헉!”
깜짝이야. 하, 씨. 왜 사람 놀라게…….
어린 남자가 나서서 떠들었다.
“똑바로 힘 안 줘요? 우리 자기가 그래도 형님이랑 ‘옛정’을 생각해서 먼저 힘도 써서 박아주겠다고 이렇게 고생하는데 가만히 엎드려서 받기만 하는 주제에 똥구멍 하나 제대로 못 조여요? 평소에 운동이라도 미리미리 좀 해놓지, 우리 자기야한테 자주 사랑받지도 못하는 주제에 밑구멍 헐렁하다는 게 말이 돼요? 이제 보니까 형님 완전히 그냥 똥배짱이네요? 형님만 좋으면 다예요? 뭐 믿고 그렇게 이기적이에요? 애인 사이면 서로 노력하고 맞춰나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자긴 여태까지 이런 남자랑 7년을 만난 거야? 우리 자기야 몸에서 사리 나오겠다. 불쌍해……. 힝.”
김지수의 말은 더 기찼다.
“그래도, 허아? 허윽! 결국 너 만났잖아. 하악……!”
“맞아. 티힛! 우리 자기는 인제 나만 믿어요. 내가 형님 버릇 단단히 고쳐서 다시는 자기같이 멋진 남자 만나면서 게으름 못 피우게 할게. 어떻게 아코디언 가르치러 주중에 몇 시간 출근하면서 이렇게까지 사람이 게을러터질 수가 있지? 난 진짜 형님처럼 대책 없고 얼빵한데 게으르기까지 한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전부 다 수용소 캠프에 가둬버리고 싶어. 자기 같은 남자랑 만나려면 매일매일 운동하고 적어도 주에 한 번은 피부관리 받고 주기적으로 제모하고 눈뜨고 있는 동안에는 상시 항문에 힘주면서 잘 쪼이는 훈련 하고 틈날 때마다 최신 시청각 자료 보고 듣고 공부해서 테크닉 수시로 업그레이드하고 운동 외에 등산이라도 다니면서 하체 만들고 마라톤 뛰어서 지구력도 쌓고 확대기 사서 자지 사이즈 업도 하고 벽에 딜도라도 붙여놓고 오럴 딥스로트 트레이닝하고 야한 속옷 넉넉히 사다 놓고 맨날 갈아입고 거울 보면서 섹시한 표정이랑 소리 내는 연습도 하고 뭐 그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 되는 거 아니야? 트렁크가 뭐야, 트렁크가. 형님이 아니라 자기가 도망가야 될 거였네. 그동안 형님 옆에 붙어서 같이 살아준 것만 해도 인간극장이지 뭐가 인간극장이야. 눈물 없이 못 보겠다. 우리 자기 너무 안됐어. 이제부턴 우리 자기 내가 많이 많이 사랑해줄게요. 정신 못 차리는 형님도 주제 파악하고 썩어빠진 마음 고쳐먹고 게을러터진 늙은데기에서 부지런한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 자기야한테 둘도 없이 잘하게 해줄게요.”
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한 손을 더듬더듬 뒤로 뻗었다.
“지수야, 잠깐만. 나 화장실 한 번만 갔…….”
“형님. 조용히 좀 하라고요.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에잇!”
“흡? 으웁!”
어린 남자가 팔을 확 잡아당기는 통에 상체가 중심을 잃고 침대에 고꾸라졌다. 어린 남자가 내 등에서 와당탕 굴러떨어졌다.
어린 남자는 외려 좋아서 낄낄대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히힉, 으힉!”
어린 남자가 무릎으로 드드득 기어 내 옆에 바싹 붙었다. 난 상체를 침대에 엎어뜨린 채 하늘 높이 쳐든 궁둥이로 버둥거리며 지수를 받아내느라 죽어나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린 남자가 펄쩍 뛰어 내 뒤통수를 콱 내리눌렀다. 침대 매트리스에 있는 힘껏 처박았다.
“윽, 읍. 흡……!”
이 앤 왜 이렇게 남 숨 못 쉬게 하는 걸 좋아할까. 창자 속을 헤집고 들쑤시는 지수의 성기만 해도 견디기 힘든데, 이불에 파묻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자 아무 때나 정신이 깡 가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큭큭. 푸부붑! 자기야, 더 세게 박아. 더 세게, 더! 깍깍!”
“어. 학……! 악! 이렇게?”
“죽여.”
“죽여? 힉. 커헉……! 죽여!”
싫어.
잔뜩 흥분한 지수의 통 자짓고기가 항문을 둘러싼 근육 안팎으로 쉴 새 없이 드나든 끝에 항문괄약근을 늘어난 팬티 고무줄처럼 훌러덩 풀어버릴 듯했다. 창자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게 뒤죽박죽 어지른 탓에 낫지 않는 배탈을 달고 살게 될 것 같았다.
“자기 파이팅! 아자, 아자! 힘! 허리 쓰느라 힘들지? 내가 좀 도와줄까?”
뒤통수를 내리누르던 손이 훅 사라졌다. 겨우겨우 모가지를 돌려 숨부터 헐레벌떡 씨근벌떡 벌떡벌떡 마구 들이켰다.
“헉? 허억, 커헉, 허어, 허아……. 읏!”
그러나 어린 남자는 내게 숨 돌릴 찰나마저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지수를 뒤에서 밀어 두 배로 육중한 무게와 서너 배 더 강력한 힘을 내 엉덩이 가운데 쏟았다.
“흐하악?”
가까스로 쳐든 채 지수 좆을 받아내던 둔부마저 두 성인 남자의 체중으로 짓눌러서 침대에 넙적 퍼뜨려버렸다. 굵고 긴 남성 성기가 오도 가도 못하는 엉덩이 사이로 끝의 끝까지 빼놓지 않고 깡그리 들이닥쳤다.
“억! 욱!”
지수는 내 안에서 좆을 단 한 치도 빼주지 않았다. 등에 타서 누르는 어린 남자 때문이겠지.
엎드려 누운 내 뒤에서 상하좌우로 음습하게 문지르고 비벼 구멍만 넓혔다. 잠시 잠깐도 좆을 한 틈이나마 꺼내서 배 속을 쉬게 해주지 않았다.
“아흐윽? 살려줘, 지수야! 잘못했, 미안해! 흐흑, 하윽! 아아, 제발! 으옥, 흐악? 아악! 지수야! 너무, 너무……!”
그때였다. 어린 남자가 지수의 등에 귀신처럼 올라탄 채 내 귓가에 속삭였다.
“너무, 좋죠?”
“흐아아얼으그극……!”
불알이 감전당한 듯했다. 바늘 수천 개가 찌르는 통증이 가랑이를 강타했다.
어린 남자가 내 음낭을 손으로 움켜쥔 걸까? 아니면 무릎으로 아주 짓이겨버린 걸까?
질끈 씹은 이 사이로 거품이 보글보글 샜다. 거울 속 내 얼굴이 어떤 지경까지 갔는지 도통 보이지 않았다.
동공이 뇌로 향한 탓일까? 아니면 멀쩡히 앞을 향하고 있는데도 기능하지 못할 뿐인가?
“하어욱.”
투두둑.
몸 뒤편에서 무언가 끊어졌다. 아니, 복강?
어린 남자가 쥐어짜 대는 불알 덕분에 다른 아픔을 느끼기 쉽지 않았다.
“응? 실수. 큭! 우리 자기 거 만져주려고 했는데 손이 미끄러졌네요. 형님, 아파요?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 맛대가리 확 갔어요. 푸붑!”
어린 남자가 뭐라 뭐라 말한 것 같긴 한데.
고개를 픽 떨어뜨렸다. 눈앞이 새카맸다.
가랑이 사이를 가르고 들락날락하는 지수의 흉기가 더는 괴롭지 않았다. 잘된 일이겠지?
“븟, 부우…….”
낯선 손이 내 고개를 일으켜 세웠다. 시야에 플래시가 번쩍번쩍했다.
“흐힉! 형님, 좀 웃어봐요. 형님 지금 표정 진짜 웃긴 거 알아요? 아, 이거 쇼츠 찍어야겠다. 우리 셋이 같이 살기로 한 첫날 밤인데 기념해야죠. 헐! 폴라로이드 갖고 올걸……. 자기야, 더 빨리 박아봐. 형 왜 소리 안 내요? 아까 닥치라고 해서 그런가. 형, 다시 소리 내봐요. 형님? 자기야, 형 젖 좀 꼬집어봐. 꼬집은 거 맞아? 더 세게. 그냥 확 잡아 뜯어. 뭐야, 왜 조용해. 자기야, 형님 엉덩이도 때려주고 자지도 좀 만져주고 해봐. 형 존나 귀엽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네.”
“허, 하? 뭐야……. 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지수가 내 뒤에서 허리 치대는 일을 천천히 그치고 물었다.
“야, 변대훤. 너 구멍 왜 이래.”
“왜, 자기야? 뭔데.”
“몰라. 하나도 안 쬐는데?”
“큭! 뭐야. 이 형 후장 원래 태평양이라며. 당연히 안 조이겠지. 풉! 비켜봐.”
불컥. 찔꺽찔꺽.
낯선 손가락이 항문을 파고들었다. 이곳저곳 무심하게 몇 번 들쑤셨다.
“다 풀렸네. 형님 애널 완전히 그냥 개 씹 좆창났는데?”
“씨팔…….”
“흐흥, 나만 한 구멍이 없지? 이 형 구멍에 대고 삽질할수록 내 쫄깃한 후장 생각 간절하지?”
“대줘, 씨팔놈아.”
“하아응, 우리 자기가 대달라면 대줘야지. 앗흥! 앞으로 대줄까, 뒤로 대줄까, 옆으로 대줄까, 위에서 대줄까? 말만 해요. 난 우리 자기 소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는 자기만의 지니.”
“아무렇게나 대줘, 씨팔놈아! 에이, 씨! 김빠지게……. 아니, 변대훤 이거 구멍 이렇게 다 풀려서 어떻게 데리고 살지?”
“자기야,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고 내 구멍에 자지나 갖다 꽂아. 내 구멍이 자기 다시 기분 좋게 해준대. 헌 구멍 어떻게 데리고 살지 걱정할 시간에 어떡하면 새 구멍 꽉 잡을까 고민하는 게 백번 낫지 않을까? 어느 모로 보나 형보단 내가 낫잖아?”
뜨거운 몸이 등을 덥혔다. 낯선 머리통이 내 뒤통수를 베고 누웠다.
어린 남자인가. 어질어질한 가운데 엉덩살에 닿는 남의 통통한 궁둥잇살만 생생했다.
좆불알을 뭉개고 철퍼덕 뻗은 내 볼기 위에 어린 남자가 볼깃살을 맞붙이고 누웠다.
“헐렁헐렁해서 쓰지도 못하는 구멍을 왜 데리고 살 걱정 해? 자기 설마 이 형 좋아해? 이런 남자가 자기 취향이었어? 푸풉!”
“넌 내 말 존나게 안 듣잖아. 얼굴 이쁘고 구멍 쫀쫀하면 뭐 하냐. 얜 내 말이면 죽는시늉도 해. 밖에 나가면 얘만큼 순종적인 애도 없다. 네가 뭘 알겠냐.”
지수야…….
“지금도 봐. 너랑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제발 집에만 와달라고 싹싹 빌고, 내가 너 데리고 들어온대도 찍소리도 안 하잖아. 이런 애가 발에 치이는 줄 아냐?”
“왜 없어? 자기처럼 끝내주는 남자한텐 형님 정도 할 사람 널리고 널렸지. 당장 나 있잖아. 프흐흡!”
“너?”
“응. 당연……. 하응윽! 하으응?”
“네가?”
“응. 흥! 앙!”
“지랄한다.”
“흐응! 하앙, 나 지랄병 났어. 고쳐줘. 아니다. 그냥 죽여줘, 자기야.”
“넌 그냥 뭐든지 처재밌지? 나랑 얘랑 둘 다 동시에 갖고 노니까 재밌어 죽겠지?”
“프핫! 하아, 흣. 어떻게 알았어? 밤마다 잠도 안 와. 짜릿해서 후장이 막 벌름거려.”
“그래? 한번 벌름거려봐.”
“이렇게? 응핫, 응아학……!”
“아헉? 아허억!”
거울이 비추는 건 해롱해롱한 얼굴과 벌레 같은 몸뚱어리를 침대에 쓰러뜨린 나. 내 위에 발라당 드러누워서 긴 다리를 펼치고 지수의 목에 팔을 감은 어린 남자. 그리고 약 맞은 듯한 표정을 짓고 어린 남자 위에서 좆방망이를 뚝딱뚝딱 휘두르는 김지수였다.
지수가 허리를 훅훅 밀어 어린 남자의 가랑이를 철퍽철퍽 때릴 때마다 내 등가죽이 함께 으쓱으쓱 움직였다. 어린 남자의 교성이 내 몸통 안을 웅웅 울렸다.
“하아, 자기야? 살살. 응? 시작부터 그렇게 세게 하면 내 쫄깃한 소 곱창 형처럼 돼지 막창 돼. 쑥 빼고 쑥 넣지 말……. 아앙!”
“조용히 해. 나 지금 눈에 뵈는 거 없거든?”
“앙, 흐앙! 왜 이렇게 거칠어? 탑기 똥꼬 아야 한단 말이야. 씨발 너 내 걷다 대고 말뚝 박니? 하앙……!”
“아. 아아. 하……. 좋아. 윽! 하, 이 씨팔. 이거지. 민탑기. 네 똥꼬 맛 한번 죽인다? 너 이걸로 몇 명 보냈어. 대답해.”
“응, 아응! 손가락 발가락 다 써도 못 세는데. 우웅, 긍악! 근데 자기야, 나 진짜 좀 힘든데 말뚝 그만 처박고 가까이 와서 안아줘. 응? 자기……. 흥겍!”
“하으우, 하으윽! 으그극……. 이 쪼임. 이 떡감. 근육. 주름. 하아! 씨―팔놈의 새끼. 뒈져. 뒈져!”
“앙! 아앙! 흐앙! 자기야? 그하앙!”
“에잇, 히얍!”
헉?
“크허아아악―!”
아니, 왜 내 거기에……! 사태 파악을 하기 전에 입이 스스로 비명을 터뜨렸다.
“흐하학! 아악……! 어흐흑, 후훅……!”
김지수가 머쓱한 듯 말했다.
“허, 어? 잘못 조준했네.”
“흐으, 흐우읏…….”
짧은 순간이었지만 무방비한 항문에 김지수의 무자비한 고기 방망이가 대가리를 불쑥 들이미는 사고라면 까무러칠만했다. 어린 남자가 코웃음 쳤다.
“하? 실수 아닌 거 같은데? 형님 헐렁헐렁한 똥구멍 맛이 벌써 그렇게 그리웠어?”
“닥쳐, 박아줄 테니까. 아프다고 깩깩대지나 마. 넌 이 얼굴이랑 새파란 똥구멍 아니면 좆도 볼 거 없어. 그니까 열랄 때 후장이나 활짝 열어.”
“알았어, 자기야. 난 자기 두 번째니까 항문 아직 멀쩡할 때 다리나 잘 벌리면 되는 거지? 아앙……!”
“그래, 둘째 똥후장 놈아. 한 번 말하면 좀 알아들어.”
“내가 그렇게 하면 자긴 나한테 뭐 해줄 건데? 하아앙!”
“박아주잖아. 헛, 하욱……!”
“박아준다 이거지? 흣! 알았어. 그럼 자기 내가 만족하기 전에 찍 싸면 그날로 뒤질 줄 알아. 흣응……!”
“어?”
“자기가 나한테 해주는 게 박아주는 거밖에 없는데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면 벌 받아야지.”
“…….”
“자신 없어? 아니지? 좆물 하나 못 참으면 그게 남자야?”
“아니……. 헛? 컥!”
“내가 이렇게, 또 이렇게 해도 싸면 안 돼. 알겠어? 핫엉, 핫앙.”
“흐우, 으극! 억, 킷. 타, 탑기야? 앙!”
두 사람은 내 등 위에서 열렬히 교미하며 아래의 날 깔아 죽일 심산인 듯했다. 큰 덩치만큼 뼈대도 굵고 무거운 두 남자가 마치 네피림 게이 커플 같았다.
둘이서 재미 보는데 왜 내 위여야 되는데. 내 몸뚱이를 깔고 올라오지 않으면 좆과 항문에 가시라도 돋치나. 흥이 안 나나.
“짓, 욱. 지수야. 나 내려갈래. 읏, 훅. 무거워. 나 좀……. 흑!”
당장이라도 갈비뼈를 뚝 부러뜨릴 듯한 성인 남성 두 명분의 몸무게를 버티며 안간힘을 다 써서 말했다. 그런데 지수가 되돌려준 건 뜻밖의 신체 기관이었다.
“아흣? 카흐훅! 법. 악! 으겍……!”
또 기습 좆이었다. 어마어마한 고통을 덥석 안기고 나서 휙 빠져나가는, 침대 위의 암살좆이었다.
지수가 어린 남자의 궁둥짝 아래 내 부자유한 구멍에 자꾸만 좆을 푹 꽂았다. 거듭된 불의의 사고였다.
불의의 사고가 아닌 건가? 그때 지수가 말했다.
“변대훤, 너……. 후욱! 질투하지 말라고 내가, 너희들 구멍 두 개 번갈아 가면서 쑤셔주는 거 아니야. 고마워, 안 고마워. 헉, 학!”
역시.
그렇다면 고마운 일이 맞았다. 지친 입술을 뗐다.
“흐윽, 허으윽. 고마워…….”
“그렇지? 고맙지? 하아, 하악……!”
지수의 좆이 신나서 내 배 속에 다시 쳐들어왔다. 어린 남자가 찬물 같은 비웃음을 뿌렸다.
“고맙긴, 풉! 내 구멍에 박으면 쌀 거 같아서 형님 거에 박으면서 쉬는 거지? 다 알아.”
“헉? 헛? 어떻게 알았냐?”
어금니를 깨물고 아픔을 참았다. 몸뚱어리를 짓누르는 어린 남자의 덩치는 배 바깥쪽을 아프게 하고, 창자 타래를 짓누르는 지수의 좆은 배 안쪽을 아프게 했다.
어린 남자의 육덕 푸짐한 궁둥이가 짜그라뜨린 내 항문은 가로로 기름한 모양이 된 채일까. 지수의 성기를 퉁퉁 불어난 윗주름과 아랫주름으로 꿀컥꿀컥 삼키며 유한한 조직의 수명을 빠르게 다하는 중일까.
항문 위아래가 쓸리는 통증이 알알하게 매웠다. 김지수가 어린 남자의 항문과 내 항문을 오가며 두 집 살림 하듯 좆을 놀리기 시작했다.
“아흥, 아흐윽! 자기야, 좋아.”
“지수야? 흐아악! 천천……. 하억!”
“아앙, 자기야. 내 후장에 좀만 더 오래 박아주라. 응? 아이, 씽.”
“아욱, 하아읏. 하윽. 흐욱…….”
“형님. 구멍도 존나게 넓으면서 안 어울리게 웬 앙탈이에요? 7년이나 붙어먹어 놓고 지금 내숭 떨어요? 웃기지도 않네. 형 진짜 대단하네요. 흥! 웃……!”
나야말로 궁금했다. 그렇게 쫄깃하고 좁은 항문을 가졌다는 이 앤 왜 안 아파하고, 헐겁고 후진 항문을 가진 난 왜 능숙하게 못 받고 매번 힘들어해야 하는지 나야말로 알고 싶었다.
자주 사랑받는 사람과 자주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었다.
지수가 말했다.
“하읏, 아흣! 근데, 민탑기 네가 변대훤 위에 올라가 있어서 그런가 갑자기 좀 조이는 거 같냐. 아랫구멍이 변대훤이고 윗구멍이 탑기 너잖아. 맞지? 하아, 큰일 났네. 아랫구멍에 넣어도 쌀 거 같은데. 흐웃…….”
“푸풉! 허벌창 똥구멍 재활용 비법 생생 정보통이야, 뭐야. 지랄 났네.”
아래가 나 맞는데. 내 구멍이 조인다고……?
지수의 칭찬과 격려는 언제나 지쳐 쓰러진 날 일으켜 세웠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수는 내 슈퍼 파워였다.
“형님.”
어린 남자였다. 안 그래도 무거워 죽겠는데 귀찮게 굴었다.
“흑, 윽. 왜요. 흐웃…….”
“무겁죠?”
욕 나올뻔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걸까.
애초에 윗구멍 아랫구멍으로 나뉜 자세라면 첫 번째이자 연장자인 내가 위여야 하는 거 아닌가. 입을 꾹 닫자 어린 남자가 쿡쿡 웃었다.
“좀 덜 무겁게 해줄까요?”
덜 무거우면 좋겠지만…….
“우리 형님 표정 좀 볼까. 흐훗!”
“엇!”
어린 남자가 근질이 세세하게 드러난 연주황 팔로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거울 속 어린 남자의 등 한가운데 팬 골짜기가 길고 깊었다.
그런데 어린 남자가 날 가뜬히 뒤집어서 바로 누이고 내 위를 가뒀다. 졸지에 마주 보는 자세가 되었다.
긴장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어린 남자와 내 물건이 맞닿았다.
“아? 웃……!”
어린 남자의 물건이 지나치게 크고 딱딱했다. 자연스러운 살의 촉감이 아니라 스틸이나 실리콘처럼 어색하고 불편했다. 내 처량한 물건을 속절없이 짓이겨서 꼼짝 못 하게 했다.
너무할 만큼 잘생긴 얼굴이 날 코앞에서 내려다보고 비웃었다. 쩔쩔매는 나 따윈 벌레만도 못하다는 듯 눈빛으로 지르밟고 내 마음 바닥에 침을 뱉었다.
지수야. 이것 또한 널 잃지 않으려면 치러야 하는 시험이니. 다쳐서 낙오한 짐승이 된 기분이었다.
“이야. 장관이다, 장관.”
지수의 손길이 우리 아랫도리를 스쳤다. 어린 남자와 난 차례로 아찔한 소리를 뱉어냈다.
“앗흐응……?”
“허윽!”
지수는 어린 남자의 엉덩이 고기와 내 엉덩이 고기를 인육 샌드위치처럼 쌓아둔 경계가 만족스럽다는 듯 더듬고 쓰다듬었다.
지수에게는 틈 사이 음경 두 개가 통 오이피클이나 할라페뇨처럼, 정소 네 알은 메추리알 프라이처럼 보일까. 민탑기 앤드 변대훤 더블 미트 둔육 버거 속을 푸짐하고 맛깔나게 채운 듯 먹음직스러워 보일까.
어린 남자는 내가 오직 지수를 위해 열어둔 허벅다리 양쪽에 올라타서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린 꼴이었다. 어린 남자 또한 지수의 성기를 잘 받아내려고 이런 포즈를 취한 거겠지.
알면서도 어린 남자한테 안기는 듯한 자세가 괜히 민망스러웠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형님.”
“흣, 욱.”
“눈 안 뜨면 뽀뽀, 아니다. 혀 넣고 진하게 키스할게요.”
눈을 번쩍 떴다. 어린 남자가 하얀 이를 상쾌하게 내보인 채 미소 지었다.
어린 남자가 입꼬리를 잡아당길 때마다 돋보이는 코끝과 턱 끝이 남자다웠다. 둥글둥글 뭉뚝한 내 얼굴이랑은 골격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아악!”
김지수의 좆퉁이가 또다시 항문을 급습했다.
“아흐웃, 흐우! 흐우윽……!”
고통이 교통사고처럼 덮쳐도 꼴사나운 표정을 지은 채 부들부들 떨며 참을 뿐, 눈은 감을 수 없었다. 어린 남자한테 키스를 당하긴 죽기보다 싫었다.
“걱. 가훅!”
지수의 대검이 복강을 난자할 때마다 양다리가 경기하듯 절로 펄떡거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린 남자의 튼실한 구릿빛 허벅지가 꽉 눌러 닫아주는 덕에 아주 작은 움찔거림조차 지수한테 새어 나가지 못하고 어린 남자 선에서 정리되었다.
내 애인은 지수인데. 나랑 가장 가까워야 하는 사람은 이 애가 아닌데.
지수의 좆을 내장에 받으면서 나타내는 표정과 몸의 떨림을 모두 느끼고 지켜보는 상대가 지수가 아니라 지수의 새 남자라니. 끔찍이 싫었다.
“허욱? 하아읏. 흐윽…….”
“아앙, 하아앙! 자기야, 좀만 더, 내 구멍에 좀만 더……! 하아앙!”
“흣! 하아읏, 흐아악! 흡……. 급.”
“응아앙, 응아, 흥아앙? 좋아, 좋아, 좋아, 앙! 내 똥꼬……!”
어린 남자와 난 개구리 두 마리처럼 서로 몸을 찰싹 붙인 채 번갈아 가며 한 남자의 좆을 똥구멍에 받았다.
김지수의 콘돔 한 꺼풀 입지 않은 날자지가 어린 남자의 항문 안으로 들어가서 장내세균총을 좆구멍과 귀두 밑과 힘줄 구석구석 묻힌 다음 내 안에 들어왔다. 내가 최근 가장 미워하는 남자의 장내세균총을 내게 이식하고 그 남자의 체액으로 오염시켰다.
내 모든 정보가 응집한 곳에 남의 찌꺼기와 세포를 멋대로 옮겨놓고 지저분한 탕평채나 위생 불량 비빔밥 먹듯 무작정 비벼 맛보았다.
지수의 애인인 내 신체는 지수의 집이나 다름없이 소중한 곳 아닌가. 그런 곳의 흙을 어린 남자에게로 퍼다 날랐다. 우리 둘의 배 속을 울타리 따위 없는 개판 난장판 깍두기판으로 만들었다.
내 고유한 곳을 파괴당하고 어린 남자의 것을 강제당하는 기분이 정말 별로였다.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하게 될 것 같았다.
더럽고 불순했다. 실시간으로 타락하는 느낌이었다.
어린 남자와 다를 바 없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 사랑하는 애인은 허리 흔드는 짓을 그치지 않았다. 모털 엔진처럼 끝을 볼 때까지 폭주할 기세였다.
지수의 좆이 어린 남자 것과 내 것을 가리지 않고 둔육 가운데 주름 모인 육고기 구멍이라면 뭐든 닥치는 대로 찔러댔다. 그러다 실수로 어린 남자와 내 좆불알이 뒤엉킨 사타구니에 푹 파묻기도 했다.
그럴 때면 세 남자의 좆이 뭉쳐 삼좆일체를 이루었다. 지수가 어린 남자와 나 중 어느 수컷 항문에 좆자지를 집어넣고 흔들든 우리 둘의 몸뚱어리가 세트처럼 더불어 흔들렸다.
어린 남자의 빵빵한 연구릿빛 젖퉁이와 눈부신 핑크빛 젖꼭지가 내 가슴에 팅글탱글 줄기차게 부딪쳤다.
지수가 우리 두 수컷 살코기에 대고 골반을 퍽퍽 쳐올릴 때마다 내 뒤통수가 점점 침대 끝으로 물러났다. 어린 남자한테 매달리고 싶지 않아서 침대 시트만 꽉 그러쥐었다.
가식 없는 거울이 그리는 우리 세 사람은 흡사 인도 신화 속 괴이한 잡신, 또는 우스꽝스러운 합체 로봇, 아니면 방사능 맞은 괴생명체 같았다.
가장 아래 나부라져서 체념한 얼굴을 침대 밑으로 떨군 나. 날 덮친 채 흥에 겨운 듯 무시무시하게 웃고 혀를 날름대는 어린 남자. 제일 높은 곳에서 아래에 쌓은 두 몸뚱어리로 자위하며 혼이 반쯤 나간 내 애인.
세 수컷의 육체가 유기적으로 달라붙어 버린 탓에 영원히 떨어뜨릴 수도, 다 같이 죽어버릴 수도 없는 슬픈 생물같이 보였다.
“형님. 앗흥, 하아흑…….”
얜, 왜 자꾸, 부르는 거야. 안 그래도 가까워서 부담스러운데.
어린 남자가 내 대꾸는 기다린 적 없다는 듯 물었다.
“그렇게 아파요?”
“욱. 듯!”
“내가, 항! 안 아프게 해줄까요? 흐응…….”
“필요 없……. 히겍!”
“내가 도와줄게요, 형.”
“헉? 헛!”
“하아, 하응, 흐웃, 흐응……. 좀 낫죠? 아직도 아파요?”
어린 남자가 우리 좆불알 무더기를 슬슬 쓸고 비벼댔다. 식었던 몸뚱어리가 의지와 상관없이 화끈 달아올랐다.
어린 남자의 몸은 미스터리했다. 아무렇게나 주무르고 거칠게 만져대고 툭툭 부딪는 것 같은데 어김없이 내 온몸을 반응하게 했다.
지수가 만질 땐 이렇지 않았다. 지수한텐 안절부절못하는 몸이 어린 남자의 연주엔 제자리를 찾은 듯 열렬히 화답했다.
어린 남자가 귓가에 뿌려대는 숨결과 소리가 간지러웠다. 심장이 발딱발딱 맥동했다.
“형, 읏, 하응…….”
어린 남자가 급기야 늑대 같은 고개를 내 목덜미에 묻고 헐떡였다. 더는 침대 시트를 부여잡는 것만으로 버틸 수 없었다.
내 몸이 지수를 배반하는 듯한 기분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내 애인의 새 남자를 상대로라면 너무 비참했다.
난 언제나 지수의 충실한 애인이었다. 죄책감에 휩싸여야 할 까닭이 없었다.
“하, 읏, 흑! 지수야, 손…….”
지수의 손을 붙잡고 싶었다. 안 된다면 지수의 어깨나 허리에라도 올려놓고 싶었다.
어디든 좋으니 항문과 성기 말고 지수의 다른 곳 피부와 맞닿고 싶었다.
“흐읏……?”
어린 남자가 내 손을 낚아챘다. 건강하고 긴 연구릿빛 손가락을 내 손가락 사이사이에 끝까지 밀어 넣어 단단히 깍지 꼈다. 힘주어 잡고 자기 쪽으로 훅 끌어당겼다.
누, 누가 너한테 잡으래?
말은 못 하고 욕하는 얼굴로 째려보았다. 어린 남자가 날 약 올리듯 씩 웃었다.
“……흣, 웃.”
손목을 꼼질꼼질 비틀었다. 손을 빼고 싶었다.
그러나 어린 남자가 놓아주지 않았다. 되레 재밌다는 듯 날 내려다보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때 지수의 좆이 내 두 호빵 사이를 갈랐다.
“아흑! 아흐윽, 악! 지수야……!”
“헛, 헉! 변대훤, 그렇게 좋아? 한심한 새끼. 동생 앞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그저 똥구멍 찔려서 좋다고 소리나 빽빽 지르긴…….”
항문을 악에 받친 듯 드나드는 지수의 좆. 붙잡은 손을 놓지 않는 어린 남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난 지수 거였다.
어린 남자와 손을 잡은 건 내 의사가 아니었다. 어린 남자의 몸짓에 빠르게 달아오르는 건 내가 바란 바가 아니었다.
내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는 건 어린 남자 때문이 아니었다. 지수 덕분이었다.
난 불충스러운 애인이 아니었다. 지수만 바라보는 지수의 첫 번째였다.
“아흑? 아흐웃, 지수야? 좋아! 지수 자지 최고……! 허윽, 너무 커! 사랑해, 지수야……. 악! 으히약!”
일부러 꽥꽥 소리쳤다. 죄책감을 덜고 싶었다.
“큭! 우리 자기 자지가 최곤지 아닌지 형님이 어떻게 알아요. 딴 자지에 박혀봤어요?”
어린 남자가 지수 몰래 물었다. 고개를 돌리고 외면했다. 그러자 어린 남자가 귓구멍에 대고 쑤셔 박듯 속닥거렸다.
“우리 자기 말고 딴 사람이랑은 안 해봤다면서요. 그럼 형 반은 아다새끼나 다름없는 거네요?”
지수랑 그렇게 해댔는데 왜 내가 아다야. 그보다 그건 또 어떻게 아는데?
경악하고 어린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지수가 구름 위를 걷듯 몽롱한 목소리로 어린 남자를 찾았다.
“탑기야. 탑, 윽! 하으윽……. 민탑기.”
어린 남자가 한참 날 마주 노려보다가 느지막이 지수에게 답했다.
“왜.”
어린 남자는 두 눈을 여전히 내게 고정한 채였다. 지수가 제발 자신을 좀 봐달라는 듯 어린 남자에게 애원했다.
“키스, 키스하자. 혓바닥, 혀. 헉! 헝, 헛…….”
“큭큭.”
그런데 어린 남자가 느닷없이 내 왼쪽 볼에 자신의 오른쪽 볼을 붙였다. 그리고 그 상태로 지수를 돌아보았다.
“일로 와. 자. 아아, 하에으을…….”
어린 남자가 혀끝에 듬뿍 퍼 올린 침을 내 입 안에 주르륵 떨어뜨릴 것 같았다. 사색을 하고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지수의 얼굴이 점점 다가왔다. 이게 무슨……?
“흡!”
숨을 들이켜고 입술을 닫았다.
“하알, 하앙앗, 츳! 흐븝, 쩝.”
“허얼, 헛, 텃, 후르릅…….”
지수의 입술이 어린 남자와 내 입술 경계에 안착했다. 두 남자가 내 입술 겉면에 서로의 혀를 내어놓고 현란히 빨아젖히며 입을 맞췄다.
졸지에 세 사람이 키스하는 대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이게 다 정도를 모르고 심술궂기 짝이 없는 어린 남자 때문이었다.
“킁흡, 헙……!”
기겁한 두 눈알을 가운데로 모은 채 두 사람을 떨어내려고 머리를 털었다. 그 순간 어린 남자가 강인한 팔뚝으로 내 머리에 헤드록을 걸었다.
“컹헙.”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축축한 눈만 크게 떴다.
어린 남자의 혀가 기어코 내 입술을 뚫고 파고들었다. 지수의 혀 또한 어린 남자를 쫓아서 내 입 속으로 들어왔다.
“……?”
두 남자는 마치 싸구려 여관방을 빌린 양 내 구강을 장소로 삼았다. 내 얼굴 안에 혓바닥을 숨긴 채 활활 타는 사랑을 나눴다.
이게 맞나? 이런 걸 참는 게 정녕 지수와 날 위한 일일까? 이대로라면 하늘에서 우리 세 사람에게 별을 떨어뜨려 심판하는 것 아닐까?
눈이 눈물을 그렁그렁 채웠다. 그때였다.
“……!”
지수의 혀가 신화 속 영웅처럼 날 찾아냈다. 혀와 혀를 부드럽게 얽었다.
전신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흘렀다. 올리브기름처럼 풍부하게 감싸오는 입맞춤이었다.
한없이 연하고 나긋나긋하다가도 소금 후추처럼 짭짤하고 매콤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키스를 해주는 게 지수가 아닐 리 없었다.
불 꺼진 심장을 빨갛게 빛냈다. 지수야, 내 마음은 너란 벌판에 돋은 한 포기 잡초처럼 뿌리내린 채 흔들릴지언정 절대 뽑히지 않아.
어린 남자의 손을 강하게 떨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수를 껴안으려고 발버둥 쳤다. 그런데 몸이 침대 아래로 갸우뚱 기울었다.
어어?
“읏?”
“아앙!”
“그헉.”
콰당탕!
우리 세 남자 모두 야단법석을 떨며 침실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청동빛 몸과 주황빛 몸, 밀가루 빛 몸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채 나뒹굴었다.
“아흐읏…….”
둔한 몸을 일으켜서 알싸한 팔꿈치를 주물렀다. 삭신이 쑤셨다.
그런데 그때였다. 무식한 손길이 날 넘어뜨렸다.
“흐악……!”
그리고 거울 앞에 조아리게 했다. 그러자마자 성난 좆이 엉덩이 고기 두 쪽 사이로 단번에 파고들었다.
“학? 힉!”
딱딱하게 부푼 성기가 창자 속을 불컥불컥 찌르고 쑥 빠져나갔다.
“하앗, 하으악…….”
극심한 고통에 머리를 처박고 배를 잡았다. 몸을 웅크린 채 소리 죽여 신음했다.
나처럼 옆에 무너지는 체온을 느꼈다. 어린 남자였다.
“흥아악? 각……! 응하악!”
고개를 차차 들었다. 코앞 거울이 방바닥에 엎드린 어린 남자와 날 비췄다.
그 가운데 꼭짓점처럼 우뚝 솟아서 중심을 지키는 김지수까지, 완벽한 하나의 삼각형 피라미드 꼴이었다.
어린 남자와 내 어수선한 상태 같은 건 지수의 안중에 없었다. 흡사 사냥감 다루듯, 잡은 토끼 고기를 푸줏간 한편에 가지런히 걸듯 우리 두 고기 놈을 거칠게 붙잡아다 거울 앞에 나란히 엎어놓고 덮쳤다.
분초를 다투는 도망자처럼 급했다. 어린 남자와 내 항문을 번갈아 가며 생식기로 마구 찔렀다. 내 몸뚱어리를 몇 번 쑤시기 무섭게 좆을 난폭하게 뽑아 어린 남자의 몸뚱어리에 푹푹 꽂아 넣었다.
그리고 찐득찐득 엉긴 거시기를 빼서 내 항문살을 비집고 욱여넣었다. 어린 남자와 내 엉덩이 고기에 한 번씩만 담그면서 쑤걱쑤걱 오락가락했다.
하나의 변기통을 붙들고 검질기게 좆질할 땐 나머지 변기통에 손좆을 담그고 질깃질깃 잡아당겼다. 그 덕에 노는 구멍은 없게 되었다.
“핫, 악! 으윽, 흐욱? 흑……. 헉!”
“응아! 흥아, 응아항……! 흐응, 앙! 항!”
어린 남자와 난 황소처럼 흥분한 지수 아래 얌전히 굴복한 채 멍청한 얼굴로 거울만 응시했다. 앙앙 울며 자지좆과 손좆에 구멍을 대거리로 공격당했다. 아주 잠깐도 반항하지 않았다.
거울 속 어린 남자의 밤꿀색 피부와 내 창백한 피부가 대조를 만들었다. 타로 한 장이 현실로 나타난 듯했다.
지수는 색이 다른 짐승 두 마리가 끄는 전차에 탄 전사처럼 늠름했다. 전차가 박살 나 죽기 전까지 결단코 멈추지 않고 달릴 터였다.
“익! 긋? 하으욱……!”
무아지경을 느끼고 눈을 치떴다. 난생처음 마음껏 목 놓아 짖었다.
이렇게 셋이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그때였다.
“이 씨팔! 우욱.”
지수의 극대로한 목소리였다. 지수가 몸짓을 뚝 끊었다.
푸드덕!
<3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