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지수(2)
뭐야?
민탑기
손끝이 파리 날개처럼 퍼르르 떨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더듬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날아갈 듯했는데. 눈뜨자마자 욱신거리는 온몸을 스스로 끌어안고 밤을 떠올리다 두 주먹만 꼭 쥐었다. 혼자인데도 괜스레 쑥스러운 기분에 귓불을 만지고 입꼬리를 씰룩대느라 하마터면 준비하러 욕실에 너무 늦게 들뻔했단 말이다.
지수도 나만큼 좋았을까? 잠시나마 예전과 같다고 느꼈을까? 그러고 보니 운동 안 한 지 좀 됐는데, 다시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어서 퇴근길에 잠깐씩이라도 다녀야 하나? 지수는 내가 운동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런 고민을 하느라 바빴는데.
거울 속 내 얼굴을 발견한 순간 전부 와장창 깨졌다. 이마에 난 혹은 살필 겨를도 없었다. 양 볼에 검은 줄이 죽죽 가있었다.
도대체…….
알아보는 데 한참이 걸렸다. 한눈에 읽지 못할 만큼 날림으로 휘갈겨 쓴 글씨였다.
민탑기? 설마.
뒤돌아서서 어깨 뒤로 거울을 넘겨보았다. 또 있었다.
민탑기 꽁후장
매직펜일까. 엉덩이 양쪽에 걸쳐서 큼지막하게 써 갈긴 여섯 글자였다.
“…….”
목덜미부터 등줄기까지 써늘히 식었다. 도시 괴담 속 가엾은 주인공의 심정이 이러할까.
민탑기는 또 누군데.
난자당한 심장이 새 피를 후드득 떨어뜨렸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지수가 새로 관심을 둔 상대일까. 그 사람의 이름을 내 몸에 적고 욕구를 풀었다는 건, 아직 그 사람과는 아무 일 없었단 거겠지?
입술을 깨물었다. 지수의 애인인 내게 한숨은 사치였다.
시간이 없었다. 우선 씻고 출근해야 했다.
얼굴과 볼기에 지저분하게 번진 글씨를 몇 번에 걸쳐 지우고 나서야 샤워를 하는 동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김지수.
사랑하는 지수야. 내 지수야.
나만 볼 수는 없니.
난 줄곧 너뿐이었는데. 끝까지 너만 볼 자신 있는데.
날 언제나 아프게 하는 지수야. 네가 내 맘을 알까.
내가 일하는 동안, 어떤 날은 저녁 늦게까지, 가끔은 외박까지 해가며 지수가 친구를 만나는 것쯤 알고 있다. 그 친구가 실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잠자리 상대라는 것 또한 안다.
알아채지 못하기엔 지수가 너무 조심성 없기도 했다. 아니, 지수는 보란 듯 그랬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래도 지수를 사랑하니까.
내가 여전히 지수 널 사랑하니까. 그리고 내 마음이 앞으로도 쭉 변치 않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지수 네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 애인일 테니까.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니까.
애인이란, 적어도 우리한텐 부부보다 무거운 단어잖아. 뭇사람의 결혼만큼 찬란한 서약이잖아.
8년 동안 사랑하는 애인만 보고 살았다. 순간순간 상처 입히며 흐르는 권태기 일분일초마저 고맙고 아쉬울 만큼 내 눈엔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잘난 애인은, 내 평범하고 재미없는 일상 속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독설도, 다른 사람 만나라고 떠미는 방임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 바람도 그냥 모른 척 넘기기로 했다.
잠깐일 뿐이니까. 철없는 연하의 애인이 언젠가는 고향 집처럼 한결같이 너만을 기다리는 내 품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숨 막히게 끌어안아 줄 테니까.
지금은 비록 권태로워도 우리 앞으로 더 행복하게 오래오래 만나야 하니까. 내가 조금만 이해하면 우린 다시 좋아질 수 있으니까.
난 지수 너와 함께 늙어가는 상상에 빠지곤 한다. 점잖게 나이 든 네 모습이 눈물 나게 멋진 걸 아니. 상상 속 넌 지금보다 조금은 더 부드럽고 성숙해진 눈빛으로 내게 조용히 미소 지어준다.
그날이 오면 넌 말없이 전할 것 같다. 그동안 참 고생 많았다고. 젊은 날 한때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오래도록 진주알같이 품어온 진심을 내게 건넬 것 같다.
난 네 가을볕처럼 따스한 표정과 진중하고 사려 깊은 눈길만으로 평생을 보답받는 데 조금의 불만도 없을 것이다. 눈물은 감추고 고맙게 네 손을 잡을 것이다. 더는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고 네 안에서 그저 평온할 것이다.
그게 내가 바라마지않는 거였다.
그러니 난 ‘그래도 사랑하는’ 지수를 위해 8주년 기념일을 준비해야만 했다. 난 지수의 하나뿐인 애인이니까, 그것만은 변치 않는 사실이니까 할 수 있는 걸 해주고 싶었다.
그런 욕구는 몸에 익은 습관이었다. 지수는 나한테 습관 같은 사람이었다.
어떻게 출근했는지, 어떻게 퇴근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오직 지수와의 기념일 준비에 골몰했다.
무드 없는 내가 학교 근처 꽃집에도 들렀다. 꽃집 주인의 설명을 충분히 듣고 고심 끝에 고른 꽃을 한 아름 사 들고 오다가 뒤늦게 마땅한 화병이 없는 걸 깨닫고 화병까지 구입해서 혹여 늦을까 안절부절못하며 집까지 부랴부랴 달려왔다.
지수 네가 오늘 늦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네가 아무리 밉고 원망스러워도 변함없이 널 위하고 듬뿍 사랑해주고 싶어 안달하는 내 심장은 지칠 줄 모른다.
다행히 현관 앞에 주문해둔 식료품이 도착해있었다. 집에 들자마자 재료 손질을 마치고 그릇부터 골라서 닦아놓았다.
지수가 매일 먹는 한식을 지겨워하길래 그동안 벼르던 레시피 몇 가지를 수첩에 메모해둔 게 있었다. 미리미리 외우고 눈으로 익힐 겸 해서 기어이 손으로 적어 옮겨놓고 자주 꺼내 봤는데도 막상 하려니 긴장이 됐다.
정신없이 요리를 마치자마자 사 온 꽃을 화병에 꽂았다. 초도 좀 켜두고, 또 뭘 해야 할까. 부산하게 움직이는 내내 네 놀란 웃음을 기대했다.
희한한 일이었다. 낯선 사람의 이름을 내 얼굴에 적고 밤새 그 사람을 상상하며 날 안은 네가, 어쩐지 전보다 훨씬 흥분했던 네가 밉고 가슴 아파 죽겠는데, 네가 낯선 사람과 함께 등장하는 끔찍한 상상이 시야 한편에서 계속 되풀이되는데, 그런데 동시에 내 작은 이벤트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네 얼굴을 가슴속에 그렸다.
지수야.
내가 이렇게 널 사랑해. 사랑하는 만큼 널 아낄게. 소중히 대하고 전부 용서해서 네 곁에서 영원히 함께할게.
네가 너 자신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내가 널 이해할게. 네가 내 맘 아프게 해도 난 절대 네 맘 아프게 안 해.
그렇게 널 사랑할게. 내 평생을 걸고 사랑을 맹세할 만큼 네가 멋진 사람이란 걸 알아.
누가 널 본다면 죽여주게 잘생긴 얼굴이 아까울 만큼 제멋대로인 안하무인 폭군으로 오해하겠지만, 넌 사실 썩 괜찮은 녀석이다.
쌀쌀맞은 척해도 가슴 한편에 따듯한 구석이 있는, 잔인하게 굴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꼭 마음 약한 모습을 내보이고 마는, 고약한 말만 골라서 하지만 가끔 너무너무 외로운 얼굴을 하는 넌, 나 아닌 어느 누구한테라도 사랑받아야만 하는 사람이다.
네 정직하고 솔직한 마음. 밥 먹듯 실수를 저지르고 가끔은 혀를 내두를 만큼 못돼지는 널 매번 용서할 수밖에 없는 이유.
사실 그것 또한 이유가 못 된다. 그냥 내가 널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게 다다.
그러니까 불평불만은 하지 않는다. 네가 나와 함께해주는 것만으로 매일 아침은 내게 새로운 꿈이 되니까.
그런데 그만큼 사랑하는 네가 같이 사는 집에 새 남자를 들였다.
“왔어?”
현관 디지털 도어록 소리에 불부터 끄고 부리나케 지수를 마중 나간 순간이었다. 낯선 남자가 지수를 따라 들어섰다.
“누구야?”
지수한테 ‘진짜 친구’는 몇 없다. 집에 놀러 올만한 사람일랑은 단 한 명도 없다.
지수와 내가 사는 이곳에 방문한 사람치고 너무 낯선 얼굴이었다.
“지수야. 누군데.”
지수가 난처한 얼굴을 하고 미끈한 목덜미를 긁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불행을 직감한 듯 가슴이 꾹 조였다.
“아, 얘? 어…….”
그때였다. 낯선 남자가 지수의 말을 끊어먹고 나서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형 얘기 많이 들었어요.”
“…….”
보자마자 죽고 싶어질 만큼 어리고 잘생긴 남자였다.
남자가 탄탄한 몸에 넉넉하게 걸친 스웨트셔츠 바깥으로 아주 약간 드러낸 살결 빛깔만 보고도 나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자의 흡사 잘 구운 빵처럼 촉촉한 피부는 매끄럽게 고른 연구릿빛이었다.
작은 머리에 깊게 눌러 쓴 캡 아래 끝내주는 얼굴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띠었다. 볼드한 은색 시계가 남자의 건강한 손목에서 번쩍거렸다.
눈이 부셨다. 희멀건 넋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물었다.
“누구신데요.”
“진짜 듣던 대로 괜찮게 생기셨네요.”
낯선 남자가 지수의 귓가에 “근데 나한텐 안 되네.” 하고 다 들리게 속삭였다. 그리고 날 곁눈질로 내려다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순간 헛웃음을 터뜨렸다.
“누구냐고 묻잖아요.”
“예?”
남자가 난데없이 사나운 표정을 짓고 노려보았다. 남자의 위압적인 몸집 탓에 더 험악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흠칫 눈을 끔뻑이고 지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지수 넌 왜 설명은 하지 않고 딴청만 피우는 걸까.
낯선 남자가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얻다 갖다 팔아먹고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형.”
“……?”
“아, 갑자기 확 출출하다.”
“아니 무슨, 뭘 잘 부탁해요. 난 그쪽이 누군지도 모르는데요?”
“그래요? 아닐 텐데. 내가 듣기론 형 벌써 내 이름도 안다면서요.”
“오늘 처음 보는 그쪽 이름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 누구냐니까 왜 자꾸 딴소리해요?”
“난 몰라도 내 이름은 알잖아요. 우리 자기가 형 몸에다가 써줬다던데요?”
뭐?
남자가 생글대며 덧붙였다.
“나 오늘 그래서 온 건데.”
“야, 그걸 왜 말해.”
지수가 멋쩍은 미소를 짓고 남자에게 힘없는 소리로 따졌다. 남자가 개의치 않고 식탁을 휙 둘러보았다.
“와, 형 요리 좀 한다더니 진짠가 봐요? 맛있겠다.”
민탑기
민탑기 꽁후장
내 애인이 어젯밤 내 낯짝과 엉덩짝에 매직펜으로 써 갈긴 글씨가 떠올랐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기어코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남자의 목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듯 익숙했다.
턱에 힘이 부드득 들었다. 뻣뻣한 고개를 지수를 향해 필사적으로 돌려놓고 말했다.
“김지수. 가만있지 말고 네가 말해. 누군데.”
“앞으로 너랑 나랑 같이 살 애야.”
“뭐라고……?”
“여기서 같이 살 거라고.”
이 뭔 개소리야? 누가 내 뒤통수를 벽돌로 냅다 후려 깐 것 같았다.
“뭘, 왜 같이 살아. 내가 언제 같이 산다고 했는데. 난 너한테 지금 처음 듣는 소린데?”
“그래서 지금 말했잖아. 오늘부터 셋이서 다 같이 살 거야. 여기서 셋이 충분히 살잖아.”
“아니……. 충분히 살고 못 살고가 문제가 아니잖아.”
“문제없네, 그럼.”
심하게 황당한 상황이 닥치면 뇌 기능이 멈추는 걸까. 눈을 세게 감았다가 떠보았다.
그래도 지수 옆에 딱 달라붙은 남자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어떻게든 한 걸음 다가서서 지수의 팔을 잡았다.
“지수야. 김지수.”
“왜.”
“나랑 얘기 좀 하자.”
“하고 있잖아.”
“둘이서 얘기하자고.”
“왜? 그냥 여기서 해.”
“……나랑 아무 상의도 없이 갑자기 뭔 소리야. 난 저 사람 알지도 못하는데 왜 같이 살아. 누구냐니까? 아니다. 됐다. 김지수, 너 지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지수가 느닷없이 홱 뿌리치고 눈을 부라렸다.
“씨팔 그러면 어떡해! 얘가 나랑 만나주는 대신 내 집에서 살겠다는데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뭇, 읏……?”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왔다. 한쪽 눈꺼풀이 절로 경련했다.
묵직하게 걸린 목을 겨우겨우 눌러 삼키고 말했다.
“만나줘……?”
“어! 아! 나랑 살아야 나랑 만난다잖아. 안 그러면 국물도 없다는데 씨팔 그럼 뭐 어떡할까. 그렇게 얘랑 같이 살기 싫으면 네가 얘한테 한번 말해보든가.”
“아니 네가 누굴 왜 또 만나. 너 지금 나랑 만나고 있잖아. 우리 팔 년째 만나고 있잖아.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랑도 계속 만날 거야. 얘도 괜찮다고 했어.”
“뭔, 뭐……?”
“너 계속 만나면서 자기랑도 만나도 된대.”
“…….”
“이해심 개쩔지 않냐? 킥킥. 너 얘 정도로 넓은, 그 아랑? 뭐지? 아령? 암튼 그거 너 가질 자신 있어?”
“……김지수.”
“어?”
“너 나한테 왜 이래.”
“뭐가.”
“내가 너한테 뭐 잘못했어? 아니면 이거, 오늘 기념일이라 일부러 나한테 몰래카메라 하는 거야?”
“몰래카메라?”
지수가 잘생긴 얼굴로 씩 웃었다. 그리고 좀 생각하는 것처럼 하다 말했다.
“하긴, 네가 몰래카메라라고 생각할 만큼 민탑기가 심하게 괜찮긴 해. 맞지.”
민탑기, 민탑기, 민탑기. 그 이름 좀 그만 말해.
내 갑갑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수는 그저 희희낙락이었다. ‘민탑기’란 이름의 주인인 남자가 지수를 귀엽게 보듯 따라 서글서글 눈을 접었다.
“그동안……. 나 몰래 잘 만났잖아. 왜 집까지 끌고 들어와. 오늘 같은 날 꼭 이래야 돼?”
“왜요? 오늘 무슨 날이에요?”
낯선 남자가 끼어들어 내게 물었다.
지수가 금시초문이라는 듯 양쪽 입꼬리를 축 내리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리고 내게 되잡아물었다.
“너 오늘 생일이냐?”
내 생일은 한겨울이다. 그리고 지금은 늦봄이다.
왜냐하면 우리 기념일이 늦봄이니까. 우리가 맨 처음 서로에게 서로를 약속한 그날이 바로 지금처럼 쌀쌀한 듯 설레고, 졸린 듯 들뜨는 늦봄이었으니까.
변덕쟁이 바람이 옷깃을 쥐고 흔들던 날, 지수 네가 나한테 고백했잖아.
‘잘해준다는 약속은 못 하겠다. 내가 네 눈에 눈물 나게 한 게 한두 번이냐. 그래도 너 괴롭히는 새끼 있으면 죽여줄 테니까 말해. 네가 나 말고 딴 새끼 땜에 얼굴 구기는 꼴은 못 보니까, 똥물 뒤집어쓰는 건 나만 한다. 더럽고 쪽팔리고 치사한 건 앞으로 너 대신 내가 다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앳되지만 용감한 얼굴로 믿으라고 말했잖아. 넌 그러며 날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그때 난 나야말로 널 지키고 말겠다고 홀로 굳게 다짐했다.
‘왜 나 같은 새끼 좋아해서 맨날 우는데. 바보냐. 하, 씨. 아니다. 그냥 여기 계속 이러고 있어. 어디 가기만 해. 좀만 더 내 옆에 있어라. 형. 가지 마. 가지 말라면 좀 가지 마. 내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죽을죄를 지었으니까 제발 나 좀 살려주라. 너 인제 나 버리고 아무 데도 못 가. 내가 너 절대 안 놓는다. 봐라. 당연히 죽을 때까지지 그럼 중간에 도망가려 그랬냐? 변대훤. 내가 왜 너한테 형이라 해야 되는데. 뭐?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다시. 한 번 더. 한 번만 더. ……사랑해.’
용기 없는 내게 손 내밀어준 너한테서 절대 도망치지 않겠다고.
‘……사랑해, 변대훤. 사랑하는 우리 변대훤! 대훤아. 사랑한다. 사랑해? 사랑하면 뽀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넌 진짜 꿈에도 모를 거다. 사랑해서 그랬다, 어쩔래. 너 사랑하는데 그럼 내가 거기서 어떡할까. 사랑하니까 빡이 치지. 나 사랑한다며, 참아. 내가 이래도 너 나 사랑하잖아, 아니야? 에이, 사랑하지. 어, 나도. 진짜지 그럼 가짜로 사랑하냐? 사랑한다고 했잖아. 사랑한다니까? 아, 어어, 사랑해. 뭐? 못 들었어. 오글거려. 무섭게 왜 그래. 너 진짜 미쳤어? 뭐 잘못 먹었냐?’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네 곁에 남겠다고 하늘에 맹세했다.
“어? 변대훤. 오늘 같은 날이 무슨 날인데. 너 지금 괜히 그러는 거지?”
그러니까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우리 둘이 살자. 이건 아니야. 안 되는 거야.
네가 새로 만나는 사람까지 셋이 살자니. 네가 내 애인이면, 그전에 네가 사람이면 이러면 안 되지.
지수를 향해 짐짓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보내.”
“뭐가.”
“빨리 보내고 와.”
“뭘 보내고 와. 야, 변대훤! 얘 나랑 만날 애라니까?”
“아니, 김지수. 왜 내 앞에서 이래. 어? 왜! 그래도 걸리면 아닌 척은 했었잖아. 나 진짜 미치겠네. 지수야. 아닌 척이라도 해. 아닌 척이라도 좀 해줘. 제발. 밖에서 만나. 그게 그렇게 어려워? 너 계속 밖에서 만났잖아. 내가 모르는 줄 알았어?”
“그래서 나도 너한테 아무나 좀 만나라 했잖아. 왜 인제 와서 이래?”
낯선 남자의 초롱초롱 안광 어린 눈이 지수와 날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제삼자 앞에서 공연해야 하는 상황이 도무지 진짜 같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초라해 보일까. 어차피 지수의 새 남자에게 난 그저 헌 남자일 뿐인가.
지수가 더는 차지 않고 서랍 속에 처박아둔 고물 손목시계가 된 기분이었다. 중상 입은 심장이 바닥을 기었다.
김지수. 너 진짜 나쁜 녀석이구나.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 앞에서 지수를 흉볼 순 없었다.
심장이 입술을 억지로 움직였다.
“난……. 아무나 만나기 싫어. 알잖아. 알면서 왜 자꾸 그래. 왜 모르는 척해.”
“…….”
“지수야. 난, 하……. 너랑만 만나고 싶어. 너도 나랑 똑같았으면 좋겠는데, 넌……. 그렇겐 안 되는 거 같아서 이해하려고 했어. 그래서 그동안 모른 척 넘어갔잖아.”
“모른 척 안 넘어가면. 네가 뭐 어쩔 건데.”
“그 말이 아니잖아. 최소한, 나한테 보란 듯이, 대놓고 이럴 필요까진 없잖아. 왜 꼭, 왜 오늘…….”
지수가 내 말을 쑹덩 자르고 소리쳤다.
“그동안은 밖에서 만났지! 딴 애들은 다 밖에서 만났어! 근데 얜 싫다잖아. 죽어도 내 집에 와야겠대. 근데 내가 어떡할까. 어? 네가 책임지고 얘 나랑 만나게 해줄 거야?”
내가 왜? 그보다, 네 집?
“여기가 왜 네 집이냐.”
“아니야?”
지수가 고개를 까딱 흔들고 써늘한 웃음을 터뜨렸다. 낯선 남자가 지수 뒤에 숨어서 신난 얼굴로 내 눈치를 살폈다.
지수가 산짐승처럼 눈을 번뜩였다.
“여기가 내 집이 아니야?”
“네 집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킥킥. 킥킥! 씨―팔 진짜 얼탱구리가 없네. 야. 너 지금 내 앞에서 생색내냐?”
“그런 뜻 아니라고. 여긴 우리 집이니까, 너랑 내…….”
“변대훤 씨팔놈아.”
“……어?”
낯선 남자가 금방이라도 폭소를 깍깍 터뜨릴 듯 눈을 진탕 휘고 이를 길게 드러냈다. 지수가 목소리를 험악하게 낮추고 재차 물었다.
“생색내냐고.”
“아니. 아니라고 방금 말했잖아. 대답했어.”
“너 핸드폰 압수.”
“뭔, 읏!”
지수가 호시탐탐 노린 양 급한 동작으로 내 손에서 핸드폰을 채갔다.
왜……?
“핸드폰은 왜 갖고 가?”
지수가 내 핸드폰을 낯선 남자 손에 떨어뜨리며 말했다.
“탑기야. 네가 갖고 있어.”
“큭큭. 응.”
“뺏기면 안 된다.”
“아, 알았어. 걱정하지 마.”
진정으로 얼탱구리가 없어야 하는 쪽은 지수가 아니라 나였다. 따가운 눈을 치켜뜨고 지수를 한참 응시하다가 낯선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줘요.”
낯선 남자가 날 빤히 내려다보았다. 남자의 눈동자가 신기할 정도로 새까맸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을 만큼 화려하고 예뻤다. 백마 탄 왕자같이 찬란한 얼굴이었다.
“달라고요.”
“이거요?”
남자가 내 핸드폰을 허공에서 흔들어 보였다.
“그거요.”
“이거 왜요?”
“왜겠어요. 내 거잖아요.”
“이게 왜 형 거예요? 내 손에 있는데?”
“…….”
“표정 봐. 큭! 웃지도 않네. 무섭다.”
“…….”
“장난이에요. 근데 일단 우리 밥부터 좀 먹으면 안 돼요? 나 밥도 안 먹고 형 보려고 바로 왔어요.”
“내가 언제 그쪽한테 나 보러 내 집에까지 와달라고 한 적 있습니까?”
목소리가 위험하리만치 높았다. 그러나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단전부터 손끝 발끝까지 화가 미쳐 버들버들 몸서리가 났다.
“지수는, 흣윽, 그렇다 치고, 그쪽은……. 이러면 안 되죠.”
“뭘 또 지수는 그렇다 쳐요. 지수가 꼬셔서 온 건데.”
“…….”
“형. 말은 똑바로 해요. 나이 처먹고 뭐가 뭔지 상황 파악 안 돼요?”
“나가요. 안 그러면 경찰 부를 겁니다.”
“경찰이요……?”
낯선 남자가 피식 웃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형 핸드폰 나한테 있는데 경찰 어떻게 부르게요?”
“안 나가?”
목덜미가 빳빳하게 굳을 만큼 큰 소릴 내질렀다. 난생처음 눈 뜬 채로 혼이 날아갈 마당이었다.
지수가 흰자위를 훤히 까고 달려들었다.
“미쳤어?”
미친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아니라 너다.
지수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뤄주고 싶을 만큼 사랑하지만, 그렇지만 이건 아니었다. 이건 정말 아니었다.
낯선 남자의 왕방울만 한 눈 두 개가 날 죽일 듯 노려보았다. 낯선 남자가 나지막이 뇌까렸다.
“씨발 왜 소리를 질러. 갑자기 기분 좆같게 하네…….”
참자.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고 했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 것까진 없다.
지수의 애인인 내가 참아야 했다. 지수를 만나면서 참는 덴 도가 튼 지 오래였다.
어차피 지수를 가진 쪽은 내가 아닌가. 최대한 숨을 고르고 나서 낯선 남자를 향해 말했다.
“그만……. 이쯤 하고 끝내자.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안 돼. 나이도 어린 친구 같은데 핸드폰 일로 주고 얼른 집에 들어가라.”
남자가 픽 웃었다.
“갑자기 말은 왜 까요? 재밌네. 늙은 게 벼슬이에요?”
남자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어린 나이가 무색할 만큼 매서운 눈길이었다.
지수가 옆에서 한술 더 떴다.
“누가 얘한테 반말하래. 너 민탑기한테 반말하다 나한테 걸리면 뒈져.”
눈앞이 어질 돌았다. 뻑뻑한 눈꺼풀을 기어이 걷어 둘의 낯짝을 똑똑히 눈에 담았다.
이게 다 진짜라고? 아닌데. 이런 게 현실일 리 없다. 그렇다면 난 꿈속인 걸까?
“나가.”
꿈이라면 더는 둘을 들여다보고 있을 필요 없었다. 낯선 남자를 향해 두 팔을 휘저었다.
“나가. 나가!”
꿈속 지수가 낯선 남자를 등 뒤에 감추고 내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질린 듯한 얼굴로 소리쳤다.
“변대훤 너 진짜 정신 안 차릴래?”
내 말이 그 말이다. 빨리 이 악몽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무슨 꿈이 이렇게 악착같은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내 말 안 들려? 나가라고!”
뻑쿵!
“욱.”
눈앞에 별이 와장창 쏟아졌다.
“읏, 어아아…….”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무릎이 휘청거렸다. 머리를 벽에 박은 건가?
아무리 악몽 속 가짜 김지수라도 남이 보는 앞에서 날 벽에 밀치진 않을 텐데. 아리송한 기분에 입술을 우물거렸다.
“지수야, 그만해. 하지 마. 너 그거 사랑 아니야.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뭔데. 사랑 대법관이냐? 네가 아니라면 아니게?”
……꿈 맞아?
손을 멀찍이 뻗어도 닿지 않는 지수를 향해 허우적댔다. 주문을 외듯 웅얼거렸다.
“아니야. 걔 사랑 아니야. 내가…….”
“사랑 맞아. 보여줘?”
아니. 꿈속이라도 그건 안 되지. 눈을 번쩍 떴다.
“허. 학……?”
생시잖아.
난 돌처럼 굳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지수가 낯선 남자를 홱 잡아끌었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입맞춤했다.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지수의 얼굴을 붙잡고 고개를 깊게 꺾었다. 지수의 호흡에 능숙하게 맞추고 지수를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아니. 억, 욱. 안 되는……. 흐국?”
머릿속에선 벌써 황소처럼 달려들어 둘을 멀리 떼놓는 중이었다. 그러나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지수가 야수처럼 위험한 턱선을 양껏 드러냈다. 낯선 남자를 한 팔로 거뜬히 받치고 키스하는 모습이 몽혼약 같은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신과 다르지 않았다.
“흠……. 음, 츳. 하압…….”
“응읍, 흣! 흥음……. 읍. 흐음…….”
낯선 남자의 연주황빛 손이 지수의 어두운 뺨을 몇 번이나 새로 쓸어내렸다. 지수가 훤칠한 청동색 손을 들어 낯선 남자의 손을 살며시 감싸 잡았다.
“허아, 하? 흐윽. 안 돼, 안…….”
나랑은, 입 맞춘 지가, 어제는커녕 다섯 달 전에 관계한 날보다 더 오래됐으면서……!
오랜 목마름 끝에 해갈하듯 상대를 미친놈처럼 물고 빠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억울해서 가슴 칠 만큼 멋있었다. 심지어 아름다웠다.
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이런 일을 당할 만큼 죄를 많이 짓고 살았나.
어렸을 때부터 일탈이라곤 고작 학교에 갈 생각을 안 하는 지수 널 설득해서 졸업시키려고 쫓아다닌 일밖에 없다. 대학 다닐 땐 잠을 줄여가며 용돈 외 과외비로 지수 널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놀렸다. 졸업하자마자 헛된 욕심일랑 접고 바로 취직했다.
널 위해서였다. 너랑 하루빨리 함께하고 싶어서였다.
본격적으로 같이 살게 되고 나서부터는 가르치는 아이들한테, 그리고 사랑하는 지수 너한테 잘하려고 하루하루 애썼을 뿐이다.
그런데 왜.
“하으음……. 읍, 츳. 하아. 탑기야.”
지수가 반짝이는 입술을 떼고 못내 사랑스럽다는 듯 낯선 남자를 눈에 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 사람 미치고 환장하게 이뻐.”
“그렇지? 나도 알아.”
“사랑해. 민탑기.”
낯선 남자가 흡족해하듯 입꼬리를 죽 올렸다. 그리고 승자의 시선을 내게 내리꽂은 채 농염한 비웃음을 터뜨렸다.
“하아, 하하……. 나도 사랑해, 자기야.”
낯선 남자가 나더러 들으라는 듯 말하고 지수의 검은 목에 팔을 감았다. 두 남자가 내 눈앞에서 제대로 혀를 섞기 시작했다.
“흥……. 읍읏, 응츳. 하알아앙…….”
두 남자의 혀가 로제 빛깔 누들 떡볶이처럼 꾸덕꾸덕 얽히고설켰다. 잔뜩 흥분한 두 얼굴이 내 시야 한가운데서 혓바닥을 맞대고 추릇추릇 비볐다.
경쟁하듯 앞다투어 입술을 깨물고 당겼다. 성성이처럼 추접스레 인중을 늘인 채 맛있게 소리 내 빨아 먹었다.
“흐읍, 음. 흐으음……!”
혀가 입술 하나를 타 넘어 다른 입술 안팎으로 들락날락하는 광경이 생생하게 다 보였다. 두 남자가 뜨끈하게 맞붙이고 문지르는 입가에 질펀한 타액이 번지르르했다.
사랑하는 애인과의 8주년을 기념하려고 켜둔 초의 은근한 불빛은, 어느새 지수와 지수의 새 남자가 열과 성을 다해 입맞춤하는 모습을 더욱 로맨틱하게 꾸미는 데 사용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걸까. 배우거나 심지어 들어도 보지 못했다.
당연했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내 애인과 내 애인의 새 남자가 내 집, 내 눈앞에서 정신 놓고 키스하는 거지 같은 일 따윈,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음웃……. 하, 탑기야. 네 입술 졸라 맛있어. 뭐야. 너 뭔데 이렇게 맛있어.”
“자기 입술도 맛있어. 우리 자기는 키스 왜 이렇게 잘해?”
“너랑 하려고 연습했지.”
“진짜? 누구랑 연습했는데?”
낯선 남자가 내 쪽을 지그시 곁눈질하고 지수에게 물었다.
“저 형이랑?”
“어? 어어. 혀 줘, 혀. 빨리. 어? 한 번만 더.”
“자기야, 나 배고파. 우리 밥 처먹자.”
“키스 좀만 더 하고.”
“아이, 씨발! 배고파!”
“알았어, 알았어. 먹어, 먹어.”
“근데 저 형은 상태 왜 저래?”
“뭐? 몰라.”
우두커니 선 날 내버려 두고, 두 남자가 식탁 한편에 ‘나란히’ 앉았다. 그제야 가출한 정신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식탁을 빼곡하게 메운 디자이너 식기와 그 안에 푸짐하게 꾸며 담은 음식, 오늘을 위해 신경 써서 고른 술은 저 두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수와 날 위한 것이었다.
“음, 그럭저럭 먹을만한데? 형! 한식도 엔간히 해요?”
“허허. 맛있지? 많이 먹어.”
“응. 자기는 왜 안 먹어?”
“난 왜 네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냐?”
“그러다 내가 다 먹어서 하나도 없다?”
“다 먹어. 다 안 먹기만 해라. 이따 너 기절할 수도 있으니까 든든하게 먹어놔.”
“내가?”
“어. 허허.”
“이따 내가 왜 기절하는데?”
“왜 알면서 물어보지……?”
“몰라. 미쳤어?”
부엌칼 어딨어.
칼을 뽑아야 했다. 딱히 누굴 찌르고 싶은 건 아니었다.
다만 두 남자를 위협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땅한 내 영역을 지켜내야 했다.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싱크대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 했다.
“읏욱?”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누가 뒤에서 홱 잡아당긴 것처럼 목덜미가 콱 굳었다. 상체가 절로 누웠다.
“헐. 저 형 왜 저래.”
“변대훤?”
전등갓이 보였다. 언제 바닥에 쓰러진 걸까.
“애인 형, 괜찮아요?”
“변대훤! 너 갑자기 왜 그래?”
“저 형 나 땜에 열받아서 죽은 거 아니야? 큭.”
“설마.”
“자기, 어떡하게? 119 안 불러?”
“……좀 있어 보면 알아서 일어나지 않을까?”
“그래도…….”
“근데 인제 너랑 나랑 둘만 남았네.”
“뭘 둘만 남아. 형도 있는데.”
“아닌데. 둘인데.”
“뭐야. 아! 뭐야? 씨. 큭큭큭!”
두 남자의 목소리가 어렴풋했다. 이번에는 꼭 악몽에서 깨길 빌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