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 김지수(1)(1권)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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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지수(1)

“그렇게 하고 싶으면 씨팔 처가서 약이라도 사 와. 인제 너한텐 안 서.”

약.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같은 걸 말하는 걸까. 어디 가야 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8주년 기념일을 고작 몇 분 남겨놓은 것치고 좀 마음 쓰라린 고민이었다.

그래도 진심이 아닐 테니 괜찮다. 지수는 원래 때려죽여도 예쁜 말은 못 하는 녀석이다.

익숙한 독설은 날 포기하게 할 수 없었다. 조심스레 입술을 열었다.

“그럼……. 내가 입으로 해줄까?”

같은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수가 예쁜 눈으로 날 빤히 쏘아보다가 말했다.

“대훤아.”

“어.”

“정신 차릴 때도 되지 않았냐.”

“…….”

“네가 입으로 해준다 하면 내가 아직도 얼씨구나 좋다 그러고 빤쓰 벗어 던질 거 같아? 너랑 나랑 7년 만났어. 7년이면 가족이야. 맞아, 아니야.”

9분만 더 있으면 8년인데……. 햇수로 치면 진작 팔 년 차였다.

그런 말은 속으로 삼켰다. 지수가 말랑해 보이는 핑크빛 입술에 대충 건 담배를 연달아 몇 번 급하게 빨았다. 그리고 도도한 회백색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가족끼리 꼭 이래야 돼? 어?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너 그거 데이트 폭력이야. 알아?”

……그런가.

데이트 폭력의 정의가 왜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지수는 틀린 말 안 한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군 모양이었다. 만회하고 싶었다.

뒷머리를 괜스레 잡아 뜯으며 뜸을 들이다가 애써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아. 난, 그냥 오랜만에 너랑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한 건데…….”

“근데.”

우리가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눈 지 벌써 다섯 달이 훌쩍 넘었으니까. 솔직히 하고 싶었다.

지수는 변함없이 근사했다. 그런 지수한테 오랜만에 흠뻑 안기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아니야. 미안.”

날짜를 세고 있었단 사실이 겸연쩍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런 소릴 입 밖에 내면 지수가 날 벌레 보듯 할 게 뻔해서 더는 말하지 않았다.

단순히 욕구를 풀고 싶은 건 아니었다. 지수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었다.

지난날 어느 늦은 밤처럼 눈 내리는 창밖을 등진 채 따듯한 맨살을 맞대고 싶었다. 지수의 커다란 손을 애타게 붙잡고 싶었다.

귀가 먹먹할 만큼 맥박이 치면 사랑하는 지수와 눈을 맞추고 숨소리 한 번까지 견주고 싶었다.

내 지수를 믿고 지수한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지수의 모든 것 또한 하나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싶었다. 지수 대신 내가 전부 품어서 부드럽게 삭이고 싶었다.

서로를 실컷 어울러서 짜증과 냉담은 거짓말같이 흐려 없애고 친밀과 애정은 넉넉히 나눠 갖고 싶었다. 아지랑이 떠오르고 꽃 피는 어제오늘 봄날처럼만, 딱 그만큼만 살기 좋게 우리 계절을 덥혀서 지수 맘을 녹이고 싶었다.

사랑하고 싶었다.

사랑하지만 더 사랑하고 싶었다. 우리 이미 함께지만 좀 더 함께이고 싶었다.

지수를 따라 어딘가 아주 머나먼 곳으로 둘만의 어지러운 여행을 떠났다가 시나브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 지수가 내 곁에 왕처럼 아이처럼 누워 곤히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고 우리 옛 추억에 잠기고 싶었다. 서로가 서로의 애인인 걸 확인하고 싶었다.

지수 네가 이미 여러 해 동안 내 애인 자릴 지켜준 걸 알면서도, 못난 난 가끔 확인받고 싶어졌다. 확인받고 나면 한동안은 저릿할 만큼 커다란 행복에 폭 안겨서 충분히 안심한 채로 또 얼마를 더 살아낼 용기가 생겼다.

“지수야.”

지수의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다 못해 산산이 부서질 듯 위태위태했다. 이런 분위기를 원한 건 아니었다.

곧 8주년 기념일인데 냉전 상태란 안 될 말이다. 조급한 신경을 얼른 다지고 지수에게 물었다.

“그럼 내일 할까?”

“풉!”

지수가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그 바람에 연기가 목에 걸렸는지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가슴을 퍽퍽 두들기고 기침까지 컥컥 뱉었다.

“괜찮아?”

“안 괜찮아. 큼. 흠!”

“물 갖다줄게.”

“야. 됐어. 너 거기 가만 서있어.”

“……어.”

“킥킥. 아……. 진짜 존나 웃기네. 변대훤. 대훤아!”

“어?”

“들어가 자라.”

“…….”

지수야,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꾹 참았다.

당연히 모를 테니까. 내 생일도 아직껏 외우지 못해서 생일선물 한 번 챙겨줘 본 적 없는 지수가 우리 기념일을 기억할 리 만무했다.

어쩌겠어. 내가 늘 나서서 챙겨온 기념일이니 당연한 결과고, 인제 와서 따지고 드는 것도 우습다.

무엇보다 내 지수는 성격이 원래 그렇다. 저렇게 툴툴거리다가도 무슨 일이 생기면 몸 아끼지 않고 멋진 모습으로 앞에 나서줄 의리남인 걸 안다.

지수는 그 옛날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이십 대가 되어서도 쭉 그랬다. 워낙 한결같은 사람인지라 별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지금 같은 평상시엔 내가 더 잘해야 맞다. 지수 넌 나한테 충분히 잘하고 있다.

“사랑해.”

“…….”

“내가 너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지수야.”

낯간지러운 소릴 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진심이니까. 내 사랑하는 지수가 난색을 하고 칩떠보았다.

“알긴 뭘 알아. 왜 그래. 너 진짜 미쳤어? 뭐 잘못 먹었냐?”

지수가 쩍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팔불출 같았나. 어색한 손동작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지수를 향해 그저 멋쩍게 웃고 말했다.

“좋은데 어떡해.”

“얼씨구.”

그래도 오늘은 어제나 그제보다 얘기를 꽤 많이 한 것 같았다. 잘하면 내일은 좀 더 기념일답게, 조금은 다정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에 씰룩이는 입 끝을 겨우 진정시켰다. 이 이상 지수를 부담스럽게 했다간 또 한 소리 들을 테고, 내일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날이니 더 대화하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

애인 사이에도 어느 정도의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다는 팁을, 얼마 전 발견한 ‘연애 전문 동영상 채널: 권태기 편’을 시청함으로써 숙지하고 있었다.

설레는 가슴을 문지르며 차근차근 말을 건넸다.

“알았어. 그럼, 나 내일 일찍 가봐야 돼서……. 먼저 잘게.”

지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 혼자 덧붙였다.

“너도 일찍 자.”

“야.”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가 돌아선 내 뒷덜미를 콱 붙잡았다. 순간 심장으로 지수의 주먹을 받아낸 듯 욱신거렸다.

왜 갑자기 눈가마저 따끔따끔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다 지수 널 너무 좋아하는 내 탓이다.

팔 년을 지지고 볶고 싸우고 생고생을 하며 만나놓고 아직 이러다니. 꽃가루 물씬 날리는 이맘때쯤엔 증세가 특히 더 심한 것 같기도 했다.

마른 입술을 적시며 가까스로 진정하고 나서야 지수를 돌아보았다.

“왜?”

“너 일로 와봐.”

“어.”

때리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닐 거다.

지수한테도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지수는 이제껏 내가 정말 맞을만한 짓을 했을 때만 손을 올렸다.

그마저도 채 몇 번 되지 않았다.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아니, 서너 번 되나?

“더 가까이 와.”

“어.”

떨리는 심정으로 지수 가까이 다가갔다. 지수가 짙고 잘생긴 눈을 껄렁하게 치켜뜨고 노려보았다.

새까만 속눈썹이 빽빽하고 길었다. 지수의 왼쪽 눈 아래 콕 붙은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길을 피했다가, 다시 지수의 눈을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지수의 섹시한 점에 고정했다가 하기를 몇 번 반복했다. 지수가 난데없이 자기 바지를 홱 내렸다.

“그렇게 빨고 싶으면 한번 빨아봐.”

“어, 빨고 싶어.”

팔 년을 만나면 수줍음이나 쓸데없는 자존심 같은 건 옅어지기 마련이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하고 소파 아래 쿵 무릎 꿇었다.

다시 없을 기회였다. 지수의 좆이 밑으로 늘어져 소파 위에 길게 누운 채였다.

꿀꺽.

내가 불쌍해 보였나. 맘 약한 네가 나한테 괜히 미안해져서 허락해준 걸까? 그게 아니라면 내심 오랜만의 펠라티오에 동한 것뿐일까?

뭣 때문이든 상관없다. 지수야, 네가 허락해줘서 난 그저 고맙고 기쁘다.

얼마 만에 보는 지수 좆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 주인인 지수만큼 잘생긴 좆을 입술로 고이 물었다.

“음, 읍. 하아알…….”

건조한 껍질에 침 먼저 듬뿍 올려서 혀로 골고루 바르고 묻혔다. 입술과 혀에 가만가만 스치는 포피가 연하고 보드라웠다.

지수의 소중한 부위를 꼼꼼히 축이고 나서 살며시 한입 머금었다.

“흠, 압…….”

거대한 귀두가 입천장을 묵직하게 밀고 목구멍으로 미끄러지는 맛이 황홀했다. 입 안에 숨긴 지수의 날자지를 평생 입 밖으로 내놓고 싶지 않았다.

“흠흡, 하각.”

지린내와 껍질 사이사이 새큼 고릿하게 찌든 악취마저 소중히 맡고 빠짐없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깨끗이 청소하기 시작했다.

“웁, 흡.”

사랑하는 애인 고춘데 더러울 거 하나 없다. 네 자지도 너도 내 거니까.

너 김지수는 나 변대훤의 사람이니까. 적어도 넌 매일 밤 내가 널 위해 마련한 이곳 보금자리로 돌아와서 내가 지은 밥을 먹고 내 옆에 누워 잠드니까.

언제나 오늘날 같은 현실에 감격하고, 여전히 지수 널 처음 그날처럼 사랑한다. 이게 기적이 아니면 뭐가 기적일까.

내 시시한 삶에 기적을 일으킨 지수 너한테 어떻게 불평불만 할 수 있을까. 없다.

고작 미운 말과 귀여운 짜증 정도론 널 너무 사랑하는 내 맘에 작은 흠집조차 낼 수 없다.

“법. 붑, 벱.”

흥건한 좆머리가 입 속살에 착착 감기고 혓바닥에 짝짝 붙었다. 보들보들한 좆껍질을 입술과 혀에 양껏 비비며 좆자지 빠는 맛을 만끽했다.

지수의 전부를 입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 애인의 물건이 완전히 발기한 건 아니지만, 늘 하던 대로 혀를 훨쩍 펼쳐 아래쪽 기둥을 날름날름 간질이고 쩍쩍 닦아주면 금방 딱딱하게 화를 낼 테다. 지수 좆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마 위에서 낯선 기계음이 울렸다.

【춧, 츗! 쮸릇……. 냣, 응츕! 흥츳? 쯥. 하앙, 완전 맛있어.】

이 소린…….

지수 좆을 입에서 뽑는 데 시간이 걸렸다. 입술을 훔치고 잠깐 뜸을 들이다가 지수를 흘끔 올려다보고 물었다.

“뭐 해?”

“넌 뭐 해. 계속해.”

“뭐……. 봐?”

“어. 왜. 보면 안 돼?”

된다고 해야 할까, 안 된다고 해도 될까. 지수가 머뭇거리는 날 향해 말했다.

“안 보면 못 쌀 거 같은데 그러면 어쩌라고. 네가 빨고 싶다 해서 지금 대준 거 아니야.”

“…….”

“그만해? 아, 그만하려면 그만해.”

“어? 아니! 계속 봐.”

어차피 난 지수한테 이길 수 없다. 자그마치 팔 년을 봐온 지수였다. 속상할 일도 아니었다.

어느새 험악하게 일어난 좆대를 다시 물었다. 그새 마른 좆껍질이 입술 이곳저곳에 찐득찐득 들러붙었다.

“헙, 웁. 으붑……. 븝.”

그래, 그깟 동영상 좀 보면 어때. 같은 남자끼리 이 정도도 이해 못 하면 쓰나.

그런데도 기분이 이상했다.

“훔붑…….”

【흥읍, 흥츗! 춧, 냣흥……!】

동영상 속 인물이 한껏 과장한 본새로 갖은 교태를 다 떨었다. 인간 태평소처럼 콧소리를 질러댔다.

억지로 만든 듯 해괴망측하고 인공적인 음성이었다. 사람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닌 무엇처럼 무시무시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지수는 현재 동영상 속 인물한테 펠라티오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고, 난 성인용품 역할을 자처해 동영상 속 인물을 대신할 뿐인 듯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야.”

“웃……. 어?”

“소리 내지 말고 빨아봐.”

“……어.”

이게 맞을까. 지수가 상상 속에서 동영상 속 인물의 얼굴에 성기를 꽂고 허리를 들썩거리고 허벅다리를 움찔대고 항문을 조일 동안, 지수의 눈길조차 제대로 한 번 받지 못하고 구강을 쓰임당하는 게 애인의 역할일까.

“웁풋!”

우악스러운 손이 내 머리통을 잡아챘다. 그리고 아래로 쉴 틈 없이 찍어눌렀다.

“흐웁, 억퓻. 급? 픕!”

“아읏! 허아읏……! 아! 씨이팔, 존나 좋아. 하, 씨. 더 세게 빨아. 더. 어하아…….”

어쩐 일일까.

지수가 좋다고 했다. 내 사랑하는 김지수가 분명 좋다고 말했다.

“억컵……!”

힘이 솟구쳤다. 이게 대체 얼마 만인가.

성기와 구강―서로의 신체 일부분일지언정 지수가 나와 살을 맞붙인 채 좋다고 소리 질러주는 일이 서먹할 만큼 아렴풋했다. 거무충충하게 곯은 가슴 한구석을 찌르르 허물어뜨리듯 벅찼다.

지수가 부른 물난리가 케케묵은 감정의 먼지를 깡그리 가시고 가슴속을 새로 채웠다. 알면서도 또 한 번 깨닫고 말았다.

난 지수가 좋다면 뭐든 좋다. 그렇다면 잘 해내야 했다.

“읍, 욱. 북. 컥픕……!”

눈을 질끈 감은 채 목구멍을 껄떡껄떡 넘나드는 극대 좆머리를 견뎠다. 금세라도 배 속 저녁을 꿱 게워낼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참아야 했다. 지수가 모처럼 좋아하는데 산통이나 깨는 한심한 애인이 될 순 없다.

겨우 한 살 차이긴 해도, 형답게 전부 받아내야 했다.

“왁. 각. 학.”

입을 왕창 열고 울대뼈를 꿀컥거리며 걸신들린 먹보처럼 우걱우걱 좆을 삼켰다. 축축한 눈을 짓부릅떴다. 식탐에 돌아버린 돼지같이 침을 뿜고 혀뿌리를 휘둘렀다.

내 나름대로는 지수를 향해 별처럼 반짝거리는 충성심의 표현이었다. 지수에게 세상 그 누구보다 충실한 애인이 되어주고 싶었다. 지수만의 부족함 없이 만족스러운 쉼터이고 싶었다.

“억. 걱. 픕벅!”

지수의 좆갓이 인후와 엉망진창 마찰했다. 편도와 목젖의 무른 살점을 상스럽게 밀고 당겼다.

내 애인은 결코 봐주는 법이 없는 남자였다. 그리고 내가 내 애인의 그런 점을 못내 사랑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입만 아팠다.

“켁컵!”

비범한 애인의 비범한 좆은 검은 개펄 밑 갯장어처럼 힘차게 헤엄쳐서 목구멍 너머 식도를 열어젖뜨리고 점점 더 깊숙한 곳까지 꿈트럭꿈트럭 파고들었다. 식도괄약근이 옴짝달싹 못 하게 통밥줄을 자비 없이 늘이고 늘렸다.

잠깐.

“헛켁……!”

큰일이었다. 잘해주려고 했는데.

눈물, 콧물, 침 할 것 없이 지뢰처럼 뻥뻥 터져 지수의 불털을 지저분히 적셨다. 그 흥건한 음모에 낯짝을 끊임없이 부닥치며 내가 흘린 체액에 물고문당해야 했다.

숨을 쉬고 싶었다.

지수를 사랑하지만 숨 쉴 틈은 필요했다. 지수는 이제껏 이만큼이나 깊게 삼키게 한 적 없었다. 영 자제가 안 될 만큼 흥분된다는 뜻인가?

두 다리가 절로 퍼드덕퍼드덕 튀었다. 온몸이 미친놈 지랄 발광을 떨었다. 배 속 창자가 소금 맞은 미꾸라지 떼인 양 워글워글했다.

지수의 좆이 욕실 고무마개처럼 목구멍을 꽉꽉 막았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지수의 치골을 꾹꾹 내리누르며 몰캉몰캉 입맞춤했다.

지수의 속눈썹과 같이 새카만 불거웃이 입술 겉을 가락가락 찔렀다. 급기야 양쪽 콧구멍 안으로 침범해 코털을 간지럽혔다.

“극, 그웁. 북? 벳. 켁! 커헵……!”

한계였다. 지수를 채근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달리 몸뚱어리가 저절로 난리굿을 쳤다. 지수의 청동빛 허벅다리를 손으로 때리고 팔꿈치로 밀어냈다.

그러나 내 터프한 애인은 날 순순히 놓아주지 않았다. 도리어 두 다리를 목덜미에 얽어 무자비한 조르기를 걸었다.

“거억. 거어헥.”

그래서 참 다행이었다.

“읏, 어아……. 야. 너 입으로 왜 이렇게 잘해.”

“윽웁, 훅헙……!”

“고추에 털 나고 몇 놈 가랑이에 대가리 갖다 처박았으면 이따위로 잘해.”

“엄. 븝!”

“존나게 쭉쭉대네. 표정 봐. 킥킥…….”

“억븝……. 극. 펍. 뻡? 컥! 게에헥!”

“네가 빨아본 자지 중에 내 게 몇 등이냐? 그래도 내가 제일 낫지?”

나한테 너밖에 없었던 걸 알면서. 외설스러운 소릴 다 할 만큼 기분이 좋은가?

어쩐 일로 목석같이 굴지 않는 걸까. 지수는 지난 어린 시절, 사귄 지 딱 삼 개월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욕구만 해결하듯 대충 하고 치워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 후닥닥 나눠온 관계도 하나하나 지수와의 추억이니 빠짐없이 소중하지만, 지수가 보여주는 색다른 모습이 바로 지수의 일등 팬인 내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지수는 변온동물 이구아나처럼 언제나 새로웠다. 날 긴장하게 했다.

오늘 용기 낸 보람이 있었다. 점점 달아나는 의식만이 옥에 티였다.

잘생긴 애인의 얼굴이 뿌옇게 흐려져 보이지 않았다.

“윽붑. 꺽.”

그때 지수가 날 풀어주었다.

“픗, 큭! 그엑. 어에헥……!”

밥줄에서 굵다란 좆을 꺼내자마자 미친 듯 기침하고 숨을 캭캭 몰아쉬었다. 타액이 질질 흘러 거실 바닥을 어지럽혔다.

내장을 입 밖으로 와르르 쏟을 듯 지독한 욕지기가 치밀었다. 입을 손으로 움킨 채 죽을 둥 살 둥 참았다.

“후우. 흣! 으흣, 크흑…….”

“대.”

“……!”

드디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장장 다섯 개월 만이다.

지저분한 입가를 대충 훔쳤다. 지수 말에 대답하기 위해서였다.

“프훅, 읍읏……. 어.”

퇴근하자마자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게 헛되지 않았다. 지수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얼른 일어났다. 그리고 지수 위에 올라앉았다.

“뒤로 돌아.”

“어.”

“아니, 씨. 엎으라고.”

“아, 어.”

“야.”

“어……?”

“소파 말고 바닥으로 내려가.”

“……어.”

그래도 내가 형인데 너무 까칠하다. 그렇다고 싫다는 건 아니었다.

내가 그만큼 편하다는 거겠지. 지수는 대신 그 무뚝뚝함 때문에 끝내주게 섹시하고, 가끔가다 한 번씩 애교를 부릴 때면 내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귀엽기도 하니까 괜찮다.

지수라면 그냥 다 좋다. 지수 옆에서 팔 년을 지내는 동안 난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지수는 내게 허락된 것 중 으뜸이었다.

“읏?”

그런데 차가운 무언가가 등에 착 붙었다. 지수를 위해 하늘 높이 쳐든 궁둥이를 움찔 퉁기고 말았다.

지수가 내 등에 올려놓은 물건을 성마른 손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흥아? 흥항! 똥, 응핫? 똥구멍 더 세게 쑤셔줘. 응? 더 세게, 더, 흥하악……! 좋아, 좆! 하, 아아앙. 어때? 발가락 이뻐? 똥꼬 잘 씹지. 귀엽지. 귀여워서, 똥개, 응! 후장 쑤시듯이, 개새끼 쑤시듯이 존나게 쑤시고 싶지! 흣? 그훙……!】

조금 전 동영상 속 인물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금속 기계가 외치는 너무 노골적인 말과 교성에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저렇게 꼭 욕을 해야 되나.

“미치게 하네.”

지수의 커다란 손이 내 볼기짝 두 쪽을 번갈아 꼬집고 함부로 주물렀다. 순식간에 달아오른 고개를 밑으로 떨어뜨렸다.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좋았다.

지수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오랜 애인이니까.

지수를 ‘미치게 하는’ 게 내가 맞겠지? 설마하니 동영상 속 인물한테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애인 사이라면 응당 믿어야 한다. 지수가 나 때문에 흥분한 거라면 그깟 동영상 따위 수십 수백 편을 틀어놓는대도 상관없었다.

“하읏, 윽?”

지수의 손가락이 항문을 꾹 눌렀다. 구멍 끝을 짧은 손톱으로 무심히 비집었다. 아마 엄지인 것 같았다.

너무 오랜만의 이물감이 금세 익숙해지지 않았다. 온몸에서 식은땀을 맺듯 짜르르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투박스러운 손길은 서슴없이 쑥쑥 들이닥쳤다.

“흣. 흐훅.”

지수가 굵직한 엄지손가락을 뿌리까지 항문 깊숙이 박아넣은 채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엉덩살을 꽉 붙잡고 수제비 반죽하듯 휘주물렀다.

직장을 잡아당겨 바깥으로 쑥 빠뜨리고 말 것처럼 항문 끄트머리 살점을 손가락에 재차 휘감았다. 엄지 뿌리를 무신경하게 휙휙 돌렸다.

“흐웃, 하으악……!”

꽉 맞문 항문을 또 다른 손가락이 꿰뚫었다. 내벽을 자근자근 짓누르며 파고들었다. 이번에도 엄지인 것 같았다.

“흐윽? 훗……!”

지수가 내 뒷구멍에 꽂은 두 엄지를 양옆으로 좍 잡아 벌렸다. 열 발가락을 꽉 오므릴 만큼 아팠다.

“익……. 웃…….”

그리고 행복했다. 한껏 열어버린 항문에 벌름벌름 힘이 들어갔다.

시작부터 거길 그렇게 막 다룰 줄은 몰랐지만…….

평상시와 달리 별스러운 반응을 보아 지수도 내심 오랜만의 관계가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했다. 가슴이 미친 듯 두근거렸다.

“이게 아가리야, 후장이야.”

“흐욱…….”

“좋다고 빠끔거리는 거 보니까 어지간히 굶었나 보네.”

“읏, 흐……. 어.”

“킥킥! 씨팔롬이, 굶기는! 어제만 해도 너 한 번 먹었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자랑질하는 새끼가 몇 놈인데. 거짓말할래? 너도 샤워하고 나면 총각 되냐?”

샤워? 총각?

지수 말을 통 못 알아먹는 나 자신이 답답했다. 그보다 말이 좀 심하지 않나? 아, 상황극 같은 건가?

……그렇겠지?

하마터면 아주 조금 서러워질 뻔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데 말이다.

“아, 어. 미안.”

뭔지 몰라도 지수의 장단에 맞춰야 했다.

“졸라 즐겁지. 냄새나는 후장 디밀고 허리 흔들면서 나 눈 돌아가게 하면 재밌지.”

“안, 아, 윽! 훗…….”

“네 눈엔 내가 우습지. 너 내가 좆같냐? 내가 그렇게 싫어?”

“아니. 흐읍, 안, 극. 아니야.”

“내가 왜 싫어.”

“헉, 아악! 아프, 허각……! 아, 안 싫어. 안 싫어!”

“그럼. 좋아?”

“어.”

“……너 나 좋아?”

“좋아. 으, 흐흑. 당연히 좋지…….”

아무리 상황극이라지만 너무 당연한 걸 묻는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아침에 눈떠서 밤에 잠들기까지 하는 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와 내 일과가 다 지수를 위한 것이었다. 숨과 살갗과 심장에 이미 반절이 넘게 지수가 박여있었다.

출근하느라 떨어져 있는 잠깐조차도 난 지수 네 생각을 멈추는 법을 알지 못한다. 출근길에 누군가의 멋스러운 패션이 눈에 들어올 때라든가 그날그날의 급식 메뉴를 받아볼 때마다, 최신 유행을 알게 될 때나 한적하고 좋은 여행지에 관해 전해 들을 때, 또 언제나 그렇듯 퇴근길 내내, 장 볼 때 으레, 심지어는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순간까지도 내 안 멀고 깊은 곳 어딘가에서 되풀이되는 네 생각은 그칠 줄 모른다.

그렇다고 설익고 풋풋했던 그때 그 시절같이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못 할 만큼의 강렬함 탓에 정신을 가눌 길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네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의식하지 않아도 그냥 저절로 한다. 아마 지수 너도 나와 다르지 않겠지. 그렇지?

말 안 해도 다 안다. 구태여 물어볼 필요도 없이 너와 내가 그런 사이다. 정이 이렇게 무섭다.

우리 온도가 비록 처음처럼 뜨겁지 않고 미적지근할지언정 숱한 애송이 커플에 비할 수 없는 끈끈함이나 가슴 벅차게 하는 전우애가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팔 년 동안 찍어온 희로애락의 발자취가 어느덧 저만치 멀잖아.

근사한 애인이자 오랜 친구이자 가족이나 다름없이 눈물겨운, 내 원수 같은 김지수.

미워도 사랑하는 지수야. 비로소 하나도 밉지 않게 된 지수야. 손발처럼 피부처럼 몸에서 벗을 수 없는, 내 영혼이 애타게 찾아 부르는 지수야.

너와 난 이렇게 예정되어 있었다. 시린 겨울이 가면 눈물같이 따듯한 봄비가 내리는 것처럼, 긴긴 새벽 끝에 눈부시게 밝은 아침 해가 뜨는 것처럼, 우리 만남은 우연 따위 끼어들 틈 없이 완벽하고 자연한 하나의 법칙인 것이다.

결혼할 수 있다면 우린 틀림없이 결혼했을 테니까, 흔한 부부 사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다. 단순히 동거 중인 애인 사이로 치부하기에 이제껏 모은 우리 희생은 여느 부부 못지않으니. 순수하기로 치면 더 낫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내심 뿌듯하고 벅차서 코끝이 아릴 만큼 많이 좋아하는데. 내가 근래 지수를 서운하게 했나. 왜 이상한 질문을 하는 걸까.

지수는 한참 말하지 않았다.

“좋아해, 지수야…….”

“그래?”

“어. 엄청……. 많이 좋아해. 처음처럼. 아니, 처음보다 지금 훨씬 더 좋아.”

“사랑해?”

“사랑해.”

조금 전엔 칠색 팔색을 해놓고, 지수가 거친 숨소리를 흩뿌렸다.

“다리 더 벌려.”

“읏, 아. 어.”

“지금 네 안에까지 다 보이거든?”

“흐읏……. 어.”

“안쪽 무슨 색깔인지 알아? 네 거 어떻게 생겼게.”

“…….”

“이쁠 거 같냐, 존나 흉측할 거 같냐.”

“…….”

“대답 안 해?”

“잘 모르겠어. 미안…….”

“계속 반말할래?”

“어?”

“형. 하고 존댓말 써.”

“내가?”

“좆 받기 싫어? 공치고 집 가다 아무나 붙잡고 똥구멍 무료 나눔 하게 해줘?”

“아니! 아. 아니요.”

내 집은 여긴데.

상황극 속 난 연하 역할인가. 지수는 근데 동생한테 왜 이렇게 심하게 굴까.

무리한 구강성교에 이어 어색하기 그지없는 상황극이라니. 어쩐지 지수답지 않았다.

우리, 아니……. 지수 자신의 권태감을 타개해보려는 나름의 노력인지도 모른다. 그 마음씨가 고맙고 예쁜 만큼 잘 따르고 맞드는 것이 애인의 역할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한 살이나마 형인 내가 동생 시늉을 하려니 민망하고 낯 뜨거웠다. 얼굴이 펑 날아갈 것 같았다.

“혀, 저…….”

“…….”

“그, 아. 하아.”

두 눈을 자그시 감았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별것도 아닌 말인데 왜 이렇게 부끄럽지. ‘형’으로 좀 불러주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지수가 보기에 얼마나 불만족스러울까. 나 자신을 볶아치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렀다.

“흣?”

지수의 손가락이 훅 빠져나갔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고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하으욱…….”

지수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내가 지수를 형으로 부를 때까지 지켜보기만 할 작정 같았다.

“혀……. 형!”

마침내 성공이었다.

“지수, 형.”

동생인 지수를 형으로 부를 때마다 항문괄약근이 움찔움찔 죄었다. 내장 깊숙한 곳부터 뻐근했다.

아아, 좋은 거구나. 그래서 하게 했구나.

용기가 조금 솟았다. 지수 덕분이었다.

지수를 향해 치켜든 궁둥이를 천천히 흔들었다. 구멍을 더 빠르고 힘차게 벌렁거렸다.

“지수 형, 왜……. 흐하학?”

날좆이 불쑥 파고들었다.

“헉헛……! 거읏훅.”

숨이 턱 막혔다.

녹을 듯 더운 어깨에 비늘같이 찬 닭살이 흩어졌다. 높은 데서 등 떠밀려 곤두박질치듯 배 속이 붕 떴다.

도마 위 날고기가 된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느닷없이 물속에 처박힌 듯 까마득했다.

똥오줌을 쏟기 직전처럼 아랫배가 불쾌하게 욱신거렸다. 눈꺼풀 사이에 락스를 들이부은 양 시야가 새하얗게 바랬다.

뒷골이 고래작살로 꿰뚫은 듯 써늘하게 얼어붙었다. 다리 사이 살덩이만 새빨갛게 달군 인두처럼 디룽거렸다.

“작. 저극……? 흐윽!”

지수가 이미 한껏 잡아 늘인 항문 끝 살점을 좆자루로 상하좌우 거침없이 눌러 젖히며 검고 강인한 허리를 움직였다. 남는 주름 한 줄 없을 듯 펼쳤다.

“하우윽…….”

굵직한 좆대가 건조한 내벽을 부드득 구기고 차곡차곡 접었다. 항문괄약근을 투두둑 끊을 것처럼 구멍 가장자리를 극한까지 헤벌쭉 잡아당겼다.

“흣윽?”

열 발가락이 다 설 만큼 짜릿했다.

“억……!”

뒤처리야 값진 지수 좆을 받는 내 몫이어야 마땅하고, 이렇게 안아주는 것만도 감지덕지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하악! 하윽? 흐욱, 드힉……?”

세상에 못 후릴 사람이 없을 만큼 귀엽고 멋진 지수가 단지 내 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매일매일 이 작은 아파트에서 청춘을 보내는 데 고마워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한다.

“긋……. 아흐윽!”

지수의 좆갓이 콘돔 한 꺼풀 입지 않은 생살로 장 내벽을 쿡쿡 찌르고 북북 긁었다. 벌거벗은 좆기둥이 마른 직장 내벽을 뿌드득뿌드득 밀고 당겼다.

“흣, 웃, 긱.”

사랑하는 애인의 두꺼운 좆몽둥이가 직장을 뿌듯이 채우고 굽은 장벽 끝을 꾹꾹 눌렀다. 그러다 폭행하듯 좆끝으로 콱콱 두들겨 팼다. 좆머리를 기어코 위험천만한 데까지 막무가내로 불쑥불쑥 밀어 넣었다.

거긴, 아직……!

오랜만의 관계인데 지나치게 험했다. 너무 세. 너무 빨라. 너무 급해. 너무 커. 너무…….

“후윽, 하욱! 하으흣!”

아파아……!

나도 모르게 볼기를 엉거주춤 모으고 아랫도리를 앞으로 덜덜 빼며 지수를 피해 달아나고 말았다. 시베리아횡단철도 위 철마처럼 몸 안을 아주 드나드는 지수가 버거웠다.

배 속 깊은 곳, 지수와 자꾸만 닿는 어딘가가 참을 수 없이 아팠다. 배 안을 찢고 갈라 결딴내는 듯했다.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허욱! 잦, 잠까……. 아하욱!”

서늘한 손이 허리 양쪽을 잡아챘다. 그리고 내 몸뚱어릴 단숨에 제자리로 끌어당겨 놓았다.

“하, 아악! 지수야? 좀만 살, 읏훅? 첫, 천천히! 헉……? 긋! 너무 깊, 흑? 허아악!”

까슬까슬한 거웃이 날 달래듯 궁둥이 끝에 잠깐잠깐 와서 닿았다. 그러나 내 호들갑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지수가 꿈지럭거리는 내 두 발을 빈틈없이 내리눌러 압박했다. 그리고 여유로운 호흡을 내쉬며 가운뎃다리를 다짜고짜 하복부 너머까지 꽂아 넣었다.

“욱! 하어, 학?”

그 바람에 차디찬 거실 바닥에 철퍼덕 엎어져 배를 붙이고 말았다. 좆불알이 물컹 짜부라졌다.

“짓, 지수야!”

안 돼, 이게 아닌……!

“허가아악!”

지수의 좆이 엉덩이를 관통했다. 배통을 통과했다.

아랫배와 윗배 한가득히 들어찼다. 충분히 괴롭고 불편하고 비참하게 안벽을 들쑤시고 뒤흔들었다.

“흐하? 아흐억.”

안으로 안으로 끝도 없이 들이쳤다. 도랑에 콸콸 차 넘치는 장맛비처럼 흘러들었다.

파괴 전차 같은 좆말뚝이 구불구불한 배창자 오솔길을 무참히 쾌속 질주했다. 순대 곱창 꿰듯 몸뚱어리 안쪽 고기를 한 점 안 남기고 깡그리 뀄다. 사납게 뭉텅이진 좆대가리가 똥창 어딘가를 오갈 데 없이 꽉 틀어막았다.

“으가으헉……!”

야만인의 분골용 둔기 같은 좆방망이가 장벽에 구멍을 뻥 뚫을 듯 무럭무럭 부풀었다. 그대로 폭발한다면 온 내장을 우지직 터뜨려서 끝내 몸통 안을 죄 지리멸렬하게 어지르고 뒤죽박죽 섞고 배배 꼬아놓을 것 같았다.

“힉큿, 그훅?”

설마 진짜 그렇게 되진 않겠지. 지수가 날 그렇게 만들진 않겠지.

머릿속이 뱅뱅 돌았다. 눈앞에 어찔어찔 습기가 어렸다.

“흐학, 하각……! 짓, 흑. 지수야. 낙, 낫윽? 하악……!”

그랬지. 내 애인이 이 정도였지. 그간 잊고 있었다.

무수히 보낸 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새롭고 낯선 크기였다. 경외심이 절로 솟구쳐 사지를 다 벌벌 떨 만큼 위엄 넘치는 좆이었다.

이 같은 특권을 누릴 때마다 날 첫날처럼 겸손하게 하는, 지수의 상징이자 정수였다. 지수만의 변함없이 착한 애인으로서 지수에게 온 마음과 온 힘을 다 쏟게끔 교육하는 사랑의 매였다.

“짓, 수? 헥! 지수야. 허각엇?”

“지수 아니고 형.”

“혀, 헉? 아학!”

“아가야. 형이야. 너 오늘 뒈지게 혼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거지?”

“지수 형, 학! 앗? 좀만, 힉! 살살……. 흣, 흐우. 웃! 좀만 천, 긋. 천천히, 해주세요. 네? 제바……. 흐어악!”

“야. 너 말하지 마라. 조용히 그냥 입 닫고 있어.”

“헛, 급. 웁. 그흡…….”

“후장 좆―나 뜨끈뜨끈해서 좆 다 데겠다. 너희 엄마 아빤 너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 갑자기 부모님 얘기라니, 그건 좀 선을 넘…….

철떡―! 하늘에서 벼락같은 통증이 내렸다.

“그흣? 윽븝.”

커다란 손바닥이 궁둥짝을 냅다 올려붙였다. 어깨를 화들짝 튕기자마자 입을 고쳐 막았다.

“큿……. 흠, 흐웁.”

김지수가 왜 이럴까. 오늘따라 정말 이상했다.

지수답지 않게 사뭇 사나웠다. 엉덩이가 통째로 떨어져 나갈 듯 얼얼한 아픔 탓에 미간마저 찡했다.

내가 아는 지수 같지 않았다. 다른 사람 같았다.

아니, 마치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았다.

지수가 안아줘서 좋기야 하지만, 이렇게 거칠고 난폭한 관계가 제일은 아니었다.

호흡이 힘에 부쳤다. 팔꿈치가 저릿했다.

“똥구멍에 힘 안 풀지. 그래봤자 너 어차피 헐렁헐렁해.”

“살, 살려줘! 흐아아악……!”

못 견디고 비명을 터뜨렸다. 콧구멍 끝에 길게 매달린 콧물이 덜렁거렸다.

지수가 내 뒤로 넣고 미는 좆이 곰치처럼 꺼떡꺼떡 용솟음칠 때마다 배알 보꾹을 뒤흔들었다. 직장 끝 굴절을 ‘우르륵’ 폈다.

“훙욱……?”

말도 안 돼.

“틋……. 트듯. 트드듯.”

손발톱 끝까지 소름이 끼쳤다. 배 속에 든 좆머리가 배꼽에 쿵쿵 노크하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뱃가죽을 더듬었다. 지수의 또 다른 정수리가 손바닥에 꿍. 꿍. 꿍. 헤딩하는 것을 느낀 순간 껌벅 혼절할뻔했다.

“흐힉? 학? 타훅!”

연단한 알루미늄 배트가 몸뚱어리 내벽을 고루 문질러 노릇노릇 구웠다. 음습한 거북 진액이 조열한 창자 모퉁이를 꿀쩍꿀쩍 눅였다.

동물처럼 길고 유연한 청동빛 허리가 내 볼기짝 한가운데를 겨냥한 이후 단 한 차례의 빗나감조차 용납한 바 없었다. 지수와 내가 뜨뜻한 두 볼기짝을 훨쩍 벌려서 겹쳐 꽂은 요철 틈새에서 역한 듯 이상야릇한 냄새가 새어 나와 거실 공기에 스몄다.

불붙은 배 속을 메운 검고 매캐한 연기가 내 넋과 함께 온몸의 땀구멍으로 삐질삐질 빠져나갔다. 칡뿌리가 휘감은 듯 핏줄이 울룩불룩 흉하게 불거진 좆대가 내 얼얼한 오줌보 아래 선악과 한 알을 똑 빠갤 양 끈질기게 다그쳤다.

대쪽 같은 용대가리는 구불잘록창자를 대걸레 자루처럼 곧은 모양새로 강제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극한 변형한 똥줄을 고이 걷고 끼운 끝에 뱃가죽 안벽을 통째로 지글지글 익혔다.

“허하윽? 그어아학……!”

“어아. 허, 헥. 극, 핫! 웃학, 히윽, 허학!”

지수가 사람이기를 포기한 양 추하게 헐떡대고 내 귓가에 축축이 달라붙었다. 그리고 생전 낸 적 없는 짐승 소리로 킹킹대며 귓속말했다.

“동네 걸레 같은 새끼가 후장은 존나 쬐네.”

“욱.”

늠름한 발이 내 머리를 콱 지르밟았다. 골통을 으깰 양 방바닥에 대고 이겼다.

헐렁하다고 면박을 주다가 갑자기 쬔다는 둥 낯선 말은 인제 헤아릴 겨를조차 없었다. 지수가 내 안에 완전히 들어와 있었다.

“악……!”

지수와 내가 완벽한 하나로 합한 한때였다. 시공을 초월하듯 아득했다.

지수 아닌 무엇도 느낄 수 없었다.

“흐읏, 헉. 흐억. 큿흑. 흐욱…….”

사랑해, 지수야. 영원히 사랑해.

애인에게 사로잡힌 온몸이 보잘것없이 경련했다. 양 오금이 힘줄을 홱홱 세웠다.

감각 잃은 종아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숨이 들이켜지지 않았다.

“헛……. 컥.”

멍청하기 짝이 없을 내 표정이 안 봐도 뻔했다. 바보 얼굴이 주인 말일랑 듣지 않고 온갖 구멍에서 맵칼한 체액을 내보냈다.

허리가 혹사당해서 기뻐 죽겠다는 양 퍼들퍼들 춤췄다. 좆 박힌 궁둥이가 부질없는 반항을 하듯 항문 주름 주변을 옴찍옴찍 잡아당겼다.

“……급.”

소리를 뻑 지르고 싶을 만큼 아팠다. 내장을 태워서 허무는 듯했다. 항문을 훌러덩 빠뜨리고 말 것 같았다. 쓰라린 눈가를 말릴 잠시 잠깐 없이 매분 매초 고되었다.

그런데도 맘만은 흐뭇했다. 모두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다.

“변대훤 씹새끼야. 소리 낼래?”

“허윽, 아니! 큿, 흡.”

“허리 흔들지 마. 내가 다 해.”

“악! 하악!”

아. 이렇게 섹시한 애인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배길까. 불가능하다.

대답 대신 고개만 잽싸게 끄덕였다. 의식을 놓칠락 말락 하듯 검정이 눈앞을 깜빡깜빡 뒤덮었다.

“흐읍……! 틉. 븝. 븟!”

지수가 내 배 속에서 철퍼덕철퍼덕 노를 저었다. 육중한 닻으로 바닷속 수렁을 꿍꿍 내리치고 욱욱 뒤집고 들써덕들써덕 펐다.

사람이 가진 소화기관의 자연스러운 굴곡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헤엄쳤다. 굳센 쇄빙선처럼 대창을 부드득 가르고 명치 한가운데로 유유히 나아갔다.

여느 짐승이 답답한 콧구멍이나 근지러운 귓구멍을 후비듯 깜깜한 창자벽 모서리를 주저 없이 찌르고 뚫었다. 오랜 외로움의 나날만큼 좁아진 문을 활짝 열고 안팎으로 제왕처럼 나고 들며 쩔꺼덕쩔꺼덕 시원스레 쑤셨다.

땅 파는 개처럼 내 배 속 흙더미를 헤집었다.

“극. 겍. 픕……!”

지수의 성기가 배 아닌 뇌 안을 휘젓듯 눈앞을 뻔쩍뻔쩍 깨트렸다. 양잿물에 흠뻑 적셔서 꽂아 넣은 것같이 홧홧한 좆말뚝이 장벽을 녹진녹진 물크러뜨리고 온 창자를 술술 풀었다.

기어코 기름진 전립선을 좆갓으로 벅벅 할퀴고 바삭바삭 튀겼다. 쇠공처럼 무겁고 딴딴한 불알이 회음을 철써덕철써덕 폭행하고 살에 쫄떡쫄떡 들러붙었다.

회음과 항문과 내장과 눈 밑과 이마까지 모든 곳의 실핏줄이 터진 끝에 온몸에 시퍼런 멍을 입고 말 것 같았다. 단연코 이 순간 날 세상에서 가장 난잡하고 기쁜 한 마리 수캐로 만드는 자지좆과 불알이었다.

“그후웃…….”

눈썹이 뭉그러지는 듯했다. 안구가 녹아서 줄줄 흐른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달콤했다.

그야말로 끔찍했다. 끔찍하게 좋았다.

지수야, 널 너무너무 사랑해.

나한테 세상보다 더 큰 지수야. 내게 단 한 번뿐인 지수야. 누구보다 사랑하는, 내 애인인 지수 널 난…….

숨을 더는 뱉거나 삼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허파에 잔뜩 욱여넣은 공기가 폐포를 갈가리 찢어발기고 몸통과 함께 뻥 폭파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읍. 흣? 트하악……! 흐악? 흐아악?”

그 순간 지수가 발바닥을 거두고 내 목덜미를 잡아챘다. 그리고 혼비백산한 귓가에 속삭였다.

“조용히, 읏, 하라고, 했지.”

“칵, 프흡……!”

뒤늦게 ‘합’ 막고 숨을 ‘컥’ 참았다. 뒷골이 핑 돌았다.

지수가 내 등허리를 인정사정없이 찧었다. 흉통을 가뒀다. 명치를 조였다.

“으븍.”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온통 검었다.

쿵.

둔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이마가 얼얼한데 기분 탓인가.

【항, 하앙? 나흣! 내 똥구멍, 어때? 쓸만하지? 응? 박을만해? 자지 담글만해? 좆대가리 껴맞춰 볼 만해? 아응, 하응! 쫄, 깃, 으흥웃……. 쫄, 앙! 쫄깃쫄깃해? 흥가앗……!】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됐더라. 기억도 잘 안 날 만큼 좋았나 보다.

커다란 손이 얼굴을 잡아챘던 것 같다. 지수가 무언가를 내 얼굴에 마구 긋기도 했다.

독한 냄새가 내내 코를 찔렀다. 매직펜 냄새가 맞을까?

그렇다면 지수는 매직펜 냄새를 좋아하게 된 모양이었다.

‘걸레 같은 새끼. 씨이팔 좆나 걸레같이……. 좆같은 걸레새끼, 좆박은 동네 걸…….’

지수는 왜인지 그 말만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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