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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215화 (215/216)

〈 215화 〉 갬블러와 바니걸 (3)

* * *

“지고하신 마왕 폐하께 무한한 영광을! 제 이름은 제프리 존스(Jeffrey Johns). 조금이나마 카드를 다룰 줄 아는 자입니다.”

촤르르르륵!!

중절모에 코트라는 예스러운 복장으로 나타난 데모니안 신사는 자신을 가볍게 소개하며 트럼프 카드를 흩뿌렸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트럼프 카드 한 세트가 제프리라는 신사의 손에서 물을 뿌리듯 허공으로 뿌려지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이 광경을 구경하던 이들은 무작위로 뿌려진 그 카드들이 일제히 제프리의 반대편 손으로 날아가 자연스럽게 쌓여 정리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하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오!!! 저거 봐!!!”

“신기해!!!”

네로멜티아에게 있어서 트럼프 카드 따위가 허공을 날아다니는 일 따위 그다지 놀라울 일이 없을 것이었으나, 그럼에도 네로멜티아는 다소 흥미가 돋는 듯 짙은 미소를 보이기 시작했다.

“저 사람… 와아!”

“그래, 러스. 마법이 아니야.”

러스테리아는 테이블 위에 자리한 마법등과 제프리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뭔가 대단한 것을 본 것처럼 탄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네로멜티아는 테이블 위로 자신의 손을 한 번 가볍게 휘둘렀다.

촤르르르르륵!!

“오오오오오!!! 저, 저건!!!”

“바, 바르커스 화산이다!! 저건 바르커스 화산이야!!!”

순간 테이블 위에 모든 트럼프들이 허공으로 떠올라 일사불란하게 회전하더니 테이블 위에 세워지며 거대한 화산의 형태를 이루는 것이었다.

인간의 손만으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

기껏해야 삼각형의 구조물을 만들거나 직사각형의 탑을 쌓는 일도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경지인데, 현재의 화산 모양은 중력을 이용한 중심 잡기나 카드 자체의 마찰력을 아무리 동원해도 이루지 못할 불가능의 영역인 것이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마력등이 어지러운 빛을 발하며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마력 사용 감지! 마력 사용 감지! 반칙하면 혼내줄 거예요!!

테이블 위의 마력등에서 붉은빛이 빠르게 점멸함과 동시에 러스테리아의 단호한 경고가 요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는 분명 마력을 사용한 반칙 행위를 위해 설치된 방범 장치였고, 네로멜티아가 마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발동된 것이었다.

미믹스 골드 내부의 경비들이 러스테리아의 음성으로 이루어진 비상 경보음을 듣고 빠른 대처를 위해 달려왔으나, 마왕의 앞에 세워진 트럼프 화산을 보고는 대충 상황을 파악해 물러나기 시작했다.

“대단한걸? 이 정도면 마력을 이용한 속임수는 꿈도 못 꿀 거야.”

“헤헷…”

“옳지. 옳지. 장하네.”

네로멜티아는 제프리의 카드 묘기가 마법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나, 모두에게 이 사실을 확인을 시켜줄 겸 또는 속임수에 대한 사전 방지가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 확인할 겸 마력을 이용한 눈요기 하나를 보여준 것이었다.

어쨌든 러스테리아의 경보장치는 마력을 탁월하게 감지해냈고, 경비의 출동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졌기에 무척 믿음직스러운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러스테리아의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어 주었고, 러스테리아는 주인의 따뜻한 칭찬에 기뻐 배시시 웃으며 꼬리를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훌륭하십니다! 저 같이 하찮은 자가 잔재주를 부려 드높으신 폐하의 눈을 언짢게 한 것이 아닌가 염려될 지경이군요.”

“신경 쓰지 마. 이까짓 거 마력을 이용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낼 수 있는 어린애 장난에 지나지 않지. 마력을 쓰지 않고 오로지 손기술만을 이용해서 카드를 다루는 네가 더 대단해 보이는구나?”

네로멜티아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미소 짓는 제프리를 바라보았다.

마왕을 앞에 두고도 단신(??)으로 나타나 여유롭게 맞상대를 제안하는 데모니안.

네로멜티아는 배짱이 있는 자가 싫지 않았다.

“그래. 나를 즐겁게 해주겠다고?”

현재 넬라넬라는 카지노에 들어와 있었다.

들어온 것까지는 좋았건만, 정작 뭘 할지 몰라 어영부영 헤매기에 바빴던 넬라넬라는 그저 카지노의 중심에 홀로 서서 멀뚱멀뚱 주변을 살필 뿐이었다.

모두가 각자의 게임에 열중하거나 다른 이들의 게임을 구경하며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광경.

이 안에서 넬라넬라는 아는 게임도 없었을뿐더러 도박이라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정처 없이 헤맬 뿐인 것이었다.

넬라넬라는 그저 네로멜티아를 찾아왔을 뿐이었다.

무려 마왕의 비서관이 한 달을 넘기는 기간 동안 공을 들여서 만든 백성들을 위한 은혜로운 시설.

그것의 첫 개장일에 마왕이 직접 시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넬라넬라 자신도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싶어 어떻게든 시간을 낸 것이었다.

그러나 오전 중의 중요 업무 지시를 마치고 오느라 늦어버려 마왕 일행과는 함께 입장하지 못했고, 머지않아 오후의 현장 지휘와 자재 검수를 위해 복귀해야 하니 넬라넬라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급하게 마왕의 소식을 물어물어 뒤를 따라가느라 넬라넬라 역시 인공 해변과 수영장을 거쳐 카지노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그 과정에서 넬라넬라는 믿을 수 없는 증언들을 듣게 되었다.

야하고 과감한 수영복을 입은 마왕 일행이 해변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더듬었다던가, 놀이 시설을 타면서 메이드가 마왕의 젖가슴을 주물렀다던가.

지배자로서의 위엄을 구겨버리고 체통을 박살내버린 마왕에 대한 목격담이 넬라넬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백성들이 뭔가 잘못 본 것이다.

그렇게 믿으려 애를 쓰면서도 평소 미녀들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레이디 킬러의 모습을 알기 시작한 넬라넬라이기에 그녀의 마음 구석에서는 이 모든 목격담들이 진실일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부정하고 싶어서 고개를 젓게 만드는 확신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애써 올곧게 다스리려 애를 쓰며 카지노에 들어선 넬라넬라는 깊은 한숨을 지어야만 했다.

“아아~ 또 져 버렸네! 다음!!”

“음후후후. 이거야 원, 자꾸 저만 이기고 있으니 폐하께 면목이 없습니다. 오늘따라 카드가 너무 잘 붙는군요.”

“신경 쓰지 마~ 아직 군자금 빵빵하게 있으니까.”

“이거 참, 폐하께서는 역시 군주다운 대범함을 지니고 계시는군요! 그럼 염치 불고하고 속행하겠습니다.”

도박이라고는 공병대의 부하들이 가끔 쉬는 시간에 하던 주사위 눈 맞히기를 본 게 전부였던 넬라넬라.

그런 문외한인 넬라넬라조차 네로멜티아가 현재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서커(Sucker).

도박에서 속임수 행위에 쉽게 넘어가는 어리석은 사람을 말한다.

물론 상대인 제프리라는 갬블러가 감히 마왕을 상대로 마도 기술로 만든 방범 장치까지 앞에 두고서 속임수나 사기를 치는 것 같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네로멜티아는 제프리에게 빨아먹기 좋은 희생양이었고 말하는 금화 주머니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심지어 제프리는 압도적인 차이로 이기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변의 반응으로 볼 때 그다지 높지 않은 패를 가지고 이기는 순간도 종종 보였다.

제프리가 대부분의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이유는, 한 장씩 공개되기 시작한 네로멜티아의 패를 보고서 어떤 조합이 완성될 것인지를 예측해 상대가 안 되겠다 싶으면 되도록 일찍 폴드(Fold)를 선언하고 그 판을 깨끗하게 포기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자신이 질 것이 뻔히 보이는 순간에도 오로지 판돈만을 키우며 게임을 끝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이러니까 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오로지 베트와 레이즈만 외치고 온 정신은 양옆에 끼고 있는 러스테리아와 베아트리스에게 가 있었던 것이다.

“레이즈!”

“하하하. 이번에는 뭔가 좋은 패라도 나오셨나 봅니다. 이거 무서워지려고 합니다!”

“패가 좋지 않으면 어때! 마왕에게 후퇴는 없는 법이지!”

“으하하하!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참으로 용맹하시군요!”

누가 봐도 바보 취급을 면하기 어려운 모습.

상대 갬블러인 제프리는 뻔히 보이는 아첨을 하며 네로멜티아의 기분을 맞추고 있었다.

넬라넬라의 안색은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뛰어나가 저 건방진 콧수염의 갬블러의 목을 틀어쥐고서 바닥에 처박아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오크의 포악한 야성이 들끓으며 넬라넬라의 이성을 어두운 감정의 심연으로 끌어내리려 들었다.

주제 파악도 못하고 자신의 소중한 주군을 바보 취급 하는 저 불한당의 머리를 으깨버리고 심판을 내리자!

그러나 넬라넬라는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넬라넬라의 정신을 맑게 하고서 터질 듯한 분노를 잠재운 것은 다름 아닌 네로멜티아에 대한 신뢰였다.

자신이 섬기는 소중한 주군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어리석은 일을 벌일 리가 없다.

모든 행동에 의미를 가지고 그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지고의 지성.

실수가 있더라도 그것을 오히려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희대의 책략가.

헤아릴 수도 없을 수많은 책략을 가지고서 적이 인식하기도 전에 농락해 버리는 모략의 정점.

넬라넬라는 자신이 충성을 바친 마왕 네로멜티아를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마음 깊이 믿고 있었다.

그녀의 이성은 감히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의 초월적인 지성을 지닌 네로멜티아의 능력을 믿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감정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마지않는 소중한 연인을 한치의 의심 없이 믿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성과 감정이 하나가 되어 마왕 네로멜티아를 믿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넬라넬라는 네로멜티아를 믿고 있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완벽한 믿음은 내면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은발의 여성 뱀파이어와 마주 앉은 데모니안 남성과는 완벽하게 상반된 모습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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