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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211화 (211/216)

〈 211화 〉 수영복과 놀이 기구와 스토커들 (1)

* * *

언더 바르커스의 가장 깊은 곳에 건설된 아브노아 워터 파크.

많은 이들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세워진 그 장소에서 현재 사람들의 새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저 소리만 듣는다면 자칫 유혈사태라도 벌어진 것이 아닌가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였으나,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의 원인은 그런 무시무시한 참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빠른 유속을 지닌 물이 흐르는 미끄럼틀인 워터 슬라이드.

한정된 공간의 수영장에서 인위적인 파도가 생성되고 있는 웨이브 풀.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며 흘러가면 현재의 구역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로테이션 리버.

오로지 유흥을 목적으로만 제작된 장치들.

물을 이용한 여러 놀이 시설들이 여럿 산재해 있었고,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들의 원인은 갖가지 놀이 시설들로 인한 이용객들의 즐거움이었다.

“주인님! 우리 저거 타 봐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신이 구상하고 설계하여 제작 전반을 지휘한 러스테리아이기에 현재의 구역이 아무리 재미있고 신기한 것들이 넘치더라도 그녀 스스로가 설렐만한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러스테리아는 너무나도 설레고 기뻐서 발을 동동 구를 지경이었다.

그것은 현재의 장소에 대한 흥미보다 사랑하는 주인과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현실에서 태어난 환희인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러스테리아가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처럼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러스테리아가 실제로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뛰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었다.

“러스! 그만! 그만!”

어깨 위에 놓여 있는 머리만큼 커다란 두 살덩이가 위아래로 마구 흔들리는 장엄한 광경.

치렁치렁한 3단 프릴로도 가릴 수 없는 파괴적인 존재감.

표면의 보들보들한 살결이 팽팽한 탄력을 이룰 정도로 꽉 찬 모성의 상징.

일말의 흐트러짐이나 늘어짐 없이 아름다운 원형의 곡선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는 탄력적인 젖가슴이 이리저리 흔들어지며 표면에 거센 살의 물결을 만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성별의 구분과 나이의 고하를 떠나 불특정 다수를 유혹해 정욕의 불길을 터뜨리게 만들 만한 색욕의 기폭제였다.

네로멜티아는 순간 마왕의 체면이나 위엄조차 잊고서 입을 헤 벌릴 정도로 넋이 나가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해변에서의 비통한 사태를 답습할 수는 없다는 일념 하나로 다급히 정신을 붙잡은 뒤, 주변 일대에 강렬한 유혹을 난사하고 있는 러스테리아를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에에… 제가 잘못한 게 있나요…?”

“아니야! 그런 거 전혀 없어! 나는 우리 러스가 추천해 주는 걸 타고 싶은걸? … 와아! 기대된다!”

자신의 행동을 다급하게 말리려 드는 주인의 모습에 러스테리아는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한 것인가 싶어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로멜티아는 자신이 다급한 모습이 러스테리아에게 불안을 심어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뒤늦게 의도된 설렘으로 분위기를 잘 맞춰 주었다.

“주인님께서는 러스테리아님께서 만드신 흥미로운 창조물들을 한시바삐 체험해 보고 싶으셔서 미미한 시간이라도 지체하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순간 베아트리스에게서 예상하지도 못한 지원이 들어오자 네로멜티아는 화색이 도는 표정으로 자신의 달가운 아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베아트리스는 평소의 차갑고 무미건조한 모습에서는 결코 연관 지을 수 없을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네로멜티아를 향해 가벼운 윙크를 보내며 미소지은 것이었다.

“에에! 주인님! 정말이세요!?”

“아아! 그럼! 이야아~ 러스가 만든 건 모두 신기한 것들 뿐이네! 어서 러스랑 함께 체험해 보고 싶다아~”

이내 자신의 걱정은 별 거 아니었다고 생각해 저 멀리 날려버린 러스테리아는 네로멜티아와 베아트리스의 손을 꼬옥 붙잡고서 가장 자신이 있었던 놀이 시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제자리에서 연신 뛰어댈 정도로 기뻐했었던 것만큼 러스테리아는 꽃을 피워 화원을 만들 정도의 화사한 웃음을 만개하며 뛰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목재로 만들어진 이정표의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 인물이 하나 있었다.

자꾸만 뻗어 나가려는 살기를 꾹꾹 눌러담아 감추며 눈에 핏대를 세우고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던 흡혈귀가 하나.

“으그그그그…!! 네로멜티아아아…! 이 나쁜 녀어어어언…!!!”

퍼스트 블러드, 카디스텔라 문 나이트.

선혈의 여제나 오리진 뱀파이어로 불리는 망자들의 군주가 극도의 분기를 이기지 못하고서 눈물마저 글썽이는 것이었다.

카디스텔라는 아브노아 워터 파크의 해변에서부터 네로멜티아 일행을 따라온 것이었다.

네로멜티아가 그놈의 가슴 얘기만 꺼내지 않았다면 카디스텔라는 분명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가 일행에 합류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커다란 젖가슴을 가진 여자들끼리 모여서 누가 크니 작니 운운하다가 끝내는 카디스텔라 자신의 가슴을 언급하며 농담의 재료로 삼은 것이었다.

없는 것을 사랑할 수는 없다니.

안 그래도 자신의 굴곡 없는 흉부에 상당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었던 터라, 사소한 장난에 지나지 않았을 그 한 마디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른 종족이었다면 조건에 부합하는 음식을 먹고 합당한 운동을 하여 몸매를 가꾸는 것으로 변화를 이루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른 종족이었다면 성장의 순간을 바라며 나이를 먹길 기다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른 종족이었다면 하다못해 살이라도 찌워서 지방의 무게를 늘려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디스텔라는 뱀파이어라는 이름의 언데드였다.

망자가 나이를 먹고 성장을 이뤘다거나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해 체형을 변화시켰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진짜 가만히 안 둘 거야… 감히 날 놀렸겠다……!!”

카디스텔라는 자신의 흉부를 내려다보았다.

거센 파도가 수천수만 년을 깎아낸 해안 절벽보다도 더욱 가파른 자신의 가슴.

바람 한 점 없는 실내의 찻잔에 고요한 수면보다도 더욱 평평한 자신의 가슴.

천 길 낭떠러지를 거슬러 올라갈 도마뱀붙이조차 미끄러질 일말의 요철도 없는 자신의 가슴.

카디스텔라는 안 그래도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난 상황에서 괜히 분노가 폭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죽일 거야…!! 네로멜티아아아…!!! 열한 번째 부활을 하게 만들어 줄 거야!!!!!”

“… 군…….”

순간 카디스텔라는 조금 멀찍이서 들려온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분명 무척이나 익숙한 음성이어서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까지 단숨에 떠오를 정도였으나, 그 음성이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며 풍기고 있는 음습한 분위기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주군… 이제는 수치심조차 잊으시고… 그런 부끄러운 의복을 입으시다니… 아니… 감히 의복이라 이를 수도 없을 천 조각을…! 그런…!! 그런!! 그런 경망스러운 천 조각으로 중요한 부분만을 겨우 가린 저속한 모습을 하시다니!! 주군!!!”

반 정도 정신이 나가 버린 것 같은 분위기.

전에는 없었을 다크서클이 짙게 번져 있었고, 어딘가 아픈 것처럼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강직한 의지가 가득 느껴졌었던 눈빛은 광기마저 번들거리고 있었다.

카디스텔라와 마찬가지로 은밀히 몸을 숨겨 다니며 네로멜티아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던 존재.

블랙 나이트의 단장, 크로포드 반 에이하르트였다.

“거기다… 많은 백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여성의 가슴 이야기나 하면서 마왕으로서의 위엄을 스스로 깎아내리시다니…!!”

소드 마스터로서의 초월적인 능력을 그저 누군가의 뒤를 은밀히 따르는 스토킹에 활용하고 있었던 크로포드.

그 재능과 능력의 터무니없는 낭비는 분명 누구라도 웃음을 터뜨릴 만큼 어처구니없는 것이었으나 정작 당사자인 크로포드는 필사적이었다.

크로포드의 분노는 갈 곳을 잃은 상황이었다.

주군의 허술하고 품위 없는 행동에 불만이 생기고 화가 났으면서도, 기사 된 자로서 감히 주군에게 노기를 품을 수는 없다는 완고한 마음이 부딪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격렬한 내적 갈등으로 빚어진 혼란은 광기를 낳고 있었다.

시선이 마구 떨리고 있었음에도 어느 한순간도 주군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집착.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흔들림을 보이면서도 강하게 쥔 주먹은 쇳조각조차 으스러뜨릴 기세였다.

오로지 주군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본능과 자아의 장렬한 싸움을 지속하고 있었던 크로포드.

그는 이질적인 시선을 느껴 불현듯 측면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진홍빛 눈동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선혈의 여제와 소드 마스터는 서로를 발견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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