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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208화 (208/216)

〈 208화 〉 아브노아 워터 파크 (1)

* * *

바르커스 화산의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하는 광활한 공동.

그 내부에 위치한 데모니안들의 거주지이자 동시에 과거 은신처였던 언더 바르커스.

데모니안들의 기술과 노력이 집약된 그 지하세계에 여느 때와는 달리 상당한 인파가 모여 있었다.

평소라면 농경지를 비롯한 축사, 공방, 채광 등의 업무로 거주하는 이들이 주로 머무르고 대다수의 데모니안들은 지상에서 재건 중인 마왕성의 터전에 거주하고 있었던 상황.

그러나 현재는 기존에 언더 바르커스에서 생활하던 데모니안들 대부분이 돌아온 데다 고블린, 오크, 오우거, 뱀파이어 등의 다른 종족들까지 상당수 모인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언더 바르커스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온천.

러스테리아가 레저 시설로 개조한 온천인 언더 바르커스의 워터 파크 때문이었다.

“자! 이 다음부터는 공방 앞으로 줄을 서시면 됩니다!”

상당한 인파가 입장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는데, 그 줄이 너무도 길어 언더 바르커스의 중심 부근 공방 건물 앞까지 늘어설 정도였다.

이들은 모두 갖가지 기대에 부풀어 잔뜩 설레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개중에는 너무나 기대되는 까닭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여 혼자 발을 동동 구르는 이마저 존재하고 있었다.

전날 마왕성과 카보니 숲에는 곳곳에 워터 파크의 개장을 알리는 전단지가 붙었고, 이 사실을 전달하고 홍보하는 인원들 역시 파견되었었다.

마왕군에게 있어서 식량이나 물자는 풍족하지 않을지언정 모자라지는 않았던 상황이었으나 유흥거리만큼은 상당히 부족했었던 상황이었다.

기껏해야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노래하는 정도.

그나마도 술은 식량으로 사용할 식재료도 빠듯한 상황이었기에 생산량이 현저히 적었으니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마음껏 마시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유흥은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모여 떠드는 수다나 남녀가 짝을 지어 즐기는 연애, 혹은 작물을 가꾸거나 공예품을 만드는 등의 취미 활동이 전부였던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러스테리아가 헤모니겐트 백성들의 유흥을 위한 레저 시설을 완공했다고 하니 백성들은 일생에서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던 유흥만을 위한 대형 시설의 등장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거기다 워터 파크의 첫 개장인 만큼 마왕의 지시하에 대부분의 인력들이 특별 휴가를 지급받은 상태라 경계 근무나 농경지 관리 등의 필수 업무에 투입되는 최소한의 인력들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워터 파크의 개장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마왕의 공인하에 즐길 수 있는 대형 레저 시설에서의 하루.

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꿈같은 하루에 설레지 않을 백성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었다.

“아직 입구만 보고 있는데도… 온천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네…….”

“네! 좀 많이 확장했어요!”

온천의 입구 가장 앞에 서 있었던 네로멜티아는 보기만 해도 웅장해진 온천의 규모에 다소 놀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언더 바르커스에는 온천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온천은 여전히 변함 없는 모습으로 남아 있었으나 언더 바르커스 가장 안쪽에 위치한 온천은 워터 파크로 개조된 것이었다.

현재 개조된 온천은 온천들 중에서도 가장 크고 훌륭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어 네로멜티아 일행들이 자주 애용하던 온천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규모라고 해봐야 탈의실을 제외하면 서른 명 정도의 입장에 가득 찰 정도였었고, 그렇기에 온천의 건물 역시 조금 큰 단층 건물에 불과한 높이와 스토니 포트리스의 내성 식당 정도의 넓이를 지닌 정도였었다.

네로멜티아가 놀란 이유는 입구부터가 기존 온천 건물의 세 배는 될 정도로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기에 그 너머가 보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입구만으로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일지 가늠이 되기 때문이었다.

“원래 있었던 온천은 그냥 입구가 되어 버렸네…….”

“헤헤. 언더 바르커스의 벽을 뚫어 확장 공사를 하면서 지역을 확보했구요…. 그러다 보니까 온천의 수맥도 안쪽으로 밀려나서 여기서는 이제 온천수가 솟아나지 않아요!”

“아아, 수맥 자체를 파헤치면서 들어간 거구나.”

“네! 맞아요!”

두 달에 못 미치는 기간 동안 어떻게 이런 대단한 공사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인지 네로멜티아는 내심 러스테리아의 의지에 놀라고 있었다.

사실 토지가 넓으면 넓을수록 농경이든 거주든 모든 상황에서 이득이기에 언더 바르커스도 확장을 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해서 붕괴를 초래했다간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지하 세계의 특성상 광산을 운영하는 일에서조차도 무척 조심스러운 상황이었기에, 지층을 파헤쳐가며 이토록 거대한 시설을 지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대규모 공사라는 것보다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이 너머가 얼마나 되는 면적을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더 바르커스의 벽면을 허물고 공간을 확보했다니 대단한걸?”

“드워프 분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했어요!”

네로멜티아는 내심 드워프 장인들의 도움이 있었을 거라고 예상은 했으나, 러스테리아의 대답으로 인해 자신의 예상이 정답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아예 광산 내부에 도시를 짓고 살아가는 요정족인 드워프들이 나서 주었다면 붕괴 위험이 적고 파헤치기 쉬우며 최대한의 수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적절한 방법의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런 훌륭한 여건이었기에 러스테리아도 붕괴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으며 마음껏 확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슬슬 개장을 할까 하는데요. 주인님께서 멋있게 연설 한 번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러스가 하는게 좋지 않겠어? 이건 러스의 업적이잖아.”

“아니에요! 주인님의 보살핌 아래에서 도움이 되고자 만든 거니까 주인님이 무조건 우선이세요!”

네로멜티아는 자신이 뭔가 거들어 준 것도 없는 상황이기에 연관도 없는 자신이 앞에 나서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스테리아는 자신의 신하된 입장을 고려하고 있었고, 모든 영광을 주인에게 돌리고 싶어 하고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마왕된 입장에서 마냥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러스테리아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헤모니겐트의 백성들이여! 들어라!”

음성에 마력을 실어 날린 마왕의 첫마디.

언더 바르커스의 공동 일대를 울릴 정도로 웅장한 마왕의 외침이 연설의 시작을 알렸다.

기대에 잔뜩 부풀어 웅성웅성 떠들고 있었던 백성들은 지엄한 마왕의 명에 일제히 입을 다물고 경청하기 시작했다.

“이 뜻깊은 자리에 모두 잘 와주었다. 모든 지성체들은 무릇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여흥을 즐길 수 있는 법. 오늘 있을 워터 파크의 개장은 그런 의미에서 마왕성의 재건이 크게 진전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시간은 끝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발전을 이룩할 때가 왔다는 증거인 셈이다.”

입을 열어 사사로운 말을 내뱉는 이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전력을 다해 귀를 열어 온 정신을 다해 마왕의 존귀한 말씀을 새기려 노력할 뿐이었다.

더 나은 삶.

발전의 이룩.

이 간단한 말은 백성들의 마음을 울려 그들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휴미안이나 드래곤에게 들켜 몰살을 당할까 숨어 지냈었던 모두의 과거.

먹을 것이 없어 서로 대립한 역사가 긴 오크와 오우거.

살기 위해 하수도의 이끼를 뜯어 먹으며 살아간 고블린.

종족마다 격차는 있었어도 지나간 천 년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고난과 역경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그 길었던 최악의 시간이 비로소 지나가, 지금 이 순간 오로지 유희만을 위한 시설을 건설할 정도의 평화가 찾아온 것이었다.

“뭐, 이런 자리에서 말을 길게 하는 취미는 없다. 짐 또한 그대들 못지 않게 워터 파크라는 장소의 내부가 궁금하던 참이니. 다만 반드시 해야 할 말은 있구나. 짐을 따르는 사랑스러운 백성들이여! 명예로운 헤모니겐트의 영웅들이여! 그간 수고가 많았노라! 오늘 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고 마음껏 즐겨 보도록!”

“와아아아아아아!!!”

“마왕 폐하 만세!!!”

마왕의 이야기는 무척 단순했고 담담했다.

그러나 점차 음성을 높여 퍼져 나가기 시작한 마왕의 외침은 백성들의 감정을 그야말로 폭발시키는 것이었다.

백성들 중에서는 눈시울을 붉히거나 목이 메여 숨이 막히는 이들이 보이고 있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를 하고서 마왕의 이름을 열렬히 외치거나 목이 쉴 때까지 함성을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전지전능한 절대자이자 지고한 존재인 마왕이 자신들에게 깊은 자애를 보이며 노고를 치하해 주는 현실이 너무도 감격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럼 개장에 앞서 이 장소에 이름을 짓겠다. 이 시설을 건설한 짐의 비서관 러스테리아 서비 아브노아는 그저 지명을 따서 언더 바르커스 워터 파크라고 명명한 듯하지만 그건 잘못되었다. 이건 러스테리아의 업적이지 드래곤 바르커스의 업적이 아니니 말이다.”

“에에… 주, 주인니임…”

“그러니 짐은 이 장소를 아브노아 워터 파크라고 명명하겠다.”

러스테리아는 난색을 표하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성을 따서 시설의 이름을 짓는다는 건 상상도 못한 결과였던 것이다.

마치 이 대단한 시설을 내가 지었다며 자랑하는 듯 여겨지기도 해서 러스테리아는 더욱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러스테리아가 대놓고 보이는 부끄러움을 철저히 무시한 채, 자신의 결정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콰아앙!

“짐의 비서관에게 열렬히 갈채하라! 감사를 표하는 것을 잊지 마라!”

“러스테리아님 만세!!!”

“비서관님 감사합니다!!!”

네로멜티아가 입구를 향해 팔을 휘두르자 순간 큰 굉음과 함께 입구의 상단이 폭발했다.

폭발은 의외로 뭔가를 부수는 일은 없었고, 석재로 이루어진 입구의 일부가 바스러졌을 뿐이었다.

석재의 고운 먼지가 우수수 떨어지며 나타난 것은 입구의 상단에 고급스러운 필체로 새겨진 ‘아브노아 워터 파크(Avenoah Water Park)’.

지휘 체계의 구성원 역할을 맡고 있던 일부 백성들은 마왕성의 공식 하달 문서를 받아본 경험이 있기에 그 고급스러운 필체가 마왕 네로멜티아 고유의 필체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어 더욱 감격스러워했다.

네로멜티아는 러스테리아가 고생한 만큼 그녀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마왕의 권위를 내세워 러스테리아의 업적을 전면에 공개해 치하했고, 자신이 손수 지은 시설의 이름을 자신의 필체를 사용해 화려한 효과와 함께 입구에 양각하여 행사를 제대로 빛낸 것이었다.

앞서 울려 퍼진 마왕을 향한 환호에 못지 않은 열렬한 환호가 러스테리아를 향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웅장한 백성들의 함성 속에서 마왕은 짧지만 강렬했던 연설의 막을 내렸다.

“지금부터 아브노아 워터 파크의 개장을 선언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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