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화 〉 마왕님의 짜릿한 마력 교습 (2)
* * *
“됐어! 바로 그거야!”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기나긴 침묵의 시간을 깨고 네로멜티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네로멜티아에 의해 넬라넬라의 심장에 깃들었던 마력은 넬라넬라의 의지에 의해 미약하나마 움직였다.
앞으로의 과정을 생각한다면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의 첫울음 정도에 불과한 일이었으나, 감각을 익힌다는 것은 분명 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넬라넬라 역시 깊은 환희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우선 방법만 알게 된다면 그 이후에는 연습만 따라주면 되는 일이기에 마력 사용자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대단한 사건인 것이었다.
“이건 속성으로 익힌 거야. 본래라면 명상을 통해서 자연에 흘러가는 마나를 느끼는 것부터 시작하지. 마나를 수련하는 이들이 깊은 숲에 들어가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 마나가 짙은 장소에서 수련해야 효과가 좋으니까.”
“마나를 잘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군요…….”
“그래서 넬라에게 마나를 주입해 준 거야. 아예 완벽하게 마나를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는 마나를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는 상태라면 빠른 진보를 보일 수 있으니까. 마력 운용법의 습득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 셈이랄까.”
넬라넬라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 이렇게 도와줘서 마력 운용법을 빠르게 익힐 수 있다면 굳이 깊은 숲에 틀어박혀 수련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깊은 숲에 마나가 많으니 수련에 좋은 환경이라는 건 이해하겠지만… 저는 폐하의 마력을 받아 빠르게 방법을 찾을 수 있었는데… 달리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깊은 자연 환경을 찾는 겁니까?”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의 질문에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장난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뭔가 귀엽다는 듯한 미소.
네로멜티아가 종종 넬라넬라를 예뻐할 때 짓는 미소였기에, 넬라넬라는 자신이 뭔가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가 싶어 자신이 했던 말을 빠르게 되짚어 봤다.
“타인에게 자신의 마력을 온전하게 양도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마나를 받아들여 체내에 쌓을 수 있게 단련된 신체가 아니라, 말 그대로 길이나 터도 닦이지 않은 초심자의 황무지에 말이야.”
“다른… 거군요…….”
“마나를 쌓아본 적이 없는 심장. 마나를 흘려본 적이 없는 신체.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이의 심장과 신체에는 그 신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마나를 양도해 넣을 수 있어. 그런데 초심자의 신체에는 마나가 머무르지 못한단 말이지. 그릇이 없는데 물을 어떻게 담을 수 있겠어.”
순간 넬라넬라의 심장에 머무르던 루이나의 덩어리가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졌다.
체내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했던 묵직한 마력.
그것이 사라지자 거세게 울리던 심장의 고동도 점차 차분한 맥박으로 바뀌었고, 자신이 늘 느끼던 평소 신체의 느낌으로 온전히 돌아왔으나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 넬라넬라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이미 넬라넬라의 등에서 손을 뗀 네로멜티아가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한 모습을 하고서 미소짓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는 거야. 넬라의 체내에 마나가 머무를 수 있도록 내가 최소한의 제어를 하고 있었을 뿐이지, 본래라면 넬라의 체내에 머무를 수 있는 마나는 거의 없어. 모든 생명은 생존에 필요한 마나를 보유하고 있지만 딱 그뿐이야. 이런 기술이 가능하려면 마나를 가지고 이런 일까지 할 수 있어야 하지.”
쪼르르르륵
순간 탁자의 위에 놓여 있었던 티포트가 허공에 떠올라 기울어지며 티컵에 로즈메리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마법… 입니까…?”
“아니. 순수하게 루이나의 힘으로 물건을 움직였을 뿐. 원래는 이게 불가능하니까 마법이라는 수단이 개발되었다는 사실은 알지? 마나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마나가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술식이 바로 마법이지.”
“그, 그렇군요…….”
“뭐, 나는 할 수 있지만 말이야. 후후후후.”
자신만만하고 의기양양한 웃음을 보이고서 고개를 치켜든 네로멜티아.
보란 듯이 자신을 자랑하는 모양으로 우쭐대는 모습이었으나, 그런 마왕의 과장된 모습은 우습기는커녕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졌다.
마법의 대략적인 역사와 존재 이유는 넬라넬라 역시 배운 바가 있었기에 네로멜티아의 설명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네로멜티아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인류 마법의 역사가 부정당할 정도로 상식 밖의 힘인 것이었다.
“나니까 그릇도 없는 초심자의 신체에 마나를 머무르게 할 수 있었던 거야. 대부분은 마나를 흘려 넣을 줄은 알아도 그뿐. 흘려 넣는 족족 마나가 흩어지고 말지. 외부적인 장치나 술식을 이용해 억지로 마나를 묶어 두려고 하면 신체가 터져버리고. 그러니 대부분은 깊은 숲이나 산 같이 마나 포화도가 높은 장소로 들어가 마나의 수련을 하는 거야. 혹은…”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의 가슴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예상하지 못한 마왕의 접근에 넬라넬라는 무척 당황하고 놀랐으나 내심 아무렇지도 않은 척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 마력석이 있으면 해결되지. 물론 마나 포화도가 높은 장소에서의 수련이 더 좋긴 해. 짙은 마나가 전신을 휘감고 있는 환경이니 마나를 느끼기 더욱 용이하지. 그래도 마력석을 이용한 훈련도 상당히 좋은 방법이야. 접촉면으로만 마나를 느낄 수 있지만 상당한 양의 마나가 깃들어 있는 만큼 존재감이 뛰어나거든.”
“그렇… 군요…….”
“그러니까 당분간은 마나를 느끼고 움직이는 훈련에 주력해 봐. 가지고 논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생각하면 도움이 될 거야. 신나서 옹알이하는 아기들이 말도 더 빨리 익히잖아? 그러기 위해 모든 무구에 마력 회로를 양각한 것이기도 하니까. 이게 있으면 운용에 상당히 편리하거든. 모든 길이 이미 닦여있는 셈이니까.”
넬라넬라는 현재 머리가 복잡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네로멜티아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는 하고 있으나 그녀의 이야기가 간단히 요약되어 있는 내용인 만큼 전개가 너무 빠른 탓이었다.
넬라넬라가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 네로멜티아는 피식 웃더니 그녀의 뒤로 돌아가 다시 한번 그녀의 등에 손을 짚어왔다.
“아직은 이르긴 하지만 맛 만 보여 줄까? 마력이 어떤 식으로 신체에 퍼져 나가는지!”
두쿵!
순간 넬라넬라의 심장에 묵직한 기운이 흘러들었다.
네로멜티아가 다시 한번 루이나를 흘려 넣은 것이었다.
초심자인 넬라넬라를 배려해서 적당한 양의 루이나를 흘려 넣었으나,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은 넬라넬라로서는 다소 버거운 양의 마력이었다.
심장이 거세게 고동하는 느낌에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의 불편함.
그와 동시에 충만한 기운이 느껴져 차오르는 고양감.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넣어 줘야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 줘.”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 양 그녀가 궁금해했던 사실을 즉시 알려 주었다.
확실히 네로멜티아가 흘려 넣은 마나는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모든 상황을 확연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읏…!”
“천천히 호흡하고… 긴장을 풀어 봐. 다치지 않을 거야. 괜찮아.”
심장에 머무르던 루이나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일생 처음 느껴보는 낯선 느낌에 넬라넬라는 당혹감을 느꼈다.
그때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의 등을 짚지 않아 자유로웠던 왼팔로 포근하게 그녀를 끌어안아 주었다.
“겁내지 말고. 응. 잘하고 있어. 좋아.”
넬라넬라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따스한 온기나 부드러운 감촉은 느낄 수 없었으나, 네로멜티아가 등 뒤에서 자신을 끌어안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일에는 그 사소한 감각만으로도 충분했다.
긴장이 가라앉아 차분해진 넬라넬라는 비로소 자신의 내부를 냉철하게 관조할 수 있었다.
루이나는 현재 양어깨로 길게 뻗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양팔에 힘을 한번 줘 볼까?”
키릭! 팡!
“아앗…!”
네로멜티아의 지시에 따라 넬라넬라는 힘을 줘서 팔을 뻗을 요량으로 힘을 가했다.
허공에 가벼운 잽을 한번 날릴 셈이었다.
그러나 넬라넬라의 의도와 달리 그녀의 주먹은 맹렬한 파공음(??音)을 만들었고, 그 소리는 가벼운 폭음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강렬한 힘과 속도로 팔이 뻗어진 탓에 착용하고 있었던 갑옷에서 강한 격렬한 마찰음이 나기까지 했다.
자신의 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강한 힘이었기에 넬라넬라는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볼 뿐, 전혀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마나가 어디에 어떻게 흘러갔는지 잘 봤어?”
“… 네… 어깨를 통해서 팔의 근육 전체에 덧씌워지는 듯한…”
“좋아. 그럼 다음은…”
넬라넬라의 양팔에 흘러들었던 마나가 다시 심장으로 모여들었다.
다시 주먹을 휘둘러 본 것은 아니었음에도 넬라넬라는 자신의 팔이 평소와 같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다시 주먹을 휘둘러 보아도 조금 전과 같은 파괴력은 결코 낼 수 없을 것이었다.
꿀렁
의미 모를 아쉬움을 느끼던 넬라넬라는 심장으로 온전히 복귀한 루이나가 다시 한번 뻗어 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아래를 향해서 뻗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넬라넬라는 팔에 힘을 가해 보았으니 이번에는 다리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예상했다.
그러나 넬라넬라의 예상을 철저히 배신한 루이나는 다리 근처에도 가지 않고 도중에 멈춰 버렸다.
루이나가 멈춰져 모이기 시작한 장소는 넬라넬라의 하복부였다.
“아앗…!!”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전해진 짜릿한 자극에 넬라넬라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하복부를 붙들고 고개를 숙였다.
현재 하복부에 모인 마력이 뭔가 익숙한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네로멜티아와 뜨거운 밤놀이를 즐길 무렵마다 느꼈었던 아릿한 쾌감.
갑작스러운 성적인 자극에 극도로 당황한 넬라넬라는 눈가에 눈물이 찔끔 맺힐 지경이었고,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네로멜티아를 바라보았다.
네로멜티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고 있었다.
짓궂게 루이나를 움직인 주제에 네로멜티아는 오히려 넬라넬라에게 태연히 의문을 던져왔다.
“으응? 넬라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폐, 폐하…!”
“흐흥. 마력의 감각에 집중해야지. 지금 뭐가 느껴져?”
넬라넬라는 네로멜티아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성적인 쾌락에 대해 스스로의 입으로 설명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무척 당혹스러워진 넬라넬라는 입을 오히려 꾹 다물고선 높고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끙끙대기 시작했다.
잔뜩 상기된 모습으로 눈가에는 찔끔 맺힌 눈물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이 상황이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더욱 집요하게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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