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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98화 (198/216)

〈 198화 〉 오물에 처박힌 오물

* * *

“멍청하네. 진심으로 들키지 않았는 줄 알았나.”

“누구나 자신의 수준에 맞는 눈을 가지기 마련이지요.”

헤스티니아의 마법에 감전되어 자신이 몸을 숨겼던 오물의 더미 위로 볼썽사납게 엎어진 사령관.

쇼크가 와서 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으면서도 오물에 안면을 처박고 있던 까닭에 호흡이 곤란해져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었다.

“레비테이션.”

“푸학!! 켁! 커흑!”

네로멜티아는 오물 범벅이 된 사령관을 공중 부양 마법 레비테이션으로 들어올렸다.

오물에 처박힌 안면이 들어올려지며 비로소 숨통이 트인 사령관은 수차례 기침을 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사령관의 신체는 네로멜티아의 앞으로 둥실둥실 떠올라 나아갔고, 이내 갑작스러운 마법 취소로 인해 그는 단단한 돌바닥의 지면에 처박히게 되었다.

“컥!!!”

지면에 머리부터 처박혀 코가 깨진 사령관은 피범벅이 된 채 부러진 자신의 코를 붙들고 버둥버둥 지면을 굴렀다.

패장(??)의 비참한 모습이었으나 네로멜티아와 헤스티니아는 조소조차 머금지 않았다.

그저 싸늘한 냉기가 감도는 시선으로 그를 조용히 내려다 볼 뿐이었다.

“일어나거라, 휴미안.”

“크오오옥…!! 어흑…!!”

네로멜티아의 명령에도 사령관은 자신의 부러진 코를 부여잡고서 고통에 몸부림칠 뿐이었다.

감히 패배한 포로이자 미천한 휴미안 주제에 마왕의 말을 무시하는 꼴을 볼 수 없었던 네로멜티아는 다시 한 번 지엄한 명령을 그에게 내리꽂았다.

“일어나.”

“히이이익!!”

네로멜티아의 선홍빛 안광이 번뜩이며 살기가 엄습하기 시작하자 사령관은 기겁을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감전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아 다리가 후들거리는 와중에도 당장 일어서지 않으면 죽는다는 공포감에 어떻게든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킨 것이었다.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앞에 나타난 여성은 분명 자신을 압살하고도 남을 만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여성의 주변에 넘실대는 루이나의 기세는 마법사가 아닌 자가 느끼더라도 범상치 않은 것이었고, 한때 정계에 몸을 담았었던 이의 비상한 본능이 절대자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다.

심지어 정황상 자신의 생사여탈권마저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었으니 사령관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으려 노력하는 것이었다.

“네가 태고의 숲에 군대를 보낸 사령관인가.”

“아… 으…”

“어머, 머뭇거리시다가 목이 달아나게 되더라도 말려줄 이는 아무도 없답니다?”

“아앗…! 네, 네!! 그렇습니다!!”

네로멜티아는 자신이 사로잡은 이가 염두에 두었던 최고 지휘권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별로 의미는 없을지언정 본인의 확답 또한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잘도 짐의 영토에 더러운 침략의 깃발을 들이밀었더구나.”

“에에…”

“마도 거병 이십 기는 잘 받았다. 그런 쇳덩어리가 있으니 눈에 보이는 게 없었나?”

순간 사령관은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어 입이 벌어졌다.

‘짐의 영토’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는 이는 현재의 테라리스에 몇 되지 않을 것이었다.

심지어 이 아스타리스 대륙의 북부 지역이라면 더더욱 예상 범위는 좁혀지는 것이었다.

근래 드워프들의 거주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었고, 그들의 은신처가 상당한 규모를 지니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들의 우두머리가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이는 드워프가 아니었다.

그녀는 데모니안이었다.

그리고 데모니안의 소속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그들의 국가 헤모니겐트.

또는 마왕성.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사령관은 극도로 겁에 질려 무릎을 꿇어 버렸다.

“마, 마왕…….”

사령관은 천 년 만에 부활한 마왕을 목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본인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몇 개월 전 자신들의 기지를 거쳐 지나갔었던 마왕 사살대는 임무에 실패했다는 이야기였다.

에스테로난에서부터 백 년마다 한 번씩 파견되어 마왕의 부활을 저지하는 숭고한 임무를 부여 받는 자들.

그들이 과거 마왕성과 가까운 위치에 존재하는 이곳 북부 전초기지까지 당도했으니 자신의 일생 동안 마왕의 부활이라는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 마음을 놓았었다.

설마 북부 전초기지에서 바르커스 화산에 존재한다는 강림의 신전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의 행군 동안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들의 수가 상당히 줄어 있었으나 남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걱정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뭔가 깊이 생각할 거라도 있나?”

“아, 아닙니다!! 부, 부디 하명하십시오!!”

잠시 마왕 사살대에 얽힌 과거를 짚어 보았던 사령관은 적막을 깨는 마왕의 한마디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서 넙죽 엎드리기 시작했다.

지면에 이마를 처박고 머리를 조아리는 지극한 예.

네로멜티아는 뭔가 흥미롭다는 듯 의미 모를 미소를 머금었다.

“하명?”

“네, 네!! 이 미천한 휴미안이 루이나의 여신을 뵈옵나이다!! 부디 하명하여 주신다면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하겠나이다!! 충심을 다해 봉사하겠나이다!!!”

다소 흥미가 떠올랐던 네로멜티아의 미소는 서서히 조소로 바뀌어갔다.

적이지만 정말이지 역겹고 추잡하기 그지없었다.

사로잡혔다고 해서 적에게 머리를 조아린 채 충성의 맹세를 서슴없이 꺼내는 비열함.

그에게는 군인으로서의 명예나 긍지가 없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짐의 명이라면 다 따를 준비가 되었다 이건가?”

“그, 그러하옵나이다!! 신실한 종이 되겠사옵나이다!!!”

그저 자신의 목숨을 건사하기 위할 뿐인 알량한 충성.

수천 년의 세월 동안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의 충성을 받아본 네로멜티아로서도 이 정도로 보잘것없는 충성은 신선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재미있겠구나. 그럼 네가 기어 나온 저 오물더미를 깨끗이 먹어 치워 보거라. 그럼 목숨만은 붙여 주도록 하지.”

허름한 천막으로 이루어진 넬라넬라의 현장 집무실.

마왕성의 곳곳을 옮겨 다니며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그녀의 현장 집무실은 조립과 분해가 간편한 천막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 내부는 평소와 다르게 떠들썩한 분위기였는데, 이는 넬라넬라와 대화를 나누는 드워프 장인들의 호탕한 성격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장인의 종족이라 칭해지는 것은 그저 전설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군요.”

“껄껄껄! 무슨 소리를! 우리 역시 오크들의 건축 기술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소이다! 우리는 여러모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소! 으허허허허!!”

드워프 장인들은 리겐하르트의 추천으로 마왕성에 합류한 상황이었다.

마왕성의 재건에 기술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이주한 상황에서 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공사의 진행을 자신들이 전담할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오크들의 건축 기술은 탁월할 만큼 뛰어난 것이었고, 특정 기능이 필요한 기계 장치나 섬세한 손길이 요구되는 제작 과정 외에는 오히려 오크들이 드워프보다 더 뛰어난 부분도 존재하는 것이었다.

자존심이 강한 드워프들은 자신의 실력이 낮잡혀 보이는 것을 견디지 못하지만 인정할 수 있는 상대에 대해서는 순수하게 모자람을 인정하고 오히려 배움의 자세를 갖출 줄도 아는 종족이었다.

그렇기에 드워프들은 오크들과의 협업을 흔쾌히 인정한 것이었다.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공유하고 배워 함께 성장해 나간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소! 본래 마왕성 재건 계획의 지휘권은 우리가 가져갈 셈이었지만, 하던 대로 대장 아가씨가 지휘권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좋아 보이는구려! 앞으로 잘 부탁드리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위대한 장인들의 업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으허허허허! 우리 얼굴에 금칠을 다 하시는구려! 좋소! 서로 잘 해 봅시다!!”

드워프 장인의 대표와 공병대장 넬라넬라는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드디어 시작되는 공병대와 장인 집단의 협업.

넬라넬라는 앞으로 마왕성 재건 계획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차올라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되었다.

“여어! 오크 아가씨 여기 있었구만!”

“리겐하르트님?”

아무런 기별도 없이 넬라넬라의 현장 집무실의 천막을 들추고 들어선 이는 드베르그릭의 명장이라 불리는 리겐하르트였다.

예상하지 못한 그의 등장에 넬라넬라는 다소 놀란 기색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반가운 기색으로 방문한 리겐하르트의 모습에서 그가 이런 달가운 모습으로 자신을 찾을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오! 리겐하르트님! 마음을 돌려 재건 계획에 참여하실 생각이신지요!”

“아니야! 장인으로서 활동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네! 이건 네로멜티아 녀석에게도 확답을 받은 공식적인 약속이라고!”

드워프 장인들은 회의장에 난입한 리겐하르트를 보고 말 그대로 화색이 돌아 환호하기 직전에 이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달콤한 예상을 철저히 깨부신 리겐하르트의 확고한 대답에 이내 풀이 죽어 축 처진 모습으로 바뀌어 버렸다.

모든 드워프 장인들에게 있어 명장이라는 칭호를 가진 리겐하르트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자 종교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장인으로서 세운 수많은 업적들 중 하나만 꼽아 보아도 드워프 장인들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그 업적에 대해 밤새도록 떠들어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리겐하르트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그의 전설적인 솜씨를 눈앞에서 목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상황을 봐서 작업에 대한 질문을 빙자한 채 인생에 다시 없을 귀중한 가르침을 청할 수도 있는 목숨과도 같은 기회인 셈이었다.

그러나 꿈만 같은 기대와 달리 리겐하르트의 불참 의사를 더욱 명확히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버렸으니 드워프 장인들의 실망감이 큰 것도 당연한 일인 것이었다.

“아쉬워하지 마라 이놈들아! 네놈들 속내를 내가 모를 줄 아냐!! 마왕성의 재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 그럼 너희 하는 거 봐서 열심히 하는 놈들 골라다가 친히 가르침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

실망감에 축 처져 있었던 드워프 장인들은 너무도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모두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손을 벌벌 떨기까지 했으며, 개중에는 울먹이는 이들도 보이고 있었다.

제자를 받기는커녕 남을 가르치는 일조차 싫어하는 리겐하르트가 가르침의 약조를 공언한 것이었다.

이는 드베르그릭의 역사를 새로 쓸 만큼 대단한 사건이었다.

“저, 정말이십니까!!”

“아무렴! 내가 그런 일로 거짓이나 논할 나이는 아니지 않나! 다만 열심히 해야할 것이야. 나의 둘도 없는 벗이 머무를 도시를 건설하는데 건성으로 하진 않겠지?”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감히 게으름을 피우는 녀석이 보이거든 혼쭐을 내놓겠습니다!!”

“좋다! 내 앞으로 유심히 지켜보겠다!”

“우오오오오오!!!!!”

드워프들의 우렁찬 함성이 천막을 무너뜨릴 듯 진동시켰다.

그들이 내지른 함성이 천막의 밖에서 메아리로 되돌아올 정도였으니, 분명 주변 지역 전체를 울릴 정도로 장대한 함성이었던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분명 상황을 잘 모르는 이들도 분위기에 감화되어 함께 기뻐해 줄 정도로 환희가 넘실대는 상황이었으나, 리겐하르트는 지금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그들에게서 관심을 뚝 끊어 버렸다.

그리고 리겐하르트는 넬라넬라를 바라보았다.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얼떨떨해하는 넬라넬라를 유심히 바라보던 리겐하르트는 그녀를 향해 의기양양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리겐하르트는 거의 울 듯이 환호하는 드워프 장인들을 뒤로 한 채, 넬라넬라에게 다가갔다.

“아가씨는 나하고 같이 좀 가지. 내 전해줄 게 있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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