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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97화 (197/216)

〈 197화 〉 돌연변이 망자의 식탁 (3)

* * *

잔학무도한 살육의 현장.

학살의 대상이 된 휴미안 병사들은 비참한 절규조차 지르지 못했다.

순식간에 쇄도하는 망자의 손아귀 앞에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것만이 허락된 것이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전력 대부분이 출진을 나가 있는 상황에서 얼마 되지 않는 병력을 가지고 빈집을 지키는 일은 사실상 버거운 일인 것이었다.

심지어 습격의 주체가 휴미안군이 수백 년을 싸워오고도 끝내 이겨내지 못해 장벽을 쳐버린 망자의 평원의 죽은 자들이니 말할 것도 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흐끄으흐으으으으…!!!”

정신이 온전한 상황에서 산채로 뜯어먹히는 고통!

망자들은 살상이라는 목적 그 자체보다 자신들의 주린 배를 불리는 것을 더 우선으로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대가 무력화되기만 하면 상대의 생사를 불문하고 아가리를 밀어 넣는 것이었다.

아무리 큰 치명상이라도 두뇌나 심장 같은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장기가 손상되지 않는 이상 휴미안이 사망에 이르는 데는 적든 길든 시간이 걸리는 법이었다.

그리고 망자들은 그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은 채 바둥대던 휴미안 병사는 발목을 물려 버렸다.

아킬레스건이 뜯겨 나가는 처절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저항해 보려 했으나, 치명상을 입은 신체는 쇼크가 온 까닭에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 뒤 변종 좀비는 휴미안 병사의 가랑이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아가리를 크게 쩍 벌리고서 그 중심을 덥석 물어뜯는 것이었다.

신체가 훼손되는 처참한 치명상을 앞에 두고 엔도르핀이 급격히 분비되기 시작한 휴미안 병사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실실 웃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휴미안 병사는 현실 감각을 상실하기 시작했고, 성기가 사라져버린 채 크고 둥근 이빨 자국만이 남겨진 허전한 다리 사이를 보며 단지 안타까움을 느낄 뿐이었다.

‘못 써본 지가 삼 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황에서 떠올릴 생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으나 압도적인 절망과 함께 미친 듯이 분비되는 엔도르핀에 떠밀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이 닿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멍청한 한탄이 머리를 씹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와아… 순식간에 정리가 끝났네…….”

“얘들아, 미안한데 그만 먹자?”

한때 아스타리스 대륙 북부를 호령했었던 북부 전초기지는 싸늘한 죽음만이 가득했다.

후각을 마비시킬 정도의 자욱한 피비린내와 처참히 찢어발겨진 시체들.

고통에 찬 표정 그대로 차갑게 식어가는 시체에 아가리를 처박고 피와 살점을 탐하는 또 다른 시체.

헤스티니아는 휴미안의 시체를 게걸스럽게 뜯어먹고 있던 자신의 망자들에게 정지 명령을 내렸다.

휴미안의 시체 또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었다.

“으윽… 저거 다 가져가려고?”

“어머, 그럼요. 소중한 병사들이 될 수 있는 걸요?”

“어… 움직이네?”

네로멜티아는 찢어지고 조각난 휴미안의 시체를 온전하게 남겨야 하는 이유가 실험 때문이라고 넘겨짚었다.

그러나 헤스티니아가 의도한 결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효과를 보였으니 네로멜티아 역시 헤스티니아의 자세한 설명이 없더라도 그녀의 의중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어어어어…

양팔과 복부가 뜯겨져 나간 휴미안의 시체가 일어섰다.

혀를 길게 빼어 물고서 반쯤 뜯어먹힌 십이지장을 바닥에 늘어뜨린 채, 비척대며 되살아난 것이었다.

그것을 필두로 휴미안의 처참한 시체들이 하나둘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상반신만 남은 시체는 양팔을 버둥대며 기어가기 시작했다.

복부에 내장과 뱃가죽을 모조리 파먹혀 부러진 척추만 간신히 남은 시체는 하반신만이 일어나 위태롭게 매달린 상반신을 질질 끌며 나아갔다.

팔다리를 한짝씩 잃어버린 시체는 남은 팔 하나로 땅을 짚어 기괴하게 꺾인 모습으로 걷기 시작했다.

“분명 살아있는… 그러니까, 좀비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우후후후. 이게 재미있는 부분이거든요? 쟤들한테 물리면 감염이 돼서 똑같은 존재가 된답니다. 전쟁을 벌이면 벌일수록 수가 늘어나는 군대! 정말이지 최고의 병기 아닌가요?”

헤스티니아는 자신의 창조물이 만든 성과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과거 마왕성에서도 꽤 많은 인물들이 헤스티니아를 경원시 했었는데, 네로멜티아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계기를 헤스티니아가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이해는 가지만 상당히 꺼림칙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시체들을 한가득 쌓아놓고 좋아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 거야…….”

“어머, 생명을 잃은 신체는 그저 다량의 수분과 칼슘, 단백질 등등의 물질로 이루어진 잔해에 불과하다구요? 그런 것의 과거에 대해 몰입해서 꺼려하시는 건가요, 마왕님은?”

“으음. 저기 봐. 병사로 써먹기에는 너무 많이 망가져있지 않아?”

“감염이 진행되서 되살아난 시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가 수복되고 변이가 일어난답니다. 저들처럼요.”

“쟤네들같이 척추는 튀어나오고 손아귀하고 손톱이 커지고 아가리가 쭉 찢어진다고? 근육도 부풀고?”

“네! 바로 그거예요! 끝내주죠!?”

네로멜티아의 한탄에 헤스티니아가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자 네로멜티아는 되살아난 시체들의 효용성에 대하여 화제를 돌렸다.

그러나 헤스티니아는 그 부분 역시 자신이 있다는 듯 더욱 의기양양한 기세로 설명을 이어나갔고, 헤스티니아의 말대로라면 분명 상당히 가치가 있는 창조물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결국 헤스티니아의 업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보기에는 조금 껄끄러울지라도 이들을 앞세운다면 향후 있을 전투에서 아군의 피해를 상당히 축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억지로 되살린 시체이자 이지가 없는 존재이기에 아무리 희생당해도 그다지 거리낄 것이 없으며, 적의 시체를 만드는 것으로 수를 무한정 늘릴 수 있는 불사의 군대.

심지어 그들이 지닌 능력은 적의 신체를 맨손으로 짓이기고 찢어발길 수 있을 정도이니 그 가치가 무궁무진한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헤스티니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잘 했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이렇게 애써줘서 정말 고마워.”

네로멜티아의 따스한 손길이 헤스티니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외모로 보면 헤스티니아가 훨씬 언니로 보였고, 심지어 실제 나이로도 헤스티니아는 네로멜티아보다 상당히 연장자였다.

그럼에도 네로멜티아는 순수한 감사의 의미로 헤스티니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 이렇게 솔직히 칭찬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나는 거짓말은 안 해. 정말 도움이 되는 작품이었고, 네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언제나 속내를 숨기며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여유를 보여왔던 헤스티니아.

그러나 이 순간만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보이고 있었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기색을 하고서 부끄럽다는 듯 낮게 깔린 시선까지.

평소 시커먼 속내를 감추고 지내던 마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상대의 친애에 기뻐하는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정말 치사하네요. 마왕님은 자기 매력을 너무 잘 알고 있어…….”

“헤스티니아의 이런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앞으로도 더 많이 칭찬해 줘야겠는걸?”

헤스티니아는 능숙하게 분위기를 잡기 시작한 네로멜티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여성을 대하는 일 만큼은 따라갈 이가 없을 정도로 능숙한 마왕이었고, 자신 역시 그러한 모습에 설레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 자조적인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항, 마왕님께서 책임을 지셔야겠네요. 오늘 밤은 저와 함께 보내시는 거겠죠?”

“윽… 이야기가 왜 그런 방향으로 흘러!”

“저를 설레게 하셨잖아요. 유혹을 하셨으면 책임을 지셔야죠?”

“한번 자려고 그런 거 아니거든? 유혹하려던 것도 아니거든!”

“에에, 저는 싫으신 건가요? 갑자기 슬퍼지려고 하는데요?”

“너는 남자들이랑 자잖아!”

“남자나 여자나 맛만 좋으면 되죠! 저는 솔직히 말하면 마왕님이 제일 취향이라구요!”

순식간에 티격태격하기 시작한 마왕과 마녀.

네로멜티아는 점점 발끈해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으나, 헤스티니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채 여유롭게 마왕을 놀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러한 모습이 네로멜티아와 헤스티니아의 평소 모습이었고, 다시 익숙한 분위기로 돌아온 상황에 헤스티니아는 마음이 편해졌다.

이러면 된 거다.

언제까지고 이런 모습이면 되는 거다.

헤스티니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딜 가시나요?”

파지지직!

“어으으으으!!!!”

순간 헤스티니아는 현재의 장난스러운 미소와 네로멜티아를 향한 시선을 그대로 유지한 채, 팔만 후방을 향해 뻗어 마법을 시전했다.

제3위계의 간단한 전격 마법 일렉트릭 쇼크(Electric Shock).

한 줄기의 섬전이 헤스티니아의 손에서 뻗어 나와 누군가를 강타했고, 피격당한 상대는 몸을 바들바들 떨다가 우스꽝스럽게 엎어졌다.

시커멓게 썩어 말라비틀어진 오물 위로 고개를 처박은 인물.

그는 하수도에 쌓인 오물 안에 숨어 있었던 휴미안군 사령관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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