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 Trouble 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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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의 권속.
마왕군의 간부.
마왕 네로멜티아의 휘하에 존재하는 최정예 인물들 모두가 마왕의 등장에 시선을 집중했다.
대부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다했고, 개중에는 넘치는 애정을 다 숨기지 못하고 뜨거운 감정이 확연한 눈빛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다들 바쁠 텐데 이렇게 자리를 빛내 줘서 고마워.”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우아한 손짓으로 가벼운 인사를 건넨 네로멜티아는 테이블 가장 끝의 상석에 가서 앉았다.
오른편에는 안면을 붉힌 채 황홀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네로멜티아를 바라보고 있는 카디스텔라.
왼편에는 주인이 밝혀진 바 없는 빈자리.
이로써 현 마왕군의 수뇌부가 전부 한자리에 모였다.
“고맙긴. 마왕이 부르는데 오지 않을 권속이 있을까? 감히 그런 무례한 짓을 할 녀석은 적어도 현 마왕성에는 없어.”
“주군께서 부르신다면 설령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가야합니다. 그것이 저희들의 사명입니다!”
가벼운 인사말에도 카디스텔라와 크로포드는 성심성의껏 답을 전했다.
상이하게 다른 성격의 두 존재이기에 말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으나, 의미만큼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태도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자신들이 섬기는 마왕에 대한 충성은 비할 바가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것이었다.
“후후후.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기쁜걸. 다들 정말 고마워.”
네로멜티아는 그저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귀한 시간을 내서 만찬에 참석한 일에만 국한된 감사는 아니었고, 마왕 자신에게 한결같이 바치는 절대적인 충성에 대한 감사였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모두를 부른 이유는 전해야 할 중요한 소식 때문이야.”
가벼운 사담(??)을 마친 네로멜티아는 본론에 들어갔다.
네로멜티아가 맥켄지 광산에 다녀온 뒤로 처음 가지는 회담이기에 모든 간부들은 네로멜티아가 전할 이야기의 대체적인 주제는 예상할 수 있었다.
분명 맥켄지 광산의 방문에서 마주한 결과에 대해 논의할 것이 틀림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었기에 대부분의 간부들은 해당하는 소식이 그저 부정적인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혹시 여기 있는 빈자리들과 관련이 있는 거야?”
카디스텔라의 날카로운 예상.
지성이 비상한 이들은 그나마 만찬장의 빈자리에 의문을 품는 정도는 눈치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고, 듬성듬성 위치한 빈자리들에 대해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네로멜티아가 전할 소식의 내용과 만찬장의 빈자리들에 대해 연관을 지어 생각한 이는 카디스텔라가 유일한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진심으로 감탄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빨리 눈치를 채다니, 역시 카디스는 대단한걸? 정답이야.”
“후후. 이 정도도 눈치채지 못해서야 어떻게 마왕을 보필할 수 있겠어?”
마왕이 건네는 칭찬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좋았을 것을 카디스텔라는 불필요한 사족을 붙여 만찬장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크로포드는 순수하게 자신의 모자란 능력을 책망하며 고개를 숙였다.
헤스티니아는 무척 흥미롭다는 듯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으나 그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은 분명 불길함에 가까운 것이었다.
베리베리는 상황이 무척 껄끄러운 모양인지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아티스는 호쾌하게 웃는 모습이었으나 유독 그의 웃음이 의미심장해 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었다.
그나마 넬라넬라가 다소 어색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상황을 넘겨 보이려 했고, 러스테리아와 오운은 현재의 싸늘한 분위기에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멀뚱멀뚱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말할 필요는 없잖아, 카디스……. 시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조금 더 있었으면 모두 알 수 있었을 거야. 내가 할 이야기를 미리 눈치채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고…….”
“흐흥. 과연 그럴까. 대놓고 단서가 널려 있는데 그걸 확보하지 못하는 건 명백한 능력 부족인걸. 눈치가 없는 것도 명백한 무능이야. 우리 마왕님은 너무 착해서 탈이란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질책은커녕 신하들의 부족함을 덮어주기 바쁘다니. 너희는 마왕의 자애로움에 깊이 감사하도록 해.”
카디스텔라는 네로멜티아의 조심스러운 만류에도 오히려 더 자극적인 말만을 골라 간부들을 향해 질책을 퍼부었다.
이 상황에 크로포드는 자신의 앞에 놓인 은식기에 안면을 처박을 듯 더욱 고개를 숙였고, 베리베리는 난처함이 도를 넘어 덥기까지 한 것인지 고개를 돌린 채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마왕군의 간부 중에는 온건한 이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카디스텔라의 과도한 힐난은 역공의 파상 공세를 몰고 오는 계기가 되었다.
“후후후. 눈치가 없는 것은 오히려 카디스텔라님이 아니실런지요? 마왕님의 만류에도 본인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쏟아내신 결과, 마왕님과 베아트리스님이 애써 준비하신 만찬장의 분위기가 시작도 하기 전에 얼어붙지 않았나요?”
역공의 선봉은 부드러운 귀부인의 외모 뒤에 시커먼 속내를 숨기고 살아가는 마녀 헤스티니아로부터 시작되었다.
고상한 품위를 지키며 부드럽게 전해오는 말 속에는 날이 시퍼런 비수가 숨겨져 있었고, 카디스텔라는 그것을 받아넘길만한 논리가 없어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오호호호호. 마왕께서 사전에 언질을 주지 않으시고 이토록 거창한 만찬을 마련하신 건, 마왕 본인께서 이룩하신 놀라운 소식을 모두가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드러내고 싶으셨던 것일 텐데! 그것을 마왕께 직접 듣지 않고 본인 마음대로 넘겨짚어 공개해 버리는 것이 과연 마왕님에 대한 올바른 예의일까요? 무릇 다 늙은 노인도 부모를 위해서라면 체면 불구하고 재롱을 떠는 것이 미덕인 법! 알만 하더라도 모르는 척 하고 있다가 놀라운 소식에 순수한 감탄을 드리는 것이 더욱 신하된 자의 미덕 같습니다만… 마왕님께서 김이 새시겠습니다, 끌끌끌!”
이어지는 공격은 아티스에게서 흘러나왔다.
인자한 듯하면서도 능글맞은 아티스의 언변은 헤스티니아의 공세만큼 날카로운 면은 없었으나 카디스텔라가 빠져나가기 힘들도록 사방에서 옭아매는 집요함이 있었다.
매끄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카디스텔라는 눈치도 없이 입을 놀리다가 마왕을 난처하게 한 못된 신하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카디스텔라는 뭐라 반박을 하고 싶어 숨이 넘어갈 듯한 모습이었으나, 무엇 하나 제대로 반박할 논리가 없어 상대의 질책을 듣고만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나는 듯 보였다.
자존심 드높은 이가 지기는 싫은데 반박할 논리까지 없다면 예정된 결과는 그리 많지 않았다.
카디스텔라는 소리를 지르고 무작정 화를 낼 기세였다.
“이이익…!!”
“저, 저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언성을 높이려는 카디스텔라를 네로멜티아가 급히 말리려고 함께 일어서는데, 그 순간 넬라넬라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급히 치고 들어와 단숨에 흐름을 끊어 버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난입하자 모두가 말을 잇지 못하는 상황에서 넬라넬라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어린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신하된 자들끼리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서로 간의 불화를 조장하는 말은… 마왕군에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순간 카디스텔라는 부끄러움에 안면이 확 달아올랐다.
단순히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의 언행이 마왕군 전체에 해가 된다는 이야기는 신하로서의 자신에 대한 무용(無?)으로 이어지는 참담한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사랑해 마지않는 마왕에게 소중한 이가 되고자 곁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가 오히려 해가 된다면 그보다 절망적인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입장이 불편해진 건 카디스텔라 뿐만이 아니었다.
마왕군 간부 전체를 힐난한 카디스텔라에 맞섰던 헤스티니아와 아티스의 입장 역시 곤란해진 것이었다.
넬라넬라가 전한 반박이 불가능할 정도의 올바른 지적은 딱히 카디스텔라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고, 상황을 더욱 키워서 카디스텔라가 소리를 지르기 직전까지 몰고간 자신들 역시 해당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다 넬라에게 한 방씩 제대로 먹은 거 같은걸?”
“후후. 그렇네요. 귀여운 대장님에게 혼이 나버렸네요?”
“끌끌끌! 아이고, 이거 부끄럽습니다! 이 늙은이가 노망이 들었는지 원!”
네로멜티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언쟁의 당사자들을 놀리듯이 이야기했다.
그러자 헤스티니아와 아티스는 흐뭇한 미소를 보이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고, 얼어붙었던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기 시작했다.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남다른 카디스텔라는 순순히 긍정을 표하진 않았으나, 자신의 잘못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모양인지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릴지언정 얌전히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였다.
넬라넬라는 마왕군 사이에 불화를 막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로 나선 것이었으나, 자신을 향해 갑작스러운 주목이 쏟아지자 무척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신의 오빠 베리베리가 흡족한 만반(??)의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칭찬을 전하는 모습이 보이자,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고 배시시 웃으며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일정이 예상보다 많이 지체됐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겠어?”
“응…….”
“카디스 너는 운 좋은 줄 알아. 빈자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물어봐서 대답 못하면 벌을 줄 생각이었으니까. 나중에 넬라한테 고맙다고 해.”
네로멜티아는 힘없이 대답하는 카디스텔라에게 굳이 한소리를 늘어놓았다.
실제로 카디스텔라를 질책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 카디스텔라가 스스로의 잘못을 충분히 자각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었다.
“자, 앞선 열띤 토론으로 인해 오늘 발표할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 이번에 새로 합류하게 된 동료들이야.”
짝짝!
네로멜티아는 간략한 사전 설명 이후에 가벼운 신호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안내인들이 식당의 정문을 열었고, 그 너머에 몇몇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직은 정체가 불분명한 그 인물들이 밤이 되어 어두워진 바깥에서 불이 환하게 켜진 식당 내부로 들어서며 정확한 모습을 모두에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장대한 체격과 작은 신장을 지닌 드워프들.
그리고 자줏빛 안광이 타오르고 있는 흑철의 갑옷.
기묘한 조합의 인물들이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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