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화 〉 당신만을 위한 연무(??) (1)
* * *
목욕을 마치고 나온 네로멜티아와 교대하여 욕실로 들어가는 넬라넬라.
넬라넬라는 목욕 후에 사용할 수건에 뭔가를 감추고서 황급히 욕실로 향했다.
그러나 거짓이라는 것에 서툰 넬라넬라의 특성상 그녀가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이 몸짓 하나하나에 드러나고 있었기에, 네로멜티아는 수건에 감싸여 숨겨진 물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넬라넬라가 무언가를 감추고 욕실에 들어갔다는 사실만큼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흐흥… 거리에서 뭔가 재미있는 거라도 발견한 걸까…….”
뭔가 여장을 쌀 시간도 없이 아침부터 급하게 불려온 넬라넬라였기에 그녀가 착용한 가벼운 무장(??) 외에는 그녀의 물품이랄게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욕실에 들어섰다면 그건 분명 오늘 거리에서 사 온 무언가라는 말이었다.
무엇이 되었던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싶었던 네로멜티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할 뿐이었다.
방의 내부를 환하게 밝히던 랜턴의 불을 껐고, 대신 장미 향기가 가득 느껴지는 향초를 꺼내 불을 붙였다.
자신이 늘 착용하는 드레스 나이트 일루전 대신 침대 위에 누워 얇은 담요를 살짝 걸쳤다.
여성의 은밀한 부위만 살짝 가릴 정도로 덮었기에 새하얗고 탄력이 넘치는 다리가 훤히 드러나게 되었고, 담요 역시 한 겹의 부드러운 면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커다랗고 둥근 젖가슴이나 그 첨단에 자리한 젖꼭지의 돌출된 형태까지 담요의 위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오늘 밤은 반드시 격정의 순간을 이루고 말겠다는 네로멜티아의 의지.
아직 넬라넬라는 욕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기에 네로멜티아는 디멘셔널 스토리지에서 수정구 하나를 꺼냈다.
수정구는 네로멜티아의 손가락을 따라 둥실둥실 떠올라 탁자 위에 놓였고, 순간 은은한 빛을 띠며 그 내부에 작은 마력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빛을 띠기 시작한 수정구에서 감미로운 바이올린의 음색이 조용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다소 느린 박자를 가지고 흘러 나오는 현악은 듣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은근한 손길로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끼이이익
욕실의 뜨거운 증기에 습기를 머금은 경첩이 소리를 내며 목욕의 끝을 알렸고, 욕실 문을 열고서 넬라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향초의 향기로운 장미 향기와 수정구의 감미로운 현악이 깔린 가운데 아련한 시선을 띠고 넬라넬라를 유혹해 보려던 네로멜티아는 본인이 준비했던 말과 전혀 다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넬라! 너무 예쁘다!!”
다소 수줍은 모습으로 안면을 상기시키며 나타난 넬라넬라는 하늘거리는 이색적인 의상을 입고 나타난 것이었다.
붉은 계통의 얇은 천에 금빛 실로 테두리가 장식되고 장미 문양이 수놓아진 아름다운 의상.
천은 무척이나 얇았기에 그 너머로 방금 목욕을 마친 넬라넬라의 윤기가 넘치는 피부가 은근히 비쳐 보일 정도였고, 그나마 여성의 유두나 음부같은 은밀한 장소는 수놓아진 장미 문양에 가려져 그 너머가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가려져 있었다.
천의 면적은 극히 적어 맨살이 드러난 부분이 훨씬 많았기에 넬라넬라는 아예 헐벗은 느낌이나 다름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금으로 제작된 링 한쌍이 옆구리 부분에 하나씩 위치해 있었고, 상의와 하의는 그 링에 엮여 고정된 모양이었다.
하의는 무릎 정도까지 닿는 사각형의 긴 천이었는데 다리 사이를 겨우 가릴 정도의 면적이라 허벅지가 절반이나 노출된 상황이었고, 뒤에서 바라본다면 그녀의 탐스러운 엉덩이 또한 양옆이 훤히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상의는 양쪽 옆구리에 자리한 링에 엮인 긴 천이 올라와 젖가슴을 감싸고 윗가슴에서 X자로 교차되어 목에 걸린 황금링에 고정된 형태였다.
그 천 역시 하의와 다를 바 없이 면적이 적었기에 젖가슴의 사이 계곡과 양옆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었고, 그나마 상의가 다소 팽팽하게 설계되어 잘 고정되어 있었기에 젖가슴 첨단에 불의의 노출만은 막아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야릇하고 농염한 의상은 네로멜티아도 익히 알고 있는 드워프 무희들의 것이었다.
“오늘 산 거야?”
“… 네…….”
성적인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이 많고 소극적이었던 넬라넬라가 자신의 의지로 무희의 의상을 입은 것도 놀라운 일이었으나, 네로멜티아가 더욱 놀랐던 것은 그 의상의 출처 때문이었다.
거리에서 판매되는 의상들은 오로지 드워프들을 위해 제작되었을 것이었기에, 이백 멘톨의 신장을 가진 넬라넬라에게 맞는 의상은 결코 단 한 벌도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의상은 넬라넬라가 자신의 신체에 맞춰 주문 제작한 의상이라는 말이었다.
심지어 아무리 성에 개방적인 무희라 할지라도 의상에 면적이 적을지언정 이렇게 비치는 원단을 사용하진 않는다.
그러니 맨살이 은근하게 비칠 정도로 얇은 이 원단 또한 넬라넬라가 고른 것이라고 봐야 했다.
“… 너무 사랑스러워…….”
“으읏…….”
“당장 안아주고 싶어.”
네로멜티아는 당장에라도 침대에서 일어나 넬라넬라에게 달려들 듯 강한 충동을 숨기지 않고 강하게 드러냈다.
이토록 과감한 의상을 입고 나타났음에도 수줍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라니 네로멜티아는 본인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정욕을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
이런 야한 의상을 스스로 입고 나타났다면 넬라넬라 역시 뜨거운 밤의 유희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네로멜티아는 그런 확신까지 가지게 된 상황이었기에 넬라넬라가 스스로 다가와 침대에 눕는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할 정도였다.
당장에라도 넬라넬라를 끌어안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맞추며 열기를 나누고 싶었고, 탐스럽게 조각된 건강한 여체를 어루만지며 쾌락에 흐트러지도록 만들고 싶었다.
자신의 충동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네로멜티아가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넬라넬라는 부끄러움을 애써 누르고 마왕의 접근을 완강히 저지했다.
“폐, 폐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평소의 군인다운 말투마저 잊고서 한 명의 가녀린 소녀와 같은 말투를 보이고 있었으나, 그녀의 말은 분명 마왕의 행동을 저지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강압적으로 성교를 저지르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배려와 깊은 애정이 담긴 따스한 교감을 좋아했다.
이는 네로멜티아가 가진 온건하고 자애로운 성격에서 드러나는 솔직한 취향이었고 추구하는 애정의 형태였다.
그렇기에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다.
진심을 담아 사랑을 하는 연인에게 자신의 욕구를 내세워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저 오늘도 알 수 없는 넬라넬라의 마음에 의해 조용한 밤을 보내는 건가 싶어 조금 실망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넬라넬라는 전능한 마왕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그… 이곳 맥켄지 시티에 처음 방문했을 때……. 그때 거리에서 봤던… 이곳 무희들의 춤을 배워 왔습니다…….”
순간 맥켄지 시티에 방문하고 나서부터 느낀 넬라넬라의 의아한 행동들이 비로소 모든 조각이 맞춰진 직소 퍼즐처럼 선명하게 드러났다.
딱히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든 내막을 알게 된 네로멜티아는 자신이 생각한 바가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날 밤에 몰래 외출했었던 게 안무를 배우기 위해서였어?”
“아, 알고 계셨나요…! 틀림없이… 주무실 거라고…….”
“넬라가 그렇게 이상한 낌새를 보이고 있는데 주의를 기울이는 건 당연하잖아.”
“하으으… 죄송… 합니다…….”
이미 넬라넬라의 말투는 ‘알고 계셨습니까.’가 아니라 ‘알고 계셨나요.’였다.
너무나 수줍은 나머지 위태로울 정도로 여린 모습을 보이게 된 넬라넬라는 한 명의 순수한 소녀와 같았다.
가슴이 저릴 정도로 애틋한 모습을 보이는 넬라넬라에 대해 그녀가 전날 자신과의 밤놀이를 거절한 것이 자신에 대한 애정이 식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니었고, 단지 그녀가 자신을 위해 따로 준비하고 있는 바가 있어서였을 뿐이라는 사실에 네로멜티아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자 네로멜티아는 의아한 반응을 보였던 넬라넬라를 배려하기 위한 조심성을 한풀 벗어던졌고, 넬라넬라의 변치 않은 애정을 확인하자마자 오히려 평소의 짓궂고 장난스러운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후후. 나 보여 주려고 배워온 거야? 기특해라.”
“우으…”
네로멜티아는 신체를 일으켜 침대의 하단에 걸터앉았다.
마왕이 몸을 일으키자 그녀의 신체를 아슬아슬하게 덮고 있었던 얇은 담요는 스르르 흘러내렸고, 그에 따라 육감적인 여체의 모든 부분이 농염한 자태를 뽐내며 드러나는 것이었다.
한 손으로는 결코 다 감싸지 못할 만큼 크고 탐스러운 젖가슴.
네로멜티아 자신의 머리만큼 큰 젖가슴은 무게 역시 상당할 것임에도 중력을 받지 않고 오히려 거스르는 것처럼 늘어짐 없이 탄력적이고 꽉찬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잘록하고 매끄러운 곡선을 지닌 허리는 넬라넬라만큼은 아니었으나 가지런하게 일자로 뻗은 복근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아름다운 허리의 라인은 흉곽이나 골반의 형태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타고나야 하는 점이 있었으나, 그러한 난점이 무색할 정도로 네로멜티아의 허리는 미의 결정을 조각한 듯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곡선을 띠고 있었다.
침대 아래로 늘어뜨린 한 쌍의 다리는 티 없이 매끄럽고 새하얀 피부를 과시하며 은은하게 빛을 반사할 정도로 윤기가 흘렀다.
경건한 신전에 대리석 여신상이 흘러드는 햇볕을 받아 빛을 내듯 마왕의 길게 뻗은 다리에서 퍼지는 반사광은 성스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고고한 매력을 발하고 있었다.
“넬라가 나를 위해 준비한 첫 공연인데, 알맞은 음악이 있어야겠지?”
따악
네로멜티아는 싱긋 웃으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탁자 위에 놓인 수정구에서 흘러나오던 바이올린의 현악이 경쾌하면서도 도색적(?色?)인 합주곡으로 바뀌었다.
모래를 잔뜩 넣은 주머니를 경쾌하게 흔드는 소리.
고음을 내는 금속 타악기가 가볍게 울리는 소리.
높고 가는 음을 내는 현악기가 독특한 떨림의 기교를 과시하며 앞서는 소리.
특유의 비음이 섞인 성악(??)이 특정한 가사 없이 하나의 악기가 되어 연주되는 소리.
이는 넬라넬라에게도 익숙한 음악이었다.
맥켄지 시티에 방문하자마자 들은 음악이기도 했고, 전날 밤의 은밀한 외출에서도 끊임없이 들었던 음악이었다.
그것은 드워프 무희들의 안무를 위한 전통 음악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