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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73화 (173/216)

〈 173화 〉 황금의 거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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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네로멜티아님과 진행할 거래에 관해 이견이 있는 자는 의견을 피력하라.”

드베릭 왕은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고 생각했는지, 찬성하는 인원의 수는 헤아릴 생각도 하지 않고 반대 의견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다수의 신하들이 거래에 긍정을 표하고 있을 때 곧바로 쐐기를 박아 버릴 생각이었고, 드베르그릭의 신하들은 그가 의도한 대로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로멜티아의 이야기는 흠잡을 데 없이 이상적이었고, 이에 대해서 떨떠름하고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 할지라도 이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드베릭 왕은 반대하는 신하들에게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기에, 이견을 표하는 신하는 단 하나도 나올 수가 없었다.

“흠흠. 그럼 모두가 찬성한 것으로 알고, 본격적인 거래에 착수하겠노라.”

내심 객관적이고 공정한 척을 하며 마왕과의 거래를 공표한 드베릭 왕은 국왕으로서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탐욕을 애써 감추려 하는 모습이었으나, 대부분의 신하들은 그가 금화를 얻게 되어 신이 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거래가 탐탁지 않은 신하들은 마왕에게 숨겨진 의도가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으나, 그녀의 의도를 전혀 모르겠거니와 그녀가 제시한 거래의 이득에 대해 딱히 반박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아 입을 다문 상황이었다.

현재의 금화가 얽힌 거래에 대해 더는 막아설 이가 없었고, 네로멜티아는 너무나도 편하게 거래의 내용을 제시하였다.

“우선 드베르그릭에서 블랙 캐틀을 키우고 있는 걸 보았다. 그토록 좋은 품종의 가축이 여전히 보존되어 있다니, 거래에 앞서 드베르그릭의 수완에 대해 깊이 찬사를 보내지.”

“으허허허허!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블랙 캐틀이라면 모든 종족들이 자유와 평화를 가지고 있었던 천 년 전의 시대에서도 명품 중에 명품이라 불리던 종자였지요! 아마 이 소들을 데리고 가신다면 헤모니겐트의 모든 이들이 놀라 까무러쳐 버릴 겁니다! 으허허허허!!”

블랙 캐틀(Black Cattle)은 커다란 몸집에 시커먼 털을 가진 소였다.

유래는 머나먼 옛날 휴미안의 나라 ‘니오디시아(Niodisia)’에서 개발한 거구의 장모(??) 육우(??)였고, 그것을 수입해 온 드워프들이 오랜 품종 개량 끝에 거대한 체구는 그대로 두면서 맛을 극대화 시킨 것이었다.

품종이 개량되면서 무분별한 색상의 긴 털은 검고 짧은 털로 고정되었고, 크게 자라는 체구를 충분히 지탱하기 위해 극도로 발달했던 근육은 활동성을 잃는 대신 지방질이 풍부해지고 연하게 변하여 육우로써의 가치를 현저히 발달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현재의 커다랗고 시커먼 소가 블랙 캐틀인 것이었다.

네로멜티아가 블랙 캐틀의 보존에 대해 칭찬한 것은 상당히 진심이었다.

드워프가 개발한 품종의 가축을 드워프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만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블랙 캐틀은 그에 걸맞은 먹이를 주지 않으면 쉽게 죽어버리는 품종이었다.

그 커다란 덩치와 기름진 살에 걸맞게 먹이를 많이 먹기도 했으며, 지방질이 풍부한 작물이 먹이로써는 필수였던 것이다.

생존자가 먹을 식량조차 부족한 것이 현재의 테라리스인데 먹이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가축이 여전히 생산과 보급의 선상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드워프들의 수완을 칭찬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그래서 네로멜티아님께서는 몇 마리나 가져가실 생각이십니까? 한 서른 마리 정도라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드베릭 왕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수를 부르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왕국의 재산을 금화로 맞바꾸어 자신의 보물고를 채울 수 있는 기회는 외교라는 개념이 아예 사라졌었던 현재의 테라리스에서는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한 것이었기에, 이번 기회에 최대한 욕심을 부려 보는 것이었다.

“아니지, 아니야! 마흔 마리는 어떠십니까! 오크나 고블린, 오우거 같은 종족들이 합류했다 말씀하신 것을 보면 향후 다른 생존자 무리가 또 합류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상황 같은데, 아무래도 넉넉한 것이 좋겠지요!”

내친 김에 드베릭 왕은 열 마리를 추가해 버렸다.

드베릭 왕은 헤모니겐트와의 가축 거래는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이득을 최대한 늘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마왕이란 존재는 인정하기 싫다 하더라도 더없이 유능하고 드높은 권능을 지닌 지고의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거래로 얻어낸 가축을 백성들을 먹이고 끝낼 거라는 생각은 하늘과 땅이 뒤바뀐다 하더라도 들지 않는 것이었다.

마왕은 분명 드베르그릭에서 얻어낸 가축을 잘 키워내어 헤모니겐트에 영구적인 가축 보급을 꾀할 것이 틀림없었다.

결국 이번 거래가 끝나면 블랙 캐틀에 대한 거래는 피치 못할 재난이 일어나 헤모니겐트에서 키우던 가축들이 전멸하지 않는 이상 드베릭 왕 자신의 일생에서 다시는 없다고 봐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드베릭 왕으로서는 사는 입장에서 무리가 된다 하더라도 과할 정도로 강하게 수를 불려본 것이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블랙 캐틀 마흔 마리라는 수 앞에서도 결코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습다는 듯 잔웃음을 흘리며 정확한 수를 지정했다.

“블랙 캐틀 200마리를 요청하지.”

“이… 이백…!!?”

드베릭 왕은 눈이 번쩍 뜨이고 숨이 멎는 느낌을 받았다.

블랙 캐틀은 최고급 품종의 가축이었기에 값을 치러야 하는 거래에 대해서는 사실상 마흔 마리도 과하다 생각하던 중이었고, 네로멜티아가 수를 깎으려 들 것을 대비하여 서른 다섯 마리로 흥정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의 대비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네로멜티아가 자신이 과하게 부른 수의 다섯 배나 되는 이백 마리를 언급해 오니 예상치도 못한 답변에 당황해 버린 것이었다.

“맙소사…!!”

“세, 세상에!!!”

“아, 안 됩니다!! 왕국에 큰 사달이 날 겁니다!!”

국왕과 마왕의 거래를 조용히 지켜보던 드베르그릭의 신하들 역시 경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개중에 정신을 바로 차린 이들은 득달같이 반대를 하고 나서는 것이었다.

아무리 헤모니겐트와의 친교가 중요해도 왕국의 운영에 해가 가서는 곤란한 것이었다.

실제 육우로 이용되고 있는 블랙 캐틀을 이백 마리나 넘겨 버리면 당장 왕국의 백성들에게 보급할 육우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이백 마리를 준다 해도 남는 육우는 그것보다 많겠지만, 생산되는 양과 보급하는 양의 균형은 중요한 것이었다.

육우의 전체 수가 줄어든다면 당연히 생산량도 줄어들게 되는데, 그 상황에서 보급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전체 개체수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본래의 생산량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수가 맞춰질 때까지 보급량을 줄이거나 아예 일시적으로 보급을 끊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 이백 마리는 너무 과합니다…. 블랙 캐틀이 실버 몇 닢 정도로 값싸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겠… 지요…? 이건 몹시 귀한 품종입니다…!”

“한 마리에 200금화를 지급하도록 하지.”

“흐악…!!!!!”

드베릭 왕은 한 마리에 50금화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로멜티아의 눈치를 보고 값을 더 올릴 수 있다면 최대 100금화까지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드베릭 왕이 본래 생각했던 액수에서 4배나 되는 값을 단번에 제시한 것이었다.

아무리 블랙 캐틀이 최고급 품종이라 하더라도 금화 이백 개를 주고 살 정도는 아닌 것이었기에 드베릭 왕은 경악에 찬 비명을 질러 버린 것이었다.

“으흐… 으으…”

“구, 국왕 전하! 아, 아니되옵니다! 블랙 캐틀이 이백 마리나 사라지면 그 후에 대책이 전혀 없사옵니다!”

“현재 드베르그릭의 식재료 중에 가장 최고로 치는 것이 블랙 캐틀인데, 그것의 보급을 중단하게 되면 백성들의 불만을 감당키 어려울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순간 드베릭 왕은 판단에 장애가 올 정도로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다.

블랙 캐틀 200마리를 한 마리당 200금화로 교환한다면, 결과적으로 그의 수중에 떨어지는 금화는 총 40000닢.

그 정도의 금화가 쌓여 있다면 그 위에서 수영을 하더라도 잠수까지 가능할 정도였다.

순간 드베릭 왕의 눈앞에 방 하나를 가득 채운 황금빛의 물결이 그려지자, 그는 아예 정신을 놓아 버린 듯 멍한 눈빛을 하고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음을 흘려 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신하들은 자신들의 탐욕스러운 국왕이 이 말도 안 되는 거래를 받아들일 징조를 보이자, 선명히 그려지는 국가 재난 사태를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필사적으로 반대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그래. 짐이 헤모니겐트만을 생각하여 드베르그릭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 하였구나. 미안하게 생각한다. 블랙 캐틀이 가장 선호되는 식재료란 말인가? 그게 보급되지 않으면 백성들에게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그, 그렇사옵니다! 마왕 폐하의 자비를 부탁드리옵나이다!”

네로멜티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가장 앞서 대답한 신하를 내려다 보았다.

무척이나 젊어 보이는 드워프였고, 어린 만큼 네로멜티아가 알지 못하는 자였다.

그러나 자신의 주군에게도 무시무시한 마왕에게도 자신을 아끼지 않고 내던져 가며 충언을 하는 이는 네로멜티아 자신에게 반대의 의견을 내더라도 오히려 호감이 드는 것이었다.

“짐이 농경 구역을 둘러보니 빅 보어도 상당수 기르는 모양이던데. 그럼 블랙 캐틀은 40마리만 받고, 빅 보어를 50마리 받으면 어떻겠느냐?”

“그, 그것도 조금 곤란하옵…”

“한 마리에 300금화.”

신하들은 상당히 낮아진 거래량에 조금은 안도하는 분위기였으나,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그 부담을 토로하던 신하 하나의 말을 끊고 네로멜티아가 새로운 가격을 책정한 것이었다.

200금화도 상당히 비싼 구석이 있었는데 이제는 반이 더 늘어나 300금화가 제시된 상황.

거기다 값비싼 품종인 블랙 캐틀 말고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품종인 빅 보어까지 통틀어 제시된 가격이었다.

키우기도 쉽고 금방 성장하며 새끼도 상당히 많이 치는데다 먹이도 아무 거나 잘 먹는 저렴하고 경제적인 품종.

그 빅 보어를 한 마리당 300금화로 책정한다는 것은 감히 소설 속에서도 등장하지 않을 상식 밖의 이야기인 것이었다.

현재 네로멜티아가 제시한 거래 조건에 대해서는 넬라넬라 역시 놀라움을 감추기 힘들었다.

마왕의 호위로서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안면에서 최대한 감정을 지우고 있으나, 그녀의 머릿속은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 상황이었다.

빅 보어(Big Boar)는 카보니 숲에서도 키우고 있는 품종이었다.

심지어 상당히 많이 키우고 있어, 빅 보어를 키우는 오크들 뿐만 아니라 조금 모자란 감이 있다 하더라도 헤모니겐트의 모든 종족들이 소비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되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언더 바르커스에서도 생산되는 가축이 빅 보어였으니, 두 생산지에서 보급되는 빅 보어는 부족하다고 여겨질 수 없는 상황인 것이었다.

모두가 만족스러울 정도로는 먹지 못한다 할지라도 주기적으로 육류를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는 보급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굳이 그런 어마어마한 금화를 쏟아 부어가면서까지 거래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넬라넬라는 자신이 섬기는 주군의 속내를 전혀 알지 못해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헤모니겐트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자신조차 주군의 책략은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다는 이야기였으니, 어떤 책략이 계산되어 있더라도 분명 자신의 주군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드는 것이었다.

현재로써 넬라넬라가 증거라 여길 수 있는 것은 네로멜티아의 여유로운 미소였다.

명확한 실체나 논리가 없는 증거였으나, 넬라넬라는 이보다 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생각했다.

드베릭 왕의 갈등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네로멜티아의 미소는 짙어져 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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