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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68화 (168/216)

〈 168화 〉 드베릭 록 하이젠버그 (2)

* * *

창밖에서 들이치는 화사한 햇볕에 각자가 가진 고유의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보석들.

어림잡아 일백은 훌쩍 넘어설 것 같은 다량의 보석들로 한껏 치장된 황금의 문이 바로 골든 팰러스의 국왕 알현실이었다.

“마왕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 폐하께서 드십니다!”

마왕의 방문을 알리는 드워프 신하의 낭랑한 음성과 함께 알현실의 문이 열렸고, 상당한 면적을 지닌 금빛의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을 녹여 외관을 뒤덮은 대리석 기둥과 황금으로 주조한 창틀.

황금실로 화려한 자수가 놓인 카펫은 황금의 문부터 국왕이 앉은 왕좌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역시나 황금으로 이루어진 왕좌.

드워프 최고의 권력이 모인 드높은 자리에는 살이 투실투실하게 오른 드워프 하나가 팔걸이에 팔을 괴고서 앉아 있었다.

“어서 드시게. 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아앗…!!”

심드렁하게 손짓을 하며 네로멜티아를 부르는 드베르그릭의 국왕.

마왕을 정중히 모시며 알현실에 함께 들어선 마르티노는 자신의 왕이 보이는 오만한 행동에 아연실색하여 손을 떨었다.

마왕이라는 존재를 화나게 했다간 멸망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그 아득한 두려움이 마르티노를 떨게 만들었으나, 한편으로는 감히 신하가 국왕의 일에 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그의 입을 떨어지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오늘 피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니 괘념치 말거라, 마르티노.”

“소, 송구합니다…….”

네로멜티아가 황금실 자수가 놓인 카펫을 밟으며 천천히 왕좌로 다가서자, 다소 화가 난 것 같은 넬라넬라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고 있었던 네로멜티아와 달리 넬라넬라는 미간을 좁히고서 날카로운 눈매로 드워프 국왕을 노려보고 있었다.

“잠깐! 근위대는 무얼 하느냐! 무기가 있는지 검사부터 하지 않고!”

넬라넬라의 살기를 느낀 국왕은 다급히 손짓을 하며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려 했다.

그에 따라 알현실의 벽면에 줄을 지어 기립해 있었던 왕실 근위대 병사들이 일제히 넬라넬라의 근처까지 몰려왔고, 창을 겨눈 채 포위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히려 경비대장은 국왕의 명령을 듣고도 움직이려 들지 않는 눈치였다.

콰득!!

순간 네로멜티아의 손이 순식간에 휘둘러지며 형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녀의 손에는 부러진 창날 한 조각이 들려 있었다.

자신의 창이 부러져 버린 사실을 해당 병사가 뒤늦게야 발견할 정도로 네로멜티아의 행동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꽈드드득!! 꾸드드득!!

“과연 무기의 유무가 중요할 거라고 생각하나?”

“크으윽…!!”

네로멜티아는 자신의 손에 들린 금속 조각을 주무르며 형편없이 구겨진 고철로 만들기 시작했다.

한 때는 창날이었던 예리한 날붙이가 가볍게 구겨져 한낱 쇳덩어리로 변해가는 모습은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대장장이의 종족이라고도 불리는 드워프들이 만든 왕실 근위대의 무기였으니 그것이 흔하고 평범한 금속으로 제작되었을 리 없는 것이었다.

현재 고철이 되어버린 창날은 랜더로니움(Landuronium)이라 불리는 금속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금속이 아니라 드워프들의 비밀스러운 공법으로 탄생하는 그들 고유의 합금이었고, 바르커스 화산의 코르니움보다 조금 못 미치긴 하지만 평범한 금속은 결코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단단한 경도를 지닌 것이었다.

그것이 한 여성의 연약해 보이는 맨손에 의해 처참히 구겨져 버리자, 왕실 근위대는 전의를 상실하여 겨누고 있던 창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악!!!”

네로멜티아가 허공으로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그녀의 주변으로 강렬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고, 마왕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던 왕실 근위대 병사 모두가 알현실의 벽까지 날아가 형편없이 처박히는 결과가 발생했다.

“나에 대한 무례는 용서해 줄 수도 있지만, 내 일행에 대한 무례는 용서 못하겠는데 계속 할 테냐?”

넬라넬라는 비로소 네로멜티아의 무력 시위가 왜 벌어졌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감히 루이나의 여신을 하대하는 건방진 작태(??)에도, 그 무례를 여유롭게 흘려내며 평화적인 입장을 유지했던 네로멜티아.

드워프 국왕이 왕실 근위대에게 명한 것은 결국 넬라넬라의 허리에 장착된 바스타드 소드의 압수였던 것이다.

국왕이 넬라넬라의 살기에 겁을 먹어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왕실 근위대가 넬라넬라를 겁박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던 것이었다.

현재의 충돌은 드워프 국왕의 무례한 명령에서 비롯되기는 했으나 넬라넬라는 그 발단에 자신 또한 엮여 있음을 깨달았다.

중요한 외교의 자리에서 좋지 않은 사건이 벌어진 만큼, 넬라넬라는 자신이 외교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얌전히 있어야겠다 생각했고, 되도록 자신의 적의를 지우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한편 국왕은 자신의 눈앞에 존재하고 있는 마왕이란 존재가 무력 같은 것으로 겁박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흠흠. 특별히 무기를 거두지 않아도 좋으니… 속히 드시게!”

조금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려나 싶더니 말미에서 보란 듯이 오만함을 또 드러내는 드워프 국왕에 넬라넬라는 불같은 화가 터져 나오는 것을 애써 꾸역꾸역 억눌러야만 했다.

그나마 두려움에서 비롯된 예의가 음성에서부터 조금씩 묻어 나오기 시작했고, 대화를 하고자 하는 자세는 갖춰지는 것 같으니 이전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황금과 보석으로 이루어진 왕관.

수염을 가지런히 묶어 정리하는 액세서리부터 열 개의 굵은 반지와 세 개의 두꺼운 목걸이가 전부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크고 작은 보석들이 박혀 화려함을 더하고 있었다.

국왕의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 중 하나인 단장(??) 역시 황금으로 제작되어 있었고, 그 끄트머리에 고블린의 주먹만한 루비 하나가 박혀 있었다.

고급스러운 붉은 모피의 코트는 귀하디 귀한 식스 레그 그리폰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고, 보물이나 다름없는 가죽을 이용한 코트이니만큼 그 화려함에 모자라지 않도록 앞을 여미는 끈 역시 황금 사슬로 제작되어 있었다.

그가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커다란 코트부터 새끼손가락의 반지 하나까지 호화롭고 고급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정작 그의 모습은 그와 대조되게 경박스러워 보였다.

앞니 전체가 번쩍이는 금니로 되어 있었고, 코트에 걸린 황금 사슬들 사이로 늘어진 뱃살이 튀어나오고 있었으며 그의 안면은 술에 취한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특히 뺨과 코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는데, 그의 코는 모공까지 넓어 하나의 커다란 딸기를 보는 듯 적잖이 못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드워프들의 보물들을 탐욕스럽게 긁어 모아 움켜쥔 뚱뚱하고 못난 드워프.

그것이 바로 드베르그릭의 현 국왕, 드베릭 록 하이젠버그(Deberic rock Heisenbug)였다.

“자, 말해 보시게. 휴미안에게 패하고 사라진 마왕이 천 년이나 지나서 짐을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연통(??) 한 번 없이 대뜸 찾아왔으면 그만큼 급한 일이 있는 거겠지?”

고의적으로 상대의 아픈 구석을 찌르며 이죽거리는 드베릭 왕은 실실 웃고 있기까지 했다.

천 년 전 헤모니겐트에 내린 절망의 전화(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을 가지고 있었다.

실상 그 참혹한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이라면 쉽게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의 재앙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드베릭 왕은 그 참상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당사자인 네로멜티아에게 그 쓰라린 사건을 언급한 것이었다.

“대화의 자세가 안 되어 있군.”

“무, 뭐라! 자네가 무엇이든 나는 이 나라의 국왕이다!!”

쿠우우웅!!

“으어어엇…!!”

네로멜티아의 한마디에 드베릭 왕이 발끈하며 언성을 높이는 순간, 네로멜티아와 드베릭 왕의 사이에 커다란 석판 하나가 나타나 굉음을 내며 엎어졌다.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석판이 대리석 바닥을 부수며 쓰러지는 소리는 드베릭 왕의 흉곽을 진동시킬 정도의 거센 굉음을 만들어 내었고, 드베릭 왕은 자신도 모르게 왕좌에 몸을 깊게 처박으며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쿠웅!!

“흐익!!”

엎어진 석판은 크기가 상당한 것이었는데, 연극이나 오페라를 공연하는 큰 무대와 동일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또다른 굉음을 내며 석재 계단이 나타나 그 석판의 앞에 떨어졌으니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그 거대한 석판이 무엇인지 눈치챌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마왕이 즉석에서 만든 옥좌의 자리였다.

드베릭 왕은 놀라기에 바빠 눈치를 채는 것이 늦었지만, 적어도 멀리 떨어진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알 수 있었다.

네로멜티아가 석재 계단을 딛고 올라서기 시작하자, 석판의 중심에는 거대한 흑철의 의자 하나가 나타났다.

코르니움이라 불리는 흑철로 제작된 그 의자는 보석 따위의 화려한 장식은 일절 없었으나, 고풍스럽게 양각된 상징적 문양들이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포도 나무와 올리브, 무화과의 나뭇잎과 엉겅퀴의 꽃.

커다란 날개와 해골의 손뼈.

모든 것이 의미를 내포한 상징적 요소들이었고, 드워프의 장인들도 쉽게 흉내내지 못할 정도의 정교한 솜씨로 양각된 예술품이었다.

이미 그 옥좌는 흑철의 제좌(??)라 불러야 할 정도로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함을 지니고 있었고, 주인의 기품을 한껏 드높이고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생명과 죽음의 상징이 공존하는 흑철의 제좌에 앉아,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좀 대화를 이룰 수 있겠구나, 드워프의 왕이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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