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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58화 (158/216)

〈 158화 〉 맥켄지 시티 로맨스 (4)

* * *

슬슬 저녁이 가까워지는 시각.

맥켄지 광산의 인공 태양 또한 서쪽의 지면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필요에 따라 생성하고 없애면 되는 인공 태양을 굳이 실제 태양의 움직임을 모방해 이동하게 만든 모습은 드워프들 특유의 감성이 짙게 녹아있는 듯 보였다.

지하에서 살아가더라도 태양을 만끽하고 싶었기에 실제의 태양을 최대한 모방해서 만든 레플리카는 드워프들이 이루어낸 꿈의 상징이었다.

“정말 드워프답다고 해야 할까… 원하는 게 있으면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보다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게…….”

“그래도… 제게는 실제 태양보다 이쪽이 더 태양같아서 좋습니다.”

넬라넬라는 실제 태양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팔십오 년의 연령을 가진 넬라넬라는 대기가 두꺼운 분진층에 뒤덮힌 세상에서 태어났기에, 분진층 너머에 존재하는 태양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어스름한 태양의 흔적 뿐이었다.

분진층을 뚫고서 어렴풋이 내려오는 미약한 햇살만이 허락된 테라리스에서 살아온 넬라넬라는 지금 감상하고 있는 맥켄지 광산의 인공 태양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지고 있었다.

언더 바르커스의 작물 재배용 인공 태양도 본 적이 있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물의 생장을 돕는 조명의 개념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와 넬라넬라가 서 있는 장소는 야트막한 산이나 아름답게 가꿔진 숲, 그리고 드넓은 들판까지 조성되어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중심이었다.

주로 농경지를 위해 꾸며진 농업 구역이지만 지하 세계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자연 환경까지 구축해 놓은 상황이었고, 이는 산림을 훼손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드나들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조성해 둔 하나의 혜택이었다.

맥켄지 광산이 아무리 드넓다 하더라도 실제 자연을 고스란히 재현할 만큼 넓지는 않았기에, 산림이 조성된 구역은 맥켄지 광산 전체 면적의 오분의 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자연 경관의 너머로 태양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광경은 현재 테라리스에서 볼 수 없는 대단한 장관이었고, 넬라넬라는 그 경험해 본 적 없는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름답습니다. 책에서나 보던… 석양이라는 것을 광산에서 볼 수 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넬라넬라는 가감없이 솔직한 감상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붉게 물든 노을의 빛을 받아 찬연히 반짝이고 있었고, 때로는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푸른 산림을 바라보며 애틋한 감상에 빠졌다.

네로멜티아는 기본적으로 붉게 물들 리가 없는 인공 태양이 백색광 이외의 색을 내는 것을 보며 석양을 구현하기 위해 색조 마법까지 곁들인 드워프들의 철저함에 웃음이 나고 있었으나, 굳이 이를 입밖에 내어 분위기를 깰 생각은 없었다.

공방 구역을 모두 둘러본 네로멜티아와 넬라넬라는 드워프들의 식량 사정을 시찰하기 위해 농업 구역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지하에 존재하는 광산은 돌무더기뿐인 삭막한 환경과 대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탁한 공기를 가지고 있을 장소였다.

그러나 드워프들이 만든 지하 세계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그에 따라 생성되는 신선한 대기가 어우러진 이상적인 장소였다.

오염된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환경이 오히려 그들의 생활 여건을 풍요롭게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량의 밀을 비롯한 감자나 당근 등의 작물들이 수확되는 경작지.

특히 밀은 빵을 만들 때도 사용하지만 드워프들이 좋아하는 맥주의 원료이기에 경작지의 근처에는 양조장이 함께하고 있었다.

경작지에서 나온 파생물들을 먹여 키우는 가축들로 육류의 보급을 담당하는 농장.

농장의 가축들은 경작지에서 사용할 비료를 생성하고 도축된 후에도 가죽이나 뼈같은 부산물까지 제공하니 무엇하나 버릴 게 없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여기저기 남은 조그마한 자투리 땅을 활용하여 과일의 수확까지 가능한 과수원.

과일을 맺기 전에 만발한 꽃들이 과일의 종류 별로 사시사철 꽃을 피우고 있어 잘 꾸며진 정원을 보는 듯 아름다웠고, 주변에는 그 꽃을 이용한 양봉장이 있어 꿀까지 얻어낼 수 있었다.

무엇 하나 경이롭지 않은 것이 없었던 드워프의 산물에 넬라넬라는 공방 구역을 시찰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감탄을 연발하며 눈을 빛냈었다.

무엇 하나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시찰의 순간들이 지나가고 마지막으로 농업 구역의 들판 한가운데에 솟은 언덕 위에 올라 석양을 감상할 무렵, 넬라넬라의 감탄은 깊이 고조되어 말 그대로 황홀경에 빠져들기까지 한 것이었다.

“후후. 넬라를 데려오길 정말 잘 한 것 같아.”

“… 감사합니다. 폐하. 제게 이런 멋진 광경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물론, 넬라를 데려온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넬라넬라는 자신을 데려온 이유가 따로 있다는 말에 의문이 들어 네로멜티아를 바라보았다.

맥켄지 광산의 석양을 감상하기보다 그것을 감상하며 눈을 빛내고 있었던 넬라넬라를 감상하고 있었던 네로멜티아.

넬라넬라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둘은 자연스럽게 시선이 마주치게 되었다.

네로멜티아가 지금껏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감지한 넬라넬라는 내심 부끄러워서 시선이 자꾸만 떨어지는 것을 주체하지 못했다.

“후후후. 그건 차차 나중에 들려주기로 하고, 일단 일정이 있으니 상업 구역으로 돌아갈까?”

“… 지금은… 말씀해 주실 수 없는 일입니까?”

“선물 상자는 직접 풀어서 확인해야 재미있는 법이잖아?”

여러 가지 문물들을 접하며 신기해하던 넬라넬라.

아름답게 조성된 자연의 광경을 눈에 담으며 눈을 빛내던 넬라넬라.

자신의 시선에 부끄러워하는 넬라넬라.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가 보이는 매 순간이 사랑스러워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었다.

그러나 지금 보여주는 그녀의 미소는 조금 다른 종류였다.

장난기 반에 기대 반의 싱그러운 미소.

슬쩍 웃음을 흘린 네로멜티아는 뒤를 돌아 맥켄지 시티의 도심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밤이 찾아온 맥켄지 시티의 거리.

인공 태양이 떠있던 낮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밤거리에 넬라넬라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맥켄지 시티를 처음 본 넬라넬라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았던 것은 거리에 형형색색으로 밝혀진 빛들.

가게의 간판이나 여기저기 걸린 등불 등이 각자 다른 이유와 의미를 가지고서 저마다 다른 색상의 빛을 내고 있었던 화려함이었다.

그러나 인공 태양이 지고 난 밤거리의 모습은 낮에 목견했던 화려함은 댈 것도 아니라 생각될 정도로 눈부신 빛의 향연을 보이고 있었다.

거리는 낮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느 구석 하나 어두운 부분이 없었고, 온갖 형태와 색상의 빛들이 넘쳐 흐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번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거리의 장관.

주홍색의 환한 등불이 여럿 나열되어 늘어선 가게에서는 빅 보어 한 마리가 통째로 구워져 있었고, 손님의 주문에 따라 주인이 해당 부위를 먹음직스럽게 썰어 내어주고 있었다.

푸른색과 자주색의 조명이 가득한 가게에서는 낭만적인 음악이 흘러 나왔고, 내부의 손님들은 온갖 아름다운 형태의 유리잔에 과실주를 담아 우아한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백색광의 조명이 가득한 눈부신 건물은 의복이나 장신구부터 생활에 필요한 도구나 기계 장치 등의 온갖 물건을 팔아대는 만물상이었고, 외벽 대부분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외부의 거리에서도 내부의 상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와아아아…”

“그렇게 신기해?”

“저희 스토니 포트리스의 내성도 조금 사치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습니다. 복도마다 초를 켜두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거리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넬라넬라는 아무도 거닐지 않는 밤에 굳이 층마다 복도에 초를 켜 두어야겠냐고 오빠인 베리베리에게 자주 항의를 했었다.

영주인 베리베리의 입장에서는 침입자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장소가 없어야만 하며, 영주로서 이 정도 위엄도 세우지 않으면 스토니 포트리스 전체의 위신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었다.

수차례 부딪친 남매의 설전은 결국 베리베리가 양보해서 평소에는 모두가 랜턴이나 횃불을 들고 다니고 성의 초는 켜지 않는 것으로, 대신 손님이나 외부 인사가 방문한 날에는 성대하게 초를 켜기로 합의를 봤었다.

결국 오크와 오우거밖에 없는 카보니 숲에서 초를 켤 날은 없을 것으로 보였기에 넬라넬라는 이를 수긍했었으나, 근래 마왕성에 합류하고 나서부터는 네로멜티아가 찾아오는 날이 많았고 당연히 스토니 포트리스에는 언제나 촛불들이 그득하게 일렁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왕을 극진히 모시는 것은 넬라넬라 역시 지극히 찬성하는 입장이었기에 초가 얼마나 소비되던 아깝지 않았으나, 남은 초의 비축분을 계산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넬라넬라에게 맥켄지 시티의 찬란한 거리는 사치라는 개념을 구겨버린 무언가였다.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의 대상에게나 계산을 할 수 있는 법이었으니, 넬라넬라는 그 어떤 잣대도 들이밀지 못하고 그저 찬란한 밤거리에 순수한 감탄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저 조명은 얼마일까를 일일이 따지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이런 굉장한 광경을 일상같이 당연하게 유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건 상대적인 거야. 자원이 모자란 여건에서는 초도 귀한 물건이지만, 자원과 기술이 따라 준다면 오히려 아끼는 게 궁상인 셈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보아하니 드워프들에게 이런 조명들은 아무 것도 아닌 듯 하고…”

조금 기가 죽은 것 같은 넬라넬라의 모습을 보며 네로멜티아는 오히려 안심하는 마음을 가졌다.

결국 넬라넬라가 놀라는 요소는 화려한 불빛과 조명들에 지나지 않았고,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이나 큰 규모를 가진 도시에 대해서는 멋을 느끼고 있을 뿐 그다지 기죽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결국 건축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는 넬라넬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기에 네로멜티아는 내심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누구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기 마련이니까.

“우리가 세울 마왕성은 이 거리보다도 대단할 거야. 우리에게는 넬라가 있으니까.”

“으우…….”

슬며시 다가온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의 어깨를 감싸 다독여 주었다.

넬라넬라의 상의는 소매가 없는 것이었기에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노출된 팔의 피부를 쓰다듬을 수 있었다.

네로멜티아의 부드러운 손끝이 피부의 표면을 슬슬 스치자 넬라넬라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피부가 조금 스쳤을 뿐임에도 넬라넬라가 느낀 것은 욕정이었다.

네로멜티아의 손길은 무척 가볍고 단순한 것이었으나, 넬라넬라의 피부를 어루만지는 방식이 유독 야릇했던 탓에 은근히 성감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손끝으로 간지럽다시피 스쳐 지나가며 은은한 자극을 주는 것이 꼭 밤의 시간에 보여주던 전희의 감각 그대로였다.

“어머나. 후후.”

네로멜티아는 의외라는 듯 조금 놀란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보였다.

마치 귀족 영애 아가씨가 보일 법한 말을 입에 담으며 너스레를 떠는 것이 실제로 놀란 것은 아닌 모양이었으나, 분명 의외라는 감정 만큼은 진심이었다.

넬라넬라가 네로멜티아의 허리에 손을 얹은 것이었다.

사소한 손길만으로도 상대의 성감을 자극하는 네로멜티아의 야릇한 손놀림을 따라하기에 넬라넬라는 상당히 미흡하고 경험도 부족한 상황이었으나, 넬라넬라는 분명 네로멜티아에게 야한 손장난을 보이고 있었다.

네로멜티아의 잘록한 허리를 부드럽게 감싼 넬라넬라의 손길은 그 표면을 천천히 쓸어대며 고혹적인 여체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었다.

넬라넬라의 손길은 허리를 부드럽게 쓸어대며 엉덩이까지 내려갈 듯하다가 다시 올라갔고, 젖가슴까지 올라갈 듯하다가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분명 손길이 닿기만 하면 짜릿할 텐데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키며 건드리지 않는 손길이 오히려 자극이 되는 것이었다.

짜릿한 쾌감에 대한 기대에 차올라 달아오르기 시작한 여체는 의지와 상관 없이 성교에 대비하여 민감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를 설레게 자극하여 달아오르도록 만드는 넬라넬라가 무척 귀여웠던 네로멜티아는 조금 더 나아가 보기로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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